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2일 / 맑음
도버-포크스톤
유럽 쉥겐기간의 압박에서 벗어난 시간, 편하게 쉬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이동거리
12Km
누적거리
21,570Km
이동시간
2시간 23분
누적시간
1,605시간

 
파운드
 
사파이어로드
 
 
 
 
 
 
 
9Km / 1시간 30분
 
3Km / 0시간 53분
 
도버
 
에이클맆
 
포크스톤
 
 
114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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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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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계속되던 바람과 삐딱하게 기울어진 텐트의 불편함에도 어느 때 보다 달콤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이런 시간의 여유가 좋다."

어젯밤 어둠 속에서 찾지 못했던 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내고, 떠오르는 일출을 보려고 산책로를 따라갔지만 길은 사유지로 보이는 집의 주차장에서 끊겨있다.

"오늘은 도버 근처의 야영지를 찾아서 캠핑을 하자."

런던으로 향하는 길을 멈추고 휴식을 취할 장소를 찾아 떠난다.

건너편 산등성이로 보이던 도버 캐슬을 지나간다.

"자전거를 끌고 얼마나 올라온 거야?"

어둠 속에서 산을 올라온 높이가 새삼 놀랍다. 비상식을 채우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 자전거 도로가 좋지 않은 도로의 환경보다 영국의 도로는 차들의 진행방향이 우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좌측 진행. 역주행하고 있는 느낌이잖아."

좌측 차선이 진행도 로라 어색하고, 코너를 회전할 때면 차선으로 차량이 마주 오진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도버 시가지의 슈퍼마켓에 들러 빵과 비상식들을 챙긴다.

"치킨!""

오랜만에 보는 치킨에 가슴이 뛰지만 가격이 너무 도도하여 두 조각만을 사 든다.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하려니 10유로를 살펴보던 할머니 계산원이 유로화는 받질 않는다고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히 유로화와 파운드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카드결제 통장의 잔액들을 모두 안전한 은행으로 이체시켜 놓은 상태라 카드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죄송해요. 현금을 찾아올게요."

자리에 앉아 영국에서 사용할 금액만을 이체하고, 비상식을 다시 챙겨서 카드로 결제를 한다.

"현금을 찾아야겠다."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찾는다. 이제는 모든 은행의 ATM 기기와 카드 결제기들이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도버의 구시가에 있는 KFC로 가서 점심을 해결한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의 크기를 보니 영국의 물가도 만만치 않다.

"요게 2파운드, 요게 10센트."

영국의 동전에는 숫자가 안 보이고, 뒷면에 조그맣게 글자로 돈의 단위가 새겨져 있다.

점심을 먹으며 120km 정도 떨어진 런던으로 향하는 경로를 결정하고, 경로를 따라 이동을 하다 좋은 곳이 나오면 바로 캠핑을 하고 쉴 생각이다.

배터리의 여유가 없어 신경이 쓰이지만 조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도버항으로 내려와 해안가의 풍경을 바라본다. 거대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지형의 모습이 신기하다.

새벽부터 불어오던 바람이 계속해서 거세게 이어지는 하루다.

어색하고 불편한 영국의 도로를 따라 절벽 위의 산등성이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아무래도 도버를 벗어나려면 저 산들을 넘어야 하는가 보다."

도버 외곽의 마을 길을 따라 이어지던 도로는 절벽의 언덕을 오른 뒤 고속도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몽골의 바람처럼 불어오네."

자전거를 타다 끌기를 반복하며 언덕의 정상을 향해 오른다. 가시나무에 피어오른 노란 꽃들이 너무나 예쁘다.

"이 나무에 꽃이 있었나?"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나무 같은데, 노란 꽃이 핀 모습이 생경하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언덕을 오르고 오른다.

"몽골처럼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네."

"마치 후리지아꽃처럼 이쁘네."

완만한 능선로가 이어지나 싶더니 도로가 막혀있다. 다행히 작은 문은 사람이 열 수 있는 고리로 되어있어 문을 열고 도로를 따라간다.

사유지의 목장처럼 철조망으로 경계가 나뉜 구간이 끝나고 해안 절벽의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아, 좋다."

멀리 포크스톤 시내의 모습도 보이고.

"여기가 좋겠다!"

해안의 절벽 위에 텐트를 펼친다.

부러진 텐트의 폴대를 임시조치하고.

강한 바람이 불지만 조용한 해안가의 밤이다.

"하루 더 푹 쉬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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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41일 / 맑음
벨기에 콕세이더-프랑스 뒹케르크-영국 도버
유럽 쉥겐기간의 압박과 피로감을 피해 잠시 영국을 여행할 생각이다. 프랑스의 뒹케르크에서 페리를 타고 영국의 도버로 간다.


이동거리
102Km
누적거리
21,558Km
이동시간
8시간 13분
누적시간
1,603시간

 
프랑스국경
 
페리
 
 
 
 
 
 
 
38Km / 4시간13분
 
64Km / 4시간 00분
 
콕세이더
 
뒹케르크
 
도버
 
 
102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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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아침, 따듯한 침낭 속이 너무나 좋다. 사납게 불어오던 어제의 바람은 사라지고 고요한 파도 소리만이 들려온다.

"매일 이런 아침이라면 좋을 텐데."

누이에게 문제들을 해결할 도움들을 부탁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프랑스 국경을 살짝 넘어 됭케르크에서 페리를 타고 영국의 도버로 갈 것이다. 됭케르크 항구까지 30km 정도의 거리, 시간의 여유가 있어 게으름을 피운다.

구글맵으로 경로를 검색하니 해안가의 모래사장으로 경로가 잡힌다.

"해안가에 자전거 도로가 있나?"

모래바닥의 산책로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정말 넓네!"

바다의 백사장과 해안의 산책로에는 아침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고 싶은 풍경이네."

벤치에 앉아 연한 파스텔톤의 바다를 바라보며, 어지러웠던 며칠간의 마음을 달래 본다.

"여행을 떠나려 했던 지난 마음들과 발걸음이 고맙다."

 

"그럼, 프랑스와 영국으로 가 볼까!"

해안의 언덕으로 이어지던 도로가 사라져 자전거를 끌고 모래사장으로 내려간다. 해안가 쪽의 땅바닥은 조금 딱딱한 편이지만 패니어를 단 자전거의 무게로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다.

해안가를 걷는 사람들과 함께 엠티비를 타고 바닷가 근처를 질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겠네."

모래사장을 벗어나기 위해 구글맵이 가리키는 산책로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부드러운 모래가 두껍게 쌓여있어 산책로로 빠져나가는 것도 힘이 든다.

"구글맵을 믿은 내가 바보지."

해안가의 산책로를 벗어나면 이내 도로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길은 푹신푹신 모래가 덮인 오솔길로 이어진다.

몇 걸음을 옮기고 쉬기를 반복하지만 지도로 보이는 산책로의 거리가 끔찍할 만큼 길다.

"설마, 계속 이런 길?"

설마 그런 길은 계속되고,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뜨겁게 열기가 올라오는 몸과 가쁜 숨소리 그리고 힘이 빠지며 갈지자로 풀려가는 다리, 3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한 시간이 넘도록 모래밭 끌바를 하고 있다.

"구글, 너 죽어!"

한 시간 만에 하루의 기운이 모두 소진된 느낌이다. 산책길의 입구까지 계속되던 스펀지처럼 푹신한 길이 끝을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왔던 산책로는 벨기에와 프랑스의 국경 라인이다. 과거의 국경 검문였을 건물은 작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아침부터 생고생이네."

14번째 나라 프랑스에 들어선다. 거리의 이정표와 상점들의 간판들도 국경을 지나며 프랑스어로 모두 바뀐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바나나로 허기를 채운다. 프랑스의 자전거 도로는 벨기에 보다 좋지 않고, 이마저도 가끔씩 사라진다.

차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길을 이어가던 중 작은 마을 사거리의 정지 신호등에 속도를 줄인다. 정차된 차량의 옆으로 동양인 외모의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온다.

"한국분이세요? 저는 프랑스의 한국인이에요."

서툰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2km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다며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며 집으로 초대를 한다.

웃는 얼굴을 갖은 사람, 핀란드에서 만난 아희처럼 미소가 예쁜 사람이다.

알려준 주소로 찾아가니 여자와 그녀의 동생이 도로변에서 기다리고 있다. 도로에서 가까운 집으로 걸어가니 그녀의 어머니는 전기밥솥을 들고 짧은 한국어로 밝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밥 먹어!"

유쾌하고 편안한 제스처가 따듯한 느낌이다. 그녀의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차고에 자전거를 넣어둔다.

얼굴이 고운 할머니, 사촌 남자와 인사를 하고 여행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부드러운 발음의 프랑스어가 가족들 사이로 오간다.

"왜 여행을 해요?"

"프랑스에 에펠탑이 정말 있는지 보려고 왔어요."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만나게 된 레오니의 가족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레오니는 교환학생으로 서울대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어를 배운 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는 집과 건물 그리고 공간의 구조들이고, 한국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공부하고 싶은 것이 도시재생이나 공동체의 구성 같은 것이다.

레오니의 가족과 함께 할머니께서 준비하신 식사를 한다.

"오, 프랑스 가정식!"

접시들과 나이프, 포크들이 놓여있고 빵과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올려진다.

"어떻게 먹는 거지?"

"한국은 한꺼번에 먹는데, 여기는 야채를 먼저 먹어요."

첫 번째 접시에 당근채을 담아 먹는다. 당근만 따로 먹는다는 것이 재미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샐러드를 먼저 먹는 것처럼 식욕을 북돋아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 준다.

할머니께서 요리한 고기를 접시에 담아준다.

"오, 고기!"

"불고기, 한국의 불기기야!"

빵과 고기, 감자, 콩 그리고 치즈가 접시 위에 담긴다.

레오니의 통역으로 가족들과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식사를 한다.

"고기. 프랑스 식단이 좋아!"

할아버지 부부, 어머니, 레오니의 자매를 만난 것은 커다란 행운 같다.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내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

"레오니 가족을 만나려고, 모래밭에서 고생을 했나 보다."

가족들은 사촌의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고, 여러 가지 선물을 전해준다.

"저녁에 밥 먹어!"

어머니께서는 저녁에 먹으라며 밥과 김치 그리고 조각김을 담아준다.

"피에로예요."

레오니 자매는 피에로의 인형과 과자를 건네주고, 할머니께서는 여행을 잘 하라며 프랑스의 비쥬를 해주며 프랑스어를 가르쳐준다.

"Merci!"

"메시!"

가족들의 환대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즐겁게 사진을 찍는다.

"레오니, 이름이 어려워. 안나는 쉬운데."

"레오니는 사자야. 라이언! 레오니가 케냐에서 태어나서."

"아, 쉽네. 레오니!"

La vie est le meme que le choix entre la naissance et la mort.

"삶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선택의 과정이다."

레오니에게 명함을 한 장 더 건네주고, 명함의 뒷 면에 적어놓은 샤르트르의 말을 알려준다.

"실은, 프랑스에 쟝 폴 샤르트르를 만나러 왔어!"

구글맵에 저장된 파리에 있는 샤르트르의 묘역을 가리키며 프랑스에 여행을 온 이유를 알려준다.

"샤르트르와 보브아르를 정말 좋아합니다."

차를 타고 떠나는 가족들과 손인사를 하고, 출발을 하려던 안나가 다시 달려와 작은 천고리를 건네준다.

"물고기예요."

"고마워. 패니어에 달아야겠다."

할 수 있다면 레오니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쉥겐 기간이 너무 남아있질 않다. 아쉽다.

"또 만날 날이 있겠지."

1시 반, 아쉬운 발걸음으로 됭케르크로 향한다.

그동안 어지러웠던 마음이 레오니 가족들의 미소와 함께 사그라든다.

"정말 행운이었어!"

벨기에의 자전거 도로보다 더 나쁜 자전거 도로지만 집과 거리의 풍경은 벨기에보다 매력적이다.

"만약, 십 년 전 프랑스에 왔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09년 5월, 허망하게 바라봐야 했던 뉴스 속보의 충격과 슬픔은 지루했던 삶의 방향성을 바꿔놓았다. 사표를 내던지고 오랜 시간 동안 바라 왔던 프랑스로 떠나고 싶었었다.

"글쎄, 그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처럼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내 안의 바람들을 미루었던 시간의 주저함은 예상하지 못한 뼈아픈 시간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10년,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은 아이러니하지만 현재의 나를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때처럼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도, 갈증도 사라지고 잃어버렸지만 상관이 없다.

"달라졌을까?"

삶이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런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다.

"대신 너와의 시간이 없었겠지."

"웃는 얼굴, 그 웃음을 마주했음에 후회는 없다."

됭케르크의 외곽에 있는 항구에 도착한다.

익숙한 시스템이라 쉽게 길을 찾아가고.

첫 번째 게이트에서 페리의 승선권을 구매하고, 두 번째 게이트에서 출국 스탬프를 받는다.

특별한 질문이나 절차는 없었고, 여권을 건네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의 서툰 한국어를 하면서 유쾌하게 스템프를 찍어준다.

게이트가 다시 나온다.

"영국 보더 게이트네."

영국을 무사증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바우처나 은행 잔고 확인서 등이 필요하지만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왔다.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심사관은 여행에 대해서 물어본다.

"조금만 천천히 말해주세요."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글쎄요. 1년 후에 자전거 타고 돌아갈 거예요."

"뭐?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자전거 타고 왔어요?"

"뭐? 비행기 안 타고?"

"네. 1년 동안 자전거 타고 왔어요."

"왜? 너 미쳤어?"

"그냥 세상이 보고 싶었어요."

심사관은 가족과 직업, 돈이 있는지 물어본다. 가족과 직업은 없고 돈은 충분히 있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서 머무를 건데?"

"런던에 가서 호스텔에서 머무를 거예요."

"오늘은?"

"도버요."

"넌 미친 것 같아. 영국에서 6개월 동안만 머무를 수 있어. 좋은 여행 해!"

"안 미쳤다니까! 땡큐!"

넓은 승선장에는 대기줄 별로 많은 차량들이 정차하고 있다.

"두 시간이나 남았네."

2시간 텀으로 운영되는 됭케르크-도버 간의 여객선은 도버까지 2시간이 소요되지만 프랑스와 시차가 1시간이 나기 때문에 6시에 출발하는 페리는 7시에 도버에 도착한다.

다행히 여객선의 터미널이 있어서 실내로 들어가 몸을 녹일 수 있다.

"네 자리는 여기."

안나가 준 천고리를 패니어에 달고, 대기줄에 서 있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도요타 짚으로 몽골까지 여행을 했다는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 안내 직원이 다가와 표를 확인하고 앞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승선을 위해 첫 번째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하선하는 차량들이 빠져나간 후 첫 번째로 승선을 한 후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객실로 올라간다.

내부 객실은 카페와 오락실 등이 들어서 있다.

"아무데나 앉아도 돼요?"

카페의 테이블처럼 보이는 공간에 앉아도 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딱히 지정좌석이나 룸이 없는 여객선이라 승객들의 휴식 장소가 카페의 공간인 모양이다.

바쁘게 오느라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 레오니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보낸다.

레오니가 준 피에로는 투병 중인 숙모 마리가 직접 만든 인형이라며 나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그녀에게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연이 있는 있는 녀석이 나에게 왔네."

"피에로는 이탈리아 코메디아 델아트의 캐릭터이다. 그는 시인이고,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관계와는 거리가 먼,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는 몽상가이다."

"피에로와 함께 여행할게요. 피에로를 만든 마리의 정성처럼 그녀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웃는 얼굴의 우는 남자 피에로가 나에게 왔다.

"두 눈가에 핏물이 흘러와 웃음을 짓고 나 춤추네. 내 맘 안에 나도 몰래 새겼던 상처가 이렇게 번져가며 나 애타게 너를 찾는데."

웃는 얼굴의 우는 남자 피에로 그리고 웃는 얼굴의 레오니.

 

"피에로, 지금부터 나와 함께 여행하자."

8시, 배는 도버항에 가까이 다가선다.

"시간을 다시 맞춰야겠네."

페리가 항구로 들어서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한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온다. 승선 전 주차장에서 만났던 남자다.

올리버는 런던에서 머무를 곳이 있는지 묻더니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올리버의 주소를 받고 왓츠앱을 연결한 후 런던에서 보자며 인사를 나눈다.

7시 반, 도버항에 입항한 페리의 하선을 기다리고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린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레드라인으로 그려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항구를 벗어난다.

"왔다. 유나이티드 킹덤!"

어둠이 내려앉은 도버항의 풍경은 거대한 절벽이다.

"거대한 천혜의 요새 같네."

야영지로 생각했던 항구 주변의 절벽길은 난데없이 계단으로 이어진다.

"구글, 너 오늘 왜 이런다니?"

패니어를 분리하고 계단을 올랐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을 포기하고 어두운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고, 끝없는 언덕의 풀숲을 헤쳐가며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길을 잃어버렸네."

아침 모래밭은 끌바로 시작하여 저녁 산속 풀숲의 끌바로 마무리한 하루다.

숨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산의 정상 부근에서 해안가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바람도 세차고, 더는 못 간다."

경사가 진 언덕 위에 텐트를 펼치는데 또다시 폴대가 부러진다. 지난번 부러진 폴대의 다른 편 폴대다.

"뭐, 이미 경험한 것들은 놀랍지도 않다."

임시조치의 방법을 터득한 터라 그냥 텐트를 치고, 레오니의 어머니가 싸준 밥으로 허기를 달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밥과 김치가 정말 맛있다.

반대편 산등성이에 도버성이 밝게 빛난다.

15번째 나라, 영국에 도착했다. 6개월의 체류기간이 있어 조금 천천히 이동하며 피로를 풀어갈 생각이다.

그동안 쉥겐 기간의 압박에 쫓기며 보냈던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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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40일 / 흐림
커호브-이에페르-콕세이더
카드복제로 인한 인출사고의 스트레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잊어야 한다. 잊어야 해!"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21,456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1,595시간

 
N8도로
 
N8도로
 
 
 
 
 
 
 
57Km / 4시간 20분
 
40Km / 3시간 20분
 
커호브
 
이에페르
 
콕세이더
 
 
253Km
 
 

・국가정보 
벨기에, 뷔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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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프랑스어, 유로(1파운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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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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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평상시와 다른 한기가 느껴져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깬다.

"왜 이렇게 춥지?"

비에 젖었던 텐트가 낮아진 기온으로 모두 얼어있다.

카드가 복제되어 결제액 인출이 된 금액들을 확인하니 월터의 한 달치 급여 정도가 빠져나갔다.

"아, 빌어먹을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

스웨덴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의 영향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핸드폰 본인인증이 필요한 금융권의 결제 알람 서비스와 부정 사용이 의심되는 해외 결제를 알려주는 카드사의 카카오톡 알림을 받을 수 없으니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빌어먹을 유럽!"

복제된 카드의 해외결제을 정지하고, 큰 의미는 없겠지만 부정사용 이의제기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틀 동안 누나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

"모든 것이 귀찮아 진다."

아침도 거르고 침낭 속에서 허망스러운 마음을 추스른다.

"갈 길도 먼데, 힘 빠지네."

억지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짐들을 정리한다. 싸늘한 날씨에 얼어붙은 장비들을 정리하려니 손가락이 찢어질 듯이 시리다.

"아, 씨@#&₩#@₩₩_###@@!"

어젯밤 목초지로 들어오며 진흙밭에 빠진 앞바퀴에 진흙이 엉겨 붙어 엉망이고, 패니어에도 진흙들이 범벅이다.

얼어붙은 텐트와 엉망이 된 패니어들을 대충 자전거에 장착하고 출발을 한다.

에스꼬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20km 거리의 코르트레이크로 향한다.

"이럴 땐 고기가 필요해. 고기!"

화를 풀어줄 고기도 없다. 생각해 보면 러시아는 유럽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을 하기에 정말 매력적인 나라인 것 같다.

"웃자. 웃어!"

"경험은 대머리가 된 다음에 선물로 받은 빗처럼 때늦은 선물이다." -벨기에 속담 중에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몰두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저것들은 왜 항상 반대 방향이야. 쌍!"

됭케르크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이런 날에 뒷바람이라도 불어주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차가운 바람이 가난해진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든다.

아침을 거른 탓에 허기가 밀려오며 페달링이 힘들다. 바나나를 꺼내어 먹어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11시 반, 힘겨운 페달링으로 겨우 맥도널드에 도착하고 자동주문을 하려니 카드 결제만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카드까지 복제되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럽에 들어와 두 장의 여행용 카드가 무용지물이 됐다. 남은 한 장의 카드와 비상용 카드만이 남아있어 한 장의 카드마저 정지를 시키면 더 여행을 할 수가 없다.

길거리에 설치된 ATM 기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유럽의 관광도시에서 사용하는 카드들은 어디서 복제가 되는지 피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앞으로 은행에서 현금인출 외엔 카드는 절대 안 쓴다."

떨리는 손으로 카드결제를 하니 결제 용지와 함께 출력되어야 할 오더지가 출력이 되질 않는다.

"에잇, 신발 깔창!"

카운터로 가서 오더지가 안 나왔다고 말하니 주문기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했으면 됐다며 테이블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들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안경 렌즈에 스크래치가 났는지 시야가 흐렸는데, 확인해 보니 눈동자 위치의 부분에 스크래치가 나있다.

"아,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거야!"

카드가 없는 통장으로 모든 현금을 이체하려니 핸드폰 본인인증을 하라고 한다.

"아, 쌍!"

수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마르지 않은 신발 속의 양말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 싫다.

"잊자. 잊어!"

벤치에 앉아 마음을 다스린다.

"아무래도 정신 승리가 필요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멋진 풍경들을 보며 건강하게 다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운이야. 액땜이다 생각하자!"

뭔가 많이 부족하다.

"큰 출혈의 댓가로 모니카 벨루치나 샤를리즈 테론과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이 도둑놈들아! 너희들에게 피의 저주가 죽을 때까지.. 가난한 여행자의 한이 서린 저주다!"

 

수로의 길이 끝나고 작은 타운 메넨을 지나간다.

"오늘 됭케르크까지 갈 수는 없고, 어디까지 갈까?"

어제의 비로 인해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던 오전의 페달링으로 120km를 오늘 이동하기는 불가능하다.

지도를 검색하고 프랑스 국경 근처의 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그래도 100km네. 부지런히 가야겠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네."

오후 들어 하늘은 맑아지고, 비가 내리며 떨어졌던 기온도 다시 회복이 된다.

정신승리 후, 조금은 마음이 안정되었지만 가끔씩 불편한 무언가가 머릿속을 한 번씩 뒤집어 놓고.

길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들과 타운들을 지나친다.

"오늘따라 사람이 많이 그립네."

"그립다. 잠시 기댈 수 있는 어깨와 따듯한 체온이."

4시, 국경의 마을까지 30km가 남았다.

"일몰까지 길어야 한 시간 반인데, 빠듯하다."

어두워지기 전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내어보지만 이내 허기가 지며 지쳐가고, 하늘에서는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말 싫다. 비.."

최대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는 사이 왼쪽 하늘이 눈부시게 밝아진다.

"뭐냐! 여기는 비 오는데."

낮게 깔린 구름 밑으로 해가 떨어지며 지평선을 사이에 두고 일몰의 붉은빛이 물든다.

마지막 석양빛만이 남은 시각, 해변의 마을까지 5km 정도가 남았다.

작은 타운의 하늘에는 박쥐인지 철새인지 알 수 없는 새들이 요란하게 날아다닌다. 바닷속 작은 물고기 떼들의 움직임처럼 방향성 없이 이리저리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철새들의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라디오를 들으니 올해의 컬러가 클래식 블루라고 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때 볼 수 있는 짙푸른 하늘빛이 클래식 블루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던 중 목적지 마을을 5미터 정도 남기고 차량 한 대가 황급하게 옆으로 다가온다.

"뭐야?"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손짓을 하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뭐? 왜? 뭔대?"

건드리면 터져버릴 듯한 눈빛으로 차량을 확인하니 경찰차다.

"왜 그러세요?"

"자전거 라이트 없어?"

암스테르담에서는 라이트가 없으면 벌금을 문다는 월터의 설명이 떠오른다. 최대한 공손하고 어리숙하게 라이트가 없다고 대답하자 라이트가 없으면 도로에서 위험하다며 다그치듯 말을 한다.

"미안해요. 저기까지만 가면 돼."

"조심해서 가고, 좋은 여행 해."

경찰은 회전 신호등 건너는 것을 에스코트해주고 떠나간다.

"쉥겐 기간이 초과될 유럽에서 메뚜기를 할 때는 라이트하고 후미등을 챙겨야겠군."

도착한 해변 마을은 작지만 생각 외로 불빛이 화려하고 쇼핑몰과 레스토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넓고 긴 백사장이 있는 해변이라 아마도 여름철 휴양지가 아닌가 싶다.

백사장에도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이 놓인 모습이 신기하다. 슈퍼마켓에서 소시지를 사고 야영지를 찾아 해변을 따라간다.

너무나 깔끔하고 잘 정비된 해변이라 텐트를 칠 공간이 없고, 바닷바람이 거세어 해변에 텐트를 칠 수가 없다.

프랑스 국경 방향으로 이동을 하고, 마을의 외곽에서 텐트를 칠만한 장소를 겨우 찾았다.

너무 허기가 지고 진이 빠진 탓에 음식을 먹지 못하고, 침낭에 누워 몸의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심신이 모두 지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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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39일 / 비
브뤼셀-커호브
뒤늦게 확인한 카드복제의 인출 문제로 맥이 빠지는 하루, 지겨운 겨울비가 내린다. 영국으로 가기 위해 프랑스의 됭케르크로 가야 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21,359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1,587시간

 
N9도로
 
N46도로
 
 
 
 
 
 
 
29Km / 2시간 00분
 
48Km / 3시간 52분
 
브뤼셀
 
알스트
 
커호브
 
 
15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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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찍 잠들어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잠이 부족했던 건가?"

첫 번째 알람에 잠이 깨고 바로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을 한다.

"비가 내리겠다."

암스테르담부터 며칠 동안 좋았던 날씨가 다시 흐리기 시작한다.

"비가 끝난 줄 알았더니."

싸늘한 아침,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출발과 함께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브뤼셀의 시내를 벗어난다. 복잡한 골목길의 구시가지를 벗어나자 도로는 심플해지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 쉽게 시 외곽으로 빠져나간다.

어젯밤 상담문의를 남겼던 은행으로부터 답변이 왔지만 카드사가 분사가 되어 카드사로 다시 문의를 하라는 답변이다.

하나카드의 어플을 설치하고 카드의 결제 내역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빠져나간 것 같다. 상담시간이 끝나 문의글을 남기고 됭케르크를 향해 출발한다.

"이미 벌어진 일, 고민해봐야 힘만 빠진다."

"겨울비는 정말 익숙해지지가 않네."

초여름의 비처럼 내리는 날씨에 천천히 젖어 들어 간다.

축축해지는 신발과 함께 손등이 시려온다.

다행히 네덜란드 국경의 자전거 도로보다 프랑스 방향의 자전거 도로는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오늘도 다 젖어버렸다."

영국의 더버로 향하는 길은 프랑스의 국경을 조금 넘어 됭케르크에서 페리를 타고 도버해협을 넘는 것이다.

도버해협을 넘는 페리는 됭케르크와 칼레 두 곳의 항구가 있는데, 서로 멀지 않은 거리지만 브뤼셀에서는 됭케르크가 조금 가깝다.

브뤼셀에서 됭케르크까지 200km 정도의 거리, 이틀 동안의 라이딩으로 도착하여 저녁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널 생각이다.

"내일까지 도착할 수 있으려나?"

됭케르크까지의 일정이 불확실하여 페리 예약은 하지 않고 항구에 도착해서 표를 구할 것이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코르트레이크를 20km 정도 남기고 흐린 날씨의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빗물에 젖어 첨벙거리는 신발 속의 발이 얼어붙은 느낌이다.

도로변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저녁거리를 사고.

언 몸을 녹이며 주변의 야영지를 검색한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작은 에스꼬강이 있어 강변에 텐트를 치면 좋을 것 같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수로와 같은 강변에는 텐트를 칠 공간이 없다.

주변의 목초지로 들어가려다 자전거와 신발이 진흙밭에 빠져 고생을 하고, 길을 돌아가 목초지에 텐트를 펼친다.

바로 침낭을 꺼내어 한기가 시작된 몸을 녹인다.

조용한 밤, 밝은 반달이 떠있다.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다."

120km 정도가 남은 됭케르크까지 내일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카카오톡도, 카드복제의 문제도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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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8일 / 흐림
브뤼셀
무겁게 느껴졌던 브뤼셀의 첫 인상은 시청광장의 화려한 야경과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모여있는 구시가지의 풍경으로 사라졌다. "브뤼셀의 보물들을 찾아보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1,282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581시간

 
산책
 
이불킥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브뤼셀
 
브뤼셀
 
브뤼셀
 
 
79Km
 
 

・국가정보 
벨기에, 뷔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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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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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프랑스어, 유로(1파운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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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밀린 자료들을 정리하고 늦게 잠들었다. 아침 알람들을 패스하고 이불을 끌어당겨 다시 잠이 들고, 조식을 먹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집념으로 피곤한 잠자리를 털고 침대를 벗어난다.

"조식!"

1층 식당에는 나처럼 게으른 사람들이 북적인다.

조식의 메뉴는 특별한 것이 없다. 빵들과 잼들, 시리얼,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게으름을 피운다.

"산책을 하고 올까."

브뤼셀 궁전과 대성당 그리고 구시가지를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가까이에 있는 노트르담 뒤 사블롱 성당으로 걸어간다. 브뤼셀의 아침 거리는 한산한 편이다.

대리석빛의 첨탑들의 모양이 특이한 성당이 나온다.

성당의 내부는 어둡고 외관의 화려함에 비해 평범하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런 고요함이 좋다.

여러 조각상들이 세워진 교회의 내부를 구경하고.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좋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성당으로 들어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성당의 도로 건너편 청동상의 분수대가 있는 작은 공원이 있어 걸어간다.

Square of Petit Sablon, 공원의 정면에 청동상의 예쁜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고.

주변으로 1,500년대 사람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옷들이 불편하지 않았나?"

작지만 참 예쁜 공간이다.

벨기에 궁전으로 걸어가던 중 넓은 광장이 나온다.

후와얄르 광장, 생쟈크 교회 앞의 광장은 트램과 자동차들이 움직이고, 중앙에는 깃발을 든 멋진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언덕 위에 위치한 광장에서는 브뤼셀시청의 첨탑과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을 돌아가니 넓은 공원과 함께 건너편으로 벨기에 궁전이 보인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정원과 어울리는 멋진 건물이다.

브뤼셀의 중앙공원을 걸어간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 특별함이 없는 공원의 분위기는 일상의 편안함이다.

"왜 쓸쓸한 느낌이 들지?"

피곤한 여행길에서 맞이한 한가로운 시간의 여유는 이유모를 쓸쓸함을 불러일으킨다.

공원을 가로질러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으로 간다. 아름다운 느낌보다 웅장한 느낌의 베이지색 성당의 모습이다.

휴일 아침 한적한 공원의 모습은 밤의 풍경과 다른 느낌이다.

넓고 높은 성당의 내부는 심플하고, 기둥마다 세워진 다양한 조각상들과 가지런히 놓여있는 나무의자들이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좋다."

성당의 벽면을 따라 예수 탄생의 미니어처들이 나라별로 전시가 되어있고, 한지로 만든 우리나라의 작품도 놓여있다.

"조금 어색하네."

심플하지만 편안함이 느껴지는 좋은 공간이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샹트 페테르부르크의 이사악 성당처럼 화려한 성당의 내부를 감상하는 것보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더 좋다.

한 시간 정도 성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구시가지를 걷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오줌싸개들을 찾아볼까."

어제 찾지 못했던 오줌싸개 동상들을 찾기 위해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이 음식점은 맛집인가?"

어제부터 길게 대기줄이 이어진 레스토랑을 지나.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모여 벽면의 철창을 향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역시, 이렇게 숨겨놨군."

짓궂은 아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그럼, 남자아이를 찾아볼까."

이리저리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니 어젯밤 저녁을 먹었던 맥도널드와 시청의 첨탑이 보인다. 브뤼셀의 구시가지는 정말 좁다.

케밥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해결한다. 여행을 하며 케밥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지만 꽤 괜찮은 음식이다.

시청이 있는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걸어가니 감자튀김을 파는 가게에 길게 대기줄이 이어진다.

"여기가 원조집이구나."

암스테르담에서 월터와 함께 먹었던 감자튀김의 원조집이지만 줄을 서며 먹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그냥 지나친다.

그랑플라스 광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광장 주변의 선물가게들을 구경하며 냉장고 자석을 사려해도 딱히 인상적인 것이 없다.

"건물들이 참 인상적이야."

넓지 않은 광장에서 시청의 첨탑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시청의 첨탑은 꽤 높게 치솟아 있다.

높은 첨탑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건물 전체에 새겨진 작은 조각상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하나하나 어떻게 새긴 거야?"

시청 건너편의 검은 톤의 건물도 눈에 띄는 건물이다.

광장의 건물들은 암스테르담의 건물들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좀 더 화려한 외관이고, 반듯하게 세워진 건물들이다.

구시가지의 곳곳에 보물찾기처럼 오래된 조각상들이 숨어있다.

"1,388년?"

광장의 주변에는 초콜릿 상점들이 많고 선물가게의 아이템들은 특별함이 없다.

생크림이 올려진 와퍼, 감자튀김, 초콜릿 그리고 다양한 맥주가 브뤼셀의 명물인가 보다.

"정말 보물 찾기다."

작은, 아주 작은 오줌싸개 동상이 왜 브뤼셀의 상징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구시가지를 모두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간다.

"좀 쉬었다 조명쇼를 보러 나와야지."

도시 전체가 작은 오줌싸개 동상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그대는 뉘신지?"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핸드폰을 잃어버리며 하지 못한 통장을 정리한다.

"뭐지?"

생각보다 잔고의 금액이 적어 확인을 하니 이상한 출금 내역들이 많다.

"에쉬, 사고 났네."

카드가 복제되었는지 미사용 결제액들이 여러 차례 빠져나갔다. 황당하고 힘이 빠진다. 통장에 남은 잔액을 다른 계좌로 모두 이체하고 은행에 문의글을 남긴다.

카카오톡으로 이상 알람을 받지 못하고, 본인인증을 할 수 없어 입출금 알람을 받지 못하여 그동안 감지를 할 수 없었다.

"젠장할, 더 가난해졌네."

하염없는 분노의 이불킥을 반복하다 밖으로 나가 감자튀김과 맥주 한 캔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맥주 한 캔에 모든 것이 싫고 나른해진다.

"빌어먹을 놈들, 훔쳐가려면 내 안에 슬픔이나 가져가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37일 / 맑음
아센-안트베르펜-브뤼셀
해피 뉴 이어! 2020년의 첫날의 아침이 상쾌하다. 맛있는 맥주가 기다리는 브뤼셀로 향한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21,282Km
이동시간
6시간 25분
누적시간
1,581시간

 
N122도로
 
N1도로
 
 
 
 
 
 
 
30Km / 2시간 10분
 
49Km / 4시간 15분
 
에센
 
얕베르펜
 
브뤼셀
 
 
79Km
 
 

・국가정보 
벨기에, 뷔르셀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프랑스어, 유로(1파운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보다폰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2-2-675-5777

 

새해 첫날, 자정에 맞춰 요란한 폭죽들이 30여 분간 계속해서 터진다. 중국의 춘절에 비하면 아이들의 장난 수준이지만.

"해피 뉴 이어!"

9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깬다. 안개가 내려앉은 흐린 날이라 아침해는 볼 수가 없다. 늦잠을 잔 탓에 모닝커피만을 끓여 마시고 출발을 서두른다.

브뤼셀까지 80km, 벨기에의 첫 번째 라이딩을 시작한다.

"가자, 브뤼셀로!"

기찻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단조로운 풍경이 조금은 아쉽지만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니 편하기는 하다.

"아, 벌써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가 그리워진다."

작은 타운의 작은 기차역들을 하나둘씩 지나치고.

공원길에 들어서며 잠시 길을 헤매고.

다시 기찻길 옆 자전거 도로를 만난다.

"이상하게 이걸 보면 사진을 찍고 싶단 말이지."

계속해서 작은 타운의 마을들을 지나간다.

벨기에의 집들은 특색이 없고, 정원이 없어서인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속도를 내어 쉽게 기찻길을 따라간다.

"이런 신호등 시스템은 배웠으면 좋겠다."

벨기에의 첫 번째 도시 안트베르펜에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 고층빌딩의 실루엣이 그동안 유럽을 여행하며 볼 수 없었던 도시의 풍경이라 어색한 느낌이 든다.

안트베르펜의 초입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간다.

월터에게 네덜란드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먹는 올리에볼로 새해인사를 보낸다.

"사비, 새해 첫날에 야영을 한 거야?"

"하하하."

안트베르페의 중심을 지나며 멋진 석조건물과 구시가지의 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아, 아쉽다. 시간이 없다."

바쁜 발걸음에 호기심이 생기는 안트베르펜의 시내 구경을 포기하고 브뤼셀로 향한다.

휴일이라 슈퍼마켓과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아 문이 열린 도로변 작은 상점에서 콜라 한 병을 산다. 관광도시 외에는 휴일에 식료품을 구하기가 정말 힘든 유럽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우리의 편의점 시스템이나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생각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명절이나 연휴에도 쉴 수 없는 시스템이 각박하다 생각되기도 하다.

인도와 신호등 건널목의 턱들을 지나며 덜컹거리는 자전거에서 콜라가 떨어져 나뒹군다. 다행히 머리 부분이 조금 깨져서 아까운 콜라가 쏟아지지는 않는다.

패니어에 들어있던 빈 콜라병의 마개로 교환을 하고, 물통 케이지에 콜라를 끼워 넣는다. 겨울에는 물보다 콜라가 훨씬 갈증해소에 도움이 되고, 물보다 허기를 달래는 데에도 괜찮은 것 같다.

마을이나 타운에 들어서면 인도의 보도블록 위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독일과 비슷하고, 매끄럽지 않은 인도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지만 네덜란드의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숫자이다.

브뤼셀에 가까워지며 밋밋하던 도로변의 모습도 조금씩 오래된 건축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로변의 풍경도 네덜란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특별함이 없는 모습이다.

"네덜란드가 유니크한 거야? 벨기에가 노멀한 거야?"

한때 같은 국가였던 네덜란드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고, 조금은 어둡고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벨기에의 모습이다.

"네덜란드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전혀 다르네."

마지막 남은 두 개의 올리에볼로 허기를 채우고.

3시, 브뤼셀까지 20km 정도가 남아있고 늦어도 5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를 들렀다가 숙소로 갈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숙소에 들어가기 전 브뤼셀의 구시가지를 구경할 생각이다.

 

"오줌 싸는 아이를 보고 숙소로 가자!"

 

브뤼셀하면 생각나는 구조물이 오줌을 싸는 아이의 동상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10km 정도를 남기고 브뤼셀의 경계에 들어선다.

 

"뭐라는 거야? 하여튼 환영한다네!"

 

시 외곽의 대형 쇼핑몰 앞에서 잠시 쉬며 숙소의 위치와 함께 브뤼셀 구시가지의 지도를 한번 더 확인한다.

 

"브뤼셀, 너의 모습을 보여줘!"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변의 풍경은 조금 의아할 정도로 어수선하고 분위기도 어둡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여행한 다른 유럽 도시들의 깨끗함과 달리 도로변에 쓰레기들도 많이 널브러져 있고, 골목마다 줄을 이어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복잡하고,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주행모습도 다른 유럽의 국가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뭐지, 이 혼란스러운 도시는?"

 

첫 번째 마주한 삼거리의 교차로, 트램과 차량들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모습이 혼란스러움 그 자체다.

 

"뭔가, 아주 다른 도시다."

 

구 시가지로 향하던 길에 은은한 대리석의 멋진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 미카엘과 성녀 구둘라 대성당. 멋진데! 내일 구경해야겠다."

 

입구 부분을 보수공사 중이어서 조금 아쉽지만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성당의 모습이다.

 

잠시 대성당 근처에 있는 오줌싸개 소녀상을 찾아 구시가지의 골목으로 들어갔지만 식당들이 밀집한 지역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자전거를 끌고 움직이는 것이 민폐다. 뒤돌아 빠져나가는 것도 쉽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데로 조각상의 주변에 도착했지만 오줌 싸는 소녀상은 찾을 수가 없다.

 

"나가자. 움직일 수가 없다."

 

브뤼셀 구시가지의 골목들은 폭이 좁고 돌바닥으로 되어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가 없다. 대성당의 도로로 빠져나와 숙소 근처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을 찾아 자전거를 끌고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복잡한 골목길들을 따라가지만 방향감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여기는 어디냐?"

 

작은 광장에 앉아 다시 한번 구시가지의 지도를 확인한다.

 

"정말 복잡한 구조네."

 

네비게이션을 확인하며 골목을 따라가고, 오줌싸개의 주변에 도착했지만 조각상은 보이질 않는다.

 

"아놔, 뭐야?"

 

구글 지도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던 곳은 음식점의 대기줄이 아닌 오줌싸개 조각상이 있는 곳이다.

 

"저 작은 사이즈는 뭐지?"

 

음식점의 벽면에 세워진 아주 작은 조각상이다. 조각상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파고들 생각도 없지만 밀려오는 실망감에 가까이 가고 싶지가 않다.

 

"저게 뭐라고!"

 

어쩌면 처음 찾으려 했던 오줌싸개 소녀의 조각상도 너무나 작은 사이즈라 찾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확인하마."

 

예약해 두었던 호스텔은 큰 교회의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간다.

 

너무나 한산한 숙소 내부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니, 인상이 좋은 할머니 한 분이 리셉션에서 말을 건넨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여기 호스텔이죠?"

 

호스텔을 확인하고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자전거를 타고 왔냐며 묻더니 먼저 자전거를 숙소 내부의 안마당으로 옮기라며 안내를 한다.

 

"오예!"

 

친절하게 안내를 하며 웃는 할머니의 미소가 좋다.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들어가니 세 명의 젊은 청춘들이 침대에 널브러져 시체놀이를 하고 있다. 옷이며 잡동사니들의 제멋대로 놓여있는 모양새가 어젯밤 진하게 새해맞이를 한 모양이다.

 

패니어들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바로 밖으로 나와 음식점을 검색하고, 평가가 좋은 저렴한 케밥집을 찾아간다.

 

케밥집 주변에 도착하자 간접조명을 환하게 받고 있는 석조건물들의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조명이 화려하네. 뭐하는 장소지?"

 

지도를 확인하니 브뤼셀 시청 앞의 그랑플라스다.

 

광장의 중앙에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고.

 

광장의 중앙으로 이동하니 높은 첨탑이 하늘 높이 치솟은 브뤼셀의 시청 건물이 보인다.

 

"오, 조명빨 제대로 받네!"

 

다시 케밥집으로 되돌아가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테이블이 가득 차 있다. 그림 메뉴가 없어, 메뉴판을 들고 어렵게 빈 테이블에 앉아 메뉴들을 검색하며 주문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린다.

 

가족단위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몰려든 타임이라 그런지 테이블에는 음식을 먹는 사람보다 빈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들어온 순서대로 주문을 받는듯한 직원들이 좁은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고, 다른 손님들이 어떤 메뉴를 선택하는 지켜보고 있으니 뭔가 언어가 이상하다.

 

"불어 같은데?"

 

뭔가 멜랑꼴리 한 발음들이 굴러다니는 것이 확실히 프랑스어가 맞는 것 같다. 

 

"벨기에는 또 몇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거야?"

 

메뉴판을 뒤적이고 구글을 검색해 주문할 메뉴를 결정했지만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도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는다.

 

"배고픈데 많이 기다려야겠어. 패쓰!"

 

그랑플라스 광장을 가로질러 맥도널드를 찾아간다. 광장의 주변에는 많은 노점들이 들어서 있고 먹을 것과 술 등을 팔고 있다.

 

철판에 해산물을 볶아주는 노점에서 홍합과 주꾸미 볶음을 눈여겨봐 두고 맥도널드로 가 급하게 허기를 달랜다.

 

맥도널드를 나와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돌아가고, 그랑플라스 광장에서는 광장 주변의 건물들에 화려한 조명들이 밝혀지며 조명쑈 같은 것이 펼쳐지고 있다.

 

"난 조명쑈보다 주꾸미 볶음!"

 

10개에 10유로나 하는 가격에 턱이 빠질뻔했지만 오늘은 그냥 사 먹어 보기로 한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만 매콤한 맛이 아주 좋다.

 

"20접시 정도는 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숙소에 돌아오니 시체놀이를 하던 녀석들은 사라지고 룸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브라보!"

 

내일 하루 브뤼셀을 둘러볼 생각인데, 너무 배가 고프다. 

 

"왜, 도시만 들어오면 배가 더 고프냐고!"

 

저렴하고 멋진 뷔페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아, 호스텔에 조식이 있었지!"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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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36일 / 맑음
로테르담-로센달-벨기에 에센
2019년의 마지막 날의 아침이 황홀하다. "멋진 1년이었어. 또 다른 멋진 1년을 부탁해!"


이동거리
86Km
누적거리
21,203Km
이동시간
6시간 29분
누적시간
1,575시간

 
볼리에볼
 
벨기에국경
 
 
 
 
 
 
 
70Km / 5시간 00분
 
16Km / 1시간 29분
 
로테르담
 
로덴달
 
에센
 
 
498Km
 
 

・국가정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행경보 
-
・언어/통화 
네덜란드어, 유로(1파운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보다폰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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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1-70-740-0214

 

밤늦게까지 끊이지 않고 폭죽이 터지고, 울퉁불퉁한 풀밭에 텐트를 펼친 탓에 불편한 새우잠을 자야만 했다.

"어, 이 하늘빛은 뭐야?"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빛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세안을 하는 사이 떠오르는 태양은 황홀한 아침의 빛을 만들어낸다.

"너무 예쁜 빛이다."

계속해서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느라 출발 시간이 늦어진다.

"와이파이를 써야 하는데."

로테르담의 위성도시인 작은 타운의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해결하며 배터리들을 충전을 한다.

핸드폰 관련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통신사의 대리점으로 간다는 누이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 통신사의 직영점에서는 서류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본인과의 통화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카카오톡의 계정을 살리는 일이 갈수록 산으로 가고 있다.

"이제 가야 하는데, 연락이 안 돼!"

엽서를 보내기 위해 이동경로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린다.

"엽서를 보내고 싶은데?"

"밖에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되는데, 당분간 일을 하지 않는다."

여직원은 'fire work'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확한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해고됐다는 거야, 일을 그만뒀다는 거야. 불꽃놀이 하러 간 건가."

여직원의 말대로 우체통의 입구는 열리지 않는다.

"우표도 붙여서 네덜란드에서 보내야 하는데."

이동 경로에 있는 다른 우체통도 입구가 열리지 않고 닫혀있다.

"도시에서는 보낼 수 있겠지 뭐."

나우어마스강을 건너며 로테르담의 경계를 벗어난다.

암스테르담과 달리 공업이나 운송업의 중심지 같은 도시의 풍경이다.

큰 고속도로와 강을 건너며 약간의 길 헤매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드르드레흐트라는 도시의 외곽을 지나쳐간다.

도시의 초입에서 입구가 열려있는 우체통을 발견하고.

"잘 도착해라."

드르드레흐트를 벗어나 국경의 마지막 소도시 로센달을 향해서 페달을 밟는다.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조금은 지루한 풍경이 이어진다.

드르드레흐트를 지난 후 어느새 그림 같은 풍경들은 사라지고, 네덜란드에 처음 들어섰던 독일 국경의 모습과 비슷한 평야의 풍경이 이어진다.

벨기에에 가까워지며 짙은 안개가 내려앉고.

이전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다.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천상의 다리 같네."

가시거리가 짧아진 안갯속에 파묻힌 긴 대교의 모습이 아득하다.

"가자!"

다시 길을 따라 농촌의 작은 시골 길들을 따라가고.

작은 마을들도 계속 지나친다.

아침에 슈퍼마켓에서 산 도넛으로 허기를 달랜다. 어제 먹었던 것인데 건포도가 들어간 도넛은 쫄깃하고 맛이 좋다.

농로의 도로와.

작은 다리들.

수로와.

평야의 길을 달리며 벨기에로 향한다.

"네덜란드의 풍경은 정말 좋다."

국경을 8km 정도 남기고 네덜란드의 마지막 소도시 로센달에 들어선다.

국경을 넘기 전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채워둔다.

이상하게 네덜란드 슈퍼마켓에는 소시지 종류가 별로 없다.

"역시 소시지는 독일이군!"

어제부터 슈퍼의 임시 판매대에서 팔고 있는 도넛이 여기에도 있고, 사람들이 한 봉지씩 손에 들고 사간다.

여려 차례 반복이 되는 것들은 너무나 궁금하다.

"이게 뭐야?"

"응?"

"이름이 뭐냐고?"

"볼리에볼."

이상한 질문을 하느냐는 듯 쳐다보던 여자는 이내 도넛의 이름을 알려주더니 네덜란드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먹는 음식이라고 알려준다.

"오호, 그런 거였군!"

4개를 달라고 하니 다른 곳과 달리 달콤한 슈가파우더를 넣어주며 밝게 새해 인사를 한다.

"해피 뉴 이어!"

"올리에볼!"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국경을 넘어간다.

"굿바이, 홀랜드!"

국경을 넘고 바로 작은 마을의 초입에 벨기에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13번째 나라 벨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선이지만 마을의 분위기는 네덜란드와 다르게 느껴진다.

"멀리 못 가겠다."

근처의 공원을 지도로 확인하고 7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다.

"자전거 도로가 이상해."

해가 떨어지고 네덜란드만큼 좋지 않은 자전거 도로는 어둠 속에서 길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지도로 확인했던 곳은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 속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텐츠를 펼친다.

"2020년이구나."

부엉이 소리가 울리던 숲 속에 갑자기 요란한 폭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자정에 맞춰 일제히 터지는 폭죽 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한다.

"항상 건강하고, 웃는 날들이 많기를 바란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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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6일 / 흐림
보르딩보르-로드비-독일 페마른
길었던 북유럽의 여행을 마치고 서유럽으로 넘어간다. 매일 비가 내리는 날씨의 여행이었지만 북유럽의 자연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분위기는 너무나 좋았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20,277Km
이동시간
6시간 01분
누적시간
1,492시간

 
E47도로
 
페리
 
 
 
 
 
 
 
62Km / 5시간 10분
 
23Km / 0시간 51분
 
보르딩
 
로드비
 
페마른
 
 
249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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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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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과 함께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좀, 며칠만이라도 괜찮은 날씨면 안 된다니?"

빗소리를 즐기기에는 차가운 한기와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들이 생각나 정말 싫다.

흐린 날씨에 애꿎은 침낭 속에 누워 이불킥만을 반복하고. 썰물 때인지 해안의 바닷물이 빠져있다.

냉랭한 한기를 달래기 위해 커피를 끓이고,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텐트를 분리하느라 시간이 소요되고, 독일을 향해 출발한다.

잠시 슈퍼에 들러 비닐봉지를 챙겨 장갑을 덮고, 어차피 젖는 것은 똑같지만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낫다.

독일로 가는 여객선이 있는 롤란까지는 60km 정도의 거리고, 두 개의 섬을 넘어가기 위해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작은 첫 번째 다리를 건너고, 멀리 꽤나 길어 보이는 두 번째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엄청 기네."

두 번째 다리도 자전거 도로가 측면으로 확보되어 있는 다리다. 다리의 초입에 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3km 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길어 보이지?"

전국 일주를 할 때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를 넘어갔었는데, 이순신대교가 2.3km 정도이니 그것보다 조금 더 긴 다리이다.

수평선 멀리 자동차 전용으로 이용되는 새로운 다리는 이곳보다 더 길고 웅장해 보인다.

"그래도 길긴 기네."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리가 출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비는 하루 종일 계속되려는 모양이다. 장갑과 신발 그리고 레인 팬츠의 안쪽이 천천히 젖어 들어 간다.

여전히 맞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지만 다행히 도로가 평평한 편이라 조금은 낫다.

한 길의 도로만 따라가면 되는 코스라 편하기는 한데 좀처럼 쉬어갈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찾기가 힘들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5~6크로나 정도의 빵인데 아주 달콤하고 맛이 좋다.

아무 생각도 없이 페달만 밟아가며 마지막 세 번째 다리에 도착하고, 사진을 찍으며 보니 다리 위에서 차량들이 정치를 하며 대기를 하고 있다.

"뭘 하는 거지? 공사 중인가?"

잠시 후 커다란 배 한 척이 다리 사이를 지나가고, 차량들을 막고 있던 검은 벽이 천천히 내려온다.

"아, 도개교구나."

쉼 없이 지친 페달링으로 첫 번째 만난 작은 타운을 지나.

8km 정도 떨어진 아주 작은 도시 마리보를 지나친다.

사실은 쉬어가고 싶지만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따듯한 커피 한 잔이 정말 간절하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쉬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몽골의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남겨놨다.

"어, 오초르가 스마트폰을 샀나?"

페이스북 영상 통화를 거니 오초르가 전화를 받는다. 며칠 전 오초르의 아내에게 오초르와 함께 있을 때 전화를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아마도 오초르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모양이다.

늘 똑같이 해맑은 오초르와 말도 안 통하는 언어로 대화를 하고 웃는다. 오초르는 한국에 간다고 말하는데 정확한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서동고스에 간다고?"

오초르는 한국에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제스처를 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전화를 끊고 문자를 보내니 묻는 것에 답변은 안 하고 엉뚱한 답을 보내오는 오초르다.

"아, 오초르는 자기 맘대로 글자를 썼었지."

스마트폰을 구매한 것 같지만 영상이든 문자든 제대로 의사전달을 하기는 어려운 오초르다.

"그래, 우리는 그냥 바디랭귀지로 통하는 것이 편해."

오초르와 통화를 하는 동안 땀이 식으며 한기가 스며든다.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몸도 녹이고.

약간의 빵도 보충한다.

항구까지 15km 정도가 남은 남았다. 장갑과 신발은 모두 비에 젖어 차가운 바람 속에서 찌릿찌릿 아프도록 시려온다.

항구가 있는 Rødby의 초입에 들어선다.

"뭐라고 읽어야 하냐? 로드비?"

"그냥 로드비 하자!"

마을의 중심부에 도착하여 지도를 확인하니 항구는 6km 정도 더 떨어진 곳에 있다.

"아, 힘든데."

점점 어두워지는 도로를 달리며 독일로 넘어가는 여객선을 오늘 탈 것인지 아니면 내일 아침에 탈 것인지를 고민한다.

저녁 시간에 독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은데, 비에 젖은 몸으로 어두워진 독일에서 야영을 하려니 난감하다.

독일의 항구 주변에서 슈퍼를 찾기가 힘들 것 같아 우선 로드비에서 소시지와 빵을 채워 넣고.

"어떻게 할까? 독일로 가자니 춥고 축축한 몸으로 야영지를 찾는 것이 싫고, 안 가자니 괜한 시간이 아깝고 그렇네."

"일단, 여객선 터미널로 가 보자."

스웨덴의 헬싱보리처럼 여객선 터미널은 별도의 대합실이 없고 바로 승선을 하는 시스템이다.

"에잇, 그냥 고!"

이정표를 따라 승용차,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가 출입하는 게이트로 간다.

"두 번째라 익숙하다."

 

"하이, 여기서 독일로 가는 거죠?"

중년의 게이트 직원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여행에 대한 덕담을 건네며 라인 1번으로 가라며 안내를 한다.

"가자, 독일로!"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이용하는 1번 라인에서 승선 대기를 한다.

15분 정도 대기를 하고 있으니 여객선이 도착하고, 빠르게 승용차들이 하선을 하며 배에서 빠져나온다.

2번 VIP 라인의 파란불이 들어오고 대기하던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여객선을 향해 출발한다.

"나는?"

승용차와 화물차가 분리되어 승용차들은 화물칸의 위층으로, 화물차들은 아래층으로 들어가는 동안 1번 라인의 빨간 신호등은 바뀌지를 않는다.

"뭐야? 자전거가 1순위 아니야?"

잠시 후 초록등이 켜지고 승선을 지시하던 직원이 손짓을 한다. 그리고는 승선장 입구에서 다시 대기를 하라고 한다.

"여기는 맨 마지막에 들어가는구나."

차량들이 모두 승선을 하고 가장 마지막에 배에 오른다.

5층에 있는 객실로 올라가니 편의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면세점, 편의점, 카페, 레스토랑, 오락실 등이 보이고 휴식공간들도 잘 꾸며져 있는 여객선의 내부다.

외부에도 테이블과 의자 등이 놓여있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지만 비가 내리는 컴컴한 저녁에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고, 명세표에 사인을 하려니 추위에 손이 굳어 볼펜을 잡기가 힘들다.

따듯한 커피를 들고 환호를 하니 여직원이 함께 환호를 하며 웃는다.

카페의 테이블에 갖춰진 UBS 코드로 충전을 하며 커피로 몸을 녹인다. 덴마크의 네트워크가 끊어지기 전에 자료들을 업로드하고, 오늘의 사진을 정리하고 있으니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하나둘 조용히 사라진다.

카페의 직원에게 여객선이 도착했는지 물으니 5분 후에 독일에 도착한다며 웃는다.

"에쉬, 뭐가 이렇게 가까워!"

승선을 하고 순식간에 40분이 지나버렸다.

화물차의 화물칸으로 내려가니 모두들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문이 열리고 빠르게 차들이 빠져나간다.

마지막으로 여객선에서 내려 독일에 들어선다.

"에쉬, 독일도 비 온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따라 터미널을 벗어나고 터미널 바로 앞에 들어선 호텔의 불빛이 유난히 유혹적이다.

"아! 따듯한 샤워, 커피, 푹신한 침대.."

호텔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자전거 도로, 구글맵을 켜니 네트워크가 끊어져 무용지물이다. 맵스미를 켜고 방향을 잡은 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항구가 있는 마을을 지나고 바로 적당한 곳에 야영을 할 생각이었는데, 마을을 벗어나자 허허벌판의 들녘이 펼쳐진다.

이제 갓 새싹이 올라온 들밭은 비에 젖어 진흙밭과 비슷하여 텐트를 칠 수가 없다.

차량들의 헤드라이트 불빛 외에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자전거 도로의 희미한 흔적을 주시하며 길을 따라가고.

버스 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의 뒤편 공간에 텐트를 펼친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는 휴게공간이라 평평하고 괜찮다.

비에 젖은 지면이지만 하루, 이틀의 경험도 아니라 별 상관은 없다.

커피를 끓이고, 소시지를 데워 빵과 함께 저녁을 해결한다.

여행의 11번째 나라, 독일에 도착했다. 함부르크를 경유하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갈 것이다.

"함부르크에서 자전거를 정비할까?"

트러블이 발생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 2단 체인링과 스프라켓, 체인 등 구동계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비, 그만 와! 이제 정말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단 말이야!"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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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5일 / 맑음
그레베-브르딩보르
마음을 사로잡는 아침의 일출을 보여주는 그레베 해변이다. 덴마크에서 독일로 넘어가기 위해 로드비 항구로 향한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0,192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486시간

 
도로
 
도로
 
 
 
 
 
 
 
18Km / 1시간 40분
 
58Km / 4시간 42분
 
그레베
 
코이에
 
보르딩
 
 
164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리베라, 100기가 99크로네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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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45-2521-7461

 
찰랑거리며 조용히 밀려드는 파도 소리와 함께 텐트가 환하게 밝아진다.

피곤함이 풀리지 않은 몸을 억지스레 일으켜 세우고 밖으로 나가니 붉은 여명의 빛이 바다를 감싸고 있다.

"색이 너무나 예쁘다."

아침 8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멋진 아침이야. 굿모닝!"

8시 반, 예쁜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첫사랑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리네."

"I'm here."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덴마크의 일출을 감상한다.




한 시간 동안 계속되는 일출의 모습을 감상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서리가 내려앉은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바람이 빠진 타이어의 튜브를 새 튜브로 교체한다.

"제발, 오래 문제없이 알려줘."

육각렌치를 꺼내어 그동안 미뤄뒀던 자전거의 이상 부위도 점검을 하고, 떠날 준비를 끝마친다.

10시 반, 일출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자전거를 점검하느라 늦어진 출발 시간이다.

"날씨가 좋으니까 천천히 달려볼까."

아침을 먹기 위해 13km 정도 떨어진 타운으로 달려간다.

어제 점심으로 뷔페를 먹고, 별다른 것을 먹지 않은 터라 아침부터 허기가 심하게 찾아든다.

저렴한 치킨버거를 추가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엽서를 쓰려 했지만 햄버거가 나오자마자 볼펜을 내려놓는다.

추가로 주문한 30크로나의 치킨버거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너무 빈약하다.

두 개의 햄버거를 해치우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햇볕을 즐긴다.

"무려 3달 만에 만난 햇볕이네."

아무리 시민의식이 높은 북유럽의 사람들이라도 답이 없는 사람들도 비슷하게 존재하는 모양이다. 테이블 위로 햄버거를 먹고 남은 쓰레기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

12시, 점심을 먹고 나니 라이딩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겨우 13km만을 이동했는데 말이다.

덴마크에서 독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한다. 항구가 있는 롤란까지 130km 정도의 거리다.

여행을 준비하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셀란섬이라는 곳에 위치한 섬이다. 스웨덴과 독일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덴마크의 동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넘을 수는 없다.

덴마크의 사람들은 핀란드, 스웨덴의 사람들 보다 조금 무뚝뚝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느껴진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맑은 날인데 이상할 정도로 페달링이 무겁고, 속도가 나질 않는다.

"저것들은 꼭 얼굴을 등지고 서 있더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탓인지, 느낌상 계속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것 같은 도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쉽게 지쳐간다.

1시 반, 오늘의 목적지인 보르딩보르까지 40km가 남았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2시 반이 지나며 바다 위로 떠올랐던 태양은 서쪽 하늘 위로 이동하고.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도로 위로 오렌지빛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석양빛 색감도 참 곱다."

3시 반, 지평선 아래로 태양이 사라져 간다.

덴마크로 넘어오며 일몰 시간이 확실히 늦어진 것 같다. 4시가 되면 완전히 어두워졌던 노르웨이나 스웨덴에 비해 같은 시간대의 하늘에 석양빛이 남아있다.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보르딩보르는 15km나 남아있고.

오렌지빛 석양의 하늘은 짙은 푸른빛으로 변하며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4시 반, 어둠이 시작된 푸른빛의 구름과 마지막 석양빛이 만들어낸 실루엣의 풍경이 매력적이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떨어지나?"

저녁 풍경의 실루엣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사진을 찍어봐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모토롤라. 너!"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안전한 자전거 도로가 있어 라이딩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보르딩보르의 시내를 향해 달려간다.

5시, 보르딩보르의 중심인 보르딩보르성에 도착한다.

작은 광장의 주변으로 보르딩보르성의 야경이 보이고.

반대편으로 구시가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쉽네. 밝을 때 왔으면 성 주변을 구경하고 갔을 텐데."

셀란섬을 넘어가는 다리가 있는 곳의 슈퍼에 들러 먹거리를 찾아보지만 역시나 마땅한 것이 없다. 바나나와 4크로나의 빵을 몇 개 사들고 야영지를 찾아간다.

보르딩보르의 해안가 공원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밝은 달이 떠있어 어렵지 않게 텐트를 설치할 수가 있다.

붉은 일출과 바다, 맑은 하늘과 짙푸른 들녘, 오렌지빛 석양과 푸른빛으로 내려앉은 어둠.

"빛의 색이 좋은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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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14일 / 비
코펜하겐-그레베
덴마크로 들어서며 조금씩 좋아지려던 날씨는 북유럽과 다르지 않다. 코펜하겐에 더 머물고 싶지만 얼마 남지않은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독일을 향해 출발한다.


이동거리
30Km
누적거리
20,116Km
이동시간
4시간 41분
누적시간
1,480시간

 
02도로
 
151도로
 
 
 
 
 
 
 
15Km / 3시간 00분
 
15Km / 1시간 41분
 
코펜하겐
 
프리헤든
 
그레베
 
 
88Km
 
 

・국가정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경보 
-
・언어/통화 
덴마크어, 코로네(1크로네=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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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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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늦은 아침을 맞이한다. 9시가 되어 잠에서 깨어나고 10시의 체크아웃을 서두른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흐린 날씨는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것 같다.

"서두르다 잃어버리는 것 없도록."

어렵게 패니어를 옮기고, 기숙사형 호스텔은 정말 재미가 없는 장소다.

튜브 밸브의 머리 부분이 부러져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너도 피곤하니? 왜 이런다니.."

숙소 앞 건물의 출입구에서 비를 피하며 자전거를 눕힌다. 이전에 돌이 박히며 펑크가 타이어를 펑크 패치로 정비하고 바람을 넣는 동안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던 중년의 남녀가 호기심의 질문을 건넨다.

여행에 대해 묻던 남녀는 행운을 빌어주며 사무실로 들어가고, 잠시 후 남자가 다시 나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 묻는다.

"좋지요!"

따듯한 카푸치노 한 잔을 건네준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며 인사를 한다. 정말 맛있는 커피다.

11시, 펑크 수리가 잘 되었기를 바라며 자전거를 끌고 숙소를 떠난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철물점이 눈에 들어온다.

"부러진 폴대를 고정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며칠 동안 폴대를 구하기 위해 많은 아웃도어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폴대를 구하지 못한 상태라 폴대를 구하는 것보다 폴대를 수리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철물점이 들어가 부러진 폴대를 보여주며 고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고 말하니 아래층에 내려가 찾아보라고 한다.

"오, 보물 창고다. 철물점도 세련된네."

사이즈별 여러 가지 나사들이 담긴 서랍을 뒤적이며 꽤 오랜 시간 폴대를 고정할 방법을 찾는다.

나사선이 있는 작은 막대와 나사를 조이면 끝부분이 벌어져 폴대 내부에서 고정될 수 있는 유닛을 선택한다.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철물점에서 한 시간 가까이 폴대를 고정할 방법을 강구하는 사이 12시가 넘어간다.

"오늘은 멀리 가기 틀렸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제 고기뷔페와 함께 검색하며 고민했던 저렴한 뷔페로 간다. 89크로나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가 79크로나이니 덴마크 물가에 비하면 아주 착한 가격이다.

시간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덴마크 사람들도 비싼 물가는 어쩔 수 없나 보군."

테이블을 안내받고 점심 뷔페를 먹겠다고 하니 음료수가 필요한지 묻는다.

"아니요."

"오늘은 월요일 행사라 음료수가 무료제공되는데요."

"오, 그럼 콜라!"

식당의 물 한 잔도 햄버거 값이 나오는 북유럽에서 콜라를 공짜로 주다니 대박이다.

뭔지 모를 고기들과 샐러드들이 다양하게 준비된 뷔페다.

"아, 어제 이곳으로 오는 건데."

튀긴 돼지고기 같은 것은 너무 딱딱해서 별로였지만 꽤 괜찮은 맛이다. 어제 고기를 질리게 막은 탓인지 평소에 먹지않던 샐러드와 야채에 손이 많이 간다.

네 접시를 비우고, 테이블에 앉아 엽서를 쓰다 포기한다. 배가 부르니 생각과 감정들이 백지화가 된 느낌이다.

"나중에 쓰자."

계산을 하려니 식사비도 조금 할인을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카드 단말기에 팁을 줄 것인지를 묻는 화면이 별도로 뜬다.

신기한 시스템이 생소하기도 하고, 팁에 대한 개념이 없어 민망한 손으로 거절 버튼을 누른다.

"대체 팁은 왜 별도로 받는 거야? 그리고 팁은 얼마를 주는 거야?"

미안한 일이지만 팁까지 주며 체면을 살리기엔 여행자는 너무나 가난하다.

느긋하게 배를 채우다 보니 2시가 가까워진다. 점심을 먹었으니 머지않아 해가 질 것이고, 밥을 먹는 동안 바람을 채워 넣은 타이어는 말랑말랑 변해있다.

"오늘은 시내를 벗어나는 것으로 끝이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코펜하겐의 시내를 벗어난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으니 크게 불편하지도 않고, 다른 북유럽의 도시처럼 길이 복잡하지도 않아 좋다.

"버스 후미에도 자전거 캐리어가 붙어있네. 코펜하겐 정말 대박이다."

스웨덴의 자전거 도로는 교차로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지만 덴마크의 자전거 도로는 참 알기 쉽게 정비가 되어있다.

아이를 태우거나 짐을 싣고 가는 자전거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모두가 수신호를 하며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도로에는 절대 정차된 차량을 볼 수가 없다.

정말 코펜하겐은 자전거 도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느새 비가 멈춘 하늘, 어제처럼 아침에 비가 내리고 오후 들어 비가 멈추는 날씨가 계속된다.

확실히 스웨덴 보다 따듯하고 날씨도 괜찮은 것 같다.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새 튜브를 사기 위해 도로변 자전거 샵에 들어간다.

"오, 삼천리 자전거 느낌이다."

스웨덴의 자전거 매장은 규모가 큰 매장들이었지만 덴마크의 매장들은 규모도 작고, 판매하는 자전거도 생활용 자전거가 주로 전시되어 있다.

튜브를 찾으니 가게의 남자는 생활용 자전거에 쓰이는 던롭밸브 타입의 튜브를 보여준다.

"아, 던롭밸브를 쓰는구나."

생각지도 못한 던롭밸브를 보고 조금 당황했지만 덴마크의 생활자전거가 얼마나 보편화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프레스타밸브의 튜브는 폭이 좁은 것이라 포기하고, 대형 펌프를 빌려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출발한다.

천천히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코펜하겐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해변을 향해 달려간다.

"계속 이런 날씨면 좋겠는데."

목적지를 3km 정도 남기고 도로변에 자전거 가게가 보인다.

매장에 들어가 튜브를 고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자전거를 확인하고 튜브를 찾아준다.

프레스타밸브의 튜브를 49크로나에 구매를 하고, 아저씨와 잠시 대화를 하고 가게를 나온다.

4시가 넘었는데 석양빛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남쪽으로 제법 내려온 모양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슈퍼에 들러 물과 바나나를 사 든다.

"역시 네가 제일 만만하다."

어두워진 하늘,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의 가로등과 잘 분리된 자전거 도로가 5km 정도의 해안가로 목적지를 변경하고 길을 따라간다.

"항구보다는 바닷가 백사장이 좋을 거야!"

5시 반, 백사장이 모래언덕에 텐트를 펼친다. 길이가 맞지 않던 폴대를 철물점에서 사온 유닛들로 조치를 하니 정상적인 모양새로 텐트가 설치된다.

"굿!"

폴대를 찾을 때까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동그랗게 차오르는 달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저녁 하늘이 밝아진다.

밝은 하늘과 파도 소리가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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