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리된 패니어들을 하나씩 옮기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바람을 넣었다. 스티커형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조금씩 바람이 새는 모양이다.
"하루 정도는 충분히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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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의 식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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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한국의 가을과 같은 느낌이 난다. 머지않아 추위가 시작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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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셰타우로 향하는 길, 300km 정도의 거리이니 3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스타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터라 이제부터는 조금 서둘러 국경으로 가야 한다. 남은 체류 기간은 13일, 1,000km의 거리를 달려 러시아의 국경으로 갈 것이다.
아침을 먹을 카페와 은행, 슈퍼를 찾으며 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간다.
"오, 버거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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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햄버거로 간단히 해결하고, 옆에 있는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만을 사든다.
"가다 보면 카페 하나둘 정도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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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으로 ATM을 검색하고 주변을 맴돌았지만 보이질 않아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가기 위해 길을 잡으려는 순간 사거리 모퉁이 엉뚱한 곳에 은행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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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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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을 찾고, 아스타나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A1 메인도로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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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도로로 이어지는 외곽의 좁은 도로의 끝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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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과 멜론을 팔고 있는 트럭 주변에 앉아 있으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몇 가지를 묻더니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고 한다.
"5,000."
땅에 5,000의 숫자를 적으며 계속 숫자를 말하는 남자.
"나 카자흐스탄 돈 없어."
돈이 없다고 하니 웃더니 더는 귀찮게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이라며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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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한 덩이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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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한 통은 싼 가격이지만 저 큰 것을 자전거에 싣고 갈 수도 없거니와 시원하게 먹을 방법도 없다.
"누구라도 한 명만 더 있으면 쪼개서 먹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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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콕셰타우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1시 반, 아스타나를 빠져나오고, 동그랗게 회전을 하는 외곽도로를 따라오느라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다.
"100km 정도는 가야 하는데. 몰라, 가는 데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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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를 지나고, 팀의 말처럼 콕셰타우로 가는 도로는 마치 고속도로처럼 길이 좋고, 갓길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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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고, 비 예보와 달리 날씨도 제법 괜찮다.
30여 분을 달리고 첫 번째로 보이는 휴게소로 들어간다. 약간의 출출함이 느껴진다.
휴게소 입구에 도로 주변의 휴게소와 주유소의 정보판이 세워져있다.
"오, 최소한 이 도로에서는 굶어 죽지는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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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인줄 알았던 곳은 휴게소 매점이다.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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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매점에는 기본적인 식료품과 빵들을 판매하고 있어, 세 개의 빵과 콜라를 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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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빵은 제법 맛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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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를 떠나 1시간 반 정도를 달렸을 때 뒤쪽 바퀴가 물컹거린다.
"올 것이 왔구나."
어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로 교체했지만 역시나 펑크 패치가 제대로 붙지 않아 새로 산 38C 튜브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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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동안 도로의 좌우편으로 내리던 빗줄기가 정면에서 흩날리고 있다. 몽골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보았지만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는 모양은 정말 신비롭다.
"빗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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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에 소나기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비가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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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에 젖은 도로를 달리는 동안 눈앞에 있던 비구름은 계속 이동을 하여 다행히 비를 맞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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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하늘은 다 똑같은 건가. 멋진 하늘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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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비구름에서는 비가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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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도로 측면의 구름에서는 여전히 쏟아지듯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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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표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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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비구름이 머리 위를 뒤덮고 있고,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벗어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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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을 빠져나가려고 속도를 내어 달려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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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교체한 뒷바퀴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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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지런히도 야무지게 박힌다."
무슨 일인지 새 튜브를 교체하면 바로 펑크가 난다. 다행히 38C 튜브라 펑크 패치가 잘 붙었지만 이래저래 30분이 넘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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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있던 휴게소에 들렀지만 이곳 휴게소는 영업을 하지 않고, 가야 할 거리가 50km나 남아있어 식사를 할 시간도 없다.
"아, 벌써 6시네. 빨리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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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바를 잡고 빠른 속도로 질주를 한다. 그림 같은 몽환적 구름의 변화는 계속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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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검은 비구름이 저물어 가는 태양을 숨기며 비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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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하늘,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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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30km 정도가 남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주었던 쿠키를 먹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한달음에 목적지까지 갈 생각이다.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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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면서 붉은 석양빛이 퍼지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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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구름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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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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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도로변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아크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 비가 올까? 마을로 들어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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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귀찮다. 구글맵에는 전방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고, 조금 멀리 카페 하나가 검색이 된다.
"에이, 못 먹어도 고! 캠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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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 적당한 캠핑 자리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간다.
"8시 반인데 해가 지는 거야? 해가 짧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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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을 수확하고 텅 빈 초원과 우거진 밀밭 주변의 나무숲이 캠핑을 하기에 적당했지만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이 끊어지질 않는다.
자전거를 들어 옮길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정성이나 부지런함은 나에게 없다. 도로를 따라 계속 길을 이어가고 9시가 되었을 때 멀리 작은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식당? 설마 여기까지 와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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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쿨에서 구글맵을 보며 내일 아침을 해결하려 했던 식당까지 와버렸다.
"뭐라고 읽는 거야? 바라프? 어쨌든 잘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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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도 안 잡히던 작은 마을이 보이고, 도로 위를 어슬렁거리는 말들 사이로 카페의 레온 사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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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휴게소 방향에도 작은 매점이 보여, 일단 휴게소로 들어갔다. 작은 매점에는 음료수 같은 것들만 보일뿐 음식 메뉴는 없는 것 같다.
매점 옆 빈 공간의 텐트 자리를 확인하고 건너편 카페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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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주변은 넓은 공터지만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나서 캠핑을 하기엔 부적절하다.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그림 메뉴판을 보고 쉽게 주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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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토마토 수프와 양고기 만두로 저녁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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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매점으로 돌아와 캠핑을 허락받았지만 텐트를 펼치는 순간 안개비처럼 약간의 빗방울이 흩날린다.
"비가 오겠는데."
큰 비는 아니겠지만 내일 아침 텐트를 말리는 것이 귀찮다. 주변을 둘러보고 주차장에 설치된 휴게실에는 탁자가 놓여있어 텐트를 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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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에서 20미터쯤 털어진 곳에 커다란 지붕의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정류장 내부를 확인하니 꽤 너비가 넓은 공간이다.
"뭐 하는 곳이야? 뭐, 알 건 없고 딱 좋네."
어둠 속에서 익숙한 동작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제발 조용했으면 좋겠다."
아스타나를 가던 중 버스 정류장 뒤편에 캠핑을 하며 사람들의 인기척 소히에 새벽에 잠이 깨어 시간을 착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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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의 자동차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 근처로 들어온다.
"에쒸, 그럼 버스만이라도 들어오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