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5일 / 흐림
파이미오-투르쿠-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의 마지막 여정, 핀란드의 북부로 향하던 일정은 극야와 좋지않은 날씨로 인해 포기하고 투르쿠에서 페리를 타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48Km
누적거리
18,793Km
이동시간
5시간 33분
누적시간
1,362시간

 
도로
 
페리
 
 
 
 
 
 
 
48Km / 5시간 33분
 
261Km / 0시간 00분
 
파이미오
 
투르쿠
 
스톡홀름
 
 
403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싱그러운 숲속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고요한 아침이다.

"그래도 비는 싫은데."

눅눅해졌지만 따듯한 온기가 있는 침낭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어젯밤 출출함으로 남은 비상식들을 모두 먹어버려 아무것도 없다. 커피를 끓여 몸을 녹인다.

10시 10분, 30km 정도 남아있는 투르쿠를 향해 이슬비가 내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레인 팬츠를 꺼내 입었지만 젖어드는 신발과 장갑은 어쩔 수가 없다.

"조금 더 추워도 좋아. 눈을 내려라!"

20km를 달리고 투르쿠 주변의 마을들이 연이어진다.

러시아 국경에서 산 골라 먹는 과자들로 허기를 채워보고.

"좀 더 사 올 것을 그랬다."

투르쿠의 경계를 지난다.

"뭔가 형이상학적 문양이군."

오래된 고목들이 잘 정비된 핀란드스러운 깔끔한 도시의 풍경이다.

"아, 추워."

손과 발이 완전히 젖어 얼어붙는 느낌이다.

시내의 중심으로 들어서자 아주 오래된 투르쿠 성당이 나온다. 핀란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답게 중세 시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오긴 왔는데, 몸이 언다."

일단은 스톡홀름으로 가는 배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아우라강을 따라 항구로 향한다.

수로와 같은 아주 작은 강변에는 수상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 제법 있다.

몇 개의 다리를 지나치고 구글맵은 갑자기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고 안내한다.

"페리? 이 작은 강에 페리라니!"

엉뚱하게 페리를 타라는 구글맵을 타박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할머니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강변으로 내려간다.

건너편을 보니 작은 배가 천천히 할머니가 서 있는 선착장으로 다가온다.

"아하. 이런 거!"

"요금이 있나?"

산책을 나온 여성에게 무료인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북유럽!"

투르쿠 성당에서 작은 선착장까지 오는 2km 정도의 강변 산책로에 5개가 정도의 다리가 있고, 그중에는 작은 아치형의 인도교들도 있었지만 작은 화물선으로 강을 건널 수 있게 해놓으니 마치 작은 이벤트처럼 재미있다.

"중국에서는 요금을 받았는데, 역시 북유럽이야."

항구로 가는 길, 배와 관련된 박물관이 있는지 멋진 범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그리고 커다란 소국 모형의 조형물.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꽃이야."

많은 꽃들 중 소국을 가장 좋아한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형형색색의 작은 꽃망울과 진한 향기가 너무나 좋다.

가끔씩 소국 한 다발을 사들고,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건네주기도 했었다.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기쁨이나 뜻밖의 작은 선물에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이 좋아서라기 보다 길을 걷다 발견한 소국을 사 들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행복감을 주었다.

"소국 한 다발을 사고 싶을 때가 다시 올까? 그저 그래서, 날이 좋아서, 하늘이 흐려서,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아서, 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냥 꽃 한 다발을 사 들었다."

투르쿠 항구에 도착해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여객선의 터미널을 찾았다.

"SILJA, J는 묵음 같은데 실아?"

도착한 터미널은 문이 닫혀있다. 하루에 두 번씩만 입출항을 하는 노선이라 그 시간 때에만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구글에 정보를 올려놓든지 하지!"

어젯밤 검색해 놓은 초밥 뷔페로 점심을 먹기 위해 되돌아간다. 핀란드 사람들은 초밥을 좋아하는지 작은 도시 투르쿠에도 초밥집이 다섯 군데 정도가 검색된다.

"초밥은 양이지! 일식집 특선보다 뷔페 음식이야."

"너는 인어의 꼬리냐? 분수대냐?"

아우라강변에는 작은 조형물들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다.

다시 강을 건너는 재미있는 배를 타고.

초밥 뷔페에 도착, 여기도 가게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1시 반, 늦은 점심시간인데 빈 테이블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핀란드에서 초밥집을 해야 하나?"

특별히 고급 진 초밥은 없지만 회의 상태는 나쁘지 않고, 12.5유로의 가격도 핀란드 물가를 생각하면 꽤 저렴한 것 같다.

헬싱키의 초밥집과는 다르게 중식 스타일의 메뉴가 놓여있다.

"오, 고기다!"

"자, 시작!"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 초밥과 중식 메뉴를 끊임없이 흡입한다.

"이럴 땐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

여섯 접시를 비우고서야 테이블에 놓인 냉수를 마신다.

"헬싱키처럼 콜라만 있으면 두 접시 더 가는 건데, 아쉽다."

3시가 되어간다. 2시간의 빈 공백을 어디에서 보낼까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온다.

식당 근처에 교회가 있어 찾아간다. 투르쿠 성당과 함께 두 곳의 오래된 성당이 더 있지만 비에 젖어 한기가 든 몸은 2km의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배를 채웠으니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려야지."

들어선 교회에는 합창 공연이 있는지, 아이들을 비롯해서 여러 팀들이 리허설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청아한 합창소리와 아이들을 챙기는 보호자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있지만 너무나 좋다.

천사와 같은 목소리로 세 번의 합창 연습을 하고 돌아온 꼬마 아이들은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청아한 노랫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느른한 졸음이 부드러운 합창 소리처럼 내려앉는다.

"천국이 따로 없네."

4시 반, 여객선 터미널로 되돌아가기 위해 교회를 나선다.

어둠이 내린 투르쿠의 강변은 별빛처럼 불빛들이 채워져 가고.

하루 종일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맞으며 항구로 향한다.

투르쿠 성의 모습,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야경이 더 괜찮다.

"참, 멋없는 건물이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10분 정도가 남아있어 문이 닫혀있다.

5시가 되기 전 터미널이 오픈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와는 달리 시간 개념이 확실한가 보다.

정확히 5시가 되고 터미널의 문이 열린다.

첫 번째로 여객선의 티켓을 구매한다.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금액보다 훨씬 비싼 요금이 청구된다.

"뭐지?"

홈페이지의 가격은 회원 특가의 금액이고, 두 타입의 저가형룸 중에서 조용하다는 룸을 선택했는데, 자전거 화물비용 10유로를 포함하여 75유로가 나온다.

"그럼 그렇지. 이상하게 싸더라! 페리전용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걸."

티켓 창구에서는 승선권을 주지 않고 예약확인서만을 출력해 주며, 자전거는 터미널 밖으로 나가 자동차 체크인 구역으로 가라며 설명을 해준다.

2층 승강장에서 몸을 녹이며 시간을 기다린다.

"넌 컨셉이 뭐냐?"

승선 1시간 전, 7시가 되어 승용차의 체크인 구역으로 이동하고.

검문소에서 예약확인증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건네준다.

안내 직원의 설명대로 가지런히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의 측면으로 들어가.

여객선이 정박하기를 기다린다.

여기저기 여행자들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오늘은 나 혼자야."

20여 분 후 거대한 여객선이 정박을 하고.

다시 20분 동안 배 안에서 차량들이 쏟아져 나온다.

"괜히 일찍 나왔어. 어차피 자전거는 일 순위인데."

첫 번째 차량과 함께 가장 먼저 여객선의 화물칸으로 들어간다.

국내 여객선의 시스템과 같은 형태라 익숙하다.

배의 끝부분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반대편 출구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자전거용 컨테이너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별거 없다.

"실망인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입구를 찾고.

"10층까지 있네."

저가형 룸들은 객실의 가장 저층인 3층이다.

끝이 없는 복도에는 이제 막 떠난 손님들의 뒷정리를 하느라 직원들이 바쁘게 청소를 하고 있다.

"이 방이군. 어라, 1인실이네!"

저가형룸의 두 타입 중 조용하다는 설명만 덧붙여 있던 B타입은 1인실인가 보다.

"홈페이지 정보가 엉망이네. 어쩐지 비싸더라."

전기 콘센트는 기본이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까지 별도로 갖춰져 있다.

"어, 3인실은 이렇구나."

"뭐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쉬자."

샤워를 하고 배 안을 구경하려고 나왔지만 국내 여객선과 큰 차이는 없다. 우리처럼 여러 명이 사용하는 공용룸이 아니라 개별 룸으로 이루어진 탓인지 편의 시설의 다양함은 국내 여객선이 더 많다.

국제선이다 보니 면세품 마켓이 넓게 들어서 있고, 카지노와 레스토랑이 편의 시설의 전부다.

기본 물가가 비싼 탓에 면세품이지만 가격이 높다.

큰맘을 먹고 추위를 견디게 해줄 보드카 한 병을 사 들었다. 앱솔루트 블루 1리터 180크로나, 대략 2만원 정도 하는가 보다.

출렁임의 느낌도 없는 여객선, 와이파이는 유명무실 접속이 잘 안된다.

유럽의 경로를 확인하느라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6시에 어떻게 일어나지? 걱정이네!"

짧은 핀란드 여행을 마치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간다. 보고 싶었던 오로라는 볼 수 없게 됐지만 캐나다 여행이 남아 있으니 문제는 없다.

추위와 높은 물가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정말 마음만은 편안한 핀란드의 여행이었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4일 / 흐림
사우콜라-살로-파이미오
극야, 여름철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과 반대로 겨울철 해가 뜨지 않는 이상한 핀란드의 겨울이다. "하루가 짧아도 너무 짧아!"


이동거리
69Km
누적거리
18,745Km
이동시간
4시간 51분
누적시간
1,356시간

 
110도로
 
110도로
 
 
 
 
 
 
 
50Km / 3시간 10분
 
19Km / 1시간 41분
 
사우콜라
 
살로
 
파이미오
 
 
355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비는 멈추고, 뿌연 안개가 내려앉는다. 바람이 없는 포근한 겨울의 날씨다.

"하루 정도 쉬고 싶은데, 춥다."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해결하고, 10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이 어둡다.

"참 신기하다."

태요의 아내에게 핀란드의 짧은 하루에 대해 말하니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고 했다. 백야, 자고 일어나도 밤인지 낮인지 헷갈린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계속해서 어두워질 것이라고 한다.

11시가 다 되어 느긋하게 출발을 한다. 50~70km 정도만 이동하고, 내일 투르쿠로 들어갈 생각이다.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으로 쌓여있던 눈들은 깔끔하게 녹아내렸다.

작은 오르막들이 이어지는 110번 도로를 따라 편안하세 페달을 밟아간다. 바람도, 눈도 없으니 여러 겹으로 끼어입은 옷이 덥게 느껴진다.

"역시, 겨울에 먹는 콜라가 제맛이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고즈넉한 시골의 겨울 풍경 속을 달려간다.

"밀인가?"

겨울인데도 가끔씩 보이는 푸른 들녘은 싱그럽기까지 하다.

아희가 빈 캔을 반납하고 간식이라며 건네준 작음 음료수.

"오, 바이탈! 10% 정도 에너지가 보충된 느낌인데."

익숙한 과일 쥬스맛인데, 진하고 맛이 좋다.

피자 모양의 화려한 빵은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잠시 투르쿠의 호텔과 숙소를 검색해 보니 헬싱키보다 더 비싸다.

"대단한 숙박료들이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살로에 이르게 도착하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녹은 도로, 핀란드의 도로에도 익숙해진 탓에 생각보다 일찍 살로에 도착했다.

"4시까지 더 달리자."

살로의 외곽을 지나치는 도로라 큰 어려움 없이 마을을 빠져나간다.

언덕길과 이슬비는 계속된다.

"힘들어."

며칠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탓인지 쉽게 지치는 느낌이다.

"스톡홀름, 스웨덴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네."

3시 반, 하루가 다르게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느낌이다. 잠이 많거나 새벽에 잠드는 사람들은 하루의 해를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언덕 너머로 들녘의 모습이 보이고,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의 라이딩을 끝낸다.

높게 자란 침엽수의 숲.

푹신한 이끼류가 자라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참 좋은 숲이다."

겨울철인데, 이렇게 싱그런 숲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조금 젖어있는 텐트지만 큰 문제는 없다.

"음, 공기 공기!"

투르쿠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페리의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저녁 8시에 출발하여 새벽 6시에 스톡홀름에 도착하는 페리는 내일과 모레의 가격이 평상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20~125유로 정도의 가격인데 내일은 15유로, 모레는 10유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럭키!"

내일 투르쿠에 도착하여 도시를 둘러보고, 저녁에 바로 떠날지 하루를 더 머무를지 결정할 생각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3일 / 흐림
에푸스-사우콜라
당황스러운 폴란드의 겨울 날씨, 3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날씨는 하루의 이동 거리를 짧게 만들어 놓는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676Km
이동시간
4시간 05분
누적시간
1,352시간

 
110도로
 
110도로
 
 
 
 
 
 
 
20Km / 1시간 50분
 
36Km / 2시간 15분
 
에푸스
 
베이콜라
 
사우콜라
 
 
286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정말 기나긴 밤이다."

8시가 되었지만 아침 하늘은 아직 어둡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더 하얗게 변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추운 것은 좀 덜하다. 짧아진 하루를 생각하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하지만 침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다.

아희가 챙겨준 빵과 호스텔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을 한다. 어제 배불리 먹은 초밥 덕분인가 보다.

9시 반, 투르쿠를 향해 출발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데, 그 모습이 궁금하다.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에푸스 초입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굿모닝을 알리지 못한 아침이라 화장실도 급하고, 일찍 배를 채워야겠다.

비싼 김치버거 대신 저렴한 치킨버거를 주문한다.

"역시 치킨버거가 최고야!"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눈길을 따라간다. 에푸스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도 사라지고, 투르쿠로 향하는 110번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조심스레 나를 피해 가거나 속도를 줄여 지나치지만 가끔씩 화물차량들이 눈이 녹은 흙탕물을 끼얹으며 지나쳐간다.

"멋지게 꽃무늬를 그려주셨군!"

다시 마을을 지나치며 자전거 도로를 찾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작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110번 도로, 녹은 눈이 쌓여있는 갓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 지나가기가 어렵다. 매너가 좋은 핀란드 운전자들을 믿고 차선의 반을 차지하고 도로를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가끔씩 흙탕물이 날아들지만 어쩔 수 없는 도로의 환경이고, 대부분 너무나 매너가 좋은 운전자들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핀란드도 피할 수 없는 그래피티 낙서들이다.

1시, 작은 교차로에서 마주친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커피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예!"

따라오라며 앞장을 서던 승용차는 도로변 사잇길로 들어간다. 안전한 공간에서 커피를 건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도로변 숲속에 있는 집으로 오르는 낮은 오르막에서 미끄러운 신발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가 없다.

남자의 도움으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올라가고.

숲의 안쪽에 위치한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은 숲속의 집이다. 아내의 부모님을 모시고, 두 명의 남자아이를 둔 태요(Teijo)의 가족이다.

숲의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들이 놓여있고, 집의 내부에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어수선하지만 정감 있는 풍경이다.

두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준다. 거실의 벽에는 많은 아이들의 사진들이 차례대로 붙어있다.

"사촌들의 아이들, 어머니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어."

"와, 다복하시네."

어머니께서 빵과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태요의 부부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하고, 인스타그램의 여행 사진들도 보여준다.

집에서 만든 수제 빵인데 쫀득한 것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이름을 알려줘도 핀란드의 지명과 단어들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세 살의 둘째, 수줍음이 많은 여섯 살의 첫째는 엄마를 닮았고, 개구진 둘째는 태요를 닮았다.

파란 눈, 너무나 예쁜 눈이다. 파란 핀란드가 아이의 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하하하, 아이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다.

"핀란드의 삶은 이렇구나. 참 편안한 나라다."

태요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버린다. 다음에 와서 사우나를 해보라는 어머니의 농담과 함께 가족들과 헤어진다.

숲과 같은 마당의 한켠에는 채소나 야채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고.

채소를 기르는 작은 온실 하우스도 있다.

태요는 그래픽디자인 같은 것을 하는 작가인데, 틈틈이 무언가를 만드나 보다.

"그림만 그리는 금손이 아니네. 정말 재미있게 사는구나."

북유럽 국가 중 첫 번째 나라 핀란드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여유롭다."

"3시가 넘었네. 곧 해가 지겠다."

태요의 가족과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이유 모를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천천히 가지 뭐."

야영을 생각했던 호숫가에 도착하고 GPS를 확인하니 겨우 40km를 이동했다.

"부지런히 달렸는데, 너무 적네."

조금 더 길을 이어간다.

투르쿠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4시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야영지를 찾는 사이 마을이 나오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마을을 지나쳐야겠다."

슈퍼에 잠시 들린다.

핀란드의 자동문은 옆으로 열리지 않고 바깥쪽으로 열린다.

"바나나도 비싸네."

조리된 고기도 없고, 맥주는 3천원이 넘어 살 수가 없다. 빵과 바나나를 집어 들고.

"이걸 어떻게 쓰나? 숫자가 있나?"

과일을 올려놓고 과일의 번호를 누르니 가격표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에 텐트를 펼친다. 5시,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저녁 시간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어져 괜찮지만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조금 추운 것이 더 낫겠다 싶다.

100km의 투르쿠까지 이틀에 나눠서 갈 생각이다.

"눈 때문에 하루가 딜레이 됐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2일 / 눈
헬싱키-에푸스
헬싱키의 휴식을 끝내고 스웨덴으로 향한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키 라이딩이 시작되는가?"


이동거리
20Km
누적거리
18,620Km
이동시간
5시간 19분
누적시간
1,347시간

 
스시뷔페
 
유심카드
 
 
 
 
 
 
 
15Km / 4시간 10분
 
05Km / 1시간 09분
 
헬싱키
 
레파바라
 
에푸스
 
 
230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자정이 넘도록 아희와 대화를 하고, 유럽의 경로를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피곤하게 잠이 깬 8시,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올 것이 오는구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핀란드의 사람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짐들을 정리하고, 조식으로 나오는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아희가 추천한 스시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유심카드를 산 다음 투르쿠로 떠난다."

여전히 눈은 계속해서 내린다.

어제보다 한산한 조식 타임이다. 아마도 10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몰려나올 것 같다.

일단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 하나는 아침의 출출함을 달래고, 두 개는 포장을 한다.

비싼 숙박료에 대한 반항으로 마음껏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가 마무리되는 사이 로비에서 아희를 마주친다.

"이제 가시는 거예요?"

아희는 감기약 세 정을 건네준다.

체크아웃을 하고 저녁에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아희는 짐을 숙소에 보관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보다. 그녀의 두 손에는 빈 캔과 물병이 들려있다.

"뭔데 어제부터 계속 마시는 거야?"

"아니요. 이거 반납하면 15센트 환불해 줘요."

"오, 큰 봉지 하나 달고 빈 캔들 모으면서 다녀야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동안 키가 큰 남자가 자전거를 보더니 말을 걸어온다.

어제 보았던 자전거 여행자인데, 자전거를 슈퍼 앞 가로등에 묶어둔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자전거 보관 추가요금이 싫어서 밖에 두었나 싶었고, 슈퍼 옆에 놓인 자전거 거치대에 앞바퀴만 남은 것들이 보여 핀란드도 자전거 도난이 많은가 싶기도 했었다.

폴란드 자전거 여행자 라이언, 발트해 3국을 거쳐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왔다고 한다. 영어가 유창한 아희가 있으니 편하다.

"패니어에 담아 가고 싶네."

폴란드에 가면 라이언에게 연락을 하겠다며 왓츠앱을 연결하고, 아희는 라이언에게 스시 뷔페를 소개한다.

"알 럽 스시."

라이안과 만남으로 출발 시간이 늦어지고, 아희와 라이언과 인사를 전하고 출발을 한다.

"씨유 베를린, 씨유 폴란드."

숙소 근처의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어제 만난 여직원이 친절하게 엽서를 보내준다.

눈이 내린 도로는 미끄러워 조심조심 페달을 밟아간다.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라이언이 작은 언덕 아래에 서있다.

"내리막에서 넘어졌어."

허리가 아픈지 라이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라이언의 타이어를 보니 트레드가 없는 민무늬 타이어이다.

"조심하지. 천천히, 천천히."

스시 뷔페로 가기 위해 앞장을 섰지만 라이언은 따라오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는 건가?"

수줍은 페달링으로 천천히 시내로 들어서고, 길을 지나치던 할아버지는 스파이크 타이어가 필요하다며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마지막 여행지 캐나다나 알래스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스파이크 타이어는 그냥 짐이다.

"대충 여기 어딘데?"

"찾았다!"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 처음 봐요?"

작은 식당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

잠시 후 라이언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괜찮아?"

라이언은 여전히 허리가 좋지 않은가 보다.

"키가 커도 문제군."

197cm라는 라이언은 건장한 몸이라 더욱 커 보인다. 라이언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복잡한 대화에 커뮤니케이션 안되니 조금 당황한다.

"괜찮아. 너도 월터처럼 곧 익숙해질 거야."

두 시간 정도 초밥을 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린다.

"벌써 2시네."

"응, 곧 해가질 거야."

라이언과 폴란드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럼, 가 볼까!"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유심카드를 사기 위해 헬싱키 근교의 대형 쇼핑몰을 찾아간다.

작은 공원을 지나고 복잡해진 자전거 도로를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고,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었을 뿐인데 어두워지냐?"

공원에서 만난 남자는 쇼핑몰의 위치를 보더니 길을 안내해 준다.

복잡한 시내길을 그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지날 수 있었다.

"앤틱, 고마워!"

기차역과 연결되는 대형 쇼핑몰의 텔리아 매장으로 들어간다.

아주 친절하고 유쾌한 남자 직원의 도움으로 즐겁게 데이터 상품을 안내받는다.

핀란드의 ID 카드가 있는지 묻더니 없다고 하자 두 종류의 상품을 알려준다. 1달과 1주일 사용할 수 유심카드는 호스텔에서 판매하던 유심카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핀란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3~4일 정도밖에 못쓰지만 어쩔 수 없다.

"인터넷 언리밋?"

"예."

인터넷을 개통하고 슈퍼에 들러 빵과 음료수를 사고.

대형 쇼핑몰 지하로 연결되는 공간에 잘 갖춰진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4시가 되어가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갈수록 해가 짧아지는 이상한 나라다.

자전거 도로는 흙길로 변하더니.

공사 구간으로 바뀐다.

"겨우 4신데."

눈이 쌓인 길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도로변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초밥을 먹었는데, 힘쓸 일이 없네."

"그나저나 이 기나긴 밤을 어쩌란 말이냐!"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조용하게 눈이 내린다.

텐트에 쌓인 눈들을 털어내고.

"밤 하늘이 참 오묘하다. 오로라가 펼쳐지면 정말 좋을 텐데."

140km 투르쿠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짧아지는 일조시간과 날씨, 쉥겐기간을 생각하면 투르크에서 스톡홀름으로 건너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