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0일 / 맑음
암스테르담
월터의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를 보내기로 한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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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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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
 
암스텔담
 
암스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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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하고 좋은 아침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스톡홀름의 집값은 서울만큼이나 비싸다.

"백 년 전에 지은 집들이 3억이라니."

미첼은 아침으로 사과 팬케이크를 만들어준다. 간단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달콤한 시럽과 함께 먹으니 아침으로 괜찮은 음식이다.

"10시 반에 월터의 부모님이 픽업하러 올 거야."

26일에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가는 미첼은 집의 열쇠를 건네주고, 고양이 밥을 주는 법을 알려준다.

"미첼! 고마워."

월터의 부모님과 함께 하를렘으로 향한다. 월터는 4형제, 두 명의 형이 있고 한 명의 여동생이 있다.

하를렘에 있는 월터 형의 집에 온 가족이 모였다. 우리와 다른 문화이지만 가족들의 모습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각자가 준비해온 음식을 순서대로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한다.

"잘 만들어야 할 텐데."

재료들이 달라서 걱정이지만 특히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당면이 문제다.

모두 테이블에 앉아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주고받는다. 나에게도 선물을 챙겨주고.

맥주와 네덜란드 과자다. 어제 월터가 주었던 달콤한 맛의 과자다.

월터의 어머니도 작은 선물을 건네주신다.

월터의 남자 형제들이 각자의 음식을 만든다. 빵과 치즈로 만드는 음식이라 조리가 간편하고 맛도 제법이다.

"뭔가 간단하고 좋은데."

잡채를 만들 재료들을 준비하고, 정말 우리나라 음식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다.

"어제 미첼의 집에서 미리 만들어 왔으면 좋았겠네."

고기와 양파를 볶고 야채들을 숨이 죽을 만큼 볶는다.

간장, 설탕, 다진 마늘을 넣은 소스를 끓이고, 올리고당을 넣지 않아서 걱정이다.

당면과 볶은 야채들을 넣은 후 잘 섞어 버무렸지만 당면의 양이 부족한 탓에 조금 짜다.

"월터 짜지?"

여분의 당면과 야채를 더 넣고 볶으니 당면들이 뭉쳐서, 당면과 야채가 따로 논다.

"망했다!"

고소한 맛과 윤기가 나게 해 주는 참기름도 없고, 그릇에 조금씩 담아 가족들에게 내어준다.

"망했어요. 한국에 오면 맛있는 잡채를 사 줄게요."

"괜찮아. 모두들 즐거워!"

간단히 음식과 차를 마시고 산책을 가자고 한다.

쌍둥이들을 챙기는 건 할아버지의 몫이다.

"오늘만큼은 좋은 하늘이다."

집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걸어간다. 명절상이 차려지면 술과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변화가 빠른 네덜란드의 하늘에 멋진 구름들이 피어오른다.

"서커스?"

공원에는 공연장용 대형 천막 몇 동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공연장처럼 보이는 곳에 북적인다.

"산타할배 안녕!"

여기저기 산타크로스의 모형들이 만들어져 있다.

"너무 사실적 아냐?"

양과 가축들의 울타리에는 먹이를 주며 동물들과 교감을 하려는 아이들이 바쁘다.

공연장의 초입에는 회전그네가 놓여있고.

감자튀김을 만드는 기계도 체험해 보고.

월터와 사진 한 방.

스톡홀름의 외곽 도시, 할를렘의 풍경은 참 좋다. 높은 빌딩에 가로막혀 있지 않고, 탁 뜨인 하늘과 풍경이 마음의 여유로움을 준다.

"좋다. 한국의 도심에는 이런 공간이 없는데."

형제들이 차례대로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각자의 음식을 서로 만드는 것이 피곤하지 않고 좋은 것 같다.

"벨기에 맥주가 맛이 좋네."

정말 다양한 맥주가 있고 맛이 좋다. 부드러운 것, 강한 것, 달콤한 것, 쌉싸름한 것.

가족들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네덜란드에서는 가족들간의 대화는 독일어와 비슷한 억양의 네덜란드어를 사용한다.

가족들과 헤어지고 월터와 함께 월터의 부모님집으로 돌아간다.

네 형제의 사진과 손주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걸러있는 집이다.

가족들이 여행한 국가들의 지도와 엽서들이 한 면의 벽을 장식하고 있다. 대부분 월터의 여행지들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렇게 만들어 볼까."

월터, 여자친구 찰리와 시간을 보내는 사이 부모님과 여동생이 집으로 온다.

안드레, 이글과 영상통화를 하고, 월터가 보고 싶은 안드레와도 영상통화를 시켜준다.

"게임하자."

가족들이 테이블에 모여서 게임을 한다. 부르마블처럼 카드와 4개의 말로 하는 게임이다.

2시간 정도 가족들과 게임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메리크리스마스 인 네덜란드."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9일 / 흐림
암스테르담
5개월 전, 러시아에서 헤어진 월터를 다시 만난다. "여행이란 참 알 수 없다!"


이동거리
65Km
누적거리
21,016Km
이동시간
4시간 11분
누적시간
1,557시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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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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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찍 잠이 들어 오랜만에 푹 잠들었다. 간만에 마신 맥주가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월터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간다.

암스테르담과 15km 정도 떨어져있는 보르메르부르는 아주 조용한 동네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월터의 아파트에 도착하고.

 

아주 오래된 암스테르담 빌딩들의 내부가 궁금했는데, 건물 안쪽으로 아주 좁은 회전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러시아의 바르나올에서 헤어진 월터를 5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만난 안드레와 월터를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싶다.

 

월터는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2개월 정도 일을 하고 다시 두바이로 떠난다고 한다.

 

월터, 미첼과 함께 암스테르담의 거리를 걷는다.

 

많은 수로들을 건너고, 암스테르담의 풍경은 많은 자전거와 함께 아주 오래된 작은 빌딩들이 촘촘하게 세워져 있고, 북유럽의 도시들과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난다.

 

촘촘하게 세워진 작고 좁은 빌딩들은 삐뚤삐뚤 제각각의 모습으로 세워져있다. 

 

"집을 왜 이렇게 지어놓은 거야?"

 

"암스테르담은 지반이 약해서 빌딩들이 기울어진 거야!"

 

"바닥에 구슬을 놓으면 굴러가는 거 아냐?"

 

"설마."

 

삐뚤삐뚤 기울어진 집들의 모습이 재미있고 인상적인 암스테르담의 풍경이다. 좁은 골목과 수로를 따라 들어선 골목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기차다.

 

월터와 미첼은 암스테르담의 거리를 안내한다. 유럽에서도 가장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나라 네덜란드는 매춘이나 마리화나가 합법적인 나라다. 카페나 거리에서 마리화나를 태우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 암스테르담의 골목에는 매춘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빌딩과 골목들을 구경하는 사이 갑자기 나타난 붉은 조명과 옷을 벗고 리듬을 타고있는 여성의 모습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르겠다.

 

"야! 여기 뭐야?"

 

"네덜란드 워먼!"

 

"에쉬, 부끄러워!"

 

순간 당황하는 모습에 미첼과 월터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감자튀김을 파는 작은 가게에서 출출함을 달래고.

 

암스테르담의 중앙역으로 이동하여 트램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코펜하겐보다 더 하잖아!"

 

암스테르담은 자동차의 통행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주차공간도 부족하고 자동차 보다 자전거가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편한 모양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중앙역으로 들어가고 화장실의 입구에는 요금을 받는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유럽에 비해 한국이 정말 좋은 것 중에 하나는 공공시설이나 화장실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월터는 트램을 타기 위해 트램의 승차권을 사주고, 스웨덴과 달리 네덜란드의 트램의 출입구에서 승객의 요금을 체크한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월터는 자전거 가게에 들어가 니플 2개를 구해서 건네준다. 생활자전거가 일반적이다 보니 덴마크처럼 자전거 수리점들의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니 정감이 간다.

 

내일 가족들이 모이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들 음식의 재료들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린다. 간단히 살 수 있는 재료들을 사고, 당면을 구하려니 딱히 잡채를 만들만한 당면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을 만드는 면인지 모르겠지만 당면 느낌이 나는 면을 집어 들었다.

 

"이상하긴 하지만 괜찮겠지 뭐."

 

월터는 여자 친구의 집으로 가고, 미첼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유튜브를 통해 유럽의 음악 페스티벌의 영상들을 보며 음악을 듣는다. 한국의 클럽 음악과 같은 비트가 있는 리듬을 DJ가 믹싱하는 음악들이다.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 영상은 없어?"

 

미첼은 한국의 음악들을 찾더니 소녀시대나 FX 같은 걸그룹의 영상을 플레이시킨다.

 

"아, 부끄럽다!"

 

생각해 보니 유럽과 같은 음악 페스티벌의 모습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에는 이런 페스티벌이 없는 것 같아. 그냥 다 걸그룹뿐이야."

 

"없어? 한국은 지루하네!"

 

"그렇네!"

 

온통 똑같은 걸그룹들의 값싸 보이는 안무들만 떠올라 난감하지만, 쿵쿵거리는 비트에 맞춰 하루 종일 똑같은 리듬을 타고 있는 유럽 사람들의 모습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첼이 꺼내온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호스텔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조금 유치하다 싶었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제법 괜찮은 방법인 듯싶기도 하고 괜찮다.

 

"한두 게임하다 보면 정들겠다!"

 

밤늦게까지 음악을 들으며 미첼과 게임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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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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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8일 / 비
올데브룩-알메르-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까지 100Km의 거리, 첫 번째 알람에 잠이 깨어 서둘러 암스테르담으로 출발한다. "기다려! 월터."


이동거리
99Km
누적거리
21,016Km
이동시간
7시간 42분
누적시간
1,553시간

 
N706도로
 
배고파
 
 
 
 
 
 
 
48Km / 3시간 40분
 
41Km / 4시간 00분
 
올데브룩
 
알메르
 
암스텔담
 
 
246Km
 
 

・국가정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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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비는 다행히 멈췄지만 비가 내린 후 바람과 함께 싸늘한 기온이 느껴진다.

"100km 정도 가야하네."

청명한 하늘의 날보다 흐린 날의 하늘이 많아 해가 떠오르는 아침의 분위기는 마치 저녁 석양빛의 느낌이 난다.

"북유럽에 비하면 이런 하늘과 날씨도 감지덕지다."

아침을 거르고 서둘러 암스테르담으로 출발한다.

"오늘은 정말 부지런히 가야 해."

카자흐스탄만큼이나 평평한 평야에는 풍력발전기가 끝없이 세워져 있다.

거센 바람에 페달링을 느리게 만들지만.

오르막이 없고, 잘 갖춰진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 때문에 조금은 힘듬이 덜하다.

"재미있는 나라다."

쉬어갈 곳이 없어 한 농가의 집 앞에 마련된 가건물에서 잠시 쉬어간다.

"무인 판매대네."

농가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무인자판기로 판매하고 있다.

빵으로 허기를 달래는 동안 소나기처럼 빗방울이 떨어진다. 몽골, 카자흐스탄의 초원처럼 순식간에 변하는 날씨다.

몇 분만에 옷들이 젖어들고.

짙푸르고 한가로운 평야의 풍경은 짓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월터, 네덜란드의 바람도 장난이 아니네."

"맞아. 너에게는 좋지 않은 바람일 거야!"

"이 길에 끝은 있는 거야?"

"네덜란드에는 산이 없는 건가?"

평야와 도로, 수로의 모습으로 풍경이 달라질 뿐 모든 곳이 평평하다.

"유럽 얘들이 유난스럽게 산으로 올라가는 이유가 설마?"

나에게 유럽 도시나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운 풍경이라면 유럽의 여행자들은 산과 계곡의 모습이 흥미로운 풍경이 아닐까도 싶다.

알메르에 들어서고 자전거 도로는 넓은 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이건 바다인데."

마음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강변의 풍경이지만 더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다.

바람을 이기며 강변을 따라가는 동안 다시 소나기가 내리며 모든 것이 완전히 젖어버린다.

"판타스틱하네."

암스테르담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넌다.

"사비, 어디야?"

"40km 정도 남았어. 배고파 죽겠다!"

"친구의 집에 고기와 맥주가 있어. 빨리 와."

"고기, 맥주!!!!!"

복잡한 수로들로 이루어진 암스테르담의 외곽을 지나는 길은 미로처럼 복잡하고 어지럽다. 바람과 날씨에 지친 몸은 허기가 찾아들며 축축 쳐져간다.

"더는 못 가겠다."

패니어에 든 식빵을 꺼내어 풀밭에 앉아 허기를 달랜다.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다양한 풍경과 자전거 도로를 지나친다.

수로변의 지나고.

뚝방길을 달리고.

운하의 관문도 건너고.

빼곡하게 주차가 된 좁고 오래된 골목도 지나치고.

암스테르담의 외곽의 멋진 자전거 도로와.

수많은 다리를 건너고.

공원길과.

산책로를 돌아.

"이건 아니지! 구글양!"

쉴 새 없이 변하는 도로변의 풍경을 달리는 동안 어둠이 내려앉는다.

"아고, 힘들다."

미첼의 집까지 7km 정도가 남아있다.

수로의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푸른 어둠이 내려앉고.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의 여유가 생겨난다.

"여기도 길을 잃어버린 멍멍이들이 많네."

철로길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생활 자전거인데 헤드라이트와 후미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자전거들이고, 짐을 실을 수 있는 패니어들이 장착되어 있다.

코펜하겐처럼 생활 자전거의 이용이 많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어둠 속을 달려 미첼이 알려준 주소에 도착한다.

"미첼 나 도착했어!"

"집으로 들어와."

잠시 후 미첼이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든다.

미첼과 인사를 하고, 자전거와 패니어는 1층 계단의 옆에 보관해 둔다. 부동산 사무실의 2, 3층에 있는 미첼의 집은 좁은 회전 계단을 올라간다. 마치 다락방에 오르는 것처럼 재미있고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첼은 저녁으로 마카로니 파스타를 요리하고,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마음껏 마시라고 말한다.

"예! 하이네켄!!!"

가장 좋아하고 즐겨마시던 하이네켄의 나라에 온 것이 실감 난다.

시원하게 하이네켄 한 병을 들이마신다.

"최고야, 미첼!"

"왜 이렇게 작아. 한 병 더!"

월터에게 도착 메시지를 보낸다.

"미쳤다. 너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에서부터 10,000km를 달려왔다고!"

"어서 와. 내일 암스테르담을 함께 구경하자."

미첼이 만들어 준 스파게티로 저녁을 하고, 미첼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미첼은 유쾌하고 편안한 친구다.

미첼은 운동을 하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로 가고, 미첼이 마련해둔 3층의 작은 방에 바로 쓰러진다.

"100km가 이렇게 힘들었나?"

오랜만에 마신 맥주에 따듯한 열기가 올라온다.

"굿나잇, 암스테르담!"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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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7일 / 비
하르덴베르흐-브볼러-올데브룩
네덜란드의 풍경은 북유럽이나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이색적인 모습이다. "완전 마음에 들어!"


이동거리
73Km
누적거리
20,825Km
이동시간
5시간 19분
누적시간
1,546시간

 
N34도로
 
N308도로
 
 
 
 
 
 
 
48Km / 3시간 10분
 
25Km / 2시간 09분
 
하르덴
 
즈볼러
 
올데브룩
 
 
147Km
 
 

・국가정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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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변에서 보낸 조용한 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구글스토어의 국가설정을 독일로 변경하고 보다폰의 독일어플을 설치한다.

"5기가 데이터가 다 소진됐는데."

데이터는 모두 떨어졌는데 네트워크가 끊기질 않아 이상하다. 독일어로만 서비스되는 어플이라 내용을 파악하기도 쉽지가 않다.

어제 니플이 부러진 스포크를 확인한다. 다행히 스포크 하나가 부러진 탓에 림에 변형은 없다. 가는 도중 자전거샵에서 니플을 구해봐야겠다.

모닝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늦은 출발을 준비한다.

아무래도 잠이 드는 시간을 바꿔야겠는데 쉽지가 않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때문에 더욱 피로가 쌓이는 것 같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좋다. 덴마크보다 더 깔끔하게 정비가 된 자전거 도로다.

하르덴베르흐의 경계를 지나고.

작은 타운의 중심부를 지나친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타운의 상점들이 닫혀있는 거리는 조용하고 한산하다.

교회 앞에 세워진 패니어들이 달린 자전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쉽게 하르덴베르흐를 벗어나고, 외곽에 위치한 맥도날드의 유혹을 뿌리친다.

 

길게 뻗어있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는 동안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빗줄기가 굵어진다.

 

레인팬츠를 꺼내입고, 장갑은 패니어에 넣어둔다. 8도 정도의 기온이라 손이 시린 느낌은 없어 괜찮을 것 같다.

교차로의 다리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해간다.

"사비,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 23일에 머물 수 있는 곳을 찾았어."

월터는 23일에 친구의 집에서 지낼 수 있다며 메세지를 보낸다.

"23일 4시나 5시쯤 도착할 것 같아."

"좋아. 23일은 친구집에서, 24~25일은 부모님의 집에서, 26일은 친구의 집에서 보내고, 다음에 떠날지 더 머무를지 마음대로 해."

월터가 사는 곳은 암스테르담에서 조금 떨어진 Wormerveer라는 곳이다. 크리스마스를 월터와 보내고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해서 암스테르담을 구경하고 벨기에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네덜란드의 집들은 독일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약간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옛날 방식으로 지어진 집들은 예쁘고 멋이 있어 좋다.

네덜란드의 강과 수로들은 정말 인상적인 풍경이다. 작은 타운을 지나치며 멀리 풍차의 모습이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다.

"오, 네덜란드 풍차!"

생각보다 작은 크기지만 꽤나 높은 풍차의 크기다. 수로변에 세워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상징적으로 남아있는 듯 도로변이나 집 주변에 세워져 있다.

도로변의 오래된 대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작은 성처럼 작은 수로의 한가운데 들어선 모습이 흥미롭다.

 

대주택의 입구로 이동해 수로를 건너는 작은 다리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박물관이나 유적 같지는 않은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

다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중년의 여자가 다가와 도움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그냥 구경하는 거야."

여자는 여행자이냐며 묻더니 사유지라 안으로 들어가면 안된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돌아간다.

"이렇게 큰 집에서 어떻게 살지?"

 

고주택에서 멀지않은 곳에 들어선 타운의 모습이 궁금하지만 외곽을 지나치며 지나가고.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만난 쉼터가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월터는 친구의 연락처를 전해주고, 24일 아침에 픽업을 하러 오겠다며 메세지를 보내왔다.

월터와 메세지를 주고받는 사이 오토바이를 타고 크리스마스 복장을 한 30여 명의 바이커들이 폭주족처럼 요란스럽게 도로를 달려간다.

"얘들이란 어딜가나."

네덜란드의 첫 번째 도시 즈블러에 들어서자 다시 빗줄기가 강해진다. 수로에 둘러쌓인 별모양의 시내 모습이 궁금하여 구시가지를 지나가는 경로를 선택하고 길을 돌아왔는데 시내를 둘러볼 시간이 없다.

외곽에 세워진 오래된 성탑을 잠시 구경하고 출발한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웬만한 비에는 우산도 없이 생활을 하는 모양이다.

"미인들은 모두 광고판 속에서만 사는가 봐."

집집마다 별모양의 조명이 달려있고, 산타크로스의 인형들과 각종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정원에 놓여있다.

 

"재미있는 사람이군."

네덜란드에 들어서고 흥미로운 것들 중 하나는 정원에 심어진 나무의 가지를 옆으로 자라게 해서 고정을 시킨 모습과.

 

 

솜뭉치처럼 줄기가 뻗치게 만든 나무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행인가? 원예인가?"

북유럽 집들의 가지런하고 정성스런 정원이 예쁘다면 네덜란드의 집들은 정원수들의 원예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건 뭘까!"

"농업과 원예의 선진국인가? 나무들을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카자흐스탄만큼 평평하네."

"설마, 네덜란드에 산이 없는 건가?"

가끔씩 풍차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멋진 풍차들의 풍경을 볼 줄 알았더니."

풍차가 동력을 이용해 물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생각했는데, 조금 생뚱맞은 위치에 풍차들이 세워져 있다.

즈블러에 들러 시내를 구경하고 식사를 해결하려던 계획이 비로 인해 틀어지며 하루종일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며 슈퍼마켓을 찾아보아도 모두 문이 닫혀있고, 거리의 상점들도 모두 문이 닫혀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인가?"

월터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휴일이라 모든 가게가 영업을 하지않는다고 한다.

"그냥 일요일이라서?"

문을 연 작은 가게라도 없을까 하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길은 다시 평야를 가로지르고, 어둠이 시작되는 시각에 작은 타운 올데브룩에 들어선다.

아주 오래된 골목길이 이어지고, 촛불을 밝힌 작은 카페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에 선뜻 들어갈 자신이 없다.

"큰일인데, 물도 없는데."

 

조금 더 길을 따라가다 가게가 없으면 가정집에라도 들어가 물을 보충해달라 부탁을 할 생각으로 작은 상점들을 찾으며 천천히 도로를 따라간다.

오래된 골목이 끝나고 작은 보트와 요트들이 정박되어있는 항구가 나온다.

"강변인가 아니면 항구인가? 큰 수로인가?"

올데브룩을 벗어나는 외곽에서 주유소를 발견한다. 다행히 편의점이 있어 슈퍼마켓보다 비싸지만 물과 빵을 살 수 있다.

"아고, 살았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 강을 건너는 다리를 넘고 강변에 야영을 할 곳이 있을 것 같아 도로를 벗어나 강변 방향으로 이동한다.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강변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친다.

비로 인해 생각했던 거리를 이동하지 못해 암스테르담까지 100km 정도가 남았다.

월터의 친구 미첼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인사와 함께 도착시간 등을 교환한다.

"4~5시 정도 도착할 것 같아. 더 늦어질 수도 있어."

"괜찮아. 아무때나 와도 돼. 조심해서 와."

월터와도 메세지를 교환하고, 주유소에서 산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한다. 다시 비가 내리는 날이다.

"에쉬, 배고파!"

생각해 보니 최근에 100km를 달려본 적이 없다.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일찍 출발하면 5시 정도에 미첼의 집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자. 월터를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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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6일 / 맑음
독일 허번-메펜-네덜란드 쿠보르던-하르덴베르흐
독일의 첫 번째 여행을 끝내고 네덜란드로 넘어간다. "월터, 기다려!"


이동거리
74Km
누적거리
20,779Km
이동시간
6시간 09분
누적시간
1,540시간

 
메펜
 
N863도로
 
 
 
 
 
 
 
40Km / 3시간 35분
 
34Km / 2시간 34분
 
허번
 
국경
 
하르덴
 
 
74Km
 
 

・국가정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행경보 
-
・언어/통화 
네덜란드어, 유로(1파운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보다폰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1-70-740-0214 / 5

 

3일째 밝게 빛나는 밤하늘을 보며 보내는 시간이 좋다. 네덜란드에 가까워지며 따듯해진 기온은 생각하지 못했던 유럽의 모습이다.

8시 45분,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바람이 잦아들었네."

조용하고 상쾌한 느낌의 좋은 아침이다.

모닝커피를 끓이고, 아침은 20km 정도 떨어진 메펜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10시가 되기 전, 메펜의 외곽에 위치한 맥도널드로 향한다.

독일의 첫 번째 여행의 마지막 도시 메펜의 경계에 들어선다.

 

작은 소도시 메펜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 위치한 맥도널드로 간다.

주문을 하고 배조 배터리들과 핸드팬의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틀을 더 야영을 해야 하는데 남은 배터리의 양이 부족하다. 함부르크에서 대용량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은 게으름이 문제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방송들을 다운로드하고,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하려 해도 최근에 업그레이드가 된 티스토리의 어플은 계속 오류가 난다. 오류 투성이의 어플을 서둘러 공개를 한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들어 카카오톡과 티스토리의 운영방식을 보면 카카오의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저 배부른 2위에 만족하는 것은 아닐까 싶고, 티월드를 비롯해 수많은 온라인 회사들이 한순간에 무너져간 이유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하늘이 좋은 날이다.

"그럼, 네덜란드로 가 볼까!"

 20km 정도 떨어진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향해 출발한다.

 

국경 부근의 타운 Twist로 향한다.

도로의 좌우로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 정말 독일의 자전거 도로는 실망스럽다.

 

"뭐라고 읽는 거야? 설마 트위스트?"

오른편의 자전거 도로가 사라지고, 왼편의 자전거 도로로 넘어가기 위해 차도를 건너는 중 마을의 슈퍼마켓을 발견하고 슈퍼마켓으로 간다. 독일보다 비싼 네덜란드 물가을 대비해 미리 비상식을 챙겨놓고 싶다.

콜라병과 땅콩잼의 빈병을 반환하려니 땅콩잼의 플라스틱병은 기기가 회수를 하지 않는다.

"페트병만 회수하는 건가?"

소시지와 콜라, 빵 등을 보충하고 국경으로 향한다.

 

아무런 이정표 없이 국경을 지나가나 생각하던 중 도로의 건너편에 네덜란드의 국경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인증 사진은 찍고 가야겠지!"

 

이정표를 지나 1km를 이동하자 작은 농수로를 건너는 작은 다리를 지나며 네덜란드로 들어선다.

"이 작은 농수로가 국경이군."

 

"왔다. 네덜란드!"

다른 무엇보다 네덜란드로 들어서니 자전거 도로가 깔끔하게 바뀐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조금은 짜증스럽던 독일의 자전거 도로와는 확연히 다른 멋진 자전거 도로다.

"독일아 봐라. 얼마나 좋냐!"

자전거 도로와 함께 도로변의 풍경과 분위기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네덜란드 말, 여기 좀 봐줘!"

"몽골의 양들하고는 조금 다르게 생겼네."

뭔가 빈약해 보이는 몽골의 양과 달리 두툼한 양털을 뒤덮고 있는 양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도 보이고 귀엽기도 하다.

집들의 울타리마다 말이나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데, 키가 작은 말의 모습도 보인다.

"망아지는 아니고 꼭 호빗이 타는 말처럼 생겼네."

"넌 뭐냐? 오리도 아니고."

 

농업이 발달된 네덜란드의 풍경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따듯한 기온과 풍부한 강수량, 평평한 넓은 평야와 잘 정비된 농수로들이 농업이나 축산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다.

 

한두 방울씩 빗방울을 떨어뜨리던 하늘이 묘한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직 3시도 안 됐는데, 석양빛도 아니고."

 

다 좋은데 도로변에 휴식을 취할만한 벤치나 버스 정류장이 없다. 이상하게 네덜란드의 버스 정류장에는 자전거 거치대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작은 광고판에 자전거를 기대고 잠시 쉬어간다.

"무도 아닌가? 넌 대체 정체가 뭐냐?"

두껍게 내려앉았던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근데 풍차는 없고, 바람개비만 잔뜩 세워져 있냐!"

 

네덜란드에서 마주한 첫 번째 타운 쿠보르던에 이르러 주변의 풍경은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마치 인공호수처럼 보이는 호숫가의 풍경이 펼쳐지고.

마을과 평야의 주변으로 길게 뻗은 수로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정표가 덴마크랑 비슷하네."

핀란드에서부터 도로의 이정표들은 각 나라들의 상징 컬러로 만들어져 있었다. 집집마다 국기가 걸려있는 북유럽 국가의 상징적 컬러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다는 네덜란드의 풍경이 궁금했는데, 많은 수로들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치 새로운 대륙으로 들어선 것처럼 독일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모습이다.

"네덜란드, 매력적인데!"

정말 많은 수로들을 건너며 길을 이어간다.

중국의 수로, 유럽 도시들의 수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로의 모습이 마치 자연 그대로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끊임없이 세워진 풍력 발전기, 풍차의 모습을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넓은 평야에는 촘촘하게 풍력발전기만이 바쁘게 돌아간다.

"풍차 대신이군."

짙푸른 평야와 수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 그리고 수많은 풍력발전기들, 네덜란드의 멋진 풍경이다.

"멋진 나라다."

오늘의 목적지 인 하르덴베르흐가 가까워지며 해가 저물어 간다. 네덜란드의 풍경에 빠져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바쁜 걸음이 계속 느려진다.

수로를 따라 길은 계속되고, 수로변 집들이 이어진다.

"어디서 야영을 하지?"

강변과 달리 수로변은 아무런 공간이 없고, 평야에는 야영을 할 수 있는 나무숲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수로를 따라 좀 더 길을 이어가고.

수로와 도로가 멀어지는 공간에 야영을 할 수 있는 산책로를 발견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네. 오늘은 여기에서!"

텐트를 펼칠 자리를 확인하고 수로변 언덕으로 자전거를 끌자 스탠드 막대기가 앞바퀴에 끼며 투박한 소리가 난다.

"안 돼!"

막대기가 낀 부분의 스포크 하나가 부러진 것 같다.

"아놔. 하나를 고치면 하나가 망가지네."

다행히 스포크가 아닌 니플이 부러진 것 같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림에 변형이 왔는지는 어두워서 확인할 수가 없다.

"설마 스포크 하나로 림이 휘었겠어!"

수로변 좋은 자리에 텐트를 펼치고, 은은하게 불빛이 반사되는 수로의 풍경을 감상한다.

"오늘도 별이 정말 좋네."

여행의 12번째 나라, 빈센트 반 고흐의 네덜란드 에 도착했다. 풍요로운 네덜란드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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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5일 / 맑음
올덴부르크-허번
독일의 첫 번째 여행이 끝나간다. 바람이 부는 날,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향해 달려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0,705Km
이동시간
5시간 23분
누적시간
1,534시간

 
바람
 
바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올덴부룩
 
Garrel
 
허번
 
 
428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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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만 어제처럼 상쾌한 아침이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여 피곤함이 남아있다.

패니어에 넣어둔 사과로 아침을 하고 바로 출발을 준비한다.

암스테르담까지의 전체 경로를 확인하고, 100km 정도 떨어진 메펜을 오늘의 목적지로 설정한다.

"23일 정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겠네."

유채꽃 같은 배추꽃의 향기가 좋은 들녘,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이 심상치 않다.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빵집에 들러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 들고, 한 시간여를 달린 후 벤치에 앉아 허기를 달랜다. 치즈 같은 것이 올려진 빵인데 짭조름한 맛이 마음에 들어, 자주 사서 먹는 빵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녘에는 계속해서 풍력 발전기가 몇 기씩 무리를 지어 세워져 있다. 아마도 바람이 많은 동네인가 보다.

"한 번쯤 머리를 돌리고 있을 법도 한데."

방심한 사이 구글맵은 들녘 사이로 난 흙길로 길을 안내하고.

"아침인데 하늘빛이 저녁처럼 느껴지네."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속도가 나질않고, 피곤함 때문인지 쉽게 지쳐간다.

"몸이 안 좋은가? 요즘 왜 이러지?"

버스 정류장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유럽 사람들의 생활자전거들은 참 정감이 간다. 저렴해 보이는 자전거를 타고, 모두 짐을 싣는 바구니나 패이어들이 달려있다.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 달라 보이고, 차량들은 자전거가 지나가면 우선적으로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도로나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기 힘든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독일의 가로수나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도토리 나무인 참나무들이다. 나뭇잎과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수명이 오래된 나무들의 모습도 너무 멋지다. 탈린과 리가에서도 가을의 황금빛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주던 나무들도 참나무였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낙엽이나 토도리가 많이 떨어져서 그런가?"

중국의 월계수, 카자흐스탄의 소나무, 러시아의 자작나무, 발트해의 참나무, 북유럽의 침엽수가 떠오르는데 우리의 공원에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었는지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첫 번째 들어선 타운에서 슈퍼마켓으로 간다.

"너를 사용해 볼 테다!"

며칠 동안 마시고 버리지 않은 콜라와 생수병을 꺼내어.

재활용 병을 수거하는 기기에 넣는다. 찌그러진 페트병을 넣으니 빙빙 돌아가는 롤러는 페트병을 뱉어낸다.

"오호!"

찌그러진 페트병을 바람을 불어 본래의 모습으로 만들고 다시 기기에 넣으니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 25센트가 찍힌다.

세 개의 빈 페트병을 반환하고 75센트가 찍힌 영주증을 받는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계산할 때 계산원에게 줘 봐야지."

어제 슈퍼마켓에 들리지 않아 모두 떨어진 비상식들을 다시 채우고, 계산을 하려니 계산원이 재활용 영수증을 자연스럽게 받은 후 포스기로 스캔을 한다.

"정말 멋진 시스템이다."

빈 페트병 4개가 1유로이니 꽤 쏠쏠한 금액이다. 그 동안 그냥 버린 페트병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앞으로 잘 모아야겠다."

타운을 벗어나는 동안 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책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간다. 헬멧을 쓰고 바구니에 책가방을 넣은 모습들이 너무나 보기 좋다.

작은 꼬마 아가씨도 작은 책가방을 작은 자전거에 싣고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네덜란드에 가까워지는데 풍차는 없고, 하루 종일 바람개비만 보이네."

타운을 벗어나면서부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아침부터 불어오던 바람은 등을 돌리고 서있는 커다란 바람개비만 신나게 돌리고 있다.

"바람의 동네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판, 작은 마을과 타운을 번갈아 가며 지나치는 동안 바람 때문에 지치고, 마을과 타운의 인도 위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자전거 도로에 힘이 빠진다.

다시 작은 타운을 지나친다.

"메펜, 아직도 40km나 남았어?"

"쉬자. 쉬자."

"왜 이렇게 힘든 거야? 어제 고기도 먹었는데!"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았던 허리도 아파오고, 다리도 뻐근한 것이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바람 앞에 장사 없어!"

타운을 벗어나고.

천천히 하루가 마무리되어간다.

거대한 바람개비들을 지나고 나면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바람개비들이 서 있다.

"정말 징그럽다!"

속도가 나질 않는 자전거를 억지스레 페달을 밟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커다란 닭농장이 나온다. 철조망이 쳐진 넓은 들판 가운데 커다란 축사가 있고, 수없이 많은 닭들이 들판을 돌아다니고 있다.

"닭을 사육해야 한다면 최소한 이런 시스템이어야 하는데."

동물복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사육시스템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

"아주 줄을 지어 떼로 서 있구나."

타들어 가는 듯 유난히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더는 못 가겠다. 몸살 나겠어!"

5시가 되기 전, 도로변 오래된 참나무 아래 텐트를 펼친다.

"정말 힘든 날이었다!"

암스테르담까지 250km 정도가 남았고, 내일이면 네덜란드의 국경을 넘어간다.

이글, 안드레에게서 영상통화가 와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월터와 함께 25일 다시 통화를 하자고 약속을 한다.

"어쨌든 조금 휴식이 필요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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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4일 / 맑음
제븐-브레멘-울덴부르크
빠르게 네덜란드를 향해서 달려간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90일의 체류기간을 허용하는 쉥겐기간의 아쉬움이 많다. "조금 더 여유롭게 유럽을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20,629Km
이동시간
5시간 50분
누적시간
1,529시간

 
잡채?
 
델멘호르스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제븐
 
브레멘
 
울덴부룩
 
 
352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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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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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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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상쾌한 아침이다.

"적응 안되게 왜 이러는 거야."

9시가 넘어 잠에서 깬 아침, 게으름을 피울 시간 없이 출발을 서두른다.

"너무 여유를 부렸나?"

자전거 트러블과 허리 통증으로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더니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일정이 빡빡해졌다.

암스테르담에서 만나기로 한 월터와 메세지로 도착 일자를 확인한다.

"크리스마스 때 한국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가족들이 물어보는데?"

유럽의 가정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글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해 볼게. 잡채!"

혼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특별히 음식을 만들어 먹질않아 할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서 만들어 본 첫 번째 음식은 잡채였다. 야채들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라 손이 많이 가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웬만해서는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다.

"할 수 있을 거야. 나와 같이 재료를 사고 아침에 음식을 만들어야 해."

잡채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고 나니 당면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가만, 참기름하고 볶은깨는 어떻게 하지."

잡채의 완성은 참기름과 살짝 뿌린 깨인데."

암스테르담에 아시안푸드 슈퍼마켓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최근 들어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다. 트러블이 사라진 구동계의 부드러움과 삐걱거리던 잡소리가 사라진 패니어렉이 고정되어 있으니 페달링이 경쾌해진다.

매일처럼 흐리고 비가 내리던 날에는 이곳에 살면 우울증이 걸리겠다 싶더니, 하늘이 맑고 포근할 정도의 따듯한 기온의 겨울 날씨가 너무나 좋다.

"유럽의 겨울은 이런 맛이군!"

들녘의 노란 배춧꽃의 향기도 좋고.

한가한 도로변의 풍경도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어라, 이쪽 길이 훨씬 빠른데."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이정표를 따라 작은 타운을 가로질러 간다.

우회전과 유턴을 떠들어 대는 구글맵은 계속해서 멀리 돌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싫다!"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타운의 메인도로를 따라간다.

타운을 벗어나고 구글맵이 그토록 돌아가라던 도로와 다시 만나고.

브레멘의 경계에 들어선다.

시외곽의 맥도널드로 들어가 배터리를 충전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며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다.

8유로 정도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만 독일의 햄버거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기가 남다르다.

브레멘은 함부르크에 비해 작은 도시지만 자전거 도로도 괜찮은 편이고 도시의 분위기도 밝게 느껴진다.

"널 누르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고, 패니어를 단 생활자전거들도 많다. 재미있는 모습은 어린아이들의 자전거에도 패니어나 렉이 달려있어 아이들의 짐은 아이들이 가지고 다닌다.

어릴 때부터 생활자전거에 대한 습관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부럽다는 생각이다.

시청이 있는 구시가지를 찾아간다.

구시가지의 초입의 공원에 예쁜 풍차가 눈에 들어오고, 거리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지?"

크리스마스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작은 소도시의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의아한 생각이 든다.

"독일의 인구가 몇 명이지?"

구시가의 초입 골목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 가득하다.

시청광장으로 걸어가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다.

오래된 시청 건물이 보이고 주변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다.

시청 광장 주변의 오래된 멋진 건물들이 궁금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들로 인해 다가가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아, 아쉽다. 멋진 건물인데."

함부르크의 시청만큼 멋진 브레멘의 시청 건물이다.

"멋진데,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네."

시청 옆으로 우뚝 솟은 두개의 첨탑이 인상적인 성 베드로 성당. 1,042년에 완공되었다는 성 베드로 성당의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거리를 두고 전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아, 크리스마스 마켓!"

성당의 측면으로 돌아가도 역시나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 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도시의 풍경을 구경할 수 없으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브레멘이 이렇게 생겼구나.

복잡하게 구성된 오래된 옛도시의 모습이 궁금하고, 작은 골목들을 걷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너무 아쉽다. 브레멘! 시간이 없어."

함부르크의 모습에 조금 실망한 터라 큰 기대 없이 브레멘의 시내로 들어왔는데 브레멘의 모습은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뒤로하고 길을 출발하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있는 법원 건물이 다시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멋지다."

작은 카페 골목을 지나 구시가지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다.

"브레멘, 멋진 도시네."

작은 베저강을 넘어 구시가지를 벗어나고.

다음 경로를 확인하며 잠시 쉬어간다.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작은 도시들을 지나쳐 가는 길과 조금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는 길, 각기 다른 장단점들이 있어 선택이 어렵다.

"몰라. 다음 델멘호르스트로 가자."

브레멘에서 15km 정도 떨어진 타운 델멘호르스트를 향해 출발한다.

작은 도로를 따라가던 중 브레멘의 경계 도로변에서 통닭을 팔고있는 푸드트럭을 지나친다.

"안 돼!"

자전거를 세우고 푸드트럭으로 되돌아간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

"얼마예요?"

"한 마리? 7.60유로."

"주세요!"

지갑 속 잔돈을 털어 통닭값을 지불하고.

장작구이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끝없는 행복감이 밀려든다.

3시 20분, 따듯한 통닭을 패니어에 넣고 경쾌하게 페달을 밟는다.

"지금 당장 해가 떨어져도 실망하지 않을 거야!"

작은 타운 델멘호르스트의 거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하고.


역시나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 볼까?"

아이들의 전용열차는 만원의 꼬마 손님들을 태우고 커다란 경적소리와 함께 출발을 한다.

4시가 지나고 맑은 하루를 선사했던 붉은 태양이 석양빛으로 사라진다.

"정말 좋은 날씨였어!"

"그리고 날씨만큼 더 좋은 하루였어!"

남은 석양빛 속에서 야영지로 생각했던 도로변 숲을 찾아간다.

어둠 속에서 텐트를 펼치고, 어젯밤처럼 밝은 별빛들이 반짝이는 밤이다.

"오늘만큼만 좋은 하루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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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3일 / 맑음
마이볼름스토르프-제븐
브레멘으로 향하는 길, 트러블이 일어나는 자전거를 정비해야 한다. "자전거샵이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동거리
47Km
누적거리
20,552Km
이동시간
4시간 14분
누적시간
1,523시간

 
73도로
 
자전거정비
 
 
 
 
 
 
 
14Km / 1시간 10분
 
33Km / 3시간 04분
 
마이볼름
 
아픈슨
 
제븐
 
 
275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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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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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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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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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73-407-6943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요란스러운 비는 새벽 무렵 멈추기 시작한다.

"텐트가 마를 날이 없어요."

북유럽을 지나고 독일에 들어선 후 날씨가 좋아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지만 흐린 하늘과 가끔씩 내리는 비는 여전하다.

"오늘 브레멘까지 갈 수 있을까?"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침낭 안에서 벗어나기가 싫다.

"이런 게으름이 좋은데, 일어나자."

카카오톡 인증을 위해 한국에서 핸드폰을 개통하기로 한다. 카카오톡에서 요청한 통신사의 이용계약 확인서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서류를 들고 대리점을 가야만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카카오, 잊지 않겠다!"

며칠 후 핸드폰을 개통하겠다는 누나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무리 대리인이 개통하는 것이라지만 왜 인감도장까지 필요한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참 쓸데없는, 출생신고서와 토지문서를 요구 안 하는 게 다행이네."

10시, 브레멘을 향해서 출발한다. 비도 내리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다. 며칠째 괴롭히던 허리의 통증도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고, 아직도 왜 허리가 아픈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게가 많은 자전거를 들거나 옮길 때 누적된 피로인지 아니면 1년 가까이 계속된 텐트생활로 인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날씨 때문인지 오랜만에 페달링이 가볍게 느껴진다. 5km 정도를 이동하던 중 고가의 밑으로 맥도널드 매장이 보인다.

"아니, 왜 거기에 있는 거야?"

아침도 해결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맥도널드로 들어가 자동주문 기기로 메뉴를 선택하는데, 햄버거 세트가 보이질 않는다.

두세 차례 주문을 취소하고 확인을 해도 햄버거 세트는 없고, 블랙퍼스트 메뉴만이 제공된다.

"그냥 먹자."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 콜라 대신 커피를 선택했더니 아주 커다란 머그컵에 커피가 담겨 나온다.

"야! 햄버거가 커야지, 커피가 크면 어쩌냐!"

아침메뉴라 햄버거의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여 치킨버거를 하나 더 주문해서 허기를 채운다.

커피잔의 크기에 놀라 재미있어하며 핸드폰으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는데 데이터 사용 경고음이 울린다.

"안 돼!"

맥도널드 매장의 와이파이를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로 방송들을 다운로드하고 말았다.

"어, 아까운 내 데이터!"

Buxtehude, 이 작은 타운을 지나면 브레멘까지 도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인도와 함께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 도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와 함께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정말 형편없는 독일이다. 차라리 자전거 도로가 없으면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타운을 벗어나는 마지막 이정표를 확인하고, 지도를 재확인하며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어라, 자전거 가게!"

길쭉한 건물에 들어선 자전거 가게를 확인하고 고민에 빠진다.

"그냥 가던 길을 갈까? 자전거를 정비하고 갈까?"

오랜만에 느껴지는 페달링의 가벼움이 좋은 날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고 싶지만 3개월 넘게 지속된 체인 트러블과 부러진 리어렉을 해결해야겠다.

어제의 매장처럼 규모가 제법 큰 매장이다. 요즘 자전거의 대세인 E 바이크의 종류도 다양하고, 스포츠형 자전거들도 종류가 다양하게 전시가 되어있다.

카운터로 다가가 우선 패니어렉이 있는지 문의를 한다.

"자전거 패니어 렉이 부러졌다. 패니어 렉이 있어?"

발음이 구린 탓이겠지만 영어로 말할 때 힘든 것 중에 하나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단어들과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른 경우가 그렇다. 셀카, 핫스팟, 체크카드 등과 같은 콩글리쉬의 경우와 비슷하다.

"패니어 렉이라고 안 부르나? 왜 못 알아들어?"

 

전시된 자전거의 렉을 가리키며 다시 설명을 하고, 그냥 자전거를 보라며 카운터의 남자를 밖으로 데려간다.

자전거를 확인 한 남자에게 구동계도 함께 교환하고 싶다고 하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이 동네 자전거 가게들은 뭐가 이렇게 바빠?"

카운터의 남자는 정비실에서 중년의 자전거 미케닉을 불러서 나온다. 미케닉 아저씨도 자전거를 살피더니 창고에서 패니어렉을 꺼내와 보여준다.

"이건 약해. 곧 부러질 것 같다."

관절 부분들이 접히는 편리한 렉이지만 무거운 패니어와 장시간 흔들림의 충격이 가해지면 관절 부분이 부러질 것 같다.

미케닉에게 구동계를 보여주며 체인링, 스프라켓, 체인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체인링'을 말할 때 못 알아듣는 눈치다. 아마도 독일에서는 명칭이 다른가 보다.

"체인링, 같은 사이즈 체인링이 가게에 없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려니 말문이 막힌다. 부품을 사서 직접 교환을 할 생각으로 카운터의 남자에게 독일과 네덜란드 중 어디가 더 싸냐고 물으니 독일이 더 저렴하다고 한다.

스프라켓과 체인을 집어 들고 혹시나 체인링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미케닉 아저씨가 여러 개의 구멍이 뚫린 작은 고정 막대를 보여주며 패니어렉을 고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와우, 굿 아이디어!"

독일 자전거 매장의 정비실은 정말 구색이 완벽하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마치 자동차 정비실처럼 장비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갖고 싶은 공간이다."

미케닉 아저씨는 드릴로 렉에 나사 구멍을 뚫고 고정 스틱으로 자전거와 렉을 고정한다.

아저씨가 정비를 하는 동안 정비실을 둘러보다 쓸만한 체인링을 발견한다. 34T의 2단 체인링, T수가 작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사용할만한 크기다.

"체인비가 조금 부족하겠지만 속도를 낼 일도 없고, 힘도 없다."

임시적으로 사용을 한 후 적당한 체인링을 구하면 예비용으로 보관하면 될 것 같다.

렉의 수리를 마친 아저씨에게 구동계를 교환하고 싶다고 말하니 큰 한숨을 쉬며 가게를 닫을 시간이라고 말한다.

"12시 반인데?"

12시부터 2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하루 7시간 근무의 점심시간이다.

"역시 마인드가 달라. 이런 건 좋은 거야!"

자전거 샵을 운영하며 점심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먹던 밥을 팽개치고 정비를 하고 나면 입맛이 사라지고, 차가워진 음식들을 보면서 숟가락을 놓아버렸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필요한 부품들을 사서 가게를 나와 자전거를 뒤집는다.

"오랜만이네."

 

왜 무거운 공구를 패니어 속에 넣고 다녔는지 의문이던 스프라켓 공구를 꺼내어 스프라켓을 교환한다.

"정말 널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스프라켓 완료!"

다음은 표창처럼 마모가 된 풀리를 교환한다. 울산의 선화가 중국으로 보내준 예쁜 별들을 꺼내어 교환을 하고.

가장 큰 난관인 크랭크를 분리하고 체인링을 떼어낸다.

록타이트가 발려있는 1단 체인링의 나사를 푸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짜증 나는 일이다.

34T의 체인링과 1단의 체인링을 교환하고, 새 체인을 걸어 정비를 마친다.

시커먼 기름때가 묻은 손을 닦아내고, 마모된 부품들은 깨끗하게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고, 어쨌든 정비를 했네."

유격이 생긴 앞바퀴의 허브와 변속, 브레이크 속선를 교환하고 드레일러와 캘리퍼를 점검하면 1년 동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허브 정비용 스패너를 챙겨 올 것을 그랬나?"

무거운 스프라켓 공구를 챙기면서도, 가벼운 허브용 스패너 두 개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녹이 낀 변속선과 온갖 흙먼지가 쌓인 드레일러 때문에 약간의 변속이 문제지만 체인 트러블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1시 반, 자전거 정비를 끝내고 간결해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 브레멘을 향해서 길을 따라간다.

"오늘은 멀리 못 가겠다."

15km 정도 남은 Zeven의 근처에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타운의 슈퍼마켓을 검색하고, 타운 근처의 공원이나 숲을 검색하여 야영지를 확인한다.

어둠이 시작되는 저녁, 작은 타운의 도로가 요란한 크락션 소리로 가득하다. 한 무리의 트랙터들이 깜박이는 조명들을 켜고 길게 줄을 이어 도로를 달리며 커다란 크락션을 눌러댄다.

"시위 같은 건가?"

슈퍼에 들러 빵과 소시지, 콜라를 사 들고, 전단지나 광고판에 붙어있는 닭고기 요리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뭐, 주문형 요리야? 뭐야?"

작은 시골의 타운들에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가로등이 있는 도로의 따라 타운을 벗어나고 도로변의 숲에 텐트를 펼친다.

스웨덴의 통닭처럼, 독일에서는 매일 소시지와 빵으로 저녁을 한다. 나름 나쁘지 않은 식사지만 다른 메뉴를 연구해 봐야겠다.

"너무 여유를 잡고 가나?"

암스테르담까지 400km 정도가 남았고, 월터는 24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틀 정도 암스테르담을 구경하려면 21~22일 사이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면 좋을 것 같다.

"헐, 늦었네. 내일부터 열심히 달려야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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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2일 / 맑음
함부르크-마이블름스토르프
함부르크를 떠나 네덜란드로 향한다. 자전거의 부러진 렉과 트러블이 잦아진 구동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동거리
34Km
누적거리
20,505Km
이동시간
4시간 03분
누적시간
1,519시간

 
수로
 
7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함부르크
 
보스텔벡
 
마이블름
 
 
2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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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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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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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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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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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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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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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73-407-6943

 

따듯한 날씨의 아침이다. 영국의 EPL이나 스페인의 라리가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추운 겨울 시즌이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이곳의 겨울 날씨는 생각보다 따듯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비가 안오니까 어쨌든 좋네."

10시, 체크아웃을 하고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어제의 중식 뷔페는 오픈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았고, 맥도널드로 가려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중식 뷔페가 아쉽게 느껴진다.

"배부르게 먹고 출발하자."

숙소의 카페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11시가 되어 중식 뷔페로 찾아간다.

유리를 닦고있던 중년의 중국인이 인사를 하며 25분 후에 오픈을 한다며 알려준다.

"11시 45분에 오픈한다고?"

식당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남자는 성격이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다. 어제 옆 테이블의 독일인들에게 음료를 추천하며 '저머니 워터'라며 맥주를 권하는 모습이 정말 살갑게 느껴졌다.

"슈퍼에 들러서 비상식을 사놓을까."

20분 정도의 빈 시간, 슈퍼에 들러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간다.

시청으로 가는 도로의 풍경이 함부르크에서 가장 예쁜 것 같다.

대형 쇼핑몰의 지하에 위치한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왜, 여기에만 있는 거야?"

도시의 시내에는 먹을 것도 많은데, 닭다리와 날개의 조리식품을 팔고 있다. 아쉽지만 빵만을 사들고 슈퍼마켓을 나오니 벽에 세워놓았던 자전거가 넘어지며 부러진 패니어 렉이 다시 틀어져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함부르크,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다."

자전거를 끌고 식당으로 돌아가고, 식당에 들어서자 중년의 남자는 밝게 눈인사를 하며 반겨준다.

"창가에 앉고 싶어요."

자전거를 확인하기 위해 창가의 자리를 달라고 하니 흔쾌히 자리를 안내해주며 여행에 대해 물어본다.

"오, 아주 대단한 여행이군요."

접시를 가득 채워 자리로 돌아오니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부부가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식당의 남자가 나에 대해서 부부에게 설명을 한 모양이다. 정말 정감이 가는 아저씨다.

느긋하게 접시를 비워가며 점심을 먹고, 옆 테이블의 부부는 식당을 나가며 악수를 청한 후 좋은 여행을 하라며 인사를 한다.

점심시간이 되며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주인아저씨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인기가 있을법한 식당이다.

"한식당들도 이렇게 위트 있고 친절하면 좋을 텐데."

이상한 일이지만 여행을 하며 한국 식당에 가면 의외로 스킨십들이 없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리는 식당이라 한국 손님이 특별하지는 않겠지만 주문이나 서빙을 하며 가볍게 한 마디 정도 인사를 하면 좋을 텐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 나니 1시가 되어간다. 100km 정도의 브레멘까지의 거리지만 오늘은 함부르크를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겠다.

"배도 부르고, 가자!"

슈퍼마켓에서 넘어지며 렉의 상단 부분이 바퀴에 닿으며 불쾌한 잡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세우고 부러진 렉을 고정한다.

케이블 타이를 다시 묶어서 렉을 고정하고 있으니 길을 지나던 젊은 여자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어, 이쁘다."

빵모자를 쓴 보이쉬한 모습과 미소가 밝고 매력적인 여자다.

케이블 타이로 고정을 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렉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리크머 리크머스호가 있던 항구를 따라 강을 건너고, 복잡한 수로들을 건너 함부르크를 벗어나야 한다.

항구를 따라 가지만 구글맵이 안내하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구글맵이 안내하는 곳에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없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라는 안내인지 다시 확인해도 구글맵의 안내는 분명 다리를 건너라는 안내다.

"뭐냐? 뭐냐고!"

황당한 상황 속에서 강의 주변을 배회하며 두리번거린다.

"설마?"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건물이 수상하다. 조심스럽게 건물로 들어가 안내판을 확인하니 아무래도 강의 지하로 터널이 뚫려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내판을 보며 대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저기, 여기 엘리베이터로 강을 건널 수 있나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세요."

건물 입구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의 출입문에 오토바이 표시가 그려져 있다. 가로로 길쭉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야, 이런 건 생각도 못했다."

강의 지하에는 밝은 조명의 긴 해저터널이 뚫려있고, 양쪽의 보행로와 중앙의 자전거길이 만들어져 있다.

"재미있군."

강의 건너편에도 같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해저터널을 지나 강의 건너편으로 나간다.

강의 건너편, 함부르크의 모습이 펼쳐진다. 평범한 도시의 모습이지만 높은 빌딩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인상적이다.

강을 건너느라 길을 헤매는 동안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복잡한 수로들이 만들어진 작은 섬들을 지나며 다시 길을 헤맨다.

"함부르크. 너!"

강을 건너는 해저터널에서 만난 자전거를 타는 부녀에게 길을 확인하고, 함부르크로 가는 메인도로에 들어선다.

"힘드네. 어이없다. 함부르크!"

마지막 섬을 지나기 위해 길을 따라간다. 함부르크 주변의 난해한 모양의 섬들이 자연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수로를 만드느라 섬의 모양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함부르크 외곽의 섬들에는 공업단지들과 발전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황량한 느낌이 드는 지역이다.

"포항과 비슷한 느낌인가?"

마지막 섬을 지나 함부르크를 벗어났지만 피곤함이 밀려온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인지, 길을 찾느라 진이 빠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피곤하다.

"벌써 3시네."

점심을 먹고, 강을 건넜을 뿐인데 붉은 석양빛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너무 느긋했나?"

자전거 도로가 완벽하지 않은 독일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리저리 골목을 지나기도 하고, 철도길을 지하로 건너기도 하며 어렵게 길을 찾아간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천국이었어! 독일, 실망이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느껴지던 갈증이 밀려들어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콜라. 콜라!"

이상하게 독일의 슈퍼마켓에서는 1.25리터의 콜라를 판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활용과 관련이 되어있나 생각할 뿐이다.

물을 마시고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어 슈퍼마켓의 재활용 기기에 페트병을 넣어본다. 롤러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페트병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모니터에는 0.25의 숫자가 뜬다.

잠시 후 다른 행동이 없자 기기에서 0.25가 찍힌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온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아마도 계산을 할 때 재활용 영수증을 제시하면 재활용 비용만큼 현금 대신 계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멋진 시스템이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콜라로 갈증을 해소하고, 야영지를 정한다. 10km 정도의 거리에 공원 같은 공간이 검색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도로변 마을들이 이어지고, 인도 위로 무늬만 그려진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의 표본이 독일인가?"

4시가 넘어가도 석양빛이 밝다. 핀란드에서 처음 접한 짧은 하루의 황당함이 생각난다. 북유럽 보다 한 시간 정도 일조시간이 길어진 느낌이다.

작은 타운을 지나며 환하게 불이 밝혀진 자전거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을 하다 자전거샵으로 들어가 패니어렉이 있는지 확인하고, 구동계의 교환 비용을 문의한다.

규모가 꽤 큰 매장이다. 자전거를 확인하더니 창고에서 꺼낸 패니어렉을 보여줬지만 일반 자전거에 사용하는 렉이라 제한 무게가 25kg 정도다.

"더 튼튼한 것은 없어요?"

구동계의 교환비용을 알려주던 남자는 자전거를 매장 안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유심히 자전거를 살피던 남자는 자전거가 엉망이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새 자전거를 사는 것이 좋겠는데."

"싫어. 1, 2단 체인링하고 스프라켓, 체인만 교환하면 돼."

남자는 정비실로 들어가 자전거 미케닉을 데리고 나온다. 심각하게 뭔가를 상의하던 남자들은 설명을 하지 않고 멀뚱하게 자전거만을 바라본다.

"왜? 뭐가 이렇게 심각해?"

무표정한 미케닉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주인 남자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데오레 스프라켓을 치우고 XT 스프라켓을 올려놓는다.

"노. 노. XT 필요 없어. 데오레로 줘."

살짝 당황한 표정의 미케닉은 다시 데오레 스프라켓을 마지못한 듯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야, 선수한테 그러면 안 돼!"

주인 남자는 미케닉과 대화를 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정비를 할 곳이 많다며 1~2일이 소요된다고 안내한다.

"어디에서 머물러요? 정비하는데 하루나 이틀은 걸려요."

"그럴 시간은 없다. 오늘은 불가능 해?"

20분도 안 걸리는 교환 작업인데 주인 남자는 하루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여, 그냥 가게를 나온다.

"마모된 체인링과 스프라켓만 교환하면 되는데."

대충 독일에서 자전거 부품의 알았으니 한두 군데 더 들러보고 여의치 않으면 부품만 사서 직접 교환을 해야겠다.

프레임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소모품인 구동계를 교체하는데 무엇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간단한 작업에 이틀씩이나 소요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km 정도 남은 거리를 이동하고,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에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먹은 점심으로 저녁은 거른다.

날씨가 따듯하니 좋다.

"비가 안 오니까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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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21일 / 맑음
함부르크
자전거를 타고 함부르크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함부르크, 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 봐."


이동거리
12Km
누적거리
20,471Km
이동시간
2시간 38분
누적시간
1,515시간

 
고기뷔페
 
라이딩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함부르크
 
함부르크
 
함부르크
 
 
194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10시까지 늦잠을 잔다. 회색 하늘이지만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은 하늘이다.

함부르크 시내에 위치한 자전거샵과 뷔페식당을 검색하고, 비에 젖은 장갑과 양말을 빨아놓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 묶어둔 자전거는 핸들 쉬프트가 안쪽으로 돌아가 있다. 숙소가 있는 함부르크의 중앙역 부근에는 옷차림이 허름하거나 흑인들의 움직임이 많은 장소로, 분위기가 어둡고 슬럼가 느낌까지 드는 곳이다.

렉의 양쪽 받침부분이 부러져서 덜거덕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간다.

"윈터 브레이크? 아놔!"

시내 중심가에서 찾기 쉽지 않은 자전거 수리점은 겨울 비수기라 문이 닫혀있다. 네덜란드로 가는 길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근처에 10유로 정도의 한식당이 있지만 중국식 뷔페로 점심을 결정한다. 김찌치개 한 그릇으로는 양이 부족하고 11유로의 중국식 뷔페가 좋을 것 같다.

코펜하겐에서 저녁을 먹었던 벚꽃(사꾸라) 한식당의 기억 때문에 당분간 한식을 먹을 생각이 없을 것 같다.

중국식당의 점심뷔페는 10.90유로, 스시와 함께 중국 요리들이 메뉴로 갖춰져 있다. 스시와 중식은 생각보다 궁합이 좋다.

"양만 많으면 돼!"

"자, 시작!"

스시는 특별하지 않지만 숙주볶음과 함께 먹는 중식의 고기 요리들이 정말 마음에 든다.

"내일 한번 더 막을까? 허리가 아픈 건 혹시 최근에 고기가 끊겨서 아닐까?"

다섯 접시를 비우고, 과일로 디저트까지 마무리 한다.

일 년 가까이 여행을 하며 김치나 매운 음식들이 생각난 적은 없지만 가끔씩 기름진 삼겹살에 마늘과 고추, 파채를 올리고 따듯한 쌀밥 한 점을 올린 상추쌈 그리고 소주 한 잔은 생각이 난다.

어제 가보지 못한 함부르크의 항구 쪽을 구경하기로 결정하고, 수로들로 이루어진 블록들을 지나간다.

썰물 때인지 물이 빠져있는 것이 아쉽지만 수로를 따라 들어선 붉은 벽돌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수로를 중심으로 생활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좀처럼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 그때의 모습들이 궁금하기도 하다.

시청 건물과 함께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성 니콜라이 기념관이 보인다.

함부르크의 항구는 아무것도 없다. 많은 크레인들이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풍경뿐이다.

항구 근처에 있는 성 미첼 성당으로 간다. 성당의 모습이 궁금하지는 않고, 잠시 성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고 위너님의 회복을 위해 작은 바람들을 말하고 싶은 생각이다.

성당의 정문 위로 세워진 청동상이 인상적이다. 악마의 날개를 단 사탄을 천사의 날개를 단 구원자가 십자가 지팡이로 벌하려는 모습이고, 양 옆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틴 루터의 청동상이 세워진 성당의 외관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좋은 건물이다.

성당의 내부에는 어떤 행사가 있는지 나이가 든 어르신들로 가득 차있고, 성당의 첨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사야 한다.

"그렇다면 노!"

편하게 시간을 보냈던 러시아의 교회와 카자흐스탄의 모스크가 그리워진다.

성당을 지나 오래된 범선이 있는 항구로 이동한다.

리크머 리크머스호, 백 년 전 항해를 했다는 범선의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고 생각보다 작은 크기에 놀랍기도 하다.

"저런 것을 타고 침략과 약탈을 했다는 말이지!"

북해로 흘러가는 엘바강, 함부르크의 항구는 큰 매력이 없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성 니콜라이 기념관과 시청의 모습을 한번 더 보기 위해 이동을 한다.

하늘 위로 솟아있는 검고 어두운 첨탑, 전쟁 중 폭격을 맞아 첨탑만이 남아있는 성당이라고 한다.

"그랬구나."

엘리베이터로 첨탑의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데, 입장료가 5유로라서 포기한다. 어제와 오늘 함부르크를 둘러보니 시내의 전경이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다.

시청이 있는 광장으로 간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있어 사람들이 음식을 사 먹느라 여전히 바쁘고, 거리 곳곳에는 개와 함께 앉아있는 거지들도 많다.

"참 멋진 건물이다."

시청의 광장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주변은 고급 쇼핑몰들이 들어선 거리로, 그리고 호숫가는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맛을 보고 싶은데, 배가 너무 빵빵하다."

시청에서 중앙역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연주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몇몇 모습이 보인다.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소시지를 파는 가게와 함께 달콤한 향기가 나는 초콜릿 가게가 제일 인기가 좋은가 보다.

중앙역 내부를 지나 숙소로 돌아온다. 중앙역을 중심으로 철로에 의해 세상이 나눠진 것처럼 분위기도, 사람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여서 그런가?"

그렇다고 하기엔 독일 본토의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더 빈곤해 보인다.

콜라를 사기 위해 들린 대형 슈퍼마켓의 분위기는 영화에서나 봐왔던 슬럼가의 모습이다. 술에 취한듯한 사람들의 모습과 길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듯한 차가운 눈동자들이 흔들린다.

함부르크, 축구팀의 도시로 익숙한 이름의 이 도시는 내 생각과는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것이 현실적일지 모르겠다."

 

북유럽의 도시를 지나치며 느꼈던 특별하지 않던 특별함이 무엇인지, 그 도시들이 주었던 편안함이 무엇인지, 왜 유럽인들이 오슬로나 헬싱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다.

몽골을 지나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작은 소도시들과 북유럽의 도시에서 보냈던 평범한 시간들이 어쩌면 유럽에서 마주할 수 없는 피안의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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