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아쉽다. 멋졌는데."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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