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하게 느껴지는 피곤함이다. 10시에 일어나 숙소에 빈 방이 생겼는지 물어보지만 목요일은 여전히 방이 없다고 한다.
"영국에서 아무것도 보지를 못했어. 매일 세인트 폴 대성당만 보고 있었다고."
방긋 웃는 여직원은 호스텔의 친절한 직원이다.
여직원에게 빈 방이 생기면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자전거의 자물쇠를 사기 위해 근처의 자전거샵으로 간다.
"자물쇠의 포스가 남다르군."
"근데, 무슨 자물쇠 가격이 금값이냐!"
굵은 와이아와 작은 번호 자물쇠를 20파운드에 구매하고, 매장을 둘러보니 매장 안에 전시된 자전거들도 자물쇠로 모두 잠가놨다.
판매용 열쇠로 보았던 제품은 자세히 보니 액세서리 제품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잠가놓은 도난 방지용 열쇠다.
"대체, 이 놈의 나라는."
숙소로 돌아와 경찰서에 함께 간 여직원에게 테라스의 문을 열어달라 부탁하고 와이어와 U락으로 튼튼하게 잠가놓는다.
"됐다."
여직원이 웃으며 테라스의 열쇠를 잠근다.
한식당으로 걸어가 김치찌개로 점심을 하고, 가게에 앉아 올리버의 집으로 가는 경로를 재확인한다.
"지하철 어떻게 타요?"
한식당의 사장님은 오이스터 카드를 사서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을 타면 된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5시까지 휴식을 취한다. 중국의 리즈훼이에게 메시지가 오고,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으로 인해 중국은 매우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꼭 마스크를 쓰세요."
"나보다 중국이 위험하지. 마스크 꼭 쓰고, 조심해."
"마스크도 모두 품절이다. 집 밖으로 안 나가고 있어요."
"그래, 집에만 있어!"
어떤 면에서 보면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중국에서 산다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지 싶다. 어쨌든 무사히 바이러스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5시가 되어 올리버의 집으로 가기 위해 숙소 근처의 템드링크역으로 걸어간다.
"오이스터 카드를 사야 하는데."
자동판매기가 보이질 않아 역의 매표소에 문의를 하니 매표소에서 판다고 한다.
"얼마를 충전하세요?"
"20파운드 해주세요."
"카드 보증료 5파운드 포함해서 25파운드요."
올리버가 사는 헤르네힐은 7km 정도 떨어져 있다. 역의 직원들에게 헤르네힐로 가는 승차장을 묻고 지하 승차장으로 내려간다.
"라인이 하나가 아닌데?"
사람들에게 하르네힐로 가는 기차가 몇 번째 도착할 기차인지를 묻고 안내판을 주시하며 기차를 기다린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들도 많고, 기차도 연착이 되는 것 같다.
만원 지하철이지만 불편함 없이 4 정거장 떨어진 하르네힐역에 도착한다. 작은 하르네힐역을 나오자 작은 꽃집이 눈에 들어온다.
올리버에게 줄 다육이 작은 화분과 카시아에게 줄 꽃을 10파운드로 구매하고 구글맵을 켜고 올리버의 집으로 걸어간다.
시내에서 겨우 7km 정도의 거리인데, 하르네힐의 분위기는 복잡한 도시의 느낌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조용한 동네네. 좋다."
올리버와 카시아는 따듯하고 환하게 반겨준다. 거실에 앉아 올리버 부부와 맥주를 마시며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편하고 좋은 시간,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2시간 정도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하르네힐역으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템즈링크로 가는 기차를 확인하고.
텅빈 기차를 독차지하고.
카시아가 쓴 The secret lives of colour은 다양한 컬러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컬러의 말, 카시아의 싸인도 받고. 많은 책들을 구매했지만 작가의 친필 싸인은 처음인 것 같다.
"영광이네!"
여행 중 무거운 책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빨리 읽고, 건축을 공부하는 레오니에게 선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템즈링크로 돌아온다.
"I arrived in hostel. Thanks for good time, good beer, good princess. Thank you."
"We are very happy to have been a small part of your big adventure. Wishing you safe travels and nice people!"
숙소에 돌아와 빈 방이 생겼는지 확인을 했지만 역시나 없다. 금요일과 토요일의 예약을 하고, 짐들을 하루 동안 보관해 달라고 하니 안된다고 한다.
"나 짐이 너무 많아."
친절한 여직원은 웃으며 번역기에 무언가를 적어 보여준다.
"하루 이상 짐을 보관하지 않지만 자전거 문제도 있었고 하니 특별히 예외로 해줄게."
"고마워. 그리고 오늘 이 작가를 만났어.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
"와, 대단한데."
친절한 여직원은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토트넘의 경기를 확인하니 조금 전 손흥민이 골을 넣어 2-1로 리드를 하고 있다.
아쉽지만 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냈으니 상관없다.
"빛은 색을 통해 우리의 눈으로 인식되고, 색은 고유의 영역 안에서 밝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고, 때로는 왜곡되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색으로 볼 수 있는 빛은 빛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에게 색이란 사람의 마음이 투영된 얼굴, 전부를 전할 수 없지만 작은 미소로 제 마음을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올리비에, 카시아."
정말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마음 고생을 한 며칠 동안의 피로는 여전하지만 마음만은 편안해진 아침이다.
"사비, 자전거를 언제 받아?"
"잘 모르겠어. 주말 전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월터, 올리버와 자전거에 대해 메세지를 주고받는다.
숙소의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세 번째 조식을 먹으니 조금씩 접시에 담아주는 양이 달라진다.
"3접시는 먹을 수 있는데."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손흥민이 출전하는 노리치와의 경기를 검색한다.
"너무 비싼데. 70파운드."
올리버에게 경기에 대해 물어보니 토트넘은 조금 위험하고, 티켓이 너무 비싸다며 온라인 티켓 사이트의 주소를 보내준다.
"그냥, 런던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서 보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
관람 좌석을 검색하며 망설이는 동안 올리버에게 다시 메세지가 온다.
"사비, 자전거샵에서 연락이 왔어. 오늘 자전거를 받을 수 있데."
"정말?"
"응. 6시 15분 전에 가게로 가면 돼."
자전거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망설이던 토트넘 경기는 바로 포기를 하고 올리버에게 자전거샵의 주소를 받는다.
"올리버, 패니어백의 마운트가 필요한데?"
올리버는 패니어 마운트를 판매하는 자전거샵을 검색해서 알려준다. 세수을 하고 바로 밖으로 나간다.
숙소 근처의 자전거샵은 마운트를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가격만을 알아보고 올리버가 알려준 자전거샵으로 걸어간다.
"월터, 오늘 자전거를 받을 수 있데."
"앗싸!"
"고마워 월터. I'm glad to you are."
며칠 동안 함께 고민해 준 월터가 있어서 참 고맙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메세지를 보내니 한참 후 월터는 번역이 이상하다며 말의 뜻을 묻는다.
"뭐가 이상해. I'm so happy that you are."
"You are happy that i am?"
"대충 알아들어! 이 정도는 번역기 안 써!"
확실히 영어는 제스처나 표정을 함께 말해야 뜻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인가 보다.
"이건 어때? I'm so good because of you."
'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라는 감정을 표현하기엔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참 허접한 언어인 것 같다.
독일의 아희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를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해요?"
"I'm happy that you are here 아니면 I am thankful that you are here! 이러면 될것 같은데요."
"비슷한데. I'm so happy that you are 했더니 홀랜드 남자가 이상하데."
아무래도 자유분방한 네덜란드의 남자에게는 감정표현을 하지 말아야겠다.
"설마? 월터, 나 남자는 싫어! 알지?"
올리버가 알려준 자전거샵은 이틀 동안 자전거를 검색하며 알고 있던 수제 자전거 브랜드샵이다.
매장에 들어가 패니어의 마운트를 구매하고, 6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두 시간이나 남았네. 어떻게 하지?"
6시 15분에 올리버와 만나기로 한 자전거샵으로 걸어간다. 4시 20분, 가까운 거리의 East Central Cycles에 도착한다.
약간의 출출함이 있지만 주변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그냥 매장으로 들어간다.
매장에 들어가 이름을 말하니 직원 남자들은 반갑게 맞아주며 자전거를 받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아니, 6시에 친구를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어. 여기서 기다릴게요."
지하의 미케닉실에 내려가니 붉은색 트렉520이 작업대에 걸려있다.
"아.."
새자전거를 보니 낡은 내 자전거가 생각나 뭉클한 감정이 느껴진다.
"여기까지 함께 달려왔는데.."
패니어 마운트 설치를 부탁하고, 페달을 설치한다.
"시운전 해봐!"
"아냐. 나중에 할게."
프레임 번호를 찍어놓고, 패니어를 묶을 밧줄을 물어보니 짧은 종류만 있다.
근처의 철물점에서 적당한 길이의 밧줄을 구매하고.
"우리나라 자전거 밧줄이 최곤데."
매장에 있는 물통케이지를 장착하고, 스페어 튜브도 하나 사놓는다.
"생각해보니 이것저것 함께 사라진 것들도 많네."
"세월호 리본, 밧줄, 싯포스트 작은 가방, 유나 선생님의 이름 주머니, 스웨덴에서 받은 물통케이지.. 겨울과 아프리카 여행을 대비해 교환한 슈발베 타이어..”
"더 멀리까지 나를 데려다 줘. 부탁한다."
6시가 되자 패니어를 단 자전거를 타고, 미소가 밝은 올리버가 자전거샵으로 들어온다.
"오, 올리버 고마워."
올리버와 포옹을 하고 반가움의 대화를 한다. 정말 웃는 얼굴이 편안한 남자이다.
올리버는 자전거를 받은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트렉 영국과 이스트 센트럴 싸이클스에 감사를 표시한다.
"전에 자전거 이름이 뭐였어?"
"없었어. 하지만 이 새자전거 이름은 올리버야!"
올리버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어 전해준다.
"이게 뭐야?"
"내 와이프 카시아가 쓴 책이야!"
한글로 번역된 책 The secret lives of colour는 올리버의 아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가 쓴 색에 관한 책이다.
"색이라.. 레오니가 읽으면 좋겠네."
"라이트 있어?"
"아니, 호스텔에 있어."
"위험하니까 천천히 끌고 가."
올리버는 자전거를 타고 쿨하게 집으로 떠난다.
자전거를 끌고 숙소로 걸어간다. 낮에는 볼 수 없던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런던의 도로를 자전거로 움직인다.
기쁨과 허탈함 같은 감정이 뒤섞이며 나른함이 느껴진다.
숙소에 돌아와 친절한 여직원에게 테라스를 열어달라 부탁하고 숙소의 내부에 자전거를 묶어둔다.
"자전거가 생겼어. 이제 떠날 수 있어."
"축하해. 내일 떠날 거니?"
"아니, 며칠 더 있을거야. 런던에 와서 아무것도 보지를 못했어."
올리버의 아내 카시아에게 감사의 메세지를 보내자 그녀는 내일 저녁에 함께 차를 마시자며 집으로 초대를 한다. 너무 감사하고, 즐거운 만남이 될 것 같다.
트렉 영국과 이스트 센트럴 바이시클, 그리고 올리버에게 감사의 글을 남기고 바로 잠이 든다.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힘든 일주일이었지만 많은 걱정과 응원을 해준 친구들에게, 새로운 자전거를 후원해준 Trek bikes UK와 East Central Cycles 그리고 며칠 동안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준 월터와 올리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더 많은 세상을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의 많은 걱정과 위로의 메시지들을 받는다. 월터의 도움으로 런던의 도난 자전거 커뮤니티에 도난 정보를 올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 요청의 메시지도 보낸다.
한국의 발신번호로 전화가 온다. 카카오톡의 고객센터, 화도 나지않고 덤덤하게 몇 가지의 본인 확인을 하고 임시제한 조치를 풀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이다.
"꼬박 한 달이 걸린 거야."
임시제한 조치를 풀고 비번을 변경하은 것에도 여러 차례의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능력 없는 2위 전략도 감당이 안되나 보다."
오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바람 좀 쐬고 올까?"
원래대로라면 대영박물관을 관람할 계획이었지만 멀리 걸어갈 기운이 없다. 숙소 앞에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숙소에서 할인을 받아 티켓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들고 성당으로 걸어간다.
"정말 크다."
계단 입구에서 가방과 소지품들을 점검하고,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 티켓 판매소에서 영수증으로 입장권을 발급받는다.
커다란 성당의 내부는 복잡하지 않고 조용하다. 입구에서 한국어의 오디오북를 대여하고, 입장료가 비싸서 인지 오디오북은 공짜로 대여해 준다.
1층의 내부의 분위기를 스캔하듯 둘러보고 바로 둠의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간다. 좁은 회전 계단은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고 경사가 가파르다.
돔의 하단부의 넓은 전망대를 지나 상단부의 전망대로 올라가고, 철제로 된 회전 계단이 복잡하게 하늘을 향해 이어진다.
성인 남성이 통과하기엔 좁은 통로를 지나고, 다시 이어지는 철제 계단을 오르니 전망대의 좁은 문이 나온다.
"아고, 힘드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 런던 시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전망대의 좁은 통로와 80미터 높이의 풍경은 아찔하다.
"시원하다."
화려한 조명들이 켜질 야경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런던의 전체적인 풍경은 그리 멋있거나 아름답지는 않다.
시원한 바람이 마음의 시름을 조금은 날려주는 것 같다.
"괜찮아?"
"괜찮지!"
좁은 통로를 거꾸로 돌아내려 온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 계단에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다.
"머리 조심!"
성당의 돔과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흑백톤으로 그려진 천장의 그림들과 4개의 기둥의 이루어진 하단의 모자이크 그림들, 화려하지만 차분한 느낌이 드는 공간의 구성이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세계에게 두 번째로 큰 대성당, 영국 런던의 전통적 랜드마크지만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조금 지쳤어. 하지만 더 가고 싶어."
"가야 해!"
1층의 예배당과 돔 그리고 지하의 묘지, 세인트 폴 대성당은 크게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은 어두운 조명의 지하로 내려가니 많은 석관들과 기념비들이 놓여있다.
"여기서 결혼식을 했구나."
둠의 정중앙 지하에는 영국의 해군제독 넬슨의 관이 놓여있고.
그 옆에는 워털루 전투의 영웅 월링턴의 관이 놓여있다.
그 사이의 벽에는 백의의 천사라는 나이팅게일의 기념비가 있다.
전쟁의 시대, 전쟁의 삶들.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은 슬픔 속에 의미 없이 사라져 갔다. 러시아의 마을마다 들어서 있는 전쟁 공원에서는 존경의 의미보다 더 큰 슬픔의 무게가 느껴졌다.
넬슨, 월링턴, 나이팅게일, 처칠.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지만 커다란 감흥은 없다.
"어쨌든 역사가 남겨지는 것은 부럽네."
3시간 남짓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온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영국의 모든 것을 간직한 역사의 상징물처럼 느껴진다. 캔터베리 대성당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고, 고딕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차이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비, 어떻게 됐어?"
오늘 하루 월터가 가장 많이 보낸 메세지다.
"이제 어떤 것부터 시작할까?"
"내가 보내준 한나에게 메세지를 보내 봐. 그녀가 스폰서를 구해줄 수도 있어."
월터가 보내준 페이스북이나 소셜네트워크로 쉐어링을 하는 한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한다. 그녀가 내 이야기를 공유하면 기업이나 사람들이 도와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 해 볼게."
한나에게 메세지를 작성하여 보내고, 어제 도움을 줬던 호스텔의 여직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어제 경찰서에 가서 CCTV에 대해 말했어?"
"아니, 영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직원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10분 후에 자신과 함께 길 건너편의 호텔로 CCTV를 확인하러 가자고 한다.
건너편 호텔의 CCTV에서는 범인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여직원은 자신이 설명을 하겠다며 함께 경찰서로 가자고 한다.
함께 경찰서로 걸어가며 한나에게 보낸 메시지의 문법이 맞는지 물어보고, 런던에서 가야 할 5곳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
"음, 샤드빌딩, 런던타워, 타워브리지.. 그리고 뮤지컬을 꼭 봐."
"뮤지컬?"
"응, 런던에는 다양한 뮤지컬들이 있어. 꼭 봐."
"뮤지컬이라.. 알았어."
경찰서에 가서 어제의 할머니 경찰과 대화를 하고, 101에 전화를 하며 번역기로 설명을 해준다.
"메일 보냈다고 하는데."
"안 왔는데."
"스팸함을 열어봐."
그녀의 말처럼 경찰서에서 보낸 메일은 스팸함에 수신되어 있다. 경찰의 리포트를 읽으며 다시 설명을 해준다.
"경찰들은 2시간 동안의 CCTV만을 확인했데, 더 조사를 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네."
운이 좋다면 자전거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퇴근을 하는 그녀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핸드폰의 알람을 울리게 했던 친구들의 메시지에 답변을 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저 늪은 건널 수 없다고 내게 말한다면, 나는 내가 건너려 하면 건널 수 있다고 말해 주겠습니다." - 매리앤느 무어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 한다.'
"If you will tell me why the fen appears impassable, I then will tell you why I think that I can get across it if I try." -Marianne Moore 'I May, I Might, I Must.'
I'm Xavi, a Korean bicycle traveler. I left South Korea in January 2019 and came to Britain after Mongolia, Russia and Northern Europe. There were many difficulties during my journey over 20,000km, but it was a great happiness for me to see the stories of people I met on the road, the many cities and natural scenery. I have been comforted by people and hoped my trip will be a little comfort to them. But when I arrived in London, my bicycle was stolen. I can't travel any more. The reason why I traveled is because of my father's death. Born in a small country in South Korea, he had a hard life but has never left his small town. I wanted to see him and the world through my eyes instead of him who has lived so hard all his life. The trip, which began with my little wish, contains the wishes of the people I met during the trip. Dreams of 300 young Korean students who died in 2014 in the sinking of the ship, Li Zhui of China and Ochor of Mongolia who want to see the world, Isabel of Russia who watches my trip in order not to give up her dreams, Leoni's family of France who gave me Piero made by Marie hoping for Marie's health and... Many friends wishes are traveling with me. So I don't want to stop this trip. Can never stop. I'll go... As long as I can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