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1일 / 맑음 ・ 20도
네루-지르크
바람이 불지않는 따듯한 봄 날씨의 몽골이다. 60km 거리의 지르크로 향한다.


이동거리
70Km
누적거리
10,434Km
이동시간
4시간 57분
누적시간
741시간

AH4
AH4
50Km / 2시간 38분
20Km / 2시간 19분
네루
낙타마을
지르크
 
 
2,25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8시가 가까워지자 아침 햇살로 인해 텐트 안이 덥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기온보다 훨씬 덥게 느껴지는 몽골의 날씨다.

"햇볕이 굉장히 따갑네."

텐트를 정리하고, 세수와 함께 즐거운 굿모닝을 알려주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쁜 주방의 직원들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양고기 볶음밥을 먹으려 했지만 준비가 되질 않아 양고기국을 선택한다. 중국식 만두와 함께 먹는 모양인데, 밥을 달라고 주문한다.

따듯한 우유차와 국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오늘의 목적지를 정한다.

알탄틸, 몽골 사람들이 지르크라고 부르는 곳까지 60km 그리고 터그럭까지 130km의 거리다.

사람들은 구글맵에 표기된 지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마을들을 부른다. 부르간으로 표기된 이곳은 네루라고 부르고, 부르간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

"지르크까지 이동을 하고 오트사항의 호텔로 가 볼까 아니면 날씨가 좋은데 터그럭까지 달려 볼까?"

"일단, 지르크까지!"

식당을 나와 마을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좋은 날씨와 짧은 이동거리라 비상식은 채우지 않고 음료와 물 그리고 맥주 한 캔만을 사 든다.

바람이 없는 날씨, 정확하게 바람이 적게 불어오는 날씨라고 해야겠다.

라디오 앱을 실행하고 천천히 페달링을 즐긴다.

"정말 오랜만이네. 이렇게 편한 라이딩은!"

시끄럽고 거센 바람 소리가 안 들려오니 적막할 정도로 어색하다.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지지만 아무런 부담이 없다.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었어. 바람 탓이었어."

"중국의 3위안 콜라, 몽골의 1,000투그릭 오렌지 주스"

눈이 쌓인 산 위로 예쁜 구름이 피어오른다.

사막에 가까운 지역이라 말보다 낙타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풀이 없어 못 먹어서 그런가? 애들이 벌거숭이네."

눈이 덮인 산이 가까워지며 뭉게구름 위로 솜털 같은 커다란 구름이 이중으로 피어오른다.

"정말 할 말이 없다."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며 도로변에 주저앉아 시간을 보낸다.

시속 20km로 달리다 보니 지르크까지 15km 밖에 남질 않았다.

"그냥 터그럭까지 갈까?"



흙집들과 게르 몇 채가 들어선 곳을 지나며 낙타를 끌고 가는 십 대 후반의 아이들을 만난다.

도로변에서 보던 낙타들은 다가서면 멀리 도망을 가버려서 가까이 보지 못했는데, 바로 옆에서 보니 덩치가 꽤나 큰 동물이다.

"참 성질 못되게 생겼어."

아이들은 낙타를 끌고 산 쪽으로 걸어가고.

그 사이 구름의 모양은 기하학적으로 변해간다.

아이들이 낙타를 끌고 나왔던 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다.

"궁금하면 못 참지."

자전거를 끌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흙벽돌집 사이의 우리 같은 곳에 많은 낙타들이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돌아다니고 있다.

검게 탄 얼굴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 낙타를 잡고 바쁘게 움직이고, 한편에서는 식사를 하려는지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인사를 하며 다가가니 모자를 쓴 중년의 남자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한다.

낙타들을 구경시켜 주던 남자는 내 손을 이끌며 사람들이 모여앉은 곳으로 데려가 우유차와 작은 빵을 먹으라고 한다.

'나랑 같이 한국으로 가자', '이 여자를 데리고 가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라' 등의 농담들을 하며 사람들과 웃는 남자는 유머스럽고 친절하다.

힘든 노동에 거칠어 보이는 모습들이지만 마치 우리네 농촌의 어르신들이나 마을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음식을 나눠주는 여자가 우유차를 챙겨주는 사이 마가렛을 잔뜩 바르고 설탕을 뿌려놓은 식빵을 만들어 준다.

"이렇게 먹는 거야?"

우유차와 함께 어렵게 하나를 다 먹는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중 남자는 다시 내 손을 끌어 밥을 먹던 곳으로 데려간다.

"마흐!"

"음메?"

양의 울음소리를 내니 사람들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웃고, 갓 삶은 양의 내장들을 칼로 잘라내어 먹는다.

사람들은 나의 자리를 만들어 주고, 양의 부속물들을 잘라 나눠먹으며 밥그릇에 위, 내장, 간 등의 부위를 먹기 좋게 잘라준다.

간 부위는 지방이 있는 부위와 함께 먹으라며 먹는 방법도 알려주고, 신선한 고기를 바로 삶은 것이라 맛이 좋다.

"막걸리 한 잔과 총각김치와 함께하면 딱이겠어."

밥을 먹는 동안 머리 위로 독수리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빙빙 돌아다니고.

나무가 없는 이곳은 흙으로 만든 벽돌 집들이 대부분이다.

식사가 끝나고 숫돌에 가위를 갈며 사람들이 모여앉아 쉬는 시간,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이야기를 하고 어린 남자가 보드카 한 병을 가져와 사람들에게 잔을 따라준다.

"몽골 소주!"

나에게도 한 잔을 건네주어 독하다는 표정을 하며 거절을 하니 재차 잔을 권한다. 작게 한 모금을 마시고 잔을 돌려주니 마저 다 마시라며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우, 써!"

잔을 비우고 손사래를 치니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몽골 소주 38, 한국 소주 17."

바닥에 술의 도수를 적으며 사람들은 웃고, 술잔을 받은 다른 남자는 새끼손가락을 술을 묻히고 하늘을 향해 뿌리더니 잔을 모두 비우고 달콤하다는 표정을 익살스럽게 지어 보인다.

"에이, 엄청 쓰잖아!"

일을 하며 막걸리를 마시는 것처럼 보드카 한 잔을 돌려 마시는 것인데, 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질 않고 술만 따로 마시는 것이다.

"술맛의 70프로는 안주빨인데."

점심을 끝내고 사람들은 따갑게 내리는 햇볕 아래에서 낙타의 털을 깎는 작업을 한다.

남자는 작업을 하는 우리로 나를 데려가더니 사진을 찍으라며 낙타를 타는 시늉을 한다.

"낙타를 타겠다고?"

올가미를 던져 잡은 낙타의 등에 올라타더니 이리저리 날뛰는 낙타와 함께 우리 안을 뛰어다닌다.

그 관경에 사람들이 웃는 사이 남자는 얼마 못 가고 낙타에서 떨어진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며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낙타의 가죽에서 털을 깎는 마을을 지나쳐 왔지만 살아있는 낙타의 털을 깎는 것은 처음 본다.

"산에서 봤던 벌거숭이 낙타는 못 먹은 게 아니고 털이 깎인 거였군."

낙타의 목에 올가미를 던져 잡은 후 다리에 올가미를 묶어 쓰러뜨린다.

그리고 두세 사람이 낙타를 밀어 눕히면 낙타는 얌전해지고 사람들은 털을 깎는 것이다.

털을 다 깎으면 발을 묶었던 올가미를 풀어주는데 사람들의 움직임이 가장 조심스럽다. 낙타가 일어서며 발을 휘둘러 찰 수 있으니 낙타의 행동을 살펴 가며 조심조심 올가미를 푼다.

우리의 울타리에는 유독 잘 생기고 덩치가 좋은 낙타가 고삐에 묶여있다.

"이놈들은 왜 고삐를 달고 있는 거지?"

낙타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들이 분주하다.

일손을 돕는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아이들은 깎아놓은 털들을 모아 마대자루에 담는 일을 한다.

더운 날씨에 난폭한 낙타와 씨름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 보이는 작업이다.

"한 포대에 얼마 정도예요?"

잠시 쉬고 있는 사람에게 낙타털의 가격을 물어보며 핸드폰을 주니 500을 적어 보여준다.

"500투그릭? 말도 안 돼!"

선교사님의 말에 따르면 몽골은 양과 말, 낙타의 털이나 가죽을 가공할 공장이 없어 원재료 상태로 모두 중국으로 보내고, 가공된 제품을 비싸게 가져온다고 한다.

"어쨌든 500투그릭은 너무 하잖아.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작업인데."

낙타를 쓰러뜨리고, 풀어주는 순간이 가장 위험해 보인다. 이리저리 날뛰는 낙타를 피해 사람들이 도망 다니기도 하고.

올가미를 던지는 사람들을 피해 낙타들이 도망 다니기도 한다.

코뚜레를 한 잘 생긴 낙타는 낙타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인다.

우리의 한편에 몰려있는 곳으로 우두머리 낙타를 끌고 가면 우두머리를 따라 두세 마리의 다른 낙타가 따라오고, 우두머리 낙타를 울타리에 묶어놓은 후 따라온 낙타들에게 올가미를 던져 잡는 것이다.

"잘 생겼는데, 참 성질 나빠 보이는 재미있는 동물이야."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검게 탄 얼굴들이 더욱 검붉게 변해가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괜한 부끄러움이 생겨난다.

친절하게 대해준 모자를 쓴 남자와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마을을 떠난다.

"삶이 넉넉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사람들이다."

몽골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어 하고, 몽골의 도시와 마을로 떠나 허기진 눈빛으로 술만을 마시는 사람들과 드넓은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리워하며 가족과 친구, 사람을 좋아하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있다.

몽골의 사람들이 주어진 자연 속에서 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다.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멋이 나고, 자연과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가까이에 있던 지르크의 초입에 도착한다.



큰 바위와 돌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다.

낮은 흙벽돌집 사이로 현대식 주택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생뚱맞게 보일 정도다.

"저기가 오트사항의 호텔인데."

"황량하다."

나무가 없는 지역,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지역인지 모든 집들이 흙벽돌을 사용해 낮게 지어져있다.

오트사항의 호텔로 보이는 건물로 길을 따라가고, 마을 중심의 조각상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땅바닥에 앉아 쉬어간다.

인도의 턱을 오르며 떨어진 캔맥주를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주워 건네주고.

구멍 난 캔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으니 점잖은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건다.

따듯한 햇볕 아래서 할아버지와 몽골 전통 복장을 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4,000명이 산다는 지르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며 여행 경로와 자전거에 대해 설명하는 할아버지와 맥주를 나눠 마신 후 헤어진다.

오트사항의 호텔은 빌라처럼 생긴 새 건물의 측면을 사용하고 있다.

빌라에 사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얘들아, 아저씨 힘들다. 좀 쉬자!"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몰려나와 끝도 없이 질문을 해댄다.

숙소로 들어가 오트사항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고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체크인을 한다.

오트사항의 호텔은 제법 모양을 갖춘 숙소지만 손님은 전혀 없다. 욕실을 갖춘 깨끗한 방의 숙박료는 40,000투그릭.

체크인을 하고 숙소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을 둘러보려고 나섰지만 여전히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를 가장 귀찮게 한 11살의 에르덴, 뒷머리를 길러 한 가닥으로 땋은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꼬마다.

무엇을 물어보든 오케이라고 대답하는 개구진 표정을 갖은 녀석 때문에 편히 앉아 쉴 수가 없다.

"어이!"

몽골에서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인데, 4살 정도의 아이가 날 향해 이렇게 부르면 조금 황당하다.

한국에서 이렇게 상대를 불렀다가는 싸움이 나거나 싸다구를 맞을 확률이 클 것이다.

숙소 2층에는 레스토랑과 주방이 있었지만 손님이 없이 한가하다.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양고기 만두 5개를 준다.

낙타 마을에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출출함은 많지 않아 적당한 양이다.

문 안쪽에서도 열쇠로 잠그는 이상한 방문이다.

잠시 소파에 누워 쉬다가 9시 정도에 슈퍼에 내려가 맥주 한 캔을 산다. 오트사항은 호텔과 슈퍼도 함께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여전히 밖에서 놀고 있는 에르덴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으니, 다시 아이들이 몰려든다.

"아, 이놈들이 내 사색의 시간을 방해하네."

동네 사람들이 천천히 해가 지는 시간까지 배구 게임을 하며 즐기는 동안 11살 남짓의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지만 양옆으로 눈이 쌓인 산들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의 저녁 풍경은 느리고 편안하며 소박하고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저녁이다. 그래서 좋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0일 / 맑음 ・ 18도
불간-네루
이틀간 계속되는 황무지의 라이딩, 아무것도 없는 230km의 구간의 끝을 향해간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10,364Km
이동시간
4시간 32분
누적시간
736시간

AH4
AH4
44Km / 3시간 50분
9Km / 42분
불간
시계
네루
 
 
2,18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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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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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잦아들고 어젯밤의 짙은 구름은 저 멀리 높은 산을 하얗게 만들어 논다.

"50km만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어."

길게 뻗은 도로는 눈이 덮인 산을 향해 이어진다.

아침으로 카스테라 빵을 먹었지만 역시나 너무 달아 먹을 수가 없다. 반쯤 남은 빵을 초원에 뿌려버리고.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시간의 여유와 상관없이 페달링이 무겁다.

10km 정도의 속도를 이어가며 도로변의 거리 이정표를 확인하며 쉬어간다.

"태극기 깃발이나 만들어 볼까."

간쑤크의 게르에서 얻은 자전거 스탠드 막대기에 케이블 타이로 태극기를 고정한다.

"좋은데."

눈 덮인 산들이 가까워진다.

"다 온 것 같은데."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네루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나오고.

아주 작은 마을 네루가 눈에 들어온다.

"235km 만의 마을이군."

마을의 초입에 있는 오렌지색 건물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식당을 찾으며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도로의 양옆으로 작은 슈퍼들이 이어지지만 식당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막다른 삼거리 도서관처럼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사이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1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시작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본다.

"레스토랑 어디에 있어?"

잠시 멈칫거리던 아이들은 일제히 마을 초입의 방향을 가리킨다.

"앞장서. 어디야?"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가는 동안 동네의 모든 꼬마들이 자전거를 따라 달리며 서롱고스를 외친다.

"이런 장면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사진에서 보던 장면인데."

아이들이 알려준 식당은 마을 초입의 오렌지색 건물이다.

"식당이었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도로변 휴게소처럼 보이는 깨끗한 식당이다.

"오, 이런 곳이!"

몇 가지의 음식 중 눈에 익은 메뉴를 가리켜 배식을 받고 순식간에 한 접시를 해치운다.

"부족해!"

다시 접시를 가져가 배식을 하는 직원에게 접시를 주니 의아해하며 쳐다본다.

"한 접시 더 줘!"

다시 받아온 접시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이틀 동안의 허기가 조금은 사그라진다.

"이렇게 현대적으로 조리하니까 냄새도 없고 맛있네."

선교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식당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게 통역을 부탁하고, 종업원에게 허락을 받는다.

아주 가끔씩 헙드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버스들이 정차를 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낸다.

"한국 사람?"

네루에서 60km 떨어진 알탄틸에서 호텔을 운영한다는 남자는 자신의 호텔에 오라며 안내를 한다.

"월컴 투 마이 호텔!"

남자의 페이스북 아이디로 친구 등록을 하고 내일 호텔로 가겠다 말한다.

"알탄틸이 큰 마을인가? 현대식 건물에 호텔이라."

남자가 알려준 호텔의 전경은 마치 건설현장의 청사진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텐트를 칠 자리를 둘러보며 식당 측면에 있는 화장실을 들어가니 돈의 단위 같은 숫자를 말한다.

"하하. 유료 화장실이야? 200투그릭?"

화장실 내부 테이블에 휴지 같은 것을 팔며 이용료를 받고 있다.

200투그릭을 주고 시원하게 볼 일을 해결하고.

식당과 마당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마치 터미널의 톰 행크스가 된 기분이다.

식당의 주차장으로 큰 화물차가 들어오고.

쌀포대들을 내린다. 여직원들이 힘들게 무거운 쌀포대를 옮기길래 그녀들의 일 손을 도와준다.

"한국 사람? 여기서 뭐해?"

트럭의 주변에 있던 젊은 여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이제 몽골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은 그러려니 생각된다.

"한국에서 일했구나?"

"5년 있었어."

"여기 좋은데 뭐하려고 한국에 갔어? 저기 봐. 하늘이 정말 좋잖아."

"돈 벌려고 갔어. 한국이 좋아!"

"여기가 좋아!"

식당으로 쌀포대들을 옮겨주고, 한국말을 하는 여자에게 네임카드를 주니 트럭 운전사가 남편이라며 소개를 한다.

여자의 남편은 휘파람을 불며 밖으로 나가자고 하더니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아마도 트럭에서 더 내려야 할 물건이 있나 보다.

남자는 트럭에서 쌀포대를 더 꺼내고, 그의 트럭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다.

"울란바토르!"

남자는 울란바토르에서 헙드까지 물건들을 배송해 주는 일을 하는 것 같다. 쌀포대를 꺼내고 출발을 하려던 남자는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헙드로 가자며 웃는다.

식당에 남은 여자와 짧은 이야기를 하고, 여자는 시간이 되며 다시 오겠다며 식당의 사무실처럼 생긴 방으로 들어간다.

"뭐야. 식당 주인인가?"

간간이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식사를 한 후 떠나간다.

"영업 몇 시까지 해?"

식당의 여직원에게 식당의 영업시간을 물어보니 시계를 가리키며 바로 영업을 끝낸다고 한다.

"나 밥 먹어야 해!"

다시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화장실이 있는 마당 안쪽에 텐트를 펼친다.

"이제부터 이곳은 대한민국 영토!"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해가 지려면 두 시간 정도 더 남았다.

패니어의 고리에 텐트의 바닥면이 조금 찢어져있다.

힐링요 스티커는 새로운 용도로 괜찮은 것 같다.

"딱이네."

자료를 정리하며 텐트에서 편하게 쉰다.

여직원의 설명과 달리 손님들을 태운 버스는 저녁 늦게까지 식당으로 들어서고, 오초르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걸어와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한다.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갔을 때 그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주기 때문에 그나마 얼굴을 볼 수 있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화물트럭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와 배기음 소리가 시끄럽다.

세면기가 있은 화장실 가까이 자리를 잡은 것이 문제인가 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밤하늘에 별들이 빼곡하다. 몽골 여행 동안 패니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카메라로 별들의 풍경을 찍어보며 연습을 하고 싶지만 귀찮다.

"몽골은 별보다 구름이야!"

잠시 별들을 구경하다 잠이 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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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9일 / 맑음 ・ 12도
울란티그-불간
다시 온몸을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10,313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732시간

AH4
AH4
63Km / 6시간 35분
20Km / 1시간 57분
울란티크
시계
불간
 
 
2,131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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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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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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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부터 시작되었던 바람은 낡은 친조리그의 집을 날려버릴 듯 거세게 몰아친다.

합판과 양철 조각을 덧댄 집에서 철커덩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남자의 인기척, 그리고 한기가 스며드는 추위에 잠이 깬다.

새벽 2시, 밖으로 나가 침낭을 꺼내어 침낭 속으로 파고들어 잠이 든다.

남자의 휘파람 소리에 잠이 깨고, 피곤하게 일어나는 나를 보며 남자는 돈을 달라는 '머니머니'를 말하며 손으로 돈을 세는 시늉과 함께 가라는 제스처를 하며 휘파람을 분다.

"아, 칭기즈칸의 위대함을 자부하며 초원을 자유롭게 달리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얼마의 금액을 달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돈을 달라는 남자가 한심하고 애처롭게 느껴진다.

몽골의 식당에서 잠을 자는 5,000투그릭을 줄 수도 있었지만 밥 한 끼의 값도 안되는 돈을 받고자 저러는 것도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남자의 표정을 보며 씁쓸하고 씁쓸하다. 큰돈을 줄 수도 없지만 약간의 사례를 한다 해도 기분이 개운할 것 같지 않다.

"돈 없어요!"

침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와 짐을 정리한다. 부부는 이내 문을 잠그고 양들이 있는 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냉수라도 한 그릇 주며 정이라도 베풀었으면 모를까."

어제와 똑같은 길 위에 거센 맞바람이 불어온다. 친조리그 부부의 불편함이 아니었다면 길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자. 30km라도 가 보자."

겨우 5km 남짓을 이동하는데 한 시간이 소요된다.

"끌고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며 작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5~60km만 가 보자."

시간당 10km 정도의 이동이 계속되고.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오르막이지 내리막인지 알 수도 없는 길을 꾸역꾸역 이어가고.

어제 사두지 못했던 물조차 바닥을 드러내며 떨어져 간다.

"큰일이네. 물이 없는데!"

300ml, 하루 정도의 식수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야영을 하며 음식을 끓일 수 있을 만큼의 양은 안된다.

"어떻게 게르도 한 채가 안 보이냐!"

지나가는 차량을 잡아 물을 얻어야겠다 생각할 때쯤 고개를 땅에 박고 페달을 밟고 있는 내게 누군가 인사를 한다.

길 건너편에 승합차 한 대가 서있고, 한 남자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서롱고스?"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나눈다. 헙드로 가는 것을 알려주고 물이 있는지 바닥이 드러난 물통을 들어 보여준다.

차량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더니 큰 막걸리통을 꺼내어 물병 가득 담아준다. 그리고 작은 생수병을 가져오라며 제스처를 하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큰 물병에 물을 담아준다.

양털들을 수거해 판매를 하는지 승합차에는 양탈을 담은 포대들이 가득 차있다.

"바에르사, 감사합니다."

물을 가득 채워주고 남자는 인사를 하며 떠난다.

"이게 몽골 사람들의 인심이지."

"물 부자가 됐다!"

길은 여전히 반듯하고 하늘에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지독한 맞바람은 계속된다.

"물도 생겼는데 양치나 해 볼까."

양치를 하며 기분을 바꿔봐도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고.

"야 이놈들아, 강풍기 꺼라!"

하루 종일 달리는데 구름 하나를 벗어나질 못한다.

50km를 이동하고 차량 한 대가 앞에서 정차를 한다. 양문을 열고 동시에 내린 두 명의 남자는 각자의 방향으로 소변을 본다.

"맞바람인데 그렇게 누면 신발에..."

소변을 보고 있는 남자들을 민망한 기분으로 손인사를 하며 지나치자 남자들이 나를 부르며 붙잡는다.

신발에 오줌을 잔뜩 묻힌 남자는 어디로 가는지 묻더니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자며 제안을 한다.

감사의 인사를 하며 정중히 거절을 하고 헤어지려 해도 자전거를 붙잡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남자다.

"네루까지 70km야. 그리고 곧 비가 올 거야."

구름과 바람으로 보아 비나 눈이 온다고 이상할 것은 없지만 이유 없이 자전거를 싣고 갈 생각은 없다.

"그냥 갈게."

궂은 날씨에 마을조차 없는 곳을 달리는 여행자에 대한 우려 섞인 배려심인지, 아니면 다른 이해관계를 생각하는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몇 번의 거절을 했음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남자의 행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차라리 먹을 것이나 챙겨줘."

어렵게 남자들을 떼어내고 길을 이어간다.

저녁이 되며 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끝없는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여러 가지다. 딱 80km만 채운다."

짙은 비구름이 하늘을 덮고 눈과 비를 쏟아낼듯하지만 크게 걱정은 없다.

"난 이미 80km를 찍었거든."


주변에 게르는 보이질 않고, 가축들의 이동통로에 텐트를 칠 생각이다.

경사가 높아 도로 위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고, 다리처럼 넓은 공간을 찾던 중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한다.

"빙고!"

동물의 사체도 없고, 이동 흔적도 적고, 근처에 게르나 가축들도 보이질 않고, 오토바이 자국은 흐릿하게 한 줄이 그려져 있다.

강수량이 적은 몽골에서 많은 비가 올 일도 없지만 비가 온다 해도 문제없다.

빠르게 텐트를 설치하고.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놓은 비상식들을 꺼내었다. 비비고 육개장, 햇반 컵반 순두부찌개.

물을 끓이고.

컵반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라면처럼 끓이라고 한다.

우선 뜨거운 물을 덜어내어 커피를 타 놓고.

햇반을 넣고 끓인다.

순두부찌개를 먹는 동안 육개장을 끓이고.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순두부찌개에 라면을 넣고.

보글보글.

밥이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오랜만에 먹는 매운 국물에 만족.

"그나저나 해 안 지냐?"

9시가 훌쩍 넘었는데 너무나 환하다.

"넌 유니크 레어탬이다. 아껴둔다."

9시 50분, 서쪽 하늘에 붉은 석양이 떨어지고 하늘에는 멋진 구름이 떠있다.


그리고 여전히 밝다.

바람, 바람, 바람. 참 징그러운 몽골의 바람이다.

물을 채워준 남자 덕에 비상식을 맛있게 먹었으니 그것으로 좋은 하루다.

녹음된 라디오를 반복해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50km 정도만 가면 마을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8일 / 맑음 ・ 16도
알타이-울란티그
헙드로 향하는 길, 알타이를 떠나 헙드로 가는 첫 번째 여정 230km의 길을 출발한다.


이동거리
102Km
누적거리
10,230Km
이동시간
6시간 59분
누적시간
723시간

AH4
AH4
83Km / 5시간 05분
19Km / 1시간 54분
알타이
게르식당
울란티그
 
 
2,0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가벼운 감기 기운처럼 몸이 나른하다.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의 생활, 눈이 내리는 추위와 바람, 초봄의 따듯한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몽골 여행의 피로가 만만치 않다.

패니어를 모두 장착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주문을 했지만 음식은 30분이 넘도록 나오질 않는다.

"정말 느긋한 건지, 게으른 건지."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기만을 먹고 있지만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두 접시씩 먹고 싶은데."

몽골과 러시아의 국경 바이울기까지 800km의 거리, 경로의 중간에 위치한 헙드까지 450km의 거리다.

알타이에서 헙드로 이어지는 길의 처음 230km의 길, 지도상에 마을이 보이질 않는다.

"설마 작은 이름 없는 마을 정도는 있겠지."

알타이를 빠져나오기 전 작은 슈퍼에서 오렌지 음료수만을 추가로 사들고 출발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사두었던 비상식이 충분하여 마땅히 더 필요한 것이 없다.

"423km, 5일 정도에 갈 수 있을까?"

공항의 용도는 알 수 없지만 경비행기 정도 이착륙할 수 있을법한 비행장을 지나고,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끊임없이 바람이 불 수 있지?"

북쪽으로 가든, 서쭉으로 가든 , 남쪽으로 가든 상관없이 맞바람이 불어오는 몽골이다.

느릿느릿 산의 정상을 알리는 어붜에 기대어 바람을 피한다.

"오늘도 멀리 가기는 틀렸어!"

바람이 불어오는 산길을 내려가며 천천히 바람이 잦아든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잠시 바람을 막고 있었나 보다.


산을 내려오고 평탄한 평지가 끝없이 이어지고 바람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왜 이래, 낯설게."


이곳의 풍경은 마치 황무지처럼 사막화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몽골 중북부 지역의 푸른 초원과 달리 황량하기 그지없다.

바람이 사라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페달링의 속도도 경쾌해진다. 몽골에 들어서 가장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다.

바트의 집에서 이틀을 보내며 기다렸던 남동풍 이후 처음으로 맞바람을 맞지 않고 라이딩을 하고 있다.

차량의 통행마저 없는 한적한 도로를 내달린다.

시속 20km의 속도가 유지되고.

"그런데 이 길의 끝이 어디야?"

밑도 끝도 없는 황량한 풍경의 직선도로.

다리가 무너진 곳을 지나기 위해 작은 개울을 건너고.

80km만에 처음으로 몇 채의 집이 보인다.

"배가 고픈데, 물도 떨어져 가고."

오는 동안 물과 음료수 그리고 작은 빵들을 먹으며 출출함을 채웠지만 밥을 먹어야 한다.

도로변에 들어선 몇몇의 게르에 슈퍼나 음식점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나를 지나치며 인사를 했던 러시아제 승합차가 게르 앞에 장차되어 있다.

"게르에서 음식을 파나?"

들어선 게르에는 승합차에서 내린 6~7명의 사람들이 우유차를 마시고 있다.

"밥 먹는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숨을 돌리고 있으니, 나에게 인사를 했던 남자가 밖으로 나와 인사를 한다.

몽골트레킹 관광 회사를 하는 우가초고다. 영어를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쉬고, 그가 초이완을 주문해 주어 메뉴판도 없는 식당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사라진다.

우가초고는 손님들을 승합차에 태우고 떠나고.

게르 식당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고.

음식을 만드는 사이 간의 침대에 누워있으니 나른함이 밀려든다.

"아줌마, 잠자는데 얼마야?"

아주머니는 숫자를 말하며 다섯 손가락을 쥐었다 펴 보인다.

"5,000투그릭이구나."

역시나 30분이 더 지나 음식이 나오고 배까지 부르니 쉬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다.

알타이를 벗어나며 네트워크는 끊긴지 오래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은 일몰 시간까지 너무나 3시간이나 남아있다.

6,000투그릭 밥값을 내며 다시 한번 숙박비를 물으며 계산기를 건네주니 10,000을 적어 보여준다.

"10,000투그릭? 에이, 너무 많이 받는다. 전기도 없는데."

요금을 깎아볼 수도 있지만 귀찮아진다.

"날씨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가자."

밥을 먹으며 물을 많이 마신 탓에 야영을 하며 사용할 물이 부족하다. 물병을 가리키며 슈퍼가 있는지 물으니 길 건너편의 게르를 가리키는 아주머니.

길 건너편 게르로 들어가니 젊은 여성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작은 테이블에 콜라 페트병들이 놓여있다.

생수병이 보이질 않고, 가슴을 드러내고 젖을 물리고 있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며 뭔가를 설명하기엔 어색하여 그냥 밖으로 나온다.

"가다 보면 오늘 밤 잠자리를 부탁할 게르 한 채 정도는 있겠지."

일몰까지의 시간이 있어 천천히 100km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길을 따라간다.

구름이 덮이며 오후 들어 좋았던 날씨가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일단, 100km는 채웠고."

텐트를 칠만한 장소와 도로변의 게르를 찾으며 천천히 길을 따라가고.

도로변의 가까이 게르와 벽돌집의 모습이 보인다. 퇴근 시간이 된 양들이 돌아가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허름한 벽돌집 한 채, 집으로 다가서자 얼굴을 모두 가리고 눈 부위만 구멍을 낸 두건을 쓴 여자가 나온다.

게르 옆에 텐트를 친 사진을 보여주며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만을 끄덕이는 복면의 여자.

"컨셉이 참.."

여자는 양들이 모여있는 곳을 가리키고, 그곳에서 그녀의 남편으로 보이는 이가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다.

"똥을 푸는가?"

가까이 가서 보니 우물에서 물을 길어 양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와. 이런 곳에 우물이."

양 떼들이 물을 주는 시간을 알고 우물가로 모여든 것이다.


그리고 주위를 배회하던 말들이 난입하여 양들을 쫓아내고 물을 독차지한다.

겁쟁이 양들은 말을 피해 도망가고, 여자는 말을 쫓아내기 위해 초원을 누비며 달리기를 한다.

말들의 우두머리 수컷을 따라 말들이 기회를 엿보며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말들을 피해 도망갔던 양들을 모으기 위해 여자는 나를 향해 말들을 쫓아내라 제스처를 한다.

졸지에 말들을 내쫓는 역할을 담당하고 멀리멀리 말들을 따라간다.

다시 양들이 우물가로 모이고.

멀리 달아났던 말들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 인마. 근데, 너 부인이 몇 마리야?"

말의 무리는 수컷을 중심으로 10여 마리 내외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수컷의 엉덩이에만 인장이 새겨져 있다.

아마도 수컷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니 수컷만 관리하면 되는 듯싶다.

양들이 물을 다 마시고 난 후 우물은 말들의 차지가 된다.

여자는 양동이를 가져와 양들의 무리에서 어미들을 잡아 고음의 노래를 부르며 젖을 짠다.

그 노랫소리가 너무나 좋다.

두 부부의 벽돌집은 낡고 허름하다. 침대 두 개와 낡은 서랍장, 화로와 작은 텔레비전이 살림살이의 전부이고 태양열을 이용하는 배터리가 전기 공급 장치의 전부이다.

텔레비전과 전등을 밝히는 배터리, 전압이 불안정하여 전등의 밝기도 약하지만 그마저도 깜박깜박 거린다.

네트워크가 끊겨 부부와의 대화나 의사소통은 어렵다. 간단히 마을의 이름과 남자의 이름만을 물어보고 만다.

남자는 안에서 잠을 자라며 돈을 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 웃으며 돈이 없다고 말한다.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부이다.

작은 침대를 내어줬지만 이불 같은 것은 없다. 남자는 내게 와서 내 이불을 가져다 덮으라 제스처를 했지만 패니어에서 침낭 꺼내는 것이 귀찮고 피곤함 때문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만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7일 / 맑음 ・ 14도
알타이
알타이에서 하루를 휴식하기로 했다. 울리아스타이로 넘어오던 산길의 피곤함이 여전하다.

이동거리
00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16시간

시내구경
고기고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알타이
알타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천천히 밝아오는 여명을 바라보고.

기절하듯 잠깐 잠이 들고 깨어났다. 800km 정도가 남은 몽골 여행을 정리하고.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알타이 구경을 나섰지만 일요일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자전거는 잘 있군."

점심으로 파인애플 치킨.

저녁으로 양갈비.

그리고 잔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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