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3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차워가워진 날씨, 겨울궁전의 예르미타시 미술관를 구경할 생각이다. 처음 보는 궁전의 모습이 궁금히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18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10시간

에르미타쥐 미술관
예르미타시 미술관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겨울궁전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젯밤 내리던 비에 눈송이가 하나둘 섞여있더니,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정말 겨울이네."

파박님과 잠시 통화를 하고 쉬고 있으니 숙소의 여직원이 찾아와 방을 바꿀 것인지 묻는다.

4인실이 없어 방을 옮기고, 8인실 방 이층 침대가 불편했는데 벌써 29일이 되었나 보다.

"뭔가 귀찮고 쉬고 싶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40km 정도 떨어진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을 구경 갈 생각이었지만 귀찮아졌다.

"겨울에 무슨 여름궁전이냐."

오가며 소요될 시간과 비싼 입장료, 추운 날씨 등등의 핑계로 게으름이 시작된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엄마네에서 점심특가 메뉴를 먹을까 생각하다 버거킹으로 간다. 시원한 콜라도 먹고 싶고, 점심특가의 양도 많을 것 같지 않다.

햄버거를 먹고 나니 조금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가 고팠던 거야?"

겨울궁전과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둘러볼 생각이다.

"겨울에는 겨울궁전이지!"

겨울궁전의 티켓 구매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건너편 에르미타쥐 박물관의 신관으로 들어간다.

검문대를 지나 현대식으로 넓고 쾌적하게 만들어진 신관의 매표소로 이동하고.

"오, 한적하다."

신관과 겨울궁전의 구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을 700루블에 구매한다.

한국어 오디오북도 렌트를 하고.

오디오 가이드는 350루블, 그리고 여권이나 2,000루블을 맡겨야 한다.

"오늘 제대로 지적 허기를 채워줄게."

지하에 있는 보관소에서 겉옷을 벗고, 보관소에 맡겨둔다. 딱히 덥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한 번 해본다.

"4층이 좋다던데."

바로 4층으로 이동해서 관람을 시작한다.

신관은 한산하고 쾌적해서 편하게 그림을 불러볼 수 있었다.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이런 취향이 아니야."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마음을 끄는 작품은 없고,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도 부족하다.

딱히 쓸 일이 없어진 오디오 가이드는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에, 내 햄버거 값!"

각 방마다 배치되어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안내원들의 나른한 겨울 정오의 단잠이 맛있게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실루엣이다.

넓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략 100년 전의 수많은 작품들.

"금손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거야?"

2층에 있는 러시아 미술의 초상화와 그림들을 보면 그 시대의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 사라진 사람들이네."

2시간이 넘도록 신관의 작품들을 구경하고.

겨울 궁전이 있는 구관으로 이동한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작품보다 궁전의 내부 모습이 궁금하다.

궁전의 안쪽 마당으로 들어가니 길게 대기줄이 서 있다.

"와, 길다."

대기줄에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니 춥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뭔가 이상한데, 앞으로 가볼까."

생각대로 대기줄은 티켓을 구매하는 이상한 대기줄이다.

"저기 뒤에 자동 티켓 구매기도 있는데?"

통합 입장권을 들고 겨울궁전의 내부로 들어간다.

한국어판 안내도를 챙겨 궁전 내부도를 보니 수많은 방들이 그저 아득하다.

"어디로 가야 하니?"

"일단 2층으로."

"오, 궁전!"

"화려하네."

"자, 들어가 볼까."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각기 다른 느낌의 궁전의 방과 복도들, 화려한 조각들과 장식품들을 걷는다.

지나쳐 간 방들을 체크하며 산책하듯 2층을 둘러보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작품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보다 궁전 내부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른 층도 궁금한데, 너무 힘들다."

한적하고 편안했던 신관에서 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겨울궁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구관의 관람이 좀 더 흥미롭다.

"그만 가자. 아쉬운 것은 다음 기회로."

겨울철 비수기라 성수기에 비해 사람이 적은 편이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피하는 동선을 터득한 터라 괜찮은 관람이었다.

"배고프다."

"이렇게 큰 궁전을 짓고 무엇을 바라며 산 거야?"

궁전이라는 생소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었지만 그저 호화스럽던 귀족들의 사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을 뿐, 큰 감흥은 얻지는 못했다.

저녁 무렵의 푸른 하늘은 정말 매력적이다.

어제 보아두었던 저렴한 러시아 카페로 들어간다.

"왠지 이글이 생각나네."

플롭과 샤슬릭을 주문하고 배부르게 저녁을 한다.

"저렴해서 너무 좋아!"

숙소로 돌아와 저녁 단잠에 빠져들고,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어제부터 들어온 대가족의 사람들과 많은 아이들, 어디를 가든 시끄러운 가족들이 있나 보다.


계속해서 추워지려는 모양이다.

"핀란드의 경로를 어떻게 잡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2일 / 맑음 ・ -2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 네바강변의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를 구경하고 시내를 자전거로 여행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11Km
누적거리
18,185Km
이동시간
2시간 07분
누적시간
1,310시간

빅토르최 보일러실
카잔성당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요새
숙소
 
 
4,3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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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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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며 날씨가 계속 추워지고 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둘러볼까."

아침은 오트밀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네바강을 건너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방향으로 간다.

"와, 춥다."

"자전거를 정비할까?"

크랭크 비비가 흔들리는 자전거를 수리할까 생각하다 귀찮아진다.

"당분간 괜찮겠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주변에 위치한 빅토르 최가 일했던 보일러실로 간다.

오래된 아파트 사이, 빅토르 최를 기념하는 그래피티들이 그려져 있다.

그가 일했던 보일러실은 카페로 운영되는 모양인데 오픈 전이라 문이 닫혀있다.

그의 공연 중 첫 소절을 부르고 취했던 포즈인 듯, 인상적이고 상징적인 모습이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로 간다.

요새의 성벽을 따라 작은 강변의 모래사장을 산책을 하고.

관광용 선착장으로 사용되는 곳으로 들어간다.

요새의 광장에 세워진 피터와 폴 대성당 주변에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노란색 은은한 성당의 첨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요새 내부에 여러 건물들이 있지만 성당의 모습 외에 특별한 건물은 없다.

성당의 주변을 산책하고.

간편한 복장으로 나온 상태라 춥다.

러시아의 상징 문양은 볼수록 마음에 든다.

건너편 강변의 다리를 넘어 피의 구원 성당으로 가려다 옥빛의 모스크 지붕이 눈에 들어와 모스크로 향한다.

도로변에 세워진 색깔 예쁜 모스크, 입구를 찾지 못해 외관을 구경하고 피의 구원 성당으로 간다.

넓은 마르스 공원을 지나 알록달록한 첨탑의 성당을 보며 길을 따라가고.

아주 작은 그리도예도프 운하의 주변에 세워진 피의 구원 성당은 중앙의 첨탑이 보수 공사 중이라 아름다운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쉽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시린 손을 비비며 숙소로 돌아온다.

엄마네에 들러 김치찌개로 출출함을 달래고.

숙소로 들어와 쉰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프고, 몸에 힘이 없다.

"고기를 못 먹어서 그런가?"

숙소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간다.

궁전 광장으로 나가 겨울궁전의 야경을 보고.

선물 가게에서 엽서와 냉장고 자석도 사고, 버거킹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렴한 러시아 카페를 찾았다. 값비싼 한식을 계속 먹을 수도 없었는데 다행이다.

"내일은 뭘 하지?"

조금씩 무료해지는 것을 보니 떠날 때가 되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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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1일 / 비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겨울비가 내리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하루를 쉬면서 휴식을 취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17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08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KFC
숙소
 
 
4,299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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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처럼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잠시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갈까 생각하다 귀찮아졌다.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되어 숙소에서 먹을 식품들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다른 러시아 대도시들처럼 대형마트를 찾기가 힘들고, 거리의 작은 슈퍼들은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

KFC에서 햄버거를 먹고, 슈퍼에 들러 빵과 잼, 계란, 햄, 오트밀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밤이 되면서 비와 함께 짓눈깨비가 섞여 내린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다.

"이제 여기도 추워지겠네."

하루의 휴식으로 피로들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좀 더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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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0일 / 비 ・ 8도
상트 페테르부르크-푸시킨-파블롭스크-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3일, 알렉산드르와 푸시킨에 있는 공원들과 궁전들을 자전거로 라이딩하며 구경하기로 했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8,174Km
이동시간
5시간 01분
누적시간
1,308시간

알렉산드롭스키공원
파브롭스키공원
43Km / 2시간 50분
42Km / 2시간 11분
숙소
파블롭
숙소
 
 
4,29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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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 보바에게서 전화가 온다. 묵직한 피곤함이 풀리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간단히 샤워만을 하고, 이너웨어를 입지 않아 쌀쌀하다.

알렉산드르와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고, 픽업을 위해 아침 일찍 숙소로 온 보바를 보니 피곤함을 표하기에 미안하다.

가끔씩 덜덜거리는 보바의 승합차 모하메드를 타고 푸시킨으로 떠난다. 모하메드 알리의 이름을 따서 차의 애칭을 붙였나 보다.

푸시킨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외곽 소도시로 넓은 공원과 궁전들이 있다.

8시 40분, 푸시킨에 도착한다.

"알렉산더야? 알렉산드르야?"

"남자는 알렉산드르, 여자는 알렉산드라."

푸시킨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알렉산드르를 만나고, 보바는 출근을 하기 위해 떠난다.

"보바, 내년에 소치에서 만나."

기차역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알렉산드르는 집에서 무언가를 챙긴다며 잠시 다녀오고.

9시 반, 알렉산드르의 안내에 따라 푸시킨을 둘러본다.

"먼저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으로 가자."

알렉산드롭키 공원에는 푸시킨이 좋아했다는 예카테리나 궁전과 정원이 있다.

푸시킨의 구시가지의 공원을 따라 이동한다.

알렉산드롭스키 공원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을 지나치고.

잘 가꿔진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예카테리나 궁전으로 간다.

화려한 황금 장식의 철문 너머로 하늘색의 예카테리나 궁전의 모습이 웅장하다.

"넓다!"

보바에게 보낸다며 사진을 찍는 알렉산드르의 표정이 재미있다.

"알렉산드르 웃어야지."

장문의 측면을 돌아가니 관광객들이 푸시킨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한국 사람들이네."

예카테리나 궁전은 중국 관광객들이 많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사림들을 향해 밴드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한다.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길을 따라가고.

예카테리나 궁전의 측면이 나온다.

궁전의 장원으로 들어가는 곳은 개방되어 있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궁전의 모습을 구경하고.

궁전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개방시간이 12시부터다.

"나는 2시까지 아이한테 가야 해."

"응, 괜찮아. 나중에 시간이 되면 혼자 버스를 타고 올게."

"기차를 타고 와."

화려할 것 같은 궁전 내부의 모습이 궁금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간식을 먹기 위해 공원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케밥을 먹고 파블롭스키 공원으로 출발한다.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의 다른 길을 따라 이동하고.

"정말 넓다."

푸시킨의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파블롭스크로 이동한다.

작은 공원을 가로질러.

파블롭스크의 경계를 지난다.

러시아 시내의 공원들은 정말 자연스럽고 좋다.

"계절이 아쉽네. 여름이나 가을에 오면 좋겠어."

파블롭스크역 앞에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공원의 입장권을 구매하고.

"정말 중세 시대에는 어땠을까?"

파블롭스키 공원은 정말 넓다.

마치 공원이라는 표현보다는 숲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소나무와 자작나무, 침엽수의 나무숲이 이어진다.

"아, 숲의 냄새 정말 좋다."

산책이나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청설모 같은 다람쥐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움직임과 새소리가 좋다.

"피곤함이 풀리네."

"역시 숲이 최고다."

숲의 여러 방향으로 나뉘는 곳에 자작나무가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7개 길인가?"

여러 가지 길을 따라 파블롭스키 궁전으로 간다. 낙엽이 깔려있는 숲의 다양한 길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 너무나 좋은 길들이다.

숲 사이에 놓인 파블롭스키 궁전이 보인다.

예카테리나 궁전에 비해 아담한 규모와 모습이다.

알렉산드롭스키 공원의 꽃이 예카테리나 궁전이라면 파블롭스키 공원은 깊은 숲의 모습이 공원의 꽃인 듯싶다.


1시, 따듯한 자판기 카피로 쌀쌀함을 달래고.

"알렉산드르, 시간이 늦었지?"

2시까지 딸에게 가야 하는 알렉산드르를 위해 서둘러 돌아간다.

알렉산드르는 여러 갈래로 나뉘며 복잡한 공원 길을 잘도 찾아간다.

파블롭스크역에서 기차를 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갈 생각이다.

"기차 처음 타 보는데."

"알렉산드르, 기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어?"

"응, 자전거 화물 비용을 따로 내면 돼."

"사비, 44분 열차를 타면 돼."

알렉산드르는 자신이 표를 사주겠다며 열차표를 구매한다.

승차권과 자전거 화물표를 함께 건네주고.

"사비, 첫 번째로 도착하는 기차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는 거야."

"응."

푸시킨의 공원들을 안내해준 알렉산드르는 서둘러 딸에게 되돌아간다.

"알렉산드르, 고마워!"

알렉산드르는 정말 차분한 성격을 갖은 괜찮은 남자다.

"아무 칸에서나 타면 되나?"

기차역을 순찰하는 직원에게 아무 칸에서나 타면 되는지를 묻자 기차표를 확인하더니 그렇다고 한다.

기차의 탑승구는 지하철처럼 탑승 플랫폼의 높이에 맞춰져 있어 편하다. 짐들을 놓는 선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좌석에 앉는다.

"안에 넣어도 되는 거지?"

40분, 기차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다.

출구를 찾아 사람들을 따라가고.

열차표의 바코드를 대고 개찰구를 빠져나간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굵은 비가 내리고 있다.

3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비에 젖어들고.

숙소에 도착해서 따듯한 물에 사워를 한다.

"배고프다."

숙소 앞의 엄마네에 가서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를 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비 예보네. 푹 쉬어야 겠다."

잠시 침대에 누워있으니 솔솔 잠이 밀려온다. 노트북을 들고 호스텔의 거실로 나가 자료들을 정리한다.

저녁이 되자 숙소에 사람들이 붐비고, 저녁을 먹는 사람들로 좁은 거실이 북적인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던 어린 여학생과 외국 아주머니가 테이블 앞에서 대화를 하고, 스피커가 끊기며 대화 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어 살짝 웃으니,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배낭 여행을 온 젊은 여학생과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아무것도 안 할 거야."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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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
보바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동거리
19Km
누적거리
18,089Km
이동시간
3시간 50분
누적시간
1,303시간

성 이사악 성당
카잔 성당
5Km / 1시간 15분
14Km / 2시간 35분
숙소
중앙구
숙소
 
 
4,21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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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보바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며 숙소를 연장한다. 사용하던 룸은 스케줄이 예약되어 8인실 2층 침대로 이동해야 한다.

31일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날 것이다. 조금 쉬고 싶다.

짐들은 보관창고로 옮기자 보바가 도착한다.

해군본부 앞의 공원길을 걸어 성 이사악 성강으로 간다.

보바 역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처음이라 두 사람 모두 초행길이다.

성 이사악 성당, 어젯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건물이다.

"사비, 안에 들어가고 싶어?"

"응."

도로변의 출구를 돌아 입구로 이동하고.

자동화 기기에서 표를 예매한다. 첨탑의 전망대와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입장료가 별도다.

"550루블, 되게 비싸네."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 첨탑 전망대로 올라간다.

계단에 숫자가 적혀있지만 쓸데없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첨탑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다시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야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넓은 시내 풍경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

"바람이 시원하네."

"도시가 참 평평하다."

출구의 계단으로 내려가 성당 내부로 이동한다.

첨탑의 계단은 성당의 출구로 연결된다.

"성당 안쪽은 어떻게 들어가?"

보바가 직원에게 길을 묻고, 정문의 왼쪽 게이트로 다시 들어간다.

성당의 내부에 들어오자 발이 아프다며 보바는 주저앉는다. 신발의 볼이 좁아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 넌 좀 앉아있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 이사악 대성당의 내부 모습이다.

"사치스럽도록 화려하구나."

금빛 조각들과 화려한 벽화들이 모두 작품이다.

하루 종일 관람을 할 수도 있지만 보바는 신발이 너무 불편한 모양이다.

처음 만났을 때 숙소 주변을 구경하고 신발을 사러 가고 싶다며 말했는데, 아무래도 신발부터 사야 할 모양이다.

"보, 신발을 사러 가자."

"다시 보고 싶어지면 나중에 혼자 올게."

많은 정교회와 모스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관광지의 화려한 성당들은 뭔가 소비되는 느낌이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의 시간이 더 좋다.

"자꾸 보니까 뭔가 불량식품 같네."

천장을 촬영하느라 서너 바퀴 회전을 하니 머리가 빙빙 돈다.

지하철을 타고 신발을 사러 가자니 보바는 팰리스 광장을 둘러보고 가자고 한다.

"보바, 이글은 자꾸만 번역기를 달라며 말을 해서 구경을 못 하게 했는데, 너는 발이 아프다고 하면서 구경을 못 하게 하니?"

겨울궁전이 있는 팰리스 광장에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이 있다.

광장의 중앙에는 알렉산드르의 원주가 세워져 있고.

세계 3대 미술관, 지적 호기심도 많지만 사람에게 치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비 오는 날 심심할 때나 와야지."

"보바, 브이!"

건너편은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신관이 있는 건물이다.

"사비, 파노라마 촬영 어때?"

"오, 좋은데. 나도 해볼까."

보바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찾아간다. 러시아의 지하철을 처음 타 본다.

공항의 체온 검사대 같은 것이 있고.

보바가 지하철 표를 구매해준다.

"뭐야? 이거."

개찰구에 코인을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데, 리턴이 안 되는 것을 보니 지하철의 출구는 별도의 체크 과정 없이 그냥 통과하면 되는가 보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깊다."

꽤나 깊게 들어가는 지하철이다 대략 서울의 가장 깊은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비, 지하철이 들어오는 사진을 찍어."

"싫어, 서울에도 지하철은 많아."

보바는 5개 정도 노선이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노선을 확인한다.

"넌 서울에 가면 복잡해서 못 살겠다."

보바가 찾고 있는 운동화를 파는 상점이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보바는 쉽게 건물을 찾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가게의 위치를 묻는 동안 구글맵을 확인하니 바로 옆의 건물이다.

"보바, 이리 와."

아무래도 이글처럼 보바도 아날로그형 인간인 듯싶다. 이글처럼 도시의 삶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림들에게 길을 물어 4층의 매장을 찾고, 보바가 사고 싶어 하던 운동화를 산다.

생각해보니 조선일보의 구독 거절을 시작했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농심, 남양, 삼성, 조중동, 종편 등등의 안티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동안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꼭 사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도 함께 사라졌나 보다.

"운동화 하나, 바르간 하나를 사기 위해 이렇게 정성이라니. 귀여운 녀석들!"

신발을 사서 기분이 좋아진 보바와 주변 한식당으로 간다.

"보바, 한식당에서 밤을 먹고 옆에 빅토르 초이 벽화를 보러 가자."

첼니를 떠나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보바나 이글, 안드레에게 한 번쯤 한국 음식을 사주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근처의 한국 식당은 러시아 스타일로 현지화가 된 느낌이라 보바가 먹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조금 빈약해 보이는 구성이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식당 근처에 있는 초이의 벽화를 보고, 벽화에 낙서 흔적들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보바가 더 화를 낸다.

"멍청이들!"

"그러게, 러시아 젊은이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을 뮤지션인데."

"사비, 데니스에게 사진을 보내서 보정을 하자. 데니스는 사진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어, 그런 것은 나도 할 수 있어."

러시아에 대해, 초이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된다.

"사비, 이제 어디를 가?"

지도를 보니 근처에 카잔 성당이 있다. 보바의 신발을 샀던 곳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앙구 지역인데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처람 느껴진다.

"보, 버스 타고 가자."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두 번의 환승을 하던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할 것 같은데, 보바는 지하철이 좋다고 한다.

"버스, 타!"

버스 요금을 받는 승무원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다.

카잔 상당이 있는 곳에서 하차하고.

성당의 외부를 구경한다.

타원 형태로 넓게 돌아가는 성당의 모습이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동안 보바는 신발을 샀던 곳 근처의 은행에 가야 한다고 한다.

"아들에게 돈을 보내줘야 해."

"그래."

다시 버스를 타고 중앙구로 되돌아간다. 구글맵으로 은행을 찾아 보바를 안내하고, 타타르스탄의 지방은행에서 보바는 필요한 일을 본다.

"핸드폰 앱으로 몇 초면 가능한 은행 업무인데."

은행에서 송금을 끝내고 보바는 아이폰의 부품들을 사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어디에 있는데?"

보바가 보여준 지도는 카잔성당 근처다.

"야!"

부품 가게가 7시에 영업을 끝내는지 서둘러 가야 한다며 미안해하는 보바, 두 개의 버스 정류장 거리를 걸어 가게를 찾아가고 핸드폰과 잡화들을 파는 커다란 상가 골목에서 보바는 서둘러 뛰어간다.

"그래, 먼저 가."

조금씩 피곤함이 물려와 천천히 걷다 보니 상가들이 이어지는 곳에서 보바는 보이질 않는다.

한참 후 전화를 한 보바는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물어본다.

"어디인지 내가 알겠니? 너의 현재 위치 지도를 보내줘."

내가 보바를 찾는 것이 쉬울 것 같아 현재 위치를 보내달라고 하니,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좌표를 보내준다.

"고맙다. 모스부호가 아닌 게 어디냐!"

보바가 알러준 좌표는 엉뚱한 곳이다. 재래 시장의 한가운데로 길을 안내하고, 영업이 끝난 재래시장에는 쥐들이 돌아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따라 좌표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없다. 보바에게 계속 전화가 오고, 보바는 어디인지를 계속 묻는다. 네트워크가 좋지 않아 끊기는 통화음에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다.

"끊어줘. 내가 찾아갈게."

골목들을 되돌아와 상가의 도로변에 도착하자 보바는 그제서야 지도의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이 올드맨들!"

저녁이 되고, 8시가 가까워지니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

"보바, 지도로 위치를 알려줘야지."

연신 미안하다는 보바, 보바에게 짜증이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단지 피곤함 때문에 지쳐간다.

저렴한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자는 보바는 중앙구에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20분 정도를 더 걸을 수는 없다.

"거기는 너무 멀어."

주변의 카페를 몇 군데 찾아보다 숙소 근처로 돌아가자고 보바에게 말한다.

"보바, 버스 타고 가자."
 
이상하게 러시아 친구를 데리고, 러시아 시내를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숙소 근처에 내린 보바는 친구 알렉산드르가 곧 도착한다며, 저렴한 카페를 찾는다.

"그래, 난 맥주가 먹고 싶네. 자전거를 100km 타는 것보다 더 힘든 하루야."

카페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새로 사온 부품으로 핸드폰을 수리한다.

"보바, 러시아에는 맥주도 있고, 신발도 있고, 아이폰도 있는데 예쁜 여자는 어디에 있니?"

조금 후 알렉산드르가 오고, 맥주 두 잔과 알렉산드르의 휴대용 술을 몇 모금 마시니 취기가 올라온다.

내일 알렉산드르가 푸시킨의 공원들을 안내해 준다며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내일 근무를 해야 하는 보바는 아침 8시에 만나자고 하고, 너무 피곤하여 나는 10시쯤 보자고 하니 알렉산드르가 오후에는 아이를 돌봐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 8시에 봐."

"아, 이 녀석들을 만나면 좋기는 한데, 왜 이렇게 피곤해지는 거야."

나의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것이 친구라고 하던가.

"보바, 넌 참 복도 없다. 나와 같은 친구를 만났으니 말이다."

피곤함과 함께 텅 빈 공허감이 밀려온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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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8일 / 맑음 ・ 12도
코르차니-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시 중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070Km
이동시간
5시간 38분
누적시간
1,299시간

E20
E20
61Km / 2시간 53분
36Km / 2시간 45분
코르차니
시경계
상트페테
 
 
4,1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는 아침이 되어 멈추었다. 이제 밤이 되면 비가 내리는 날씨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자료들을 정리하다 한국의 불합리한 상황에 버럭 화가 치민다.

"미친 세상 같지만.. 언제나 이런 상황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걸어왔잖아. 힘내라!"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한다. 이글이 사주었던 오트밀은 아쉽게도 슈퍼마켓에서 찾질 못했다.

10시 40분, 늦은 출발이지만 바람도 없고 괜찮은 날씨다. 9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이다.

"네 번의 라이딩으로 끝내자. 4시 정도!"

천천히 워밍업을 하고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러시아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궁금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권에 가까운, 바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첫 번째 라이딩으로 3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 간다. 하늘이 맑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맑음을 주는 거야?"

작은 나무집의 도로변 마을들이 짧은 간격으로 나타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로 공사 중인 구간도 나타난다.

차량의 통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편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의 도로에 너무나 익숙하다.

마을들과 작은 언덕들을 지나고.

두 번째 라이딩이 끝나기 전, 6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지나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심까지 30km가 남았다.

"외곽부터 느낌 좋아!"

이상한 모양의 도시 구조 그리고 무질서한 낙서처럼 이어진 도로들, 비좁은 도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혼잡하고 어렵다.

많은 도시들과 대도시를 지나쳐왔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외곽 도시의 도로는 그중 최악인 것 같다.

여러 번의 지도 확인을 거치며 도로를 따라왔지만 구글맵은 고속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방심했군."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빨리 인터체인지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갓길이 넓어서 편하기는 한데, 단속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교차로를 앞두고 길을 확인하는 동안 차량 한 대가 정차하며 뭔가를 제재한다.

"느낌이 안 좋더라."

도로 순찰대로 보이는 남자는 제복을 입었지만 경찰이나 군인의 복장은 아니다.

어딘가 전화를 하며 나와 여권을 사진촬영한다. 위압적이지도 않았고,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을 모를 수도 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한참 후 다른 차량이 오고,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오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알려주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은 유료도로이다. 일반 도로로 가야 한다."

"알고 있다. 저기 보이는 도로로 벗어나려고 했다."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인터체인지를 조금 지나 차에서 내린 두 남자는 자전거를 들어 가드레일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떠나버린다.

"땡큐, 스바시바."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 일반 도로로 가려니 작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다.

"에쉬, 너네들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앞은 하천, 뒤편은 도로의 가드레일로 막혀 진퇴양난이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미끄러운 하천의 언덕 너머로 하나둘씩 옮겨놓는다.

"아고, 힘 빠져!"

한 시간의 방황으로 4시가 넘어간다.

"젠장, 이제 배까지 고프네."

11km 정도가 남았던 거리를 일반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석조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나고.

수로와 같은 작은 강들을 지나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모스크바의 수로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낭만적이다.

"멋지다. 멋져!"

일차 목적지인 겨울 궁전을 찾아간다.

첨탑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멋진 건물이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이다.

공립 도서관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감상하고.

맞은편에 들어선 브론즈 호스맨의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아가겠네."

여기저기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이게 겨울 궁전인가? 시시한데!"

강변에 앉아 보바와 연락을 하고, 근처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역시 대도시에 들어오니 호스텔 비용이 저렴하다.

"춥고 배고프다. 일단 숙소로 가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로 가는 길, 성 이사악 성단에 조명이 켜진다.

발길이 제자리에 멈춰진다.

"원더풀!"

숙소 건너편에 노란색 조명의 건물이 예쁘다.

"네가 겨울 궁전이냐?"

지도를 확인하니 겨울 궁전은 한 블럭 측면에 있고, 분수 주변의 벤치에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건물은 해군본부 건물이다.

"아니 왜? 이렇게 예쁘게."

"저기 맞은편에 겨울 궁전이 있다는 말이지?"


"일단 숙소로."

해군본부의 정면에 숙소가 바로 있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

숙소 발견.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길 건너편에 한식당이 있다.

"엄마네."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태극기가 보인다.

"가까워서 좋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삼겹살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찬물을 담은 물병을 가져다준다.

"역시, 냉수부터 나와야지. 제대로네."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쌈을 하고, 삼겹살의 양에 실망했지만 밑반찬 등의 맛이 한국에서의 음식과 똑같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들어가니 입술이 따갑고, 몸에서 열이 나지만 너무나 좋다.

"아, 좋다! 이틀은 굶어야지."

저녁 늦게 보바가 숙소로 찾아왔다. 너무 반가운 친구, 저녁을 먹지 않은 보바와 맥도날드에 가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한다.

보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바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보바의 친구 알렉산드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주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7일 / 흐림 ・ 10도
시니매에-나르바-러시아 킨기세프-코르차니
에스토니아 러시아의 국경을 넘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세 번째 러시아의 여행, 상트 페테르부르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88Km
누적거리
17,97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293시간

E20
E20
28Km / 2시간 40분
60Km / 3시간 43분
시니메에
국경
코르차니
4,09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서 좋다. 에스토니아 국경 도시 나르바가 가까이 있어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서두른다.

구글맵으로 보이는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은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성들의 유적이 있다. 나르바 요새와 이반고로드 요새.

"국경을 넘기 전 구경 좀 하고 갈까."

9시 40분, 나르바로 향한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나르바의 경계에 도착하고.

시의 중심을 향해 들어간다.

"오, 맥도날드!"

나르바는 작은 도시지만 대형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아침 겸 점심, 포장도 하나 해서 갈까?"

자동화 기기로 쉽게 주문을 하고, 늘 똑같은 메뉴인데 탈린보다 저렴하다.

프리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업로드하고, 음원이나 방송들을 다운로드한다.

지도를 확인하며 나르바 요새가 있는 공원의 산책로로 찾아간다. 작은 나르바강을 사이에 두고 나르바 요새와 이반고로드 요새가 마주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반고로드 요새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보아왔던 러시아 연방의 아름다운 성들과 달리 지금도 전투를 치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아주 작은 나르바강을 서로 마주하고 있는 두 성의 모습을 보니 궁금증이 일어난다.

"어떻게 서로 싸운 거야?"

얼마나 중요한 것을 지키려고 이렇게 높은 것들을 쌓고 싸웠을까 싶다.

에스토니아의 나르바 요새는 강변으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되어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이반고로드 요새 쪽에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강변에서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작은 차이지만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문화적 차이가 느껴진다.

두 요새는 전쟁으로 많은 부분이 파괴되고 다시 복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의 다리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공원을 둘러본다.

국경을 도보로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있으니 서로 왕래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공원의 산책로가 조성된 에스토니아 방면과.

자연스러운 강변을 따라 들어선 강변마을에 러시아의 풍경이 대비된다.

강변의 산책로를 돌아 요새 위의 공원으로 올라간다.

나르바강과 두 요새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국경을 넘을까."

공원을 돌아 국경 검문소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차량의 통행보다 도보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에스토니아 국경 검문소의 측면으로 나르바 요새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성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복원된 성탑 이외에 아무런 건물이 없다.

차량들이 들어가는 검문소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여자 담당자가 다가와 사람들이 드나드는 측면 사무실로 들어가라며 안내를 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오라고 한다.

사무실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심사를 마친 후 러시아로 넘어간다며 안내를 하고, 출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특별한 질문도, 짐을 검사하는 작업도 없이 신분 확인 후 바로 끝이 난다.


자전거를 끌고 사무실을 나와 인도를 따라 나르바강의 다리를 넘는다.

"왠지 러시아 쪽은 색깔도 칙칙하네."

자전거를 끌고 국경 사무실까지 이동했지만 자동문 시스템이던 에스토니아의 사무실과 달리 러시아의 사무실은 좁고 복잡하다.

"여기로 가는 것 맞아?"

잠시 대기를 하다 통로를 되돌아가던 중 자전거를 끌고 오던 할머니가 사무실 방향으로 가라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순서를 기다려 문과 검문대를 지나 입국심사를 한다. 다른 러시아 국경처럼 입출국 카드도 작성하지 않고, 여권을 확인하던 심사관은 투어리스트인지를 묻고 정보가 입력된 출입국 카드를 주며 서명만을 요청한다.

"오, 자동화! 60일이나 주네."

출입국 카드에 60일의 체류 기간이 찍혀있다. 간단한 짐 검사가 끝나고 입국 절차가 끝났다.

"러시아, 어색하게 왜 이래?"

차량들이 드나드는 도로와 분리된 인도를 따라 러시아의 국경 마을 이반고로드로 이동한다.

도시의 나르바와 달리 이반고로드의 모습은 작은 시골 마을처럼 느껴진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우산 비상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들리고.

데이터를 충전하기 위해 MTC 매장으로 찾아간다.

"데이터를 충전하고 싶어요. 데이터. 인터넷. 발란스."

발란스라는 단어에 남자 직원은 반응을 하고 종이에 216루블을 적어준다.

"인터넷 언리미팃?"

데이터 무제한이 아니라며 300루블을 추가하라는 번역기를 보여준다. 러시아의 데이터 요금제는 정말 모르겠다.

"새 유심칩을 살게요."

우파에서 구매했던 500루블의 요금제를 가리키며 무제한 상품이 맞는지 확인을 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800루블을 달라고 한다.

"이놈이 어디서 사기를 쳐!"

바로 가게를 나와 주변의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간다.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요금을 묻고, 40기가 상품을 350루블에 구매를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개의 유심칩을 받고 핸드폰을 개통한다.

"비상식만 사면 끝인가."

슈퍼마켓에서 잼과 라면 등을 사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한다.

"역시 러시아가 저렴하군."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150km.

2시 반, 이반고로드를 벗어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보바와 이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나 러시아에 왔어."

나르바를 구경하고, 국경을 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

"50km만 갈까?"

익숙해진 러시아의 도로를 달리고.

허기가 시작된다.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하군."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다.

"아 배고파. 힘이 없다."

러시아의 나무집들은 참 좋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오렌지빛 석양이 물들고 있다.

"정말 오랜만이다. 너!"

"밥값은 했고,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이곳의 도로변은 소나무나 자작나무의 숲이 아니라 야영을 하기에 마땅치 않다.

야영 장소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고.

붉게 떨어지는 석양빛이 아쉽다.

"텐트를 치고 감상을 해야 했는데."

"오늘은 밀밭에 텐트를 쳐야겠다."

도로변의 밀밭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어두워지기 전 서둘러 텐트를 친다.

"나름 괜찮네."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90km가 남았다. 러시아 속의 유럽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궁금하고, 친구가 그립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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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6일 / 비 ・ 12도
할자라-여흐비-시니매에
에스토니아와 러시아의 국경이 있는 나르바를 향해서 간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가 싫다.


이동거리
104Km
누적거리
17,885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287시간

E20
E20
75Km / 5시간 50분
29Km / 49분
할자라
여흐비
시니메에
 
 
449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기가, 1.96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쉥겐우선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8시 30분, 부슬부슬 내리던 이슬비가 그치고, 회색빛 하늘에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123km? 왜 거리가 늘었지?"

110km 정도 생각했던 나르바까지의 거리가 10km나 더 남았다.

안개비가 내려앉은 날, 바람이 생각보다 강하다.

"어떻게 서쪽으로 가면 서풍이고, 동쪽으로 가면 동풍이 불어오냐!"

평속 10km 정도의 속도로 바람을 맞으며 달려간다.

해변과 맞닿은 곳에서 바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날이 흐려 그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춥다. 추워!"

어느덧 2시, 겨우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 식당으로 들어간다.

따듯한 식당의 실내가 좋다.

"난감하군."

첫 번째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돈까스 메뉴를 추천해 준다.

빵과 함께 샐러드 위에 올려진 돈까스가 나온다. 그럭저럭 양이 많고 괜찮은 맛이다.

3시, 나르바까지 70km가 남았다.

"세 시간 동안 70km는 너무 먼데."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하고, 안개비는 더욱 짙어진다.

여흐비를 지나며 도로의 상태도 좋아지고, 도로는 익숙한 나무숲의 도로가 이어진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바람이 사그라든다.

5시, 30km가 남았다.

"한 시간 반은 걸리겠는데. 시간이 애매하다."

국경까지 이동할 수 있는 거리지만 해가 떨어진 도로를 달리는 것도 위험하고, 국경을 넘느라 소요될 시간을 생각하니 시간이 너무 늦다.

"내일 아침에 러시아로 가자. 국경의 나르바도 천천히 구경하고."

도로가 지나가는 작은 타운의 쇼핑몰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국경 방향으로 이동하며 캠핑을 할 장소를 찾는다.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의 도로변 언덕 위에 자리를 잡는다.

"비만 오지 말았으면."

침엽수 사이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정말 이런 날씨는 싫다. 우중충한 하늘에 어떻게 100km를 달려왔는지 모를 정도로 지겨운 라이딩이었다.

"다시 러시아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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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5일 / 흐림 ・ 10도
탈린-할자라
털린을 떠나 러시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비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가 계속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7,781Km
이동시간
5시간 58분
누적시간
1,1280시간

E20
E20
13Km / 1시간 45분
84Km / 4시간 13분
탈린
시계
할자라
 
 
345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여행안전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30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기가, 1.96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쉥겐우선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새벽이 되어서야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8시가 넘어서 잠이 깨고, 9시가 가까워 오지만 밖은 어둡다.

"일출 시간이 이렇게 느린가?"

회색빛 하늘, 오늘은 비 예보가 없는 날이다.

짐들을 챙기고 탈린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이틀 밤을 보냈지만 왠지 아주 오랫동안 머물다 떠나는 느낌이다.

"일단 우체국에 들리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채우면 끝인가?"

처음 찾아간 쇼핑몰의 우체국은 사무실이 없고 뭔가가 이상하다.

"뭐야? 개인 사서함들인가?"

"시내를 빠져나가자."

작은 규모의 도시라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수월하다.

시 외곽에 있던 또 다른 한식당을 찾아서 간다.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도착한 ANNON은 탈린의 외곽 작은 타운에 있는 식당이다.

가게가 오픈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동양인 외모의 할아버지가 카운터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인이신가?"

할아버지는 주문을 하라는 제스처를 하지만 한국말을 못 하는 것 같다. 메뉴판을 보며 난감해 하고 있으니 주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메뉴들을 설명해 준다.

"배가 많이 고파서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밥 있어요?"

"김치하고 된장국이 있어요."

메뉴들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물어보다 돼지고기라는 발음을 어렵게 하시길래 제육볶음 같은 것으로 짐작했다.

"아주 매운 거, 좋아요?"

"좋죠. 그럼, 김치하고 된장국 그리고 돼지고기 주세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플롭을 한 그릇 주문할까 생각하다 참는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이 가득 담겨서 나오고, 양념이 붉지 않은 배추김치와 생선 식혜 같은 것을 함께 내어준다.

"이거 생선.. 뭐라고 하지? 잊어버렸네."

"식혜요."

"아, 식혜"

할머니는 웃으시며 생선 식혜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이 얼마 만이냐?"

다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고소한 밥 냄새에 참을 수 없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생선 식혜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다."

매콤한 생선 식혜에 따듯한 쌀밥,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도 시원하고 맛이 제대로다.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네."

식혜와 김치로 정신없이 밥을 먹는 동안 돼지고기 메뉴가 나오고, 푸짐한 양과 맛이 정말 좋다.

잠시 후 된장국이 나온다.

"아, 이것도 주문했지."

집밥 같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된장국을 주문한 것도 잊고 있었다.

"약간 독특한데."

할머니의 된장국은 현지화된 완벽한 퓨전요리처럼 그 맛이 일품이다.

"야, 이거 대박이다."

김치와 쇠고기, 야채들을 넣고 끊은 된장국은 러시아의 수프에 가깝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맛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 현지인,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가봤지만 현지화된 음식들은 뭔가 발란스가 맞지 않거나 특색을 잃어버린 음식들이었다.

"완벽하다."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느낌이다.

"역시 쌀밥은 머슴밥이 최고야!"

"아, 이 풍만한 행복감이란."

탈린 시내에 있었으면 삼시 세끼를 찾아가 먹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인 듯 작은 식당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출발을 하려고 하자 주방의 유리창 너머로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쇼핑몰을 찾아 출발한다.

맵스미를 이용하여 러시아로 향하는 1번 메인 도로를 들어서기 전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일단 우체국 먼저."

번호표를 뽑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로 엽서를 보낸다.

"다음은 데이터 충전."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가 1기가를 충전하고, 여직원이 다른 상품을 추천했지만 이틀만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많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Rimi 슈퍼로 들어가서 비상식량."

확실하게 물가가 비싸니 선뜻 손이 안 간다. 저렴한 편인 식빵과 요거트, 잼을 사고.

훈제 닭다리와 함께 손을 떨며 500ml 하이네켄 한 캔을 사 들었다.

"1.19유로면 1,500원이 넘네. 러시아에서 천 원도 안 하는데."

"이건 할부인가? 한국이랑 비슷해. 비싸!"

1시 50분, 러시아로 가는 메인 도로에 들어선다.

"아, 많이 늦었네."

국경이 있는 나르바까지 200km의 거리,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동쪽을 향해 달려간다.

"설마, 오늘만 이상하게 서풍이 안 불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서풍이 약하게 불어주니 페달링이 가볍다.

그동안의 길들과 달리 갓길은 너무나도 넓고, 주변의 풍경은 숲이 아니라 평야에 가깝다.

쭉쭉 뻗은 평지의 길을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벌써 3신데, 34km 밖에 못 왔네."

"조금 달려볼까!"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려 40km를 줄이고, 다시 20km를 삭제한다.

라크베레 근처에서부터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고.

6시, 공사 구간을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가고, 해는 떨어진다.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교각 밑에서 텐트를 칠까? 시끄럽겠지!"

해가 떨어져 야영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어두운 숲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도로변 주변의 적당한 곳을 찾고.

"그냥 오늘은 대놓고 캠핑이다."

도로변의 언덕 위에 텐트를 설치한다. 이슬비가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아, 지겨운 비. 또 내리냐!"

국경까지 120km가 남았다. 내일 저녁까지 이동해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캠핑을 할 생각이다.

"쉥겐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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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64일 / 흐림
탈린
탈린의 구시가지와 항구를 산책한다. 과거의 화려함보다는 아늑한 매력이 있는 도시다.


이동거리
7Km
누적거리
17,684Km
이동시간
1시간 43분
누적시간
1,274시간

 
올드타운
 
야경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탈린
 
탈린
 
탈린
 
 
248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에스토니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기가, 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침대 밖이 위험하다.

식당으로 내려가 계란으로 아침을 한다.

"하루에 계란 한 알 먹기가 이렇게 힘들다."

"대충 아메리칸 스타일로는 세 접시쯤 비워야 하나보다."

오후가 되어 산책을 나간다.

"오늘은 이쪽으로 가 볼까?"

주머니 속에 있던 육포로 녀석을 유혹하고.

"도도한 녀석이군. 거래를 알아."

탈린 시청의 광장으로 내려간다.

광장을 둘러싸고 카페들의 테이블이 놓여있다.

"골목으로."

작은 교회가 보이고.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입구에서 엽서 세 장을 사고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유료인지 무료인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제재를 하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교회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졸음이 밀려온다.

"확실히 교회하고는 뭔가가 안 맞나 봐."

골목을 돌다 보니 다시 시청 광장이 나온다.

방향을 잡고 작은 건물들의 사잇길로 들어가.

"손 놔라."

성벽 사이 촘촘하고 좁은 골목을 지난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내 머릿속에는 중세 유럽의 풍경이 없다.

발길이 닿는 대로 항구 쪽을 향해서 걷는다.

리가의 삼형제 건물처럼 뭔가 비대칭적이고 심플하면서 매력이 있는 건물이다.

골목의 지하에는 선물가게들이 많다. 괜히 계단을 내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북쪽 끝의 성벽으로 나온다.

성의 모습이 온전하게 남아있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항구를 향해 공원을 걸어가고.

낡은 항구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새로 들어선 신항에는 커다란 여객선이 정박해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헬싱키로 가는 페리를 탔을 것이다.

"트램을 타봐야 하는데."

구시가지를 걸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맥도날드로 간다.

지하로 내려가 아낀 트램의 차비로 자석도 하나 사고.

맥도날드, 역시 라트비아보다 비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네트워크가 끊긴다.

"벌써 1기가를 다 쓴 거야?"

혹시나 데이터를 열고 업로드나 다운로드를 할까 봐 확인하며 사용을 했는데, 문제는 CBS 라디오가 제법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다.

국경까지 200km가 남았는데, 내일 충전을 해야겠다.

"야경은 틀렸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봐야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보바와 메시지를 교환하고.

"그래도 한 번 가 볼까?"

비가 내리는 밖으로 걸어나간다.

정교회를 지나.

코투오차 전망대로 간다.

"에이, 어젯밤에 올 것을 그랬다."

회색빛의 구름과 굵게 내리는 빗줄기가 은은한 조명의 빛들을 모두 흡수해 바리는 것 같다.

"비만 안 내려도 멋지겠네."

전망대를 구경하고.


교회를 되돌아.

숙소로 돌아온다. 길지 않은 산책길인데 옷이 흠뻑 젖어버린다.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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