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7일 / 맑음
쉐발리노-만져로크
비에 젖은 들꽃들의 꽃내임이 싱그럽다.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향하는 길, 가툰강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적당한 캠핑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도로변 마을 간의 간격도 많이 줄어든다.
몽골의 오초르에게 페이스북 영상 통화가 온다. 옆집에 사는 오드바야르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준 것이다.
항상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다.
"끊어, 오초르. 러시아라니까!"
카툰강의 본류가 지나가는 길목의 우스츠 세마, 다시 만난 카툰강은 협곡의 모습에서 넓고 웅장한 강으로 변해있다.
"레스토랑?"
인상이 좋은 아저씨에게 명함을 주며 주변의 음식점을 물어보니 바로 옆의 카페를 가리킨다.
"수프! 수프는 어떤 거?"
수프를 반복적으로 말하자 메뉴판에서 첫 번째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245루블? 왜 이렇게 싸지?"
100루블씩 하는 볶음밥과 만두, 탄산수, 수프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러시아에서 탄산수를 처음 마셨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난 냉수가 좋다.
"어, 수프는?"
주문했던 수프는 러시아 사람들이 마시는 홍차 같은 것이다.
"어쩐지 싸더라. 뭐 상관없고."
러시아 식당의 주문은 대략 메뉴를 고르면 빵과 음료를 추가할 것인지 묻고, 가끔은 샐러드 같은 것을 먹을 것인지 묻는 것 같다.
순식간에 비워진 접시, 아주머니에게 200루블을 건네며 같은 것을 달라고 하자 방긋 웃는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이전보다 양이 많이 담겨 나온다.
"오, 센스쟁이."
블라디미르, 웃음이 많고 쾌활한 아저씨다. 번역기로 몇 가지 질문에 대답들을 하는 사이 기분이 좋으면 악수를 청하는 아저씨는 맥주를 마실 건지를 물어본다.
"예! 예!"
"한국에 가서 블라디미르랑 사진을 찍었다고 알려줘라!"
너무 일찍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 탓에 고르노 알타이스크 방향으로 좀 더 가까이 가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강변의 좋은 곳에는 유료 캠핑장이나 펜션 같은 것들이 들어서 있고.
"유원지인가?"
구글맵에 제법 규모가 큰 만저로크까지 가보기로 한다.
강을 따라 왼쪽으로 크게 회전을 하며 나타난 만저로크의 도로변에는 큰 마트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우선 마트에 들러 물과 음료수만을 사들고, 카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치킨이 강하게 마음을 흔들며 유혹했지만 참아야 한다.
"이러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야 하는 거 아냐?"
40km 정도 거리의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만조로크를 500미터쯤 벗어났을 때 도로 건너편으로 캠핑을 하는 차와 텐트들이 보인다.
"오, 좋은데! 유료 캠핑장인가?"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차량들 사이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여기서 캠핑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텐트를 치고 있는 가족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한다.
"유레카!"
"아니 왜 같은 돈을 동전과 지폐로 다 만드는 거야."
강가에 내려가 가볍게 얼굴과 팔 등을 씻어낸다.
"강에서 빨까,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빨까."
마트에서 치킨을 사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저녁거리는 가지고 있다.
소나무 숲을 산책한다.
명함을 건네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캠핑 의자를 내어주며 샐러드와 차를 대접한다.
케메로보에서 왔다는 아저씨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샐러드와 차를 먹는 사이 아저씨는 옆 텐트의 아저씨까지 불러와 대화를 하자고 한다.
톰스크에서 왔다는 60세의 아저씨는 자신의 손자라며 초등학생의 남자아이를 소개한 후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러시아에서 살고 싶어요?"
구글 번역기를 설치하더니 남자아이가 수줍게 핸드폰을 보여준다.
"러시아 여자들이 이쁘더라."
아이의 질문에 대답한 번역기를 보며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즐거운 대화가 오간 후 사진을 찍자며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언제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갈 거냐?"
"하루 정도 있다가 모레 정도 가려고 한다."
"그래, 그럼 오늘은 가서 쉬어라."
내일 정도 갈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음날 가겠다고 하니 잘 됐다는 듯이 악수를 청하며 쉬라고 한다.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좋은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러시아(19.07.08~07.31)'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9. 카툰강의 이틀, 시간이 너무나 느리다. 2019.07.17 (0) | 2019.07.18 |
---|---|
#168. 카툰강의 하루, 친절한 예브게니 아저씨. 2018.07.16 (2) | 2019.07.17 |
#166. 쉐발리노, 소박한 들꽃들 한가운데 텐트를 펼치다. 2019.07.14 (0) | 2019.07.15 |
#165. 옹구데이, 카툰강을 따라 달리다. 2019.07.13 (0) | 2019.07.14 |
#164. 인야, 협곡의 카툰강을 만나다. 2019.07.12 (0) | 2019.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