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0일 / 눈 ・ 도
바르샤바
코로나 팬데믹, 유럽의 국경들이 연이어 폐쇄되고 있다. "국경을 닫으면 어떻게 하냐!"
뭔가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건조하고 재미없는 호스텔이다.
"날씨는 왜 이렇게 구려!"
뮌헨에 도착한 파박에게서 전화가 온다.
코로나 때문에 유럽 전체가 공동화되어 가는 느낌이라 여행자에게 여러 가지 선택의 고민을 갖게 만드는 요즘이다.
영국으로 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했던 파박에게 EPL의 중단 소식은 그를 허망하게 만들 법도 하다 싶다.
"우크라이나도 오늘 국경이 폐쇄됐어요."
"헐."
파박과 통화를 끝내고, 외교부 해외안전 어플에 들어가니 우크라이나는 2주간 모든 외국인 입출입을 막았고, 폴란드는 10일간 항공의 입출입을 막고 식당들까지 영업중단을 명령했다.
"유럽, 구리다."
감기 정도로 생각한다며 쿨한 척은 다 하더니, 사재기부터 시작해서 국경을 폐쇄하느라 바쁘다.
"마스크는 왜 안 쓰냐?"
2주간 우크라이나의 국경이 폐쇄되어 갈 수가 없다. 쉥겐 기간도 남아있지 않아 인근 슬로바키아나 헝가리로 갈 수도 없고, 쉥겐 기간이 있더라도 모두 국경을 폐쇄한 상태라 넘어갈 수도 없다.
폴란드의 체류기간이 넉넉하고, 물가가 저렴한 곳이라 다음 계획을 생각하는데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월터, 너 비행기 탈 수 있어?"
"아니, 오늘 취소됐어."
몇 시간만에 상황이 바뀌니 대책이 없다. 루마니아로 간 후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방법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중동을 탈출해!"
"응, 그들이 나를 집단검역소에 보내지 않기를."
"하하하하."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와 루마니아로 가는 비행기의 항공편을 검색한다. 15일 후 우크라이나의 국경이 열리면 키예프로 갈 것이고, 국경 폐쇄가 연장되면 루마니아나 남아공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냥 아프리카로 갈까!"
대만으로 여행을 간 라이언도 발이 묶인 모양인데, 이 시국에 일본은 왜 가려는지 모르겠다. 일본 편의점 음식에 후쿠시마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알려줄 때도 나를 의심스레 쳐다보더니 말이다.
"일본 사람이 아니라 일본 자체가 싫다."
세계전쟁으로 침략당한 역사의 아픔이 비슷할 것인데, 감정을 떠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찾아보려고 해야하지 않나 싶다.
"Japan is dangerous because not virus tested. Taiwan seems to be safer."
이번에도 답이 없는 라이언이다.
"그래, 일본가서 초밥 많이 먹어라."
슈퍼마켓과 식당들의 영업을 중단시켰다는 정보에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원래 사람이 없는 것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황량한 바르샤바의 골목들이다. 달라진 것은 간혹 마스크를 쓰고 있는 서양인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바르샤바 궁전 근처의 한식당으로 간다. 이상하게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날이다.
가게에 들어서자 젊은 폴란드 직원이 포장만 된다며 안내를 하고, 잠시 후 한국어가 들려온다.
"식사 하시려고요? 오늘은 포장만 됩니다."
"네."
테이블에 앉으라며 안내를 하는 남자는 차를 주겠다고 한다. 편하고 자유스러운 스타일의 한국 사람이다.
"영업은 계속 하죠?"
"네, 포장하고 배달만 가능해요."
각자의 명함을 교환하고, 제육볶음 도시락을 포장해달라 주문한다.
숙소 밖으로 나오니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일주일간의 사용기간이 끝났나 보다.
난데없이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깔끔하게 포장된 도시락을 들고, 슈퍼에 들러 빵과 요거트, 콜라를 사서 돌아온다.
갑자기 맑아졌다가.
갑자기 눈이 흩날리더니.
쏟아져 내리는 괴팍한 날씨다.
"아직도 겨울이었어!"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조용히 고급진 도시락을 맛본다.
"3개는 먹을 수 있는데. 비싸다."
Play24 어플로 폴란드 유심의 데이터를 충전하고 무제한 상품을 49즈워티로 구매한다.
"일단, 데이터 부자!"
국경 전체가 폐쇄되어 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좋다.
1. 우크라이나 2주간 국경 폐쇄.
2. 폴란드 국제선 운행정지 10일, 추후 20일, 최대 60일.
탈출 계획, 1번이 열리면 바로 우크라이나로 입국, 2번이 열리면 아프리카로 비행기 타고 출국, 모두 안 열리면 베를린으로 가서 어디론가 출국. 끝.
"심플하네."
최소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폴란드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
"폴란드 일주를 할까, 아니면 쉴 곳을 찾아서 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배가 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냐!"
밖으로 나가 어제의 폴란드 식당이 열렸지 보고 있으니 여자가 나와 포장만 된다며 안내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다 포장 음식이라면 KFC 치킨이 더 괜찮을 것 같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채팅방에서 현기님이 폴란드 친구 알렉스를 소개해 준다.
알렉스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폴란드의 좋은 장소를 추천해 달라 부탁하니 발트해에 위치한 도시를 추천한다.
그다인스크, 폴란드의 도시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경로가 맞지 않아 포기했던 도시다.
"그럼, 그다인스크로 가서 바다도 보고 빙돌아 다시 바르샤바로 와야지."
경로를 그려서 보여주니 알렉스는 자신이 사는 곳을 알려준다.
"여기는 볼 것이 없어서.."
"고뤠, 그럼 가야지. 네가 있잖아."
바르샤바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알렉스가 사는 동네를 거쳐서 오면 좋을 것 같다.
"자, 폴란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최고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폴란드(20.03.05~04.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2. 급변하는 코로나 팬데믹, 일단 조금 쉬자. 2020.03.16 (0) | 2020.03.18 |
---|---|
#411. 코로나 팬데믹, 폴란드 한 달 살기를 준비하다. 2020.03.15 (0) | 2020.03.16 |
#409. 바르샤바, 뒹굴 거리다. 2020.03.13 (0) | 2020.03.15 |
#408. 바르샤바에 도착하다. 2020.03.12 (0) | 2020.03.14 |
#407. 자보로벡, 드디어 찾았다! 2020.03.11 (0) | 2020.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