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일 / 구름・ 12도
마양 먀오족 자치현-펑황현-지서우시-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
장가계가 멀지 않다. 3일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 오늘도 열심히 달려보자.


이동거리
84Km
누적거리
5,195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361시간

 
G209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마양
 
지서우시
 
샹시
 
 
2,4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깨끗하게 정리된 패니어들을 들고 좁은 계단을 낑낑거리며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출발한다.

어제의 식당에서 밥을 먹을까 생각하다 시내를 벗어나기 전에 적당한 곳에서 해결할 생각이다. 어제의 배고픈 불운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시장 골목을 지나 몇몇 식당들이 있었지만 딱히 자전거를 세울 곳조차 없이 비좁은 곳이라 그냥 지나친다.

어제 이후 나의 첫 번째 관심사는 오로지 밥이다.

하지만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고 순식간에 마야현을 빠져나오고 만다.

"오늘도 느낌이 싸하다."

시내를 벗어나자 고덕지도는 작은 마을길을 이리저리 돌게 만들더니 오래된 골목으로 안내한다.

시골 마을에서는 닭과 오리를 가게 앞에 내놓고 판다. 냉동냉장 시설이 없으니 살아있는 것을 팔거나 말려서 파는가 싶다.

작은 골목을 빠져나와 국도와 다시 합류하고 지도를 보니 마을길을 빙빙 돌지 않고 그냥 국도를 타고 이동해도 되는 경로였다.

몇 백미터 안되는 거리를 최단 거리라며 마을길로 안내하는 고덕지도다.

"고덕! 너."

국도를 만나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산으로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무방비 상태로 한방 얻어맞은 기분과 함께 아침 식사가 날아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오르다 보니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에 아이를 넣어 업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이건 또 뭐라니?"

시골에서 아이를 업고 다니는 여자들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검은 피부에 치장을 안 해서인지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갓난 아이들을 업고 다니니 도무지 나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여자의 남편인지 동네 사람인지 혼자 산길을 걸어가던 여자를 오토바이에 태워 데려간다.

흔들거리는 오토바이에 아이를 넣은 바구니를 올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는 것을 보면 왜 저러나 싶기도 하고 나름 노하우가 있겠지 싶기도 하고 그렇다.

미국에서 저랬다가는 잡혀갈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저랬다가는 귀에서 피가 나오도록 온갖 욕을 먹겠지 싶다.

계단을 오르듯 한 고개씩 오르막이 계속되고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슈퍼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대나무 모자를 손질하던 할아버지가 빵을 찾아 두리번거리니 빵 하나를 가리키며 그것을 먹으라 한다.

빵과 콜라를 5위안에 사들고 작은 의자에 앉아 점심에는 결코 밥을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오늘도 바지와 신발은 흙으로 엉망이 되고.

"계속 비가 오면 대나무 모자를 사서 써볼까."

계속되던 오르막에 잠시 내리막이 짧게 이어지고.

중국의 산길에는 채석장이나 골재공장이 주변에 한두 개씩은 꼭 있는 것 같다.

골재를 실은 화물 차량이 많다 보니 길은 늘 흙먼지가 쌓여있고, 그동안 비가 와서 몰랐지만 구름만 있는 흐린 날에는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비가 오는 날이 차라리 낫다."

내려가고 다시 오르던 길을 따라 펑황현에 도착한다. 주변에 산성이 있는지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흙이 파인 산들뿐이고, 주차되어 있는 차량도 전혀 없다.

"길만 보며 다니기도 힘들다. 산성을 보여줘!"

아무것도 없는 도로변을 따라가다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주유소로 잠시 쉴 겸 자전거를 멈춘다.

"뭐 좋은 게 주변에 있나 보네!"

관광버스를 세차하는 동안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돌아다닌다.

자세히 보니 장가계로 관광을 가는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잠시 쉬는 것이다.

"별거 아니잖아. 난 또 좋은 게 있다고."

출발을 하려고 길을 확인하니 건너편에 산성 같은 것이 보인다.

"설마, 저게 산성? 아니지?"

주유소 코너를 돌자 고속도로로 나가는 톨게이트가 보인다.

"저 길로 가면 쉽고 빠를 텐데."

군침을 다시고 구불하게 이어지는 국도로 들어간다.

톨게이트를 지나 내리막길에 멋들어진 조각상이 세워진 작은 공원이 보여 핸들을 튼다.

"애잔한 이 느낌은 뭐라지."

조각상이 염장을 지르기도 하나 보다.

"반가워. 우린 이제부터 펑이요!"

마을을 돌아 나오는 도로변에 작은 음식점이 보인다. 출출함이 한계까지 올라왔지만 동네의 맛집인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음식점을 들어갈 틈이 없다.

언덕으로 향하던 길에 때마침 작은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오늘은 배고픈 하루는 아니구나. 다행!"

색과 모양이 다른 국수 중에 흰 국수를 고르고 국수에 넣을 양념들을 고른다. 무슨 맛인지 모르니 조금씩 모두를 추가하고.

잠시 후 모양이 좋은 국수가 나온다. 시원한 국물의 맛과 향이 좋다.

테이블 밑에 마련된 연탄난로도 따듯하고.

"워 요우 이거!"

국수 한 그릇을 더 주문하고 이번에는 계란 후라이도 추가해 달라고 말한다.

"맛이 좋다. 한 다섯 그릇은 먹을 수 있겠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주변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짐이나 아이들을 넣고 다니는 커다란 대바구니가 재미있다.

어린아이가 있는 식당의 젊은 여자는 아이를 넣고 다닐 것이다.

중국에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자녀 정책이 유명무실 해지며 늦둥이들을 낳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에게 동생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둘이 많이 닮았네."

길은 천천히 오르막으로 올라가고.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 길을 걸어가는 두 명의 여자를 지나친다.

할머니가 입은 소수민족의 전통복장이 신기하지만 낯설지가 않다.

"소호강호에서 관지림이 입었던 복장인가?"

"관지림이 예뻤는데."

생뚱맞지만 관지림이 출연한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산을 오를수록 나타나는 마을들의 모습이 다른 소수민족의 마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롱지전을 지난 이후 연이어지는 소수민족의 자치현을 지나치는 여행은 산길을 따라 이동하는 어려움에도 흥미로운 재미가 있다.

언제나 마을의 초입에는 기도를 올리는 작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의 토속 신앙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계속해서 올라가던 산길은 산등성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계곡은 깊어져만 간다.

산을 넘어 잠시 내려가던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한다.

아주 조촐한 비상식으로 심심함을 달래고.

길을 이어간다. 지서우시까지 20km 정도가 남아있다.

청록빛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완롱강을 따라 지서우시로 향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들어선 지서우시는 새로 계획된 신도시처럼 깨끗한 느낌의 도시다.

박물관처럼 보이는 커다란 건물의 건너편 광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역동적이네. 느낌 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의 석상들은 정교함이 대단하여 위엄이 있거나 역동적이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다리의 누각들도 둘러보고.

"중국의 홍등은 참 예뻐."

광장의 초입에 세워진 북을 치는 조각상처럼 이곳의 대표적인 상징물은 커다란 북인가 보다.

전통 문양이 새겨진 모양과 색감이 강렬하지만 조화롭다.

광장의 측면에 위치한 독특한 감각의 운동장이 보인다. 대단히 정교하고 멋진 중국의 조각상과는 달리 현대적 건물들이나 상징물들은 난해함 그 자체다.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10km 정도 떨어진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에 있는 주점을 검색하고, 자치주로 가는 길에 둘러볼 지서우시의 관광명소들을 알아본다.

"고성이 있나 보네."

광장에서 멀지 않은 도로변에 건주고성(乾州古城)이 나타난다.

"유료야?"

홍등이 달려있는 고성 내부의 거리가 궁금하지만 자전거를 세워둘 적당한 곳도 없고, 지나치듯 구경하기에는 입장료와 시간이 아깝다.

"아쉽지만 패쓰!"

고성 주변으로 들어선 건물들은 모두 오래된 목재건물들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물들이지만 대부분 식당이나 주점들이다.

"이 동네 뭐야? 유명한 동네인가?"

고성 주변에 위치한 재래시장을 찾다 길을 헤매고 바로 지서우시를 빠져나간다.

작은 음식점들과 거리의 사람들, 고성 주변으로 들어서 있는 거리가 지서우시의 옛 거리인 것 같다.

한가롭게 길을 따라가던 중 세련된 자전거샵을 발견한다.

"오. MTB샵."

정비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 펑크정비용 본드를 달라고 하니 휴대용 펑크키트를 보여준다.

"부. 워 요.."

펑크키트에 들어있는 본드를 가리키며 '워 요'를 반복하니 알았다는 듯 서랍들을 뒤적이더니 용량이 큰 본드를 찾아준다.

"하오!"

인천공항에서 돼지표 오공본드를 빼앗기고 작은 펑크키트의 본드 하나로 펑크수리를 했던 불안함이 사라진다.

본드 하나를 구한 즐거운 마음으로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을 향해 짙푸른 계화수의 도로를 따라 달린다.

다른 도시와 달리 유난히 택시가 많은 동네다. 오토바이보다 택시가 많은 동네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고, 큰 혼잡 없이 질서정연하게 운행을 하는 녹색 택시들의 움직임에 더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왜 그래? 어색하잖아!"

과거의 것들도, 현대의 것들도 모든 것이 이색적인 도시 지서우시와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주다.

검색해 두었던 빈관에 도착했지만 고덕지도는 상가 오피스텔처럼 생긴 건물의 위치를 가리킨다. 안쪽의 주차장과 같은 공간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도무지 빈관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주차장과 건물 사이를 두어 번 왔다 갔다를 반복하고 빈관의 층수를 확인한다.

"6층?"

주차장 건물 외벽에 덕지덕지 정신없이 붙어있는 많은 빈관들의 안내판들이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인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이를 업은 여자를 따라가니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사람이 없는 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6층으로 올라간다.

"이런 거야?"

상가아파트를 개조하여 빈관을 운영하는 것인지 게스트하우스처럼 꾸며진 빈관이 나온다.

리셉션의 벨을 누르고 잠시 앉아있으니 인상이 좋은 중년의 여자가 웃으며 다가온다. 친절하게 잘 웃는 여자에게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묻고 체크인을 한다.

침대 하나가 겨우 놓인 좁은 방이지만 깨끗하고 침대도 편안하다.

여자에게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물어보니 숙소 안쪽의 주방을 지나 옥상 같은 장소를 알려준다.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 거지?"

샤워를 하고 잠시 누워있으니 여자가 방문을 두드리며 주숙등록을 하려는지 여권을 달라고 한다.

"일단 너 씻자!"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 후 저녁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간다. 리셉션에서 여자에게 준 여권을 받으려고 했지만 여자가 보이질 않아 먼저 식당으로 간다.

숙소 옆 식당에 들어가 고기메뉴를 주문하고.

맛이 좋은 음식에 만족스러운 젓가락질이 이어지는 동안 식당 안이 요란스럽고 시끄럽다. 식당의 테이블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핀잔을 주는 식당 여자의 잔소리 소리가 대단하다.

"왜 너 많이 틀렸냐?"

"어딜 가나 엄마들의 잔소리는 똑같은가 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아무도 안 가져갈 것 같은데. 굳이 넓은 주차장을 놔두고."

숙소로 돌아와 여권을 달라고 하니 숙소의 여자가 환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한다. 아무래도 주숙등록을 위해 여권을 들고 경찰서 같은 곳을 다녀왔는지 고생을 했다며 무용담을 전하는 것 같다.

"시에 시에!"

어렸을 때 많이 예뻤을 것 같은 미인형의 여자는 치아가 많이 빠져있어 그 미소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좁은 방이지만 간만에 넓고 편안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5일 / 비,구름 ・ 12도
홍지앙현-중팡현-화이화시-마양 먀오족 자치현
번개와 천둥 그리고 험악한 폭우가 밤새 지속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잠잠하다.


이동거리
99Km
누적거리
5,111Km
이동시간
7시간 22분
누적시간
354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홍지앙현
 
장소
 
마양
 
 
2,3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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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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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86-1173-0089

 

하늘에 구멍이 난 듯 그렇게 쏟아붓더니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아침이 조용하다.

이틀을 고민했던 장가계로의 이동경로를 변경한다. 장가계로 가는 아무것도 없는 150km 정도의 부담스러운 산길 그리고 미친 듯 구부러진 길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이건 굳이 안 찍어 먹어봐도 된장이야!"

30km 정도를 우회하는 경로를 결정하고 평상시보다 조금 일찍 출발을 한다. 오늘 도착해야 할 곳은 100km의 거리에 있는 마양 먀오족 자치현이다.

체크아웃을 하려니 아주머니가 안 계시고 그의 아들이 프런트 뒤편 침대에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잠을 자고 있다.

미안하지만 그를 깨워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를 창고에서 꺼내어 출발한다.

중국 오토바이의 앞 번호판은 대부분 쇼바의 측면이나 흙받기의 위에 부착되어 있다.

비구름이 내려앉아 있어 우의와 레인팬츠를 꺼내어 입는다.

홍지앙현은 도시 자체가 조금 휑한 느낌이고 지나치는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많지 않아 쉽게 시내를 벗어난다.

"일단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화이화시에 들어서기 직전에 위치한 중팡현에서 이른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넓은 6차선 도로를 따라 순탄한 라이딩을 이어간다.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하는 산길과 달리 편한 라이딩을 기대하는 큰 도로의 라이딩은 작은 업다운의 반복에도 쉽게 지치는 어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얄팍한 마음가짐이 몸을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도로변에 자주 보이는 가정수(加井水)라는 것이 화물트럭에 물을 보충하거나 세차를 할 때 쓰는 물인 것 같다.

트럭의 물탱크에 호수를 꽂아 물을 채워 넣는다. 도로에 먼지들이 많이 날리고 공사 구간이 많아 때로는 물호수로 세차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중국의 도시나 마을의 초입에는 손세차를 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가장 바쁘다.

가정수를 파는 슈퍼에서 우의와 레인팬츠를 벗어 버린다. 땀이 배출되지 않아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들고 답답하여 페달링을 하는 것이 두 배는 힘든 것 같다.

이미 땀이 차 레인팬츠의 안쪽이 반질반질하다. 레인팬츠를 벗으니 시원함과 함께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다.

슈퍼를 출발하고 3분 정도 길을 따라가니 앞서가던 차들이 거대한 물보라를 날리며 지나간다.

밤새 내렸던 폭우로 도로면 가득 발목까지 차오는는 흙탕물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 깊이를 알지 못하고 천천히 지나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들어서자마자 발목 위까지 푹 담기고, 도로면을 타고 흐르는 흙탕물의 유속 저항에 첨벙대며 페달링을 계속 이어간다.

"아, 발이 마를 날이 없다. 80km나 남았는데."

연이은 빗속 라이딩으로 발가락 사이에 습진이 생겼는지 간질간질 거린다. 요 며칠 신발까지는 젖지 않아 뽀송하게 마르던 참이었는데.

"식당에 가서 신발의 물기를 털어내고 양말이라도 갈아 신어야겠다."

첨벙거리는 신발로 페달을 밟으며 10시가 조금 넘어 중팡현에 들어선다.

중팡현 초입 오르막에 위치한 중팡현 제일중학. 대학 컴퍼스처럼 잘 정돈된 학교의 정문에 공자의 석상이 세워져 있고, 학교의 담벼락에는 학교의 역사들이 순서대로 프린트된 벽화와 연대기가 설명되어 있다.

"자부심이 대단하네. 명문학교인가?"

식당을 찾기 위해 자전거 도로와 차도를 번갈아 가며 이동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길의 신호등 앞에 서있는 사람들. 대도시의 복잡하고 넓은 신호 건널목이 아니라면 중국 사람들은 결코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서있지는 않고 대부분 신호등도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정류장이 별도로 없는 곳에서는 버스 기사가 크락션을 울리는 곳이 정류장이고, 승객이 손을 드는 곳이 버스 정류장이다.

특히 아침에 보면 도로변에 사람들이 쭈그려 앉아 있거나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서있는 사람들이 많다.

10km 정도 중팡현을 관통하는데 식당이 없고 오른편으로 길을 따라 아파트 공사장이 계속 이어진다. G209 국도는 중팡현의 외곽을 지나쳐 가나 보다.

"오늘 밥도 밥 복이 없는 거야? 마양현까지 길이 먼데."

중팡현을 그냥 지나치고 멀지 않게 있는 화이화시에서 든든한 점심을 기대한다. 머릿속이 온통 밥 생각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이화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높은 건물들을 지나치는데도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전기 버스 충전소, 버스 정류장 옆에 충전소가 있어 배터리를 충전한다.

중국의 도로에서 오토바이와 마찬가리로 전기 버스도 소음이 없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전기차, 전기 오토바이, 전기 자전거, 전기 버스. 이런 면은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식당을 찾아 다음 블록에는 있겠지 하며 길을 이어가다 보니 복잡한 대도시의 모습은 나타나지도 않고 휑한 비포장길이 갑자기 펼쳐진다.

"뭥미? 망했다!"

화이와시의 외곽으로 도로가 이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칼로 잘라놓은 듯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작은 전()이라도 빨리 나와라."

달그락 거리며 힘들게 길을 따라가며 파헤쳐 진 도로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중국 여행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공안도, 삼합회도 아닌 개와 파헤쳐진 도로다.

그렇게 12시가 지나버리고, 오전의 넓고 쾌적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좁고 불편한 길이 무심하게도 산으로 향하고 있다.

"왜 저 멀리 산 위로 길이 보이는 걸까."

구불거리며 산의 정상으로 이어진 길을 확인하고 조용히 주유소로 들어간다.

"무엇이든 먹어야 해!"

작은 편의점에는 빵도 없고 요기가 될만한 것은 컵라면밖에 없다.

"이거 갈수록 태산이네."

4.5위안 빅우육면을 들고 5위안을 주니 어린 여직원이 잔돈 대신 사탕을 하나 준다.

"뭐야? 서비스야?"

한국말을 중얼거리니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의 여자 직원이 계산대에 찍힌 0.5을 가리킨다.

"하하하, 애가 일 할 줄 아네. 센스 있는 아이네."

젓가락이 없냐고 제스처를 하니 라면 안에 들어 있다고 한다. 컵라면 안에 3개의 스프와 일회용 포크가 들어있다.

편의점 안에 서서 어제 먹다 남은 설탈빵과 함께 국물만 맛있는 우육면을 먹는다.

"농심이 중국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신라면을 볼 수가 없네. 초코파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산길을 힘들게 오르니 정상에 정말 생뚱맞게 작은 놀이공원이 있다.

놀이공원을 지나 시작된 길은 내리막을 즐기기도 전에 비포장의 파헤쳐진 도로로 변해버리고, 고덕지도는 이상한 시멘트 길로 좌회전하라고 떠들어댄다.

파헤쳐진 G209 국도와 가끔 이상한 길로 안내하여 애를 먹이던 고덕지도,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에 빠진다.

"고덕양, 너 한 번 더 믿어볼게. 도저히 끔찍한 웅덩이 길은 못 가겠어."

짧은 오르막 이후 넓은 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의 변두리 길을 따라가는 것이 그럭저럭 웅덩이 길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저수지 주변 마을을 지나치던 시멘트길이 갑자기 진흙밭의 웅덩이길로 바뀐다.

"고덕양, 네가 그럼 그렇지. 아우!"

진흙밭의 웅덩이 길에 바퀴들이 미끄러지며 조향과 페달링을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내릴 수조차 없는 진흙밭이다.

"이곳에서 발을 내리는 순간 그건 지옥이다."

온몸을 써가며 겨우겨우 길을 이겨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얼핏 보니 지나가야 할 길 옆의 집에서 세 마리 개가 나를 주시하며 맹렬히 짖어대고 있다.

진퇴양난, 불가항력 그리고.

"아놔, 이런 *********!"

개들 앞에서 항복하듯 자전거에서 내려 진흙밭을 끌며 다소곳이 개님들의 곁을 지나간다.

이틀간 자전거에 덕지덕지 엉겨 붙은 자갈들과 진흙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찌그덕 달그락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흙 흙탕물을 튀기며 굴러가는 자전거.

때마침 하수도관이 터져 빗물들이 쏟아지는 곳이 있지만 어떻게 씻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냥 가려는 순간 시멘트를 푸던 낡은 바가지가 보인다.

"오홍, 이러면 스토리가 달라지지!"

자전거를 벽에 세우고 물을 퍼담아 뿌려대니 그런대로 깨끗해진 자전거.

"뭐, 곧 더러워지겠지만 일단은 속이 다 시원하네."

잠시 쓸데없는 만족감에 흐뭇해하고 있을 때 카톡이 울린다.

"별문제 없이 잘 달려?"

어찌 설명하기가 굉장히 난해하다.

"엉망진창이지!"

1시 40분, 아직 45km나 남아있다.

"이제부터 산길이 이어지는데 언제 도착하나."

마을에서 조금 내려가 다시 G209 국도를 만나 산길을 향해 들어간다.

짧은 오르막 이후 쭉 뻗은 일직선 도로가 이어진다. 지도를 보면 이 직선로를 끝으로 구불구불 산길처럼 보이는 도로가 마양현까지 이어진다.

직선 도로가 끝나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됨을 알리는 안내판을 보며 큰 숨을 한번 쉬고.

"가 보자!"

그런데 생각과 달리 높은 경사면이 잠시 이어지더니 평지와 같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뭐지? 그동안 얼마나 올라와 있었던 거야?"

작은 도랑물이 개천이 되고 하천으로 그 폭을 넓히는 동안 가벼운 페달을 밟으며 달려간다.

하늘은 천천히 밝아지며 구름 사이로 가끔씩 수줍은 햇살이 방긋거린다.

빠르게 지워지는 남은 거리 그리고 페달링에 흥이 난다.

조금씩 지쳐갈 때쯤 나타난 뜻밖의 안내판.

"국도에도 휴게소가 있어? 식당이 있다는 말이지."

잠시 후 작은 주유소가 보이지만 식당은 찾아볼 수가 없다.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한꺼번에 맥이 쭉 빠지는 것 같다.

"대륙, 너희들이 그렇지 뭐."

작은 오르막이 간간이 섞여있지만 편안했던 길이였음에도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콜라 한 모금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래본다.

매일 엉망으로 변해버리는 신발과 옷 그리고 자전거.

"얼마 안 남았다. 조금만 더 가 보자."

생각지 못한 라이딩 속도와 밝아진 날씨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 충분히 앉아 쉬고, 자우림의 음악을 재생시킨 후 씩씩하게 출발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도르래 짐바구니가 보인다.

하천이 유속이 빨라지며 제법 강의 형태로 그 모양을 넓힌다. 작은 마을과 강을 건너는 다리를 넘고 자전거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이상하네. 배가 많이 고플 뿐 그렇게 많이 지친 것은 아닌데."

자전거를 세우고 뒷바퀴를 만져보니 괜찮은데 앞바퀴가 빠르게 주저앉고 있다.

공기 밸브 사이로 바람이 새며 타이어 안으로 들어간 물들이 보글보글 거린다.

"무난하게 가면 심심하지? 이젠 앞이니?"

산골의 허름한 슈퍼 앞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타이어를 확인하니 작은 철심 하나가 박혀있다.

잘 빠지지 않는 녀석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 어렵게 제거하고 튜브의 구멍 난 부분을 찾는다.

얼굴에 튜브를 대고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실바람의 느낌을 찾고 있는데 나를 지켜보던 슈퍼 할아버지가 세숫대야를 가져와 건네준다.

"헤헤, 시에 시에!"

튜브를 정비하고 앞바퀴 그리고 뒷바퀴에도 바람을 넣어주고 슈퍼 앞 조그마한 대나무 의자에 앉아서 쉰다.

고마운 할아버지에게 콜라 한 병을 사서 먹으며 나란히 앉아 산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시간의 흐름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틀어놓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옛 노랫소리가 너무나 좋다. 패니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자우림의 노래와 연주 소리가 소음처럼 시끄럽게 느껴진다.

"할배, 갈게요. 시에 시에!"

한참을 그렇게 나란히 앉아 산을 바라보다 출발하니 어서 가라며 손을 흔들어 준다.

할아버지 슈퍼에서 조금 내려와 평지를 달리다 보니 계곡의 물들이 내 방향으로 졸졸거리며 내려온다.

"일관성 없게 뭐냐? 나 지금 올라가는 것 맞지?"

한 코너를 돌며 급격하게 경사가 바뀌더니 코너를 돌고 다시 돌고, 급기야 S자로 휘어지며 올라간다.

허연 입김을 토해내며 첫 번째 고개 정산에 위치한 소수민족의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마을 문화무대(美丽乡村文化戏台)의 중앙에 그려진 소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고개를 넘으며 앞으로 몇 개를 더 넘을까 궁금해진다.

산을 개간하여 밭을 만들고 층층이 귤나무를 심어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이어진다.

"할머니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부터 시작했을지 모르겠다. 할머니의 손녀는 그 고단했을 삶이 더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고개를 넘고 귤나무가 심어진 산들을 내려오는 동안 노란 스쿨버스가 분주하게 지나다니더니 작은 소학교가 나온다.

하교를 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니 학교 관계자들이 말을 건다.

한국사람을 처음 보는 듯 반갑게 인사하고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고, 장가계를 간다고 하니 멀다고 하면서 엄지를 세워서 응원을 한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구경해도 되는지 묻고 허락을 받아 중국 소학교 내부를 잠시 구경한다.

공자상이 멋지게 세워져 있고.

1학년으로 보이는 꼬마들이 얌전히 하교를 위해 줄을 서있다. 자꾸 쳐다는 보는데 인사를 해도 반응들이 없다.

소학교를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양현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고.

집을 지을 때 쓰는 바구니형 골재 믹스기. 대략 네 종류 정도 있는 것 같다.

미양현의 초입, 집을 짓기 위해 도르래를 모터로 돌려 벽돌이 담긴 손수레를 끌어올린다.

미양현 시내에 도착해서 검색해둔 숙소를 찾아간다. 거리에는 하교를 하는 학생들로 복잡하다.

검색해둔 빈관을 찾지 못하고 도로에 있는 1층 공간이 넓어 자전거를 보관하기에 좋을 것 같은 빈관에 들어가 가격을 문의한다.

"빠스콰이."

자전거를 넣어두고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밥을 먹으러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봐도 모르는 메뉴판은 패쓰하고 다른 손님이 주문한 듯한 메뉴를 가리키며 얼만지를 물은 뒤 그것을 달라고 했다. 12위안.

이 식당은 밥을 독특하게 한다. 일 인분씩 나누어진 압력솥 같은 곳에 밥을 한다.

중국 식당 정수기는 문을 열어야 한다. 문짝을 왜 달아 놓았는지 모르겠다.

"먼지가 많아서 그런가?"

밥을 주문 배달을 하는 집인지 일회용 용기에 밥을 담는다. 배달 음식을 나에게 먼저 주는지 주문하고 바로 음식이 나온다.

고기와 고추 볶음, 배추데침 그리고 오리알 같은 것이 올려져 있다. 오리알을 한입 깨물으니 껍질이 그대로 붙어있다.

"통째로 먹나 보지?"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우며 한 그릇 더 달라고 하니 주방장 남자가 배달을 간 사이 들어온 젊은 여자가 핸드폰을 꺼내 12를 적어 보여준다.

"알아. 그거 말고 한 개 더 달라고."

대충 건성으로 알아들었는지 알았다고 하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밥을 다 먹었는데 더 주문한 밥이 안 나온다. 잠시 기다리다 여자를 불러 밥을 안 주는지 물어본다.

이번에도 건성으로 듣는지 핸드폰을 꺼내 핸드폰 결제를 하라고 한다. 밥이 끊겨 약간 민감해져 웃으며 한국말로 떠뜬다.

"너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했지? 말을 끝까지 잘 들어야지!"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그 관경이 재미났는지 웃어댄다. 네이버 중국어 회화 문장 '하나 더 주세요'를 여자에게 보여준다.


"워 요우 이거!"

잠시 멈칫하더니 그제서야 알아들었는지 웃으면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어렵게 다시 나온 두 번째 밥.

밥을 다 먹으니 여자가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서 묻고, 고향을 묻고 등등 관심이 생겼는지 질문이 많다.

건성건성 대답했던 첫인상이 얄미워서 한국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제주도 해안 풍경 동영상을 보여준다.

"너 바다 못 가봤지?"

영상을 보더니 '피아오량' 한다.

숙소에 들어와 패니어에서 짐들을 털어내고 패니어까지 깨끗하게 씻어냈다.

매일처럼 이러는 것도 지친다.

잠들기 전, 패니어들에 짐들을 다시 재정리 하고 잠이 든다.


"요상하게 힘든 날이다. 내일은 꼭 밥을 먹고 달려야지."




경비내역
식비:24위안 / 식료품:8위안 / 숙박:80위안 / 합계:112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4일 / 비 ・ 12도
징저우 먀오족 둥족 자치현-홍지앙현
겨우 하루뿐인 맑은 하늘, 다시 하늘이 우중충하다.


이동거리
98Km
누적거리
5,012Km
이동시간
7시간 05분
누적시간
347시간

 
G209도로
 
G209도로
 
 
 
 
 
 
 
47Km / 3시간 15분
 
51Km / 3시간 50분
 
징저우
 
핑춘전
 
홍지앙현
 
 
2,2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십 분만 더 잠을 청하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추운 숙소에서의 불편한 잠이 썩 개운치가 않다.

패니어를 떼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니 다시 장착하는 시간이 들지 않아 좋다. 9시가 조금 지나 홍지앙시를 향해 출발한다.

홍지앙시까지는 95km의 거리, 흐린 하늘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으니 이젠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도시를 빠져나와 첫 번째 지나친 마을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갈 길이 머니 틈틈이 챙겨 먹자."

다른 사람들이 먹은 걸 보니 면 요리다. 밥이 좋지만 시간 절약도 좋을 것 같다.

두어 번 먹어본 것이라 가격도 묻지 않고 주문을 하고, 주문과 함께 바로 나온 음식에 입맛이 돋는다.

고추기름 소스도 알맞게 넣고 맛있게 먹고 있으니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 맞는지 묻는다.

"그나저나 이것으로 해장을 해도 최고겠어!"

순식간에 국물까지 싹 비우고 얼마인지 물으니 6위안이라고 한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건가 싶다.

"만두도 하나 먹을 걸 아쉽네."

밥을 먹는 동안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해가 얼굴을 내비친다.

겨울용 방풍자켓를 벗어 랙 패니어 위에 얻어 고무밧줄로 고정시키고 바람막이도 필요 없을 것 같아 입지 않고 출발한다.

"오랜만에 아침도 챙겨 먹었으니 달려 볼까!"

다시 만난 빈강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강변도로를 달린다.

봄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밭에 나와 무언가를 하고 있다. 강의 건너편이라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 아쉽다.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차량들과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스럽다. 이런 곳은 100% 시장의 입구다.

비상식으로 빵을 사둘까 하다 복잡한 동네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차들과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빠져나간다.

어수선한 마을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는지 길가에 나와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흔하게 보는 풍경이지만 밥그릇 하나만을 들고 집 밖에 쭈그려 앉아 먹거나 길가에 서서 밥을 먹는 모습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어두운 거실보다 밖이 환해서 저러는 걸까?"

후이통현(会同县)의 초입에 도착한다. 빵을 사기 위해 슈퍼를 찾다가 수유공원(粟裕公园) 앞에서 사람들이 앉아 노점에서 파는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자전거를 세운다.

사람들은 밥이 가득 담긴 간의 용기를 들고 중국인 특유의 식사 모습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역시나 가격 같은 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중국의 노점이나 시장 길가의 가격들은 5~10위안이다.

밥이 가득 담긴 용기에 중국의 밑반찬들만이 올려져 나온다.

"풀밭이네! 고기는 일절 없는 거야?"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가정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계란 후라이나 두부 같은 것을 추가로 얹어먹지 않을까 싶다.

서서 먹을 수는 없고 노점 앞 명당자리인 나무의자에 자리를 잡고 밥과 풀들을 섞어 먹으니 밑반찬들의 맛이 아주 좋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밑반찬 통을 열어 더 담기도 하고, 밥을 더 달라고 청하기도 하고, 누룽지를 담아 먹기도 한다.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5위안을 내길래 식사를 하고 막걸리통 같은 것에서 물을 따라 마시며 5위안을 꺼내 준다.

"우콰이?"

능숙함이, 누가 보면 중국 사람인 줄 알겠다.

노점에서 밥을 먹는 동안 땀이 식어 바람막이를 챙겨 입는다.

"겨우 감기에서 벗어났는데, 이럴 때 조심해야지."

G209 국도는 후이통현의 중심부를 지나지 않아 쉽게 벗어난다.

당나귀인지 말인지 모르겠지만 흙을 짐낭에 퍼담는다.

"세상에 바퀴 달린 것들이 모두 나와 굴러다니는 중국인데, 아직도 이런 방법을 쓰는구나."

중국 어느 도시에나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아파트들이 있다. 저기에 누가 다 들어가 사나 싶기도 하고 때론 저것으로 수많은 중국인에게 감당이 다 될까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빈강을 따라 이어지던 강변길이 끝나고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진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급기야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하루를 못 가는구나! 갈 길이 아직 먼데."

서둘러 우의만을 꺼내어 입고 출발하니 금세 쏟아질 것 같던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오락가락한다.

비닐 우의 안쪽으로 땀들이 차오른다. 한 단, 한 단씩 단추를 풀다 보니 땡땡이 우의가 바람에 날리며 요란한 춤을 춘다.

순식간에 날씨가 변하니 어떻게 옷을 맞춰 입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을 지나며 빵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어간다. 카드게임을 하느라 아무 관심도 없다.

슈퍼에는 물건들이 별로 없다. 전에 먹었던 설탕 맛만 나는 빵밖에 없어 할 수 없이 그 빵과 콜라를 집어든다.

카드게임을 하느라 바쁜 사람들 옆에 앉아 빵을 먹으며 그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본다.

옆집 쌀가게 할아버지는 세상모르고 주무시고.

중국의 어두운 거실이나 가게 안에서 사람들이 자주 하던 게임인데 그것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사진조차 찍지를 못하고 있었다.

함부로 사진을 찍다가 돈을 잃은 사람한테 혼날까 봐.

여자는 게임이 끝나면 옆에 둔 메모지에 돈을 표시하는 숫자들을 적는다.

한 게임은 비교적 빨리 끝나는 편인데 바로 패를 섞고 다시 게임이 시작되어 어떤 게임인지 물어볼 기회가 없다.

틈이 나기를 기다릴 때 가게에 물건을 갖다주는 사람이 들어와서 여자가 잠시 자리를 뜬다.

그 사이 남자에게 게임의 이름을 묻고 번역기에 써달라 부탁을 한다.

"字牌, 즈파이"

남자는 시큰둥하게 게임명을 적어주고 바로 게임에 몰두한다.

다시 산길을 오른다. 저 멀리 회색 비구름이 내려앉은 모습이 보이고, 그 빗속을 향해 내리막을 달려간다.

지나던 길에 이번에는 100% 확실한 말이다. 곱슬거리는 갈기가 한쪽 눈을 가리고 있는 잘 생긴 말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 한국 사람이라 하니 잘 못 알아듣는 아저씨. 태극기를 가리키며 한국 사람이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시내까지 20km를 남기고 홍지앙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시내를 4km 정도를 남기고 첫 번째 홍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고.

멀리 홍지앙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두 번째 홍강을 넘고 홍지앙시의 시내로 들어선다.

큼지막하고 육중한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는 홍지앙시.

그 무섭다는 공안, 홍지앙시 공안 본청의 사진도 찍어보고. 공안이 뭐가 무서운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내 눈엔 제복 입은 동네 아저씨들 같다.

흔한 오토바이조차 지나가질 않고 도로는 한적할 정도로 한가하다.

숙소를 검색하고 내일 다시 이어가야 할 G209 국도변의 빈관으로 결정한다.

빈관에는 5~6살 정도 남자아이 손주를 보고 있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앉아있다.

80위안 빈관, 자전거를 프런트 뒤편 공간에 넣을 수 있는지 물으니 빈관 옆의 창고에 넣으라 하며 셔터를 내리는 제스처를 한다.

"응, 이따가 셔터를 내릴 거라는 거지? 알았어. 하오! 하오!"

자전거를 씻을 수 없는지 '쑤이, 쑤이'하며 호수로 물 뿌리는 흉내를 내니 '메이요' 한다.

"내일 또 엉망이 될 텐데, 그냥 놔두자. 모르겠다."

패니어에서 안경과 만코 어댑터만 빼내고 패니어를 달아 놓은 채 자물쇠만 잠가놓는다.

아이와 함께 그릇을 들고 밥을 먹던 아주머니는 밥을 먹어야 하는지 묻더니 근처에 있는 식당을 밥풀을 튀겨가며 설명을 한다.

정말 중국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순수한 것인지 아니면 체면 같은 것에 무신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귀엽게 보일 때가 있다.

옷을 빨아야 해서 씻지도 않고 먼저 밥을 먹기 위해 아주머니가 알려준 식당으로 간다.

불이 피워진 타이어 화로에 젖은 바지와 신발을 말리고.

메뉴에 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게, 어제 퉁다오에서 만난 남자들이 알려준 코우로우얀차이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다고 한다.

언제나 난감한 재료가 든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가리키니 여주인이 두부를 가리킨다.

"돼지고기에 두부를 넣는다고, 좋아. 하오!"

얼마인지 물으니 25위안이라며 손가락 숫자까지 하며 알려준다.

뚸샤오첸을 하도 많이 했더니 가격 숫자들이 귀에 들어온다.

돼지고기, 두부, 고추, 마늘줄기 등으로 볶은 요리가 고봉으로 담은 밥과 함께 나온다.

맛있고 하자 여기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왜 중국어가 귀에 들리는 걸까?"

고개도 들지 않고 밥을 먹으며 한국 사람이라 대답한다. 한 달 넘게 중국에 있다 보니 반복되는 말들과 질문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옷을 씻어 말린다.

"네가 제일 고생이구나."

8시부터 천둥이 치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겨울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보다.

"그래, 차라리 밤새 왕창 내려버리고 아침에는 제발 그쳐다오."



경비내역
식비:36위안 / 식료품:21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37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2일 / 비 ・ 13도
룽성 각족 자치현-퉁다오 둥족 자치현
퉁다오현까지 80km, 하지만 지도에 나오는 길들이 구불구불 수상하다. 험난한 하루가 예상되는 하루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4,835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335시간

 
G321도로
 
G321도로
 
 
 
 
 
 
 
44Km / 3시간 35분
 
0Km / 0시간 00분
 
각족자치현
 
간시시앙
 
둥족자치현
 
 
2,0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창문 밖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지 길가 가로수의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휘청인다.

"하필이면 가야 할 방향의 역풍이야."

심상치 않은 바람에 일기예보를 보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번개 아이콘이 가득이다.

"하다 하다 이제 번개 세트냐."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를 보니 설마 했던 펑크가 나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펑크가 나니 여행 전 여행용 슈발베 타이어로 교체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다.

타이어 내부를 여러 차례 훑어보아도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은 없는데 어찌도 이리 부지런히 펑크가 나는지 모르겠다.

펑크패치를 붙이고 정비를 한 후 잠시 기다려 패니어를 올리니 그때서야 다시 바람이 빠져버린다.

"아, 정말!"

계림에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를 꺼내어 교체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람을 넣고 기다린다.

"중국의 빵구 귀신이 붙은 게 틀림없어."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는 타이어. 한 시간을 알뜰하게 날려버리고 10시가 가까워서야 출발을 한다.

어두운 하늘, 강한 바람과 함께 멀리 산으로부터 비구름이 내려앉는다.

오늘따라 가벼운 느낌의 페달링 하지만 불어오는 맞바람은 자전거를 그대로 멈춰 세워버린다.

앞서가는 우산을 단 오토바이는 날개가 달린 듯 펄럭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비, 바람 그리고 산길. 번개까지 치면 완벽하겠네."

빈강(滨江)을 따라 퉁다오 둥족 자치현으로 길을 향한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던 G321번 국도를 벗어나 문제의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무리 봐도 시멘트 포장의 고된 산길이 될 것 같다. 잠시 망설임의 시간이 가고 페달을 밟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국도와 고됨이 예상되는 산길, 이런 불운한 선택의 딜레마가 다 있나. 못 먹어도 고다!"

하지만 산길의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고 채 5분을 가지 못하고 포기한다.

"아니 되오, 아니 되오! 이 길만은 안되겠어. 좀 돌아가더라도 국도를 타고 가자."

초입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며 벽돌들을 쏟아낸 트럭이 아직도 뒤처리를 하고 있다.

중국의 작은 트럭들은 종종 화물들을 떨어뜨리고 다녀서 절대 뒤를 따라가면 안되는 것 같다.

청록빛의 빈강을 따라 이어지는 G321번 국도 역시 구불구불하지만 큰 오르막 없이 이어진다.

차가운 바람에 이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순간순간 변하는 날씨라서 우의를 챙겨 입지 않고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펑크로 인해 아침 식사의 시간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뱃속에서 허기짐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식당은커녕 작은 슈퍼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역시 저녁밥은 세 공기쯤은 먹어야 아침에도 든든한 건데."

새 집을 많이 지어 올리는 중국의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골재를 혼합하는 믹서기다.

마을조차 없는 길을 달리다 길가의 작은 슈퍼를 만난다.

간단하게 빵과 콜라를 6위안에 사서 출출함을 달래고.

재미있는 슈퍼의 추 저울. 간단한 것들은 가격 정찰제를 하면 편할 텐데 중국은 무엇이든 저울에 올려서 판다.

롱지에서부터 사람들은 대나무 작대기를 어깨에 메고 짐바구니를 달고 다니는 방법이 아닌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 다닌다.

중국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들 중 하나인 의자들은 크기도, 만든 소재도, 모양도 다양하다. 조그마한 의자에 앉으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곳의 집들은 독특하게 옛 목조 건물들을 이층과 삼층에 올려 지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이상한 창고처럼 보이는 최근의 벽돌집보다 멋있고 보기가 좋다.

빵을 먹고 얼마 안 가서 작은 시골 마을이 나온다. 어제 2시간 정도 라이딩 시간이 남았던 오후에 도착하려고 했던 피아오리전(瓢里镇)이다.

도로를 따라 돼지고기나 채소 등을 파는 노점들이 이어진다. 길가의 식당들에서 밥을 먹을까 하다 조금 전 먹어둔 빵의 열량으로 충분하여 쉼 없이 지나친다.

"꼭 뭘 하고 나면 그 뒤에 필요했던 것이 나오더라. 뒤에 있을까 싶어 지나치면 아무것도 없고."

중국의 강들에서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찾아보기 꽤 어렵다. 생각보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이 그렇게 많이 놓여있지 않아서 시골에는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운치는 있는데 말이지."

가끔씩 기와지붕이 올려진 중국의 독특한 다리들. 중국의 옛 건축물들, 다리나 집, 수로들을 보면 나름의 특색이 있고 자연과의 어울림이 좋아 감탄스럽다. 하지만 요즘 건축물은 그냥 우스꽝스럽다.

산골이라 그런지 옛 목조 가옥들이 많다. 이층 또는 삼층으로 지어진 목조 가옥들은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고 독특한 멋이 느껴진다.

"이게 유채꽃이지!"

석물(石物)이라는 비석이나 기념석으로 사용하는 멋들어진 돌들이 많이 놓여있고, 수석 같은 공예점이 많다. 돌이 유명한 동네인가 보다.

중국은 마을마다 대나무 마을, 돌 마을, 나무공예 마을 등등 컨셉이 확실하다. 

돌 마을을 지나 계림 여행을 안내했던 G321번 국도를 벗어난다.

"고맙다. 멋진 광시성, 매력적인 계림이었다."

"중국의 집들은 한 일이 년에 걸쳐 짓는 것일까?" 

온돌을 까는 것도 아니고 난방 시설도 없고, 상하수도나 전기배선이 복잡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짓다 만 집들이 많이 보인다. 주로 대나무와 향나무 같은 것을 짓는 집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좋은 풍경으로 길을 이어준 빈강도 한 컷.

할머니가 그녀보다 더 늙은 할머니와 길을 걷는다. 

"부녀지간 아니면 고부지간일까."

G321번 국도를 벗어나 장가계까지 길을 이어줄 G209 국도의 산길이 시작된다.

조금씩 경사를 더하며 오르고 광시성을 벗어나 다시 후난성의 경계에 들어선다.

마을의 멋진 초입을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이 계속되고 반대편의 코너를 돌아 사이클을 탄 남자가 내려온다.

"짜요!"

잠깐 눈이 마주친 남자가 응원의 말을 던지고 지나간다. 넓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만난 라이더다.

남자가 내려온 코너를 돌자 검은 개가 자전거의 길을 막고 사납게 짖어댄다.

길을 막고 따라 올라오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대더니 서둘러 속도를 내는 더욱 거세게 따라붙으며 리어 패니어를 물어뜯으려고 한다.

"저리 안 가. 광견병 접종은 안 했단 말야!"

개의 눈을 계속 바라보며 오르막에서 속도를 내어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니 20미터쯤 쫓아오다 돌아간다.

"빌어먹을 개새끼!"

오르막에서 힘을 쓰다 보니 순식간에 기진맥진이다.

중국의 개들은 못 먹어인지 삐쩍 마른 것들이 늑대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다. 도로를 가로막고 차들이 크락션을 울려도 쉬 피하지도 않고 중국 사람들처럼 제멋대로다.

별일 없었음을 안도하며 길을 오르는데 이번에도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길에서 30미터쯤 떨어진 집에서 누런개가 무서운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온다.

"썅! 오지 마!"

측면에서 달려드는 개의 기세가 대단하고 위험하다. 다시 개의 눈을 보며 속도를 내며 겨우 뿌리친다.

무섭게 달려드는 사나운 개들을 피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돼버렸다.

"아, 된장을 발라도 시원치 않을 개새끼들!"

개들을 피해 산길을 오르고, 달려드는 개보다 더 살벌한 중국의 안내판이 보인다.

가끔 산을 통째로 깎아내는 중국의 산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중국의 많은 인구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자원의 소모가 필요할지 가늠도 안된다.

오르막 안내판 4종 세트가 길을 안내한다. 

"급회전, 급경사, 위험, 지그재그."

돌고 오르고 돌고를 반복하다 내리막이 시작되고, 벗어놓은 장갑을 끼고 자켓의 지퍼를 올린 후 내리막의 보상을 받기 위해 출발했지만 그것이 무색하리만큼 짧은 내리막은 바로 끝나버린다.

"..."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을 투덜거리며 오랫동안 오르고.

다시 만난 내리막 810미터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야! 뭔가 계산이 틀리잖아. 올라온 거리가 얼만데 겨우 810이야."

고개의 정상에서 쓸데없이 내려가면 더 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산골에도 목재 가옥이 사라지고 그 형태만을 그대로 본뜬듯한 모양 없는 벽돌 가옥들이 들어선다.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긴 오르막이 끝나고 꼴랑 1,200미터 정도를 내려간다. 내려간 거리에 알파를 더해 다시 오르라는 안내와 다를 바 없다.

소수민족 자치구에 들어선 롱지에서부터 이 모양의 건물이 자주 보인다. 확실히 롱지전을 지나면서 부터는 풍경도, 사람도, 건물들도 모두 이색적인 모습이다.

오르막에서 만난 중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경운기는 미니멀한 사이즈다. 척박한 산자락의 꼭대기에서도 삶의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고개의 끝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인가? 분위기가 마지막 고개 같은데!"

2km쯤 내려가던 길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마을을 오르던 중 한 아저씨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 두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할로우'하며 인사를 한다. 중국에서 쉽게 받을 수 없는 환대의 인사에 즐거운 인사로 답을 한다.

차가운 바람과 안개비가 시작되는 마지막 고개에 도착한다. 퉁다오현까지 45km를 남기고 들어선 G209 국도는 아직도 26km가 남아있다.

"겨우 내려가려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오네."


몇 분이 안돼 5km가 삭제되고, 자켓은 순식간에 젖어버린다. 롱청전(陇城镇)에 들어선다.

제법 규모가 되는 마을의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마침 먼저 있던 손님들의 메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똑같은 것을 달라고 요청한다. 얼마인지 물으니 15위안이라 한다.

"쓰우콰이!"

물론 돼지고기가 들어간 메뉴다.

남편은 요리를 하고 아내는 국을 끓인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볶음과 배춧국. 우선 선지가 들어간 배춧국은 부드럽고 향긋한 배추향이 좋고 국물이 시원하다.

"완전 해장용인데."

메인 메뉴로 나온 돼지고기볶음은 시래기 같은 건조한 채소를 잘게 썰어 돼지고기와 말린 고추 등을 넣어 볶은 것으로 먹는 순간 짧은 감탄이 나온다.

"와우, 최곤데!"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고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따듯하고 편안한 배춧국이 언 몸을 녹이고 시래기 돼지고기와 머슴밥으로 허기짐을 채운다.

식당의 테이블 아래 전기난로가 놓여 정말 따듯하다. 식사가 끝났음에도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한없이 나약하고 가벼운 마음이다.

거실이나 가게 같은 곳에 내부 난방을 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이렇게 테이블 밑에 난로를 두고 자기들만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손님의 테이블마다 난로를 둔 곳은 처음 본다.

"페이창 하오 츠!"

'내가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의 맛이다'했더니 '그렇냐'며 좋아한다.

밥을 먹고 나니 4시가 되고, 앞으로 내리막길일 테니 21km 거리의 퉁다오까지 5시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와 함께 맞바람이 불어오지만 내리막의 가속도가 붙은 무거운 자전거를 방해하지는 못하고, 30분 만에 10km가 사라진다.

산길을 내려가는 동안 소수민족의 독특한 옷차림과 복장을 한 사람들을 자주 지나친다.

조금씩 도로의 상태가 나빠지더니 퉁다오를 10km 정도를 남기고 지옥문이 열린다. 도로포장을 다시 하는지 길들이 파여있고 곳곳이 시멘트 흙탕물로 엉망이다.

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털털거리며 좌우로 미끄러지는 바퀴들 그리고 대형 트럭들의 통행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수없이 많고 불규칙하게 파여있는 흙탕물 웅덩이를 지나며 매너 없는 운전자가 지나가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그때 그분이 지나간다.

블랙코드의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감사하게도 시멘트 흙탕물로 회색빛 무늬들을 흩뿌려 밋밋했던 복장을 화려하게 수놓아 준다.

"고맙다. *&^*#*#&$&$^*#&$^!"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은 있으니 중국인을 뭐라 할 수는 없고, 인구의 1%만 저러해도 매너없는 사람이 1,5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 문제겠지 싶다.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돼버린 자전거와 옷들이다.

중심을 잡느라 손아귀가 아파오고 그 와중에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대체 얼마나 파헤쳐 놓은 거야?"

무려 6km에 이르는 지옥을 경험하고 심신이 너덜너덜거리며 6시가 되어서야 퉁다오의 시내로 들어선다.

초입부터 오묘한 산들이 우뚝 솟은 퉁다오현.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시멘트 흙이 마르기 전에 자전거를 세척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첫 번째 주유소를 들렀지만 세차를 하는 차량들이 있어 되돌아 나오고, 두 번째 주유소에 들렀지만 세차 시설이 없다.

주유소 세차를 포기하고 신호등을 건너 좌회전하려는데 주유소에서 검은 요크셔 같은 작은 개가 나와 길을 막고 따라오며 짖는 바람에 좌회전 신호를 놓쳐버린다.

"아, 오늘 개새끼들이 왜 이래!"

가장 가까운 곳의 주점으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차하고, 시멘트로 엉망이 된 옷들을 씻어낸다.

"오늘 저녁은 건너뛰자. 먹는 것도 귀찮고 힘들다."

저녁이 되니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는 퉁다오현이다.

"야경이 알록달록 이쁘네."

아침나절 펑크로 시작하여 비와 바람, 오르락내리락 산길과 사나운 개들 그리고 시멘트 흙탕물까지 뒤집어쓴 이상한 날이다.

"맛있는 음식도 먹었고, 예쁜 야경도 봤으니 그럭저럭 퉁치자."

아침에 예보되었던 번개 세트가 빠졌다고 생각했더니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비가 내리고 요란한 번개가 번쩍번쩍 거린다.

"참나, 이상하고 요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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