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7일 / 맑음
쉐발리노-만져로크
비에 젖은 들꽃들의 꽃내임이 싱그럽다.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향하는 길, 가툰강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1,440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828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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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발리노
 
세마
 
만져로크
 
 
534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빗소리, 풀냄새. 비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이다.

비와 이슬 그리고 안개로 인해 텐트가 젖어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좋은 아침이야!"

싱그러운 풀과 들꽃들에게 시원한 굿모닝을 알리고.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120km 정도 남았지만 오늘은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카툰강 근처에서 캠핑을 할 것이다.

구글과 부킹닷컴으로 검색되는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숙박료가 평균 40,000 정도라 부담스럽고, 그동안의 여행기를 정리하려면 2~3일은 필요할 것 같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적당한 캠핑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오르막의 길은 없을 것 같다. 아니, 없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소박하고 예쁜 나무집들을 지나며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간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도로변 마을 간의 간격도 많이 줄어든다.

시속 20km 정도의 라이딩 속도, 한 시간을 달려 첫 번째 마을 체르가에 도착한다.

마을에 들어서며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몽골의 오초르에게 페이스북 영상 통화가 온다. 옆집에 사는 오드바야르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준 것이다.

"오초르, 러시아. 러시아라고."

항상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다.

"끊어, 오초르. 러시아라니까!"

잠시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두 번째 마을 캄라크에 이르러 더워지는 날씨에 조금씩 지쳐간다.

작은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 먹을까 생각하다 멀지 않은 곳에 오늘의 야영지로 생각했던 우스츠 세마가 있어 그대로 지나친다.

잠시 짧은 오르막이 나오고.

우스츠 세마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카툰강의 본류가 지나가는 길목의 우스츠 세마, 다시 만난 카툰강은 협곡의 모습에서 넓고 웅장한 강으로 변해있다.

작고 좁은 다리를 건너.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다.

식당을 찾으며 숨을 돌히는 동안 기념품을 팔고 있던 아저씨와 호기심이 많은듯한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레스토랑?"

인상이 좋은 아저씨에게 명함을 주며 주변의 음식점을 물어보니 바로 옆의 카페를 가리킨다.

4개의 테이블이 놓인 한산한 음식점에 들어가 친절한 아주머니와 점심 메뉴에 대해 상담하듯 질문을 하며 주문을 한다.

글자 메뉴는 무시하고 메뉴판 하단에 조그맣게 그려진 만두와 볶음밥 같은 것을 주문하고 탄산수를 달라고 한다.

"수프! 수프는 어떤 거?"

수프를 반복적으로 말하자 메뉴판에서 첫 번째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245루블? 왜 이렇게 싸지?"

100루블씩 하는 볶음밥과 만두, 탄산수, 수프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러시아에서 탄산수를 처음 마셨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난 냉수가 좋다.

보기에도 깔끔한 음식이 나온다.

"어, 수프는?"

주문했던 수프는 러시아 사람들이 마시는 홍차 같은 것이다.

"어쩐지 싸더라. 뭐 상관없고."

러시아 식당의 주문은 대략 메뉴를 고르면 빵과 음료를 추가할 것인지 묻고, 가끔은 샐러드 같은 것을 먹을 것인지 묻는 것 같다.

순식간에 비워진 접시, 아주머니에게 200루블을 건네며 같은 것을 달라고 하자 방긋 웃는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이전보다 양이 많이 담겨 나온다.

"오, 센스쟁이."

식당을 알려준 아저씨는 카페의 주인처럼 보인다. 밥을 먹고 나오자 나를 뒤따라 나오며 웃으며 말을 건넨다.

블라디미르, 웃음이 많고 쾌활한 아저씨다. 번역기로 몇 가지 질문에 대답들을 하는 사이 기분이 좋으면 악수를 청하는 아저씨는 맥주를 마실 건지를 물어본다.

"예! 예!"

아저씨가 사다 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는다. 옆에서 기념품을 파는 앞니 전체를 반짝이는 금니로 씌운 멋쟁이 할아버지는 가끔씩 농담을 던지고, 수염을 기르고 헤어밴드를 한 아저씨도 이리저리 오가며 대화에 관심을 갖는다.

"한국에 가서 블라디미르랑 사진을 찍었다고 알려줘라!"

"쟤랑도 한 번 찍어!"

우스츠 세마의 아저씨들과 즐겁게 놀고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야영지를 찾기 위해 떠난다.

너무 일찍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 탓에 고르노 알타이스크 방향으로 좀 더 가까이 가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카툰강을 따라 달리며 캠핑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눈여겨 살펴보지만 넓은 강줄기로 변하고 급류가 흐르는 강가에 야영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변의 좋은 곳에는 유료 캠핑장이나 펜션 같은 것들이 들어서 있고.

도로변에 차들이 빼곡하게 정차되어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역시나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고.

"유원지인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철교처럼 생긴 오래된 다리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싫고."

구글맵에 제법 규모가 큰 만저로크까지 가보기로 한다.

강을 따라 왼쪽으로 크게 회전을 하며 나타난 만저로크의 도로변에는 큰 마트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우선 마트에 들러 물과 음료수만을 사들고, 카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치킨이 강하게 마음을 흔들며 유혹했지만 참아야 한다.

시원하게 환타 한 병을 들이마시며 주변의 숙소나 캠핑장을 검색해 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이러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야 하는 거 아냐?"

40km 정도 거리의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일단 가 보자. 뭐라도 나오겠지."

만조로크를 500미터쯤 벗어났을 때 도로 건너편으로 캠핑을 하는 차와 텐트들이 보인다.

"오, 좋은데! 유료 캠핑장인가?"

입구에 캠핑장의 관리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유료 캠핑장은 아닌듯하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차량들 사이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여기서 캠핑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텐트를 치고 있는 가족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한다.

"유레카!"

러시아 오니 자꾸 동전들이 쌓여 주머니가 무거워진다.

"아니 왜 같은 돈을 동전과 지폐로 다 만드는 거야."

섹시하게 텐트를 설치하고.

강가에 내려가 가볍게 얼굴과 팔 등을 씻어낸다.

편안한 옷으로 환복을 하니 상의에 소금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강에서 빨까,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빨까."

"일단 저녁부터 먹자."

마트에서 치킨을 사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저녁거리는 가지고 있다.

"컵라면에 누룽지를 넣고 끓이자."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누룽지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고.

소나무 숲을 산책한다.

가늘고 길게 자란 소나무들이 멋지고, 주변의 숲도 풀과 나무가 울창한 건강한 숲이다.

"공기 좋고, 시간도 좋고."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옆에서 캠핑을 하던 아저씨가 말을 건네며 관심을 보인다.

명함을 건네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캠핑 의자를 내어주며 샐러드와 차를 대접한다.

케메로보에서 왔다는 아저씨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샐러드와 차를 먹는 사이 아저씨는 옆 텐트의 아저씨까지 불러와 대화를 하자고 한다.

톰스크에서 왔다는 60세의 아저씨는 자신의 손자라며 초등학생의 남자아이를 소개한 후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러시아에서 살고 싶어요?"

구글 번역기를 설치하더니 남자아이가 수줍게 핸드폰을 보여준다.

"러시아 여자들이 이쁘더라."

아이의 질문에 대답한 번역기를 보며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즐거운 대화가 오간 후 사진을 찍자며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언제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갈 거냐?"

"하루 정도 있다가 모레 정도 가려고 한다."

"그래, 그럼 오늘은 가서 쉬어라."

내일 정도 갈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음날 가겠다고 하니 잘 됐다는 듯이 악수를 청하며 쉬라고 한다.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타티아나, 블라디미르 그리고 캠핑장의 아저씨들까지 즐거운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좋은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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