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2일 / 흐림
노보소콜니키-이드리사
라트비아의 국경이 얼마남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의 라이딩으로 따듯한 침대와 샤워가 그리워진다. "가자, 라트비아로!"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6,992Km
이동시간
6시간 11분
누적시간
1,22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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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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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맑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치 중국의 2월처럼 매일같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춥고 눅눅한, 침낭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싫다.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다시 끊겨있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알리는 4G의 아이콘이 떠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말 모르겠다. 러시아의 인터넷 시스템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라트비아의 국경까지 140km 정도가 남았다.

러시아와 라트비아 국경도 24시간 오픈되어 있지만 국경 근처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100km만 가자."

10시 40분, 피곤함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출발이 늦다.

찬 바람 때문에 손과 발이 시리지만 10분쯤 달리다 보면 몸에 열기가 올라 괜찮아진다.

다시 빗줄기가 추적추적 떨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간다.

"오늘은 정말 비를 맞기가 싫다."

빗줄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다시 길을 따라간다.

비가 내릴 때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비를 피한다.

"오늘도 카페는 없는 건가?

푸스토시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주변의 유일한 작은 슈퍼에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다.

몇몇의 주유소가 있어 카페나 슈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슈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작고 오래된 슈퍼는 매장 가득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사이 작은 슈퍼의 내부를 둘러본다.

기름에 튀긴 빵 두 개와 훈제된 닭고기 같은 것을 두 개 사 들었다. 여기서부터 국경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 점심은 먹을 복이 없나 보다."

국경까지 남은 거리 80km, 도로를 따라 배고픈 페달링을 이어가단 중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난다.

버스 정류장이 없는 구간을 15분 정도 달리는 동안 옷과 장갑이 모두 젖어버린다.

"에쉬, 오늘은 비 맞기 싫었는데."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물기들을 털어내고, 슈퍼에서 사온 튀김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달콤한 기름맛이 입안에 감돌며 식욕을 자극한다.

"오호, 맛있네."

역시, 기름에 튀기는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나 보다. 한두 개쯤 더 사 올 것을 생각이 든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고, 레인자켓, 레인팬츠,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빗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 하늘은 조금씩 맑아진다.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비슷비슷한 풍경 속을 달려 국경을 향해간다.

느려져 가는 페달링의 속도와 함께.

조금씩 지쳐간다.

이드리사로 빠지는 교차로를 지나며 차량의 통행마저 많이 줄어든다.

6시, 전방으로 보이는 경사로를 보고 힘이 빠진다.

"아, 그만 가자. 힘들다."

시간 변경선을 넘어서 한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일몰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날이 밝지만, 오르막을 오르고 싶지 않아 도로변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가지런히 정비가 된 소나무 숲이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야영지네."

평평한 숲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무 냄새가 좋네."

국경까지 40km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로, 유럽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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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16,902Km
이동시간
8시간 03분
누적시간
1,217시간

 
M9도로
 
M9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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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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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무섭게 곰의 사진을 쓰냐."

습지와 같은 음침한 숲의 분위기, 곰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뿌연 회색빛 하늘, 눈이 내릴 것 같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와 페달링의 속도가 느리다.

한 시간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보바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오고, 이글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오지만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가 안 된다.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화창하게 변하더니.

그것도 잠시뿐,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두 번째 휴식을 하며 삐거덕 거리던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불쾌한 잡음이 계속되던 크랭크를 확인하니 비비가 이상한 것인지 크랭크 축이 흔들거린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휴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자 이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싸릿눈이 따갑게 얼굴을 때리고, 전방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진다.

"손도, 발도 시리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1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를 하는 차량도,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한산한 주유소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입구에 놓인 핸드폰 요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주유소의 사무실 겸 마트로 들어간다.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연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바로 담아주어도 되는데, 1리터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휘발유를 담아준다.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날씨가 좋아지려고 하는가?"

요란스럽던 날씨의 변화가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로변에 카페는 나타나질 않고, 다음 주유소까지의 거리도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주유소까지 가야 한다. 하얗게 눈꽃이 핀 숲길을 따라 달려간다.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달려야 하는가."

배는 고프고, 해는 떨어져 간다.

6시를 전후로 두꺼운 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달렸지만 고개를 오르는 동안 붉고 붉은 태양은 구름 아래로 사라져 간다.

"아쉽다. 멋졌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교차로 주유소에 도착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주유소 하나만 달랑 놓여있다.

다행히 식료품과 핫도그를 팔지만, 큰 규모의 주유소가 아니라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락 라면과 과자들을 골라들고.

핫도그 두 개를 포장한다.

교차로를 벗어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습지는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글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네트워크가 끊기고, 데이터가 없어서 그동안 답변을 못했더니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묻는다.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포장해온 핫도그로 저녁을 해결하고, 그동안 업로드하지 못한 자료들을 올린 후 잠이 든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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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0일 / 흐림
조리노-세메노브스코예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쌀쌀한 날씨,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왜 끝이 없어!"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793Km
이동시간
6시간 24분
누적시간
1,209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조리노
 
넬리도보
 
세매노브
 
 
3,81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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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다시 쌀쌀하게 변한 날씨다. 어젯밤 약간의 눈이 내렸는지 텐트 위로 좁쌀만 한 싸릿눈이 쌓여있다.

"아, 춥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휘발유도 떨어져 가고, 슈퍼에 가지 못해 비상식도 모두 떨어져 간다.

문자 메시지로 무언가 안내문이 들어온다. 한 달 동안 사용했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충전하기가 애매하네."

11시, 늦잠을 자고 추워진 날씨에 게으름을 피운 탓으로 출발이 늦어진다.

노란 자작 나뭇잎이 도로를 뒤덮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드득' 춤을 추며 나뭇잎이 휘날린다.

"아고, 오늘 80km 정도 갈 수 있으려나."

12시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카페가 없어, 카페가 보일 때 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멋지긴 한데, 밤에 보면 무섭겠다."

난감한 글자 메뉴판에서 플롭의 단어를 발견하고, 플롭을 주문한다.

"수프 라그만, 빵 세 개 그리고 커피."

이제는 카페에서 대충 주문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먹는 플롭의 맛은 그저 그랬지만 역시 밥이 든든하다.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자료를 업로드하고, 메인도로 주변의 MTC 매장을 검색했지만 도로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을을 제외하고 찾을 수가 없다.

"3일 정도 인터넷 없이 지낼까."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늦은 출발이었지만 부지런히 달린 덕에 넉넉히 80km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쌀쌀한 날씨, 손과 발이 시려온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져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도로 라이딩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라디오 음악도 없고.

차량들의 소음 속에서 노란 단풍들만이 지루한 라이딩의 작은 즐거움을 준다.

4시 반, 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던 중 나를 지나치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정차를 한다.

기다리던 오토바이로 다가가니 한국 번호판의 오토바이다.

송달성,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청년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한국 사람 두 번째로 보네."

"누구요?"

"포항 번호판인데, 은호?"

"원희 아니에요?"

"아, 원희!"

"저, 그 형 만나러 가고 있어요."

세상은 참 넓지만, 한편 이런 우연들을 생각하면 좁다는 생각도 든다.

비와 눈을 맞고 달려온 달성은 한기로 인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여 빨리 가서 쉬어. 건강하고!"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좋고, 좀 더 많은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떠나기를 바란다.

그저 잘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춘들이 부럽다.

기성세대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웠듯이, 우리의 청춘들은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5시, 도로변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저녁을 포장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오, 핸드폰 데이터 충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안 된다.

카페로 들어가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고기면 돼."

고기가 들어간 빵을 사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니 달궈진 소모양의 팬 위에 지글거리는 고기를 테이블로 서빙을 한다.

"포장, 포장!"

옆 사람과 수다를 떨던 여직원은 깜박했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종이에 15를 적어 보인다.

동전 지갑을 탈탈 터니 14루블이 나온다. 동전이 든 손바닥을 펼쳐 보이니 여자는 14루블을 집으며 괜찮다며 싱긋 웃는다.

"스바시바."

일반 카페가 없다 보니 비싼 주유소 카페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

고기를 싸 들고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달린다. 날은 어두워지지만 도로변의 지형은 산길로 변하며 경사가 지거나 숲의 주변은 습지와 같은 형태로 바뀐다.

물이 고여있는 도로변의 숲이 계속 이어진다.

"뭐야? 이 습지는."

5km 정도 가려던 길을 10km가 넘도록 달리고, 비포장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곳을 모르고 지나가다 신발이 빠진다. 어두워지고 수풀이 자라나 있어 고여있는 물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 양말까지 다 젖었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주변을 보니 나무숲 주변이 넓은 습지처럼 보인다.

"에쉬,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이곳을 오는 동안 도로 주변의 노점은 과일이나 말린 고기 등을 팔던 다른 곳과 달리 모피나 곰과 같은 동물의 박제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몰라. 곰이 오면 잡아먹지 뭐."

밤의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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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9일 / 흐림
쿠즈민카-조리노
자정이 조금 넘어 깨어버린 잠으로 밤을 지새우고 만다. "너는 정말 지독하게도 찾아든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6,697Km
이동시간
7시간 26분
누적시간
1,202시간

 
M9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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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즈민카
 
르제프
 
조리노
 
 
3,7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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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쯤 잠이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한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칼릴 지브란

7시, 출발을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햄버거와 짜장라면, 오트밀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한다.

"오늘은 멀리까지 달려볼까."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9시, 오늘도 달려간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다시 쌀쌀해졌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빛은 심상치 않고.

2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오르내리는 언덕과 고개들은 계속 이어지고, 멀리 보이는 하늘은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빠르다. 빠르다. 그러게 벌써 9개월을 달렸구나."

순식간에 시작된 빗줄기에 모두 젖어버린다.

10분 동안 빗속을 달리며 작은 마을을 지나쳐 간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간간이 따듯한 햇살이 내비친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 같다.

"리가, 706km."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 오랜만이네."

플롭이 없다. 수프와 계란 후라이를 주문한다.

"계란 후라이가 사진하고 다르잖아."

러시아의 수프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정말 괜찮은 음식이다.

1시, 카페에서 빵 두 개를 포장하고 오후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잠시 도로 공사구간을 지나치고.

이슬비 같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다시 맑은 하늘이 열리고를 반복한다.

다채로운 구름빛의 하늘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늘, 구름빛의 유혹이다.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 중일까?"

하늘의 구름만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아무런 잡념도.

생각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다.

혼자서 외롭지 않겠냐고 물었다.

늘 외로워서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이라면 외롭다는 감정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외로움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슬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깊이는 누구에게 말해줄 수도, 드러낼 수도, 나눌 수도 없는 마음의 병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아?"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다.

외로움이 두려웠다면.

널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가 없어 외롭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그것뿐이다.

늘 외로워서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해가 저물어 간다.

"카페를 찾아야 하는데."

구글맵으로 도로변 카페를 검색하고.

7km 정도를 더 이동하고서야.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있다. 라트비아가 가까워질수록 카페를 찾는 것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미녀는 액자 속에 존재하는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샤슬릭이 있다고 한다.

"앗싸!"

샤슬릭 한 꼬치와 작은 만두를 포장하고, 시원한 맥주를 두 병 산다. 슈퍼도 없고, 다른 카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조금 비싸다.

"됐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카페를 나와 조금 이동을 한 후, 근처의 나무숲에 바로 텐트를 칠 생각이다.

"노을이 좋네."

잠시 저물어가는 석양빛을 바라보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간다.

뭔가 눅눅한 숲의 기운이다.

적당한 자리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딱히 좋은 자리가 없어 그냥 텐트를 펼쳤다.

도로변에서 약하게 잡히던 네트워크는 바로 끊어져 버린다.

적은 양의 샤슬릭과 작은 만두들, 슈퍼 가격의 두 배나 되는 값비싼 맥주로 맛있는 저녁을 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날씨 탓에 라트비아로 가는 길이 꽤 고단하고 멀게 느껴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8일 / 흐림
쿠르사코보-쿠즈민카
가을, 계절의 시간은 좋은 가을날의 따듯함이 계속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비만 내리는 러시아의 가을이다. "힘들어. 그만 내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574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195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르사코
 
보로콜람
 
쿠즈민카
 
 
3,592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밤새 내리는 빗줄기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그만 내려도 되는데."

라면과 오트밀, 커피로 아침을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말 텐트가 마를 날이 없네."

10시, 비가 내려 쌀쌀함이 느껴지는 도로 속으로 들어간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려던 레인 쟈켓과 슈퍼에서 구매했던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나니 모든 것이 완벽하다.

"신발만 어떻게 하면 되는데."

"고무장갑 최고다."

한 시간 정도 후, 비구름 지역을 벗어나고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라이딩을 이어간다.

40km를 달리고, 허기짐이 밀려와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볼로콜람스크에 맥도널드가 있어 메인도로를 벗어나 마을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맥도널드에서 자동 주문을 하고, 작은 동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로 보아 러시아에서 맥도널드가 인기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치킨 빅사이즈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큰 것, 콜라 0.5리터가 239루블이니 러시아 카페의 일반적인 가격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의 맥도널드나 KFC에 가면 음식을 먹고 음식 쟁반을 그대로 테이블에 놓고 간다. 각자가 치우면 서로 편할 것 같은데 이상한 문화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주문 메뉴를 서빙해주는 것도 이상한 시스템이고 어색하다.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우리나라도 그런가?"


기본 햄버거 세트를 추가로 주문하여 패니어에 넣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로 들어간다.

커피와 맥주를 사고 넓적다리 닭고기를 포장했다. 오는 도착할 목적지 부근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두 끼 정도의 비상식을 준비한다.

맥주를 계산하던 여직원은 맥주를 들고 계산을 하지 않고 뭔가를 계속 말한다.

"패스포트?"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더라도 나이를 확인하자니 어이가 없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여권을 건네주니 여권을 확인하더니 다시 뭔가를 계속 말하며 여권을 돌려준다.

"왜? 내가 동안인 걸 어떻게 하라고!"

점심을 먹고, 슈퍼에서 물건들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니 2시 반이 되어간다.

"갈 길이 먼데,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볼로콜람스크까지 이어지던 넓은 도로는 왕복 이차선 도로로 좁아지고, 길은 모스크바로 진입할 때의 길의 데칼코마니처럼 오르내리막의 언덕길이 이어진다.

제법 넓은 갓길이 유지되어 크게 불편하지 않고,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며 조금 조용해져서 좋다.

자작나무의 숲이 짙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비가 내린 직후의 풍경이라 그 색과 빛이 더욱 선명하다.

흐린 회색빛의 구름을 배경과 대비되어 너무나 고운 색감이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느라 속도가 느려져 간다.

"아, 쉬었다 가자."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해."

볼로콜람스크까지의 대로 주변은 모두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비싼 카페들 뿐이었고, 이후 작은 소로의 주변에 일반 카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좀처럼 카페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풍이 물든 나무숲이 너무 좋다."

흐리던 하늘도 조금씩 밝아오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와 언덕.

황금빛 나무숲은 계속된다.

비밀스럽고 아늑한 숲길을 달려간다.

"아, 오늘은 노란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야겠어."

곡선으로 오르내리는 길과 솜털 뭉치처럼 하늘을 뒤덮은 구름 그리고 알록달록 물든 나무숲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빨리 숲속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싶네."

몽골에서 넘어와 알타이의 짙푸른 침엽수 숲을 달리던 흥분감이, 노란 자작나무 숲을 달리며 같은 느낌으로 되살아 난다.

5시, 일몰을 한 시간 앞두고 한순간 숲이 사라지고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초원의 모습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뭔가 아쉽다.

"설마, 이대로 숲이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울창했던 숲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20여 분 초원과 같은 도로를 달리고 주경계를 알리는 듯한 이정표가 보인다.

"리가, 763km! 바다로 가자."

주경계를 지나며 도로는 러시아에서 너무 익숙하게 지나왔던 20센티 정도의 갓길로 변한다.

"러시아야, 한 20센티만 더 쓰지."

듬성듬성 자작나무 숲이 나타나고, 캠핑을 할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6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뭔가 아쉬운데."

앞 쪽으로 보이는 숲이 더 풍성한 것 같아 조금 더 길을 따라간다.

"여기로 결정!"

하루 종일 지나왔던 풍성한 숲에 비해 너무 아쉽지만.

"나름 괜찮네."

평탄한 자리를 찾아 텐트를 설치하고, 슈퍼에서 사놓은 닭다리 한 조각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흐린 날씨와 추위에 힘들었지만 멋진 가을날의 풍경이었다.

"리가로 가자. 바다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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