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3일 /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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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한 달 정도 폴란드를 여행하며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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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백설공주도 아닌데, 자고 또 잔다.

프랑스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모양이다. 경각심이 없는 국민들에게 '바보 같은 프랑스인'이라고 말하던 마크롱이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 모양이다.

"그 정도로 되겠어?"

레오니는 뒹케르크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있다고 한다. 바다가 있는 시골이니 좋은 결정을 한 것 같다.

며칠째 8인실 룸에는 아무도 들어오질 않는다. 너무 편하고 좋다.

"이 상태면 한 달 동안 호스텔에 머물러도 좋겠는데."

대사관 페이스북과 유럽여행 카페에서 정보들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르샤바에 있다는 여행자에게 숙소비를 물어보니 1박에 30,000원이라고 한다.

"헐."

같은 숙소로 옮겨볼까 생각하다 숙박비에 놀라 채팅창을 닫는다.

"9,000원도 비싼데."

숙소에 머물러도 좋고, 폴란드를 여행해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조금 더 쉬자. 숙소도 저렴하고 편하니."

알렉스와 라이언이 추천해준 장소들을 살펴보며 경로를 계획한다.

먼저 바다가 있는 그다인스크로 가서 시간을 보낸 후 알렉스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그리고 바르샤바로 돌아와 국경이나 공항이 폐쇄 중이면 남부 크라쿠프, 자코파네의 산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

"벨라루스에 가 볼까?"

사전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 벨라루스의 대사관 위치를 확인하고, 민스크 공항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도착비자의 내용도 확인한다.

비자 절차 때문에 포기했던 벨라루스 여행인데, 우크라이나의 국경 폐쇄가 길어지면 벨라루스를 여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

"벨라루스는 세 번째 옵션이다."

쉥겐 기간이 지난 독일에서 출국을 할 수 있는지 대사관에 문의하고, 아프리카로 가는 경로와 입국현황 등을 확인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까지 생각해 놓는다.

남아공과 수단의 입국이 금지되어 아프리카로 넘어갈 수도 없고, 상황이 불확실한 아프리카는 당분간 보류다.

슈퍼마켓에 식료품을 사러 나간다. 식당들도 대부분 문이 닫혀있고, 프랜차이즈 식당들은 포장판매나 배달만을 하고 있다.

슈퍼에 들러 빵과 음료수, 계란 등을 사고.

공원에 앉아 햇볕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좋은데, 한가롭고 좋다."

프랑스에 이어 폴란드에서도 체류기간을 3개월 연장시켜 준다고 한다. 체류기간의 여유가 많지만 추후에 이용해야겠다.

"뭔 체류연장 수수료가 10만원이 넘어."

밀린 자료들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워 쉰다.

식당에서 떠드는 젊은 남녀들, 호기심이 폭발하는 청춘이라지만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은 정말 이해하고 싶지 않다.

"대화 수준이라도 높으면 모르겠지만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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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12일 /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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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에 유럽의 모든 국경이 폐쇄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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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내는데도, 뭔가 피곤하고 졸립다.

지난해 6월 몽골의 헙드에서 한 달여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쉼 없이 달려온 피곤함이 때마침 폴란드의 상황에 맞춰 쏟아지는가 보다.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지만 마음만은 편안한 날들이다.

"쉬어갈 때가 됐지 뭐."

독일의 국경이 폐쇄된다는 정보가 들려온다.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 사람들의 성향은 어쩔 수 없다지만 국가의 시스템이 한순간에 정지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중국과 한국의 상황을 보며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 모르겠다.

"설마 일본의 데이터를 믿은 거야?"

우크라이나의 국경 폐쇄를 시작으로 폴란드,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독일, 러시아까지 폴란드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모든 국가의 국경이 막혔다.

파박은 뮌헨에서 서울로 사는 항공권을 예매하고 주말에 귀국할 생각이고, 월터는 루마니아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다.

"어제 왔으면 14일간 격리조치당할 뻔했어."

"운 좋네. 14일 동안 부모님한테는 가지 마!"

"알아."

미루고 있던 여행자보험을 가입하고, 잠시 산책을 한 후 숙소로 돌아온다. 주말 내 흐리고 쌀쌀했던 날씨가 제법 따듯하게 변해간다.

"폴란드 어디로 가 볼까?"

"몰라, 일단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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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11일 / 맑음 
바르샤바
코로나로 인한 유럽의 상황은 최악으로 바뀌고 있다. 조금은 차분한 폴란드이지만 국경 폐쇄하고 음식점들의 매장 영업을 중지시켰다. 폴란드에서 한참 동안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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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어 잠들었지만 푹 잠들었다. 연락이 없던 라이언은 폴란드 전체의 여행지들을 추천한다. 대만에 있어서 시차 때문에 메시지 답장이 하루 뒤에 온다.

좋은 날씨인데 조금 쌀쌀하다. 화창한 봄날은 언제쯤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글에게서 전화가 와 통화를 하고,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은 이글이다.

산책도 하고 점심도 먹을 겸 밖으로 나간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라 그런지 이전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조금 있지만 썰렁한 느낌은 여전하다.

월터는 무사히 루마니아에 도착했고,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갈 방법을 찾는 모양이다. 다행히 루마니아는 국경을 폐쇄하지 않고 발병지역 경유자에 대한 검역만을 강화한 상태다.

어제와 달리 식당들은 포장만 가능하가는 안내문을 붙여놨다.

"일단, 점심을 포장하고 숙소를 연장하자."

3일 정도 바르샤바에 머물며 시내 구경도 하고, 휴식을 취한 후 발트해가 있는 그다인스크로 갈 생각이다.

2주 정도 여행하다 보면 우크라이나의 국경이나 폴란드의 항공편의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날 것이고, 폐쇄 조치가 연장되면 베를린으로 가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면 될 것 같다.

공원을 걷고,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는 나무들과 꽃들의 느낌이 이전과 남다르다.

"도시라도 늘 이렇게 한가로우면 괜찮겠네."

점심으로 먹을지, 저녁으로 먹을지 모르겠지만 KFC를 포장하고.

주변에 아시안 마켓이 있는지 검색해니 거리가 좀 멀다. 파박과 프라하에서 먹다 남은 쌈장이 모두 떨어져서 하나 더 구매를 할 생각이다. 슈퍼에서 양파나 마늘을 사서 가끔씩 찍어먹으니 꽤 괜찮다.

대형 슈퍼마켓은 잘 모르겠지만 작은 편의점들은 평상시와 다를 것이 없다.

한글 안내가 된 삼각김밥인데 진열대의 상품명에 스시로 표기되어 있다.

"비싸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빵들을 사고, 숙소가 연장되면 계란 같은 것을 사서 조리를 해서 먹어야겠다.

올드타운에는 햇볕를 즐기는 노인들과 관광객들이 조금 있다.

박물관이나 관광명소들이 모두 휴업이라 딱히 갈 곳도 없고, 조금은 쌀쌀한 날씨라 햇볕 쬐기도 마땅치 않다.

"엽서나 쓸까."

"병따개에 관심이 많던 파박이 생각나네."

자석은 특별한 것이 없는데.

폴란드의 소박한 문양들과 패턴들이 마음에 든다.

자석과 엽서 그리고 심플한 꽃무늬 패턴의 커피잔 받침대를 사서 나온다.

숙소에 돌아와 3일 더 연장을 한다. 리셉션에 못보던 유리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임시로 유리 칸막이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마스크도 같이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정말 마스크 쓰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숙소도 연장했고, 아무도 없는 8인실을 독차지하고 푹 쉰 뒤 발트해로 가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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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10일 / 눈 ・ 도
바르샤바
코로나 팬데믹, 유럽의 국경들이 연이어 폐쇄되고 있다. "국경을 닫으면 어떻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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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건조하고 재미없는 호스텔이다.

"날씨는 왜 이렇게 구려!"

뮌헨에 도착한 파박에게서 전화가 온다.

코로나 때문에 유럽 전체가 공동화되어 가는 느낌이라 여행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의 고민을 갖게 만드는 요즘이다.

영국으로 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했던 파박에게 EPL의 중단 소식은 그를 허망하게 만들 법도 하다 싶다.

"우크라이나도 오늘 국경이 폐쇄됐어요."

"헐."

파박과 통화를 끝내고, 외교부 해외안전 어플에 들어가니 우크라이나는 2주간 모든 외국인 입출입을 막았고, 폴란드는 10일간 항공의 입출입을 막고 식당들까지 영업중단을 명령했다.

"유럽, 구리다."

감기 정도로 생각한다며 쿨한 척은 다 하더니, 사재기부터 시작해서 국경을 폐쇄하느라 바쁘다.

"마스크는 왜 안 쓰냐?"

2주간 우크라이나의 국경이 폐쇄되어 갈 수가 없다. 쉥겐 기간도 남아있지 않아 인근 슬로바키아나 헝가리로 갈 수도 없고, 쉥겐 기간이 있더라도 모두 국경을 폐쇄한 상태라 넘어갈 수도 없다.

폴란드의 체류기간이 넉넉하고, 물가가 저렴한 곳이라 다음 계획을 생각하는데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월터, 너 비행기 탈 수 있어?"

"아니, 오늘 취소됐어."

몇 시간만에 상황이 바뀌니 대책이 없다. 루마니아로 간 후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중동을 탈출해!"

"응, 그들이 나를 집단검역소에 보내지 않기를."

"하하하하."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와 루마니아로 가는 비행기의 항공편을 검색한다. 15일 후 우크라이나의 국경이 열리면 키예프로 갈 것이고, 국경 폐쇄가 연장되면 루마니아나 남아공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냥 아프리카로 갈까!"

대만으로 여행을 간 라이언도 발이 묶인 모양인데, 이 시국에 일본은 왜 가려는지 모르겠다. 일본 편의점 음식에 후쿠시마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알려줄 때도 나를 의심스레 쳐다보더니 말이다.

"일본 사람이 아니라 일본 자체가 싫다."

세계전쟁으로 침략당한 역사의 아픔이 비슷할 것인데, 감정을 떠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찾아보려고 해야하지 않나 싶다.

"Japan is dangerous because not virus tested. Taiwan seems to be safer."

이번에도 답이 없는 라이언이다.

"그래, 일본가서 초밥 많이 먹어라."

슈퍼마켓과 식당들의 영업을 중단시켰다는 정보에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원래 사람이 없는 것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황량한 바르샤바의 골목들이다. 달라진 것은 간혹 마스크를 쓰고 있는 서양인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바르샤바 궁전 근처의 한식당으로 간다. 이상하게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날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젊은 폴란드 직원이 포장만 된다며 안내를 하고, 잠시 후 한국어가 들려온다.

"식사 하시려고요? 오늘은 포장만 됩니다."

"네."

테이블에 앉으라며 안내를 하는 남자는 차를 주겠다고 한다. 편하고 자유스러운 스타일의 한국 사람이다.

"영업은 계속 하죠?"

"네, 포장하고 배달만 가능해요."

각자의 명함을 교환하고, 제육볶음 도시락을 포장해달라 주문한다.

숙소 밖으로 나오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일주일간의 사용기간이 끝났나 보다.

난데없이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깔끔하게 포장된 도시락을 들고, 슈퍼에 들러 빵과 요거트, 콜라를 사서 돌아온다.

갑자기 맑아졌다가.

갑자기 눈이 흩날리더니.

쏟아져 내리는 괴팍한 날씨다.

"아직도 겨울이었어!"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조용히 고급진 도시락을 맛본다.

"3개는 먹을 수 있는데. 비싸다."

Play24 어플로 폴란드 유심의 데이터를 충전하고 무제한 상품을 49즈워티로 구매한다.

"일단, 데이터 부자!"

국경 전체가 폐쇄되어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좋다.

1. 우크라이나 2주간 국경 폐쇄.
2. 폴란드 국제선 운행정지 10일, 추후 20일, 최대 60일.

탈출 계획, 1번이 열리면 바로 우크라이나로 입국, 2번이 열리면 아프리카로 비행기 타고 출국, 모두 안 열리면 베를린으로 가서 어디론가 출국. 끝.

"심플하네."

최소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폴란드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폴란드 일주를 할까, 아니면 쉴 곳을 찾아서 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배가 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냐!"

밖으로 나가 어제의 폴란드 식당이 열렸지 보고 있으니 여자가 나와 포장만 된다며 안내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다 포장 음식이라면 KFC 치킨이 더 괜찮을 것 같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채팅방에서 현기님이 폴란드 친구 알렉스를 소개해 준다.

알렉스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폴란드의 좋은 장소를 추천해 달라 부탁하니 발트해에 위치한 도시를 추천한다.

그다인스크, 폴란드의 도시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경로가 맞지 않아 포기했던 도시다.

"그럼, 그다인스크로 가서 바다도 보고 빙돌아 다시 바르샤바로 와야지."

경로를 그려서 보여주니 알렉스는 자신이 사는 곳을 알려준다.

"여기는 볼 것이 없어서.."

"고뤠, 그럼 가야지. 네가 있잖아."

바르샤바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알렉스가 사는 동네를 거쳐서 오면 좋을 것 같다.

"자, 폴란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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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9일 / 흐림 ・ 도
바르샤바
바르샤바의 첫 날, 휴식을 취하며 10일 동안의 야영으로 쌓인 피로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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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잠든 아침, 피곤함은 사라졌지만 뭔가 나른하고 졸립다. 찌뿌둥한 날씨의 하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나이가 많은 스웨덴의 스포레 아저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안부와 함께 건강을 당부한다.

국경이 폐쇄되는 중동, 월터는 오만의 여행을 포기하고 자전거를 루마니아로 보내려고 한다.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간 후 4월 초에 루마니아로 갈 계획이라고 한다.

"사비, 4월 7일까지 루마니아로 올 수 있어?"

"글쎄, 4월 10일 정도에 루마니아 동쪽 국경에 있을 것 같은데."

"Try, Try."

"Ok. I can make it."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들을 검색하다 귀찮아진다.

숙소 옆 폴란드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보고, 라이언에게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다.

"그렇다면 그냥 입장!"

폴란드의 전통 의상으로 보이는 복장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과 메뉴를 안내한다.

만두처럼 보이는 메뉴의 종류가 엄청 많고, 독일이나 체코의 족발같은 요리도 보인다.

"뭐가 맛있어요?"

여자는 고기가 들어간 만두라며 메뉴를 추천해 준다.

"수프는 없어요?"

메뉴판에 보이지 않는 수프그림, 러시아와 비슷한 느낌의 음식들이라 따듯한 수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물으니 있다고 한다.

잠시 후 닭고기 육수에 짧은 면들이 들어간 채수맛이 풍부한 수프가 나온다.

"러시아 닭고기 수프랑 비슷한데, 좀 짜네."

한참후에 접시에 담긴 만두가 나온다.

로수우, 부드러운 느낌의 육수가 고소한 폴란드의 일반적인 수프라고 한다.

피에로기, 폴란드의 만두인데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내일은 다른 것을 먹어 봐야지."

점심을 먹고 주변을 산책하려고 했지만 하늘과 바람이 수상하다.

이내 굵은 얼음 알갱이의 우박이 쏟아져 내린다.

"됐고, 그냥 쉴 거야."

숙소로 돌아와 밀린 자료들을 정리하고, 뒹굴 뒹굴.

하루 종일 비와 눈이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날이다.

저녁 무렵 작은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간단한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샤워를 하고 뒹굴뒹굴 거린다.

"4월 7일까지 루마니아로 가려면."

경로를 검색하다 포기하고, 며칠 전 중복 결제를 한 편의점의 구글 정보에 뒤끝을 장렬시킨다.

"I'm korean bike traveller. I bought a sigarette here. They made me pay in duplicate. 14:42, 15:15 09.03.2020. If you check your deposit history, it will have been deposited twice. Once you've confirmed it, give a nice drink to two police officers who are kind to me. And when you meet bike traveller like me, smile kind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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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8일 / 흐림 ・ 도
자보로벡-바르샤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들어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서유럽의 팬데믹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동거리
31Km
누적거리
24,831Km
이동시간
3시간 19분
누적시간
1,883시간

 
580도로
 
580도로
 
 
 
 
 
 
 
13Km / 0시간 50분
 
18Km / 2시간 29분
 
자보로벡
 
바비제
 
바르샤바
 
 
49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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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살랑 바람이 불더니 조금씩 강하게 불어온다. 정말 바람이 많은 나라인가 보다.

25km도 남지 않은 거리의 바르샤바, 요거트로 아침을 먹으며 아침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프라하를 떠나 폴란드 국경을 넘은 후 쉥겐기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라이딩이었지만 10일 가까이 야영을 하다 보니 무엇보다 샤워가 그립다.

바르샤바에서 보낼 호스텔을 검색한다. 구시가지에 있는 호스텔에서 4박을 할 예정인데, 확실히 숙박료가 저렴하다. 7~8천원 정도의 1박 요금, 숙소 평가를 확인하고 예약을 하려니 자전거가 고민이다.

상담 메시지에 답이 없어, 숙소에 전화를 걸어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을 한다.

"슬슬 가 볼까."

"외곽에서 햄버거 하나 먹고, 올드타운으로 고고!"

작은 마을들, 조금씩 많아지는 차량들 하지만 폴란드의 풍경은 조용한 한국의 시골 읍내 정도의 모습이다. 독일스럽기도 하고, 러시아스럽기도 하다.

바르샤바의 경계에 들어선다.

"왔다!"

첫눈에 보이는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폴란드의 햄버거는 저렴하고, 감자튀김은 조금 짜다.

자료들을 업로드하며 시간을 보내고, 시내 중심으로 들어간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이상하게 자전거 도로가 사라진다. 인도를 따라 산책을 하듯 길을 따라가고.

"뭐냐?"

현대식 빌딩들이 들어선 거리가 나온다.

"외곽이 신시가지인가 보네."

러시아의 소도시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바르샤바 인증!"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없이 텅 비어있다.

"왜 이렇게 황량해?"

바르샤바 궁전이 있는 광장으로 걸어간다.

지그문트 3세 바사 기둥을 중심으로 몇몇의 관광객들이의 모습이 보이지만 뭔가 텅 빈 느낌이다.

"코로나 때문인가?"

"조용해서 좋기는 한데."

폴란드의 집들도 자세히 보면 귀여운 면이 있다. 뭔가 어설픈게 유럽스럽고, 뭔가 이상하게 러시아스럽다.

광장에 앉아 체크인 시간까지 둘러볼 다른 장소를 검색해도 크게 흥미를 끄는 장소가 없다.

"그냥 숙소로 가자."

체크인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르지만 숙소로 들어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묘한 성곽 같은 곳을 지나고.

숙소가 바로 나온다.

체크인을 하자 중년의 여자 직원은 호스텔에서 마스크를 써 달라고 한다.

"그래, 알았어."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여자는 관광지도로 약국의 위치를 알려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기엔 여자의 행동이 약간 이상하다.

자전거를 안쪽 테라스에 넣고, 짐을 옮기는 동안에도 중년 여자의 시선이 꽤 불편하다. 당연히 예상했던 것이라 서로 편한 것이 좋다고 간단히 생각하고 만다.

샤워도 미루고 먼저 약국을 찾아가 마스크를 산다.

34즈워티, 별 것도 없어 보이는 마스크가 쓸데없이 비싸다.

"이거 4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야."

중년의 약사는 마스크의 성능을 알려주며 방긋 웃는다.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힘들지만 마스크도 엄청 비싸다.

"폴란드에서 이 가격이면 서유럽에서는?"

숙소로 돌아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하니 중년의 여자가 질겁을 하며 마스크를 써달라 하고, 커피 주문을 받으려는 어린 직원의 손을 잡고 제재를 한다.

"적당히 해라. 선은 넘지 말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과민반응을 하는 여자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코로나만의 문제라면 폴란드의 의료체계나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 개념이 부족한 유럽인들이 나는 더 무섭다.

"나도 니네들이 무섭다. 코로나 옮을까 봐."

숙소의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고, 이렇게 나만 마스크를 쓰게 됐다. 일반적이라면 항의를 했겠지만 차라리 나만 마스크를 하는 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생각하면 편한 현재의 유럽이다.

"월터, 나 코로나 됐다. 나한테만 마스크를 쓰란다. 재미있는 상황이네."

"코로나 걸렸어?"

"아니, 애들은 한국이 얼마나 안전한지 모르니. 잘못된 정보, 인종차별.. 뭐 이런 거 재미없어."

"아, 너 한국인. 그래서 코로나! 하하하."

아무래도 월터의 유머 감각은 좀 덜떨어진 느낌이다. 여행 일정 얘기로 넘어간 후에 뒤늦게 말의 뜻을 이해한다.

두바이에 있는 월터는 4월 초에 루마니아로 갈 생각이다.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여행 경로가 비슷하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막히는 일들이 발생하다 보니 월터도 정확한 계획을 세우기가 힘든 모양이다. 곧 중동에서 유럽인들의 입국을 막는다며, 일단 루마니아에서 4월에 만나는 것으로 하고 각자의 여행을 하기로 한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듯한 샤워를 하니 노곤한 피로와 함께 출출함이 시작된다. 지도를 검색해도 구시가지라 마땅한 식당이 없고, KFC는 너무 멀다. 800미터.

"그래도 할배네."

치킨으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8인실 도미토리가 여전히 텅 비어있다.

"숙소에 손님이 없는 거야 아니면 나 자가격리된 거야?"

어느 쪽이든 편하고 좋다. 침대에 누우니 바로 잠이 쏟아진다.

"4일 내내 차별해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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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7일 / 맑음 ・ 도
즈기에시-워비치-소하체프-자보로벡
흐린 아침의 하늘,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향한다.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24,800Km
이동시간
6시간 01분
누적시간
1,879시간

 
14도로
 
92도로
 
 
 
 
 
 
 
45Km / 2시간 20분
 
64Km / 3시간 41분
 
즈기에시
 
워비치
 
자보로백
 
 
45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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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이다.

흩날리는 정도의 빗방울이지만 게으름을 피우며 시간을 기다려 본다. 빵과 요거트로 아침을 하고, 주변의 맥도널드를 검색하니 40km 정도의 소도시에 하나가 검색된다.

약간 돌아가는 길이지만 맥도날드가 있는 소도시를 지나가기로 결정한다.

"유로보다 더한 잔돈들이네."

작아도 너무 작은 폴란드의 동전들이다.

10시, 흩날리던 빗방울도 멈췄고, 불어오는 바람에 텐트도 적당히 말라있다.

"오늘은 110km다!"

작은 시골길을 달리고.

소도시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맥도날드로 간다.

"뭐라고 읽는 거야. 워비츠?"

1시, 맥도널드에 앉아 따듯한 봄햇살을 즐긴다.

"고기가 필요해."

사진 자료들를 업로드하며 시간을 보내고, 20km 떨어진 다음 도시로 향한다.

"요한 바오로 2세, 맞아. 폴란드 분이셨지."

워비츠를 벗어나고.

넓은 갓길의 도로가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는 아니지만 딱히 자전거 도로가 없는 폴란드에서 넓은 갓길은 라이딩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오늘의 두 번째 도시 소하체프에 들어서고.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테스코에 들어갔지만 아무것도 없이 길게 늘어선 계산 대기줄을 보고 그냥 나온다.

야영지를 확인한다. 바르샤바로 이어지는 도로변은 마을들이 계속 이어지고, 평야의 밭들이라 야영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일단, 15km 정도의 작은 마을까지 넓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털모자와 잠바, 굳게 다문 입술의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폴란드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상징적인 실루엣으로 기억될 것 같다.

맥도널드를 앞에 두고 자전거를 세운다. 도로변 작은 슈퍼로 마지못해 들어가 저녁거리를 골라본다.

좁은 슈퍼마켓에 사람들이 카트를 밀고 소시지와 고기를 파는 코너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찾았다!"

긴 대기줄에 기꺼이 합류하고, 흥분된 표정을 하고 있으니 젊은 여자가 이상하듯 쳐다본다.

"하프!"

한 마리를 살 생각으로 반마리를 파는지 물어보니 반마리로 잘라 저울에 올려놓는다.

"이런 날엔 맥주가 필수지."

맥주 두 캔과 요거트 등을 골라 들고 계산 대기줄에 서자 사람들이 웃으며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

"What?"

영어로 말하려다 잘 안되는지 그냥 웃고 마는 사람들, 나중에 알고 보니 계산 직원의 퇴근 타임이라 다른 계산대로 가야 했던 것이다.

"어디 전쟁 났어?"

슈퍼마켓이 우리처럼 흔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사는 식료품의 양과 종류가 정말 많다.

"아, 든든해."

야영을 할 곳을 검색하고, 메인 도로에서 벗어나 작은 숲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노을도 좋고.

기분도 좋고.

10km 정도를 횡으로 이동하고, 도로변 작은 참나무 숲에 도착한다.

자전거를 끌고 숲의 안쪽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치고, 치킨과 맥주, 양파와 쌈장으로 저녁을 하고 요거트로 디저트.

바르샤바까지 30km 남짓 남았다. 아침 늦게까지 푹 쉬고 천천히 바르샤바로 들어갈 생각이다.

구시가지의 호스텔을 예약하려다 포기하고, 그냥 잔다.

"다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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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6일 / 맑음 ・ 도
브르제지니-우쯔-즈기에시
맑은 하늘,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바르샤바를 향해 우쯔를 지나간다.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24,691Km
이동시간
6시간 45분
누적시간
1,873시간

 
449도로
 
710도로
 
 
 
 
 
 
 
40Km / 2시간 30분
 
69Km / 4시간 15분
 
브르제
 
시에라츠
 
즈기에시
 
 
3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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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난 아침, 좋은 컨디션과 하늘이다.

요거트와 빵으로 아침을 하고, 오늘의 경로를 확인한다. 바르샤바까지 240km 정도의 거리, 이틀 동안 100km 정도를 이동하고 바르샤바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넉넉하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우쯔로 향한다.

소나무 숲과 평야를 지나치고.

작은 마을들을 지나간다.

어제와 같은 번잡스러운 일들을 줄이기 위해 바르샤바까지 가는 동안 사용할 현금을 찾는다. 즈워티 종이돈의 크기가 조금 작다.

폴란드의 봄날은 농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쭉쭉 뻗은 평야의 길, 폴란드 역시 평평한 평야의 지대라 바람의 느낌이 남다르다.

"바람이 많은 동네네."

"어쨌든 계절이 바뀌었구나."

폴란드의 중소도시 우쯔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의 소도시로 이동한다.

외곽의 맥도널드로 찾아가 점심을 해결한다.

"패티보다 빵이 작냐."

소도시를 벗어나.

바르샤바로 향한다.

소도로를 벗어나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는 도로를 따라간다.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가는 동안 어린 학생들의 데이트 모습이 자주 보인다. 버스 정류장이나 작은 벤치에 앉아 마치 내일이 없는 연인처럼 스킨십을 하거나 진한 키스에 몰두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부럽다."

독일의 아희에게 안부의 메시지를 보내고.

슈퍼마켓에서 비상식들을 보충한다. 아무래도 폴란드의 슈퍼에서 통닭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시골의 이면도로를 따라가는 한가로운 라이딩이 계속된다.

"다 좋은데. 통닭이 없어!"

바르샤바가 가까워질수록 차량들의 소통은 많아진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마을에 도착한다.

"도착은 했는데, 저녁으로 뭘 먹지?"

"아, 통닭집."

문이 닫힌 통닭집에서 마을을 검색해도, 특별한 것이 없다. 맥도널드가 있지만 햄버거를 먹고 싶지는 않다.

슈퍼를 둘러봐도 식품코너가 없으니 마땅한 것이 없고, 이리저리 슈퍼를 돌아다니느라 애꿎은 시간만 보낸다.

조리된 치킨텐더 같은 것을 사서 나오자 어둠이 내려앉아있다. 인도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고, 텐트를 칠 수 있는 도로변 잡풀 숲에 텐트를 펼친다.

칼칼한 목이 수상하다.

"고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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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5일 / 맑음 ・ 도
보로츠와프-브르제지니
코로나 팬데믹,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다.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서유럽과 달리 폴란드의 상황은 차분한 편이다.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24,582Km
이동시간
5시간 50분
누적시간
1,867시간

 
368도로
 
449도로
 
 
 
 
 
 
 
40Km / 2시간 45분
 
52Km / 3시간 05분
 
보로츠
 
시초브
 
브르제
 
 
24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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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편한 생각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여 피곤한 아침이다.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유럽 사람들이나 국가들의 인식을 보면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고 있는 한국이 가장 안전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도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사망자수가 한국을 추월한다.

이글과 리즈훼이는 마스크를 꼭 쓰고 조심하라며 안부를 걱정한다. 정보가 제한적인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더 걱정이다.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때 러시아의 의료시스템이 어떨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레오니에게 안부를 묻고 출발한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15km 정도 떨어진 고속도로 옆 맥도널드로 간다. 제법 차량 통행이 많던 도로를 벗어나 소도로를 따라간다.

맥도널드에서 오늘의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작은 소도로를 따라 도시 우쯔로 향할 것이다.

평평하게 이어지는 도로, 넓은 갓길이 있어 편안한 라이딩이다.

작은 소도로도 차량 통행량이 적지는 않고, 불편함이 없는 차량들의 흐름이지만 가끔씩 추월을 하며 차선을 넘어오는 차량들이 보인다.

작은 타운을 지나치다 슈퍼마켓에서 비상식을 보충한다.

무당벌레 캐릭터는 폴란드의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인 모양이다. 요거트와 빵을 사고 계산을 하려니 대기줄이 길고 느리다. 러시아와 비슷한 느낌의 풍경이다.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 직원이 기침을 한다. 감기가 걸린 것인지 기침을 참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버프를 올려 쓰고 움찔거리게 된다.

"아놔. 코로나 잡것!"

슈퍼마켓 앞 케밥을 파는 노점의 전기구이 통닭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을 하다 시간이 너무 이른 탓에 입맛만 다시고 포기한다.

"오늘은 통닭 한 마리 먹었으면 좋겠다."

큰 풍경의 변화가 없는 평야를 달리고 작은 타운에 들어선다.

그냥 지나쳐가려던 길에 편의점이 보여 담배 하나를 산다. 계산이 끝나고 작은 편의점의 내부를 둘러보는데 계산을 했던 중년의 여성이 나를 부른다.

결제가 취소되었다는 제스처 같은데 폴란드어로 말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자의 표정과 행동이 무례한데 그 모습이 재미있게 보인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부탁에도 정신없이 뭔가를 말하는 여자, 통장의 내역을 보니 정상적인 승인이 되고 출금이 된 상태다.

출금 내역을 보여주고 말을 해도, 여자는 막무가내의 행동을 한다. 편의점의 사람들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지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서유럽과 달리 폴란드의 지방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호들갑을 떠는 여자, 결제가 취소되는지 잠시 기다려 본다.

10여 분이 지나고 편의점으로 젊은 경찰 두 명이 들어와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경찰 승합차로 가자고 한다.

"그럽시다!"

젊은 경찰도 영어를 사용이 서툴다. 구글 번역기로 통장의 잔액이 없다고 안내한다. 영수증과 통장 출금 내역의 시간을 알려주며 설명을 하니 알아듣는 눈치지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엄중해 보이려 하던 경찰들의 표정이 난처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그냥 다시 결제해 볼게. 큰돈은 아니니 문제는 없다."

편의점에 들어가 다른 손님들의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 영수증을 한번 더 확인하니 취소가 되었다는 영수증의 시간은 14시 39분, 결제승인이 된 내 영수증은 14시 42분이다.

경찰에게 두 시간이 다른 것, 취소 시간이 승인시간보다 빠르다는 것을 설명하니 경찰도 이상하다고 이해한다.

편의점의 직원들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며 뭔가를 설명하고, 모든 직원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지만 중년의 여자는 계속해서 부정을 하는 제스처다.

"아냐. 그냥 다시 결제할게."

4,400원 때문에 시간도 너무 지났고, 매너 없는 여자의 모습도 꼴불견이다. 결제를 한번 더 하고, 경찰들과 차로 돌아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한다.

"통장에 변화가 없니?"

"어."

"취소가 느릴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입금이 될지도 몰라."

"뭐, 됐어."

카드 사용 시스템의 차이로 약간의 장애가 발생하거나 승인이 안 되는 경우는 가끔씩 있지만 아무리 시스템이 나쁘다 해도 결제 승인보다 취소가 먼저 발생하는 시스템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큰 금액이라면 문제를 해결했겠지만 소액의 금액이니 일단은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

경찰들과 손을 흔들며 헤어지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며칠 후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편의점의 구글 정보에 댓글을 달아놓을 것이다.

다음 마을을 지나며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거리를 살펴보지만 마땅한 것이 없다. 소시지와 맥주 한 캔을 사서 나온다.

야영지을 확인하고.

5시가 가까워져 선물 받은 후미등을 달고 숲으로 이동한다.

소나무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라이딩을 마무리 한다. 풍성한 소나무숲이 아늑하다.

며칠 괜찮았던 감기 기운인데, 목이 깔깔하니 간지럽다. 어젯밤 잠을 자지 못한 피곤함 때문인지, 아직 감기가 떨어지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피곤하고, 웃기고, 배고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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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02일 / 비 그리고 흐림 ・ 도
크도바즈도로이-크워츠코
폴란드의 첫 하루, 반갑지 않은 비 예보가 있다. 비를 피하는 게으름으로 폴란드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4,386Km
이동시간
4시간 02분
누적시간
1,854시간

 
8번도로
 
8번도로
 
 
 
 
 
 
 
20Km / 1시간 55분
 
25Km / 2시간 07분
 
크도바
 
스체츠나
 
크워츠코
 
 
45Km
 
 

・국가정보
폴란드, 바르샤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폴란드어, 즈워티(1즈워티=30원)
・예방접종
-
・유심칩
30일무제한, 15,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8-887-46-0600

어젯밤부터 상심치 않던 바람,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화창하게 하루를 안 가요. 하루를!"

"비 맞기 싫다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보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프랑스에서 산 프리 유심의 기간이 끝났나 보다.

"딱 맞게 끝나긴 했는데. 하필 오늘이냐!"

다시 침낭 속으로 들어가 게으름을 피운다.

한참 후, 독일의 보다폰에 남은 잔액 1유로를 사용할 방법이 없는지 확인하다 네트워크에 와이파이 하나가 검색된다.

"오호."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수풀 건너편 100미터는 더 떨어진 공장 건물이 보이는데 와이파이가 잡히는 것이 신기하다.

패스워드도 없이 연결이 되는 와이파이는 느리지만 쓸만하다. 먼저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11시 이후에 비가 멈추는 것으로 나온다.

"기다렸다 가자."

라디오와 뉴스를 보다 보니 괜한 걱정이 찾아든다. 서유럽을 벗어나 동유럽에 들어섰고, 나라의 수도가 아니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일이 드물고 특히나 아직은 건강한 나이니 내게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한국에 있는 고령의 부모님들이 걱정이다.

시골의 어머니는 집에만 계시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인데, 서울에서 생활하는 분들은 위험하겠다 싶다.

"심심하셔도 집에만 계셨으면 좋겠는데."

예보대로 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12시가 되어 출발을 준비하고.

유심카드를 구하기 위해 대형슈퍼마켓에 들러본다. 북유럽과 달리 대형마트에서는 유심카드를 팔지 않는 모양이다.

2리터 콜라와 빵만을 사서 나온다.

근처의 주유소에 들러 유심카드가 있는지 물으니 유심카드가 있는 코너를 알려준다.

"찾았다. 오렌지."

폴란드의 유심카드 오렌지와 플레이, 두 개의 유심을 들고 어떤 것이 괜찮은지 물으니 플레이를 추천한다.

오렌지는 기본 6기가, 플레이는 30기가를 7일간 서비스하고 기간과 데이터 용량을 선택하여 재충전하는 상품이다.

5~6천원 정도의 가격이라 데이터 용량이 많은 플레이를 선택한다. 19즈워티에 7일간 30기가의 데이터와 전화, 문자가 된다. 폴란드의 데이터는 정말 저렴하다.

유심을 교체하고 핸드폰를 재부팅해도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폴란드어로 된 안내문도 읽을 수가 없고,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유소의 직원에게 물어도 모른다고 한다.

"이상하네. 설마 등록을 하는 건가?"

주유소의 느린 와이파이로 검색을 하니 폴란드의 유심카드는 별도의 가입 등록을 해야 하나 보다. 판매 편의점에서 등록을 해주는 곳도 있다는데, 이 주유소는 판매만 하는가 보다.

"에쉬, 똥!"

구글맵으로 Play Salon을 검색하니 마을 안쪽에 바로 매장이 있다.

"오, 이런 시골에. 플레이가 좋은 통신사군."

유심카드를 들고 아주 작은 매장으로 들어간다. 친근한 인상의 젊은 남자는 여권을 요구하고 친절하게 가입을 해준다.

가입서류에 서명을 하고, 한 장의 서류는 나에게 준다.

"끝이야?"

"응."

네트워크가 잡히지 않는다고 하니 재부팅을 하라고 알려준다. 핸드폰 재부팅 후 네트워크가 잡히고 인터넷이 연결된다. 재충전하는 방법을 물으니 포스트잇에 방법을 적어주는 남자, 폴란드의 첫인상이 좋다.

산골이라 신호가 약해서 조금 느린감이 있지만 쓸만하다. 마침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방금 유심 샀어. 데이터 부자가 됐는데 네트워크는 좋지가 않아. 그래도 몽골보다는 좋네."

"축하해. 몽골, 최악은 타자키스탄이지."

폴란드의 첫 번째 목적지는 140km 떨어진 도시 브로츠와프로 정한다. 바르샤바를 향해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폴란드 지방도시의 모습이 궁금하다.

"일단, 오늘은 산들을 넘어 산악지대를 벗어나자."

파박의 말에 의하면 4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고 했는데 산의 높이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저기 맥도널드까지."

1시 40분, 맥도널드가 있는 소도시 크워츠코를 향해서 출발한다.

국경 마을을 벗어나자 오르막은 바로 시작된다.

"몰라, 소처럼 그냥 가."

50분 정도 산을 향해 올라간다. 독일 국경의 산악지대보다는 경사도가 낮은 편이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

잠시 쉬며 슈퍼에서 산 빵과 콜라로 허기를 달랜다.

"콜라를 괜히 샀네. 2리터나 되는 것을."

마저 산을 오르고 첫 번째 산의 정상에 이른다. 아마도 4개의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을 넘은 것이 아닐까 싶다.

경사가 있는 내리막길은 시원하게 이어지고.

작은 마을을 지나서 나지막이 이어지는 내리막이 계속된다.

"그래, 한 10km만 이렇게."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는 도로의 갓길을 유유자적 지나쳐 가고.

공사 때문에 차량들이 밀려있나 생각했는데, 작은 마을의 사거리 신호등 때문에 정체가 된 것이다.

"폴란드 여행도 즐겁고 건강하게 부탁드려요."

마을을 끝으로 내리막은 끝나고, 두 번째 산을 향해 올라간다.

생각보다 싱겁게 오르막이 끝나고, 풍성한 침엽수 숲의 내리막을 달려 내려간다.

"2개 클리어!"

작은 마을의 언덕을 오르고, 맥도날드 8km의 광고판이 나타난다.

"벌써? 좀 싱거운데!"

멀리 크워츠코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고, 인터체인지를 지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작은 소도시의 외곽을 돌아 맥도날드가 위치한 곳은 대형 쇼핑몰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아, 오늘은 할배네 치킨 느낌이다."

햄버거보다는 치킨이 당겨 맥도날드 건너편 KFC로 들어간다. 기본 치킨박스가 10,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감자튀김을 먹으며 라이딩을 마무리할 장소를 선택한다.

"바로 산을 넘어야 하네."

지도상 산으로 보이는 곳의 거리는 10km, 조금 더 벗어나 평야 주변의 나무숲은 20km 정도의 거리다.

"산 정상에서 끝내자."

시간의 여유가 있어 천천히 휴식을 취하고, 출발을 하려니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좋은 시절은 간 거야?"

런던을 출발해서 펑크가 없었던 타이어인데, 오랜만에 펌프질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스웨덴에서 구매한 펑크패치의 본드는 성능이 꽤 만족스럽다. 접착력이 좋아 한번에 펑크수리를 끝내고 부지런히 펌프질을 해댄다.

5시 20분, KFC에서 나와 4번째 산을 향해 올라간다.

"짧고 굵게 끝내자."

"에쉬, 힘들어."

20여 분 고개를 오르고 도로는 산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집들이 도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고,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내리막이 시작된다.

"4개 끝! 여기까지."

주변의 목초지들을 살펴보다 적당한 곳을 찾아 텐트를 펼친다.

포장해 온 치킨과 맥주로 저녁을 하고 나니 모든 것이 편하고 좋다.

"시골 고향에 온 느낌은 뭐지?"

아직 폴란드의 느낌은 모르겠지만 각박한 도시에서 탈출한 아늑한 느낌이 있다.

"쉥겐 기간의 압박에서 벗어나서 그런가?"

네트워크도 좋아졌고, 데이터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만나야 할 약속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도둑 걱정도 없고, 감기도 좋아졌고, 모든 것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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