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54일 / 흐림
루자-레제크네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라트비아로 향하던 긴 일정에 지친 몸이 내리는 비와 함께 완전히 녹초가 된다. "쉬자."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17,101Km
이동시간
3시간 03분
누적시간
1,232시간

 
E22도로
 
E22도로
 
 
 
 
 
 
 
5Km / 0시간 25분
 
27Km / 2시간 38분
 
루자
 
투타니
 
레제크네
 
 
109Km
 
 

・국가정보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라트비아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1주일 무제한, 3.5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6-73-330-1616

 
비는 계속되지만 라트비아로 넘어서면 기온이 조금 올라간 느낌이다. 5~8도 정도의 기이라 쌀쌀하지만 춥지는 않다.

"루자로 들어가 쉴까?"

맵스미를 확인하고, 작은 도시 레제크네는 23km 정도의 거리다.

"쉬기에는 도시가 조금 더 편하겠지."

두 시간 정도 라이딩을 하여 레제크네로 가기로 결정한다.

어젯밤 슈퍼에서 산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한다.

"1유로가 얼마야? 1,200원? 1,300원?"

8시 반, 비에 젖은 텐트를 정리하고 레제크네로 출발한다.

"여기에 텐트 좀 칠 수 있게 해주지. 좋았는데."

오늘도 빗방울이 흩날리는 길을 향해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차량들의 통행량도 적고, 무엇보다도 과속을 하지 않는 차량들의 속도가 마음에 든다.

갓길이 좁은 러시아 도로에서 과속으로 주행하는 차량들과 화물차를 추월하며 역주행으로 다가오는 차량들은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다.

아기자기한 목초지의 풍경과 함께 편안함이 느껴지는 라트비아다.

레제크네의 경계에 들어서고.

버스 정류장에서 휴식을 취한다.

"버스 정류장 지붕은 어디로 간 거니?"

비를 피할 수 없어, 소변만을 해결하고 바로 출발한다.

레제크네의 시내로 진입한다.

작은 소도시의 모습이다. 거리는 조용하고, 도로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가 도로 중앙에 세워진 기념탑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기념탑의 주변으로 교회와 호텔, 관공서 같은 건물들이 보인다.

"왔다."

"일단 숙소, 밥, 유심칩."

"유심칩부터 사자."

슈퍼로 생각했던 가게는 여성 화장품 가게였고, 비가 내리는 거리에는 나이 든 사람들뿐이다.

"밥을 먹고, 가게에서 물어보자."

지나왔던 사거리의 햄버거 가게로 들어간다. 햄버거를 주문하고, 여직원이 영어를 잘 한다.

"유심카드를 어디서 살 수 있어?"

"위쪽 길에 모빌콤이 있어. 그곳에서 살 수 있어."

햄버거 가게의 와이파이로 근처의 숙소를 검색한다. 10개의 숙소가 검색되지만 5~6만원대의 숙박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뭐야? 이 동네."

아무리 검색을 해도 모두 비싸다.

"난감하다. 오늘은 숙소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저렴한 아파트 숙소를 감색해 놓고 그곳으로 가서 숙소를 확인한 후에 투숙을 결정할 생각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아파트 숙소를 찾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어, 먼저 확인을 하고 싶다.

햄버거 가게의 여직원이 알려준 모빌콤에 들어간다.

유럽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합카드를 사고 싶지만 이곳은 라트비아의 통신사인 것 같다.

일주일, 데이터 무제한 상품을 심카드 가격까지 3.5유로에 구매하고 개통을 한다.

다른 유럽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심카드지만, 리가에 가서 유럽 통합칩으로 교체할 동안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모빌콤의 여직원도 친절하고, 침착하게 영어로 설명을 하며 개통을 도와준다.

"모두 영어를 잘 하네."

"밥도 먹었고, 유심칩도 샀고, 숙소로 가 볼까."

부킹닷컴의 숙소 주소를 찾아가니 아파트가 아니고 단독주택이다. 1층의 문이 닫혀있고, 유리창으로 내부를 확인해 보니 아파트형 숙소가 맞는 것 같다.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한 남자가 2층의 창문을 열고 말을 건넨다.

"여기 부킹닷컴 숙소지?"

낯선 남자가 집 안을 둘러보고 있으니 경계심을 가졌던 남자는 숙소를 찾는다고 하니 경쾌하고 밝은 표정으로 변한다.

말이 빠르지만 남자의 영어는 유창하고 위트가 있다.

나에게는 쓸데없이 넓고 깨끗한 단독주택의 숙소지만 레제크네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샤워를 하고 텐트와 옷들, 일주일 동안 캠핑을 하며 젖어버린 모든 것들을 말린다.

"일단, 저녁을 사놓고 쉬자."

저녁으로 먹을 음식들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다.

"오, 겨울 신발. 러시아 가서 사야지."

40% 세일을 하고 있는 겨울 장갑을 발견했다.

"이거 좋다. 방한 장갑에 겹으로 껴서 사용하면 괜찮겠어."

방한장갑을 가져와 겹으로 껴보고 사이즈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오, 방수!"

다양한 종류의 조리식품을 파는 푸드코트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들을 모두 골라 담고, 커다란 빵도 사 들었다.

"아, 모르겠다. 오늘은 맘껏 먹어보자."

"현금이 필요한가? 몰라. 필요하면 내일 찾자."

숙소로 돌아와 침대 속에 파묻힌다. 보바와 메시지를 교환하고.

그동안 쌓인 자료들을 정리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 쉬고 싶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3일 / 맑음
이드리사-라트비아 루자
러시아의 두 번째 여행을 마치고 유럽 여행의 시작 라트비아로 향한다. 아시아, 러시아와 다른 환경과 사람들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17,069Km
이동시간
6시간 22분
누적시간
1,229시간

 
E22도로
 
E22도로
 
 
 
 
 
 
 
40Km / 3시간 40분
 
37Km / 2시간 42분
 
이드리사
 
국경
 
루자
 
 
77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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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적지 않은 비가 계속 내린다. 어제 저녁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잠이 깬다. 7시가 넘어서야 밖이 환하게 밝아온다.

"시간이 바뀌었나? 어쨌거나 정말 징그럽게 계속 내리네."

6일 동안의 야영으로 보조 배터리의 충전용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두 개의 핸드폰을 충전하는 동안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를 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헙드에서 다운로드 한 건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방한장갑을 꺼내어 고무장갑에 끼워 넣어 본다.

"오, 좀 빡빡하지만 괜찮은데."

국경까지 40km 정도의 거리라 아침을 거르고 출발을 준비한다.

"구경을 넘고, 어디까지 가야 하나."

하루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배터리 잔여량이라서 오늘은 숙소를 잡아야 할 것 같다.

9시 50분, 라트비아를 향해서 출발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힘이 안 들어 가네."

국경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오르내리던 도로는 평탄해지고, 국경을 앞두고 도로변의 주유소들이 나타난다.

"카페인가? 좀 더 가볼까."

국경 검문소를 앞두고 화물차들이 길게 정차해 있다.

"다 왔네. 일단 배고프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어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문이 닫혀있다.

도로 건너편 주유소 카페로 들어가.

물과 핫도그를 사고.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여행을 할 줄은 몰랐다."

이리저리 핸드폰으로 설정 메시지를 보내다 우연히 다시 연결이 된 네트워크, 국경 근처에 있는 라트비아의 마을과 도시를 검색한다.

루자라는 작은 마을이 40km, 레제크네라는 도시가 60km 정도 거리에 있다.

"일단 루자에 가서 유심칩을 사고 생각하자."

1시, 국경 검문소로 이동한다.

"러시아, 고맙다. 좋은 여행이었어."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보자."

러시아 90일의 무사증 비자기간 중 20일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를 지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간으로 충분할 것 같다.

"부지런히 달렸네."

검문소에서 녹색 확인표를 받고, 국경 사무소로 들어간다.

승용차들이 서있는 곳에서 패니어들을 열고 짐 검사를 통과한다. 육안검사를 끝낸 여군인은 한국 사람인지를 묻더니 굿럭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바로 옆에 있는 출국도장을 받는 심사대로 이동한다. 중년의 여자 군인은 여권을 들고 사진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하더니 어딘가 전화를 걸며 통화를 한다.

몇 분 후, 젊은 남자 직원이 오더니 여권과 나를 번갈아가며 확인을 한다. 그리고 여권의 추가된 사증 페이지를 계속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얘네들은 왜 사증 페이지를 신기하게 생각하지?"

남자는 검사대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는지 묻고, 추가된 사증 페이지가 무엇인지 묻는다. 남자의 영어는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영어로 대답을 해주었다.

"I'm traveling around the world by bicycle. So I need a lot of passport pages. So I added extra pages in Korea."

남자는 내 대답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어 여행 루트를 보여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남자는 검사대로 들어가 여자 군인에게 자전거 여행에 대해 설명하는 것 같더니, 다시 여권을 들고 여권의 사진과 내 얼굴을 계속 확인한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내 옆에서 대기하던 여다가 웃으며 질문을 한다.

"Really your passport?"

"Yeah!"

남자는 계속해서 여권을 확인하고, 만지작거리며 어딘가 통화를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처음 보는 동양인의 얼굴을 확인하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여행 중 살이 많이 빠지고 검게 그을린 탓에 확인하기가 조금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설명도 없이 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한참 후 여자 군인은 검문소 사무실을 안내하며 대기하라고 한다.

비를 맞고 온 탓에 따듯한 사무실은 좋았다.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크게 신경 쓸 것도 없고 해서 보조 배터리와 핸드폰을 모두 꺼내어 충전을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니 노곤한 졸음이 밀려온다.

"따듯한 커피라도 한 잔 주던가 하지."

한참 후 남자가 나타나서 핸드폰 충전하는 것들을 보며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충전 중이라 대답하니 '노'라며 말을 하고, 여권의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물어본다.

충전을 못 하게 하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멍청아! 여권을 만들 때 찍은 거지. 뭐가 문제인데?"

남자는 디셈버를 여러 번 되뇌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사무실로 들어간다. 전형적으로 일을 못하는 사람, 능력은 없는데 부지런한 스타일의 민폐스러운 남자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충전을 못 하게 하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첫째, 여권의 사증 페이지에 추가된 부분의 한국 외교부의 직인과 함께 영어 설명이 있어 번역기만 사용해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대사관에 확인을 하면 금방 해결될 문제이다.

둘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러시아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다른 국경을 문제없이 입출국 했다는 스탬프가 찍혀있고, 8개월의 자전거 여행을 생각하면 살이 빠진 모습을 감안해서 사진을 확인하면 쉬운 일이다.

1시에 들어왔던 국경 검문소, 시계는 3시를 가리킨다.

"이 멍청이를 믿다가는 끝이 없겠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니 외교부의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며, 밖으로 나가 검사대의 여자 군인에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자 군인은 난감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을 한다.

"에쉬! 똥!"

20분 후, 대사관의 담당자에게 전화가 오지 않아 대사관에 다시 전화를 하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러시아 핸드폰 번호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라트비아로 넘어가는데 러시아 국경 직원들이 영어도 안되고, 이유도 없이 2시간 넘게 대기를 하고 있어요."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 동안 국경의 남자 군인은 다른 여자 군인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여권을 들고 나에게 얼굴을 보여 달라며 확인을 한다.

"Wait. Calling to the Korean Embassy."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계속해서 여권을 들고 고개를 들라며 제스처를 한다.

"Hey. Are you kidding me?"

약간의 언성을 높여 말하니 남자 군인은 알았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오케이', '노 프라블럼'를 반복하며 검사대로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남자 군인의 행동에 짜증이 난다. 핸드폰을 건네주고 대사관 담당자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대사관 담당자는 통화 내용을 알려준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 아니라서 한국 여권을 처음으로 봤다고 하네요. 미안하다고 확인이 끝나서 통과해도 된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국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돌려받고 훼손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 후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남자 군인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든다. 일부러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경의 남자 군인들의 행동들은 좋게 생각 들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사과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타인에게 미소를 보이는 것보다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이 더 바보 같은 것이다.

"잊자, 러시아는 그냥 후진국이다."

차라리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나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고 마음이 편하다.

"배터리 충전만 시켜줬으면 괜찮았을 거야."

4시 50분, 바로 붙어있는 라트비아의 국경 검문소로 들어간다. 짙은 녹색의 니트를 입고 있는 군인의 모습과 행동은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하고 입국 신고서를 받고 국경 사무소의 검사대로 이동한다.

영어가 되는 군인이 다가와 여행에 대해 묻고는 여권을 받아 검문대에 넣어주며 1번, 2번 창구를 순서대로 가라며 안내한다.

단, 몇 미터를 걸어와 국경을 넘었을 뿐인데 모든 분위기가 달라졌다.

1번 창구에서 여권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을 하고, 2번 창구에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굿럭'이라며 미소를 보여준다. 모든 입국절차는 10분 만에 끝이 난다.

"어쨌든 유럽에 왔네."

국경 검문소 옆에 카페가 있지만 밥을 먹고 이동할 시간이 없다.

"겨우 유럽에 왔는데, 감동할 시간이 없네."

가까운 마을 루자까지 40km의 거리다. 러시아의 국경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배터리들을 잠시 충전하여 하룻밤 정도는 충분히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근처에서 야영을 할까? 루자까지 갈까?"

3시간의 대기시간 때문에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일단 가 보자. 카페나 주유소 하나쯤은 나오겠지."

라트비아의 첫 풍경은 러시아에 비해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의 울창한 숲과 광활한 평야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국경을 넘었지만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활성화되어 있다.

"정작 러시아에서는 잘 안 터지더니."

이글에게 라트비아에 도착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루자의 숙소를 검색했지만 두 군데 정도의 호텔만이 검색된다.

"가격도 비싸고 애매하네."

루자의 경계를 지나며 러시아의 네트워크는 끊기고, 도로변에는 카페나 주유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허기와 피곤함이 밀려온다.

"그만 갈까?"

루자 주변의 주유소에서 간단한 식료품을 사고 야영을 한 후, 아침 일찍 숙소를 잡고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7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루자의 경계를 넘고 도로변에 주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슈퍼나 카페가 없나?"

루자로 들어가는 초입의 교차로에서 환하게 불이 켜진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네의 슈퍼마켓, 바닥을 청소하던 젊은 여자는 낯선 여행자의 방문에 조금 놀라는 모습이다.

빵과 소시지 등을 사들고, 유로화는 없지만 카드 결제가 되니 문제는 없다.

"물가가 비싸지는구나."

라트비아의 물가는 러시아보다 조금 더 비싸게 느껴진다.

여직원에게 슈퍼 앞, 도로변의 공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었지만 안된다고 한다.

어두운 거리, 지도를 확인하고 도로변 가옥이 없는 공터의 지역으로 가니 빈 목초지 같은 곳이 나온다.

풀이 자란 평탄하지 않은 목초지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어 라면과 커피를 끓인다.

밤이 깊어지고, 빗줄기가 다시 텐트를 두드린다.

"뭐, 어쨌든 도착했잖아."

한국을 떠나, 8개월 동안 넓은 대륙을 횡단하고 유럽에 도착했다.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2일 / 흐림
노보소콜니키-이드리사
라트비아의 국경이 얼마남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의 라이딩으로 따듯한 침대와 샤워가 그리워진다. "가자, 라트비아로!"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6,992Km
이동시간
6시간 11분
누적시간
1,223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노보소콜
 
푸스토시
 
이드리사
 
 
4,0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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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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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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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맑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치 중국의 2월처럼 매일같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춥고 눅눅한, 침낭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싫다.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다시 끊겨있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알리는 4G의 아이콘이 떠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말 모르겠다. 러시아의 인터넷 시스템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라트비아의 국경까지 140km 정도가 남았다.

러시아와 라트비아 국경도 24시간 오픈되어 있지만 국경 근처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100km만 가자."

10시 40분, 피곤함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출발이 늦다.

찬 바람 때문에 손과 발이 시리지만 10분쯤 달리다 보면 몸에 열기가 올라 괜찮아진다.

다시 빗줄기가 추적추적 떨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간다.

"오늘은 정말 비를 맞기가 싫다."

빗줄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다시 길을 따라간다.

비가 내릴 때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비를 피한다.

"오늘도 카페는 없는 건가?

푸스토시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주변의 유일한 작은 슈퍼에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다.

몇몇의 주유소가 있어 카페나 슈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슈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작고 오래된 슈퍼는 매장 가득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사이 작은 슈퍼의 내부를 둘러본다.

기름에 튀긴 빵 두 개와 훈제된 닭고기 같은 것을 두 개 사 들었다. 여기서부터 국경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 점심은 먹을 복이 없나 보다."

국경까지 남은 거리 80km, 도로를 따라 배고픈 페달링을 이어가단 중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난다.

버스 정류장이 없는 구간을 15분 정도 달리는 동안 옷과 장갑이 모두 젖어버린다.

"에쉬, 오늘은 비 맞기 싫었는데."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물기들을 털어내고, 슈퍼에서 사온 튀김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달콤한 기름맛이 입안에 감돌며 식욕을 자극한다.

"오호, 맛있네."

역시, 기름에 튀기는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나 보다. 한두 개쯤 더 사 올 것을 생각이 든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고, 레인자켓, 레인팬츠,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빗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 하늘은 조금씩 맑아진다.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비슷비슷한 풍경 속을 달려 국경을 향해간다.

느려져 가는 페달링의 속도와 함께.

조금씩 지쳐간다.

이드리사로 빠지는 교차로를 지나며 차량의 통행마저 많이 줄어든다.

6시, 전방으로 보이는 경사로를 보고 힘이 빠진다.

"아, 그만 가자. 힘들다."

시간 변경선을 넘어서 한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일몰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날이 밝지만, 오르막을 오르고 싶지 않아 도로변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가지런히 정비가 된 소나무 숲이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야영지네."

평평한 숲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무 냄새가 좋네."

국경까지 40km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로, 유럽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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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16,902Km
이동시간
8시간 03분
누적시간
1,21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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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무섭게 곰의 사진을 쓰냐."

습지와 같은 음침한 숲의 분위기, 곰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뿌연 회색빛 하늘, 눈이 내릴 것 같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와 페달링의 속도가 느리다.

한 시간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보바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오고, 이글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오지만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가 안 된다.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화창하게 변하더니.

그것도 잠시뿐,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두 번째 휴식을 하며 삐거덕 거리던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불쾌한 잡음이 계속되던 크랭크를 확인하니 비비가 이상한 것인지 크랭크 축이 흔들거린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휴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자 이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싸릿눈이 따갑게 얼굴을 때리고, 전방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진다.

"손도, 발도 시리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1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를 하는 차량도,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한산한 주유소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입구에 놓인 핸드폰 요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주유소의 사무실 겸 마트로 들어간다.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연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바로 담아주어도 되는데, 1리터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휘발유를 담아준다.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날씨가 좋아지려고 하는가?"

요란스럽던 날씨의 변화가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로변에 카페는 나타나질 않고, 다음 주유소까지의 거리도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주유소까지 가야 한다. 하얗게 눈꽃이 핀 숲길을 따라 달려간다.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달려야 하는가."

배는 고프고, 해는 떨어져 간다.

6시를 전후로 두꺼운 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달렸지만 고개를 오르는 동안 붉고 붉은 태양은 구름 아래로 사라져 간다.

"아쉽다. 멋졌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교차로 주유소에 도착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주유소 하나만 달랑 놓여있다.

다행히 식료품과 핫도그를 팔지만, 큰 규모의 주유소가 아니라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락 라면과 과자들을 골라들고.

핫도그 두 개를 포장한다.

교차로를 벗어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습지는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글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네트워크가 끊기고, 데이터가 없어서 그동안 답변을 못했더니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묻는다.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포장해온 핫도그로 저녁을 해결하고, 그동안 업로드하지 못한 자료들을 올린 후 잠이 든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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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0일 / 흐림
조리노-세메노브스코예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쌀쌀한 날씨,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왜 끝이 없어!"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793Km
이동시간
6시간 24분
누적시간
1,209시간

 
M9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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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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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노
 
넬리도보
 
세매노브
 
 
3,81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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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다시 쌀쌀하게 변한 날씨다. 어젯밤 약간의 눈이 내렸는지 텐트 위로 좁쌀만 한 싸릿눈이 쌓여있다.

"아, 춥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휘발유도 떨어져 가고, 슈퍼에 가지 못해 비상식도 모두 떨어져 간다.

문자 메시지로 무언가 안내문이 들어온다. 한 달 동안 사용했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충전하기가 애매하네."

11시, 늦잠을 자고 추워진 날씨에 게으름을 피운 탓으로 출발이 늦어진다.

노란 자작 나뭇잎이 도로를 뒤덮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드득' 춤을 추며 나뭇잎이 휘날린다.

"아고, 오늘 80km 정도 갈 수 있으려나."

12시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카페가 없어, 카페가 보일 때 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멋지긴 한데, 밤에 보면 무섭겠다."

난감한 글자 메뉴판에서 플롭의 단어를 발견하고, 플롭을 주문한다.

"수프 라그만, 빵 세 개 그리고 커피."

이제는 카페에서 대충 주문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먹는 플롭의 맛은 그저 그랬지만 역시 밥이 든든하다.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자료를 업로드하고, 메인도로 주변의 MTC 매장을 검색했지만 도로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을을 제외하고 찾을 수가 없다.

"3일 정도 인터넷 없이 지낼까."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늦은 출발이었지만 부지런히 달린 덕에 넉넉히 80km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쌀쌀한 날씨, 손과 발이 시려온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져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도로 라이딩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라디오 음악도 없고.

차량들의 소음 속에서 노란 단풍들만이 지루한 라이딩의 작은 즐거움을 준다.

4시 반, 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던 중 나를 지나치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정차를 한다.

기다리던 오토바이로 다가가니 한국 번호판의 오토바이다.

송달성,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청년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한국 사람 두 번째로 보네."

"누구요?"

"포항 번호판인데, 은호?"

"원희 아니에요?"

"아, 원희!"

"저, 그 형 만나러 가고 있어요."

세상은 참 넓지만, 한편 이런 우연들을 생각하면 좁다는 생각도 든다.

비와 눈을 맞고 달려온 달성은 한기로 인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여 빨리 가서 쉬어. 건강하고!"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좋고, 좀 더 많은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떠나기를 바란다.

그저 잘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춘들이 부럽다.

기성세대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웠듯이, 우리의 청춘들은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5시, 도로변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저녁을 포장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오, 핸드폰 데이터 충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안 된다.

카페로 들어가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고기면 돼."

고기가 들어간 빵을 사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니 달궈진 소모양의 팬 위에 지글거리는 고기를 테이블로 서빙을 한다.

"포장, 포장!"

옆 사람과 수다를 떨던 여직원은 깜박했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종이에 15를 적어 보인다.

동전 지갑을 탈탈 터니 14루블이 나온다. 동전이 든 손바닥을 펼쳐 보이니 여자는 14루블을 집으며 괜찮다며 싱긋 웃는다.

"스바시바."

일반 카페가 없다 보니 비싼 주유소 카페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

고기를 싸 들고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달린다. 날은 어두워지지만 도로변의 지형은 산길로 변하며 경사가 지거나 숲의 주변은 습지와 같은 형태로 바뀐다.

물이 고여있는 도로변의 숲이 계속 이어진다.

"뭐야? 이 습지는."

5km 정도 가려던 길을 10km가 넘도록 달리고, 비포장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곳을 모르고 지나가다 신발이 빠진다. 어두워지고 수풀이 자라나 있어 고여있는 물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 양말까지 다 젖었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주변을 보니 나무숲 주변이 넓은 습지처럼 보인다.

"에쉬,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이곳을 오는 동안 도로 주변의 노점은 과일이나 말린 고기 등을 팔던 다른 곳과 달리 모피나 곰과 같은 동물의 박제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몰라. 곰이 오면 잡아먹지 뭐."

밤의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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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9일 / 흐림
쿠즈민카-조리노
자정이 조금 넘어 깨어버린 잠으로 밤을 지새우고 만다. "너는 정말 지독하게도 찾아든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6,697Km
이동시간
7시간 26분
누적시간
1,202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즈민카
 
르제프
 
조리노
 
 
3,7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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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쯤 잠이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한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칼릴 지브란

7시, 출발을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햄버거와 짜장라면, 오트밀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한다.

"오늘은 멀리까지 달려볼까."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9시, 오늘도 달려간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다시 쌀쌀해졌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빛은 심상치 않고.

2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오르내리는 언덕과 고개들은 계속 이어지고, 멀리 보이는 하늘은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빠르다. 빠르다. 그러게 벌써 9개월을 달렸구나."

순식간에 시작된 빗줄기에 모두 젖어버린다.

10분 동안 빗속을 달리며 작은 마을을 지나쳐 간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간간이 따듯한 햇살이 내비친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 같다.

"리가, 706km."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 오랜만이네."

플롭이 없다. 수프와 계란 후라이를 주문한다.

"계란 후라이가 사진하고 다르잖아."

러시아의 수프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정말 괜찮은 음식이다.

1시, 카페에서 빵 두 개를 포장하고 오후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잠시 도로 공사구간을 지나치고.

이슬비 같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다시 맑은 하늘이 열리고를 반복한다.

다채로운 구름빛의 하늘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늘, 구름빛의 유혹이다.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 중일까?"

하늘의 구름만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아무런 잡념도.

생각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다.

혼자서 외롭지 않겠냐고 물었다.

늘 외로워서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이라면 외롭다는 감정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외로움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슬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깊이는 누구에게 말해줄 수도, 드러낼 수도, 나눌 수도 없는 마음의 병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아?"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다.

외로움이 두려웠다면.

널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가 없어 외롭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그것뿐이다.

늘 외로워서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해가 저물어 간다.

"카페를 찾아야 하는데."

구글맵으로 도로변 카페를 검색하고.

7km 정도를 더 이동하고서야.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있다. 라트비아가 가까워질수록 카페를 찾는 것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미녀는 액자 속에 존재하는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샤슬릭이 있다고 한다.

"앗싸!"

샤슬릭 한 꼬치와 작은 만두를 포장하고, 시원한 맥주를 두 병 산다. 슈퍼도 없고, 다른 카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조금 비싸다.

"됐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카페를 나와 조금 이동을 한 후, 근처의 나무숲에 바로 텐트를 칠 생각이다.

"노을이 좋네."

잠시 저물어가는 석양빛을 바라보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간다.

뭔가 눅눅한 숲의 기운이다.

적당한 자리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딱히 좋은 자리가 없어 그냥 텐트를 펼쳤다.

도로변에서 약하게 잡히던 네트워크는 바로 끊어져 버린다.

적은 양의 샤슬릭과 작은 만두들, 슈퍼 가격의 두 배나 되는 값비싼 맥주로 맛있는 저녁을 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날씨 탓에 라트비아로 가는 길이 꽤 고단하고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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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48일 / 흐림
쿠르사코보-쿠즈민카
가을, 계절의 시간은 좋은 가을날의 따듯함이 계속 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비만 내리는 러시아의 가을이다. "힘들어. 그만 내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574Km
이동시간
6시간 39분
누적시간
1,195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르사코
 
보로콜람
 
쿠즈민카
 
 
3,59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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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는 빗줄기는 아침까지 계속된다.

"그만 내려도 되는데."

라면과 오트밀, 커피로 아침을 하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말 텐트가 마를 날이 없네."

10시, 비가 내려 쌀쌀함이 느껴지는 도로 속으로 들어간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 사용하려던 레인 쟈켓과 슈퍼에서 구매했던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나니 모든 것이 완벽하다.

"신발만 어떻게 하면 되는데."

"고무장갑 최고다."

한 시간 정도 후, 비구름 지역을 벗어나고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라이딩을 이어간다.

40km를 달리고, 허기짐이 밀려와 점심을 해결해야 한다.

볼로콜람스크에 맥도널드가 있어 메인도로를 벗어나 마을 중심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맥도널드에서 자동 주문을 하고, 작은 동네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로 보아 러시아에서 맥도널드가 인기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치킨 빅사이즈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큰 것, 콜라 0.5리터가 239루블이니 러시아 카페의 일반적인 가격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의 맥도널드나 KFC에 가면 음식을 먹고 음식 쟁반을 그대로 테이블에 놓고 간다. 각자가 치우면 서로 편할 것 같은데 이상한 문화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주문 메뉴를 서빙해주는 것도 이상한 시스템이고 어색하다.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우리나라도 그런가?"


기본 햄버거 세트를 추가로 주문하여 패니어에 넣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로 들어간다.

커피와 맥주를 사고 넓적다리 닭고기를 포장했다. 오는 도착할 목적지 부근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두 끼 정도의 비상식을 준비한다.

맥주를 계산하던 여직원은 맥주를 들고 계산을 하지 않고 뭔가를 계속 말한다.

"패스포트?"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더라도 나이를 확인하자니 어이가 없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여권을 건네주니 여권을 확인하더니 다시 뭔가를 계속 말하며 여권을 돌려준다.

"왜? 내가 동안인 걸 어떻게 하라고!"

점심을 먹고, 슈퍼에서 물건들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니 2시 반이 되어간다.

"갈 길이 먼데,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볼로콜람스크까지 이어지던 넓은 도로는 왕복 이차선 도로로 좁아지고, 길은 모스크바로 진입할 때의 길의 데칼코마니처럼 오르내리막의 언덕길이 이어진다.

제법 넓은 갓길이 유지되어 크게 불편하지 않고,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며 조금 조용해져서 좋다.

자작나무의 숲이 짙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다. 비가 내린 직후의 풍경이라 그 색과 빛이 더욱 선명하다.

흐린 회색빛의 구름을 배경과 대비되어 너무나 고운 색감이다.

고개와 언덕들을 넘느라 속도가 느려져 간다.

"아, 쉬었다 가자."

"역시 햄버거 하나로는 부족해."

볼로콜람스크까지의 대로 주변은 모두 주유소에서 운영하는 비싼 카페들 뿐이었고, 이후 작은 소로의 주변에 일반 카페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좀처럼 카페가 나타나지 않는다.

"단풍이 물든 나무숲이 너무 좋다."

흐리던 하늘도 조금씩 밝아오고.

길게 이어지는 도로와 언덕.

황금빛 나무숲은 계속된다.

비밀스럽고 아늑한 숲길을 달려간다.

"아, 오늘은 노란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해야겠어."

곡선으로 오르내리는 길과 솜털 뭉치처럼 하늘을 뒤덮은 구름 그리고 알록달록 물든 나무숲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빨리 숲속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싶네."

몽골에서 넘어와 알타이의 짙푸른 침엽수 숲을 달리던 흥분감이, 노란 자작나무 숲을 달리며 같은 느낌으로 되살아 난다.

5시, 일몰을 한 시간 앞두고 한순간 숲이 사라지고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초원의 모습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자작나무 숲에서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에 뭔가 아쉽다.

"설마, 이대로 숲이 끝나는 것은 아니겠지?"

울창했던 숲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20여 분 초원과 같은 도로를 달리고 주경계를 알리는 듯한 이정표가 보인다.

"리가, 763km! 바다로 가자."

주경계를 지나며 도로는 러시아에서 너무 익숙하게 지나왔던 20센티 정도의 갓길로 변한다.

"러시아야, 한 20센티만 더 쓰지."

듬성듬성 자작나무 숲이 나타나고, 캠핑을 할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6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뭔가 아쉬운데."

앞 쪽으로 보이는 숲이 더 풍성한 것 같아 조금 더 길을 따라간다.

"여기로 결정!"

하루 종일 지나왔던 풍성한 숲에 비해 너무 아쉽지만.

"나름 괜찮네."

평탄한 자리를 찾아 텐트를 설치하고, 슈퍼에서 사놓은 닭다리 한 조각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흐린 날씨와 추위에 힘들었지만 멋진 가을날의 풍경이었다.

"리가로 가자. 바다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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