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4일 / 흐림
사우말콜-자파드노예
어젯밤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코스타나이로 향하는 길의 날씨가 순조롭지 않지만 오랜만에 동풍이 불어온다.
카자흐스탄의 일정이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침낭 안에서 게으름을 피웠을 것 같다.
빵과 비스킷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면서 비에 젖은 텐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생각한다.
내외피를 오랜만에 분리해야겠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쓸데없이 동풍이 불어온다.
"백 년 만에 동풍인데, 하필 비 내리는 날이냐."
10시 40분, 늦은 기상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출발이 늦어지고, 출발을 하려니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땡땡이가 지워진 땡땡이 우의와 레인팬츠로 빗속을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눈으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라이딩이 힘들다.
연신 얼굴과 눈을 닦아가며 빗속을 달려간다. 물이 고이고 울퉁불퉁한 좁은 도로지만 다행히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어 위험하지는 않다.
덩치가 좋고 뚱뚱한 화물차 기사는 자전거를 싣고 가자며 비어있는 화물칸까지 열어 보여준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손사래를 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도, 하늘을 가리키며 계속 비가 내릴 것이라며 자전거를 실으라며 웃는다.
아저씨에게 악수를 청하며 도움의 제안에 감사를 표하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2시간여를 달리는 동안 폭우의 지역을 벗어나고 잠시 버스 정류장에서 쉬어간다.
"이건 어디서 사는 거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많은 말들이 있는 풍경을 달리고.
길게 이어지는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출출함이 찾아든다.
딱히 휴식을 취할 구조물도 없고 갓길에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밝은 하늘을 향해 질주를 하는 사이 자전거의 균형감이 이상하다. 뒷바퀴를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고, 물컹거리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이어지고.
"앞이냐!"
매일매일 펑크가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말썽이 없던 앞바퀴가 주저앉는다. 작은 철심을 제거하고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 정비를 한다.
무게의 부담이 덜한 앞바퀴라 스티커형 튜브 패치로도 충분히 압력을 버틸 것 같다.
강해진 바람 탓에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자전거를 출발한다.
"따듯한 샤워와 고기가 간절하다."
"이쪽이면 바람의 측면인데, 아쉽네. 좋았는데."
"그럼 뭐?"
"조금만 더 줄이자."
5시 반, 늦은 출발과 폭우로 인해 느린 이동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비가 오는 동안 바람이 없었고, 뒷바람이 불어오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틀 후 여유로롭게 코스타나이로 들어가기 위해 거리를 줄여 놓기로 결정한다. 완벽했던 뒷바람이 약간의 측면으로 바뀌었지만 큰 문제는 없다.
"하늘에 바다가 펼쳐졌네."
"간만에 몽골 냄새가."
폭우와 함께 시작되어 멋진 석약빛으로 마무리된 하루다.
설익은 쌀에 물을 부어 넣고 잠이 든다. 통신도 끊겨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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