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0일 / 흐림
만저로크-고르노 알타이스크
만저로크 카툰강변에서이 캠핑을 끝내고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코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풍경이 궁금하다.
두 번째, 씻어야 한다.
세 번째, 고기가 먹고 싶다.
예브게니 아저씨가 준 러시아 군대의 비상식량 박스를 뜯고 내용물들을 나눠 담는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많은 비상식량들이 한가득 쏟아진다.
"우리랑은 차원이 다른데!"
"안전하게 즐거운 여행을 해라. 응원한다!"
잠시 후 예브게니 아저씨의 옆에서 캠핑을 하던 유리 아저씨와 아이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무언가 말을 하면서 영상까지 부지런히 담아 간다.
"유리 아저씨, 유튜버인가?"
그 모습을 보던 예브게니 아저씨는 아쉬운 듯 다시 사진을 찍자며 다가온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하하하."
이틀 전, 예브게니의 손자에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는지 물었을 때 러시아의 SNS라며 주황색 아이콘의 앱을 보여줬다.
"예브게니, 러시아 SNS 보여줘 봐요."
앱을 다운로드해 설치할 시간은 없고 SNS 앱의 이름을 찍어둔다.
"읒? 우리나라 몹쓸 저축은행을 가장한 사채금융 아냐!"
OK는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SNS 어플이다.
"예브게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연락을 할게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중국의 위챗, 몽골의 페이스북 그리고 러시아의 OK까지 세계의 SNS를 모두 섭렵해야 하는 모양이다.
"이럴 땐 과거의 엽서나 편지가 훨씬 좋았겠어."
알타이 지역에서는 벌꿀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많다.
"얼마 만에 만난 갓길이냐!"
한두 차례 긴 오르막을 오르고.
고르노 알타이스트와 노보시비르스크로 나뉘는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이 근처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450km 정도의 거리니 4~5일이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정확한 경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보시비르스크와 옴스크를 거쳐 길게 러시아를 둘러볼지 아니면 바르나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들어갈지 결정을 못한 상태다.
Sportmaster, 종합 스포츠 용품을 파는 괜찮은 쇼핑몰이 검색된다.
"일단, 이곳으로 가자."
"어떤 도시일까?"
알타이 공화국의 수도인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초입은 초라한 느낌이다.
도로변의 낡은 건물들, 낡은 버스와 혼잡하고 좁은 도로 그리고 푸른 산과 산 위로 들어선 예쁜 나무 집들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조화롭게 들어선 소도시의 풍경이다.
러시아의 석조 건물이나 웅장한 규모의 오래된 건축물은 전혀 보이질 않고, 복잡한 차량들의 움직임만이 어지럽다.
도시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작은 공원을 발견했다. 중앙에 놓인 기념탑을 배경으로 1941, 1945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의 참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듯싶다.
중국의 추모 공원처럼 도심의 한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게 느껴진다.
"자전거 매장은 찾았고, 숙소를 찾아볼까?"
핸드폰의 밝기를 낮추며 빠르게 검색을 해보지만 고르노 알타이의 숙박료는 터무니가 없다.
아파트형 숙소, 일반 호텔, 펜션형 등 다양한 호텔이 있지만 모두가 40,000원 언저리의 가격들이다.
"미쳤다! 일단 튜브부터 해결하자."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보관을 부탁한 후 스포츠마스터 건물에 들어갔지만 매장이 보이질 않는다.
커피를 파는 어린 여자에게 질문을 하니 무조건 모른다며 고개를 흔들고, 1~3층까지 올라갔지만 찾을 수가 없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작은 소품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지하에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지하 1층의 스포츠 매장의 자전거 코너는 아주 작다. 엠티비 사이즈의 튜브만 전시되어 있고 로드용 튜브는 없다.
휴대용 튜브 패치만을 사들고 스포츠마스터를 빠져나온다.
"일단, 이것으로 그럭저럭 해결하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핸드폰의 배터리는 15% 이하로 떨어진다.
"식당에 가서 핸드폰 충전부터 할까?"
지나왔던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초입에 500루블짜리 게스트하우스가 두 군데 검색이 되지만 4km를 되돌아가야 한다.
초입의 주변에는 식당이나 슈퍼가 보이질 않아 이동이 망설여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첫 번째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는 트립닷컴에 서 검색을 한 숙소다. 도로를 벗어나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숙소는 조용하다.
어두운 실내를 들어가 한 아주머니에게 잠을 잘 수 있는지 묻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흔들며 안된다고 한다.
"젠장!"
10% 이하로 떨어진 핸드폰으로 지도를 봐가며 느낌대로 찾아간 골목 안쪽에서 한 남자가 아파트를 가리킨다.
"게스트 하우스 느낌 난다."
"와우! 즈드랏스 부이졔."
밝게 인사를 하고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다. 컬러풀한 벽면에 작은 소품들이 인테리어 된 깨끗한 숙소다.
중년의 아주머니와 어렵게 대화를 하는 사이 백발의 마른 남자가 다가와 영어를 하는지 묻는다.
남자의 도움으로 체크인을 쉽게하고 500루블의 4인실 도미토리 방을 잡는다.
그리고 안드레는 식당, 화장실, 샤워장 등등 숙소 곳곳을 안내해 준다.
"게스트 하우스 직원인가? 그냥 여행자인가?"
"배 안 고파?"
"어, 죽을 거 같아."
"내가 좋은 식당을 알려줄게. 비싸지 않고 좋아. 같이 가자."
"그래? 좋아."
여행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며 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안드레 몇 살이야?"
"48."
"어, 나는 46."
"뭐, 46나 48 비슷하네."
"뭐, 그렇네."
48의 안드레 71년생이고, 나는 만으로 44이니 사실은 세 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위아래 열 살은 친구다!"
공원을 다시 지나 도착한 음식점은 배식형태의 식당이다. 아마도 혼자 이곳에 왔다면 꽤나 난감했을 듯하다.
"고기! 고기를 줘!"
고기에 한없이 집착을 하는 나를, 실없는 사람을 쳐다보듯 안드레는 웃으며 쳐다본다.
"수프, 수프에 고기 많이 들어있어!"
"어, 그건 그거고. 비프, 램, 포크, 치킨 앤..."
"안드레, 저것을 주문해!"
러시아 수프와 커다란 치킨을 주문해서 정신없이 흡입을 시작한다.
"뭔가 많이 아쉽지만 참자!"
보일러실에 있는 빨래걸이에 말려두고.
슈퍼에서 사랑하는 레츠비를 발견한다. 몽골의 레츠비와는 다르게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닌 러시아의 글자들이 적혀있다.
"좋아!"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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