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1일 / 맑음 ・ 28도
파블로다르-에키바스투즈
파블로다르를 떠나 아스타나로 향한다. 450km의 여정,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136Km
누적거리
12,858Km
이동시간
9시간 00분
누적시간
926시간

A17
A17
72Km / 4시간 30분
64Km / 4시간 30분
파블로다
도르투크
에키바스
 
 
68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1시간의 시차가 생기며 딱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괜한 게으름이 시작된다.

"딱 한 시간 만큼의 게으름."

밖에 나가 날씨를 확인하고, 어젯밤 마른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더니 선선한 자람이 불며 날씨가 좋다.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데, 무심결에 틀어놓은 유시민 작가의 유튜브 강연에 빠져 한 시간을 시청했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어제 냉동실에 얼려놓은 물을 꺼내려고 하니 냉동실에 있어야 할 물병이 사라졌다.

"에잇, 방심했네."

숙소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신경을 덜 썼더니 누군가가 들고 간 모양이다. 기분이 조금 상한다.

500원 정도의 1.5리터 생수의 가격은 차치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회심의 아이템이었는데 말이다.

새로 바뀐 숙소의 여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바로 숙소를 나온다.

얼음물 때문에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도 별 흥이 안 나고.

파블로다르를 벗어나기 전, 근처에 있는 정교회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돌아간다.

오늘의 목적지 에키바스투즈까지 는 145km 정도의 거리라 부담스럽지만 큰 상관은 없다.

얼음물 때문에 빈정이 상해 있는 터라 오늘 하루는 아무렇게나 삐뚤어질 것이다.

"삐뚤어질 테야!"

"뉘신지? 1,700년대 사람이라니."

파블로다르의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교회의 전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을 들어갈까, 말까?"

조용하게 교회로 들어가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과감하게 사진을 찍는다.

"삐뚤어질 거야."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정교회는 정숙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고.

벽에 걸려있는 많은 액자와 장식물 등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믿음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

정말 정성스럽고 바람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맹목적으로 아멘만을 외쳐대는 한국의 개신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머리 큰목사, 빤스목사 따위에게 아멘이라니."

교회를 나와 아르티시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가고.

어제부터 궁금했던 아르티시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보기 위해 찾아간다.

"정말 구닥다리 철교네."

철교의 근처는 버스들의 종점처럼 보인다. 슈퍼에 들어가 물과 미니 피자처럼 생긴 빵만을 사 든다.

"밥은 가다가 식당에서 해결하지 뭐."

파블로다르를 빠져나오며 도로변에 있는 식당처럼 보리는 곳에 들어갔지만 SM그룹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도로변에 식당 하나쯤 더 있겠지."

인터체인지를 돌아 아스타나로 향하는 도로에는 아무것도 없다. 왕복 4차선으로 만들어진 도로에는 속도를 내어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만이 바쁘게 지나칠 뿐 아무것도 없다.

도로변에 마련된 공동묘지는 마치 모스크를 줄여놓은 미니어처들처럼 보인다.

정교회를 믿는 사람들의 공간도 함께 있는데, 무슬림의 화려한 무덤에 비해 작은 공간에 소박한 묘비만이 놓여있는 것이 다르다.

한 시간을 달려 도로변의 식당을 발견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다.

매끈하던 아스팔트 도로는 시멘트 도로로 바뀌며 도로면이 좋지는 않고, 서서히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글렀어."

슈퍼에서 산 피자 모양의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떠한 풍경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도로를 소처럼 달려간다.

두 번째 휴식, 45km를 달렸다. 남은 거리는 100km, 날씨마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다.

화물차의 통행이 많고 갓길이 거의 없는 도로여서 너무 시끄럽다.

끝없는 직선 도로가 사방을 둘러봐도 똑같은 초원 위로 길게 이어지고.

가도가도 똑같은 풍경이다.

"에쒸, 물도 떨어져 가네."

몸을 씻고 취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숙소에서 수돗물을 1.5리터 정도 받아왔지만, 식수용 생수는 슈퍼에서 딱 한 통만을 사 왔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의 도로에 드문드문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이나 슈퍼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20분 정도를 달려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이 보였지만 들어가기가 귀찮다.

"그냥 가자, 주유소라도 하나쯤 나오겠지."

하지만 주유소 같은 헛된 바람은 일찍 버렸어야 했다.

도로는 자꾸만 공사를 하는 느낌으로 변해가고.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멀리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공사 구간에서 작업자들이 차량들을 흙길로 우회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에잇, 정말! 어라, 식당?"

공사장 근처의 도로 건너편으로 작은 식당이 보인다.

작은 식당의 카운터에는 보란 듯이 닭고기 바베큐가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거, 이거!"

번역기를 사용할 정신도 없고, 손가락질을 하며 고기와 계산기를 번갈아 가며 가리킨다.

"1,000."

300, 500 단위의 도로변 식당의 음식을 먹어온 터라 닭꼬치의 가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비장한 합리화로 정신승리를 한다.

"좋은 고기니까 조금 더 비싼 거겠지."

빵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두 팔을 들어 엑스자를 만드니 여직원이 이상한 듯 빤히 쳐다본다.

"왜? 난 고기 먹을 때 빵 같은 건 안 먹어."

잠시 후, 아주 성의 있게 접시에 담은 고기를 성의 없이 던져주듯 테이블에 올려놓은 여직원에게 포크를 달라며 귀찮게 하고.

3,000원짜리 닭고기 4조각을 해치운다. 당연히 아쉽고 부족하다.

식당을 나서며 물과 함께 닭고기를 포장한다. 자세히 보니 빵 두 조각을 함께 놓어준다.

아무래도 닭고기 바베큐에 빵이 세트로 나오는가 싶다.

"진작에 빵은 공짜라고 말을 했어야지."

인터체인지 공사를 하는 짧은 우회로를 돌아 도로는 다시 이어진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에는 가는 방향의 차로를 막고 건너편 차로를 임시 도로로 열어놓아 혼자서 도로를 독차지하고 편안하게 달린다.

마치 중국의 넓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다시 생각해도 중국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환상적이다.

"심심할 때는 쓸데없는 셀카짓."

도로의 시멘트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내어 틈을 만드는 작업과 도로의 주변에 철조망을 쳐서 초원과 분리를 하는 작업으로 사람들이 바쁘지만.

공사 구간으로 막아놓은 도로를 라이딩 한다고 제재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손을 흔들거나 작업을 멈추고 달려와 사진을 찍자며 반가워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보다 일본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은 것 같다. 일본말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잘 알아듣는 것이 우리에 대한 인식도 그리 나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주 멀리에서부터 보이던 공장의 굴뚝과 연기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무래도 저기가 에키바스투즈 근처인가 본데."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는 15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고, 에키바스투즈는 교차로에서 10km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중국의 모든 도로는 도시와 연결되지만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는 도시들과 5~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평평한 초원에서 도로를 도시와 연결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교통의 흐름 때문이라면 도시의 외곽으로 이어놓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 근처에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목적지를 잡는다.

저녁을 해결하고 식료품들을 보충한 후 적당한 야영지를 찾아봐야겠다.

페달링의 속도가 많이 떨어지면서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8시가 넘어가며 붉은 태양은 초원의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는다.

"멋지네."

여행 전 초원의 라이딩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라이딩의 모습, 지평선으로 붉게 떨어지는 석양의 풍경 속을 달린다.

중국의 내몽골, 몽골의 초원에서 쉽게 할 수 없었던 늦은 시간의 라이딩이다.

"하루 종일 볼거리가 전혀 없더니, 이거면 충분하네."

8시 40분, 도로변의 식당에 도착했지만 야영지를 찾아 갓길이 없는 도로를 더 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식당 주변에 텐트를 쳐야겠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의 내부.

여전히 난감한 메뉴판.

젊은 여자의 추천으로 카자흐스탄 음식이라는 메뉴를 주문하고,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잠시 후 식당의 뒤편에 있는 숙소에서 자라며 1,500 텡게라고 알려준다.

"1,500? 4,500원? 왠지 끌린다."

밥을 먹고 식당의 숙소에 짐을 푼다. 그리고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물을 얼려줄 수 있는지 물으니 이미 얼어있는 생수병을 보여준다.

"오, 대박!"

자료를 정리하다 출출해져 포장해온 닭고기를 야식으로 먹는다.

오늘 먹기는 아깝지만 날씨가 더우니 빨리 해치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터 생양파가 나왔지? 비스크?"

바베큐나 고기에 함께 나오는 양파의 식감과 매운맛이 좋다. 보통 소스를 뿌려 먹는 것 같은데, 생양파를 그대로 주는 식당도 많다.

"그래도 양파는 쌈장이지."

아스타나까지 300km 정도가 남았고, 길은 오늘과 같은 초원이 계속될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알마티 지역으로 경로를 잡는지 알 것 같다.

"난 러시아로 가야 해."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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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0일 / 맑음 ・ 32도
파블로다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2,722Km
이동시간
3시간 12분
누적시간
917시간

아르티시강
뒹굴뒹굴
15Km / 3시간 12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산책
숙소
 
 
54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다. 어제 마셨던 약간의 보드카는 피곤한 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9시에 잠이 깨고 바로 숙소를 연장한다.

"산책이나 가 볼까?"

구글맵으로 확인한 파블로다르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 작은 박물관과 정교회, 모스크,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 그리고 아르티시 강변 등이 전부다.

자전거를 챙기고 나가려고 하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차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어제 숙소에 있던 아주머니 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법하다.

"야속한 세월이네. 뭐, 지금도 많이 예뻐요."

32도의 기온과 24km/h의 바람이 예보된 하루, 강한 바람에 자작나무들의 흔들림이 요란하다.

차량의 통행은 많지만 경적을 울리거나 크게 불편함을 주는 운전자들은 아니다.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공원들과 산책로가 정말 많다.

이곳의 조각상들은 왠지 감성적이다. 강렬한 느낌의 중국, 강인한 느낌의 몽골, 러시아의 상징적 조각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도로변의 인도들은 울창한 가로수에 싸여 아늑하고 시원하다.

곳곳에 예쁜 카페들도 보이고.

현대식 건물들조차 높고 웅장하기보다는 작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어울림이 좋다.

어디를 가든 길은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나무 벤치들이 놓여있다.

"영원한 기억."

큰 기대없이 도착한 아르티시 강변은 생소한 풍경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 그리고 작은 모래사장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야외 수업을 하는 듯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백사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백사장에는 나무로 만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마치 동해안의 작은 해변처럼 느껴진다.

신발을 벗고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 강물에 발을 담근다.

작은 물고기들이 발을 간지럽히고.

강가의 돌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수영복이 하나쯤 필요하겠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강변의 공원에서.

냉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랜다.

러시아의 광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공원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파블로다르의 지도를 검색하다 공원 주변에 있는 버거킹을 발견하고.

"카자흐스탄의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시원한 매장은 한가롭고, 메뉴판에서 간단한 버거세트를 주문한다.

직원은 이름을 묻더니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놓는다.

"오호, 이런 시스템."

가끔씩 방송으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싸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1,700텡게면 우리 돈으로 얼마지?"

시원하고 한적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노트북을 가져왔다면 좋았겠다 싶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30도를 알려주는 커다란 온도계를 지나.

예쁜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97이라는 숫자가 지붕 위에 세워진 박물관처럼 보이는 목조 건물이다.

자주빛 짙은 색에 하얀 창틀과 문양이 조각된 목조 건물이 정말 예쁘다.

"정말 걷고 싶게 만드는 골목들이네."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가며 시내를 구경하고.

은행에서 비상금도 조금 보충하고.

현대식 건물들도 참 예쁘게 짓는다.

대리석의 탑이 세워진 곳은 2차 세계대전의 추모공원이다.

탑 아래로 횃불이 타오르고 공원에는 참전 군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인도와 산책로, 골목과 도로가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지네."

골목과 작은 이면 도로를 따라오다 보니 숙소 근처로 되돌아온다.

"모스크를 구경하러 가 볼까."

예쁜 상점들도 많고.

골목길을 따라가며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모스크의 방향으로 길들을 따라간다.

"숙소 근처의 맛집인가 보다."

햄버거를 파는 노점에 젊은이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시 오픈이면, 저녁에 와 볼까."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골목길을 따라가고.

어제 보았던 모스크에 도착한다.

"어, 반바지 출입금지네."

이슬람의 모스크 내부를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이 궁금한데 복장이 문제다.

"들어가 보자. 안되면 나오고."

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입구의 안내 데스크처럼 보이는 곳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잠시 당황을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해."

신발을 벗자 아저씨와 한 중년의 여자가 맨발을 보더니 난감한 듯 양말를 신어야 한다며 제스처를 한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부츠를 벗어 양말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자신도 맨발이다.

아저씨는 미소를 짓더니 잠깐 구경을 하라며 예배당의 방향을 알려준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예배당에는 서너 사람이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예배당의 천장과 벽은 화려하진 않지만 공간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잠시 구경을 하고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아저씨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서, 긴바지와 양말를 신고, 모자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아쉽지만 다음에 복장을 갖춰 모스크 내부를 자세히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지나고.

작은 학교도 지나고.

재미있는 사진의 생맥주 가게도 지나며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들이 재미를 준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숙소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500텡게."

"오우, 500?"

세탁기를 사용하는 비용에 놀라니 지긋이 웃더니 '너는 공짜야'라고 하신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쉰다. 몇 시간 후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나가니 아주머니가 이미 세탁을 하여 건조대에 옷들을 널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더니 나이를 묻고는 '너보다 24살이 많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속옷까지 세탁을 한 것을 괜찮다고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인사를 드린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워낙 친절한 사람들이라 불편한 것도 없지만 외모상으로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아 아주 편안하다.

물론, 말 한 마디만 하면 바로 티나지만..

저녁 6시가 넘어도 햇볕이 강렬하다. 카자흐스탄의 여름은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숙소 건너편의 식당에 꼬치구이 현수막에 정신이 팔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지만 돼지나 소가 아닌 닭이 나온다.

"이건 사실관계가 다른데."

어쨌든 고기니까, 6,500원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 할 수 있으니 그만이다.

9시 45분, 열시가 되어가는데 밖이 너무나 환하다.

"이상한데."

숙소 전광판의 시계는 한 시간이 느리다.

"언제 변한 거지?"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한 번 더 확인하니 1시간 느린 것이 맞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어쩐지 요즘 피곤하더라. 시차때문이었어."

내일 가야 할 에스크바스투즈는 145km 정도의 거리, 라이딩을 하며 목적지를 결정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7일 / 맑음
바르나울
카자흐스탄으로 가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르나울, 자전거를 타고 바르나울의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869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58시간

 
오비강
 
스카이바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르나울
 
바르나울
 
바르나울
 
 
9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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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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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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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기절을 하고 8시에 잠에서 깬다. 자연스럽게 8시에 기상시간이 맞춰진 것 같다.

아침을 먹기 위해 슈퍼에 들러 요거트와 음료를 사 들고.

"아니, 왜 동전은 하나를 쓰면 두 개가 느는 거야?"

"이런 소스들을 먹는단 말이지."

"못생겼지만 과일들도 신선하고."

자료들을 정리하고 어제 문이 닫혀 가지 못한 숙소 옆 식당에 들어간다.

러시아의 식당은 주로 배식창구에서 메뉴를 고르는 형태인가 보다.

닭다리와 보리밥 같은 이상한 곡류를 선택하고 180루블.

아침에 사온 맥커피로 입가심을 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나탈리아와 함께 시내를 구경할 것이라고 한다.

북쪽에 있는 동방교회를 구경하고 오비강으로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시내 구경을 하고 올게요. 짐 좀 잘 보관해 주세요."

크리스타나는 퇴근을 하고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숙소를 지키고 있다.

6km 정도 떨어진 정교회를 찾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따라간다.

도로의 중앙으로 트램이 지나다니는 탓에 도로의 폭이 좁고 차량의 통행이 제법 혼잡하지만 도로 위의 운전자들은 매너가 좋은 편이다.

큰 대성당을 배경으로 들어선 작은 성당,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에 도착한다.

빨간 벽돌로 지어지고 볼록한 지붕과 십자가의 첨탑이 이색적이다.

성당을 들어가며 나오며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쓰고 성호를 그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속 신앙의 깊이가 느껴지는 정성스러운 동작이다.

사람들을 따라 조심스레 교회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서너 사람들들의 신도와 수녀들이 기도를 하거나 촛대를 닦고 있다.

작은 교회의 내부는 벽화와 촛불 그리고 여러 가지 기도의 장식물들이 놓여있어 아담하고 아름답다.

작은 천들을 가위로 자르고 있는 수녀의 옆에 앉아 교회의 내부와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대성당은 공사 중인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

러시아의 회전 교차로는 중앙으로 트램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교차로의 크기가 굉장히 넓다.

러시아에서 느낀 것이지만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면 차량들이 안전하게 정차를 하며 기다려준다.

복잡한 회전 교차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복잡했지만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안전하게 건널 수가 있다.

굉장히 성숙된 교통 문화이다.

오비강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무슬림의 모스크도 보이고.

레닌 광장을 지나 오비강변을 향해 이동한다.

"사비, 어디야? 우리는 강변에 있는 교회에 있어."

월터와 왓츠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주고받으며 그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오비강의 잠망킨 수녀원(Znamensky nunnery) 근처에서 월터가 손을 흔든다.

수녀원의 근처 공원에서 월터와 나탈리아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시 수녀원을 둘러보고.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수녀원은 직선의 석조건물이 너무나 심플하고 예쁘다.

높은 아치형 천장과 밝은 톤의 벽화들, 그리고 검은 수녀복을 입은 수녀들이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하고 있다.

잠시 내부를 구경하고 입구로 나오자 여성 두 명이 입구의 의류함에서 스커트와 스카프를 꺼내어 착용을 한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월터와 나탈리아 때문에 오래 구경을 못하고 그들에게 돌아간다.

"나탈리아, 혹시 여자들이.."

의류함의 사진을 보여주자 나탈리아는 알았다는 듯 설명을 한다.

"여자들은 스커트와 스카프를 하고 교회에 들어가야 해."

월터와 함께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월터, 재미없어."

"그럼 이렇게."

"너네들 어제 싸웠니?"

"그럼 셋이서."

"코리안 스타일, 셀카봉."

"월터, 나 맥주가 필요해. 강으로 가자."

"예, 리버타임!"

오비강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지만.

작은 강변의 노점에는 음료들만 판매하고, 삼각 팬츠를 입은 풍만한 몸매의 할아버지들이 모여있을 뿐이다.

"사비, 우리는 약간의 음식을 먹고, 다른 교회를 구경하고, 저녁에 스카이바에 갈 거야."

"그래, 난 들어가서 쉴래."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나탈리아의 성격이나 움직임이 편하지 않고, 조금 쉬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KFC에서 치킨과 햄버거를 사 먹는다.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숙소로 돌아오니 피곤함이 밀려든다. 자료도 정리하기가 힘들고 나른해진다.

게스트하우스에 러시아 친구 로만이 들어온다. 41살의 로만과 번역기를 사용해 어렵게 대화를 하는 동안 월터에게 연락이 온다.

"우리는 이 교회에 왔어. 한 시간 후에 스카이 바에 갈 건데 올래?"

쉬고 싶었지만 월터를 만날 시간이 얼마 없어서 함께 맥주를 먹기로 한다.

"내가 가도 돼? 맥주는 있어?"

"물론!"

로만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에 맞춰 스카이바가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스카이바는 자전거를 정비해 줬던 보드엘의 로만의 자전거 가게 옆의 높은 건물이다.

13층 밖에 안되지만 바르나울에 고층 빌딩이 없어서 그 정도면 시내의 스카이뷰를 감상하기에 충분한 높이인가 보다.

쇼핑몰의 내부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스카이바 Loft에 먼저 도착한다.

마지막 남은 창가 자리를 잡고, 흥겨운 음악 속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월터, 나 왔어."

"나탈리아는 너무 느려.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리는 것에 지쳤어."

약간 독특한 성격의 나탈리아는 사람을 조금 편치 않게 만든다. 술도, 음식도 잘 먹지 않고 뭔가 느리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종업원이 다가와 주문을 요청하고 되돌아갈 동안 월터와 나탈리아는 도착하지 않고, 꽤 오랫동안 그들을 기다린다.

월터와 나탈리아가 도착하고 독일 맥주에, 닭날개 구이를 안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한 잔 더 할까?"

몇 모금 만에 500cc의 맥주잔을 비워지고, 월터에게 한 잔씩 더 하자고 하니 비싸서 싫다고 한다.

한 잔에 207루블의 메뉴판을 가리키는 월터에게 애원하듯 '내가 살게'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딱! 한 잔만 살게. 같이 먹자. 응?"

마지못해 수락을 한 월터와 맥주를 마시고, 나탈리아는 사과 주스를 마신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니 돈을 아껴야 하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다 보니 4,000원 정도의 맥주를 사는 것조차 쉽지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 뭔가 짠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지금 4,000원이 너와 함께할 마지막 시간의 비용일지도 모르잖아. 그 댓가의 4,000원이라면 아끼지 말자."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월터, 알타이에서 여자친구를 만나지?"

"응, 겨우 한 달 남았어. 한 달이라고!"

여자친구를 만나는 기대감에 신이 난 월터.

"염장질이냐. 한 달은 롱롱롱롱롱 롱타임이야!"

"어. 그래도 겨우 한 달이야!"

월터가 아이슬란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쉥겐협약 때문에 아이슬란드에 갈 수 없다고 하자 월터는 핸드폰을 무언가를 찾더니 소리를 친다.

"사비, 이것 봐.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비행기표도 엄청 싸."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검색한 항공권은 50만원 정도의 금액이다.

"왕복?"

"아마도."

월터는 캐나다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많이 살고, 여행을 간다며 정보를 알려준다.

"빙고, 나도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어."

토론토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방법을 알게 돼서 캐나다에 도착하면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를 생각해봐야겠다.

음식값을 분할한 계산서로 각자 계산을 하고 스카이 바를 나온다. 내가 계산한 돈은 8,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10시가 넘어 두 사람은 트램을 타고 가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트램보다 빠르게 언덕을 오르는 나를 보더니 월터가 메시지를 보낸다.

"You are right. Steep."

"스티ㅍ...."

숙소에 돌아오니 로만은 잠들어 있다. 월터의 염장질 탓인지, 약간의 맥주 탓인지 아니면 편치 않은 나탈리아의 모습 때문인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온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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