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65일 / 흐림 ・ 10도
탈린-할자라
털린을 떠나 러시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비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가 계속된다.
새벽이 되어서야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며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일출 시간이 이렇게 느린가?"
시 외곽에 있던 또 다른 한식당을 찾아서 간다. 인터체인지를 지나쳐 버리는 바람에 길을 되돌아가야 했다.
어렵게 도착한 도착한 ANNON은 탈린의 외곽 작은 타운에 있는 식당이다.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약간 어눌한 발음의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메뉴들을 설명해 준다.
"김치하고 된장국이 있어요."
메뉴들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물어보다 돼지고기라는 발음을 어렵게 하시길래 제육볶음 같은 것으로 짐작했다.
"아주 매운 거, 좋아요?"
"좋죠. 그럼, 김치하고 된장국 그리고 돼지고기 주세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플롭을 한 그릇 주문할까 생각하다 참는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흰쌀밥이 가득 담겨서 나오고, 양념이 붉지 않은 배추김치와 생선 식혜 같은 것을 함께 내어준다.
"이거 생선.. 뭐라고 하지? 잊어버렸네."
"식혜요."
"아, 식혜"
할머니는 웃으시며 생선 식혜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다.
다른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고소한 밥 냄새에 참을 수 없다. 크게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생선 식혜를 집어 들었다.
"아, 맛있다."
매콤한 생선 식혜에 따듯한 쌀밥, 황홀하다. 아삭한 김치도 시원하고 맛이 제대로다.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네."
"아, 이것도 주문했지."
집밥 같은 음식들을 먹다 보니 된장국을 주문한 것도 잊고 있었다.
"약간 독특한데."
할머니의 된장국은 현지화된 완벽한 퓨전요리처럼 그 맛이 일품이다.
"야, 이거 대박이다."
김치와 쇠고기, 야채들을 넣고 끊은 된장국은 러시아의 수프에 가깝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맛처럼 느껴진다.
여행을 하며 한국 사람, 현지인,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모두 가봤지만 현지화된 음식들은 뭔가 발란스가 맞지 않거나 특색을 잃어버린 음식들이었다.
"완벽하다."
"역시 쌀밥은 머슴밥이 최고야!"
"아, 이 풍만한 행복감이란."
탈린 시내에 있었으면 삼시 세끼를 찾아가 먹었을 것 같다.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한다. 현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인 듯 작은 식당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온다.
출발을 하려고 하자 주방의 유리창 너머로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흔든다.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쇼핑몰을 찾아 출발한다.
텔레2 매장으로 들어가 1기가를 충전하고, 여직원이 다른 상품을 추천했지만 이틀만 사용하면 되니 용량이 많을 필요가 없다.
확실하게 물가가 비싸니 선뜻 손이 안 간다. 저렴한 편인 식빵과 요거트, 잼을 사고.
훈제 닭다리와 함께 손을 떨며 500ml 하이네켄 한 캔을 사 들었다.
"1.19유로면 1,500원이 넘네. 러시아에서 천 원도 안 하는데."
"아, 많이 늦었네."
"설마, 오늘만 이상하게 서풍이 안 불어오는 것은 아니겠지?"
"벌써 3신데, 34km 밖에 못 왔네."
쉼 없이 두 시간을 달려 40km를 줄이고, 다시 20km를 삭제한다.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교각 밑에서 텐트를 칠까? 시끄럽겠지!"
"아, 지겨운 비. 또 내리냐!"
"쉥겐기간을 하루라도 아껴야지."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에스토니아(19.10.16~1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6. 실라매에, 러시아의 국경을 향해 달리다. 2019.10.22 (0) | 2019.10.23 |
---|---|
#264. 올드타운과 야경, 비 오는 날의 탈린. 2019.10.20 (0) | 2019.10.20 |
#263. 톰페아 언덕, 탈린에 도착하다. 2019.10.19 (0) | 2019.10.20 |
#262. 축축한 안개비, 탈린으로 향하다. 2019.10.18 (0) | 2019.10.20 |
#261. 발트해의 가을, 에스토니아에 도착하다. 2019.10.17 (0) | 2019.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