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2일 / 흐림
외레브로-칼스코가
러시아에서부터 시작된 흐린 날씨는 2달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이런 날씨는 대체 무엇이냐고?"


이동거리
61Km
누적거리
19,092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1,390시간

 
멋진성
 
E18도로
 
 
 
 
 
 
 
30Km / 2시간 30분
 
31Km / 2시간 27분
 
외레브로
 
란나
 
칼스코가
 
 
29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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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한 이틀만 비 좀 어떻게 해주세요."

생각해 보니 러시아의 첼니를 벗어나며 시작되었던 비가 지금까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무려 두 달이 되도록 비를 맞고 다닌다.

마치 늪 위에 텐트를 친 기분이다. 양말 위로 비닐봉지를 덧신고 저벅저벅 소리가 나는 풀밭을 벗어난다.

비에 젖은 것들을 정리하느라 생각보다 출발시간이 지체된다.

"아고, 이 동네는 해가 없는 거야?"

외레브로의 시내로 들어간다.

러시아에서부터 보이던 빨간 열매의 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이글이 나무의 이름을 알려줬는데 생각이 안 난다.

"가로수로 심어 놓으니 더 예쁘네."

북유럽의 겨울 색깔은 생각과 너무 다르다. 무채색의 차가운 겨울 풍경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다채롭고 풍성하다. 파스텔톤의 건물들과 너무 어울리는 색감이다.

"하늘이 우울해서 그런가."

회색 하늘이 아니라면 더 예쁠 것 같기도 하고, 회색빛의 하늘이라 더 예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흙탕물 같은 강물의 흐름이 시원하다.

"저건 뭐야?"

수로와 같은 강의 중심에 오래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 성!"

강 한가운데 견고해 보이는 성이 세워져 있다.

"듬직해 보이네."

내부의 모습이 궁금한데, 시간이 없다.

다른 각도에서 봐도 네 면의 모습이 동일하다.

"재미있는 성이군."

비보르크에서 보았던 핀란드의 성처럼 강과 수로 가운데 성만 덩그러니 들어서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외레브로는 흥미를 끄는 도시지만 바로 떠나야 한다.

"숙박비만 저렴했으면, 날씨만 좋았으면 머물다 가는 건데."

시내를 벗어나기 전 맥도날드에 들린다.

"비싼 너도 과분하다만, 이러다 말라죽겠다."

조용한 소도로를 따라 페달링을 밟는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종아리의 불편함은 계속해서 느껴진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네."

스웨덴의 숲속 집이나 평야 위의 집들을 보면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대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희미한 촛불이 켜진 집을 향해 촛불을 켠 마차를 몰고 적막한 길을 달리는 느낌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러시아의 평야에 나무가 자라는 곳은 나무숲을 그대로 놔두는 반면 스웨덴에는 그곳에 집이 들어서 있다.

"하늘이 열리려나?"

소도로는 E18 메인도로로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고속도로는 일반도로로 바뀐다.

"오슬로가 있기는 한 거야?"

"쨍하고 해가 비치면 감동할 것 같다."

E18 메인도로는 역시나 정신이 없다. 여유가 없는 갓길, 빠르게 달리는 차량들, 아침부터 시작된 오르막들이 계속된다.

지면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페달링을 하다 넘어진 나뭇가지가 도로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급하게 핸들을 돌려 피했지만 손등이 부딪힌다. 부딪힌 중지가 아프지만 위험한 도로의 갓길에서 운이 좋았다.

메인도로 옆으로 난 비포장도로가 나타나지만 몇 미터 가지 않고 다시 메인도로로 이어진다.

"에쉬, 이럴 거면 그냥 메인도로로 가는 것이 좋지. 네비야!"

다시 메인도로로 들어간다. 핀란드에서 시작된 자전거 도로, 처음에는 불편했던 자전거 도로에 익숙해졌나 보다. 더 힘든 러시아의 도로도 수없이 달려왔는데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나치는 도로가 끔찍하게 느껴진다.

도로를 이동하는 중 크랭크의 회전감이 이상하다. 넓은 갓길에 들어서 확인을 하니 비비의 상태가 베어링이 튀어나올 것처럼 엉망이다.

"유격이 너무 심해졌다. 큰일이네."

3시가 가까워지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30km나 남았다. 늦은 출발과 외레브로에서 보낸 시간 때문에 겨우 50km만을 이동했다.

대형마트에 들아가 주변의 자전거샵을 검색했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 젠장."

슈파에서 통닭 한 마리를 사 들었다. 50크로나 정도의 전기구이 통닭은 다른 것에 비하면 싸서 좋다.

"그나저나 비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내일 칼스타드까지 이동해서 정비를 해야겠다. 하루의 일정이 더 딜레이가 될 것 같다.

"어째 몽골처럼 진행이 힘드냐!"

매일 계속되던 차가운 강풍과 먹을 것이 없었던 배고픔의 몽골 여행, 그와 달리 스웨덴 여행은 매일 계속되는 차가운 비와 먹을 것은 풍족하지만 비싸서 못 먹는 배고픔이다.

"여행이란 쉬운 것이 없구나. 중국은 천국이었어!"

가로등이 있는 도로를 달려 마을을 벗어난다. 가로등이 끊긴 곳에서 작은 소도로로 빠져나와 야영 자리를 잡는다.

해가 떨어지고, 물이 찬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변 이동통로 근처에 텐트를 설치한다.

"힘든 여정이지만 길을 잃은 느낌은 아니야."

하루가 딜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비비는 내일 교체를 하면 되고, 다친 손가락은 곧 괜찮아질 테고, 비에 젖은 것들은 다시 말리면 된다. 그리고 딜레이 된 시간은 넉넉하게 칼스타드를 구경하면 그만이다.

"빌어먹을 쉥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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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1일 / 흐림
에스킬스투나-외레브로
노르웨이로 향하는 여정이 축축하게 비를 내리는 날씨로 쉽지가 않다. "그만.. 그만 내려!"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19,031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1,385시간

 
E20도로
 
비그만와라
 
 
 
 
 
 
 
47Km / 3시간 00분
 
37Km / 2시간 15분
 
에스킬스
 
아르보가
 
외레브로
 
 
23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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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비 예보, 한겨울 쌓인 눈으로 인해 험난할 것 같았던 북유럽의 여행은 매일 내리는 비와 짧은 일조시간이라는 생각지 못한 난제를 만났다.

5~6도의 기온이지만 차가운 공기 그리고 습한 날씨로 인해 춥게 느껴진다.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에 텐트는 흠뻑 젖어있다. 젖은 텐트와 침낭은 정말 끔찍하다.

아침 일찍 출발을 준비한다. 축구장의 구석진 곳이지만 사람들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분다.

"하루하루가 쉽지가 않네."

출발과 함께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시내를 빨리 벗어나야 할 텐데."

스웨덴의 도시는 어딜 가나 깔끔하다.

두 개의 시계탑이 올라가 있는 클로스터스 교회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쉽게 에스킬스투나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에 레인팬츠를 꺼내 입고, 마른 양말을 젖은 양말로 갈아 신는다. 축축한 양말의 느낌이 싫다.

오늘의 목적지 외레브로까지 80km 정도의 거리다.

소도로에 진입하여 아침을 해결한다.

"시간만 넉넉하면 숲에서 캠핑하고 싶다."

빵과 바나나로 간단히 아침을 한다.

"정말 배고픈 여행이다."

조용했던 소도로는 얼마 가지 않아 E20 메인도로와 다시 만난다. 에스킬스투나를 벗어나며 자동차 전용도로였던 E20 메인도로는 일반도로로 바뀐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소도로 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갓길의 여유가 없고, 차량들의 속도가 빨라 그리 편하지는 않다.

간만에 차량들과 함께 달리니 정신이 없지만 빠르게 거리는 줄어든다.

아르보가를 지나며 메인도로를 벗어난다.

다시 편해진 한적해진 도로, 비에 젖은 신발과 장갑으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작은 아르보가 마을을 구경하고.

외레브로를 향해 지치고 힘든 페달링을 이어간다.

"아, 뭐가 이렇게 힘들지?"

축 젖은 싸늘한 차가움,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외레브로의 숙소를 검색해 봐도 의미가 없다.

15~20만원 정도의 호텔비, 답이 안 나오는 금값 호텔들이다.

스웨덴의 골목에는 우체통이 나란히 놓여있다. 집집마다 대문 앞까지 배달이 되는 우리와는 달리 재미있는 모습이다.

미리 검색을 해둔 슈퍼마켓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숲으로 생각했던 곳들은 모두 물이 차 있거나 집 주변이라 캠핑을 할 수 없다. 어둠이 내려앉기 전, 도로변 풀밭에 텐트를 친다.

물기가 차오른 풀밭,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많은 좋은 숲들을 지나치지만 야영지를 찾을 때가 되면 항상 이렇다.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텐트 뚫어지겠다. 그만 내려라."

텐트, 침낭, 옷과 몸도 푹 젖어버린 하루다.

"오슬로는 어기에 있는 거니?"

노르웨이로 넘어가기 전에 숙박을 하며, 젖은 장비를 정비하고 배터리들도 충전해야 한다. 칼스타드 외곽에 가장 저렴한 350크로나의 호스텔이 있다.

"350크로나가 제일 싼 호텔이라니, 정말 환장하겠다."

아무리 물가가 비싸다지만 2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숙박료는 정말 이해불가다.

"그리고 비, 그만 와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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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90일 / 흐림
쇠데르텔리에-에스킬스투나
어젯밤부터 시작된 안개는 온세상을 뿌옇게 만들어 놓는다. "와, 지독한 안개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8,947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380시간

 
지독한안개
 
안개숲
 
 
 
 
 
 
 
35Km / 2시간 30분
 
45Km / 3시간 21분
 
쇠데르텔
 
오커스
 
에스킬스
 
 
15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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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4시의 저녁보다 자정이 되면 더 밝아지는 하늘이다.

비는 그쳤지만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는다.

"해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지?"

하루가 너무나 짧은 탓에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해가 떨어지니 정말 난감한 계절이다.

"안개, 대단한 안개네."

가시거리가 짧은 안갯속으로 들어간다.

"비가 안 내리는 것으로 감지덕지다."

스웨덴의 시골 풍경은 참 예쁘다.

기회가 있다면 북유럽의 방식으로 집을 짓고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보지 못한 작은 호수들이 스웨덴도 많다.

"갈수록 사진들이 삐딱하네."

작은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갈림길에서 나누어진다.

"음, 더 작은 길을 가 볼까?"

차량들의 소음을 피해 작은 소로를 따라가니 길은 숲을 향해 비포장도로로 변한다.

"비포장.. 안개숲이 유혹을 하는구나."

안개가 내려앉은 숲은 더 고요하고 비밀스러움을 품고 있다.

숲의 갈림길들이 난감하기는 하지만.

싱그러운 소나무 숲은 너무나 깨끗하고 좋다.

조용한 숲속 마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숲 가운데 들어선 예쁜 시골집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간다.

오래된 창고와.

작은 집들.

"정말 멋지다."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작고 예쁜 집의 정원에는 소박한 조명들이 켜지고.

지난 할로윈의 호박들도 놓여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숲속 여행은 아스팔트 도로와 함께 끝이 난다.

"딱, 적당했어!"

숲을 벗어나자 안개는 더 자욱하다.

"무슨 안개가 하루 종일 피어있냐!"

영국이나 유럽이 배경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짙은 안개숲의 풍경이 이해가 된다.

깔끔한 집들이 이어지는 조용한 마을을 지나고, 오늘의 도착지 에스킬스투나까지 17km 정도가 남았다.

"아고, 힘드네."

조금 속도를 내어 도로를 따라가던 중, 내비게이션은 다시 숲으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안내한다.

일몰까지 한 시간의 여유밖에 남지 않아 숲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리저리 구불구불 젖은 흙길을 따라간다.

이상하게 왼쪽 종아리가 불편한 느낌이다. 연일 비를 맞은 컨디션 때문인지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다.

"정말 좋다."

"엠티비를 타고 라이딩을 해도 정말 좋겠다."

러시아 그리고 북유럽의 숲은 정말 보석 같다.

"완전 베스트 캠핑 자린데. 아쉽다."

에스킬스투나 초입의 대형 슈퍼로 들어간다.

슈퍼 입구에 빈 병과 페트병을 수거하고 환불해 주는 기기가 있다.

"굿! 아이디어."

"이건 뭐냐?"

슈퍼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휴대용 포스기로 바코드를 찍는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을 보니 스마트폰 앱과 연동이 된 간편결제 시스템 같다.

물건을 들고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려니 뭔가 시스템이 다르다. 아마도 휴대용 포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결제를 하는 것인가 보다.

정말 편리한 시스템처럼 보이는데, 휴대용 포스기 없이 휴대폰에서 바로 바코드를 인식하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앞으로 밭은 누가 멜까?"

슈퍼를 나오니 역시나 어두워졌다.

"아, 도시에서 저녁은 난감한데."

안전한 나라이지만 캠핑 자리를 정하지 못한 도시, 그리고 도시 어느 곳이든 캠핑을 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다.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슈퍼마켓 주변을 둘러보고, 축구장 갈대숲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오지 마라."

"근데 겨울에 잔디들이 이렇게 좋냐. 부럽네."

푹신푹신한 잔디, 밝은 조명시설이 갖춰진 체육시설이 참 좋다.

"8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지도 못한 짧은 일조시간에 오슬로로 향하는 길이 길게 느껴진다.

"이 계절 이곳은 차가 아니면 여행이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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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9일 / 흐림
스톡홀름-봇쉬르카-쇠데르텔리에
비오는 스톡홀름은 그마저도 분위기가 있지만 여행자를 힘들게 한다. 스톡홀름을 떠나 노르웨이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생일에는 고기지!"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18,867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1,374시간

 
생일축하
 
통닭!
 
 
 
 
 
 
 
23Km / 2시간 20분
 
22Km / 2시간 04분
 
스톡홀름
 
봇쉬르카
 
쇠데르텔
 
 
7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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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에 움직이기가 싫다.

"생일이라.."

이상한 일이지만 생일에 대한 우울함이 있다. 특별히 기억하고 싶지 않고, 특별히 지내고 싶은 날도 아니다.

"막둥이, 맛있는 것 사 먹어라."

언제부터인지 어머니의 생일 안부 메시지마저 사라진 후로 더욱 그렇다. 그녀의 기억과 함께 사라진 나의 생일이다.

무심결에 확인한 카톡에 많은 축하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뭐지?"

짐들을 정리하고 스톡홀름을 떠난다. 더 머물고 싶지만 쉥겐기간의 압박이 느껴진다.

"생일엔 햄버거지."

치킨버거는 버거킹보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보다 KFC가 맛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햄버거를 나라별 빅맥지수를 체크하듯 먹고 있다.

"중국의 맛이 가장 독특했고, 몽골의 맛이 최고였어."

핀란드도 그랬지만 스웨덴의 시내길도 너무 복잡하다.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있고, 도로 자체가 거미줄처럼 복잡하니 길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길들을 따라가지만 비가 내리고, 손이 시려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리즈훼이가 짧은 화상통화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헤이, 리!"

인사를 하자마자 통화가 끊겨버린다. 작은 케익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말하다 케익이 쓰러졌나 보다.

"귀여운 녀석!"

여행을 하다 보니 우울한 생일에 축하를 해주는 외국 친구도 생기고, 기분이 묘하다.

복잡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교차로에 들어서면 방향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 오늘은 스톡홀름을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신발이 젖어든다. 고무장갑으로 해결을 한 손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발이 시려온다.

좌회전, 우회전을 번갈아 가며 외쳐대는 내비게이션은 복잡한 시내에 들어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길이 있어야 우회전을 하지!"

방향감만으로 보이는 길들을 따라가고, 이리저리 헤매지만 어쩔 수 없다.

스톡홀름의 근교 도시 보쉬르카시를 지나며 복잡한 도로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도로변의 버거킹에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축축하게 젖은 발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다.

"스웨덴에는 러시아처럼 값싼 카페가 없을까?"

보쉬르카를 빠져나오고 도로는 심플해졌다.

2시 반,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어 간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이다. 핀란드나 스웨덴의 겨울 풍경은 생각과 달리 짙푸르다. 숲에는 풍성한 침엽수와 소나무, 푸른 이끼류들이 깔려있고, 들녘에는 밀로 보이는 새싹들과 배추과의 작물들이 자라나 있어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쇠데르텔리에에 가까이 온 것 같은데."

핀란드 특히 스웨덴의 도시 지명들은 정말 어렵다. 초행길의 도로에서 내비게이션보다 도로의 이정표를 보며 따라가는 것이 확실한데 지명들이 눈에 안 들어오니 쉽지가 않다.

소도시의 초입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우울해도 생일인데 고기는 먹어야지!"

스웨덴의 우편 시스템은 약간 독특한 것 같다.

큰 슈퍼마켓이지만 음식 코너가 닫혀있어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간식용 빵을 사 들고, 이리저리 매장을 둘러보다 치킨을 발견한다.

"와, 50크로나!"

하나 남은 치킨을 먼저 집어 들려는 남자의 망설임에 간절한 기도의 염원을 보낸다.

"제발, 아저씨!"

남자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집어 든 치킨을 내려놓는다. 싱긋 웃으며 재빠르게 치킨을 집어 든다.

슈퍼를 나오니 어둠이 내려앉았다.

"시내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어두워진 하늘, 어두운 조명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다행히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복잡하지 않다. 물론 여러 차례 헤매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스톡홀름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고, 자전거 도로가 있어 안전한 편이다.

시내를 벗어나 도로변 숲에 자리를 잡는다. 4시 반,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4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비는 멈추고, 짙은 안개가 내려앉기 시작한 조용한 밤이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Happy birthday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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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8일 / 흐림
스톡홀름
여전히 날씨는 나쁘지만 스톡홀름에서 보내는 느린 시간의 흐름이 좋다. "스톡홀름이 너무 좋아!"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822Km
이동시간
0시간 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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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당분간 계속해서 내릴 것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골목이다."

작은 공원과 나무들이 많던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소도시의 마음에 들었지만 스톡홀름도 마음에 드는 도시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하루를 푹 쉴 생각이다.

"여기는 우체국이 어디에 있어?"

숙소의 직원은 어제 잠시 들렀던 슈퍼마켓을 알려준다.

"슈퍼에서 우편 서비스를 한다고?"

스톡홀름의 우체국을 검색해도 잘 보이질 않고, 우리 편의점처럼 우편 서비스를 슈퍼마켓에서 주로 처리하는 모양이다. 핸드폰 매장이 있지만 유심침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비슷하게 느껴진다.

"오, 이런 마크가 있었네."

슈퍼의 계산대 옆에 우편물을 취급하는 공간이 있다. 2kg 한도의 소포 박스를 크기에 따라 99크로나에서 115크로나에 판매하고 있다.

"이거 한국으로 보낼 수 있죠?"

첼니의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고 선물 받았던 타타르스탄의 전통 모자를 담기 위해 큰 박스를 구매한다.

숙소로 돌아와 엽서를 쓰고, 몽골에서부터 받았던 선물들과 냉장고 자석들, 기념품들을 박스에 넣는다.

"이건 몽골의 툴가가 줬던 선물, 너무나 친절했던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모형, 러시아 공화국들의 냉장고 자석과 이글의 어머니가 준 첼니의 자랑 카마즈 자석, 리가, 탈린.."

여행의 기억들이 하나씩 스쳐간다.

소포의 송장을 적는 곳에 국외로 보내는 입력란이 너무 어려워 숙소의 직원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한다.

"슈퍼에 가면 도와주지 않을까?"

슈퍼에 가기 전, 작은 겨울 모자를 사 들었다.

"생일 선물이야!"

슈파에서 직원에게 입력란에 무엇을 쓰는지 묻고, 해외 발송 추가요금 95크로나를 결제한다.

"부디, 잘 도착해라."

소포를 보내고 점심을 먹기 위해 어제 들렀던 뷔페로 간다. 스톡홀름의 점심 타임의 메뉴들은 100~150크로나 정도의 가격인가 보다.

맥도날드의 햄버거가 85크로나 정도이니 120크로나로 양껏 먹을 수 있는 뷔페가 훨씬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중식이지만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산책을 하듯 올드타운의 거리를 걷고, 스톡홀름의 지도도 머릿속에 완전히 그려졌다.

"생각보다 작은 도시다."

식당으로 가는 중, 카드사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온다. 어제 현금을 찾았던 ATM에서 인출 시도가 있었다며 카드 복제로 추정되어 해외 사용을 차단했다고 한다.

"현금 인출용 카드를 막으면 어쩌란 말이지?"

다른 여분의 카드가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스웨덴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귀찮아도 은행을 갔어야 했는데."

은행을 찾기가 힘들어, 애써 은행 전용의 ATM을 찾아가 출금을 했는데도 인도변의 ATM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가난한 여행자의 잔고를 털려고 하냐! 기생충들아!"

어제 도움을 줬던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눈썰미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내 모습이 독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절한 미소다.

배부르게 식사를 한다. 자꾸만 빈 접시를 치우는 바람에 새 접시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배가 부르니 너무나 좋다.

"여기가 구도가 좋네."

하루 종일 비가 와도 사람들은 우산을 안 쓰고 다닌다. 참으로 괴팍한 날씨지만 익숙해지면 또 그런대로 재미있는 날씨다.

숙소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달달한 졸음이 밀려든다.

"생일 축하해."

"생일, 내 생일인가?"

14일, 내일이 생일인 모양이다. 이곳은 아직 13일 오후 4시인데, 기분이 묘하다.

"오늘 너의 생일 선물을 샀는데, 생일 축하는 내가 받는구나."

우울해진다. 달콤한 낮잠에 빠져든다.

짐들을 정리해 놓고, 멍한 시간을 보낸다.

"생일이라..."

내일부터 스톡홀름을 떠나 노르웨이의 오슬로를 향해 출발할 것이다. 비와 눈, 추위로 인해 아주 어려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생일엔 고기반찬이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7일 / 흐림
스톡홀름
조용한 스톡홀름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스톡홀름을 걸으며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뷔페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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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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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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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잠들었다. 피곤함이 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날이다.

"9시인데, 이렇게 어둡냐?"

아침을 먹을까 생각하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을 생각으로 밖으로 나간다. 어제보다는 포근한 날씨다.

"일단, 유심카드를 사러 가자."

헬싱키의 올드타운의 골목은 폭이 좁은 편이다.

"돌바닥이 얼면 어떻게 될까?"

스웨덴 궁전의 후면 광장에는 스톡홀름 대성당과 노벨 박물관 등이 모여있다. 이곳의 박물관이나 관광 시설들은 오픈 시간이 모두 11시나 12시 정도다.

숙소로 돌아올 때 다시 둘러볼 생각으로 외부 모습만을 구경하며 지나친다.

"어제부터 시간이 이상한데."

스톡홀름에 도착하여 추위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변경된 느낌이었지만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1시간이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성당의 시계탑은 1시간이 느리다.

"그래서 더 피곤한 것인가?"

스웨덴에서 사용할 크로나 현금을 찾고, 대략 10크로나가 1유로 정도 하는 것 같다.

의회 건물을 지나 스톡홀름의 중심 시가지로 걸어간다.

대형 쇼핑몰들이 몰려있는 거리를 구경하고.

쇼핑몰 지하로 내려간다.

"되게 깔끔하고 조용하네."

이 도시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딜 가든 쾌적한 느낌이다.

핀란드에서 사용했던 텔리아 매장으로 갔지만 이상하게 유심 카드가 보이질 않는다. 다른 손님의 상담이 길어져 그냥 검색을 해두었던 Tele2 매장을 찾아간다.

텔레2 매장에서 유심카드를 사고 싶다고 하니 여직원의 영어가 너무 빠르다.

"천천히, 쉽게 말해줘요."

여행자인지를 묻고는 뒤편에 있는 노란 간판의 편의점으로 가서 유심카드를 사라고 알려준다.

"프레스뷔란? 런?"

편의점의 남자는 영어가 더 빠르고, 너무나 친절한 나머지 설명이 너무 길다. Comviq 유심을 보여주고, 데이터를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뭐라는 거야? 이거 말고 3심은 없어?"

유럽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영국의 쓰리심을 사고 싶은데, 편의점에는 재고가 없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인터넷만 쓸 거야. 패키지 요금이 어떻게..?"

기가 단위의 요금표를 모니터로 보여주는데 엄청 비싸다. 노르웨이를 거쳐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와야 하는 경로이니 넉넉하게 15기가를 구매한다. 유심카드 45크로나, 데이터 255크로나다.

유심카드를 해결하면 뭔가가 뿌듯하다.

유심을 교체하고 *110*코드#를 누르고 활성화를 시킨다.

"아, 코드번호 엄청 길다."

인터넷을 개통하고 핸드폰의 시계를 보니 시간이 변경된 것이 맞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며칠 사이에 두 시간이 변경된 탓에 몸이 더 피곤했던 모양이다.

"헬싱키랑 한 시간, 영국이랑 한 시간."

한 시간이 생겼는데, 그로 인해 박물관들의 오픈 시간이 더 늦어진다.

"어, 한 시간 동안 어딜 가야 하나."

왕의 정원을 산책하며 걸어가고.

공원에 설치된 스케이트장, 스케이트를 못 타는 것이 아쉽다.

스톡홀름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들이 많다.

The Hallwyl Museum, 아주 오래된 저택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12시 오픈이네."

11시에 오픈을 하는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으로 걸어간다.

"스톡홀름은 이런 구조구나."

이틀 동안 시내를 돌아다니니 시내의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국립박물관 앞에는 개장을 기다리는 연세가 많은 스웨덴 어르신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박물관으로 들어간다. 3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에는 시대별 조각품들과 미술품들 그리고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편안하고 흥미로운 시간이다.

한 시간 정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온다.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갈까, 그냥 산책을 하고 고저택을 둘러볼까."

자연스레 항구의 모습에 이끌려 산책을 하고.

"스톡홀름의 대표 사진들의 구도가 여기군!"

항구 건너편으로 스톡홀름 궁전과 대성당의 모습이 보이는 올드타운의 전경이다.

핀란드의 헬싱키에 비해 좀 더 매력이 있는 항구 도시다.

"근데 이곳은 왜 바다 냄새가 안 나지?"

이상한 일이지만 바닷가나 항구에서 느낄 수 있는 짠냄새나 비릿한 냄새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마치 바다가 아닌 강변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다시, 고저택을 보기 위해 길을 되돌아간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고 좋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전거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달리 선진국이 아니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이 닫힌 고저택의 두꺼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에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로 맞이해주는 중년의 남성이 있고, 기념품을 파는 공간에서 노란 스티커를 건네준다.

"무료 관람이에요."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많은 초상화가 걸려있는 2층으로 올라간다.

"귀족의 저택이란 이런 느낌이란 말이지."

약간은 어두운 실내 분위기, 갈색의 목재로 구성된 인테리어들이다.

저택의 일부만이 공개되어 있지만 화려한 내부 모습은 사치스러울 정도다.

"양초를 켜던 시대의 조도 정도 되는가?"

편안하기도 하지만 묵직한 어둠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화려하니 더 어둡게 느껴진다."

벽에 걸린 많은 초상화의 주인공보다 그들을 위해 일을 하였을 하인이나 노예들의 모습과 삶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참 부질없다."

3층에는 침실과 대리석 욕조의 샤워실.

그리고 두 칸으로 나눠진 좌식 화장실도 있다.

지하실에 하인들이 머물던 공간이 있을까 싶어 내려갔지만 아무것도 없다.

커다란 석조 건물의 전체가 고저택이었을 테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방들과 공간이 있을 것이다.

"몇 사람의 사치스러운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했을까?"

점심을 먹기 위해 뷔페식당으로 향한다. 빵 쪼가리만 집어도 쉽게 만원이 넘어가는 물가, 차라리 조금 더 비싸더라도 양껏 배를 채울 것이다.

카운터를 향해서 걸어가는 나를 직원이 부른다.

"점심 먹을 거야. 뷔페!"

120크로나의 점심 가격, 남자는 입구에 설치된 결제 스크린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좋고 편한데, 이러면 일은 누가 하냐고!"

쌀쌀맞은 계산원을 만날 때마다 불쾌하기는 하지만 인공지능 같은 시스템은 법을 가리는 판사나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 같은 곳에만 사용되면 좋겠다 싶다.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가감 없이 판단하는 시스템 정도, 특히나 우리나라의 법과 질서를 관리하는 공공 집단에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사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법전을 잘 외우고 해석하는 능력만이 필요하다면 컴퓨터가 훨씬 효율적이고 이성적이겠지 싶다.

"일을 누가 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노동을 나눠서 하고, 필요한 만큼의 댓가를 가져가면 행복하지."

중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초밥은 가장 기본적인 구성만 되어있고.

"고기다!"

샐러드 코너에는 김치까지 있다.

"자, 시작!"

초밥은 밥, 중식요리는 고기반찬 그리고 김치까지, 한 시간 반 동안 느긋하게 배를 채워간다.

"너무 비이성적인가? 알게 뭐야! 배고픈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게 접시에 음식들을 담고, 대화와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침묵 속에서 바쁜 젓가락질만이 계속된다.

"으어, 잘 먹었다. 근데 아쉽다! 내일 한 번 더!"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다. 야경을 보려던 계획은 틀린 것 같다.

"이런 신발이 있으면 좋을 텐데. 얼마냐?"

2,000크로나가 넘는 어그 부츠다.

"참 의미 없네! 많이 양보해서 2만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엽서를 사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다.

노벨 박물관을 보기 위해 다시 스톡홀름 대성당으로 간다.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스톡홀름 궁전의 후문 출구로 들어가니 내부가 웅장하다.

"오, 궁전!"

"지적 호기심을.."

무료인 줄 알았던 노벨 박물관은 160크로나의 입장료가 있다.

"그럼, 됐고!"

노벨 박물관의 광장 주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에서 보면 예쁘기는 한데."

"왜 건물들을 다닥다닥 붙여서 지었을까?"

"햇볕도 귀한 동네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단한 자연을 갖은 북유럽의 풍경을 생각하면 중세 시대에도, 근대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도시의 삶은 똑같이 각박했을 것 같다.

"이 빛이 없었을 땐 정말 어둡고 차가운 골목이었겠다."

엽서를 사기 위해 골목의 선물가게들을 다 들어가 보고.

커다란 관광엽서 두 장을 사 들고.

삐삐의 노란 엽서를 어렵게 찾아냈다.

"스웨덴은 바이킹보다 삐삐지!"

나른하고 피곤하다.

"하루 더 쉴까?"

내일 아침 날씨를 보고 결정해야겠다. 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시작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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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6일 / 흐림
스톡홀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입국하자마자 나라의 수도에 도착한 기분은 공짜로 무언가를 얻은 것처럼 생소하다. "스톡홀름, 너를 보여줘!"


이동거리
20Km
누적거리
18,822Km
이동시간
5시간 00분
누적시간
1,370시간

 
도착!
 
칼요한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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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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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되기 전, 세 개의 알람을 모두 패스하고 겨우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샤워를 하는 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간다.

"뭐지? 모닝콜도 아니고. 설마 스톡홀름에 도착한 지 꽤 지난 건가?"

부랴부랴 물건들을 정리하고 화물칸으로 내려간다. 어수선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걱정을 덜고, 화물칸의 차량들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뭐지? 정말 모닝콜인가?"

자전거에 짐들을 장착하고 배가 정박하기를 기다린다. 화물차들의 운전자들도 하나둘 시동을 켜고 입항 준비를 한다.

어두운 새벽으로 스웨덴의 모습이 천천히 나타난다.

출항을 할 때처럼 흰색 승합차를 따라 첫 번째로 배를 빠져나온다.

몸을 파고드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느껴진다.

"으, 여기도 추워!"

우선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여객선 터미널로 되돌아간다. 하얀 새벽 눈이 스웨덴의 입국을 맞아준다.

터미널의 와이파이로 스톡홀름 중심지와 경로를 파악하고, 숙소를 검색하니 헬싱키보다는 인간적이다. 다인실 게스트하우스의 가격은 대략 2만원 정도다.

"일단 맥도날드로 가서 와이파이도 쓰고, 아침도 해결하자."

구글맵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스톡홀름의 시내로 출발한다.

뭔가 복잡한 도로의 구조, 경로를 벗어났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새로운 경로를 잡지 못하는 구글맵 때문에 잠시 헤맨다.

"아, 인터넷이 없지. 맵스미로 가자."

맵스미는 쓸데없이 언덕 공원길들을 가로지르고, 미끄러운 언덕길에 자전거를 끌고 가며 애를 먹는다.

"아주 너, 진짜! 멀쩡한 길 놔두고 이럴 거야."

스톡홀름의 자전거 도로는 인도와 함께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고 길을 헤매는 수고스러움은 사라진다.

"진짜 춥네!"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으며 몸을 녹이고, 부킹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한다. 스톡홀름의 올드타운에 위치한 호스텔이다.

숙소를 찾을 때 저렴한 가격보다 자전거 보관과 젖은 텐트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유럽의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좁은 편이라 늘 걱정이다.

"스톡홀름에 유명한 곳이 어딘가?"

3시에 체크인이 되는 숙소, 오후까지 시간을 보내며 시내를 구경할 생각이다.

"일단 구시가지로 가기 전, 노르딕 박물관으로 가 볼까."

대략적인 이동 경로를 결정하고 시내로 들어간다.

예쁜 항구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스톡홀름을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한다던데 베네치아를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다.

"다 베네치아래. 한국에 베네치아 엄청 많지. 통영, 여수!"

내년 베네치아에 가면 꼭 그런지 확인을 해볼 것이다.

웅장한 석조 건물의 노르딕 박물관이 나타나고, 때맞춰 눈도 함께 내린다.

이른 아침도 아닌데, 개장 시간이 너무 늦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10크로나면 몇 유로야?

길을 가는 남자에게 10크로나가 몇 유로인지 물으니 환율 어플을 쓰더니 1유로라고 말해준다.

"바사 박물관에 왔니?"

"바사? 모르는데!"

잔돈을 털어 1유로를 넣으니 문이 열린다. 유로 화장실은 생각보다 너무 지저분하다.

"의외네."

자전거 조향이 많이 흔들린다 싶어 패니어를 떼고 확인하니 렉의 측면을 고정시키는 볼트가 사라졌다.

"뭔가 어설픈 트렉이다."

하단의 볼트를 풀어 렉을 고정하고, 아무래도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어디 한 군데가 말썽이 나지 싶다.

멋진 배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를 구경하고.

젊은 남자가 말했던 바사 박물관에 들렀지만 입장료가 비싸서 그냥 포기한다. 배와 관련된 박물관이지 싶다.

노르딕 박물관의 외부를 둘러보고.

"멋진데, 오픈 시간 기다리다가 얼어 죽겠다."

"패쓰!"

스톡홀름은 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인데, 마치 큰 강변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저기가 구시가지인가?"

눈이 멈추고 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되게 조용하네."

거리에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 관광객의 모습이 많지만 조용한 느낌이다.

"확실히 세련된 느낌인데."

고풍스러운 러시아의 도시보다 세련된 느낌이고 소란스럽지가 않다.

"여기가 어디쯤이냐."

펼쳐진 도시의 풍경과 구글맵을 번갈아 보느라 바쁘고, 장갑을 벗을 때마다 손이 시려서 싫다.

"여기는 바다가 정원이네."

명품샵들이 들어선 거리는 연말의 시즌이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다.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어떻게 견디지?"

왕의 정원 한가운데 스케이트장이 설치되어 있다.

"영화 속 낭만적인 장면이라도 연출하라는 건가?"

멋진 분수대는 개점휴업 중이고, 신기한 것은 버드나무처럼 나뭇가지가 길게 늘어진 무성하고 푸른 나무다.

"아니 겨울철에도 싱싱한 나무가 있나?"

공원 측면의 오래된 교회에서 조용한 종소리를 울려 퍼진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대부분 청동상이다.

"왕이었소?"

오래된 교회는 큰 인기가 없나 보다.

교회 측면 입구의 대리석 장식과 두꺼운 문이 인상적이다.

스웨덴 궁전 앞의 교차로에서 핸드폰 매장을 먼저 찾아갔지만 대형 쇼핑몰 내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를 두고 내일 와야겠다.

다리를 넘어 스웨덴 궁전이 있는 올드타운으로 건너간다. 강이나 작은 수로의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바닷물이 흘러드는 스톡홀름의 수로는 역동적이어서 시원한 느낌이다.

스웨덴 의회를 지나.

의회 건물의 뒤편을 돌아 올드타운의 측면으로 돌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하면 도시의 여러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숙소가 있는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멋진 석조건물들은 아니지만 파스텔톤의 건물들과 좁은 돌바닥의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리가나 탈린에 비하면 골목길은 제법 고른 편이고.

골목길의 구조도 복잡하지는 않다.

숙소 옆의 교회가 보인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숙소의 골목길.

"이 동네는 사진을 세로로 찍어야 하네."

"아, 이제 1시인데 두 시간을 어디서 보내냐?"

새벽부터 찬바람과 눈을 맞은 탓에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커피숍? 맥도날드?"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지만 이왕이면 출출함도 달랠 생각으로 맥도날드를 찾아간다. 한국 식당을 찾아가려 했지만 너무 멀다.

"맥도날드 없었으면 어쩔 뻔."

시내의 번화가의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3시 정도에 숙소로 되돌아온다.

"이 길 참 마음에 든다."

"자전거 보관이 힘들겠네."

숙소로 들어간다.

"오, 엘리베이터!"

영화에서나 봤던 예전 방식의 엘리베이터 다.

깨끗하고, 친절한 미소의 호스텔이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슈퍼마켓을 찾아간다.

자전거는 기둥에 묶어두고 잘 쓰지 않던 U자형 자물쇠까지 채워놨다.

올드타운의 거리는 작은 카페들과 선물가게들이 전부라 특별한 것은 없다. 촛불이 놓인 작은 테이블의 식당들이 너무나 분위가 좋다.

"혼자 있으니 이런 건 그렇네."

유럽의 도시들은 혼자서 걷기엔 충분히 좋지만, 혼자서 밥을 먹기엔 너무나 가혹한 분위기다.

검색했던 슈퍼마켓의 건너편에 버거킹이 있고, 눈에 띄게 좁은 골목길이 나온다.

일단 지하철 부근의 큰 슈퍼마켓으로 가서 빵과 잼을 사 들었다. 이곳에는 계란도 비싸다.

다시 비가 내리고, 돌아오는 길에 버거킹에 들러 햄버거로 출출함을 채운다.

"하루에 삼 버거라니."

선물 가게에 들러서 구경을 하지만 특별한 아이템은 발견하지 못했다.

"스웨덴에 누가 유명하지?"

스웨덴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일단 노벨, 사랑스러운 잉그리드 버그만, 신념의 팔메 총리, 박세리보다는 소렌스탐, 상남자 즐라탄, 매력적인 레베카 퍼거슨.. 그레타 툰베리? 뭐니 뭐니 해도 스웨덴에는 아바가 있지."

그리고 어린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말괄량이 소녀.

"스웨덴에는 삐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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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5일 / 흐림
파이미오-투르쿠-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의 마지막 여정, 핀란드의 북부로 향하던 일정은 극야와 좋지않은 날씨로 인해 포기하고 투르쿠에서 페리를 타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48Km
누적거리
18,793Km
이동시간
5시간 33분
누적시간
1,362시간

 
도로
 
페리
 
 
 
 
 
 
 
48Km / 5시간 33분
 
261Km / 0시간 00분
 
파이미오
 
투르쿠
 
스톡홀름
 
 
40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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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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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숲속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고요한 아침이다.

"그래도 비는 싫은데."

눅눅해졌지만 따듯한 온기가 있는 침낭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어젯밤 출출함으로 남은 비상식들을 모두 먹어버려 아무것도 없다. 커피를 끓여 몸을 녹인다.

10시 10분, 30km 정도 남아있는 투르쿠를 향해 이슬비가 내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레인 팬츠를 꺼내 입었지만 젖어드는 신발과 장갑은 어쩔 수가 없다.

"조금 더 추워도 좋아. 눈을 내려라!"

20km를 달리고 투르쿠 주변의 마을들이 연이어진다.

러시아 국경에서 산 골라 먹는 과자들로 허기를 채워보고.

"좀 더 사 올 것을 그랬다."

투르쿠의 경계를 지난다.

"뭔가 형이상학적 문양이군."

오래된 고목들이 잘 정비된 핀란드스러운 깔끔한 도시의 풍경이다.

"아, 추워."

손과 발이 완전히 젖어 얼어붙는 느낌이다.

시내의 중심으로 들어서자 아주 오래된 투르쿠 성당이 나온다. 핀란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답게 중세 시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오긴 왔는데, 몸이 언다."

일단은 스톡홀름으로 가는 배를 확인하기 위해 작은 아우라강을 따라 항구로 향한다.

수로와 같은 아주 작은 강변에는 수상카페들이 들어서 있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산책을 하는 사람들에 제법 있다.

몇 개의 다리를 지나치고 구글맵은 갑자기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고 안내한다.

"페리? 이 작은 강에 페리라니!"

엉뚱하게 페리를 타라는 구글맵을 타박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할머니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강변으로 내려간다.

건너편을 보니 작은 배가 천천히 할머니가 서 있는 선착장으로 다가온다.

"아하. 이런 거!"

"요금이 있나?"

산책을 나온 여성에게 무료인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 북유럽!"

투르쿠 성당에서 작은 선착장까지 오는 2km 정도의 강변 산책로에 5개가 정도의 다리가 있고, 그중에는 작은 아치형의 인도교들도 있었지만 작은 화물선으로 강을 건널 수 있게 해놓으니 마치 작은 이벤트처럼 재미있다.

"중국에서는 요금을 받았는데, 역시 북유럽이야."

항구로 가는 길, 배와 관련된 박물관이 있는지 멋진 범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그리고 커다란 소국 모형의 조형물.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꽃이야."

많은 꽃들 중 소국을 가장 좋아한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형형색색의 작은 꽃망울과 진한 향기가 너무나 좋다.

가끔씩 소국 한 다발을 사들고,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건네주기도 했었다.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기쁨이나 뜻밖의 작은 선물에 기뻐하는 사람의 모습이 좋아서라기 보다 길을 걷다 발견한 소국을 사 들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행복감을 주었다.

"소국 한 다발을 사고 싶을 때가 다시 올까? 그저 그래서, 날이 좋아서, 하늘이 흐려서,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아서, 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냥 꽃 한 다발을 사 들었다."

투르쿠 항구에 도착해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여객선의 터미널을 찾았다.

"SILJA, J는 묵음 같은데 실아?"

도착한 터미널은 문이 닫혀있다. 하루에 두 번씩만 입출항을 하는 노선이라 그 시간 때에만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구글에 정보를 올려놓든지 하지!"

어젯밤 검색해 놓은 초밥 뷔페로 점심을 먹기 위해 되돌아간다. 핀란드 사람들은 초밥을 좋아하는지 작은 도시 투르쿠에도 초밥집이 다섯 군데 정도가 검색된다.

"초밥은 양이지! 일식집 특선보다 뷔페 음식이야."

"너는 인어의 꼬리냐? 분수대냐?"

아우라강변에는 작은 조형물들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다.

다시 강을 건너는 재미있는 배를 타고.

초밥 뷔페에 도착, 여기도 가게 안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1시 반, 늦은 점심시간인데 빈 테이블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핀란드에서 초밥집을 해야 하나?"

특별히 고급 진 초밥은 없지만 회의 상태는 나쁘지 않고, 12.5유로의 가격도 핀란드 물가를 생각하면 꽤 저렴한 것 같다.

헬싱키의 초밥집과는 다르게 중식 스타일의 메뉴가 놓여있다.

"오, 고기다!"

"자, 시작!"

계속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 초밥과 중식 메뉴를 끊임없이 흡입한다.

"이럴 땐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

여섯 접시를 비우고서야 테이블에 놓인 냉수를 마신다.

"헬싱키처럼 콜라만 있으면 두 접시 더 가는 건데, 아쉽다."

3시가 되어간다. 2시간의 빈 공백을 어디에서 보낼까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온다.

식당 근처에 교회가 있어 찾아간다. 투르쿠 성당과 함께 두 곳의 오래된 성당이 더 있지만 비에 젖어 한기가 든 몸은 2km의 거리도 멀게 느껴진다.

"배를 채웠으니 마음을 평화롭게 다스려야지."

들어선 교회에는 합창 공연이 있는지, 아이들을 비롯해서 여러 팀들이 리허설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청아한 합창소리와 아이들을 챙기는 보호자들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있지만 너무나 좋다.

천사와 같은 목소리로 세 번의 합창 연습을 하고 돌아온 꼬마 아이들은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청아한 노랫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느른한 졸음이 부드러운 합창 소리처럼 내려앉는다.

"천국이 따로 없네."

4시 반, 여객선 터미널로 되돌아가기 위해 교회를 나선다.

어둠이 내린 투르쿠의 강변은 별빛처럼 불빛들이 채워져 가고.

하루 종일 그칠 줄 모르는 비를 맞으며 항구로 향한다.

투르쿠 성의 모습,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야경이 더 괜찮다.

"참, 멋없는 건물이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10분 정도가 남아있어 문이 닫혀있다.

5시가 되기 전 터미널이 오픈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와는 달리 시간 개념이 확실한가 보다.

정확히 5시가 되고 터미널의 문이 열린다.

첫 번째로 여객선의 티켓을 구매한다.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금액보다 훨씬 비싼 요금이 청구된다.

"뭐지?"

홈페이지의 가격은 회원 특가의 금액이고, 두 타입의 저가형룸 중에서 조용하다는 룸을 선택했는데, 자전거 화물비용 10유로를 포함하여 75유로가 나온다.

"그럼 그렇지. 이상하게 싸더라! 페리전용 온라인에서 구매를 할걸."

티켓 창구에서는 승선권을 주지 않고 예약확인서만을 출력해 주며, 자전거는 터미널 밖으로 나가 자동차 체크인 구역으로 가라며 설명을 해준다.

2층 승강장에서 몸을 녹이며 시간을 기다린다.

"넌 컨셉이 뭐냐?"

승선 1시간 전, 7시가 되어 승용차의 체크인 구역으로 이동하고.

검문소에서 예약확인증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건네준다.

안내 직원의 설명대로 가지런히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의 측면으로 들어가.

여객선이 정박하기를 기다린다.

여기저기 여행자들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오늘은 나 혼자야."

20여 분 후 거대한 여객선이 정박을 하고.

다시 20분 동안 배 안에서 차량들이 쏟아져 나온다.

"괜히 일찍 나왔어. 어차피 자전거는 일 순위인데."

첫 번째 차량과 함께 가장 먼저 여객선의 화물칸으로 들어간다.

국내 여객선의 시스템과 같은 형태라 익숙하다.

배의 끝부분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반대편 출구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자전거용 컨테이너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별거 없다.

"실망인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입구를 찾고.

"10층까지 있네."

저가형 룸들은 객실의 가장 저층인 3층이다.

끝이 없는 복도에는 이제 막 떠난 손님들의 뒷정리를 하느라 직원들이 바쁘게 청소를 하고 있다.

"이 방이군. 어라, 1인실이네!"

저가형룸의 두 타입 중 조용하다는 설명만 덧붙여 있던 B타입은 1인실인가 보다.

"홈페이지 정보가 엉망이네. 어쩐지 비싸더라."

전기 콘센트는 기본이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까지 별도로 갖춰져 있다.

"어, 3인실은 이렇구나."

"뭐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쉬자."

샤워를 하고 배 안을 구경하려고 나왔지만 국내 여객선과 큰 차이는 없다. 우리처럼 여러 명이 사용하는 공용룸이 아니라 개별 룸으로 이루어진 탓인지 편의 시설의 다양함은 국내 여객선이 더 많다.

국제선이다 보니 면세품 마켓이 넓게 들어서 있고, 카지노와 레스토랑이 편의 시설의 전부다.

기본 물가가 비싼 탓에 면세품이지만 가격이 높다.

큰맘을 먹고 추위를 견디게 해줄 보드카 한 병을 사 들었다. 앱솔루트 블루 1리터 180크로나, 대략 2만원 정도 하는가 보다.

출렁임의 느낌도 없는 여객선, 와이파이는 유명무실 접속이 잘 안된다.

유럽의 경로를 확인하느라 1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6시에 어떻게 일어나지? 걱정이네!"

짧은 핀란드 여행을 마치고,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간다. 보고 싶었던 오로라는 볼 수 없게 됐지만 캐나다 여행이 남아 있으니 문제는 없다.

추위와 높은 물가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정말 마음만은 편안한 핀란드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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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4일 / 흐림
사우콜라-살로-파이미오
극야, 여름철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과 반대로 겨울철 해가 뜨지 않는 이상한 핀란드의 겨울이다. "하루가 짧아도 너무 짧아!"


이동거리
69Km
누적거리
18,745Km
이동시간
4시간 51분
누적시간
1,356시간

 
110도로
 
110도로
 
 
 
 
 
 
 
50Km / 3시간 10분
 
19Km / 1시간 41분
 
사우콜라
 
살로
 
파이미오
 
 
355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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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멈추고, 뿌연 안개가 내려앉는다. 바람이 없는 포근한 겨울의 날씨다.

"하루 정도 쉬고 싶은데, 춥다."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해결하고, 10시가 넘었는데도 하늘이 어둡다.

"참 신기하다."

태요의 아내에게 핀란드의 짧은 하루에 대해 말하니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고 했다. 백야, 자고 일어나도 밤인지 낮인지 헷갈린다며 지금은 겨울이라 계속해서 어두워질 것이라고 한다.

11시가 다 되어 느긋하게 출발을 한다. 50~70km 정도만 이동하고, 내일 투르쿠로 들어갈 생각이다.

영상으로 올라간 기온으로 쌓여있던 눈들은 깔끔하게 녹아내렸다.

작은 오르막들이 이어지는 110번 도로를 따라 편안하세 페달을 밟아간다. 바람도, 눈도 없으니 여러 겹으로 끼어입은 옷이 덥게 느껴진다.

"역시, 겨울에 먹는 콜라가 제맛이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고즈넉한 시골의 겨울 풍경 속을 달려간다.

"밀인가?"

겨울인데도 가끔씩 보이는 푸른 들녘은 싱그럽기까지 하다.

아희가 빈 캔을 반납하고 간식이라며 건네준 작음 음료수.

"오, 바이탈! 10% 정도 에너지가 보충된 느낌인데."

익숙한 과일 쥬스맛인데, 진하고 맛이 좋다.

피자 모양의 화려한 빵은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잠시 투르쿠의 호텔과 숙소를 검색해 보니 헬싱키보다 더 비싸다.

"대단한 숙박료들이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살로에 이르게 도착하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녹은 도로, 핀란드의 도로에도 익숙해진 탓에 생각보다 일찍 살로에 도착했다.

"4시까지 더 달리자."

살로의 외곽을 지나치는 도로라 큰 어려움 없이 마을을 빠져나간다.

언덕길과 이슬비는 계속된다.

"힘들어."

며칠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탓인지 쉽게 지치는 느낌이다.

"스톡홀름, 스웨덴 사람들이 즐겨먹는 고기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네."

3시 반, 하루가 다르게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느낌이다. 잠이 많거나 새벽에 잠드는 사람들은 하루의 해를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언덕 너머로 들녘의 모습이 보이고,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의 라이딩을 끝낸다.

높게 자란 침엽수의 숲.

푹신한 이끼류가 자라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참 좋은 숲이다."

겨울철인데, 이렇게 싱그런 숲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조금 젖어있는 텐트지만 큰 문제는 없다.

"음, 공기 공기!"

투르쿠에서 스톡홀름으로 가는 페리의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저녁 8시에 출발하여 새벽 6시에 스톡홀름에 도착하는 페리는 내일과 모레의 가격이 평상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20~125유로 정도의 가격인데 내일은 15유로, 모레는 10유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럭키!"

내일 투르쿠에 도착하여 도시를 둘러보고, 저녁에 바로 떠날지 하루를 더 머무를지 결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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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3일 / 흐림
에푸스-사우콜라
당황스러운 폴란드의 겨울 날씨, 3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날씨는 하루의 이동 거리를 짧게 만들어 놓는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676Km
이동시간
4시간 05분
누적시간
1,352시간

 
110도로
 
110도로
 
 
 
 
 
 
 
20Km / 1시간 50분
 
36Km / 2시간 15분
 
에푸스
 
베이콜라
 
사우콜라
 
 
286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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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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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나긴 밤이다."

8시가 되었지만 아침 하늘은 아직 어둡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더 하얗게 변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추운 것은 좀 덜하다. 짧아진 하루를 생각하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하지만 침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다.

아희가 챙겨준 빵과 호스텔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을 한다. 어제 배불리 먹은 초밥 덕분인가 보다.

9시 반, 투르쿠를 향해 출발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데, 그 모습이 궁금하다.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에푸스 초입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굿모닝을 알리지 못한 아침이라 화장실도 급하고, 일찍 배를 채워야겠다.

비싼 김치버거 대신 저렴한 치킨버거를 주문한다.

"역시 치킨버거가 최고야!"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눈길을 따라간다. 에푸스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도 사라지고, 투르쿠로 향하는 110번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조심스레 나를 피해 가거나 속도를 줄여 지나치지만 가끔씩 화물차량들이 눈이 녹은 흙탕물을 끼얹으며 지나쳐간다.

"멋지게 꽃무늬를 그려주셨군!"

다시 마을을 지나치며 자전거 도로를 찾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작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110번 도로, 녹은 눈이 쌓여있는 갓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 지나가기가 어렵다. 매너가 좋은 핀란드 운전자들을 믿고 차선의 반을 차지하고 도로를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가끔씩 흙탕물이 날아들지만 어쩔 수 없는 도로의 환경이고, 대부분 너무나 매너가 좋은 운전자들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핀란드도 피할 수 없는 그래피티 낙서들이다.

1시, 작은 교차로에서 마주친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커피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예!"

따라오라며 앞장을 서던 승용차는 도로변 사잇길로 들어간다. 안전한 공간에서 커피를 건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도로변 숲속에 있는 집으로 오르는 낮은 오르막에서 미끄러운 신발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가 없다.

남자의 도움으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올라가고.

숲의 안쪽에 위치한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은 숲속의 집이다. 아내의 부모님을 모시고, 두 명의 남자아이를 둔 태요(Teijo)의 가족이다.

숲의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들이 놓여있고, 집의 내부에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어수선하지만 정감 있는 풍경이다.

두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준다. 거실의 벽에는 많은 아이들의 사진들이 차례대로 붙어있다.

"사촌들의 아이들, 어머니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어."

"와, 다복하시네."

어머니께서 빵과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태요의 부부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하고, 인스타그램의 여행 사진들도 보여준다.

집에서 만든 수제 빵인데 쫀득한 것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이름을 알려줘도 핀란드의 지명과 단어들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세 살의 둘째, 수줍음이 많은 여섯 살의 첫째는 엄마를 닮았고, 개구진 둘째는 태요를 닮았다.

파란 눈, 너무나 예쁜 눈이다. 파란 핀란드가 아이의 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하하하, 아이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다.

"핀란드의 삶은 이렇구나. 참 편안한 나라다."

태요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버린다. 다음에 와서 사우나를 해보라는 어머니의 농담과 함께 가족들과 헤어진다.

숲과 같은 마당의 한켠에는 채소나 야채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고.

채소를 기르는 작은 온실 하우스도 있다.

태요는 그래픽디자인 같은 것을 하는 작가인데, 틈틈이 무언가를 만드나 보다.

"그림만 그리는 금손이 아니네. 정말 재미있게 사는구나."

북유럽 국가 중 첫 번째 나라 핀란드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여유롭다."

"3시가 넘었네. 곧 해가 지겠다."

태요의 가족과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이유 모를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천천히 가지 뭐."

야영을 생각했던 호숫가에 도착하고 GPS를 확인하니 겨우 40km를 이동했다.

"부지런히 달렸는데, 너무 적네."

조금 더 길을 이어간다.

투르쿠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4시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야영지를 찾는 사이 마을이 나오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마을을 지나쳐야겠다."

슈퍼에 잠시 들린다.

핀란드의 자동문은 옆으로 열리지 않고 바깥쪽으로 열린다.

"바나나도 비싸네."

조리된 고기도 없고, 맥주는 3천원이 넘어 살 수가 없다. 빵과 바나나를 집어 들고.

"이걸 어떻게 쓰나? 숫자가 있나?"

과일을 올려놓고 과일의 번호를 누르니 가격표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에 텐트를 펼친다. 5시,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저녁 시간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어져 괜찮지만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조금 추운 것이 더 낫겠다 싶다.

100km의 투르쿠까지 이틀에 나눠서 갈 생각이다.

"눈 때문에 하루가 딜레이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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