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8일 / 맑음 ・ 18도
울란바토르
한국 식당이 영업을 마쳐 함께 밥을 먹지 못했던 툴가와 점심을 하기로 한다. 오후에 만나 한국식당 연아에 갈 것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26시간

뒹굴뒹굴
툴가점심
0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연아식당
숙소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3, 4시 정도에 툴가를 만나 연아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이게 제일 맛있네."

호텔 프런트로 내려가 칫솔세트와 물이 없는지 물어보니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아니 뭐. 됐다!"

자전거를 놓아둔 창고에서 패니어들을 떼어내 방으로 옮겨놓고 물과 음료수 등을 사기 위해 근처에 있는 슈퍼로 간다.

넓은 지하의 공간이라 규모가 크지만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패니어를 옮기는데 도와준 직원에게 바카스 같은 음료수를 하나 건네주고 올라온다.

"오호, 욕조가 있다는 말이지."

4시가 되어 툴가가 호텔로 찾아와 함께 어제 저녁에 걸었던 길을 따라 연아식당으로 간다.

"진짜 여기 하늘은 정말 좋다!"

"형, 여기 미세먼지 많아요. 냄새 안 나세요?"

작은 도시에 차량이 많고 석탄을 연료를 사용하는 울란바토르의 공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가 보다.

"여기는 해발 1,300미터에 있는 고산 지대라고!"

큰 의미를 알 수 없는 서울의 거리를 지나.

소파가 놓여있는 한국 레스토랑 연아에 들어간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제법 사람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제육볶음을 주문하니 기본 반찬들이 나오고.

제육볶음이 나온다. 몽골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조금 단맛이 느껴지는 그런 제육볶음이다.

밥을 먹으며 오초르에게 전화를 걸어 툴가의 통역으로 안부도 전하고, 울란바토르에 진출해 있는 CU에 들러.

시원한 얼음 음료수를 마시고.

딱히 쉬며 이야기할 공간이 없는 울란바토르에서 씨유 편의점의 테이블 공간은 사람들로 가득가득하다.

숙소로 돌아온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빨래를 한다. 몽골의 여행 동안 모래바람을 맞고, 울란바토르로 들어오는 흙구덩이 길에서 묻은 누런 먼지들이 계속해서 빠져나온다.

그리고 잔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7일 / 맑음 ・ 16도
볼러-울란바토르
초원의 캠핑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야영을 해서 기분이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울란바트로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이동거리
126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9시간 23분
누적시간
626시간

AH3
AH3
77Km / 5시간 13분
49Km / 4시간 10분
볼러
시계
울란바토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야영을 하면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일찍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째 아침이 기온이 떨어져 제법 쌀쌀한 날씨이지만 따듯한 침낭 속에서 세상모르게 푹 자고 일어난다.

해발이 높은 몽골의 아침은 지면에 닿아있는 구름 탓에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없다.

하루의 굿모닝을 알리고.

몽골의 화장실에는 문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이 많다. 처이르에서 길을 가다 가끔 사람이 들어앉아있는 화장실을 지나칠 때면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해진다.

텐트를 정리하고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아침을 주문한다. 어제와 같은 메뉴를 주문하니 이번에는 카운터 옆에 있는 보온병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아, 차를 마실 거냐고 묻는 거구나."

식사와 함께 따듯한 우유차를 500투그릭에 추가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차가 입안을 정결하게 해주는 느낌이라면 몽골의 우유차는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밥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젯밤 내 손을 끌며 집으로 가자고 했던 아저씨가 찾아와 인사를 한다. 아마도 추운 날씨에 별 탈 없이 잘 보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잘 잤다는 인사의 제스처를 하니 자신의 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잠을 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따듯하게 관심을 가져준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초원의 작은 식당을 떠난다.

울란바토르까지는 이제 120km 정도가 남아있다. 조금 일찍 라이딩을 시작했고, 어제와 비슷한 느낌의 바람이 불어오니 오후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이르까지의 초원에서는 도마뱀이 자주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작은 햄스터처럼 생긴 귀여운 설치류가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인다. 아주 귀엽게 생긴 녀석인데 가까이 가면 작은 굴속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겨버려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이 녀석아, 나와봐!"

안타까운 것은 달리는 내내 도로 위로 로드킬 된 녀석들의 사체가 많다는 것이다.

천천히 이어지는 오르막의 길이지만 바람이 적어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작은 언덕들을 넘으며 20km 정도를 달리니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도로변을 따라 좌우로 들어선 작은 마을이다.

울란바토르가 가까워지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버스 정류장이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울란바토르까지는 버스가 운행되는 모양이다.

많은 수의 양떼들을 게르가 있는 곳으로 몰고 가느라 도로가 막히고.

오토바이를 타고 양떼를 모는 목동과도 손인사를 한다.

출발한지 2시간 35km 정도 지나 어제 도착하려 했던 바가항가이의 교차로 나온다.

바가항가이에 접어들며 갑작스레 바람의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자전거를 밀어주는 뒷바람이다.

"86km 정도면 3시 전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높은 언덕의 좌측으로 들어서 있는 바가항가이. 고개를 넘는 동안 뒤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맞바람으로 돌변하며 미친 듯이 불어댄다.

어렵게 어렵게 언덕을 오르고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굴러가지를 않는다.

"뭐야 갑자기!"

두 시간 동안의 평화롭던 라이딩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바가항가이의 검문소에서 버스에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자전거를 눕혀놓으니 남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를 가는 거예요?

자민우드에서부터 짧게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고 있다. 울란바토르까지 80km가 남았다며 알려주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돌변해 버린 초원의 날씨이다. 5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던 울란바토르의 도착 시간을 짐작할 수 없다.

"아, 80km나 남았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검문소를 지나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페달링을 시작한다. 휘청휘청 거리는 자전거를 억지스레 전진시키는데 멀리 주유소의 담벼락에서 누워있던 검은 개가 나를 향해 짖으며 맹렬하게 뛰어온다.

"아! 이 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50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리를 빠르게 달려온 크고 검은 개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자전거를 쫓아온다. 바람 때문에 느릿느릿 기어가기도 힘든 상황에 더러운 개가 쫓아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차량이 지나가 개를 도망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한참 동안을 따라오며 짖어대던 개가 떨어지자 다리의 힘이 모두 풀려버린다.

"아! 개*******************************."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 모든 것들이 뿌옇게 변해버린다. 점점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나를 지나치는 차량들은 모랫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저 멀리 모랫바람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들이 갑작스레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리저리 요동을 치며 불어대는 초원의 모래바람에 페달링을 멈추고 만다.

눕혀놓은 자전거의 바퀴는 모래바람에 의해 바쁘게 회전을 하며 돌아가고 있다.

"이런 바람은 뒤에서 불어주면 안 되는 거니?"

갑자기 시작된 모래바람이 잦아들기를, 아니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라며 꾸역꾸역 길을 이어간다.

계속 이어지는 언덕과 고개의 오르막길들, 한가롭게 시작되었던 울란바토르의 여정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잠시 바람을 피할 곳조차 없는 초원의 한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가던 길을 이어가는 것뿐이다.

"저 파란 하늘은 또 뭐야?"

지옥 같은 바람이 불어오는 지상과는 달리 머리 위의 하늘은 미친 듯이 파랗다.

바람으로 인해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이, 길은 오르막의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나를 죽여라. 이놈들아!"

거친 바람과 지나가는 차량들의 돌풍, 갓길조차 없는 좁은 도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높은 산등성이가 눈높이에 맞춰질 때쯤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에이 **!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어제 아침 간져가 싸준 양고기만두를 꺼내어 바람을 등지고 길바닥에 퍼질러 앉는다.

"죽어도 밥은 먹고 죽어야겠다."

식어있는 만두지만 간져가 센스 있게 넣어둔 오이 피클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제법 맛이 좋다. 누렇게 변해버린 풍경 위로 솜뭉치를 문질러 놓은 듯 떠있는 구름들을 보며 만두를 먹는다.

시원한 오이 피클을 먹는 사이 세 개 정도 남은 양고기의 반찬통이 돌풍으로 엎어져 데구루루 초원을 향해 굴러가 버린다.

"#$%#^#$#%$%#^#$%#."

바람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꽤나 높이 올라온 느낌에 산들샘 GPS를 켜보니 1,650미터까지 올라왔다. 울란바토르에서부터 시작되는 몽골 중부의 산악지형을 예상했지만 초원이 시작되던 중국 내몽골의 장베이을 넘던 환경과 너무나 비슷한 모양이다.

"죽겠네. 저기 좀 더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휘청거리며 기어가는 자전거를 향해 지나가는 차량들은 스카프를 흔들거나 연이어 손인사를 하며 응원을 보낸다. 애써 답례를 하기 위해 잠깐 핸들바에서 손을 떼면 미친 듯이 휘청거리는 자전거.

"힘들어. 응원하지 마!"

"제발 저것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이유 없이, 갑자기, 불현듯 바람이 사라지기만을 바랐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쭉 내려가 주기를 바랐지만.

그럴 일은 여전히 없다.

소들마저 자리에 앉아 바람을 피하는데, 할 일 없는 여행자만이 쓸데없이 페달질을 하며 바람을 이기고 있다.

도무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산등성이의 도로에 질리듯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언제 끝낼 거야?"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어붜가 쌓아진 언덕 위로 올라가 본다.

거센 바람에 몸이 휘청이게 만드는 언덕의 위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뿌옇게 사라지는 도로는 분명 내리막길이고, 저 멀리 풍력 발전기의 실루엣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도로를 지나던 차량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어붜가 쌓인 언덕으로 뛰어 올라온다.

"그렇게 급한 거야?"

산등성이 쪽에 세워진 어붜를 향해 급하게 달려가던 남자는 어붜를 몇 바퀴 돌더니, 내 쪽으로 달려와 이쪽의 어붜를 정신이 뛰어다닌다.

돌풍과 바람소리, 모래와 흙먼지, 양떼와 말떼들 그리고 어붜 주변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까지 정말 혼을 쏙 빼놓는 느낌이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게 떨어지는 도로를 브레이킹을 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지나가는 차량이 만드는 돌풍에 자전거가 휩쓸리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이 된다.

"내리막조차 브레이킹을 하며 가야 하다니."

말들의 한가로움과는 달리 변속기마저 트러블을 일으키며 변속이 원활하지 않고.

급경사의 구간이 지나고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이 이어진다.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살펴 가며 브레이크를 풀고 속도를 내어본다.

"프리덤!"

산을 돌며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던 내리막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정면의 맞바람이 소떼와 함께 가던 길을 멈춰 세운다.

"저기 저 언덕은 또 뭐야?"

소들의 사체들과 쓰레기들의 뒹구는 언덕을 다시 넘고, 토브를 지나 울란바토르의 경계에 도착한다.

준모드와 울란바토르의 갈림길, 직진을 하여 울란바토르로 가야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2시 30분. 여유롭던 아침 시간에 생각했던 울란바토르의 도착 시간인데 아직도 45km가 남았고, 끔찍한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있다.

"힝, 앞으로 4시간은 족히 걸릴 거야."

발걸음이 떨이지지 않는 누런 풍경을 향해 기어 들어간다. 울란바토르의 톨게이트가 나오고 톨게이트의 직원이 나를 보며 인사를 하고 차단기를 올려준다.

저 멀리 다시 보이는 산의 실루엣이 어질어질하다. 엄청난 수의 묘지들이 들어선 산등성이를 돌아 오르락내리락 짧은 언덕들이 이어지더니.

울란바트로의 위성도시 날라흐(Nalaikh)가 뿌연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울란바트로와 날라흐의 갈림길의 회전교차로에서 길을 확인하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울란바트로의 방향의 서쪽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울란바트로는 내일 갈까? 쉬고 싶다."

언덕을 지나 울란바트로에 가까워지니 하늘의 색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하고.

"어, 한국 식당!"

몸이 지치고 힘드니 자전거가 알아서 식당으로 끌려들어 가는 기분이다.

"화장실이 어디예요?"

3시 40분, 울란바토르까지 30km가 남아있는 거리가 부담스럽지만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무작정 메뉴판을 집어 들고.

"모르겠다. 김치찌개 한 그릇 먹고 가자!"

"90일 만에 너를 본다!"

한국 일반 음식점의 맛과 똑같은 김치찌개의 맛이다.

든든하게 두 그릇을 비워놓고.

한국말을 잘 하지만 한국인은 아닌 식당의 매니저에게 울란바토르에 코리안 타운이 있는지 물어보니 별도로 모여있는 곳은 없고 시내 여러 곳에 한국인이 산다고 말해준다.

밥을 먹느라 한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로 나오니 도로를 공사하는지 길이 막혀있다. 할 수 없이 공사장 옆으로 차들이 다니는 비포장길을 따라가다 보니 임시 도로라기보다는 그냥 초원의 흙길이다.

쉴 새 없이 오가며 먼지를 날리는 차량들의 틈에 끼어 털털거리는 비포장길을 자카르타 랠리를 하듯 요란스럽게 따라간다. 대책이 없는 먼지 구덩이의 흙길을 정신없이 가다 보니 나로 인해 차량의 흐름이 둔해지니 마주 오던 화물트럭의 운전자가 아직 공사를 하고 있지 않은 좌측의 도로를 가리키며 빠져나가라는 듯이 안내를 해준다.

도로와 가장 근접해 있는 구간에서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빠져나온다.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쓰는구나."

흙먼지를 날리는 복잡한 비포장길을 빠져나와 혼자 도로를 독차지했지만 한가로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흙먼지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요동을 치는 비포장길을 정신없이 따라간다.

무려 한 시간 동안을 흙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러 도로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그 사이 미친 듯이 불어오던 모래바람은 사라지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고요하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울란바토르의 외곽을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지나친다.

멀리 북쪽의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르와 판자집들이 이색적이다.

낡고 허름한 외곽의 시내를 지나자 포장도로의 상태가 좋아지며 아름다운 툴강의 모습이 나타난다. 강을 따라 촘촘하게 들어선 수변의 나무들이 어색할 만큼 아름답다.

"세상에 몽골에서 처음으로 나무를 보는 거야."

울란바트로의 시내에 접어들며 좁은 2차선 도로는 차량들로 혼잡하다.

복잡한 차들 사이로 두 군데의 원형 교차로를 통과하고.

칭기스칸 광장으로 향하는 도심의 도로는 완전히 정체되어 자전거가 지나갈 수조차 없다.

"아니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지!"

인도로 올라가 자전거를 끌고 칭기스칸 광장으로 걸어간다.

"마르코 폴로 형님은 이곳에 왜 서 있는 거지?"

7시, 11시간의 험난한 라이딩 끝에 목적지인 칭기스칸 광장에 도착한다.

넓고 한적한 광장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산책을 하는 칭기스칸 광장. 중국의 광장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형, 나 왔어!"

광장의 정면에 웅장하게 놓여있는 칭기스칸의 석상.

계단 위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중국의 베이징처럼 부자연스러운 제재는 하지 않는다.

한적한 광장을 둘러보고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울란바토르의 도착을 알려준다.

"툴가야, 형 왔다! 같이 저녁 먹자."

수업을 듣는다는 툴가는 9시에 수업을 마치고 호텔이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한다.

"아이고, 칭기스칸이고 나발이고 완전히 너덜너덜해졌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곳의 하늘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광장에 누워 오랜만에 트립닷컴을 켜고 숙소를 검색한다. 많은 호텔들이 검색되는데 의외로 숙박비들이 비싸다. 5~6만원 정도의 숙박료들인데 일반 몽골의 작은 호텔에 가려니 자민우드에서부터 시작된 거친 바람의 시달림에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이 먼저 앞선다.

"씻고 싶고, 먹고 싶고 편하게 자고 싶다!"

100미터조차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가격을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울란바토르 호텔을 찾아 들어간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호텔에 들어가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며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물으니 프런트의 직원은 걱정하지 말라며 안내를 한다.

호텔 직원을 불러 자전거를 짐 보관 창고에 넣어주고 방까지 짐들을 올려다 놓는다. 클래식한 호텔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서비스지만 왠지 이런 서비스들은 불편하다.

"그냥 내가 들고 가도 되는데."

호텔의 가장 작은방에 들어가 아무리 둘러봐도 칫솔 세트도 없고 물도 없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툴가를 기다린다.

9시가 넘어 호텔로 찾아온 툴가를 만나고 주변에 한국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오는 도중 김치찌개를 먹어서인지 허기짐보다는 쓴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연아라는 한국 식당이 있데요."

주변에 한국 식당이 있는지 친구에게 통화를 해 물어본 툴가는 연아라는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2km 정도 떨어진 식당까지 그동안의 소식들을 이야기하며 길을 걸어간다.

10시, 서울의 거리를 지나 찾아들어간 연아(Yuna) 식당은 영업이 끝났다며 안내한다. 몽골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10시를 전후로 영업을 마치는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길 건너편에 있는 술집으로 들어간다.

"툴가, 너 먹고 싶은 것을 시켜. 나는 밥보다는 술이 조금 마시고 싶다. 사람들이 칭기스를 먹으래."

면 요리와 치킨을 시키고 보드카를 달라며 주문을 하던 툴가가 오랫동안 직원과 대화를 한다.

"왜? 칭기스 없데?"

"아니요. 오늘은 술을 팔 수가 없데요. 12시가 지나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데요."

"아니, 왜? 왜?"

"모르겠어요. 금요일이라 술을 안 판다고 하는데요."

평상시 손님들이 많다던 술집은 무슨 이유인지 술을 팔 수 없다고 하고 손님들도 없다.

"힝!"

맛있는 한국 음식도, 간절한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했지만 몽골의 여행 동안 여러 가지로 도와준 툴가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조르노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간볼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흔쾌히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는 툴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던 사람들은 내가 느꼈던 간절함과는 달리 툴가와의 통화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잘 설명해 주면 좋겠고, 자신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어떻게 도와줄 방법은 없지 뭐."

하고 싶은 바람이나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앞에 두고 고민에만 몰두하며 투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삶을 살며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을 해야만 하고, 선택으로 인한 과정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 결과에 의한 또 다른 선택과 결정들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세상에 잘 된,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단지 선택에 의한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의 문제일 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6일 / 맑음 ・ 16도
처이르-볼러
아침에 양고기 만두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간져와 아침식사를 하고 12시가 되어 처이르를 떠난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8,751Km
이동시간
6시간 07분
누적시간
616시간

AH3
AH3
63Km / 3시간 14분
40Km / 2시간 53분
처이르
토브
볼러
 
 
56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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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기 전에 잠에서 깨어 감바를 기다렸지만 어젯밤 가져간 맥주를 다 마시고 잤는지 약속했던 8시까지 탁구장에 오지를 않는다.

바깥쪽에서 문이 잠겨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8시 30분이 되어서야 탁구장 문을 열며 감바가 들어오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서두르는 모습이 출근 시간에 쫓기는 모양이다.

간져와 통화를 하던 감바는 서둘러 간져의 집으로 안내하고 짧은 인사만을 건네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감바, 술 조금씩 마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해주는 간져, 웃는 얼굴이 꽤나 귀엽고 호감 가는 인상이다. 감바의 집과 형태가 똑같은 집이지만 젊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간져의 막내딸은 어린이집에 갔는지 보이질 않고, 키가 180Cm는 될 것 같은 14살의 큰 아들과 둘째가 등교 준비를 하고 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이어지는 처이르의 아파트 구조.

"신발을 벗어야 하는 거야? 신어야 하는 거야?"

침대가 놓인 안방과 거실 그리고 부엌으로 나누어진 아파트.

안방에서 간져가 건네준 사진첩을 보고 있는 사이 간져는 만두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한다.

간져의 아내는 어릴 때 배구를 했고, 간져는 몽골 씨름을 하던 집안이다.

20살 시절의 간져와 그의 할아버지, 그의 할아버지는 몽골 씨름 챔피언이었나 보다.

"간져, 너 역변한 거니?"

냉장고에서 양고기의 살코기와 기름 부위를 꺼내어.

두꺼운 손으로 제법 능숙하게 칼질을 한다.

180Cm에 가까운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켜 필요한 재료들을 사 오게 하고.

살코기를 잘게 썬 후 적당량의 기름 부위를 썰어 놓는다.

우유를 냄비에 붓고 소금을 약간 넣어 끓이고.

가스 시설이 없는 몽골에서는 전기 렌지를 사용한다.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몽골에서 쓰는 향신료와 후추를 뿌리고.

약간의 물을 넣어 잘 버무려 놓는다.

큰 물통을 들고나갔던 큰아들이 물을 가져오고, 몽골에서는 큰 물통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간져, 네 아들은 농구나 배구를 해야 할 것 같아."

"농구를 하고 있어."

또래들에 비해 키가 큰 간져의 아들은 농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만두 피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붓고.

적당히 물을 부어가며 밀가루 반죽을 만든다.

우유가 끓어오르자 국자로 수차례 떠서 붓기를 반복한 후 불을 끈다.

보온병에 우유차를 담아놓고.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고.

납작한 만두피를 하나 만들어 놓더니.

반죽의 상태가 좋은지 본격적으로 만두피를 만들어 놓는다.

따듯한 우유차를 한 잔 내어주고.

만두피에 다진 양고기를 넣고 오물오물 만두를 빚는다.

"간져, 너 많이 해봤구나."

처음 떼어낸 밀가루 반죽으로 커다랗게 만두를 빚더니.

두 번째 반죽으로는 조금 작은 만두를 빚어놓는다.

찜통에 빚은 만두들을 올려놓고.

맛있는 냄새가 나도록 만두를 삶는다.

맛있는 냄새가 날 때쯤 찜통의 뚜껑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고는.

하나씩 예쁘게 접시에 올려놓는다.

몽골에서 파는 김치와 오이 피클, 케찹과 마요네즈를 꺼내놓고.

한 시간 반 만에 맛있는 양고기만두 식탁이 차려진다.

추르릅, 양고기의 육즙이 흘러내리는 맛있는 양고기만두로 아침 식사를 한다.

양고기만두를 먹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찾던 간져가 반찬통을 꺼내어 만두를 넣고, 오이 피클을 담는다.

"가면서 먹으라고? 아, 이 센스 있는 남자를 어떻게 한다니."

맛있는 아침 식사를 차려준 간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울란바토르를 향해서 출발한다.

12시, 처이르의 입구까지 배웅을 해주는 간져와 포옹을 하고 동남풍이 불어 오늘은 괜찮다는 제스처를 하며 페달을 밟는다.

"야! 바람. 맞바람이 불듯이 강풍으로 밀어야지."

몽골 남부의 바람은 북서풍이 불때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남동풍이 부는 날에는 살랑살랑거리듯 바람이 잠잠하게 느껴진다.

처이르에 이르며 갓길이 사라며 도로의 상태는 나빠지고, 밑도 끝도 없는 초원의 평지 길은 여전히 계속 이어진다.

"겨우 두 시간이 지났는데 왜 배가 고프지."

이틀 전 감바를 만나며 사두었던 빵을 꺼내어 먹었다. 별 기대 없이 상하기 전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맛이 좋다.

"도대체 이놈의 땅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빵을 먹고 천천히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있다. 잠시 쉬기 위해 갓길로 들어서며 철심 같은 것이 박혔나 보다.

"아놔 몰라. 천천히 쉬어갈 테다."

그동안 너무나 힘들게 했던 맞바람이 불지 않으니 왠지 모를 여유가 생겨난다.

펑크를 정비하고 천천히 길을 따라 이어간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은 계속 이어지고.

평평했던 초원의 길은 이전과는 다른 산의 모양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것도 맛이 괜찮으려나?"

고비숨베르에서 토브로 넘어가는 경계가 높은 언덕 위로 나타난다.

지도에도 잡히지 않는 작은 식당이 초원 한가운데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고, 간져와의 아침식사로 출발이 늦어져 오늘의 목적지인 바가항가이까지는 도착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금씩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작은 다리의 난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쉬어간다.

"여기에 텐트를 쳐볼까? 장소도 넓고 괜찮은데."

다리 밑으로 나있는 가축들의 이동 통로에 텐트를 칠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바가항가이에 이르기 전 도로변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 위해 길을 이어간다.

"20km만 더 가볼까. 100km는 채워야지."

일몰이 시작되고 조금씩 체력이 지쳐갈 때쯤 철도변의 작은 마을과 구글맵으로 검색이 되었던 식당이 나타난다.

"지도상에는 저기가 식당인데."

몇몇의 화물 차들이 정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도로변의 식당이 맞는 것 같다.

건초더미와 소를 싣고 있는 한국에서 사용되던 중고 포터 트럭이 식당 앞에 정차되어 있다. 몽골의 승용차는 일본의 도요타를 많이 타는 것 같은데 트럭과 미니 승합차 같은 것은 한국의 중고차량들이 많은 것 같다.

식당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동안 화물차 기사들과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말을 건넨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몽골 사람들이 회화에 소질이 있나?"

저녁 시간이 되어 식당 안은 조금씩 사람들로 붐비고, 군인으로 보이는 단체 손님들이 메뉴를 고르기를 기다린다.

메뉴 사진들이 있으니 음식을 주문하기가 너무 편하다.

"고기, 고기가 필요해."

면과 밥, 고기, 만두 등의 메뉴들 중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계속 먹어왔던 양고기볶음을 주문한다. 무언가를 추가로 할 것인지 물어보려던 여직원은 이내 고개를 가로젓더니 포기한다.

"이 근처에 호텔이 있나요?"

단체 손님들의 주문이 끝나고 조금 한가해진 틈을 타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 쪽의 계단을 가리킨다.

"아, 여기도 식당과 숙박을 같이 하는구나."

일단 배고픔을 달랜 후 체크인을 할 생각으로 숙박비와 방을 정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온다.

언제나 밥보다 고기의 양이 많은 몽골의 메뉴.

"밥은 왜 이렇게 주는 거야? 최신 트렌드인 거야!"

밥을 모두 먹고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다가가 숙박비를 물어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산기에 30,000~40,000을 적어서 보여준다.

"방이 여러 개 있는 건가? 요금이 다르네."

객실마다 요금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방을 볼 수 있는지 제스처로 물어보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X를 그린다.

"방을 보고 결정을 해야지? 방을 보여줘!"

어렵게 번역기를 돌려 방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보여주니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계속 설명을 한다.

"나 몽골어 못 해!"

여직원의 말이 끝나고 번역기를 보여주는 순간 나와 여직원은 한참 동안 함께 깔깔거리며 웃는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그렇게 설명하면 어떻게 하니? 하하하하하."

여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한참을 웃고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내용인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툴가야, 여기 작은 식당의 호텔인데 방을 보자고 하니까 안 보여줘."

여직원과 오랫동안 통화를 한 툴가가 여직원의 말을 전해준다.

"형, 거기는 호텔이 아니고 울란바토르 방향으로 30km 정도 가면 호텔이 있다고 해요."

"헐!"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직원은 식당에서 난데없이 방을 보자고 하니 재미있어 웃었고, 나는 몽골어를 못 알아듣는데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이 귀여워서 웃었던 것이다.

어쨌든 한바탕 웃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툴가에게 식당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 부탁을 해달라 말한다.

"근처에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 텐트를 치라고 하네요."

"아무데나? 아무데나는 어느 정도의 범위야?"

식당의 앞마당에 짐을 풀고 있으니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건넨다. 명함을 주며 여행 경로들을 설명도 해주니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기도 한다.

텐트를 설치하고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공용 화장실에서 하루의 마무리를 편하게 정리한 후.

텐트로 돌아오니, 식당에 들어설 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인상 좋은 아저씨가 그의 와이프와 함께 텐트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다. 살짝 텐트의 내부를 보여주니 텐트와 안쪽 바닥 등을 만져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는다.

제법 쌀쌀하고 추운 저녁의 날씨, 텐트에 들어가 자료들을 정리하는데 조금 전의 아저씨가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텐트를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미니 자기네 집으로 가서 자자는 제스처를 한다.

"여기 따듯해요."

그의 와이프까지 와서 뭐라고 몽골어를 말하며 텐트가 춥다는 뜻의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손을 가로저으며 텐트가 따듯해서 괜찮다는 제스처를 계속하고 있으니 아저씨는 나의 손을 만져보고 안 된다는 듯이 집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계속한다.

핸드폰으로 자료를 정리하느라 손이 조금 차가워졌을 뿐인데.

"바엘샤, 감사합니다."

마음을 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하면서 괜찮다는 제스처로 웃고 있으니 아저씨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돌아간다.

아저씨를 따라 몽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짐들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오랜만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오늘은 편하게 텐트에서 자고 싶어."

"하루 종일 네가 그리워서 꾹꾹 참았다."

추운 날씨에 자동 냉장이 된 레츠비를 마시니 너무나 좋고 행복하다.

"힝, 몇 개 더 사둘 걸 그랬나."

간져와의 아침 식사, 거친 바람이 없던 한가한 라이딩, 시원하게 깔깔거리며 웃었던 여직원과의 대화 그리고 푸근한 인심을 느끼게 해준 아저씨까지 오늘도 제법 근사한 날이다.


"몽골에서 근처는 도대체 몇 Km의 거리일까?"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4일 / 맑음 ・ 12도
달랑자르갈랑-처이르
연일 계속되는 맞바람의 라이딩으로 지쳐간다. 처이르까지 80km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아, 울란바토르가 정말 멀게 느껴진다."

이동거리
78Km
누적거리
8,648Km
이동시간
6시간 20분
누적시간
610시간

AH3
AH3
40Km / 2시간 48분
38Km / 3시간 32분
달랑자르
주계
처이르
 
 
46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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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를 여행하며 매일처럼 쏟아지는 비 때문에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면, 몽골의 아침은 창문을 열고 팔을 내밀어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바람의 방향을 느껴보니 서향의 창문으로 바람이 들이치지 않고 남풍처럼 느껴진다.

"남풍인가? 남풍이야, 동풍이야?"

밖으로 나와 바람을 확인하니 간절히 생각했던 남풍은 아니고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뭐 그럭저럭 이것도 괜찮아. 서북풍만 아니면 돼."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모두 장착하고 바로 출발하려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한다. 8,000투그릭의 양고기 야채볶음과 밥.

오늘 80km 정도가 남은 처이르까지 갈 것인지, 처이르를 지나 100km 정도를 이동해 울란바토르로 가는 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놓을 것인지를 고민한다.

"바람, 바람이 문제인데. 맞바람만 아니면 100km 정도 이동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식사를 하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생수를 하나 집어 들어 계산을 하려니 1,500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몽골의 물가가 중국에 비해 그리 싸지 않고 비슷하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도시를 가보지 못해 일반 음식점의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호텔들의 음식들은 쓸데없이 모양을 내느라 양이 적고 값이 비싸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타이어에 바람도 넣어보고. 몽골의 거센 바람이 좋은 점은 도로변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깨끗이 날려버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펑크날 일이 없어 좋다.

8시 30분, 일찍 깨어나 준비를 한 덕분에 아침을 먹고도 평소보다 일찍 라이딩을 시작한다. 몽골의 아침은 바람으로 인해 꽤 쌀쌀하게 느껴진다. 해가 하늘로 올라가는 9시 정도부터 조금씩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4월의 날씨이다.

"하악, 오늘도 끝이 없다."

도로의 바람은 북동풍에 가까워 우측 측면의 뒤쪽으로 불어온다. 주행에 저항을 주지 않을 만큼의 바람을 타고 1시간을 달려 보니 20km 남짓의 이동거리가 찍힌다.

"15km씩만 이동할 수 있어도 감지덕지다."

어제 이동하지 못했던 거리를 만회해보려 속도를 붙여볼 생각이었지만 길은 산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사인샤드에서 아라크까지의 평평했던 초원의 길이 끝나고 처이르로 향하는 길은 산을 오르는 길인가 싶다.

고르도비를 넘어오던 지형들을 복사해 놓은 듯한 산들의 모양이 이어지고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 그리고 오르막이 계속 반복된다.

"길이 좋은 날은 바람이 문제고, 바람이 좋은 날은 길이 힘들게 하는구나. 몽골 너!"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초원의 오르막이 모굴처럼 계속 이어진다.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는 초원의 산들은 보기와 달리 경사도가 있어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하나를 넘으면 다음의 능선이 기다리고 있고, 올라가는 거리와 달리 내리막길은 아주 짧게 이어진다.

"중국 황산을 가며 나도 모르게 길들여지던 산길들과 똑같네. 다 알고 있다! 고도를 높여가며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산 위의 초원에는 한 무리의 양떼들이 초원과 도로를 점령하고 있고.

많은 새끼 양들이 올망졸망 어미들을 따라다니거나 젖을 빨고 있다.

"양, 비켜 인마!"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양떼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간다.

"사람은 없고 맨날 소, 말, 낙타, 양들하고 대화를 해야 하다니."

양들과의 대화를 끝내고 져지와 장갑을 벗고 길을 출발한다. 한번 시작되면 하루 종일 바뀌지 않던 풍향이 조금씩 정면으로 향하며 오르막길의 경사와 함께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젠장, 오늘도 시작되었구나!"

도로의 방향과 주변 환경에 따라 좌우로 바뀌며 정면을 향해 바람은 거칠게 불어오고, 이동속도는 시속 10km, 8km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계속되어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들 너머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뾰족한 봉우리의 산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은 산의 주변을 크게 돌아가며 자민우드에서 시작된 고르도비의 경계를 넘어 도비숨베르로 넘어간다.

AH3 도로의 삼거리 또는 사거리의 교차로는 초원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만 짧은 포장이 되어있고, 초원의 흙길에는 여러 방향으로 지나간 자동차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만들어져 있다.

"그냥 내가 가는 길이 길이여!"

방향을 잡고 초원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변변한 시멘트 포장길조차 없는 것도 신기하다.

고르도비와 고비숨베르의 경계에 놓인 경찰 초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가끔은 실제로 단속을 해야 경찰 모형을 세운 효과가 나타날 것 같은데 몽골의 도로를 달리며 임의의 장소에서 경찰이 검문을 하거나 단속을 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초코파이를 꺼내어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짙은 구름으로 해가 가려지며 쌀쌀해져 벗었던 져지와 장갑을 다시 꺼내어 끼고 출발을 한다.

중국 내몽골의 장베이에서 시작된 초원의 라이딩이 20일째가 넘어가고 있다. 바람, 언덕, 붉은 흙산들과 황금빛 초원 그리고 바람, 바람, 바람이다.

맞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의 도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저기 멀리 지평선까지 도로의 선들이 보이는데 좀처럼 그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르락내리락 사라졌다 보이는 길들의 끝에 검은 도로의 선이 하늘로 올라가 있다.

"바람만 없으면 신나게 질주를 하며 업다운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바람이 불어오면 몇 개의 고개를 넘고 자전거를 눕히기 바쁘다.

"아, 진짜 너무하네!"

평탄한 도로가 이어지다 앳지있게 짧은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참을 오르고 올라야 한다.

"빌어먹을 바람!"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눈이 아파오고 시야가 조금씩 흐려진다. 그리고 어깨는 다시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끊긴지는 오래고 비상식으로 넣어두었던 보리빵 같은 것을 꺼내어 먹는다. 자민우드에서 사서 조금 남아있던 베리잼을 찍어 먹는데도 맛이 형편이 없다.

"중국 슈퍼에서 골라 먹던 3위안짜리 빵들이 그립다."

푸석 푸석한 빵을 먹는 듯 버리는 듯 대충 먹고 나머지는 초원에 뿌려버린다.

"그나저나 자전거를 세우는 막대기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

몇 개의 언덕을 땅만 보며 페달을 밟고, 네트워크가 끊겨 남은 거리를 알 수 없던 처이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들어서 있는 처이르는 생각했던 것보다 커 보인다.

"아파트 단지도 있네!"

판자촌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처이르의 초입에는 길게 낮은 아파트의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랑자르갈랑을 출발하며 1시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처이르를 3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 것이다.

"쉴 거야. 나 쉴 거야! 못 가!"

도로 양편으로 마을이 갈라져 있는 처이르의 초입에서 어느 쪽으로 들어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구글지도로 호텔을 검색해 보니 양쪽에 사이좋게 하나씩 검색이 된다.

"오른쪽에는 아파트 단지들만 있는 것 같고, 왼쪽은 판자촌인데 병원도 있고 축구장도 있고. 왼쪽이 시의 중심인가?"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려다 쓸데없는 것으로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도로변에 보이는 슈퍼에 들어간다.

우리의 편의점처럼 구색이 제대로 갖추어진 작은 슈퍼이다.

"샌 베노!"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하고 카운터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흐릿해진 눈을 비비벼 한숨을 내쉰다.

잠시 가게를 둘러보며 핸드폰을 꺼내어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으니 아파트 단지 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쪽 뒤편에도 있는데?"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점원에게 어느 곳이 괜찮은지 물으려고 하니 피곤해진다. 다시 의자에 앉아 쉬면서 눈을 비비며 마사지를 해준다.

"오츠랄래, 저기 따뜻한..."

따뜻한 물 한 잔을 달라고 부탁하려는데 점원이 믹스커피를 들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오, 한국 커피! 나 주는 거야?"

너무 피곤해하며 힘들어하니 안쓰러웠는지 믹스커피를 꺼내어 타준다. 종이컵 가득 물을 담을 믹스커피, 차를 마시는 중국이나 몽골 사람들은 믹스커피에 물을 많이 넣어 묽게 타 마시는 것 같다.

콧물과 함께 목이 건조하여 콜라가 당기지 않고 매장에 다른 음료수가 있는지 찾는 도중 파란색 레츠비를 발견한다.

"유레카! 나의 사랑 레츠비!"

가게의 점원에게 '좋은 호텔'을 번역하여 구글지도로 양쪽의 호텔을 보여주니 아파트 쪽의 호텔을 가리킨다. 그리고 'ATM'을 적어 보여주니 두 사람이 뭔가 얘기를 주고받더니 호텔 쪽에 은행이 있다고 알려준다.

슈퍼의 점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도로를 따라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4층 구조의 아파트에는 호텔이나 은행 그리고 알 수 없는 간판들이 붙어있다.

아파트 1층에 영업을 하는 사무실들이 입주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광고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

아파트 초입의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구글맵을 따라 호텔로 이동하였다. 몽골에서는 비자나 마스터, 유니온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 같지만 몽골의 물가를 무시하고 자민우드에서 현금을 조금만 찾아 쓴 탓에 비상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승용차들의 통행이 빈번하고 슈퍼마켓이나 다른 건물들도 많이 보인다. 운동을 하는 아이들과 단지 내를 걷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젊은 여자에게 호텔의 위치를 묻고 아파트 단지의 끝에 위치한 단층의 작은 건물을 보며 긴가민가 생각하며 길을 따라 들어가니 나를 보던 어떤 여자가 정문을 가리키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2, 3층의 호텔 건물을 생각했는데 게스트 하우스처럼 보이는 빨간 벽돌의 단층 건물이다.

마당 한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게르가 설치되어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구색을 갖춘 프런트가 있고 아주머니가 밝게 웃으며 맞이해준다.

"하룻밤에 얼마예요?"

번역기를 돌려 가격을 물으니 계산기에 30,000을 쳐서 보여준다. 40,000투그릭 정도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렴하다. 달랑자르갈랑의 숙소에서 세면시설이 없어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라 방을 볼 수 있는지 제스처를 하자 방으로 안내를 해준다.

단층의 긴 복도에 방들이 나누어져 있고, 작고 오래된 방이지만 나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는 방과 욕실을 보고 체크인을 한다.

"이거 또 온몸을 사용해서 말해야겠네."

오번역이 되어 의사전달을 할 수 없는 번역기를 포기하고 자전거 사진을 보여주며 방에 넣어둘 수 있는지 제스처 하니 방에는 넣을 수 없다며 엑스자를 표시하고 자전거를 보자며 밖으로 나가더니 호텔의 현관에 놓아두라고 한다.

좁은 현관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자리는 잡는데 아주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룸'이라고 하며 자전거를 방에 넣으라고 한다.

"오호. 땡큐!"

간만에 방으로 들어온 자전거, 쑤니터우이치에서 지아오강강이 깨끗하게 물걸레질을 하여 그나마 덜 미안하다.

자전거를 들여놓는 것을 도와주던 아주머니는 먼저 씻으라며 욕실의 온수기를 켜주고 방의 열쇠를 건네주며 나간다.

"아, 간만에 씻어볼까!"

중국제 온수기는 작동이 되는 것 같은데 찬물만 계속 나온다. 온수통에서 미지근한 물들이 새어 나오는 고장 난 온수기로 찬물 샤워를 하고 속옷과 양말을 빨아 라지에이터 위에 말려둔다.

룸이라는 짧은 단어를 말했던 남자에게 영어를 하는지 물으니 못한다고 한다.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고 구글지도를 보여주니 조금 생각한 후에 '드림'이라며 숙소를 물어봤던 슈퍼 건너편의 식당을 알려준다.

"걸어가는 거야?"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표정으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많이 걸어가야 하는데. 어쨌든 밥 먹고 올게요."

도로가 아닌 흙길을 가로질러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고.

외관과는 달리 아파트의 출입문과 통로들은 낡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운동장 같은 경기장을 돌아서.

슈퍼마켓과 식당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처이르의 초입 도로변에는 이런 식당이 3곳이 있는 것 같다.

깔끔하게 인테리어 되어있는 식당에서.

웨이터 복장을 차려입은 남자에게 메뉴판을 건네받아 메뉴들을 구경하고.

쇠고기와 감자 구이 그리고 밥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한다.

그리고 웨이터에게 'Амтат'를 보여주며 보드카 메뉴를 보여주니 메뉴판에서 보드카를 추천해 준다.

"50ml?"

보트카의 양을 물어보니 손가락 눈금으로 조금이라고 알려주며 핸드폰으로 숫자 100를 써서 보여준다.

"100ml? 아, 잔 술로 파는구나! Ok!"

잠시 후 예쁜 보드카 병과 술잔을 가져와 보여주고 병을 들어 올려 멋들어지게 한 잔을 따라준다.

"칭기스!"

아주 독하지 않고 은은한 향이 좋은 보드카다.

"한 38도 정도 되는가? 맛 좋네! 기억해 주겠어."

밥과 함께 나온 쇠고기 감자 구이는 제법 맛이 좋았지만 조그만 그릇에 담겨 나온 밥의 양이 문제다.

"중국의 밥 인심이 그립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

16,800투그릭, 한화 8,000원 정도의 양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더 주문하고 신호의 강도가 활기찬 식당의 와이파이를 사용하여 오드바야르와 페이스북 메신저 통화를 한다.

라이딩 도중 세 번씩이나 영상통화가 울렸지만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고 라이딩에 힘이 들어 받지를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오드바야르 그리고 그의 아내와 영상통화를 한다.

"오드바야르, 니 처이르! 안녕! 빨리 자! 이제 끊어!"

저녁이 되면서 손님이들이 하나둘 밀려들어온 탓인지 조금 늦게 나온 양고기 스테이크는 너무 많이 익혀진 것 같다.

하지만 레어, 미듐, 웰던 같은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기는 단지 고기일 뿐.

갖은 야채들과 채소들의 과즙과 소스들을 조금씩 찍어, 한국에서도 하지 않던 나이프와 포크질을 부지런히 해가며 맛있게 먹는다.

"바람 탓에 컨디션이 엉망이야. 고기 먹고 힘내야지!"

저녁 시간의 식당은 외식을 하는 가족단위의 손님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식사를 하는 동안 업로드를 걸어두었던 사진들이 블로그에 올라가는 동안 통통해진 배를 튕기며 기다리고 있는데, 식당을 배회하던 한 남자가 내 앞자리에 앉더니 접시 위에 남아있는 동그란 양뼈들을 뜯으며 조금 남아있는 소스를 포크로 퍼먹는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넌 누구냐?"

가만히 그의 행동을 지켜보니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걸신이 들린 사람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음식들을 핥아먹는 것이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깨끗한 식당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바쁘게 서빙을 하며 움직이는 많은 직원들 중 아무도 그의 행동을 제재하는 사람이 없다.

손을 들어 직원들을 불러 보아도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넌 뭐 하는 놈이길래 사람들이 다 피하며 방치하는 거냐?"

큰 소리를 내어 직원들을 부르니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쪽을 쳐다보지만 이내 시선들을 피하며 식사를 한다. 재차 직원을 불러 남자를 가리키자 여직원이 마지못해 다가와 남자를 몇 차례 쿡쿡 찌르며 윽박을 하지만 남자는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그릇째 핥아먹을 기세다.

여직원은 포기한 듯이 카운터로 돌아가버리고 남자는 남은 소스를 모두 핥아먹고 다른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로 이동한다.

"뭐야? 무소불위의 주인집 아들이라도 되는 거야?"

다른 가족이 있는 식탁에서 식사를 방해하던 남자는 손님들이 먹고 남은 음식 그릇을 비어있는 테이블에 여직원이 갖다 놓으니 그곳에 앉아 남은 음식을 먹으며 술 주정을 하듯 중얼거린다.

"인구가 400배 많은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것을 이곳에서 보네. 아이고 몽골아!"

현금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카드 결제를 해보고 보드카를 추천해 준 남자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온다.

호텔로 돌아오니 아주머니가 눈을 마주치며 식사를 잘 하고 왔는지 묻는 듯 쳐다본다.

"Энэ нь амттай байсан. 잘 먹었습니다."

커피 믹스 두 개를 꺼내어 뜨거운 물을 끓여달라 부탁을 하고 하나는 아주머니에게 건네준다.

20일 가까이 거센 바람의 초원을 달리며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 200km가 남은 울란바토르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거센 바람 소리가 윙윙거리며 창문 틈을 파고든다.

"남풍, 제발 남동풍이 불어줘!"

숙소의 전기가 거센 바람에 정전이 되더니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전기도, 난방도, 통신도 모두 끊겨버렸다. 거센 서북풍이 불어오면 하루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2일 / 맑음 ・ 18도
조르노크
우연히 만나게 된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은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다. 바쁘지 않은 몽골의 여행 일정이 하루를 더 머물며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인트칠
카드놀이
0Km / 00분
0Km / 00분
조르노크
조르노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

아침에 일어나 오초르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좋다며 웃는다. 일을 나가는 오초르를 배웅해 주고 집으로 들어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휴식한다.

오늘도 여자들은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도로변의 초원에 나가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시간을 보낸다. 작은 도마뱀 같은 것이 마른 수풀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며 돌아다니고.

"헤이, 싸비!"

멀리 철도변의 창고 지붕에서 도색을 하던 여자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창고 지붕의 처마를 진한 파스텔톤의 붉은색으로 칠하느라 요란하다.

지붕으로 올라가 바닥에 누워 깔깔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색깔들도 다양하게 이쁘게도 칠한다.

남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어제부터 창고에서 떠나질 않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쉬고 있으니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들어와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너 이제부터 오빠라고 해. 싸비오빠."

페이스북에 1981년생으로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1974를 적어 보여준다.

"싸비 오빠!"

고개를 끄덕이더며 호칭을 따라 하더니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웃는다.

밖으로 나가니 사우나장의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나보고 페인트칠을 해달라고 한다.

"야, 너는 싸비 오빠라고 하랬지."

싸비 오빠를 부르며 다시 궁시렁거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오드바야르의 동생은 웃느라 바쁘다.

"저 위를 칠해달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올라가라며 사다리를 붙잡는다.

"그래, 너네 둘이 울라 가면 사다리가 휘어지겠다."

사다리에 올라가니 초록색 페인트 통과 장갑을 건네주고 여기저기를 칠하라며 잔소리들을 해대며 웃는다.

"알았어. 사다리 꼭 잡고 있어. 오빠 다치면 안 된다."

지붕의 한 면을 다 칠할 때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온 오초르가 나를 부르며 무엇을 하고 있냐는 듯 외치며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오초르, 얘네들이 일을 시켜! 혼내줘."

페인트를 칠하고 내려오니 두 명이 지붕을 쳐다보며 '모~, 모~' 거린다.

"모~ 모~"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뜻 같은데 오드바야르가 쉴 새 없이 쓰는 표현이다.

"모~? 에이 Ok 해줘. 오케이!"

여전히 '모모' 하면서 손가락을 흔들더니 마지못해 Ok를 해주며 웃는다.

점심을 먹자며 오초르는 간볼트의 집으로 들어간다.

페이스북의 친구 등록이 된 오초르의 아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여 사진을 찍는데 역시나 오초르는 개구진 장난을 친다.

"오초르, 이게 뭐야! 하하하."

간볼트의 아내는 몽골의 우유차에 만두와 밥을 넣은 음식을 내어준다. 약간 짠듯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 배고픔이 없는데 한 그릇을 더 먹으라며 권하여 두 그릇을 맛있게 먹는다.

라면을 더 먹겠느냐는 간볼트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하고 4시에 와서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대답하고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자료들을 정리하며 쉬는 동안 4시가 되어 패니어에 들어있던 짜장라면을 하나 들고 간볼트의 집으로 간다.

특별한 취사도구가 없이 전기를 이용해 음식을 하는 조르노크의 집들이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 간볼트의 아내에게 김치라면 하나만을 달라고 요청한다. 양파와 당근 같은 재료들이 있었지만 괜히 일이 커질 것 같아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 것이 낫겠다 싶다.

물을 끓이는 동안 간볼트의 아내는 고기와 야채들을 썰며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간볼트는 물을 길어오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워야지!"

딱히 라면을 끓이는 법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여 물을 끓이고 스프와 라면을 넣으라고만 알려주었다. 스프를 넣은 라면이 끓는 동안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하느라 바쁘다.

세 달 가까이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탓인지 라면의 냄새가 아주 맵게 느껴진다.

라면을 끓여 간볼트와 아이들에게 조금씩 덜어주니 아이들은 제법 잘 먹는데 간볼트는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

"간볼트,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라면을 많이 먹어야 해."

바로 이어 짜장라면을 끓여주며 스프의 용도를 알려주려는데 짜장라면은 생소한지 이번에도 별 관심이 없다.

짜장 라면을 끓여 다시 두 그릇에 담아 주고 먹어보라고 하니 검은색의 짜장라면이 이상한지 냄새부터 맡아보고 면발을 조금 먹어보는 간볼트.

달콤한 짜장라면의 맛이 괜찮았는지 아내에게 먹어보라고 권해주지만 그의 아내는 낯설어 한다. 이번에도 짜장라면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치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이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무언가를 준비하던 간볼트의 아내는 밥과 함께 카레 같은 음식을 내놓는다.

"라면이 아니고 즉석 카레가 있었으면 더 좋았었겠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디를 나가는지 서열러와 오드바야르의 동생이 옷을 갖춰 입고 놀러 왔다. 오드바야르의 셋째가 아들인 줄 알았는데 치마를 입고 있어서 잠깐 놀랜다.

페이스북을 보며 서열러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오초르가 한국 로션 팩을 하나 주면서 사용하라고 한다.

"이게 뭐야? 핸드크림? 오초르 나 핸드크림 많아!"

오초르에게 다시 로션 팩을 건네주니 정중하게 선물을 하는 듯 허리를 숙여가며 받아달라고 장난을 친다.

"알았어! 고맙게 쓸게. 근데 이거 핸드크림이 아니고 발에 바르는 로션인데!"

사용 중이던 같은 모양의 로션 팩을 보니 핸드크림이고, 나에게 준 미사용 제품은 발에 바르는 로션이다. 아마도 두 개가 세트인 모양인데 사용하지 않은 것을 선물하려다 보니 발에 바르는 로션을 건네준 것이다.

얼굴이 아니고 발이라며 핀잔을 주며 장난을 치고, 오초르는 그냥 얼굴에 바르라며 개구진 표정을 지어가며 웃고 떠든다.

잠시 후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이상한 크림을 들고 와서 오드바야르와 함께 제품에 대해 물어본다.

"충국?"

"아니 한국 제품인데. 이게 뭐야? 여성용 제품인데."

종이 포장 안에는 A와 C가 적힌 작은 크림로션이 들어있다. 남성용 로션이나 향수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여성용 화장품을 가져와 사용법을 물어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보습용인지, 클렌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색깔이 원래 이런가?"

브랜드를 검색해도 회사나 제품이 나오질 않고, 사용 설명서는 번역기를 돌린 것인지 사용법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오드바야르와 그의 아내에게 알 수 없는 제품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말해주기도 미안한 분위기다.

"내가 알아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연구하고 제조했다는 정체 모를 화장품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사용법을 찾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게 쓰여있는 제품 설명서를 성분들까지 살펴보며 안티에이징 제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 난감하네.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A, B, C 그리고 클렌징이 세트로 되어있는 제품인데 오드바야르는 A와 C만 들어있는 제품을 구했나 보다. 의심스러운 분홍색의 로션을 살짝 찍어 손등에 발라 문지르고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오드바야르 부부가 외출을 하는지 크림을 맡겨두고 나가자 오초르가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한국 커피? 오초르가 믹스커피 맛을 알아버렸네!"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 놓으니 커피는 마시지 않고 갑자기 핸드폰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어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번역기와 함께 이리저리 온몸을 써가며 오초르의 의사를 확인한다. 이유는 어제 만들어준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며 멋있게 찍어서 바꿔 달라는 것이다.

"하하하. 알았어. 커피잔 들고 멋있게 마셔봐."

이렇게 찍어보고, 저렇게 찍어보고.

컨셉으로 커피를 마시는 척만 하고 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진짜로 커피를 마시면서 찍는 오초르.

"오초르, 이번에는 저기 창문 쪽에 서서 찍자."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오초르와 놀고 있으니 간볼트의 아내가 와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한다.

간볼트의 아내도 붙잡아서 한 컷을 찍고.

간볼트의 집으로 건너가니 오드바야르의 처남과 처음 보는 이웃 남자가 함께 있다. 방에 앉아 룰도 모르는 몽골의 카드게임을 하는데 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고 구경하려던 나까지 게임에 참여시킨다.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다섯 장씩 나눠들고 시작하는 게임인데 도무지 게임의 줄거리를 알 수가 없다. 다음 사람에게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카드를 내놓으며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 같은데 족보 같은 것이 있는지 일정한 규칙을 찾기가 힘들다.

툴가에게 문자를 넣어 카드게임의 룰을 물어보니 어떤 게임이냐고 물어본다.

"다섯 장을 주고 시작하는데 알 수가 없다. 바보가 된 기분이야."

"다섯 장으로 하는 카드게임이 많아요. 모식이나 후주르 아니에요?"

간볼트에게 후주르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툴가에게 후주르라고 알려주니 간단한 게임의 설명을 해주다 룰이 복잡해서 한 번에 배울 수 없다고 한다.

"아, 그럼 포기!"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하더니 두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초르와 간볼트 부부만이 남는다.

"포커, 포커게임할 줄 알아?"

네 명이 세븐 포커 게임을 하는 동안 오초르는 후주르의 룰처럼 한꺼번에 자신의 패를 바닥에 펼쳐 보이며 뭔가를 외치는 바람에 연신 웃음바다를 만들어 내고.

30분 정도 레이스도 없는 포커 게임을 하다 오초르에게 그만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에 오초르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어제 사놓은 맥주를 마시며 항상 몽골 철자를 틀리게 적어서 이상한 번역을 전달하는 오초르와 떠들며 웃는다.

"이거 봐. 또 틀리게 적었잖아!"

"오호! 허허허허."

오초르에게 아내의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하라며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그의 아내에게 간단한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를 보낸다.

"샌 배노!"

메시지를 받은 오초르의 아내가 갑자기 영상통화를 걸어와 당황하며 전화를 받자 전화는 꺼져버린다. 오초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으니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아놔, 옷을 왜 입어? 하하하."

오초르는 종이와 볼펜을 꺼내어 자신의 아내가 1973년생이라고 알려준다.

오초르 아내와 영상통화로 인사를 하고, 그녀는 오초르에게 내가 어디서 잤는지, 무엇을 덮고 잤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등을 묻는 것 같다. 느낌상으로 오초르에게 손님 대접을 못했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영상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셋이서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초르, 와이프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래."

"오홍!"

"이번에는 이상한 표정 하지 마!"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오초르와 약간의 맥주만을 마시고 남은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제 자자. 오초르!"


삼일 동안 오초르,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선물해 주는구나. 여행이란 참 좋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1일 / 맑음 ・ 18도
노르조크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만나게 된 노르조크의 사람들과 함께 한가롭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친등록
맥주타임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조르노크
아라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쌀쌀한 기운이 들어 새벽녘에 침낭을 꺼내어 덮는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하루하루의 기온이 매일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몽골이다.

어제의 모래폭풍은 온데간데없고 맑은 하늘에 바람마저 거의 없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날씨다."

부스스 깨어있는 나에게 에르덴 오초르가 아침 인사를 하며 아침을 먹으라며 빵을 잘라 놓는다.

어젯밤 불을 끄지 않고 잤다는 제스처에 사방을 둘러봐도 스위치가 없었다며 떠들어대니 방문 앞에 걸려있는 작은 빨래 건조대를 가리킨다.

"그걸 왜 거기에 숨겨놔!"

'아야~'하며 웃고 떠드는 에르덴 오초르.

"오초르, 나 응가!"

애플힙 자세를 취하며 오초르에게 웃어 보이자 '오호~'하며 두루마리 화장지를 건네준다.

집 밖으로 조금 떨어진 재래식 화장실에서 깔끔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오초르는 일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바트보르드처럼 철로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가끔씩 긴 화물칸을 단 기차가 느리게 지나가고.

집 주변을 둘러본다. 네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이 창고처럼 보이는 목재 건물들을 하나씩 두고 세 개의 집이 있다.

작은 철탑이 있는 네모난 간물과 농구 코트, 놀이터 그리고 작은 건물 몇 개가 전부다.

오른쪽이 에르덴 오초르의 집, 왼쪽이 오드바야르의 집.

진청색 문이 오초르의 집이고, 하늘색이 오드바야르의 여동생 집이다.

이렇게 한 집에 네 가구가 함께 사는 형태이다.

현관의 나무 문에 숫자들이 적혀있고.

현관 문을 열면 창고처럼 쓰는 작은 공간이 있다.

안쪽 문을 열면 주방이 나오고.

가장 안쪽에 침대가 놓인 방이 있다.

주방에는 세면대와 작은 식탁.

그리고 화로가 하나씩 놓여있다.

"대우 제품이네. 그런데 한글 철자가 이상하다."

오초르가 아침으로 잘라놓고 나간 빵으로 아침을 먹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면 끝나는 집 주변을 구경한다.

기찻길 옆에 창고 같은 작은 사무실이 있고.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몽골의 철도.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곳에 모두들 모여있다.

기찻길 사고를 예방하는 재미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남자들은 창고를 정비하는지 바쁘고, 여자들은 페인트 통을 들고 도색 작업을 하려나 보다.

오초르의 집으로 들어와 그의 컴퓨터를 사용하려는데 자판이 이상하다.

영자 자판에 몽골 자판을 표시해서 사용한다. 영어 알파벳 보다 몽골 알파벳의 숫자가 많은지 숫자키까지 빼곡하게 사용한다.

어제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툴가와 통화를 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오드바야르에게 한국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하니 성의껏 설명하겠다며 대답을 해준다.

"한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필요한 사항들을 잘 설명해 주면 좋겠다."

12시쯤 돌아온 오초르는 점심을 먹자며 꽁치 통조림 같은 것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으라고 한다.

"이렇게 먹으라고? 정말?"

생선 통조림은 비리지 않고 단맛이 조금 나는 게 괜찮다.

생선 세 덩어리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먹으라는 오초르.

점심을 먹고 오초르는 여기저기 건물들의 설명을 해준다.

작은 송전탑이 있은 건물은 철도의 통제실 같은 곳이었다. 제복을 입은 직원 세 명이 계기판에 앉아 철도의 상황판 같은 것을 주시하고 있다.

오초르의 집 앞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는 오드바야르의 아내와 여동생이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여 가보니 사우나 시설이 되어있는 샤워장이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공용 샤워장, 아직 개장을 안 해서 이용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

기찻길 옆 아주 작은 건물은 이곳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길러오는 곳이다.

큰 통에 물을 받아 집에 있는 수통에 담아놓는다.

철도를 향해 긴 나무통이 나와있어 비를 받아 사용하나 생각했지만 년 강수량이 미미한 이곳에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가까이 가보니 수도관 같은 것이 있은 것으로 보아 기차에서 물을 수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곳에 이외의 건물은 없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구글 번역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연결해 주기 위해 오초르의 컴퓨터에 한글 자판을 설정한다.

"어디 보자. 대충 설정에 들어가서 언어 설정을 누르고."

"키보드의 언어 설정에서."

"한글을 추가해 주면 되겠지."

다행히 오초르의 컴퓨터는 인터내셔널 버전의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어 별 어려움이 없다.

가끔씩 방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나에게 들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핸드폰의 번역기에 몽골어를 잘 쓰지 못하는 오초르와 사람들에게 구글 번역 사이트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자리를 내어준다.

"오초르, 이렇게 해봐."

오전에 보이지 않았던 오드바야르에게 전화기를 달라고 하여 툴가와 통화 연결을 해준다.

"툴가야, 네가 한국에 대해 잘 설명을 해줘."

오초르와 사람들은 핸드폰의 작은 UI만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뭐야. 이 독수리도 아닌 병아리 타법들은?"

몽골 철자의 자판을 찾느라 버벅거리는 것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고 몽골어도 제멋대로 적어 해석이 안된다.

조르노크 사람들은 2G폰도 사용하고 스마트폰도 사용하는데 페이스북의 계정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와이프의 페이스북 계정만 있는 2G폰의 오초르에게 내 소식을 보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주고 북마크를 해준다.

"오초르, 계정 프로필에 사진 넣자."

오초르의 사진을 찍어 계정에 넣어주니 방안이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해버린다.

언제나 유쾌한 에르덴 오초르 계정의 유일한 팔로우가 되었다.

계정을 연결하는 것을 보더니 모두들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며 페이스북을 연결해 달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없어?"

온통 이상한 사람들의 친구 등록과 신청으로 만신창이가 된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의 계정이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한데 모두들 페이스북 계정만을 갖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설치해 주려 해도 데이터 속도가 너무 느려 다운을 받을 수도 없다.

네트워크가 잡히는 와이파이의 비번을 물어봐도 자신의 와이파이를 쓰질 않고 데이터 연결을 해서 사용한다.

"아니 멀쩡한 와이파이 놔두고 왜 데이터를 써?"

사람들은 다시 작업을 하러 나가고, 책상에 놓인 핸드폰에 페이스북 계정들을 연결해 준다.


작업 중인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건네주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려고 자리에 누웠다.

잠시 후 방문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꼬마 녀석들이 모두 방으로 들어와 쉴 새 없이 질문들을 해댄다.

"아이고, 너희들까지."

어수선하게 방을 헤집어 놓던 꼬마들이 물러가고 여행 자료를 정리하며 잠시 쉰다.

퇴근을 알리며 방에 들어온 오드바야르와 짧은 대화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그의 처남이 큰 딸의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다.

"오호, 이것은 나의 전공이지!"

자전거의 앞뒤 브레이크를 정비하고 타이어에 공기를 넣어주고 보조바퀴를 알맞게 높이 조정을 해준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오드바야르는 창고에서 바람이 모두 빠진 자전거 두 대를 꺼내온다.

"뭐야? 어디서 나온 것들이야?"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고 체인에 윤활과 함께 변속이 잘 되는지 점검해 준다.

"오드바야르, 이제 네가 펌프질해. 힘들어!"

자전거를 정비하고 여기저기 흙먼지를 날리며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오드바야르.

처음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흙바닥에서 자전거를 배우는데도 재미있어 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오초르에게 라면을 먹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오초르, 이거 정말 매워!"

오초르에게 라면이 맵다는 제스처를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다. 패니어에서 참치캔을 꺼내어 라면에 넣고 조금 남은 참치캔을 오초르에게 주며 먹어보라고 하니 요리조리 살펴보고 조금 먹어본다.

맛있다는 하는 오초르에게 참치 사진을 보여주며 큰 물고기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라면을 끓여 오초르와 오드바야르에게 담아주니 매운 국물을 마시고 고개를 저으며 아우성이다. 여행을 하며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나에게도 입술이 얼얼한 느낌이 오는데 그들에게 얼마나 매울지 짐작이 간다.

라면을 먹으며 사람들과 한바탕 웃고 떠들어댄 후 오초르는 옷을 갖춰 입더니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차 타고 어디를 가자는 거야?"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가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서둘러 움직이는 오초르를 따라 집을 나선다.

버릇처럼 승용차의 오른 편의 문을 열고 타려 운전대가 있다. 멈칫하는 나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는 오초르.

몽골의 도로에서 일본 도요타와 현대 소나타 차량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거의 70% 이상이 운전대가 왼쪽에 있는 도요타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

승용차에 올라 안전벨트가 없는지 물으니 웃으며 없다고 하더니 좌석의 뒤쪽으로 길게 늘어진 안전벨트를 가리킨다. 안전벨트를 맨다는 표현보다는 몸에 두른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헐거워진 안전벨트를 두르고 있으니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뒷좌석에 앉는다.

"어디를 가는 거지?"

낡은 오초르의 도요타 승용차, 라디오를 듣기 위해 Mp3 같은 조그만 기기를 자동차에 꽂아놓는다.

몽골의 가요처럼 들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처이르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간다. 30km 떨어져 있는 아라크에 간다고 알려주는 오초르는 신이 난 듯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고작 80km가 나오는 속도계를 가리키며 빨리 간다며 보라는 오초르.

"알았어. 천천히 가!"

평평한 몽골 초원의 지면과 맞닿아 있는 구름 사이로 천천히 해가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아라크까지 드라이브를 한다.

작은 검문소를 지나며 오초르는 매고 있지 않던 안전밸트를 몸에 두른다. 오초르가 검문소를 향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눈인사를 하니 내려져있던 차단기가 올라가고.

도로의 왼편으로 보이는 아라크를 향해 도로를 벗어나 아무렇게나 흙길로 들어간다.

"역시, 몽골은 내가 가면 그것이 길인 거야!"

사인샨드와 마찬가지로 흙길의 골목을 두고 나무판자의 담들이 줄지어 이어지는 아라크.

마을 초입의 간판조차 없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슈퍼가 있다.

슈퍼의 입구에 마른 말똥이나 소똥 같은 것이 모아져 있고.

슈퍼의 안쪽에 놓인 화로를 가리키자 소똥으로 연료를 쓴다며 화로를 열어 보여준다.

"한국이나 몽골이나 맛의 비밀은 따로 있구나."

음식을 하는데 다시다를 많이 사용하는지 오초르가 다시다의 발음을 제법 그럴듯하게 하면서 코리아를 외친다.

오초르의 차를 타고 함께 나온 젊은 여자는 작은 슈퍼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며 장을 본다. 아마도 젊은 여자를 태워다 주려고 오초르는 아라크에 온 것 같다.

작은 슈퍼에서 장을 보고 아라크의 안쪽으로 들어가니 제대로 된 마트가 나온다. 젊은 여자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동안 슈퍼를 둘러보며 오초르에게 저녁에 술을 마시자고 제스처를 한다.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 오초르와 간단히 술 한 잔을 하려고 보드카를 가리키니 X자를 크게 그리며 안된다고 한다.

"그럼 맥주?"

큰 페트병에 든 맥주 한 통과 카스, 하이트 한 캔씩을 사들고 슈퍼를 나온다.

어둠이 내려앉은 AH3 초원의 도로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앞서가는 차량의 브레이크 등만이 빨갛게 흔들거린다. 마주 오는 차량들을 상향등을 켜고 운전을 하는지 왼쪽 조수석에 앉은 나는 눈이 부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마주 오는 차량들을 보며 상향등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오초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두운 도로를 안전하게 운전을 한다.

조르노크로 돌아온 오초르는 젊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젊은 여자는 오드바야르의 옆집, 그러니까 오초르의 대각선의 집이다.

오초르가 사는 집에는 오초르, 오드바야르, 오드바야르의 여동생 그리고 젊은 여자가 함께 사는 것이다.

들어선 집은 화로를 피워 조금 덥게 느껴지고 남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방 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아이고 이 집도 얘기들이 많네."

6살 정도의 개구져 보이는 남자아이, 4살 정도의 여자아이 그리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2살 정도의 갓난 아이가 있다.

차와 양고기 그리고 몽골 김치를 내놓는다. 오초르가 칼로 양고기를 뜯어 먹으라며 방법을 알려주고.

육포를 먹는 것처럼 잡내가 없이 괜찮은 맛이 나는 양고기 그리고 몽골식 김치처럼 보이는 김치는 우리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뭔가가 이상한 그런 맛이 난다.

방에서 나온 젊은 남자와 인사를 하고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부부와 함께 맥주를 마신다.

간볼트, 26세의 남자와 그의 아내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적힌 종이를 가져와 보여주는 그들에게 구글 번역기를 설치해 주고 발음들을 하나씩 읽어 준다.

"어떻게 하면 한국말을 빨리 배울 수 있느냐?"

"나도 몰라. 나도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방안의 TV에는 한국 드라마와 오락 프로가 이어지는 채널이 고정되어 있고.

수입이 적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간볼트와 오랫동안 어렵게 대화를 이어갔다.

"울란바토르에 친구가 있는데, 가서 만나면 너를 도와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해 줄게."

오드바야르처럼 툴가와 통화를 시켜주는 것이 편하겠지만 툴가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하는 것 같아 먼저 얘기를 하고 부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간볼트의 아내가 먹기 좋게 발라놓은 양고기를 안주 삼아 큰 페트병의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의 아내는 라면을 끓여 준다며 몽골 슈퍼에서 흔하게 보이는 김치라면을 끓여준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더니 뜨거운 물을 냄비에 붓고 라면과 스프를 넣고 뚜껑을 덮어 놓는 것이다.

"이건 컵라면 먹을 때 이렇게 하는 거지! 내가 내일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줄게."

제대로 익지 않은 라면을 먹고 12시가 되어서야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중간에 사라진 오초르는 하이트 맥주를 한 캔 따서 반 정도 마신 후에 코를 골며 자고 있다.

TV와 전등을 꺼주고 자리에 누웠지만 바트보르드, 오드바야르 그리고 간볼트까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도와달라는 그들의 바람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툴가의 얘기에 따르면 몽골인들이 여행 비자를 받아 90일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건설 현장의 막노동과 이삿짐센터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열악하고 힘든 노동 환경일 것은 당연할 테고, 여행 비자로 취업을 하는 것이 불법인지라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많은 나라들과 사증면제 협약이 되어있는 한국, 하지만 몽골과는 사전 비자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느 국가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자흐스탄을 비롯하여 환경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나라들은 모두 사증면제 협약이 되어있는데 유독 몽골만은 사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필요한 제도이겠지만 제도가 사람들을 불법의 현장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편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몽골인들에게 지금의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7일 / 맑음 ・ 12도
자민우드-도르고비
몽골의 국경을 넘어 자민우드에서의 이틀간 휴식을 마치고 몽골의 여행을 시작한다. "자, 떠나 볼까!"


이동거리
30Km
누적거리
8,227Km
이동시간
4시간 06분
누적시간
580시간

AH3
AH3
14Km / 1시간 46분
16Km / 2시간 20분
자민우드
시계
고르도비
 
 
4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이 좋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 바람 꽤나 불겠네."

정리된 패니어들을 하나씩 프런트로 내려놓고 체크아웃을 준비한다.

"나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자!"

아침 영업을 준비하는 식당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하니 시간이 조금 걸려 메뉴가 나온다.

"언제 이런 아침을 또 먹겠니."

숙소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자민우드의 기차역으로 간다.

흙먼지 바람이 일어나는 기차역 광장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며 구글지도와 맵스미를 켜서 경로를 확인한다.

"의미가 있나? 길이 하나뿐인데."

수입 담배와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필라멘트 한 개피를 300투그릭을 주고 사서 피운다.

"여기 봐. 사진 찍게요."

11시 15분, 광장의 아주머니와 사진을 찍고 자민우드를 떠난다.

자민우드의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AH3번 도로를 타고 사인샨드 방향으로 향한다.

자민우드의 초입에서부터 거센 바람이 자전거를 밀어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기차의 기지창 같은 곳에서 길이 막히고 흙길을 향해 좌회전을 알리는 구글맵.

"구글양은 한국어를 존댓말로 배웠나 보다."

양 갈래의 길에서 차들은 양쪽으로 모두 진입하여 들어간다.

"모르면 오른쪽!"

짧은 흙길이 끝나고 회전 교차로를 지나자 사인샨드와 차이르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거친 사막의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고.

영화에서나 보았던 모래바람이 도로와 주변의 풍경을 휩쓸며 흙먼지 가득한 황량함을 만들어낸다.

모래 폭풍 속으로 달려들어 간다. 좁은 갓길마저 사라진 도로에서 바람에 휩쓸리며 휘청거리는 핸들을 조향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초속 16미터의 바람은 이런 느낌이군."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핸들바를 잡고 있는 손등에 부딪히며 따갑게 피부를 파고든다. 돌풍과 함께 순간순간 도로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무거운 페달링과 멈춰 섬 그리고 바람 속 끌바를 반복하며 자민우드의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마치 100km 이상을 달려온 듯 피곤함이 밀려든다.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구나."

톨게이트 사무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1시간 반 동안 겨우 10km 밖에 못 왔는데."

자전거에 올라타기조차 힘든 강풍 속에 톨게이트를 지난 도로의 갓길은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이다.

바람에 의해 흙길로 밀려났다 도로로 진입하기를 반복한다.

차량들의 통행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가끔씩 지나치는 차량들로 인해 바람의 흐름이 요동치며 차량 쪽으로 자전거가 빨려 들어간다.

몇 차례 휘청거리며 넘어질듯한 자전거를 갖갖으로 조향하며 큰 숨을 쉬어본다.

"끌고 가야 하나?"

자전거에서 내려 10여 분을 갓길을 따라 끌어보지만 그것조차 쉽지가 않다.

약간의 오르막길의 끝에 자민우드의 시계로 보이는 조형물을 향해 페달을 밟아보지만 마주 오는 화물차량이 일으키는 돌풍에 다시 한 번 크게 휘청거리며 자전거를 세우고 만다.

톨게이트에서 3km 남짓 이동하는데 30분이 넘게 소요됐다.

"아, 정말 대단한 바람이다."

낙타 모양을 한 조형물 밑에서 바람을 피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14km 왔네. 자민우드로 돌아갈까?"

날씨 정보를 확인하며 진행 일정을 고민해 본다.

오늘은 서풍, 내일 북서풍. 울란바토르까지 북서 방향으로 사선을 그으며 올라가는 이동경로에 오늘은 측면 쪽, 그리고 내일은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내일은 더 심하잖아. 달라질 게 없네!"

"여기에 텐트를 치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까?"

상황이 나빠지면 자민우드까지 쉽게 돌아갈 수 있는 곳에 야영을 할까 생각했지만 100km가 넘게 남아있는 첫 번째 도시까지 거리가 부담스럽다.

"오늘 50km 정도만 이동을 해보자."

1시 40분, 30분이 넘도록 고민을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더욱 거세지는 바람을 이기며 페달을 밟는다. 차량이 지나치면 갓길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우고, 마주 오는 화물 차량을 확인하면 미리 자전거에서 내려 고개를 숙이고 돌풍을 견뎌내며 가다 서기를 무한 반복한다.

정면과 측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바람막이의 옷자락과 태극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거린다.

자전거를 세우고 서있기조차 힘든 강풍과 모래바람.

3시, 8km 남짓 이동을 하고 자동차 휴식 공간이 마련된 사거리의 측면으로 몇 채의 벽돌집들과 게르가 지어진 첫 번째 마을이 보인다.

무작정 도로를 벗어나 게르가 있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햇볕이 드는 곳에 주저앉는다.

바람에 휩쓸리며 세워둔 자전거가 한차례 슬로 모션처럼 넘어지고, 심한 바람이 불지만 기온은 따듯하여 패니어에 넣어둔 콜라 맛은 미지근하다.

"게르가 있는 안쪽에 텐트를 치면 좋겠는데."

잠시 쉬는 동안 사람의 인기척이 전혀 없다.

"5시까지만 가보자."

끝이 보이질 않는 도로 위로 오로지 거친 바람 소리와 돌풍의 흙먼지만이 자욱하다.

바람을 맞는 왼쪽 눈이 아파오고 핸들을 지탱하느라 오른쪽 어깨가 다시 쑤셔온다.

길은 난데없이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며 휘어진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 왜 곡선으로 도로를 만들어."

오르막의 끝에서 쉴 생각으로 오기 있게 페달링을 해보지만 건너편 도로로 화물차들이 연이어 내려온다.

고개를 숙이고 차량들이 만들고 지나가는 돌풍을 온몸으로 버텨낸다.

오르막의 끝에 예쁜 이정표가 보이고 언덕 너머로 작은 집 한 채가 보인다.

"안 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무작정 집이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갑자기 늙은 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사납게 짖으며 천천히 다가온다.

"아, 젠장. 여기서도 개야!"

잠시 개를 보며 서있자 집에서 사람이 나와 나를 보며 괜찮다고 손짓을 한다.

개의 주인이 다가와 개를 쫓아내고 집으로 가자며 안내를 해준다.

기찻길의 주변, 초원 한가운데 지어진 집 한 채.

자전거를 세워놓고 앉아있으니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화로가 놓인 주방과 침대와 TV가 전부인 집에 들어서자 남자는 서둘러 차를 준비해 내어준다.

"충꾹? 한꾹?"

"한국에서 왔어."

"꼬레아, 으응!"

남자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바람이 많이 불어 힘들다는 제스처를 하고, 번역기로도 의사 전달이 힘든 몽골어를 여러 차례 검색을 하며 반복한다.

"Би энд унтаж болох уу?"

하룻밤 머무를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쉬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마을 이름?"

"Дорноговь."

도르노고비, 동쪽 언덕이라는 뜻 같은데 사인샨드에서 197km 떨어진 곳이라며 알려준다.

"이름?"

"Батболд."

바트보르드, 48살이라며 여러 차례 발음을 따라 해도 몽골어는 너무 어려워 잘 모르겠다.

자신은 결혼을 해서 아내가 있다며 소개를 하는데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바트가 번역기에 몽골어로 그림을 그리듯 무작정 필기를 하니 번역이 제대로 될 일이 없다.

결혼, 27, 큰 여자 27, 23, 14. 알 수 없는 단어들이 번역기에 나열된다.

"27살 아내가 있다는 건가? 27명의 아내가 있다는 건가?"

짧고 굵게 염장을 지르더니 나에게 소개를 해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46, 결혼 안 했어."

나이를 숫자로 적어주니 자기가 2살이 많다며 손가락으로 2를 표시한다.

"응 맞아! 왜, 형이라고 불러줘?"

빵 같은 것을 테이블 밑에서 꺼내는데 벽돌처럼 딱딱하다.

"이거 먹으라고 너무 딱딱해서 못 먹어. 이걸 어떻게 먹어?"

잠시 후 바트는 딱딱한 빵을 한 조각 부신 후 '왈왈'거리며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고 나간다.

아마도 개에게 주는 먹이인가 싶기도 하고.

자신이 말아서 태우던 종이 담배를 피워 보라며 주었는데 종이 타는 맛 이외에 별 맛은 없다.

패니어들을 떼어내 집안으로 집어넣고 자전거를 가리키니 그냥 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 한가운데에서 바보 같은 질문이다.

"그래, 여기 아무도 없네. 아무것도 없어! 하하하."

나를 향해 사납게 짖어대던 늙은 개는 꼬리를 내리고 얌전해졌다.

"아, 얄미워. 저걸 확!"

몽골의 달력에도 12간지의 그림들이 날짜마다 그려져 있고.

바트는 삼성의 2G 핸드폰을 사용한다.

침대에서 쉬는 바트와 대화를 하려 해도 그냥 난감 그 자체이다.

"툴가에게 전화를 해볼까?"

툴가에게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전후 사정을 짧게 알려주고 바트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봐달라 부탁한다.

바트가 많은 말을 하며 한참 동안 통화를 한다.

"기차역에서 일을 하는데, 한국에 가면 일자리 같은 것을 소개해 달래요."

기찻길 부근에서 철로 관리 같은 것을 하는가 보다.

툴가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 부탁을 하고 툴가와 통화를 마친다.

바트와 몽골, 중국 담배를 나눠피며 번역기로 어렵게 소통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녁을 먹자며 당근과 말린 고기를 넣은 볶음면을 한 그릇 내어주었다. 중국에서 먹었던 맛과 별 차이가 없는 맛이다.

"툴가, 몽골이 혹시 일부다처제야?"

궁금했던 것을 툴가의 카톡으로 물어본다.

"여기 춥지?"

"이제 따듯해지는 계절이라 지금은 괜찮다."

패니어의 무게를 차지하던 방풍자켓과 여름 옷들을 꺼내어 조심스레 바트에게 건네준다.

"일할 때 입어."

무례한 행동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트가 기분 좋게 받아주어 마음이 놓인다.

겨울 비니와 양말을 하나씩 꺼내어 주고, 핫팩들을 꺼내어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붙이는 핫팩을 뜯어 비비고 흔들어도 바로 열기가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고.

"너무 오래돼서 안 되나? 하여튼 이렇게 쓰면 돼."

TV를 가리키자 DVD 씨디를 보여주며 '마르코'라고 알려준다.

"보여줘 봐."

DVD를 틀더니 류시원이 표지 모델로 그려진 씨디를 보이며 '한꾹'이라고 한다.

"류시원, 모르는 영화인데."

TV에서는 장 끌로드 반담의 오래된 영화가 나온다.

"완담!"

바트가 반담을 가리키며 액션 장면을 흉내 낸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바트의 침대 옆에 돗자리와 쿠션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77일 동안 여행하며 두 번째 써보는 것이다.

몽골은 외화들을 모두 성우들이 더빙을 한다. 숙소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더빙되어 방송이 되었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장 끌로드 반담의 영화가 끝나고 다른 DVD를 틀려는 바트에게 한국을 말하니 류시원의 씨디를 넣어 주었다. DVD 플레이어에 씨디를 넣으며 왼손목에 붙여 놓았던 핫팩이 따듯하고 좋다며 엄지를 치켜 세운다.

오토바이을 타다 넘어져서 골절이 되었던 팔목을 보여주는 바트에게 날씨가 추울 때 핫팩을 붙이라고 제스처로 알려준다.

등장인물 소개를 하는 멘트에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따라 하는 바트.

"류시원, 박지윤, 김민수."

혼자 이곳에서 일하며 수없이 반복해서 DVD를 보았나 보다.

류시원이 이종 격투기 선수로 나오는 드라마 같은 것이었다. 검색을 해보니 2012년 채널A에서 방송되던 로맨틱 코미디 '굿바이 마눌'이라는 드라마다.

종편이 개국하던 초기에 많은 돈을 써가며 만들었던 드라마들 가운데 하나인가 보다.

드라마도, 류시원도 관심이 없고 더욱이 종편의 채널들은 모두 리모컨에서 삭제해 버리니 알 리가 없다.

"빌어먹을 명박이 작품이네."

순찰을 나가는지 복장들을 갖춰 입던 바트는 입담배를 말아 태우고.

많이 보았을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한다.

"너, 이 자식!"

천천히 해가 져물어 가는데 바람은 여전하다.

"몽골은 한국과 문화가 비슷해요."

툴가에게서 카톡의 메세지가 왔다. 아마도 결혼을 해서 가족들이 있다는 말을 한 것 같다.

핸드폰으로 사진들을 정리하는 내 옆으로 순찰에서 돌아온 바트가 나란히 눕는다.

"이것 봐. 중국이야."

여행 중 촬영한 중국의 동영상들을 보여주며 하나씩 소개를 해준다.

"여기가 황산, 계림, 용척제전, 장가계, 천안문, 자금성."

관심있게 영상들을 보며 웃기도 하고, 엄지를 세우기도 하고, 천안문을 보며 모택동이라며 손가락을 가리키기도 하더니 침대 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보여준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가 바트의 아내 아츠제르깔, 파란색 몽골 복장의 아이가 14살 아들 오끔마타르이다. 그리고 나머지 세명이 누구인지 알려주는데 알 수가 없다.

"나는 없어."

"여자를 취해라!"

저녁을 먹자는 바트에게 라면이 있다며 끓여 먹자고 한다. 물을 끓여 매운 라면을 준비하고.

바트가 종이를 꺼내더니 볼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제법 솜씨 좋게 말과 산양, 양들의 그림을 그리며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고 이름들을 적어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의 사인과 핸드폰 번호를 적더니.

나에게 선물을 하며 악수를 청한다.

"나 주는 거야? 와, 감사합니다. 땡큐!"

그 사이 라면이 끓어 나는 라면을 그릇에 담고, 바트는 몸에 좋다며 우유를 그릇에 따른다.

라면을 먹던 바트가 너무 매워하며 오만 인상을 쓴다. 생각해보니 그들에게 신라면은 엄청나게 매운 음식이다.

패니어에서 작은 소세지를 꺼내어 바트에게 주고, 빵과 잼을 꺼내어 먹으라고 한다.

먹다 남은 보드카를 바트에게 주고 건배를 하며 저녁을 먹는다.

번역기를 달라는 바트에게 핸드폰을 주니 여전히 투박한 손으로 마구 적는다.

"тийм байна хангалуун байна надад гоё дурсамжуудаа биан дедор Солонгос найзтай ..лан. чинадад сСолонгос мана би чамайг дурсах болно Сайхан дурсамжулах болно.н надад он этуэт мангасилгонконг доллар байтал - Би Манга,хдавсгарт цуглу’ллаг юм."

번역기된 문장안에 한국 친구, 좋은 추억, 너무 기뻐, 기억할게 등의 글들로 보아 나와 함께해서 즐겁고 기억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지갑에서 1달러와 1자오를 꺼내어 기념으로 선물을 해준다.


"후원해 주는 거야? 땡큐, 바트!"


바트와 즐겁게 식사를 하고 밖에 나가 초원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이 밝아 별들이 반짝이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올려다보는 밤하늘이다.

머리위의 북두칠성을 보고 있으니 바트가 자신의 팔뚝을 가리킨다.

바트의 팔에는 여러 개의 작은 타투가 그려져있다. 북두칠성이 팔뚝에 그려져있고, 말도 있고, 작은 글씨들도 새겨져 있다.

바트가 이불 하나를 내어주었고, 바트는 상의를 벗고 잠을 잔다.

"오, 나랑 비슷한 취향이네."

불빛이 꺼진 캄캄한 방, 불어오는 초원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모든 조명을 켜두고 홀로 잠드는 호텔보다 좋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8일 / 맑음 ・ 10도
화더현-샹황기
숙소 앞에 걸려있는 붉은 오성기가 찢어질 듯이 펄럭인다. 저쪽 방향이면 오늘 가야 할 방향인데.

이동거리
49Km
누적거리
7,703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550시간

G511
S208
26Km / 2시간 30분
23Km / 1시간 54분
화더현
샹황기계
샹황기
 
 
4,95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45분, 첫 번째 알람에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어제의 힘들었던 라이딩의 피로가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무심결에 바라본 창밖의 하늘이 심상치 않고 바람 소리가 요란하게 창문 틈을 파고든다.

"오늘은 정말 힘들겠구나."

조식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머리 위에 바로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직원에게 조식 시간을 물으니 7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방으로 올라가 출발 준비를 한다.

타이레놀 한 알을 꺼내 먹고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 입는다.

"계절을 거꾸로 달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오늘 가야 할 목적지를 결정해야 한다. 몽골로 넘어가는 국경의 얼렌하오터시의 방향으로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도시가 몇 군데 없다.

쑤니터우기, 주리허진의 거리는 화더현에서 130km가 훌쩍 넘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아무래도 끊어서 가야겠다. 이 바람을 이기며 130km를 달릴 수는 없어."

주리허진과 쑤니터우기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50km 거리의 소도시 샹황기. 샹황기의 지도를 확대하여 주점들의 유무를 확인하니 제법 많은 수의 빈관과 주점이 검색된다.

"됐다. 일단 출발해서 상황을 보고 샹황기를 지나칠지 고민하자."

체크인을 하고 현금을 조금 찾기 위해 시내 쪽으로 이동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가니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간다.

"오늘도 망했어!"

중국에서 사용할 경비 1,000위안을 찾고 찬 바람을 맞으며 샹황기 방향으로 길을 향한다.

이내 작은 소도시를 벗어나고 윙윙거리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쟤네들은 꼭 뒤돌아서있더라."

화더현,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서며 모든 이정표와 간판 등에는 꼬불거리는 이상한 글자가 함께 적혀있다.

무심하게도 열심히 돌아가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들을 지나고, 고산지대의 초원으로 끝없이 길게 늘어진 도로가 나타난다.

순간순간 불어오는 강풍에 자전거는 휘청이고.

"힝. 바람, 바람, 바람! 이놈아!"

"그냥 뒤로 달려볼까?"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하늘빛이 너무나 좋다.

햇빛에 반사되는 얼어붙은 호수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뒤를 돌아 지나온 길과 하늘을 쳐다보며 감탄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거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지나온 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내가 졌다! 샹황기까지만 이동하자."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글자가 얼핏 중국 한자와 형태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의 시골 분교들처럼 생긴 긴 주택들이 가끔씩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한 고산지대의 도로변에 교통 공안의 차가 정차되어 있어 그곳에 도착하니 모형이다.

"산타페의 적절한 사용법이군! 제법이야."

조금 더 지나니 교통 공안의 모형도 서있고, 그 이후 건너편에는 도로를 향해 과속탐지기를 들고 서있는 모형도 있다.

"너라면 속겠니? 차리리 방지턱을 이쁘게 만들어 놓지."

12시 30분, 평속 10km의 속도로 겨우 샹황기의 경계면에 들어선다.

"저 이상한 글자를 어떻게 식별하는 거지? 쓰기도 힘들 것 같은데."

도로변 아래로 우물 같은 것이 보여 자전거를 눕혀놓고 언덕 밑으로 내려간다.

도르래를 사용하고 우물을 퍼 올리는 듯싶다.

여전히 사용감이 느껴지는 우물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세대에 걸쳐 우물을 파고 관리했을까."

언덕을 내려오니 바람이 없다. 이런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정도 야영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샹황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발 1,500미터. 생각보다 기온이 낮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일교차가 큰 탓인지, 차가운 바람과 기압의 영향인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다.

길은 멀리 보이는 흙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소모양의 안내판이 재미있다.

장국영이 나오는 왕가위 감독의 동서사독 속 풍경들이 떠오른다. 이해하기가 정말 힘들었던 영화, 언제나 보다가 잠들어 버려서 한편 전체를 끝까지 보지 못해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라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시간과 공간,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있는 영화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힘들지만 시간에 대한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과 장국영의 냉소적이며 쓸쓸함 전해지는 연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소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샹황기 역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라 한다.

능선 위로 철탑이 들어선 산을 넘어 작은 마을 샹황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전의 도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다른 나라의 도시에 들어온 듯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니 판매 완료 표시가 된 주점 한 곳이 검색된다.

"일단 주숙등록은 된다는 말이니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간 주점은 폐업을 했는지, 리모델링 중인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고 큰 건물만이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 있다.

조금 난감하지만 주점이나 빈관이 마을의 규모에 비해 많고 시간도 넉넉하게 있어 걱정 없이 고덕지도로 다시 검색을 한다.

마을의 공원 옆에 위치한 주점을 찾아가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슈퍼에 들러 내일의 긴 여정을 위해 비상식을 먼저 사둔다.

가격표 붙이기가 귀찮은지 물건들에 숫자들을 직접 적어놓은 슈퍼.

멀쩡한 계산기를 옆에 두고 아주 오래된 주판을 튕겨 계산을 한다.

빵과 과자 그리고 콜라를 넉넉하게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프런트 직원에게 굼벵이 모양의 글자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몽골어라고 알려준다.

"몽골어. 이상하네 몽골어는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었는데."

자료들을 정리하다 출출함이 느껴져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당 입구에서 조리사 복장을 입고 있던 젊은 남자는 한국인이라 말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이것저것 질문들을 한다.

자신의 핸드폰은 번역이 안된다며 투덜거리길래 위챗의 변역 기능을 알려준다.

"자, 봐. 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면 위챗으로 변역을 할 수가 있어."

왜 중국 사람에게 중국의 SNS 채팅앱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법을 알려주니 좋아하며 위챗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야. 지금은 여기에 그냥 말해!"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니 98위안하는 어린양 통구이를 추천해 준다.

"양이 많아?"

"아니 몇 개 못 먹을 거야."

"그런데 왜 추천했어?"

고기를 좋아하는지 묻고는 88위안하는 메뉴를 추천해 준다.

담배 한 개비를 뺏어 피더니 아주 신이 난 아이처럼 우유차와 수박을 내주며 무료라고 알려준다.

몽골 지방에서 먹는 우유차 같은데 조금 비린 듯 고소한 맛이 난다.

약간 짜면서 매콤한 맛이 감도는 우리의 백김치 같은 것도 밑반찬으로 내어주고.

잠시 후 추천해 주었던 메뉴가 나온다. 고수를 수북하게 깔고 그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다.

약간 오돌뼈 같은 느낌이지만 연골이 씹히는 느낌은 거의 없고, 고수와 적당히 섞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다.

"근데 왜 그림이랑 완전히 틀리지? 그리고 언제부터 고수를 미나리 먹듯이 먹게 된 거지?"

밥 두 공기를 비우고 계산을 하니 72위안을 달라고 한다.

"대체 뭘 요리해 준 걸까?"

주방에서 조리를 하는지 보이지 않는 젊은 남자에게 위챗으로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고,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준다.

"그 녀석에게 주세요. 선물!"

의외의 선물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방방 뛰 듯 젊은 남자를 찾아 주방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요리를 한 젊은 남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빨갛게 얼굴이 상기되어 인사를 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돼."

시크하게 빠, 바이를 외치며 손을 들고 식당을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과 넓은 초원의 풍경들이지만 감기 기운은 여전하다. 내일 가야 할 100km가 넘는 거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여 쑤니터우기까지는 내리막길임을 확인했지만 바람이 불면 내리막도 오르막도 의미가 없는 길이다.

"제발, 조금만 불어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7일 / 맑음 ・ 14도
장베이현-화더현
해발 1,500미터의 고산지대, 허베이성을 지나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112Km
누적거리
7,654km
이동시간
7시간 58분
누적시간
546시간

S245
S245
63Km / 4시간 27분
49Km / 3시간 31분
장베이현
얼하오부
화더현
 
 
4,90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일찍 잠든 덕에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괜찮다.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 숙소 밖으로 나가보니 해발 1,400미터에 위치한 곳이라 쌀쌀한 날씨가 느껴진다.

"오늘 가야 할 길이 멀다. 서두르자!"

7시에 식당으로 들어가니 숙소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치띠엔 반!"

7시 30분부터 조식 시간인가 보다. 방으로 돌아와 어제 접속이 불규칙하여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구글 지도에 접속하여 오늘 가야 할 화더현까지의 고도를 살펴본다. 

"오늘은 길을 파악하고 거야. 어제는 너무 느닷없었다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화더현은 장베이현보다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네. 바람만 안 불면 좋겠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음식의 맛이 괜찮아 나름 기대했는데 볶음밥도 없고 메뉴가 부실하다. 조죽 같은 것과 함께 이것저것 담아서 아쉬운 대로 배를 채운다.

"먹어야 산다!"

며칠 동안 패니어들을 재장착하고 출발하다 보니 10시를 전후의 시간에 출발을 했다. 일찍 일어나 조식까지 챙겨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 화더현으로 출발한다. 예상거리 110km.

"하늘빛이 정말 좋구나!"

30여 분 S245도로를 이어가기 위해 이동하는 중 파란 하늘이 좋아 사진을 찍고 출발하려는데 투둑 체인이 끊겨버린다.

"아, 진짜 아침마다 왜 이러는 거야?"

"이제 매일 아침 눕는 게 일이구나."

끊어진 체인을 보니 어제 연결해 놓은 체인링크가 부러져있다. 뒷드레일러가 망가지면서 체인에 변형이 생겼는지 계속 말썽을 일으킨다.

"몽골에 가기 싫다 이거지. 그럼 바꿔야지!"

무거운 체인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상용으로 챙겨온 여분의 체인을 꺼내어 바로 교체한다.

전국일주 2,400km와 중국여행 5,000km를 잘 버텨낸 체인. 유럽정도에 가서 스프라켓과 함께 교체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조금 일찍 교체를 한다.

중국의 남부 지방을 여행하며 우중 라이딩의 흙자갈들이 묻어 많이 마모되고 유격이 생겼을 것이다.

새 체인으로 연결을 해두었지만 크랭크의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의 마모를 생각하면 트러블이 많이 일어날 것 같다.

"쉬안화구에는 스프라켓도 교환할 걸 그랬나."

장렬하게 전사한 체인은 도로변에 묻어두고.

"그동안 수고했다!"

변속을 하며 트러블을 체크한다. 생각한 대로 7, 8 ,9에서 체인을 제대로 물지 못하고 더더덕 트러블이 발생한다. 2단 체인링과 8, 9단 스프라켓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모 상태가 깊고 넓다.

"어쩔 수 없다. 8, 9단은 버리자."

8, 9단을 사용하지 않고 스프라켓을 교환할 수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당분간 속도를 내어 달릴 일이 없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내리막길의 체인비가 가벼워진 아쉬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체인을 교체하고 트러블을 점검하느라 9시에 출발했던 시간의 여유는 사라져버린다. 화더현까지 이어질 S245 도로 위로 맞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틀렸네. 그냥 소처럼!"

원중도(元中都, 위안중두)의 입구에서 잠시 쉬어간다. 원나라 시대의 성이 있던 자리 같은데 성터만 남아있는지 과거 성의 모습을 그린 안내도와 달리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넓어서 그런가? 안쪽에 뭐가 있나?"

흙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주차장과 출입구가 나오고, 입장료가 별도로 있는 공원처럼 보여 그냥 돌아서 나온다.

"뭐 이런 황무지에 성을 쌓았어. 백성들 힘들게."

도로의 나뭇가지마다 까마귀들의 둥지가 걸려있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의 들판을 달려간다.

"허허벌판이란 이 정도는 돼야 허허벌판이란 표현이 맞지."

도로를 따라 좌우의 방향만 바뀔 뿐 바람은 여전히 정면에서 불어오고 인가들이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바람을 막기 위한 전형적인 낮은 벽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길에는 소똥밖에 없고.

"대체 어디가 끝인 거니?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저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 거야."

바람을 피해 벽돌들을 모아둔 곳에 기대어 잠시 쉬어간다.

"12시, 75km가 남았네. 빵을 사야 하는데."

오는 동안 몇 개의 주유소를 지나쳤지만 모두 편의점이 없는 곳이고, 도로변의 마을에는 식당처럼 보이는 곳이 많지만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인적감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 건너편의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을 확인하고 두리번거리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이건 있다고 해야 하는데,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아!"

콜라와 함께 달랑 하나 남아있던 비스켓만을 사들고, 물건의 가격을 모르는 여자 직원 때문에 한참을 기다린다.

완전히 다른 주택 구조처럼 생활 방식도 완전히 다를 텐데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곳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안 보이네."

열악한 환경의 정도는 비슷해 보이지만 중국 남부 지방은 작은 마을에도 젊은 청장년들과 아이들이 항상 있어 마을의 생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로변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들, 천천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전거를 멈추자 피하듯이 자리를 일어난다.

"할매, 어디 가? 어. 가게네!"

할아버지와 달리 할머니는 내가 가는 곳마다 도망을 다니신다.

"나쁜 사람 아닌데."

빵 같은 것은 없고,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에 오래된 흙먼지들만이 가득 쌓여있는 슈퍼.

"메이요?"

전에 먹었던 빵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빵이 있는지를 물으니 당연하 없다는 듯 웃으시는 할아버지.

그냥 빈손으로 나오기가 뭐 해서 10원짜리 담배를 하나 사들고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태우는지 물어본다.

"저쓰 한궈 앤초."

할아버지에게 한국 담배 한 개비를 건네주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시고, 주변을 계속 맴돌던 할머니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한다.

아마도 '그놈하고 놀지 말아' 아니면 '그 담배 버려' 아닐까 싶다.

"할배, 같이 사진이나 찍어요. 한국사람 처음 보잖아!"

슈퍼가 있는 할아버지의 집을 자세히 살펴본다.

낮고 길게 지어진 벽돌집에 굴뚝같은 것이 3개 정도 지붕 위로 솟아있고, 마당 한편에 석탄처럼 보이는 검은 흙이 쌓여있다.

"나무가 없으니 탄을 때는 건가?"

창문마다 두꺼운 이불이나 커튼이 쳐져 있고 실내는 어둡다. 어떤 집은 창문의 2/3를 벽돌로 가려놓은 곳도 많으니, 그나마 할아버지 집은 바람이 없는 동향인가 보다.

목축업이 대부분일 테니 넓은 마당이 있고, 마당의 한편에는 가축들의 축사가 함께 있다.

오로지 길게 뻗어 올라가는 도로와 바람뿐이다.

"오늘도 밥 먹기는 틀렸어."

초코과자를 다 먹고 앞드레일러를 정비한다. 비를 맞아 녹이 슬고 흙먼지들이 들러붙어 3단의 변속이 올라가지 않던 것을 정비하지 않고 그냥 놔뒀었다.

"2단이 이상하니, 이제 너를 써야겠다."

변속 속선과 조절나사로 장력을 조정하고 드레일러에 윤활도 조금 해준다. 8, 9단을 사용하지 못하니 내리막이나 속도가 조금 필요할 때는 3단 크랭크를 사용할 생각이다.

수십 기의 풍력 발전기가 나를 등지고 열심히 돌아가고.

도로변의 가로수들 마저 사라져 시야가 넓게 트인다.

길은 하늘을 향해 오르기만 하고.

얼핏 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해안가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도 들지만.

푸른 바다는 없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지네. 올해 안에 볼 수 있겠지?"

"하늘도 좋고 잠시 놀다 갈까!"

"뒤도 곡선, 앞도 곡선. 길도 이쁘네."

"하늘아, 너 정말 끝장이다."

"정면은 이렇게. 각도가 안 나오네. 차로라 힘들어 패쓰."

"뒷모습은 이 정도 거리면 될까?"

열심히 블루투스 리모컨을 누르고.

"그만해. 해 떨어진다. 가자!"

계속되는 하늘길을 오르고 올라.

"야, 중국 소! 나 한국 사람이야!"

좋은 것도 한두 번, 좋은 하늘 아래 사람이 점점 실없어질 때쯤.

도로가 바뀌면서 내몽골 자치구에 들어선다.

황량해 보이던 풍경이 낮은 능선들을 따라 곱게 이어지며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집들은 레고 블록처럼 길게 겹겹으로 지어져있고, 도로의 이정표에는 굼벵이 같은 이상한 글자가 한자와 함께 적혀있다.

하늘이 열린 듯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어지고 바람도 여전하다. 하루 종일 맞바람 속을 달려오니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뜨기가 힘들어진다.

신기하게도 양들이 양을 치는 할아버지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

고산지대에 오르면서부터 어묘(魚苗)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자로만 보면 새끼물고기인데 고산지대에서 양어장을 할 일도 없는데.

"펩시콜라는 이렇게 쓰는구나.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처음 보네."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가 있어 일몰 직전에는 화더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일은 모를 일이니.

지겨운 바람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들이 여행자의 발을 붙잡고.

현(县) 규모의 도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풍경 속에서 어떻게 도시가 그 모습을 드러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산지대의 직선 도로도 화더현 시내를 14km 남기고, 화더현의 초입에 들어서며 체력은 모두 고갈된 듯 지쳐간다.

슈퍼와 식당들이 도로변에 이어지지만 시내라 부르기엔 아직 황량한 모습이고. 창고 같은 용도를 사용하는지 게르 같은 모형의 공간도 보인다.

화더현을 7km 남기고 길은 정면으로 보이는 산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간다.

"끝까지 이렇단 말이지. 넘어가 주겠어!"

바람을 이겨가며 힘겹게 산의 정상에 다다르자 허망한 풍경이 나타난다. 산등성이를 타고 떨어지는 석양빛에 반짝이는 각종 비닐봉지들.

아름답기만 했던 부드러운 곡선의 산등성이가 작은 도시의 외곽으로 오니 온통 쓰레기 비닐봉지들로 가득하다.

"어디서 날아든 것일까? 아니면 쓰레기 매립지라도 되는가?"

"인간들이 민폐다."

동쪽을 향해있는 묘지군으로 보이는 곳에 비닐봉지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와 철조망에 걸리고, 수풀에 걸려 산 전체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산등성이를 넘자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작은 소도시 화더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건물이 전혀 없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화더현.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소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중 시커먼 물체가 도로 한가운데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작은 인력거를 끌고 올라오며 힘이 들었는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쉬어가는 할아버지다.

"할배, 왜 넓은 갓길을 놔두고 길 한가운데에서 그래요."

시내의 초입에서 숙소를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잡히지 않는 작은 소도시, 고덕지도의 주점 검색을 하여 평점이 좋은 빈관으로 이동한다.

해가 떨어지며 조금씩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첫 번째 빈관에 들어가 투숙이 가능한지를 물어본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숙박이 불가능하다며 주변에 있는 어느 숙소를 알려준다.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어떤 곳인지 알려달라 부탁을 하니 숙박이 가능한 주점을 찾아준다.

1.4km의 거리, 시내가 작다 보니 움직이는 거리도 짧다.

예쁘기만한 빛을 남기고 해는 떨어지고, 끝까지 자전거를 밀어내는 찬바람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7시, 모택동의 동상이 정중앙에서 맞이하는 주점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안심이 된다.

주점의 점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에게 자전거 여행 중이라며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안된다고 하니 흔쾌하게 주점의 안쪽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영어 번역기를 써서 이것저것 안내해 주는 점장 그리고 뜻하지 않은 조식권까지 건네준다.

한국인의 등장으로 넓은 숙소의 프런트층에 있던 다른 숙박객과 직원들의 동요가 일어나지만 짧은 미소로 인사만을 전한다.

"여기서 말을 했다가는 1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샤워를 마치고 1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아침 조식 이후 먹은 것은 초코과자 하나뿐이다.

태블릿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 여직원은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주문을 기다려준다. 이것저것 메뉴들을 고르다 처음 여직원이 추천해 주었던 닭고기 같은 음식을 선택하고 밥을 많이 달라고 부탁한다.

방긋 웃으며 알았다는 여직원.

한참 후 나온 음식은 닭고기의 비주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뭐지? 그림하고 틀린데."

한 점을 집어먹어봐도 부드러운 것이 고기는 아닌듯하고 알 수가 없다.

"맛있는데. 이게 뭐야?"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큰 접시에 가득 담아서 나온다.

밥과 함께 알 수 없이 맛있는 메뉴를 먹다 보니 익숙한 곱창의 느낌과 맛이 난다.

"이거 곱창볶음이네."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운 것은 버섯이고, 마늘과 고추, 양파, 대파 등을 넣어 만든 곱창볶음이다.

차를 마시며 천천히 식사를 하기 위해 물컵을 부탁하며 양곱창인지 돼지곱창인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핸드폰을 쓰기도 귀찮아진다.

"꿀꿀."

"뚜이!"

코끝을 살짝 들고 '꿀꿀' 했더니 친절한 여직원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확실히 중국 음식을 먹을 땐 녹차가 제격이고, 정말 맛있게 먹은 기름맛이 감도는 부드러운 곱창볶음이다. 남은 기름에 밥을 볶아먹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50위안이면 8,500원. 이거 한국이면 초대박집이다!"

깨끗하게 음식들을 비우고 카운터로 가니 식당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페이창 하오 츠! 엄지 척!"

일제히 함박 웃음을 보이며 모두가 웃고 떠든다.

51위안. 밥을 많이 달라고 했더니 2위안 추가의 쌀밥을 3위안 받나 보다. 돈을 주려고 하니 보증금에서 처리한다며 51위안 영수증을 써준다.

식당을 나와 프런트 옆에 있는 제물이 올려진 관우상을 보며 점장에게 관우가 맞는지 묻고 있는데 식당 쪽의 입구가 어수선하다.

관우상을 보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벽에 인사를 하는 아저씨.

"뭐 하세요? 관우는 이쪽인데!"

뭘 하는지 옆에서 살펴보고 있으니 퇴근 체크를 하고 씨익 웃으며 지나간다.

식당의 모든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줄을 서서 퇴근 체크를 한다.

조금 전 나의 음식평에 일제히 좋아했던 직원들은 그저 퇴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모양이다.

"나의 따봉에 일제히 환호했던 게 아니었어!"

어딜 가나 퇴근은 기분 좋은 일인가 보다. 직원들의 얼굴에서 편안한 웃음들이 만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런트 왼쪽에도 관우상이 있고.

자동 구두닦이도 있고.

그분도 계시고.

가짜 황금도 가득 있고.

중국의 오래된 주점에 오면 어떻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지키는 격식 같은 것이 있다. 낡은 카페트에서 오래된 냄새가 나고, 시설이 노후되어 좋지 않고 값도 저렴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응대나 절차 등을 보면 주점에 대한 자부심이나 프라이드 같은 것이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방으로 돌아와 감기 기운이 있어 감기약을 먹으려니 판피린 한 병이 들어있다. 불끈 기운을 돋운다며 약사가 권해준 이상한 것과 함께 마시고 따듯한 방한 바지를 꺼내 입고 잠이 든다.

"간 기능 개선 약인데 왜 기운이 난다는 거지?"

하루 종일 하늘빛이 찬란한 풍경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달려오느라 피곤한 하루다.

"멋진 하늘을 봤으니 됐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창핑구-연화산-베이징 옌칭현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경로를 확인하였으나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 아쉽지만 십삼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달려간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7,344Km
이동시간
4시간 07분
누적시간
522시간

G110
G110
29Km / 2시간 50분
16Km / 1시간 17분
창핑구
연화산
옌칭현
 
 
4,59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팔달령의 만리장성을 넘는 S216 소도의 길을 포기하고 팔달령장성과 십삼릉의 사이로 이어지는 G110 도로를 타고 옌칭현으로 향한다.

아침 10, 다섯 개의 알람을 모두 건너뛰는 게으른 아침의 연속이다. 어제 사놓은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패니어의 짐들을 다시 분배하여 정리한다.

"특별히 추가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프론트 패니어의 무게를 조금 줄여 핸들의 조향을 편하게 만들고, 리어 패니어의 짐들을 빼곡히 수납하여 패니어의 모양을 잡는다. 아침이면 바람이 살짝 빠져있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체크아웃을 한다.

"몽골로 넘어가기 전에는 튜브를 정비하겠지. 정말 게을러터졌다!"

창핑구를 벗어나는 회전 교차로. 직진을 하면 S216 도로를 따라 팔당령장성으로 오르게 되고, 2시 방향은 G110 도로를 따라 북경 십이릉 풍경구를 넘어 옌칭현으로 이어진다.

"아, 만리장성을 넘어버려야 하는데 아쉽다."

시내를 벗어나 G110 도로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회전 교차로에 있는 할배네 치킨에서 세트 1번으로 부족한 아침과 비상식을 해결할 생각이다. 베이징 시내에서 쇠고기 오방을 햄버거 세트로 잘못 산 기억 때문에 메뉴를 정확히 확인하려고 매장을 둘러보아도 세트메뉴 1번이 보이질 않는다.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그동안 먹은 세트 1번을 보여주려고 핸드폰의 사진을 검색하고 있으니 매장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와서 핸드폰으로 주문하는 딜리버리 페이지를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한다.

"역시, 짬밥이 틀리구나. 무조건 없다고 한 직원, 너 손들고 서있어! 눈치가 없으면 센스라도 장착해야지."

치즈파이와 치킨 3조각은 아침식사로 먹고 햄버거는 비상식으로 남겨둔다. 게으른 출발로 12시가 다 되어간다.

"700미터 정도는 오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자, 가보자."

회전 교차로를 벗어나자 바로 시작되는 G110 국도.

오토바이조차 보이질 않는 넓고 깨끗한 자전거 도로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산들을 향해 달려간다.

거대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겹겹이 치솟은 높은 산들이 이어지고.

코너를 회전할 때마다 특색 있는 모양과 풍경으로 제각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흙산, 기암 바위의 산, 벚꽃과 복사꽃으로 울긋불긋 흩뿌려진 산들이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산길은 낮은 경사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풍경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페달링을 이어간다.

산골의 마을 입구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고.

"심심한데 기념사진이나 찍을까."

"해발 700미터의 산쯤이야 껌딱지지!"

오른쪽 북경 십삼릉 풍경구가 있는 산들은 흙과 바위산, 왼쪽 팔달령장성이 있는 산은 울긋불긋 복사꽃과 벚꽃들이 흩뿌려놓은 듯 예쁘다.

조명도 없는 두 개의 짧은 터널을 지나는 사이, 산들이 낮아진 것인지 아니면 높이 올라온 것인지 산들의 능선이 눈높이 맞춰진다.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지고.

화물차 운전자들이 식사를 하는 휴게소 같은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얼마나 올라온 거지?"

산들샘을 확인하니 해발 560미터가 조금 넘었다. 중국의 남부를 여행하며 매일처럼 600미터가 넘는 산길을 넘어온 탓인지 동네 뒷동산에 오르는 듯이 별 느낌이 없다.

십여 분 정도 더 오르자 드디어 도로 위로 하늘이 열린다. 연화산 분수령.

"시원하게 내려가자!"

열어놨던 바람막이의 지퍼를 올리며 내리막 다운을 즐기기 위한 준비들을 하고 출발.

2Km 정도 내려오니 톨게이트 같은 곳이 갑자기 나타난다. 아주 오래된 식당차도 보이고.

중국에서 국도 톨게이트는 처음 본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는 톨게이트의 옆길로 살짝 돌아가니 교통 공안 두 명이 차를 세워두고 서있고 길은 경계석으로 막혀있다.

"커이 취?"

지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공안에게 길이 맞는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석 사잇길을 손으로 가리킨다.

"오토바이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차량으로 통행하는 얌체족을 단속하는 것인가?"

높은 산길마저 쓸데없이 예쁜 중국의 도로길을 달리고, 도로변에서는 나무들을 심느라 사람들이 바쁘다.

오늘의 목적지인 옌칭현이 10km도 안 남았는데 길은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다.

"뭐지? 설마 산 중턱쯤에 위치한 도시인 거야."

너무나 좋은 평지의 가로수길이 아까울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없다.

포도나무 넝쿨처럼 꼬불꼬불 이상하게 자라는 가로수.

옌칭현의 초입 사거리에 북경 기독교 교회가 들어서 있다. 가끔 이슬람 사원 같은 곳은 볼 수 있었지만 교회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뾰족한 첨탑 위로 십자가가 걸려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개신교 특히, 대형 교회들의 폐단들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중국 여행 중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풍경이 어색한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자전거 수리 아저씨 옆에 앉아 숙소를 검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주점으로 이동한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한적하고 지금까지의 중국 도시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상하이에서 후난성을 지나 광시성으로, 후베이를 지나 허난성으로 중국의 남북의 느낌이 다르듯 중국의 동서를 가르는 산맥을 넘고 나니 도시와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워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도로변의 주점에 들어가 숙소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 후 체크인을 한다. 만리장성 관광권이라 주점의 숙박비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저렴한 주점이나 빈관을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숙소의 관리 직원들까지 모두 나와 자전거를 요리조리 살피며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짐들을 정리하는 것과 프런트 건너편 보관창고에 자전거를 놓아두는 것을 도와준다.

베이징의 좋은 호텔에서 편하게 쉬었지만 이런 스킨십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쫓겨날 일은 없으니 편하게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나간다. 퇴근 시간 전이라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고 한적하다.

식당에 들어가 18위안하는 덮밥을 시키니 바로 음식이 나온다.

"빨라서 좋네. 냄새도 좋고."

달콤한 간장소스에 감자와 고기 경단이 들어간 덮밥. 광장이나 성 같은 대단위 센터의 음식들은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한 맛이라 고민이 없다.

"식욕이 없는 것이 몸이나 마음에 큰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

숙소에 돌아와 아침 조식이 있는지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20위안 조식을 어떻게 먹는지 다시 물어보니 핸드폰으로 결제를 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메이요."

현금밖에 없다고 하니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조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하는 시스템인가 싶다.

570Km가 남은 중국과 몽골의 국경, 중국의 얼렌하오터까지의 경로를 잡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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