D+308일 / 흐림
린도메-쿵스바카-바르베르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 펑크가 난 타이어와 고장이 난 펌프를 정비하기 위해 자전거샵이 있는 쿵스바카까지 기차로 이동해야 한다. "쿵스바카에 정비샵이 있어야 하는데."


이동거리
64Km
누적거리
19,838Km
이동시간
3시간 02분
누적시간
1,452시간

 
기차
 
자전거정비
 
 
 
 
 
 
 
12Km / 0시간 30분
 
42Km / 2시간 32분
 
린도메
 
쿵스바카
 
바르베르
 
 
1,2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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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차가운 아침이다. 하얀 서리가 눈처럼 얼어붙은 풍경이다.

"오호, 대박!"

모든 것이 꽁꽁 얼어있다.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서리꽃이 하얗게 피었구나."

어젯밤 텅 비어있던 주차장은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다. 아무도 텐트 주변을 서성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안전하기는 최고네."

짐들을 챙기고 기차역으로 간다. 스웨덴의 기차역들은 승차장이 그냥 오픈되어 있다. 별도로 표를 파는 판매소도 없고, 출입구의 개찰구 같은 것도 없다.

"표는 어디서 사는 거야? 트램처럼 안에 있나?"

승차장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남자에게 기차에 대해 물어본다.

"쿵스바카 가는 기차 여기서 타지?"

"응. 10분 후에 기차가 올 거야."

"기차표는 얼마야? 기차 안에서 살 수 있어?"

"30크로나. 기차 안에서 살 수 있는데 그냥 타는 사람들도 많아!"

"아니, 이런 꿀팁을!"

기차가 들어오고.

처음으로 기차도 타 본다.

객실 출입구 쪽의 접이식 좌석이 있는 공간이 자전거와 유모차를 놓는 공간이다.

어제 식당에서 만난 부부가 준 펌프로 끌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바람을 채워 넣은 자전거.

기차 안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기기를 찾지 못했다.

서너 군데 자전거샵이나 정비샵이 있는 스몰 타운인 쿵스바카에서 펌프나 튜브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좀 더 큰 바리베르까지 갈까?"

옆좌석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기차가 바리베르까지 가는지 물어보니 바리베르는 다른 기차를 타야 한다고 한다.

"이 기차 종점이 쿵스바카예요?"

"응."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세 정거장의 쿵스바카에 도착한다. 기차에서 내리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아, 또 비야?"

비를 맞고 정비가 불확실한 쿵스바카의 자전거샵까지 자전거를 끌며 가고 싶지 않다.

기차역에 있는 프레스뷔런 편의점에서 커피와 작은 빵 세트를 먹으며 바리베르까지 기차가 있는지 검색을 한다.

"오, 있다!"

쿵스바카에서 바리베르로 가는 기차가 15분 후에 출발을 한다.

편의점의 직원에게 기차에 대해 다시 확인을 한다.

"건너편 2번 승차장에서 기차를 타면 돼!"

편의점 옆에 있는 티켓구매기를 확인하고 다시 여직원에게 티켓구매에 대해 묻는다.

"저기 기기에서 티켓을 사면되지?"

"응. 쿵스바카에서 바리베르로 가는 표를 사!"

바르베리까지는 거리가 있어서인지 기차표가 비싸다. 89크로나.

기차표를 사고 나니 1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 자전거를 끌고 건너편 승차장으로 서둘러 이동을 한다.

비가 내려서 도로와 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지하도로 내려가는 길에서 거의 스케이팅을 타듯이 자전거에 끌고 미끄리며 내려간다.

"위험해!"

얼어붙은 길 위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똑같다. 길을 가던 여자가 자전거를 붙잡아 도움을 주고,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은 급하고 길은 미끄러워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 길에서 넘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위험해 보인다.

"아, 죽겠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고."

겨우 승차 시간에 맞춰 기차에 탑승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기차가 참 깔끔하다."

바리베르의 지도를 확인하는 사이 기차의 직원이 인사를 하며 티켓을 확인한다.

"하하. 이번엔 확실하게 티켓을 구매했지."

큰 요동 없이 빠르게 달리던 기차는 이내 바리베르에 도착한다. 비는 아침보다 더 굵어졌다.

자전거샵으로 가지 못하고 기차역의 대합실에서 비를 피한다.

"정말이지. 오늘은 비를 맞고 싶지 않다."

한참 후 비가 주춤해지고, 자전거샵을 찾아간다.

오래된 교회를 중심으로 예쁜 광장이 나오고,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는 사이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자전거 여행? 한국에서 온 거야?"

"응. 세계여행 중이야!"

"나도 자전거 여행을 했어. 유럽의 일부지만. 허리가 안 좋아서 리컴번트 자전거를 타거든."

"오호!"

"어딜 가는 거야?"

"펌프가 망가져서 자전거샵에 가야 해. 펑크도 수리해야 하고."

"내가 안내해 줄게. 여기 자전거샵이 딱 두 개뿐이라서."

남자를 따라 광장에 있는 자전거샵으로 들어간다. 깨끗한 분위기의 제법 잘 갖춰진 자전거샵이다.

"종류가 너무 많네."

펌프를 고르는 동안 남자는 배가 고프다며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한다.

"고마웠어!"

남자는 여행에 대해 덕담을 하고 웃으며 떠난다.

펌프를 들고 결정 장애의 고민을 하는 동안 인상이 너무나 편하고 좋은 중년의 여자가 다가와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느낌상으로 가게의 주인인가 싶고, 정말 편안한 미소를 갖은 여자다.

펌프와 휴대용 패치, 본드를 고르고 튜브도 새것으로 교체를 한다. 정비사의 곁에서 튜브를 교체해도 크게 의식을 하지 않고, 타이어 스틱도 말없이 빌려주고 공기주입 호스도 건네준다.

"펌프질을 안 하니 이렇게 좋다."

펑크가 난 튜브를 정비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정비사는 자꾸 튜브 패치를 가리킨다.

"설마, 여기서는 펑크수리는 안 해?"

"응."

"아, 미안! 한국에서는 자전거샵에서 펑크수리를 해주거든."

주인 여자는 왜 본드를 사는지 울어보며 휴대용 패치툴에 본드가 들어있다고 한다.

"알아요. 몽골에서 본드를 샀는데 잘 붙지가 않아서요. 아마도 중국제인가 봐요."

중국 제품이라는 농담에 여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동의의 고갯짓을 한다.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여행에 대해 여자와 대화를 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 주변에 숙소가 있는지 검색을 한다.

여주인은 물통을 선물해 준다. 그리고는 음료수가 필요한지 묻는다.

"어떤?"

"음. 물에 약간의 과일주스와 설탕을 넣은 물."

"네. 주세요."

여자는 베리류의 과일주스를 물통에 담아 건네준다.

자전거샵을 나와 광장의 교회를 구경하고.

주변의 식당을 검색한다. 뷔페식당을 검색하니 5~6 곳의 식당이 검색되고 그중에는 중국 식당도 한 군데가 있다.

"1.5km 조금 머네."

비가 내리니 약간의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광장 바로 옆에 있는 평점이 좋은 카페로 들어간다.

"채식뷔페?"

다른 가게에 비해 저렴한 가격의 뷔페는 채식 전문 뷔페다.

"아, 이건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컨셉인데."

차갑게 유지가 되는 메뉴들은 다양한 소스와 함께 괜찮은 맛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그런 음식일 뿐이다.

세 접시를 비우고 배가 다 채워지지 않았지만 식사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근처 숙소에서 쉬자. 텐트와 침낭도 말리고, 오늘은 정말 비를 맞고 싶지 않다."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니 포트리스 요새에 저렴한 호스텔의 나온다. 숙소를 예약하고 성도 구경하며 하룻밤 보낼 수 있는 숙소로 이동한다.

"저기가 스포레 아저씨가 말한 오래된 요새군."

내비게이션은 숙소를 찾아 요새의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호스텔의 요새 안에 있다고?"

찬송가가 울러퍼지는 요새의 성문을 지나 요새의 내부로 들어간다.

"여기가 호스텔인데."

리셉션의 안내판이 붙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년의 여자가 반갑게 맞이해주며 열쇠가 담긴 봉투를 건네준다.

"저기 건물의 14번 셀, 룸이야."

여자가 알려준 건물로 들어가니 건물의 내부가 황당하다.

"이 건물은 뭐지?"

14번의 숫자가 적힌 방의 두꺼운 나무문을 열자 작은 공간에 침대가 하나 놓여있다.

"이거 감옥이야?"

병사들의 숙소인지 아니면 감옥인지 모르겠지만 중세시대의 건물을 호스텔로 운영하는 모양이다.

부엌과 화장실, 샤워실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좁은 공간의 방이 답답하기는 하다.

"특별한 경험이네. 어쨌든 독방이잖아."

잠시 성의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바닷바람이 강해서 바다의 풍경은 볼 수가 없다.

"아쉽네. 풍경 좋은데."

성의 위쪽 건물로 올라간다.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듯한 집들을 지나.

성의 위쪽 공간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물이 있어 들어갔지만 입장료가 있어 그냥 되돌아 나온다.

"굳이 비싼 입장료까지 내면서 볼 생각은 없다."

젖은 텐트와 침낭을 말려두고, 침대에 누워 시체놀이를 한다.

피로가 밀려든다.

"기차를 타고 헬싱보리로 갈까?"

궂은 날씨와 트러블이 일어나는 자전거 때문에 계속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 부담스럽다.

"몰라. 비 오면 기차, 안 오면 자전거!"

작은방에 누워있으니 예전 이곳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행복했을까 아니면 각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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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07일 / 맑음
예테보리-린도메
핸드폰을 잃어버린 대신 좋은 친구들을 만난 예테보리를 떠나 덴마크를 향해서 출발한다. "헬싱보리로 가자!"


이동거리
25Km
누적거리
19,774Km
이동시간
3시간 11분
누적시간
1,449시간

 
펑크
 
도와줘!
 
 
 
 
 
 
 
12Km / 1시간 05분
 
11Km / 2시간 06분
 
예테보리
 
몬달
 
린도메
 
 
1,158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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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여행 중 처음으로 보는 맑은 하늘이다.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가 너무나 좋다.

스포레 아저씨는 어제부터 떠날 때 꼭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여러 번 확인을 한다.

"네. 당연하죠."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정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곳이다.

알렉산드라 할머니가 잘 말려준 텐트도 정리하고.

"이런 하늘을 왜 숨기고 있었어?"

떠나기 전 꼭 사진을 찍자던 스포레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핸드폰을 잃어버려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저씨가 있어 편안하게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예쁜 소녀 같은 알렉산드라 할머니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함께 시간을 보낸 숙소의 사람들과 헤어짐의 인사들을 나눈다.

알렉산드라 할머니와 따듯한 포옹을 마지막으로 예테보리를 떠난다.

"핸드폰은 잃어버렸지만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트램을 타고 건넜던 강을 건너고.

과거 볼보 자동차를 생산하고, 조선소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예테보리는 공업 중심의 항구도시다.

도시 전체가 복잡해 보이고 분주하다.

시내 중심의 광장에는 예테보리를 세웠다는 아돌프 국왕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예타강을 중심으로 시내를 관통하는 작은 수로의 모습도 운치가 있고, 거리의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기차게 느껴진다.

"일단 점심을 해결하고."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시내를 빠져나가는 경로를 다시 확인한다.

"오늘은 시내를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하자."

시내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시내를 벗어나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쿵스바카를 향해서 간다.

쿵스바카를 15km 정도를 남기고 갑자기 체인이 꼬이며 페달이 돌아가지 않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확인하니 체인 꼬임과 함께 바퀴도 펑크가 나있다.

"더블 콤보냐?"

펑크 패치가 나쁜 것인지, 본드가 나쁜 것인지 모르겠지만 펑크 정비가 잘 안되던 것이 걱정스럽다.

일단 유격이 심해진 체인을 두 마디 끊어내어 임시 조치를 하고, 펑크 패치로 튜브를 정비해 보지만 역시나 잘 붙지를 않는다. 스티커형 패치로 다시 정비를 했지만 정비가 되었는지 불확실하다.

타이어에 바람을 넣던 중 휴대용 펌프의 느낌이 이상하다.

"뭐야?"

여행을 위해 새 펌프로 챙겨 왔지만 펌프마저 고장이 나버리고, 펑크가 난 타이어는 공기압이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큰일 났다!"

펑크 정비가 안 된 튜브는 어떻게라도 해볼 수 있지만 바람을 넣을 수 없다면 정말 난감한 문제다.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로 자전거 수리점이 있는 쿵스바카까지 가야 한다. 불안하게 도로를 따라가던 중 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 봤지만 생활용품 외에 필요한 자전거 펌프는 없다.

천천히 말랑거리며 주저앉던 자전거는 쿵스바카를 10km 정도 남기고 더는 갈 수가 없다.

차가워지는 날씨와 함께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펌프를 만져봐도 도저히 답이 없다.

"아, 어떻게 하지?"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에 손을 흔들어도 그냥 지나쳐가고, 몸에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 위기 상황이다. 헬프미!"

유모차를 끌고 집에서 나오는 여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자전거가 고장 났어. 수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여자는 쿵스바카까지 기차를 타고 가라며 알려주고, 먼저 따듯한 곳에서 몸을 녹이라며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9km 정도의 쿵스바카까지는 기차로 한 정거장이다.

여자는 기차역을 안내해 주고, 기차역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전후 사정을 설명해 준다.

"여기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기차를 타고 쿵스바카로 가면 돼."

기차역 카페의 여자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따듯한 커피를 마시라고 하고, 먹을 것이 필요하냐며 묻는다.

"아니.."

나를 카페로 안내한 여자는 길 건너편 자동차 정비소로 가서 도움을 청하겠다며 카페를 나간다.

그 사이 카페의 여자는 소시지와 으깬 감자를 내어준다.

"와! 땡큐."

정말 맛이 좋은 음식이다. 정비소의 남자가 왔지만 차량에 사용하는 밸브 타입은 슈레더 타입이라 프레스타 타입의 자전거 튜브에 바람을 넣을 수 없다고 한다.

"괜찮아. 오늘 이 근처에서 캠핑을 하고 내일 기차를 타고 쿵스바카에 갈게."

여자는 날씨가 춥다며 예테보리 방향에 저렴한 모텔과 쇼핑몰이 있다고 알려준다.

"아, 그 쇼핑몰에 갔었어. 거기에 펌프나 튜브는 없어."

여자가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말하는 동안 카페에 손님들이 들어오고, 한 부부가 자신들의 휴대용 펌프를 주겠다며 말한다.

아이와 함께 나를 도와주던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간다.

"정말 고마워!"

식사를 마친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 펌프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전거 펌프가 아니지만 임시로 바람을 넣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부부는 여행에 대해 행운을 빌어주며 카페를 나간다.

"고마워요!"

카페에서 튜브를 다시 정비해 본다. 역시나 그동안 펑크 패치가 잘 붙지 않던 이유는 몽골에서 산 본드의 문제 같다. 튜브패치 전용이 아니다 보니 접착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에서 산 본드를 영혼까지 쥐어짜서 펑크 패치를 붙이고, 스티커형 패치로 보강을 한다.

"제발 끌고 갈 수만 있게 해줘."

튜브와 펌프를 들고 씨름을 하는 동안 카페의 여자는 저녁에 먹으라며 음식을 포장해 준다.

"우와!"

"튜브 고쳤어?"

"아니. 하지만 끌고 갈 수는 있을 것 같아."

"굿!"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완전히 어두워졌다. 카페를 나서며 계산을 해야 하는지 묻자 여자는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고 답한다.

"너무너무 고마워!"

마을 주변에 텐트의 칠만한 장소를 찾다 불빛이 있는 주차장에 텐트를 펼친다. 저녁이 되며 급속하게 기온이 내려가며 습기가 있는 것들이 순식간에 얼어버린다.

"오, 북유럽 추위!"

핀란드에 들어서면서 날씨 외에 여행의 어려움이 없었고, 북유럽의 사람들도 자전거 여행자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람들과 스킨십이 없었다.

가끔씩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기도 했지만 타인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삶은 다르지 않다."

300일이 넘어가는 여행 동안 가장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지만 힘든 느낌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얼어붙은 차가운 잔디 위에 텐트의 치고도 기분이 좋은 하루다.

카페에서 포장해 준 음식으로 맛있게 저녁을 해결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10도까지 떨어지는 날씨지만 보온에는 큰 문제가 없다.

보바에게 러시아 친구들의 연락처를 보내달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모르는 여자의 메시지 요청이 있어 스팸처리를 하려니 이사벨의 메시지다.

언니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인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겨놨다.

"귀여운 녀석, 그렇게 항상 웃어라 이사벨."

"언제 전화기를 또 잃어버릴지 모르니 모든 사진은 일단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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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6일 / 맑음
예테보리
호스텔의 친구들과 함께 핸드폰을 사기로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주간이라 저렴하게 핸드폰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9,74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446시간

 
핸드폰구매
 
설정난감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예테보리
 
예테보리
 
예테보리
 
 
1,13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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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로 떨어진 날씨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좋다.

스포레 아저씨와 함께 핸드폰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안장 위에 서리꽃이 피었다.

"갑자기 추워지니까 무섭다야."

"사고 싶은 브랜드가 있어?"

"아니. 그냥 배터리가 오래가고, 듀얼소켓 그리고 싼 것!"

중국식 뷔페식당 옆에 전자 쇼핑몰이 있다.

"그 유명한 블랙프라이데이군."

쇼핑몰에는 각종 전자제품들과 사람들이 많다.

"5만원 갤러시S."

20~30만원대의 핸드폰을 둘러보고 배터리가 좋은 모토로라의 1,490크로나 제품을 선택한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뭐."

블랙프라이데이의 할인 가격들은 평소보다 저렴하게 느껴지기는 하다.

"어때? 핸드폰 마음에 들어?"

"응. 충분해!"

핸드폰 인증 등에 필요한 전화번호가 필요해서 프레스뷔런에 들러 콤빅 유심카드도 다시 구매한다.

숙소로 돌아와 어플들을 설치하고 계정들의 비밀번호 변경과 함께 계정을 활성화시킨다.

한국 은행들의 어플을 설치하고 카카오톡을 연결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핸드폰을 인증하고 이전 계정에 접속하니 계정이 임시 보호조치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안내된다.

비밀번호 재설정을 해야 한다는 안내를 따라 스텝을 진행하는데 가입 이메일로 인증 메일이 발송되었다고 한다.

다음 메일을 로그인하려니 해외 로그인이 차단된 상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한국에서 계정 로그인을 한 후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인증 메일이 없다.

"왜 이래!"

여러 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다. 고객센터에 문의글을 남기고 카카오톡 연결을 포기한다.

핸드폰을 세팅하느라 중국식 뷔페식당의 영업시간이 지나버렸다. 일요일이라 5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한다.

오전에 스포레 아저씨가 길을 가며 말을 했던 케밥 가게로 간다.

"아저씨가 맛있고 가격도 좋다고 했는데."

작은 가게 안의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제법 앉아있고, 포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역시 그림 메뉴판이 최고야!"

접시에 담긴 케밥과 콜라를 주문한다. 105크로나.

"싸지는 않은데?"

잠시 후 벨이 울리고 큰 접시 가득 케밥이 나온다.

감자튀김과 샐러드 그리고 고기가 들어있는 케밥은 양이 충분히 많다.

"이래서 가격이 좋다고 했구나."

스웨덴 맥도날드의 햄버거 세트메뉴가 80크로나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좋은 가격이다 싶다.

무료로 제공되는 샐러드와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 세팅을 마저 끝내고, 스포레 아저씨는 커피를 마시자며 나를 부른다.

달콤한 빵과 함께 아저씨, 알렉산드라와 티타임을 하며 그들의 대화 모습을 바라본다.

항상 저녁 시간에 달콤한 빵과 함께 커피타임을 갖는다며 알려준다.

"피카."

30분 정도 함께 대화를 하며 보내는 시간인데 분위가 너무 편하고 좋다.

"그래, 이런 시간들이 필요했던 거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그리고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깨닫는다.

스포레 아저씨의 중저음과 말의 속도는 너무나 좋고, 애교가 정말 많았을 것 같은 알렉산드라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한국으로 보낸 소포는 잘 도착했다고 한다. 도착할 기간이 지났음에도 소식이 없어 스톡홀름의 숙소에 여러 차례 소포가 반송되었는지 문의를 하고, 소포가 사라져 잃어버려도 어쩔 수 없다며 생각을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좋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는 않지만 호스텔의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도 좋고, 여행의 추억들이 담긴 선물도 잘 도착해서 너무나 좋다. 이 정도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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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5일 / 맑음
예테보리
어젯밤 발생한 핸드폰 도난사건으로 뒤숭숭한 마음과 함께 몹시 피곤한 아침이다. "빌어먹을 도둑놈!"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9,74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446시간

 
핸드폰분실
 
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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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예테보리
 
예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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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기고 피곤함에 기절하듯 잠이 들었지만 늦은 시각 방문을 열고 드나드는 사람의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뭐냐? 이 시간에 매너 없이 시끄럽게."

피곤함 탓에 검은 남자와 한차례 눈이 마주쳤지만 시트를 끌어않고 등을 돌려 잠들었다.

마지막 문이 닫히고 블루투스로 연결된 라디오의 음악이 끊어진다. 한참 후 이내 잠들지 못한 체 라디오를 다시 켜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지만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이 보이질 않는다.

"에쉬, 뭐야?"

함께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고 핸드폰 도난 사실을 알린다.

"여기에 있던 흑인이 안 보이네. 그 녀석일 거야!"

여기저기 핸드폰을 찾아 침대를 샅샅이 뒤져봐도 없다. 다른 사람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봐도 이미 전원이 꺼진 상태다.

"젠장할!"

여행 중 언젠가는 핸드폰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신분증을 체크하는 북유럽의 호스텔에서 도난을 당한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새벽 늦게서야 잠이 들고, 하필 이런 날에 하늘은 전에 보지 못한 맑음이다.

8시, 숙소의 카운터가 열리고 직원에게 조용하게 핸드폰 도난을 알린다.

"아침이나 먹자."

숙소의 직원은 혹시 핸드폰을 훔쳐 간 남자가 흑인이냐며 묻고는 신분증의 사본을 보여준다.

"맞는 것 같다. 잠결에 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아침을 먹은 후 숙소의 직원은 경찰서에 가야 한다며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먼저 숙소를 하루 연장하고.

"이거 되게 어려운 미션이네."

"넌 자전거로 2만km를 여행한 사람이잖아. 문제없을 거야."

일단 프레스뷔런 편의점에서 1일 교통권을 산다.

"트램을 이렇게 타보게 되다니."

난생처음 트램을 타고.

예테보리의 중앙역 광장으로 간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이게 뭐야!"

조금 쌀쌀하지만 북유럽에 와서 처음 맞는 맑은 날인데 이러고 있다.

토요일 휴일이라는 경찰서를 찾아간다.

한국에서도 갈 일이 없는 경찰서에 들어가 도난의 상황에 대해서 면담을 하고, 세 시간 후에 리포트를 받으러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는다.

"의미가 있을까?"

예테보리의 시내를 둘러볼까 생각하다 기운이 없어 그냥 숙소로 되돌아온다.

숙소의 친절한 알렉산드라 할머니는 원두커피가 좋다며 커피 메이커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그러고 보면 한 줄 아는 게 없다."

그리고 잘 말린 텐트를 가방에 담아 건네주는 알렉산드라.

컴퓨터를 꺼내어 무엇부터 정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은행? SNS? 막막하다."

숙소의 사람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좋다. 쉥겐기간의 압박이 없다면 아주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든다.

3시, 경찰서로 다시 찾아가 사건의 리포트를 받아온다.

"힝. 다 스웨덴 말이네."

예테보리는 다른 북유럽의 도시들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항구 도시인 예테보리는 우리의 울산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뭔가 어지러운 것 같지만 이색적이다.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작은 도시의 오래된 트램이 아니라서 작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 느낌이다.

딱히 승차권을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여러 개의 단말기와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기기가 놓여있을 뿐이다.

어제의 중국식 뷔페로 간다. 배가 많이 고픈 것은 아니지만 기운이 없을 땐 고기가 최고다.

"고기 먹고 힘내자."

자전거를 안 타니 두 접시에 배가 부른다.

"별일 아니잖아. 언젠가 잃어버릴 것이라 생각도 했고."

숙소에 돌아오니 모두들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본다.

"그냥 서류 한 장 받았어. 내일 핸드폰을 새로 사야 할 것 같아."

요즘 유럽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이라 저렴한 가격에 핸드폰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은행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고, 타은행 인증서도 모두 등록을 다시 한다. 핸드폰 인증이 안되어 걱정을 했지만 해외체류 확인 메뉴가 있어 휴대폰 인증 없이 쉽게 해결을 한다. 다행이다.

"내일 핸드폰을 사고, 유심카드를 사서 카카오톡을 연결한 다음 왓츠앱, 위챗, 카카오뱅크를 해결하고 모레 떠나자."

중저음의 목소리가 너무나 멋진 스포레(Sporre) 아저씨가 내일 함께 핸드폰을 사러 가자고 하신다.

"예테보리의 하루는 정말 잊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Hisingen Hostel의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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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4일 / 맑음
닉코르나-예테보리
스웨덴의 대도시 예테보리로 들어간다. 축축하게 젖어 얼어있는 몸을 녹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따듯한 샤워가 하고 싶다."


이동거리
75Km
누적거리
19,749Km
이동시간
6시간 12분
누적시간
1,446시간

 
추워
 
춥다고
 
 
 
 
 
 
 
54Km / 3시간 50분
 
21Km / 4시간 22분
 
닉코르나
 
쿤갤프
 
예테보리
 
 
1,13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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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새벽의 한기에 잠이 깬다. 젖은 침낭이지만 체온으로 덥혀지면 따듯하게 보온이 되는 침낭인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춥지?"

텐트를 열고 밖을 보니 하얗게 눈이 쌓여있다. 어젯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바뀌어 내렸나 보다. 비에 젖은 텐트는 얼어붙어 눈으로 덮여있다.

"완전히 얼었네."

얼어붙은 자물쇠와 텐트의 폴대를 라이터로 녹여 정리를 하느라 꽤나 애를 먹는다.

눈이 내리고 하늘이 열려있다.

"정말 해가 뜬 거니?"

아침의 태양을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기온은 떨어졌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정말 상쾌한 기분이다.

눈이 쌓인 차가운 도로를 달린다. 비에 젖은 것들이 얼어버리며 변속기와 브레이크마저 제어가 안된다.

"괜찮아. 비를 맞는 것보다 낫잖아!"

습기가 차오르는 비닐봉지를 버리고 시린 발에 양말 한 켤레를 덧신는다. 어쨌든 추위는 해결할 수 있지만 비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다.

예테보리를 향해 달려간다.

"왜 이렇게 지치지?"

가능하다면 잠시 시간을 두고 머무를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예테보리가 가까워지며 마을들의 모습도 조금씩 커져가고.

길을 헤매는 빈도도 늘어간다.

예테보리의 실루엣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오래된 이면 도로를 따라 시내로 진입한다.

강을 건너는 자전거 도로가 막혀있다.

"뭐냐?"

주위를 살펴보니 새로 생긴듯한 다리가 보이고, 다리의 측면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다행이네."

도시의 실루엣 너머로 저녁노을이 피어오른다.

"정말 오랜만이네. 좋다!"

초원을 달리며 매일처럼 마주하던 붉은 석양빛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가까이 있어 좋은 것들은 늘 이렇다. 없어지고 나면 너무나 사무치거든. 너처럼.."

잠시 복잡한 시내 한가운데에서 방향감을 잃었지만 숙소에 도착한다. 꽤나 깔끔하고 괜찮은 호스텔이라 숙소의 간판을 한 번 더 확인한다.

분위기가 좋은 호스텔이다. 젊은 여행자들은 없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다.

숙소의 직원에게 텐트를 말리고 싶다고 하니 텐트를 물로 씻어내 주고 건조대에 말려준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런 만남의 즐거움이 좋다. 기숙사식의 대형 호스텔이나 어린 친구들이 복잡한 호스텔은 너무 삭막하고 재미가 없다.

미리 검색해둔 중국식 뷔페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해결한다.

90크로나의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들지만 고기 요리가 많은 중국 메뉴라 더 좋다.

야무지게 한 접시를 채워 순식간에 비워내고.

크게 세 접시를 비우고서야 콜라를 집어 든다.

"역시 중국 음식이 배불러!"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사람들이 가득 찬 뷔페에서 한식은 세계적인 메뉴가 될 수 없는지 아쉽고, 터무니없이 비싼지 의문이 든다.

숙소로 돌아와 짐들을 정리하고.

앞 침대의 노신사는 숙소 관리를 하는 알렉산드라 할머니에게 나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지 텐트를 말리는 것과 함께 자전거를 숙소 내부로 넣어두라며 도움을 준다.

오슬로를 출발하여 꽤나 힘들게 지나온 것 같은데 헬싱보리까지 260km나 남아있다.

"왜 거리가 안 줄어드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의 북유럽 여행도 몽골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 더 여운이 남는 그런 여정일 것 같다.

"북유럽의 숲은 정말 좋았었지.."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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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3일 / 흐림
나베르스타드-닉코르나
스웨덴의 두 번째 여행, 예테보리를 지나 헬싱보리로 갈 생각이다. "제발, 비 좀 그만와라."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9,674Km
이동시간
6시간 01분
누적시간
1,440시간

 
165도로
 
E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나베르
 
우데발라
 
릭코르나
 
 
1,058Km
 
 

・국가정보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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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숲은 너무나 좋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싱그럽다.

싸늘한 비는 계속되지만 상쾌한 굿모닝을 거를 순 없고.

여름철 북유럽의 숲이 궁금하다.

"얼마나 좋을까?"

숲에서 나오니 비의 양이 제법 많다. 양말과 장갑 위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출발을 한다.

예테보리까지 150km 정도의 거리, 오늘 최대한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싶다.

"80km는 가야 할 텐데."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도로를 따라 20km를 달리고 어제의 목적지였던 마을의 슈퍼에서 빵을 사 들었다.

"10개는 먹을 수 있는데."

비에 젖은 몸에서 냉랭한 한기가 시작된다.

지쳐가는 페달링과 함께 체인 트러블도 심각해지고, 어쩔 수 없이 1단으로 떨어뜨리고 길을 이어간다.

40km 정도를 지났을 때 폴란드 자전거 커플을 만났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다.

"부럽네."

춥고 지쳐있으니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비닐봉지를 씌운 양말이 땀에 젖어들며 발끝이 시려온다. 비에 젖나 땀에 젖나 똑같지만 비에 젖어 첨벙거리는 것보다는 낫다.

"정말 지겹게도 오르내리는구나."

2시 반, 오늘의 일차 야영지로 생각했던 작은 도시에 들어선다.

"좀 더 가도 되겠는데."

이리저리 사라지는 자전거 도로를 찾아가며 시내를 벗어난다.

여러 갈래로 나뉘지는 갈림길, 어느 길을 선택할지 잠시 고민을 하고.

"조금 돌더라도 큰 도로를 타고 갈까, 해안을 따라서 가 볼까?"

바다도 구경할 겸 해안가의 길을 선택한다.

평평한 해안 도로를 기대했는데 예쁘게 꾸며진 작은 공원의 산책로가 나온다.

해안 절벽을 따라 나무테크의 산책로가 이어지고.

아주 작은 모래사장의 해수욕장도 나온다.

"캠핑 자리로 딱인데."

길은 계속해서 산책로를 따라간다.

"10km나 남았는데, 너무 한가롭네."

다시 숲속의 작은 길이 이어지고, 오르막도 계속된다.

"그만. 오늘은 그만!"

4시가 되고 해는 떨어진다. 어두운 자전거 도로를 달려 이차 목적지인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지는 마을을 벗어난다.

"분위기 참 좋네."

마을을 벗어나자 가로등이 없는 도로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도로변의 공터로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젖은 텐트를 치고 거두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네."

오늘 하루 80km를 이동해서 예테보리까지 70km 정도가 남았다.

예테보리의 숙소를 예약하고 젖은 침낭을 끌어당긴다.

"내일은 뽀송뽀송하게 잘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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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02일 / 흐림
사릅스보르그-할렌-스웨덴 나베르스타드
짧은 노르웨이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스웨덴으로 넘어간다. 생각하지 못한 극야현상과 계속되는 비로 인해 유럽의 체류기간인 쉥겐기간을 많이 소모하고 만다. "햇볕이 그립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19,591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434시간

 
22도로
 
165도로
 
 
 
 
 
 
 
52Km / 3시간 40분
 
14Km / 1시간 43분
 
사릅스
 
국경
 
나베르
 
 
282Km
 
 

・국가정보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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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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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콜, 1기가 75크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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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싸늘한 아침이지만 고요한 숲은 너무나 좋다. 출발을 서둘러야 하지만 체온으로 따듯하게 덥혀진 침낭에서 벗어나고 싶지가 않다.

시간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킨다.

"아, 오늘도 비!"

한적한 118 도로를 따라가고 15km를 달려 스웨덴 국경으로 가는 갈림길을 마주한다.

"바로 국경이기는 한데, 이후 도로가 명확하지가 않아!"

작은 도로들을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이 좋지만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이 있다. 쉥겐기간 때문이다.

경로를 바꿔 국경의 도시 할렌으로 향한다. 해안선의 도로들이라 산을 넘어가는 구간이 계속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는 편안함이 있지만 체인 트러블이 갈수록 심해져 언덕을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작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 너무나 조용한 맵스미, 지도를 확인하니 길을 지나쳐 가고 있다.

"너 수줍음 타냐? 왜 말을 안 해?"

잠시 길을 돌아 할렌시청 앞에서 쉬어 간다. 강변의 높은 산 위로 오래된 성곽의 모습이 보인다.

"어쩐다니,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기 시작하네."

자작나무를 깎아 만들어 놓은 루돌프와 눈사람 모형이 친근하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좋아!"

"자식, 스키를 타네."

국경으로 항하는 22 도로로 가기 위해 작은 다리를 천천히 건너는 동안 뒤편에서 여자 한 명이 따라붙는다.

"하이."

할렌시의 신문자 기자라며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한다.

"시간은 괜찮은데, 내가 영어가 짧은데."

여기자는 여행에 대해 질문들을 한다.


"왜 여행을 하죠?"

이 질문은 한국어로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냥 삶이 지루해서.."

다리 위에 서서 30분가량 질문에 대답을 한다. 원활한 회화가 안되니 알아서 잘 듣고, 알아서 기사를 쓸 것이라 생각한다.

"Xavi fra Sør-Korea skal sykle jorda rundt – la inn et stopp i Halden" -Halden Arbeiderblad


어쨌든 부지런한 기자와 즐거운 인터뷰를 끝내고 22번 도로를 찾아간다. 길은 산 위의 성벽을 돌아 올라간다.

"설마 이곳을 올라올 줄이야."

산과 고개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산을 오르고 오른다. 그리 경사도가 가파른 산들은 아니지만 조금씩 지쳐간다.

국경까지 12km 정도를 남기고 천천히 내리막길이 시작되지만 페달링은 경쾌하지 않고, 비에 젖은 몸은 피곤함이 시작된다.

"다 온 것 같은데."

나무향이 좋은 작은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하기 바쁘다.

"배도 고프고."

스웨덴의 국경까지 4km 정도가 남았다.

국경으로 가는 도로변에 작은 폭포가 있는 공원을 지난다. 계속해서 비가 오는 날씨에 폭포에서 떨어지는 유수량이 풍부하고 거칠다.

아주 작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경이 나타난다.

"다시 왔다. 스웨덴."

국경과 함께 노르웨이 22번 도로의 노란 중앙선이 사라지고, 밋밋한 스웨덴의 165번 도로가 이어진다.

비슷한 모습이지만 스웨덴의 숲이 노르웨이의 숲보다 더 풍성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진다.

작은 호수를 따라 조용한 도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많이 못 왔네."

산들과 고개를 넘어오느라 60km 정도의 거리만을 달려왔다.

"쉬자. 오늘은 정말 피곤하다."

3시, 도로변 첫 번째 슈퍼마켓까지 이동을 하고.

"통닭 없나?"

작은 규모의 시골 슈퍼마켓이라 기대는 없었는데, ICA 체인점이라 그런지 통닭이 있다.

"따듯한 건 없나?"

전자렌지로 덥혀야 하는 제품이지만 식은 통닭도 괜찮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가끔씩 읍내의 시장에서 기름에 튀긴 통닭을 사다 주시곤 했다. 노란 종이에 싸여 담긴 치킨 조각들은 대부분 따듯하게 먹기보다 고방에 넣어두고 기름이 밴 종이가 갈색으로 변하는 동안 조금씩 꺼내어 여러 날이 지나도록 나누어 먹었었다.

서울로 전학을 오고 기름에 갓 튀긴 따듯한 통닭과 달콤시큼한 무, 마요네즈 케찹에 버무려진 양배추 샐러드의 맛에 반하기도 하고, 달콤한 양념통닭의 환상적인 맛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었고.

대학에 들어갈 때쯤 KFC를 먹기 위해 종로의 매장까지 친구들과 걸어가 색다른 인테리어와 주문 방식에 수줍은 주문을 하고, 두툼하고 바삭한 치킨의 첫 맛과 향에 충격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통닭은 크게 조각내어 튀겨진 시골 장터의 치킨, 반 건조되는 동안 꺼내 먹던 식은 통닭의 맛은 지금까지 나에게 최고의 맛이다.

가끔씩 통닭을 먹다 일부러 남긴 후 하루나 이틀 뒤에 먹어보기도 하지만 요즘의 통닭들은 그냥 눅눅해지거나 메말라버려 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동전 지갑에서 10크로나를 찾아 따듯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역시 스웨덴이 훨씬 저렴하네."

스웨덴의 물가도 비싼 편이지만 무지막지한 노르웨이에서 넘어오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

"여기 로또나 사 볼까? 여행 중에 로또에 당첨된 여행자의 뉴스 토픽을 본 것도 같고."

슈퍼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가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숲으로 들어간다.

"정말 좋은 숲들이야!"

푹신한 숲에 텐트를 펼치고 통닭으로 저녁을 한다.

"무.. 통닭은 무맛인데."

덴마크로 가는 일정이 계속 늦어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일은 또 어디까지 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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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01일 / 흐림
베스트비-사릅스보르그
계속해서 축축한 비가 내린다. 비에 젖어있는 모든 것이 힘들다. "북유럽의 겨울은 정말 힘들어!" 


이동거리
75Km
누적거리
19,525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428시간

 
151도로
 
112도로
 
 
 
 
 
 
 
20Km / 1시간 30분
 
55Km / 4시간 21분
 
베스트비
 
모스
 
사릅스
 
 
216Km
 
 

・국가정보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경보 
-
・언어/통화 
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마이콜, 1기가 75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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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026-3544

 
내리고 또 내린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매일처럼 비가 내린다.

다행히 상온의 기온이라 얼지는 않지만 젖은 몸으로 파고드는 한기는 정말 어렵다.

여명과 함께 출발을 해보려 했지만 아침 침낭의 따듯함에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다.

10시가 되기 전 오늘의 라이딩을 출발한다.

118 메인도로의 측면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모스까지 복잡하지 않고 편하게 이어진다.

"국경까지 90km, 부지런히 가자."

어제의 목적지였던 모스에 도착한다.

주변의 호숫가를 따라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생각보다 쉽게 모스의 시내를 벗어나고 출출함이 밀려온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하며 국경까지의 경로를 재확인한다. 잠시 방심하며 흙길에서 몸부림을 쳤던 어제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아, 비 정말 그만 왔으면 좋겠다."

작은 마을들을 들어서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회전 교차로로 이어지는 북유럽의 도로에서 방향을 잡기가 꽤 어렵다. 좌우 회전을 무한 반복하는 몹쓸 구글맵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켜면 지도를 보며 따가가면 쉽지만 배터리를 아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도로의 좌우로 바뀌며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 오히려 자전거 도로가 없는 구간의 라이딩이 더 편하다.

국경 근처의 마지막 도시 사릅스보르그에 도착하기 전 시내를 가로지르는 118 도로를 벗어나 외곽으로 돌아가는 112 도로를 따라간다.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조용한 마을들이 이어진다.

호숫가 마을들의 풍경도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사릅스보르그의 외곽을 따라 시내를 쉽게 벗어나는듯싶었지만 오늘도 길을 헤매고 만다.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저 높은 교각 위의 다리를 어떻게 올라가라는 말이지?"

주변을 둘러봐도 강을 건너는 다리는 높은 교각의 다리뿐이다.

가끔씩 좌우 회전을 거꾸로 안내하는 구글맵 때문에 길이 더 헤깔린다.

"닥쳐!"

안내 볼륨을 꺼버리고 지도를 확인하며 교각의 밑으로 이동하니 거대한 교각의 측면으로 자전거 도로가 나타난다.

"설마 이런 방법으로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을 넘는 높은 다리의 하부 측면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다.

강을 건너자 강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로 길이 이어진다. 강을 넘으며 잠시 길을 헤매는 사이 3시가 가까워진다.

3시, 저녁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오늘도 모든 것이 젖어들었다. 차가운 비, 축축히 젖은 몸, 길 찾기가 쉽지 않은 자전거 도로, 비싼 물가, 너무 일찍 찾아드는 어둠.

"북유럽의 여정, 정말 어렵다."

3시 반, 국경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마을에 들어선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조금 더 많은 빗줄기가 내린다.

슈퍼에서 2개에 99크로네로 할인을 하는 초밥세트를 큰맘 먹고 집어 든다.

"밥 좀 먹자."

조리식품을 팔지 않는 노르웨이의 슈퍼마켓은 고소한 빵 냄새만 좋다.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마을을 벗어나 도로변 숲에 텐트를 펼친다.

비 내리는 어두운 숲의 바닥은 풍성한 이끼들로 푹신푹신하다. 비에 젖은 풀숲이나 물이 고인 밀밭에 비하면 습기가 덜 올라와서 좋다.

비에 젖은 손등에서 하얀 김이 연기처럼 피어올라 사진조차 찍을 수 없다.

비에 젖은 바지와 양말을 벗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아직은 축축함이 적은 침낭이라 다행이지만 예테보리까지 2~3일이 소요될 텐데 걱정이다.

"장갑과 바지가 문제네."

슈퍼에서 사 온 초밥은 냉장보관을 한 것이라 쌀알들이 제각각 입안을 돌아다닌다. 괜히 할인을 하는 것은 없나 보다. 고추냉이와 간장 맛으로 그럭저럭 만족한다.

"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노르웨이의 여행이 끝나간다. 눈이 쌓인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따듯한 날씨에 비에 푹 젖은 여정이었다.

흐린 날씨 탓에 멋진 풍경을 마음껏 보지 못한 짧은 여정이었지만 잠시 머물다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시간이 다시 주어진다면 북부 지역의 숲을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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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7일 / 흐림
비요르켈라겐-릴레스트룀
스웨덴에서 노르웨이로 산길을 넘어온 피곤함이 있지만 문제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내리는 차가운 겨울비다. "오슬로로 가자. 춥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9,377Km
이동시간
4시간 59분
누적시간
1,413시간

마이콜유심
나는누구
30Km / 2시간 10분
38Km / 2시간 49분
비요르켈
월스모언
릴레스트
68Km

・국가정보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경보
-
・언어/통화
노르웨이어, 크로네(1크로나=1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마이콜, 1기가 75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7-9026-3544

정말 끝임 없이 내린다. 징그러운 비와 습기다.

6시 반부터 시작된 알람 소리에 항복을 하고 침낭 밖으로 기어 나온다.

"오슬로까지 그냥 오늘 갈까?"

비에 젖어있는 모든 것이 싫지만 숙소를 예약하려면 먼저 유심카드를 사야 한다. 와이파이를 찾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검색을 하다 보면 이래저래 저녁이 되고 말 것이다.

"3시부터 시작되는 저녁은 여행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아침 일찍 깨었지만 여명이 시작되고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니 어차피 9시가 되기 전 시간이다.

"일단, 첫 번째 마을에 가서 유심칩을 사자."

15km 정도의 거리를 달려 노르웨이의 첫 번째 마을에 들어선다.

"동네 이름 참.."

스웨덴처럼 편의점에서 유심카드를 판매할 것 같아 첫 번째 매장으로 들어간다.

"어, 여긴 슈퍼마켓이네."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어디서 유심칩을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파이를 검색하니 하나가 잡힌다.

"빙고!"

생일 메시지를 먼저 보내고 안도한다.

노르웨이의 유심카드를 검색하니 Telia와 Mycall이 검색되고, Mycall 유심카드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주변을 검색하니 마을을 벗어나기 전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다.

"오케이."

주유소의 편의점에 도착.

따듯한 매장으로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

"찬국이네."

"유심카드 있어요?"

"네, 마이콜을 찾으시나요?"

"네!"

유심카드 49크로네, 데이터 1기가 75크로네다.

"와, 진짜 비싸다."

유심카드를 교체하고 세팅을 하려니 뭔가 방법이 특이하다.

Til 06160으로 이름과 퍼스널 넘버를 보내라고 적혀있다.

"이름은 알겠는데 퍼스널 넘버가 뭐야?"

이리저리 두 번의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 경험상 유심카드가 활성화되면 통신사에서 줄기차게 안내 문자가 수신되는데 말이다.

카운터의 직원에게 퍼스널 넘버 뭐냐고 묻자 유심카드의 코드를 가리킨다.

"이게 아닌데, 너네도 모르는구나!"

아무리 봐도 퍼스널 넘버는 노르웨이 아이디 번호를 말하는 것 같다.

유심카드의 포장에 퍼스널 넘버가 없는 사람들이 작성하는 양식이 한 장 첨부되어 있고, 내용을 작성하여 샵에 제출하라고 적혀있다.

"이거군!"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적고 카운터의 직원들에게 설명서를 보여주니 잠시 상의를 하더니 서류를 들고 사라진다.

잠시 후 서류를 들고 갔던 여직원은 방긋 웃으며 서류를 건네준다.

"조금만 기다리면 돼."

문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주문한 햄버거의 가격을 물어보니 159크로네라고 대답한다.

"159? 아니 뭔 햄버거가 2만원이나 해!"

핀란드에 들어서며 높은 물가에 억 소리가 났는데, 노르웨이에 오니 턱이 빠질 지경이다.

통신사 메시지가 오고,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설치한 후 유심카드의 활성화를 확인한다.

"일단, 오케이."

유심카드를 사느라 1시간 반을 소모했다. 따듯한 매장 안에 있으니 비 내리는 밖으로 나가기도 싫고, 배도 고프다.

작은 햄버거를 99크로네에 주문하고, 어이없게 비싼 햄버거로 아침 겸 점심을 한다.

"정말 살 떨리는 물가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12시가 되어 오슬로를 향해 출발한다. 아침보다 거센 빗방울이 떨어진다.

차량들이 흩날리는 물보라와 빗방울을 콤보로 맞으며 길을 따라간다.

첨벙거리는 신발과 천천히 젖어들어 너무나 차가워진 장갑 그리고 축축한 옷과 몸, 정말 끔찍하다.

"눈을 내려라. 이놈들아!"

오슬로의 위성도시 릴레스트룀에 들어서며 도로는 고속도로로 바뀌고, 도로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선다.

"이 마을은 삼지창!"

차가운 비는 하루 종일 계속해서 내린다.

"춥다. 춥다고!"

슈퍼마켓을 찾아 복잡한 시내 도로를 헤매는 사이 오늘도 어두워진다. 식빵과 콜라, 소시지만 사 들어도 2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미친다."

근처의 공원을 찾아 페달링을 서두르고, 비싼 콜라는 바닥에 떨어져 분수쇼를 펼치고, 손과 발은 너무나 시리다.

텐트를 치고 침낭을 꺼내어 덮어도 젖은 침낭은 쉽게 온기가 차오르지 않는다.

커피를 끓이기 위해 덜덜거리는 몸으로 애를 쓰고, 따듯한 커피를 마셔도 그때뿐이다. 억지스럽게 저녁을 해결하고 젖은 침낭을 끌어당긴다.

"침낭이 몸을 덥혀주는 건지, 내가 침낭을 말리고 있는 건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냐?"

숙소를 예약하고, 내일의 경로를 확인한다.

"에쉬! 값싼 스시뷔페도 없고, 뭔 뷔페가 250크로네나 하냐!"

값비싼 노르웨이 음식은 가격을 떠나 새똥만큼 주는 양이 문제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고기가 있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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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6일 / 흐림
아르비카-노르웨이 비요르켈란겐
내심 기다렸던 늑대는 나타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던 비는 다시 시작된다. 노르웨이의 국경을 넘어간다. 


이동거리
58Km
누적거리
19,309Km
이동시간
5시간 18분
누적시간
1,408시간

 
산길
 
21도로
 
 
 
 
 
 
 
51Km / 4시간 40분
 
7Km / 0시간 38분
 
아르비카
 
국경
 
비요르켈
 
 
516Km
 
 

・국가정보 
스웨덴, 스톡홀름
・여행경보 
-
・언어/통화 
스웨덴어, 코로나(1크로나=13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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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칩 
COMV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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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46-8-5458-9400

 
단 하루 만에 모든 것들이 젖어든다. 따듯한 햇볕이 정말 그립다.

내심 기다렸던 늑대는 보이질 않았고, 멀리서 들려오는 우렁찬 계곡물소리와 텐트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전부였다.

몽골에도 늑대는 있고, 러시아에도 곰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 시끄러운 동네까지 내려올 것 같지도 않고, 인간의 환경에서 먹이를 뒤적이며 생존하려는 놈이라면 그리 무서울 것 같지도 않다.

"뒷처리는 깔끔하게."

오슬로까지 130km, 노르웨이의 국경까지는 50km 정도가 남았다.

"국경만 넘자."

계속되는 비와 짧은 일조시간이 60km의 거리도 부담스럽게 만든다.

숲을 벗어나자 빗줄기가 제법 굵고 세차다. 바지와 양말 한 겹을 벗고, 레인팬츠로 갈아입는다.

오늘과 내일, 길게는 모레까지 빗속을 달려야 하니 조금 쌀쌀하더라도 비에 젖지 않은 옷들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길은 산들을 향해 이어진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스칸디나반도의 좌우를 나누는 산맥의 끝자락이니 높지는 않겠지만 여러 고개를 넘아야 할 것이다.

크고 작은 계곡과 호수를 지나치는 사이.

이미 온몸은 땀과 비로 젖어버렸다. 정말 싫은 축축하고 냉한 느낌이다.

부지런히 고개를 넘고, 구글맵은 기어코 비포장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아, 오늘은 이 느낌 아닌데."

지도를 확인하니 포장도로는 멀리 우회를 하는 것 같고, 비포장도로는 길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이다.

"마을만 지나면 포장도로가 나오겠지. 설마?"

쓸데없는 바람은 언제나 여지없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로 몇 개의 산을 넘는 동안 몽골 이후 오랜만에 끌바를 하며 몸부림을 친다.

풍성한 이끼가 뒤덮은 산골의 집과.

호숫가의 한적한 집과.

작은 강변의 고요한 집들을 삐걱거리는 체인소리와 삑삑거리는 브레이크 소음으로 요란스레 지나친다.

어제 윤활을 하여 부드럽게 움직이던 자전거는 흙길의 모래흙들이 묻으며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변속의 움직임을 포기한다.

10km 정도의 산길이 마지막 끌바와 함께 끝나고.

냉랭해진 몸으로 한기가 시작될 때 도로변 작은 마을의 슈퍼가 보인다.

빵과 콜라 그리고 바나나를 집어 들고.

물을 먹은 스펀지처럼 눅눅한 장갑을 벗고, 예비 장갑으로 교체한다.

"넌 내일도 사용해야 해."

비닐봉지와 노란 고무줄로 방수커버를 만든다.

"중국의 기모 고무장갑이 아쉽다."

국경까지 15km 정도는 편할까 싶었는데, 마지막은 다시 숲을 향해 들어간다.

빗물에 젖은 축축한 흙길의 끈적임이 느껴진다. 하지만 싱그러운 침엽수의 숲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의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숲속의 간소한 이정표 하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경이다.

"노르지?"

이정표의 뜻을 알아보려 번역기를 실행시키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야! 나 아직 국경 안 넘었다."

"몰라. 너 노르웨이 국경!"

노르웨이의 첫 번째 지역은 가재다.

"뭐라고 읽는 거야? 아우르스콕 홀랜드? 아놔, 넌 가재!"

노르웨이의 산길을 마저 내려오고 21번 도로를 마주한다. 4시가 가까워지며 이미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21번 도로를 벗어나 야영을 하려던 생각을 포기한다. 갓길이 없는 도로, 비 그리고 어둠 속에서 너무나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춥고, 물가가 비싸 배고파도 아무 곳에서나 캠핑을 해도 편안한 느낌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축축함은 어떻게 할 거냐!"

오슬로까지 75km가 남았다. 몽골만큼이나 힘든 여정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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