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6일 / 맑음 ・ 20도
난양시-팡청현-예현
정저우시를 향해 가는 길, 매일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중국, 너 쫌 넓다!"


이동거리
114Km
누적거리
6,169Km
이동시간
6시간 48분
누적시간
433시간

 
G234도로
 
G234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난양시
 
팡청현
 
예현
 
 
3,38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어제 먹은 술에 때문에 뒷골이 무직한 것이 숙취가 있나 보다.

"괜히 술은 마셔가지고."

침대 시트를 부둥켜 안은 채 게으름을 피우다 숙소의 조식 제공 서비스가 생각난다.

"조식이 있었지!"

8시 58분, 조식 마감 타임을 2분 남기고 부랴부랴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식사를 마친 것인지 식당 안이 썰렁하다. 중국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왜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젓가락 자동 세척기인가?"

음식들은 거의 떨어져 딱히 먹을 것이 없다. 흰죽도 보이질 않고 빵과 계란 그리고 수박, 오렌지를 겨우 접시에 담는다.

"아깝네. 만원어치는 먹어야 하는데."

흰죽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수박과 오렌지를 간만에 먹을 수 있어서 만족.

방으로 돌아와 어제의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편하게 뒹굴거린다.

"천천히 출발하자, 날도 길고 날씨도 좋은데 뭐."

차를 한 잔 마시며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오늘 가야 할 곳은 110km 거리에 있는 예현이다.

10시쯤 출발해서 부지런히 가면 6시 전에는 도착할 것 같다. 길이 나쁘지 않거나 펑크만 나지 않는다면.

이틀 연속 주숙등록과 트립닷컴 그리고 숙소들의 황당한 응대에 너무나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아침부터 오늘은 숙소를 찾아 얼마나 헤맬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룸키를 프런트에 반납하니 여직원이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한다.

"是要退房吗?"

'투이팡' 퇴방이 체크아웃인가 보다.

"웬만하면 체크아웃 같은 기본 영어 단어는 좀 해라."

어제 술을 샀던 슈퍼에서 콜라와 물 그리고 숙취를 달래줄 요구르트 한 병을 산다.

"콜라가 3위안인데 양도 적은 요구르트가 6원이라니."

누렁이가 곧 검둥이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좀 늦은 아침 시간인데도 오토바이 부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차와 사람, 오토바이가 한 번이라도 뒤엉키면 정말 답이 없는 곳이 중국이다.

오는 길에 어떤 중년의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시와 마주 서서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본다. 복잡한 1차선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자신이 역주행했으면서 택시를 막고 불만 가득 심술궂은 표정으로 택시를 째려보고 있다.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차량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지나가는데 중간에 접촉 사고가 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각도상 자전거 도로를 가던 승용차를 SV차량이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중국인들에게 사이드 미러는 필요 없는 장치이다.

사고 때문에 차들이 정체되었나 싶었는데 우회전하는 곳에서부터 도로공사가 있어 차들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사 구간을 인도에 올라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3륜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줄줄이 이어 나오는 차량들을 난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할배, 거기로는 절대 못 가. 완전히 막혔다고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까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데, 한참을 기다리며 망설이더니 끝내 역주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대씩 빠져나오기도 버겁던 좁은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하하하, 완전 용자 할배."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내달리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크락션 소음에 이어폰을 꺼내든다.

"내가 진짜 웬만해서는 자전거 탈 때 이어폰 안 쓰는데. 화병으로 누군가 한 명 죽이는 것보다 이게 차라리 낫겠어."

이어폰을 써도 크락션 소리들이 어찌나 우렁찬지 큰 문제는 없고, 고막을 찢어 놓을 듯한 소리가 좀 작아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잘나가던 도로가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빠지기 시작한다.

폭죽과 결혼용품을 파는 가게. 결혼식 폭죽은 따로 있나 싶기도 하고.

길가에서 1위안짜리 빵을 두 개 산다.

마을을 지나치며 잠시 쉴 곳을 못 찾고 울퉁불퉁 곰보바닥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달리다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잠시 쉬어간다.

12시 20분, 80km가 남아있다.

3일째 연속되고 있는 동일한 풍경,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보리는 아니고, 생강도 아니고, 파도 아니고."

생김새가 보리와 비슷한 것이 밀이 맞나 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가끔 밀밭을 보기는 했지만 그 기억이 흐릿하다.

"저 안에 텐트 치고 한나절 누워있고 싶네."

빵은 밀가루 빵이다. 내용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단백하고 짭조름한 게 매력 있다.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곰보바닥의 길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된다. 허리가 아파오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피곤하기 그지없다.

중국에서 무서운 것들 중 하나는 뭐든 시작되면 한참 동안 이어진다는 것이다. 빨리 도시가 나와 도로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시간이 조금 넘어 드디어 팡청현에 들어선다. 도시의 초입 광장에 커다란 석상이 세워져 있다.

張騫(장건, 장치엔)
한나라 때의 여행가로 중국에서 서역으로의 교통로를 공식개통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여행으로 서역의 지리·민족·산물 등에 관한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동서 간의 교역과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두산백과)

"어머, 선배님! 반갑습니다."

할머니가 쓰레기 같은 것을 엄청 큰 포대에 담아 자전거로 옮기고 있다.

"아이고 할매,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어떻게 가시려고."

팡청현을 지나 좋아질 것 같던 도로는 이내 지나쳐왔던 도로와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고.

오후 3시, 엉망인 도로를 타고 오느라 쉽게 피곤해져 버리고 문이 닫힌 담벼락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40km 남았는데, 끝까지 이러려나?"

높은 담에 날카로운 유리조각까지 촘촘하게 박아 놓은 집. 중국에서 담벼락을 보기도 힘들지만 뭐 대단한 것이 집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잠시 쉬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고 하니 화물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길을 막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화물 차량들의 정체되어 줄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직각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한 차선을 마저 막아버리고 만다.

다행히 자전거가 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늘어선 화물차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하고 차량들의 줄은 끝이 안 보인다.

3km 가까이 차량들이 밀려있고, 역시나 그 끝에는 무시무시한 공사구간이다.

"다 나오려면 밤새야겠네. 쌤통인데!"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잘생기고 쾌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조심스레 화물차량들과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느라 30분 동안 4km 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시원하게 달려볼 것이다.

멀리 밀밭 너머로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보이고, 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간다.

"굿! 이럴 때 뒷바람인가."

신나게 페달을 밟아 라이딩을 즐기다 보니 서서히 오늘의 목적지인 예현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5시에 예현에 도착한다.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가득 들어찬 최신식 쇼핑몰과 옛 시장 골목이 함께 있는 소도시 예현.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층의 근대 가옥 구조로 보이는 건물들이 길게 이어지고.

예전의 상가들, 무역이나 교역들의 물품들이 거래되던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을 중심으로 좌우, 길 건너에 재래시장들이 자리 잡고 있고, 재래시장 옆으로 최신식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소도시에 인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거대한 시장들이 이어질까 싶다.

맞은편 작은 공원에 앉아 숙소들을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이 지역 숙소가 안 보이고, 고덕지도을 검색해 적당한 곳을 선택한다.

"오늘은 제발 쉽게 가자."

공원 옆, 구두를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구경하는데 두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 묻고,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전거를 들어본다.

힘을 주어 드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자전거. 약간 당황해하더니 있는 힘껏 뒤쪽을 겨우 들어 올린 후 엄지를 척하고 세운다.

"대단하다!"

시끄럽게 두 남자가 떠들어 대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주시한다.

"오늘도 멋짐 폭발. 근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쳐다보니 조금 부끄럽네."

검색해 두었던 빈관은 낡아 보이는 2층 건물인데 80위안이나 달라고 한다.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숙소 같은 곳에서 자자."

근거리에 있는 규모가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119위안 숙박비에 야진까지 300위안을 결제하고 무난하게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 보관을 문의하니 한 아저씨가 오더니 숙소 밖의 주차장에 놓으라 알려준다.

"안돼, 자전거 잃어버리면 절대 안 돼!"

프런트 직원이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라 안내해 준다.

갑자기 의욕에 찬 아저씨가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며 뭔가를 설명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다.

"노노노노!"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넣으려는 아저씨와 웃으며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 이 몹쓸 놈의 인기란."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관우상이 모셔져이는 곳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다섯 번을 넘게 관우상을 가리키며 여기에 놓아도 되는지 물어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한다.

자전거를 놓고 아저씨와 농담을 하며 손으로 웃으라고 제스처를 하니 이해를 못 하고 어리둥절 쳐다본다.

"笑!"

번역기를 보여주니 돋보기를 꺼내어 들여다보고 알았다며 웃는다.

아저씨는 굳이 방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고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고 내려간다.

의욕이 넘치는 친절한 할배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방에 놓인 커피가 유혹의 손짓을 날린다.

"이건 무료야? 유료야?"

이너웨어 등쪽에 소금꽃이 폈다.

"이제 이것을 벗을 때가 됐나."

숙소를 나와 주차장에 앉아있는 할배에게 '츠판' 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을 선다.

첫 번째 들어간 집은 면만 파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집에 들어가 뭔가를 설명하더니 여기서 먹으라고 알려준 뒤 씩씩하게 돌아간다.

"아, 완소 캐릭터 할배."

모형이 아니고 실제로 돌아갈 것 같은 인테리어.

"중국 식당치고 너무 밝은데."

돼지고기 메뉴를 골랐는데 빌지까지 가져와 무언가를 계속 추천하는 사장님.

몇 개를 거절하다 마지못해 15위안 두부요리를 추가한다.

"그래, 오늘까지만 시발 비용이다."

먼저 두부요리가 나오고 소스가 나온다.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면 대부분 어색해 한다.

언제나 식당에서 음식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녹색 소스는 차 맛이 나고, 주황색 소스는 약간 매콤한 느낌의 소스다.

젓가락으로 두부를 꺼내어 소스에 찍어 먹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먹는 법을 알려준다.

그릇에 두부를 넣고 두 가지 소스를 조금씩 넣어 으깬 후 먹는 것이다.

순한 두부와 소스가 맛이다. 특히 차 맛이 나는 소스가 일품이다.

조금 후 돼지고기 요리가 나오고.

"오, 비주얼 터지네."

중국에서 먹은 돼지고기 중 가장 부드럽고, 우리의 중국요리와 비슷하니 맛이 좋다.

두 공기 클리어하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자는 사장의 부인인 듯한데, 식사 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오빠!'를 하는 바람에 식당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밥 먹는 것을 구경하게 만들어 버렸다.

식사 후, 위챗의 SNS를 하는지 음식 품평을 해달라고 하며 질문 공세를 펼친다.

"맛이 아주 좋다. 중국에서 먹은 저녁 중에 최고다."

그리고 셀카봉을 들고.

"다 모여! 이 얼 싼!"

계속되는 질문 공세를 피해 바이바이.

숙소에 돌아와 커피에 대해 물으니 한 개에 5위안이라고 한다. 커피 엄청 비싸다.

숙소 할배에게 밥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자전거를 관우상이 있던 곳에서 프런트 맞은편 책들이 꽂혀있는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밀밭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인지 물었는데 할배의 발음이 안 좋아 계속 오번역이 난다.

번역기에 '밀'을 써서 보여주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한다.

"小麦, 샤오마이"

주변에 슈퍼를 찾았지만 없다. 중국은 길거리 가로수에 반짝이는 조명을 많이 달아 놓는다.

"반짝거리는 거 무진장 좋아한다. 골목에 가로등이나 설치하지."

숙소에 들어오며 보니 사람들이 유치한 가운을 입고 1층을 돌아다닌다. 숙소에 온천이라며 목욕탕 같은 시설이 있나 보다.

"이건 한국 동네마다 있는 목욕탕인데."

이너웨어와 져지를 샴푸로 손빨래를 하니 누런 흙물들이 빠져나온다.

장가계부터 매일처럼 100km 이상을 달려왔다. 베이징까지 850km 정도가 남아 8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정저우에 도착하면 베이징까지 조금 속도를 늦춰 여유 있게 가려고 한다. 

"시발 비용도 이제 그만하고, 빼먹은 일기도 채워 넣고."




경비내역
식비:55위안 / 식료품:33위안 / 숙박:119위안 / 합계:201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5일 / 맑음 ・ 20도
상양시-난양시
일찍 쉬지 못한 탓인지 피곤함이 씻기지 않은 아침이다. "그래도 비가 안오니 좋네."


이동거리
130Km
누적거리
6,055Km
이동시간
8시간 45분
누적시간
426시간

 
S217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샹양시
 
신예현
 
난양시
 
 
3,27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으로 밤거리를 헤맨 저녁, 허름한 버스터미널 근처의 숙소에서 보낸 밤은 새우잠을 잔 것처럼 피곤하고 몸이 무겁다.

8시,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버스터미널의 뒷골목에는 작은 식당과 빈관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한자 메뉴판을 번역기로 스캔하고 치킨이 들어간 밥 메뉴를 주문하니 나온 음식은 심플하다.

"뭐랄까 중국식 조식 느낌인가?"

확실히 면요리보다 밥을 먹으면 속이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정도 떨어진 난양시, 계속해서 100km가 넘는 라이딩이 이어진다.

"일단 아침밥은 먹었으니 오늘 하루 제발 뿌연 먼지도 사라지고 그리고 숙소도 쉽게 찾기를."

샹양시를 빠져나오는 시내의 도로는 그동안 중국에서 보지 못한 정도로 혼잡하고 요란하다. 차량들이 길게 정체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진입해서 새치기를 하는 운전자들이 보인다.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 넓은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서로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물 흐르듯 움직이는 중국 도시들의 모습은 혼잡하지만 무질서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규칙이 무너지면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이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야! 아무리 바빠도 인도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유난히 복잡하고 무질서한 샹양시의 모습이다. 여기저기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들과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차량의 머리를 집어놓고 보는 운전자들이 언제나 이기는 것 같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대해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전용도를 달려오든 말든 우선 도로로 진입하려고 한다.

후진이나 직진을 하여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다가서는 자전거를 확인하고 차량을 세워 자전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줄 것이라 생각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 중국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눈이 마주쳤다고 해서 차량을 세워주지 않는 것 같다. 무조건 먼저 도로에 진입하여 들어간다.

어수선했던 샹양시를 벗어나고 한적한 S217 국도에 들어선다.

"아휴. 살 것 같네. 아침이 어수선하면 하루가 꼬이던데."

여기저기 나무를 싶으며 조경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공공 근로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 나무를 많이 심어. 부지런히 심어 봐."

한적한 밀밭의 풍경이 이어지고.

"중국의 평야가 대단하구나."

"이 기름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도 싸웠다는 거지?"

한가로운 밀밭의 풍경 속을 달려가는 사이 멀리 검문소와 같은 건물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거나 아니면 지역의 경계에 들어서면 가끔씩 보이는 교통 공안의 검문소다.

처마가 있는 그늘에서 잠시 앉아 쉬어간다.

"어라. 수도!"

검문소로 들어가 교통 공안에게 수도에서 세차를 해도 되는지 물어본다.

"커이 시쳐! 쒸~~~~~!"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보더니 세차를 하라고 허락해 준다.

며칠 동안 흙구덩이 길을 달려오며 엉망으로 더러워진 자전거를 세차한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다시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라 허름한 식당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로봇 모양의 반죽기가 있는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작은 외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역시 시골 밥이 푸짐하고 저렴하고 맛있어!"

1시 반, 샹양시에서 60km 떨어진 신예현의 초입에 들어선다.

"안녕!"

조금은 지루한 라이딩이지만 중국의 소도시에 들어서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다.

신호의 길이가 조금 긴 중국이 신호등 때문에 라이딩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신예현을 벗어나자 멋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길이 이어진다.

다양한 가로수가 이어지는 중국의 도로는 중국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아고, 할매요. 어디를 가세요?"

1시간의 라이딩과 휴식을 반복하는 사이 멀었던 난양시 외곽의 모습이 천천히 시작되고.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과 각종 바퀴 달린 것들이 도로변을 가로막고 있다.

"뭐지?"

하교길의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생경한 모습이라 이유 같은 것을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대중교통이 안 좋거나 남다른 자식 사랑인가?"

저마다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간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

난양시를 가로지르는 바이허강에 도착한다.

수초섬이 떠있는 바이허 강변의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강변과 대교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뭐가 잡히기는 해요?"

"오호."

종징대교의 난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늘도 부지런히 달렸어!"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다 종징대교를 건너기 전 강변에 높이 세워진 주점으로 찾아간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넓은 리셉션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물으니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오늘도 시작인가?"

트립닷컴으로 두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바이허강을 건너 5km 정도 떨어진 빈관을 찾아간다.

종징대교 건너자 넓은 해방광장이 나오고 사람들이 모여 이른 저녁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퇴근 시간에 맞물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 행렬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두 번째 빈관에 도착한다.

예약 승인이 난 두 번째 숙소에 도착했지만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장난을 치듯 중국의 숙박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하니 리셉션의 여자 직원들도 동의를 하며 웃는다.

조금 피곤하지만 어젯밤처럼 팬티 바람으로 쫓겨나 길거리를 방황한 탓에 조금은 해탈하거나 체념한 상태의 기분이다. 약간의 피곤함에 트립닷컴으로 조금 비싼 주점을 선택하여 결제를 마친다.

"그냥 비싸더라도 쉽게 가자. 쉽게!"

자전거를 끌고 대리석이 깔려있는 리셉션으로 들어가자 중년의 남자 매니저가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바우처를 보여주며 예약을 확인하니 매너 있는 태도를 유지하던 중년의 매니저는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다.

"왜? 내가 더러워서 그래 아니면 더러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여기에 오면 안 돼?"

호텔의 예약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의 매니저는 방이 없다며 다른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안내한다. 매너 있게 응대를 하는 매니저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짜증이 시작된다.

매니저를 따라 맞은편 주점으로 이동하고 남자는 주점의 리셉션에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지만 안된다는 뉘앙스의 제스처다. 매너 있는 남자는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예약 취소와 함께 숙박 불가의 안내를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네 번째의 주점까지 숙박을 거절당하고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예약한 주점에 전화를 걸어 주숙등록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난양시 주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빙빙 돌아 다섯 번째 주점에 도착한다. 건물 안쪽으로 주차장과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예전 주점의 모습이다. 친절한 리셉션의 안내에 따라 무난하게 체크인이 이루어진다.

"숙소를 잡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렸군."

샤워를 하고 기진맥진 침대에 쓰러지니 씁쓸한 감정이 찾아든다.

"중국여행, 주숙등록,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 가난한 여행자의 주머니 그리고 빌어먹을 트립닷컴."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시장처럼 보이는 도로변의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오늘은 좀 취해야겠다."

양꼬치와 오징어를 구이를 주문하고.

슈퍼에 가서 작은 병의 싸구려 백주를 사서 함께 저녁을 한다.

커다란 민물고기를 추가로 주문하고.

오랜만에 마시는 술과 피곤함에 빠르게 취기가 올라온다.

"양꼬치 헌 하오 취! 중궈 한 하오!"

"오늘은 좀 취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길에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겠지 뭐."

쓸데없이 지치고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경비내역
식비:77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24,031 / 합계:95위안, 24,031원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4일 / 맑음 ・ 18도
징먼시-샹양시
8층 숙소의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기분좋게 시작된 하루다. "오늘은 제발 상큼하게!"


이동거리
128Km
누적거리
5,925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418시간

 
G207도로
 
G2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먼시
 
이청시
 
샹양시
 
 
3,14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날이 맑아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다. 빌딩 너머로 희뿌연 하늘은 마치 서울 어느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 날의 아침에는 뭔가 마음이 바빠진다.

"중국의 날씨에 길들여졌나 봐."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떨어진 샹양시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호떡같이 생겼네."

인상이 좋은 식당의 부부에게 면국수를 주문하고, 이제는 물도 없고, 반찬도 없는 중국의 음식에 익숙해져 편안하다.

"한국에 가면 설마 생각나는 거 아냐?"

길들여진 것은 날씨만이 아닌가 보다.

희뿌연 도시의 하늘과 흙먼지가 가라앉은 도로를 따라 시내를 벗어난다.

단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외에 어제의 도로 환경과 딱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시의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하늘은 조금씩 파랗게 변해가지만 그만큼씩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와 주변의 모습들은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그냥 지옥 같던 어제의 맑은 날 버전이네."

그저 무난하지 않더라도 너무 힘든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다.

"짙푸르던 싱그러운 가로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들이 노란 유채꽃의 색감과 대비되어 더욱 황량하게 느껴진다.

잠시 도로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도로의 이정표에 낙서를 한다.

"하늘밥도둑 왔다 감!"

길게 뻗어있는 회색빛 도로를 따라 샹양시로 향한다.

대형 트럭이 통행이 빈번해서 그런지 도로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나 싶더니.

거북껍질처럼 변해간다. 덜덜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형편없다.

속도를 맞춰 옆에서 따라오던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고장이 난 버스를 지나치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병원의 광고판을 지나.

50km 정도 상태가 좋지 않은 흙먼지 도로와 하늘을 바라보며 무감각하게 지나치고.

12시 반, 후지전(胡集镇)에 도착한다.

출출함이 찾아드는 시간이지만 샹양시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별다른 특색도 업이 희뿌연 회색빛의 도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지도앱을 켜고 도로와 거리를 확인하는 사이 도로변의 가게에서 젊은 남녀가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대부분 무신경하게 살펴보는 중국인들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확실히 호기심이 많고, 특히나 젊은 여자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곳의 공기는 왜 이런 거야?"

후지전을 벗어나자 도로는 다시 엉망으로 패어있고.

중국의 소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트럭들이지만 지나치는 트럭들이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뿌옇게 흩날리며 다가오는 흙먼지 때문이다.

역풍이 불어오는 날씨에 화물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숨쉬기조차 힘든 먼지들이 날아든다.

버프를 하고 고개를 숙이며 지나치지만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다.

자전거를 세우고 차량들이 지나치고 흙먼지가 줄어들면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공사구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뭘까?"

흙먼지와 진흙탕의 갓길 사이에서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치는 대형트럭들과 함께 길을 이어간다.

"어제의 다른 버전이다. 정말 중국 왜 이래?"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주변은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엉망이 된 도로와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따라갈 뿐이다.

어렵게 15km 정도를 겨우 이동하고 도로변에 있는 주유소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을 씻어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온다.

"시쳐?"

자전거와 수돗가를 번갈아 가리키며 자전거를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남자는 매정하게 안된다고 한다.

주유소의 한편에 앉아 허기를 채우고, 미지근한 콜라 한 모금이 칼칼한 목을 타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마을을 지나며 뒤편에서 윙윙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도로에 물을 뿌리는 차량이 다가온다.

"야! 안 돼!"

어떻게 피할 시간도 없이 물을 뿌리고 지나쳐간다.

"세차를 해주려던 거지? 그런 거지?"

"좀 씻어냈으면 좋겠는데."

이청시로 향하는 도는 이전의 도로 상태와 180도 달라진다. 간간이 도로에 물을 뿌리며 지나가는 차량들이 있어서 흩날리는 흙먼지의 양도 많이 줄어든다.

"하늘빛이 왜 이래?"

이청시 외곽의 도로 곳곳에는 세차를 하는 집들이 계속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집에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세차를 할 수 있는지 물으며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안된다고 한다.

"뚸 샤오첸?"

가격을 물어 요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도 손을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안된다는 제스처를 한다.

"산골에는 사는 남부 사람들에 비해 인심들이 야박하네."

3시 이청시를 가로지른다. 아직도 샹양시까지는 50km가 넘게 남아있다.

자전거 도로에 차량들이 들어오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징저우시와 이청시에서 얌체족들을 간간이 보게 된다.

"비가 내리려는 하늘은 아닌데. 정말 하늘 색이 더럽네."

매일 비가 내리던 남부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더니 중부로 올라오니 흙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이청시를 벗어나고 도로변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트럭을 발견한고 출출함이 찾아들어 자전거를 세운다.

"예쁘게도 깎았네."

장수시로 가는 길에 만났던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을 깎던 아저씨와 달리 벌집처럼 파인애플을 다듬는다.

파인애플을 사서 갈증과 출출함을 달래본다.

시원한 파인애플을 먹으며 부부의 트럭을 살펴본다.

"넌 사탕수수!"

"넌 아직도 모르겠다."

3시 반, 파인애플 부부의 곁에 앉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여전히 40km가 남아있는 샹양시를 향해 출발한다.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를 벗어나려는 듯 거칠게 페달을 밟아가며 거리를 삭제한다.

"벗어날 거야!"

한 시간 반을 쉼 없이 달리고 샹양시의 초입에 들어선다. 혼잡하게 막혀있는 공사구간을 지나고.

한쑤이강을 건너 짙푸른 도시의 가로수길을 마주한다.

갑자기 변하는 중국의 도시들은 언제나 생경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공원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수로의 건너편으로 샹양성의 모습이 보인다.

"아고, 좋네!"

평화로운 공원에 앉아 있으니 하루의 노곤함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자전거를 끌고 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완전 봄이네."

샹양성공원에서 빈관을 예약하고 숙소로 간다.

"정말 반짝이는 거 좋아해!"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빈관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한다.

"이거 똥집 요리인데."

식당의 발랄한 꼬마 아가씨는 발목에 동그란 야광 고리를 걸고 돌아다닌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손주들을 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틋함은 비슷한 것 같다.

저녁을 하고 숙소에 들어가 쉬고 있으니 친절했던 숙소의 여자가 올라와 주숙등록이 안돼서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

친절하게 응대를 하던 숙소의 여자에게 괜찮다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으로 주변의 빈관을 다시 예약한다.

예약 승인이 나고 두 번째 빈관으로 찾아가니 리셉션의 젊은 여자는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다른 빈관으로 가라고 한다.

"..."

결제가 승인된 예약의 취소가 이루어지는지조차 확인할 수가 없다. 트립닷컴의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려고 해도 전혀 연결이 되지를 않는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여러 차례 채팅 상담을 통해 숙박거부에 대한 클레임 상담을 했지만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상담원의 기계적인 답변에 짜증이 올라온다. 언제나 무성의한 답변만을 반복하는 담당자의 평가에 마이너스 별점을 줄 수 없는 것이 억울할 지경이다.

"트립닷컴! 이 (*&(^&%&^^%$^%&*&^^."

어렵게 한국의 고객센터와 연결을 하고 숙박거부에 대한 자료들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추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그 잘 난 어플에 클레임에 대한 서비스 메뉴는 없는 거야?"

빈관의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빈관 주변에 있는 커다란 주점으로 데려간다.

"뚸 샤오첸?"

"600위안!"

주점으로 안내한 후 후련한 듯이 떠나는 빈관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얄밉게 느껴진다.

"아휴. 저 공감 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지지배!"

털레털레 자전거를 끌고 화려한 주점을 나선다. 여행경비를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씁쓸함이 느껴진다.

"여기가 버스터미널인가?"

우연히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어두운 골목에는 허름한 빈관들이 들어서 있다.

"참나. 숙소가 이렇게 많은데 들어갈 곳이 없다."

거리에 서서 호객을 하는 할머니들과 농담을 하며 60위안을 외치는 빈관으로 들어간다.

"할매. 이쁘네. 근데 나 한국사람인데!"

할머니들에게 한국사람인데 잠을 잘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더니 웃으면서 안된다고 한다.

"하하하하. 거 봐. 안되잖아! 사진이나 찍어요."

자전거를 끌고 몇 걸음 더 옮기고 다시 호객을 하는 아저씨에게 붙잡힌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마?"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을 하는 남자에게는 숱한 경험에서 축적된 능글능글함이 전해진다.

"커이. 커이!"

주숙등록이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이다. 4~5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이나 빈관들은 너무나 많다.

숙소의 여자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제복을 입은 공안이 빈관으로 들어온다.

"뭥미?"

공안들은 한국사람인지를 묻고는 숙소의 남자와 설왕설래 언쟁을 하듯 목소리를 높여간다.

아마도 터미널 근처의 허름한 빈관들은 주숙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부정적인 제스처를 하는 공안에게 푸념을 하듯 거세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이 중국영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억양이다.

잠시 후 공안은 아무런 말 없이 빈관을 나가고, 숙소의 남자는 괜찮다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숙소의 가격을 물으니 90위안이라고 한다.

"오홍, 비싸네."

피곤한 하루다. 자전거를 끌고 밤거리를 더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 허름한 터미널의 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시골의 40위안 빈관보다 더 허름한 방이다. 첫 번째 빈관에서 샤워를 한 터라 낡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린다.

이상한 일이지만 베이징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각박해지고 숙소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중국이다.

"주숙등록. 아 빌어먹을 주숙등록!"






경비내역
식비:28위안 / 식료품:8위안 / 숙박:90위안 / 합계:126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3일 / 비 ・ 10도
징저우시-징먼시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좋은 날이 하루를 못 간다.


이동거리
89Km
누적거리
5,797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409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저우시
 
쓰리푸전
 
징먼시
 
 
3,0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피곤함이 조금 남아있는 아침이다. 징저우시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싶지만 베이징으로 가는 일정이 불확실하여 아쉽지만 떠나기로 한다.

프런트로 내려가 자전거와 짐들을 정리하는데 리즈훼이는 아직 출근 전인지 보이질 않는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프런트 동료에게 네임카드를 건네주며 리즈훼이에게 전해달라 부탁을 한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고, 찬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어제 리즈훼이가 장강변에서 알려준 징저우 고성을 둘러보고 징먼시로 향할 생각이다. 징먼시까지는 89km 정도의 거리다.

"한 시간 정도 고성을 둘러보고 떠나도 충분하겠어."

고성으로 가는 사거리, 출근길 복잡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를 막고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이 있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그런 부류들."

고성입구 사거리까지 오는 동안 맥도날드와 할배치킨을 보며 어렵게 지나쳐 왔는데, 이번에는 못 참겠다.

"햄버거가 당기네. 과소비 한 번 정도는 괜찮지 뭐."

"어라, 메뉴가 왜 이래? 햄버거 세트 어디로 갔어. 다른 컨셉트 매장인가?

햄버거 메뉴가 없고 브런치 메뉴 같은 것들만 보인다. 할 수 없이 세트들을 살펴보니 테이크아웃 커피가 보인다.

도로의 먼지들 때문인지 이틀 전부터 아메리카노 한 잔이 먹고 싶었다.

"오, 아메리카노!"

세트 1번을 주문하며 아메리카노인지를 두 번이나 확인한다. 포스기에 18위안만 찍혀 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으니 종업원도 왜 저러나 싶게 쳐다본다.

"18, 16. 34위안 아닌가?"

잠깐 눈이 마주친 종업원이 무언가를 추가할 것인지를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뭐?"

종업원이 큰 그림의 두유 같은 것을 보여준다.

"No. I wanna have some coffee!"

알았다는 듯 직원은 18위안이 적힌 포스를 가리킨다. 빵과 커피가 세트고 두유 같은 것이 16위안인가 보다.

뭔가 아쉬워 4위안 텐더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런 걸 먹어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

순식간에 빵과 텐더는 사라져 버리고, 43일 만에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꿀맛이다.

빵을 해치우고 매장을 둘러보니 메뉴판이 달라진다.

"뭐냐? 아침 메뉴였어!"

아침 해장국집에는 샐 수 없이 다녀봤지만 아침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오전의 시스템을 알 리가 없다.

"됐다. 아메리카노에 만족한다."

커피를 마시며 리즈훼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중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며 건네받은 명함 사진과 한국어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준다.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조카 한 명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 정말 아쉽다.

"내 조카들은 분명히 리즈훼이가 싫어할 거야."

반쯤 남은 커피를 물통 케이지에 꽂아 넣고 사거리를 건너 징저우 고성으로 간다.

우선 눈에 보이는 용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원기둥 조각탑이 보이고.

"커다란 인감도장 같네."

조금 길을 따라가면 성문 사이로 차들이 지나다닌다.

중국에는 거대한 성들이 많아서 그러는지 일반적인 성문들은 차나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과거의 길을 그 용도에 맞게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꽤 괜찮아 보인다. 말이나 수레가 다니던 길을 차량과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성문의 도로를 지나 오른 편으로 들어가면 고성의 정문이 나온다. 우리의 성문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문 건너편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지 확인하러 간다. 자세히 살펴봐도 고성에 대한 사항은 없고 주변 관광지들의 관람권을 판매하고 있다.

성문을 살펴봐도 딱히 입장권을 확인하는 곳도 없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보지 뭐. 잡으면 그때 표를 사고."

성 안쪽으로 작은 호수가 성벽을 따라 이어지고 산책로에는 목련나무가, 호수변에는 오래된 수양버들 나무가 길게 들어서 있다.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목련의 진한 꽃내음이 가득 퍼져 향기롭게 느껴진다.

성벽을 따라가다 커다란 인물상이 세워진 건너편 공원으로 건너간다.


屈原(굴원).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 회왕(懷王)의 좌도(左徒:左相)의 중책을 맡아, 내정·외교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작품은 한부(漢賦)에 영향을 주었고, 문학사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된다. 주요 작품에는 《어부사(漁父辭)》등이 있다. (두산백과)

"어부사? 들어본 것 같은데."

"어쨌든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곳을 추천해 준 리즈훼이에게 인증샷을 보낸다. 손가락으로 굴원의 조각상을 가리키고 있으니 누구인지 물어보는 줄 알았나 보다.

"屈原, 중국의 단오절은 그를 기념하는 날이에요."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날인데 중국에서는 이날을 문학의 날로 기린다. 특히 단오날에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粽子)는 굴원을 기리기 위한 음식으로 유래되었는데 쫑쯔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두산백과)

그냥 여기 왔다 것을 알린 것인데 역사 공부를 시켜준다.

"시에 시에."

공원의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가며 고덕지도의 목적지를 징먼시로 설정하고 공원을 빠져나기는 길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 것 같고, 대부분 출입구에 기둥들을 촘촘하게 세워두어 들어가기도 힘들다.

공원을 나가려고 보니 출구로 향하는 다리들이 5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서 이어진다. 마침 '한국인이냐'며 관심을 보인 아저씨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준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를 건너니 출구 쪽에 기역자 모양의 통제 기둥이 빼곡하게 박혀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 이건 도저히 못 넘어가겠다."

다리 위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저씨가 뒤따라와 무거운 자전거를 함께 들어 올려 간신히 통제 기둥을 넘어온다.

"역시 중국에서는 못하는 것은 있어도 안 되는 것은 없어!"

아침부터 이리저리 어수선한 것이 심상치가 않다.

공원을 나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엉망인 도로를 지나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힘겹게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 비단길 같은 도로로 겨우 접어든다.

"아휴, 이제 살았네."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신작로는 얼마 가지 못하고 막다른 길로 이어지고 흙길의 외진길로 들어선다.

"고덕양, 네가 그렇지 뭐."

빗방울이 굵어지며 옷들이 젖어든다. 우의를 챙겨 입고 길을 재차 확인하고 출발한다.

갈림길, 다시 한번 지도를 확대해가며 확인하고. 오늘도 고덕지도의 안내를 무시하며 달린다.

G207 국도는 내리는 빗줄기에 조금씩 노면이 젖어들더니 진흙밭으로 변해가고, 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비린 흙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비가 오는 게 나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흙먼지가 날리는 것이 나을까?"

"정말 얘들은 만리장성을 수십 개도 쌓을 수 있을 민족 같다."

어떻게 이런 적재 기술을 습득했을까 싶다.

도로의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움푹 패거나 바닥을 드러낸 도로가 거침없는 중국의 운전자들마저 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좋은 곳을 골라 운행을 하느라 느릿느릿한 거북이 운행들을 한다. 문제는 역주행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에 나에게 달려들지 않을까 온 신경이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냥 천천히 가라. 그 길이 그 길이다."

후베이성에는 무덤에 꽂아두는 조화들을 슈퍼에서 흔하게 판매한다. 가계들마다 종류가 다르지만 색들이 화려하고 길쭉하다.

도로는 비로 인해 내려앉은 흙먼지와 도로에 엉겨 붙어 있던 흙들로 세라믹 코팅이 된 듯 반질반질한 진흙밭이다.

끊임없이 지나치는 다양한 종류의 화물차들과 진흙밭으로 파헤쳐진 도로가 이어지는 끔찍한 라이딩이다.

빗방울은 멈췄지만 비바람처럼 차갑고 거친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온다. 화물 차량들이 흩날리는 진흙 먼지들이 온전히 나에게 날아든다.

"지옥이 따로 없구나. 이런 곳에서 매일처럼 어떻게 살까?"

회색분을 뿌려놓은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흙먼지투성이다. 돌아가고 싶을 만큼 모든 것이 끔찍하다.

며칠 전에 사놓은 빵과 아침의 커피로 잠시 쉬어간다.

태극기는 이내 찢어질 듯 휘날리고.

"이건 거의 머드팩 수준인데!"

2시, 찬바람에 못 이겨 뒤늦게 버프를 꺼내 뒤집어쓰고 다시 진흙밭으로 들어간다.

속도가 나질 않아 아직도 가야 할 거리가 60km가 넘게 남아있다.

지옥길을 달리는 나와는 상관없이 들녘의 풍경은 너무나 예쁘다.

조금씩 바람이 잦아드나 싶더니 후드득 빗줄기기 쏟아져 내린다.

아스팔트 길을 달리고 있지만 진흙밭에서 뒹구는 기분이다. 흙먼지로 코팅이 되어 반들반들 윤기가 나며 질척거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고통스러운 길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어쩌면 더 힘들 길과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길 또한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그 마지막을 향해 무던히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질 것이니 모두 잊으라 말하지만 단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며 포기하는 삶에 익숙해져가는 것이 매일매일이 두렵고 슬프다."

징먼시의 외곽에 들어서며 흙먼지의 도로는 깨끗하게 바뀌어가고, 내리는 비의 양도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늘어간다. 징저우시를 벗어나며 시작된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징먼시의 중심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유난히 한적한 징먼시의 도로는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혼잡스러워진다.

남은 20km의 거리를 1시간에 삭제를 하고.

징먼시내에 들어서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열기가 오른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사거리의 네모난 육교 아래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까이 위치한 숙소를 트립닷컴으로 검색을 하고 예약한다.

5시, 지옥 같은 도로와 궂은 날씨 속에서 힘들었던 하루의 라이딩에 비하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정말 엉망이네!"

"잘 도착했으니 됐다."

반질반질 빛이 나는 대리석 바닥의 주점으로 들어가 여권과 바우처를 제시하니 아주 쉽게 체크인이 된다.

흙탕물이 떨어지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기가 조금은 미안한 주점에 자전거를 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를 묻자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라며 안내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패니어들을 옮기는데 수월하고,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이라 분실의 위험도 전혀 없어 괜찮지만 깨끗한 주점의 한편에 더러운 자전거를 놓아두려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샤워만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퇴근시간이 되었는지 도로 위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속소 맞은편 심플하고 모던해 보이는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융신현에서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모던하게 만들어진 중국음식의 만족스러운 저녁이 생각나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선택한 것이다.

"뭔가 모양이 이상하네."

왠지 허전하고 이상한 음식에 메뉴판을 보고 닭다리 하나를 더 주문한다. 개방된 주방에서 젊은 남자는 비닐팩을 뜯고 닭다리 하나를 냄비에 담아 열을 가한다.

"조리 식품이냐? 너에게는 백선생이 필요하겠다."

허기를 채운 것만으로 만족하고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들을 세탁한다. 입구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붙박이 난방기에 요령껏 세탁물들을 걸어놓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경비내역
식비:45위안 / 식료품:17.5위안 / 숙박:15,364원 / 합계:62.5위안, 15,364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2일 / 맑음 ・ 18도
푸싱창전-궁안현-징저우시
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에 일찍 잠이 깨었다. 오늘은 장강을 넘어 징저우시로 향한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5,710Km
이동시간
5시간 35분
누적시간
403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푸싱창전
 
궁안현
 
징저우시
 
 
2,92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재잘거리는 새소리는 낡고 허름한 숙소의 아침을 즐겁게 해준다.

어젯밤부터 먹통이 된 핸드폰은 재부팅 해봐도 네트워크가 잡히질 않는다.

"설마 데이터 끊긴 거야?"

와이파이가 부실한 중국의 숙소에서 데이터로 자료를 업롣하다 보니 2G의 용량이 금세 떨어졌나 보다. 징저우시까지 꼼짝없이 통신 두절인가 보다.

짐들을 챙겨 1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방에서는 잡히지 않던 와이파이가 만땅의 안테나를 반짝거린다. 혹시나 하고 연결을 해보니 어제 작성해둔 자료가 느리지만 끊김 없이 무난하게 업로드된다.

"아줌마, 혼자서만 빵빵한 와이파이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

어제 수신되지 못한 카톡 메시지가 줄줄이 알람을 울리고, 심박스에 카톡으로 데이터 충전을 요청하니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상담자가 응답을 한다.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으니 9시 30분쯤 충전되는 것으로 알게요."

숙소의 와이파이로 고덕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고 징저우시로 향한다.

징저우시까지는 87km 정도의 거리, 도착하는 시간을 봐서 다른 목적지로 향할지 아니면 징저우시에서 머무를 것인지를 결정할 생각이다.

아침에 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이게 뭐라고."

후난성을 지나 후베이성에 들어서며 지긋했던 비구름을 벗어난듯싶다.

내리막길에 갈림길을 만나고, 어디를 봐도 양쪽 모두 좋은 도로처럼 보이지는 않고, 고덕지도를 확인하고 차들이 진입하는 왼쪽을 선택한다.


데이터가 끊겨도 내비게이션이 이미 실행된 고덕지도는 경로 안내를 정상적으로 실행된다. 핸드폰에 내장된 GPS 데이터는 네트워크와 무관하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내비게이션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은 처음 알게된다. 초기 경로가 설정되면 네트워크와 상관없이 설정 경로와 GPS 정보만으로 안내가 실행되는가 보다.

들어선 길은 최근에 만들어졌는지 시멘트 포장도로임에도 노면의 상태가 고르고 좋다. 한가롭게 아침의 정취를 느끼며 달리다 문득 주위가 너무 조용하고 좋다는 생각에 불안감과 어색함이 찾아든다.

"이 쾌적한 도로에 화물차들이 왜 안 다니지? 중량 제한이 있는 도로인가? 다른 지름길 도로가 따로 있나?"

자전거를 세우고 고덕지도를 확인하니 현재의 위치는 G207 국도를 벗어나 논바닥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뭐지? 딱히 중간에 빠지는 길이 없었고, 고덕양도 조용했는데."

고덕지도를 최대로 확대하니 길은 크게 커브를 그리며 외곽을 돌아오는 G207 국도와 머지않아 다시 만나는 것으로 되어있다.

"생각도 못한 지름길을, 그것도 굉장히 좋은 조용한 길을 달리고 있는 거야? 횡재했네!"

새로 만들어진 도로라 사람들도 아직은 잘 모르는 길이지 싶다.

"그런데 고덕양! 너 일 안 하냐?"

잠시 후 길은 G207 국도와 다시 만나고, 어제의 목적지였던 장주앙푸진에 들어선다. 길이 편안하니 10km 정도의 거리는 쉽게 느껴진다.

장주앙푸진에서부터 쓸데없이 예쁜 계화수 가로수길이 길게 직선으로 난핑전까지 이어진다.

난핑전에 들어서며 작은 강의 뚝방길로 안내를 하는 고덕양 때문에 잠시 길을 헤매고, 매정하게 고덕양의 안내를 무시하고 G207 국도를 따라간다.

"너, 자꾸 이러면 꺼버린다."

대나무 바구니를 양쪽에 달아 놓으니 내 자전거와 비슷한 모양새다.

"원조네."

새로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드느라 도로가 막혀있어 앞서가는 차량들과 오토바이를 따라 임시도로로 다리를 건넌다.

"고덕양! 설마 공사 중인 것을 알고 미리 뚝방길로 안내한 거야? 근데 뚝방길도 공사 중이라 완전 흙길이다야."

궁안현까지 거리가 있어 간단하게 배를 채우는 게 좋겠다 싶어 도로변 식당으로 들어간다.

7위안 면을 주문하고.

가게 안쪽에 들어가 무말랭이와 시래기볶음을 밑반찬으로 조금 담아온다. 이제는 식당에서 말없이도 밑반찬들을 꺼내 먹는다.

밑반찬을 담아 나오며 계란 후라이(2위안)도 하나 얻어달라 주문하니 바로 국수면이 나온다.

아직도 중국의 향신료 중에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있는데, 청국장 냄새가 싫어도 맛있게 밥을 비벼 먹는 것처럼 먹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밥을 먹으며 핸드폰의 유심충전을 확인하니 데이터 연결이 되어있다.

식사 중에 식당으로 연탄 배달이 온다. 불을 쓰는 곳은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일반 면을 하는 곳은 연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우리의 연탄보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다.

허기를 채우고 60km가 남아있는 징저우로 향한다.

잠시 후 공사 중으로 도로가 막혀있지만 다행히 흙길이지만 옆쪽에 이동 통로가 있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공사구간의 측면은 바로 막혀있고, 주변을 둘러본 후 사람들이 들어가는 골목길을 따라 잠시 우회한 후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하늘은 맑은데 보이는 모든 주변이 뿌옇다. 흙먼지인지 아니면 미세먼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맑아 보이는 하늘과 달리 지표면의 풍경은 그저 뿌옇기만 하다.

"중국 사람들은 고등어구이 안 먹던데, 미세먼지가 장난 아니네."


이번 길은 가로수의 종류를 달리해서 쓸데없이 예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중국의 도로에에서 계화수 외에 가끔 보이던 가로수인데, 메콰세타이아처럼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

"어찌 이리도 회색분을 일정한 높이로 잘도 칠해놨을까."

도로의 가로수 밑부분에 칠해진 백색분을 보면 마치 붓을 들고 도로를 지나간 것처럼 일정한 높이로 칠해져 있는 것이 신기하다.

잠시 쉬어갈 겸 도로 건너편 목줄에 묶인 요크셔가 날카롭게 짖어대는 슈퍼로 들어간다.


"너 정도는 가서롭다야."

슈퍼 여자에게 궁금했던 가로수의 이름을 물어보기 위해 도로변의 가로수를 가리키며 물어보니 앞에 있는 마을의 이름을 발음하며 핸드폰에 어렵게 글자를 쓴다.

"齐心村, 치씬촌."

"별 어렵지도 않은 걸 힘들게 적냐! 아니 그게 아니고 나거 수밍?"

잘 모르는지 이상한 발음만 하고 번역기에 나무 이름을 안 써준다.

이번에는 중국의 묘에 꽂아놓는 조화의 이름을 불어보니 '칭밍비아오즈'라고 발음을 하는데 발음이 안 좋은지 오번역이 된다.

"清明饺子."

"청명만두? 이거 아니잖아. 여기에 써줘봐."

핸드폰에 써달라 부탁을 하는데 '칭밍바오즈'와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너, 설마 못 쓰는 거야?"

"너 어릴 때 엄청 놀았구나."

슈퍼의 여자와 잠시 중국어 때문에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루함을 달래보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중국은 이상한 곳에 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어."

집 주변이나 논과 하천 사이이의 뚝방길에 만들어 놓은 묘들은 알록발록 꽂혀있는 조화들 만큼이나 이상하고 신기하다.


멋진 메타세콰이아길은 궁안현에 이르기까지 수십 킬로미터 직선으로 이어진다.

"줄기가 다른데. 나무 이름이 뭘까?"

궁안현 초입에 사탕수수를 파는 노점을 지나친다. 중국에 처음 와서 사람들이 끌고다니는 길쭉한 진보라색의 식물이 죽순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사탕수수인 것 같다.

사탕수수를 확인하고 싶어 노점으로 다가가니 잘게 썰어 큰 봉지 안에 넣은 것을 모두 사라고 한다. 사서 맛이라도 보고 싶지만 양이 너무 많다.

"한 개만 주지. 정말 궁금한데."

궁안현에 들어서니 도로 바닥이 젖어있다. 비가 내린 것은 아니고 이렇게 도로에 물을 뿌려놓지 않으면 온세상이 온통 흙먼지일 것이다. 물을 뿌려놓은 도로에서 진하고 역한 흙냄새가 올라온다.

"왜? 왜들 이러는 거야?"

도로를 막고 작은 화물차에 고장 난 오토바이들을 올려 쌓고 있고, 뒤쪽의 삼륜 오토바이도 고장이 난 것인지 화물차에 묶여있다.

궁안현을 지나 목적지 징저우로 향한다. 남은 거리 30km, 3시 전에는 넉넉하게 징저우에 도착할 것 같다.

어제 처음 보았던 짐을 싣는 부분이 앞에 있는 자전거를 다시 본다.

궁안현을 벗어나 잠시 쉬고 있는 사이 길 건너편으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는데 전혀 반응들이 없고 한 사람만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중국 사람들인가? 한국 사람들인가? 어쨌든 되게 인심 없네!"

이번에는 처음 보는 가로수다. 은행나무처럼 생겼는데 낙엽의 잎이 넓고, 새싹이 돋는지 손가락만 한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

불규칙하게 뻗어있는 나무 가지들의 잎이 돋아나면 정말 예쁠 것 같다.

이곳은 보리농사를 하는지 푸른 싹들이 싱그럽게 자라나 있다.

"보리는 먹나? 밀밭이네!"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고 승용차 한 대가 도로변에 전복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도로에서 추돌이 아닌 전복 사고가 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징저우시를 10km 남기고 쓸데없는 셀카질을 하며 쉬어간다.


"선미가 웃으라고 했는데 잘 안되네."

징저우시에서 보낼 숙소를 트립닷컴으로 검색하고, 장강을 건너 시내 중심에 이르기 전의 주점을 선택하고 출발한다.

주점으로 가는 경로를 설정하니 장강 부근에 배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 징저우시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배로 장강을 건너는가 싶다. 상하이 황푸강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당황스럽거나 이상하지 않다.

장강을 건너기 전 구도시처럼 보이는 오래된 시장 골목을 지나고 좁은 골목들을 차례로 지나간다.

"고덕양! 설마. 마지막에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지?"

강의 뚝방길을 오르더니 낡은 건물의 출입구로 안내하고, 차량들과 오토바이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선착장의 입구인 것 같다.

매표소에서 가격을 물어보니 어린 여직원이 외국인인 것을 알고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3콰이."

금액을 재차 확인하는데도 얼굴까지 빨갛게 변하여 웃으면서 앞쪽에 있는 매표소에 돈을 내라고 알려준다.

차단기가 내려진 다음 매표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는 입장권을 받은 뒤 바로 찢어서 바닥에 버린다. 3위안을 건네주고 차단기를 통과한다.

선착장으로 내려가 차량들이 탑승하는 곳으로 자전거를 싣고.

10분 정도 배를 타고 장강을 건넌다.

내츄얼한 모습의 장강. 복잡함이 없이 확 트인 풍경이 청량감을 안겨준다.

오래된 아파트들을 지나.

도착한 징저우시의 숙소는 13,000원의 숙박료가 어색할 만큼 깨끗하고 친절하다.

샤워를 마치고 물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가다 잠시 리셉션 앞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있으니 어린 여직원이 사탕수수를 건네준다.

"甘蔗, 간져!"

아무래도 오늘 이것을 끝내 먹어볼 팔자였나 보다.


씹으면 단물이 조금 나오고 뱉어내야 할 찌꺼기가 남는 것이 귀찮은데도 이상하게 입이 간다. 자극적이지 않은 순수한 맛의 유혹 또는 추억의 향수다.

물과 콜라를 사고 

궁금증을 풀어준 어린 직원에게 비스켓을 사서 건네주니 '노노노'하며 손사래를 친다. 웃으면서 프런트에 올려놓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7시가 넘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간다. 오후부터 장사를 준비하던 식당 사람들의 내공이 있는 포스가 느껴지더니 밖에 나오자 거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뭐야? 이 도깨비시장 같은 모습은."

숙소의 오른쪽은 양고기고 왼쪽은 훠궈다. 그리고 주변 곳곳에서 각기 다른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다.

"아, 양고기! 훠궈! 이름 모를 음식들의 맛깔나는 모양과 냄새들."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숙소의 리셉션으로 다가가 여직원에게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물어본다.

"어떤 것을 먹고 싶어?"

"당연히 아무거나!"

여직원은 양고기와 훠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네가 선택하면 내가 데려가 줄게."

"..."

불치의 결정 장애자처럼 몸부림을 치다 훠궈를 선택하니 8시에 퇴근이라며 그때 가자고 한다.

아주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30분이 지나고 여직원이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른 것을 먹으러 갈 거야."

"좋아! 취!"

숙소 우측 양고기 집으로 가서, 여직원은 나에게 테이블에 앉으라고 한다. 양고기 메뉴를 주문해 주는가 싶어 어린아이처럼 설레어하며 기다린다.

"양꼬치 냄새 죽이네!"

조금 후에 여직원은 양꼬치 5개를 들고 테이블로 돌아온다.

"디져트!"

"디져트? 뭘 먹지도 않았는데."

여직원은 양꼬치 5개를 가져온 후 자기네 집 근처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아마도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집 근처에 있나 보다.

"하오!"

어린 여직원은 23살의 리즈훼이(李子慧). 징저우시가 고향이라는 상냥하고 똑똑한 친구다.

핸드폰으로 '호칭?'이라는 글자를 보여주더니 한국어로 물어본다.

"오빠?, 아저씨?"

"오빠! 난 결혼 안했으니까 오빠야!"

리즈훼이가 사 온 매콤한 맛이 감도는 양꼬치는 정말 맛이 일품이다. 한국에서 먹던 것과 차원이 많이 다르다.

리즈훼이가 핸드폰을 양꼬치 값을 계산하더니 가자고 한다.

리즈훼이는 두 번째로 만두집에 들어가더니 만두 두 개를 사고.

세 번째로 음료를 파는 곳에서 얀샤라는 생과일주스를 사서 건네주고 음식점이 조금 멀다며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만두는 따듯할 때 먹어야 맛있어."

리즈훼이를 따라 징저우 시내를 걷는 동안 나에게 만두를 먹으라고 한다.

"나 먹으라고 산 거야?"

시내를 구경하듯 걷고 리즈훼이 집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뭔가를 주문하고 또 계산을 하려 길래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막는다.

"노노노노."

식당의 젊은 남자에게 9위안을 내고 기다리니 붉은 국물에 면이 한 그릇 나온다.

"넌 안 먹어?"

"살 빼는 중이야!"

"하하하, 다이어트?"

국물이 매콤한 면요리다. 맵다고 하니 사온 음료수를 먹으라며 여름철에 이곳 사람들이 자주 먹는 주스라고 한다.

달달한 맛이 부드러운 생과일주스다.

면을 다 먹고 나니 다른 것을 더 먹겠냐며 리즈훼이가 묻길래 배를 튕기며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럼 강가로 산책을 갈 거야? 쉴 거야?"

"장지앙!"

"좋아, 10분만 기다려. 강아지를 데려가야 해."

강아지 '콜라'를 데리고 10분 후쯤 돌아온 리즈훼이가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나를 부른다.

"오빠!"

한국에서도 좀처럼 듣기 힘든 소리를 중국에서 난데없는 중국에서 자주 듣고 있다.

넓은 광장과 공원을 지나 장강변으로 걸어간다. 넓고 큰 광장에는 몇몇 어린아이들이 보드를 타거나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뿐이다.

조명이 많지 않아 많이 어두운 장강변의 계단에 앉아 장강과 징저우시에 있는 명소들의 설명을 듣는다. 장강의 야경은 그냥 어둡고, 헤드 랜턴을 켜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을 뿐이다.

"여름에는 이곳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

"어두운 곳에서 무엇을 하는데?"

"여름에는 수위가 높아져 여기에서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한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수영을 한다고?"

리즈훼이는 빙긋이 웃는다.

강변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이 천녀유혼의 주제가를 부른다. 그 음을 따라 하니 리즈훼이는 어떻게 아냐는 듯 반색을 하며 '장꾸오롱'이라며 말한다.

"응, 장국영. 그를 정말 좋아해.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죽어버렸어."

"나는 췐쯔씨엔을 좋아해!"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자 바이두로 인물 검색을 하여 보여준다.

"아, 전지현!"

"민쭌씨, 어똫게~ 오빠!"

"하하하, 한국 드라마 보는구나."

그렇게 한참을 강변에 앉아 대화를 하고, 여행하며 위챗으로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하니 '땅큐'라 한다.

"짜요!"

10시가 넘어 리즈훼이의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것을 길을 모른다는 약점을 잡고 리즈훼이는 숙소로 안내한다. 리즈훼이는 숙소 앞에서 공공 자전거를 타고 콜라와 함께 돌아간다.

현재의 시간에서 멀리 떨어진 것처럼 자유롭고 아련한 느낌이 찾아드는 조용한 강변의 시간이었다. 

"그때가 언제쯤이었을까, 열 아홉? 스물? 어쨌든 술과 담배를 시작하기 전이였던 것 같은데."

보잘것없는 바람들과 중요치도 않은 사소한 이야기들이지만 나에 대해 정성을 들여 누군가에게 말했던 시간들이 아련하게 스쳐간다. 

"말하고 싶었구나. 들어줄 누군가를 찾고 있었구나."




경비내역
식비:18위안 / 식료품:11.5위안 / 교통비:3위안 / 숙소:12,943원 / 합계:23.5위안, 12,943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1일 / 맑음 ・ 20도
츠리현-스먼현-리현-푸싱창전
징저우시까지 경로를 잡기가 힘들다. 애매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현들과 정체모를 길들. "오늘은 그냥 달리자."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5,620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397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츠리현
 
리현
 
푸싱창전
 
 
2,83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츠리현을 벗어나 징저우시까지 가면 중국 남부의 산악지형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틀째 하늘이 맑다. 맑다기보다는 그냥 비는 안 내리고 있다. 비가 안 내리니 겨울 시즌 중국의 공기가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구름을 드디어 벗어난 것일까."

징저우시까지 가기 위해 중간지점을 고민하다 난핑전까지 135km를 선택한다. 일몰 시간이 길어졌으니 부지런히 달리면 7시 정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지 안에 받쳐 입었던 이너웨어를 벗어버리니 한결 홀가분하다.

츠리현을 벗어나기 전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천천히 상점들을 주시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자이언트 자전거 매장이 보인다. 빗속 라이딩에 자갈들이 붙어 마모되버린 풀리를 교체하기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본다.

"중국에서 자전거 샵 찾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매장에 구비된 풀리는 없다. 아쉬워하며 샵을 나가려하니 정비사 아저씨가 고장 난 드레일러에서 풀리를 분해해 주겠다고 한다.

"OK!"

닌자의 표창이 돼버린 풀리.

교체된 풀리는 트러블 없이 잘 돌아가고, 가이드 풀리를 가리키자 아저씨는 마저 고장 난 드레일러에서 남은 풀리를 분해한다.

가이드 풀리는 드레일러 안쪽에 고정 나사가 있어서 풀리를 교체하려는 아저씨에게 나중에 내가 하겠다 말하고 풀리만 받아 공구함에 넣어둔다.

교체 후 가격을 물으니 그냥 가라고 한다. 함께 사진을 찍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자이언트 샵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식당으로 들어가 만두와 면을 주문하고.

만두는 5위안.

면은 6위안.

다른 집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면발이 우리의 잔치국수와 같은 느낌이다.

술도 안 마시는데 해장을 하는 듯 시원한 국물을 들이킨다.

오랜만에 체인에 윤활오일을 발라준다. 습식오일이 반 정도 남았는지 가벼워진 느낌이다.

"습식오일을 이렇게 빨리 쓸 줄이야."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골재공장을 지나고 도로에 뿌려놓은 물들로 인해 자전거와 신발 그리고 바지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만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참 다양한 방법으로 흙물을 묻히는구나."

오늘 지나가야 할 높은 산들이 숨 막히게 펼쳐지고 업다운이 이어진다. 어제의 생각지 못한 670미터의 고개를 넘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페달링의 움직임이 힘들고 무디다.

지친 탓인지 오늘따라 차들의 크락션 소리가 더욱 짜증스럽게 귀에 꽂힌다. 정말 중국의 크락션 소리는 진절머리가 난다.

가령 이렇다. 약간의 회전을 하는 도로에서 화물차를 승용차가 추월을 하는 상황이고, 화물차의 앞에는 오토바이가 가고 있고 승용차의 뒤에는 버스가 뒤따르고 있다.

화물차,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승용차,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화물차를 추월한다고 빵!

버스, 오토바이에게 빵! 커브길이라고 빵! 자기도 추월한다고 빵! 승용차도 비키라고 빵!

화물차, 추월한 승용차와 버스를 향해 빵빵!

그 장면을 보며 달려오는 건너편 차량들은 계속해서 빵빵빵빵빵빵빵빵!

이런 장면이 도로변에서 하루 종일 수없이 벌어지니 크락션 소리에 노이로제가 안 걸릴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중국에서 운전을 배울 때 크락션 신호 같은 것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연습과정이 따로 있나 싶을 지경이다.

"계절이 바뀌나 보다. 여행을 하며 몇 번의 계절을 넘기게 될까?"

힘겹게 오르는 산골 마을의 귤 나무들이 무슨 이유인지 모두 말라서 고사되어 있다.

온 마을의 귤 밭들이 누렇게 변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작물들의 색이 짙푸른 것을 보니 어떤 병충해가 든 모양이다.

무거운 페달링을 이겨가며 겨우 스먼현에 도착한다. 세 시간이 넘도록 겨우 40km 밖에 오질 못했다. 남은 거리 95km.

잠시 공원 앞 벤치에 앉아 쉬어간다.

"사람들이 모이면 언제나 카드게임을 하는구나."

"조금 뿌옇지만 하늘은 좋네."

목적지를 30km 정도 줄여 장주앙푸진으로 변경한다. 오전의 라이딩의 속도로 난핑전까지는 무리다.

고덕지도를 다시 세팅을 하니 40km 거리의 리현까지 작은 국도로 이동하는 길을 알려주고, 그 길로 연이어 화물 트럭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들어가고 있다.

"안돼, 이제 산길은 지겹고 힘들어서 못 가겠다."

도덕지도를 무시한 채 스먼현의 넓은 시내길을 따라간다. 자꾸만 유턴을 해서 돌아가라는 고덕양의 안내를 꺼버린다.

평탄하고 넓은 시내길을 따라 천천히 피로가 쌓인 근육을 풀며 페달링을 한다. 사거리의 신호등들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산길보다는 편안하다.

시내길은 한적한 도로로 이어지고, 오랜만에 만나는 넓은 직선로가 이어진다.


"아, 살 것 같다. 이 편한 길을 놔두고."

우선, 개가 없어서 좋았고 크락션 소리가 조금 줄어들어서 좋다.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건너 뛰었는데 배는 고프지 않다. 신물이 나서 입맛이 없는 건지.

슈퍼에서 콜라와 빵을 샀지만 시원한 물만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장주앙푸진까지의 길은 정말 심플한다. 길게 이어진 직선 그리고 좌회전 후 직직. 단지 직선의 길이가 심상치 않게 길다는 게 문제일 뿐.

다시 켜진 고덕지도는 작은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동네길로 길을 안내한다. 미덥지 않지만 스먼현에서 어플을 꺼버린 것이 미안해서 한 번 따라가 주기로 한다.

엄청나게 긴 직선의 마을길, 조금은 덜거덕거리지만 차소리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노란 배추꽃과 새소리 그리고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달리는 것이 아주 좋다.

무려 한 시간을 직진하던 마을길은 다시 큰 도로로 이어지고.

도로에 진입하여 잠시 쉬어간다.

슈퍼 앞에 놓인 장기판, 장기짝들이 두껍고 크다.

우리 장기짝들은 졸(卒)과 사(士)가 아주 작은데 크기가 다 똑같다.

다시 봐도 저 무거운 것을 변속기도 없이, 변변한 브레이크도 없이 어떻게 끌고 다닐까 싶다.

오늘은 짐을 싣는 것이 앞에 달린 자전거와 외발 나무수레를 처음으로 본다. 외발 나무수레는 어깨에 줄을 매고 양손으로 핸들을 잡고 밀고 간다.

신기하게 쳐다보다 사진을 찍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이번에는 도로포장이 된 직선 도로를 한없이 달려 리현에 도착한다. 직선의 의미를 중국의 도로가 알려준다.

리현의 외곽을 조금 지나 좌회전 후 G207 국도를 타고 이동한다. 다른 지역과는 다른 이색적인 느낌이다.

'2014.07.28'의 숫자가 바닥에 적혀있는 시멘트 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다.

중간중간 길이 파이고 골재들이 드러난 부분들이 많아 꽤 힘들다.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아니면 평지인지 모를 이상하고 지루한 도로를 달리다 그저 평범한 도로가 이색적으로 느껴진 이유를 깨닫는다.

"산들이 없다! 배경이 전혀 보이질 않네."

한 시간 가까이 달리며 주변을 보아도 산의 실루엣은커녕 흔한 동네의 뒷산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

마치 뿌연 하늘색 레이어 위에 배경을 패스로 따낸 뒤 지워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이 동네 사람 중에는 바다는커녕 산조차도 못 본 사람이 있겠네."

스먼현부터 이어지던 직선로와 리현의 배경 없는 풍경에 지금 얼마큼이나 넓은 평야지대를 지나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5시 30분, 해가 들어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2시간 가까이 길을 이어가다 길을 건너 그늘진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장주앙푸진까지 10km만이 남아있고 6시면 도착할 것 같다.

"지친다. 여기까지만 탈까."

장주앙푸진의 숙소를 검색하다 이곳과 별반 차이가 없을 환경이라 생각되고, 이미 108km 정도를 달려온 상태다.

도로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마을,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주점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60위안이고 한다.

시골 마을에 60위안, 이젠 가격만 들어도 사이즈 딱 나온다.

자전거를 식당 한편에 세워두고 여권이 필요한지 물어본다.

"신분증 요부요?"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메뉴판을 건네준다.

"아니, 씬펀쩡!"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듯 시크하게 웃는 아주머니다.

"그럼, 밥 줘! 배고파!"

돼지고기 사진을 보여주니 20위안 달라고 한다.

그동안 궁금했던 요놈의 이름을 물어본다.

"요우즈, 柚子"

자몽이란다. 순간 자몽도 모르는 싱거운 놈이 되고 만다.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 돼지고기. 

"뭔가 푸른 것들이 많이 부족한데 고기니까 그냥 패쓰."

세 공기쯤 밥을 비우고 있으니 길 건너편에서 음악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춘다.

"뭐야, 국민체조야?"

10명 정도 시작했는데 이내 20명이 넘게 도로변에 모여 경쾌한 스텝과 손동작들을 한다.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춤추는 동작으로 춤의 이름을 물어본다.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던 아주머니가 별 이상한 놈을 다 본다는 듯 대답을 한다.

"티아오우, 跳舞"

그냥 춤추기. 이번에는 춤추는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됐다.

"알았어, 그냥 드라마 봐."

필요한 짐을 챙기고 방을 안내해 주라 하니 키를 안 주고 따라오라 한다.

"근데, 아줌마는 춤 안 춰?"

춤추는 동작을 따라 하며 물어보니 손사래를 치며 저런 걸 뭐 하려 하냐는 듯 웃으며 큰소리로 떠든다.

"몸치구나!"

역시나 안내받은 방은 예상했던 딱 그 사이즈다. 아마도 화물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 같다.

"60위안도 비싼데, 오늘 뽑기 실패!"

졸졸졸 새어 나오는 물에 겨우 샤워를 하고.

와이파이 비번을 물어 접속했더니 가장 작은 딱 한 칸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숙소를 들어올 때 가격과 함께 와이파이가 있냐며 물으니 그렇게 당연한 것을 왜 묻냐는 듯 명쾌하게 대답한 아주머니였는데 낚였나 보다.

"아무렴 어때, 일찍 자고 내일 다시 달려야지."



경비내역
식비:31위안 / 식료품:17위안 / 숙소:60위안 / 합계:108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0일 / 맑음 ・ 14도
장가계-원가계-츠리현
많은 절경들을 품고있는 장가계, 원가계를 마저 구경할까 고민하다 그냥 베이징으로 가기로 한다. "킵 해둘께."


이동거리
116Km
누적거리
5,511Km
이동시간
8시간 09분
누적시간
389시간

 
S306도로
 
S306도로
 
 
 
 
 
 
 
40Km / 2시간 40분
 
66Km / 5시간 29분
 
장가계
 
원가계
 
츠리현
 
 
2,72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까지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하루를 더 머물며 장가계를 둘러 볼까 아니면그냥 베이징으로 향할까."




경비내역
식비:37위안 / 식료품:3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20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9일 / 비 ・ 9도
장가계 천문산 트레킹
하루의 휴식, 관광할 명소가 많은 장가계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어려움. 원가계와 천문산 중 천문산을 트레킹하기로 결정한다.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5,395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381시간

 
천문산
 
천문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장가계
 
장가계
 
장가계
 
 
2,61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지아제에서 보내는 하루의 휴식, 충분한 잠을 자고 일어난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좋겠는데 무심히도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빈관의 남자에게 천문산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젊은 여자가 '할로우' 인사를 하고 흰 죽을 가리킨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천문산 관광 서비스센터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천문산 트레킹 소요 시간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린다.

흰죽과 만두를 시킨다. 죽 3위안, 만두 8위안.

가지런히 놓인 밑반찬을 찍고 있으니 흰죽이 바로 나오고.

연이어 찐만두가 나온다.

"빨라서 좋네."

만두 하나를 집어먹으니 역시 맛이 좋다. 밀가루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중국 찐만두를 조금씩 먹다 보니 익숙해져 간다.

만두를 찍어 먹으라며 색깔 고운 소스는 보기와 달리 매콤한 맛이 난다. 꽤 매력적인 소스다.

밑반찬 통에 들어있는 잘게 썬 무김치를 흰죽에 올려먹고 있으니 감사하게도 깍두기 같은 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맛이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길 건너 관광센터로 들어간다.

입구 측면에 자동티켓 발매기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광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패쓰하고.

우선 관광센터를 둘러보기로 한다. 정문으로 들어가니 우편서비스를 하고 있다.

"둥이가 엽서 보내라고 했는데, 저게 가기는 하는 거야?"

심심한 의문과 함께 그냥 지나치고, 간의 칸막이로 막아놓은 매표소를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관광센터의 오른쪽 측면에 천문산 매표소가 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매표소가 조금은 한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가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다.

관광지가 많으니 늘 요금표가 복잡하다. 대충은 알겠는데 어렵기는 매한가지고.

"일단 현금부터 찾자!"

입장료를 보니 대략 300~400위안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은행을 검색하니 모두 관광센터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큰데 ATM 기계라도 몇 대 설치해 놓지."

대부분 현금보다 큐얼 코드로 결제들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관광센터 부근의 장가계 지역 상업은행의 자동화 센터에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패스워드 입력 오류가 난다.

세 번째 시도를 한 뒤 포기를 하고 1km 거리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비도 오는데, 여러 가지 힘들게 한다."

중국어 서비스만 되는 ATM 기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눈치껏 현금을 찾고, 오늘 사용할 400위안만을 따로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매표소는 이전보다 더 한가해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판매원과 불통의 대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Shēnfèn zhèng, 身分證"

중국에서는 신분증을 신분증나 ID로 많이 부른다. OYO 주점에서 프런트 여직원이 신분증을 어설프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발음을 하기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 자연스레 배웠나 생각했었는데 중국어 발음이 우리랑 비슷한 것뿐이었나 보다.

여권을 내어주니 아무런 말 없이 책상에서 안내판을 하나 꺼내어 보여주며 'A, B, C' 한다.

A.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그린 버스로 내려온다.

B. 그린 버스로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C. 그린 버스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타입 A!"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계산기에 258를 적어 보여준다.

"뭔가 무성의한데 굉장히 편하고 좋다."

번역기를 들이밀며 어렵사리 입장권을 사겠지 싶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린다.

케이블카와 그린 버스 이용료가 183위안, 입장료가 75위안 해서 258위안이다.

표를 끊고 천문산의 안내 지도를 확인한다. 케이블카가 닿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고 천문동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천문동 광장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나?"

관광센터의 좌측으로 케이블카의 입구가 있다. 한무리의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가이드를 기다리는 것 같다.

검문대를 지나가는데 경고음이 울려 멈칫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는다.

입구 양쪽에 라이터 수거함이 있고 많은 라이터들이 담겨있다. 당연스럽지만 조금 의아하다.

중국 사람들의 독특하고 집요한 담배 문화를 계속 보아왔는데 그들이 아무리 보호가 필요한 명산일지라도 담배를 포기할까 싶다.

"아마도 저 라이터들의 주인은 한국 사람이거나 비중국인들의 것일 거야! 아니면 계도를 위한 샘플이거나."

미로처럼 이어진 라인 안내선을 무시하고 다이렉트로 지나간다.

"비가 오지만 이게 무슨 행운이야? 조용히 천문산을 트레킹 할 수 있는 거야?"

개찰구에도 관광객들이 없어 별일이다 싶어진다.

개찰구에서 한 번 더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난을 대비하는 것인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 수가 없다.

케이블카의 탑승구로 가니 관광객들이 조금 보인다. 중국에서 이 정도면 사람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얄팍하게 구색만 갖춘 안내 팜플렛도 꺼내들고.

8명이 정원인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마지막으로 탑승했는데 운 좋게도 사이드 자리에 앉는다.

"아니, 운이 나쁜 건가?"

한국에서 타본 적도 없는 케이블카를 중국에서, 그것도 엄청 길고 높게 올라가는 것을 두 번이나 타본다.

모두의 얼굴에 나타나는 기대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빠르게 케이블카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가 와서 너무나 아쉽다."

"비가 와서 다행인가?"

조금씩 안개구름 사이로 천문산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드러내고.

케이블카의 흔들림에 어지럽고 긴장되지만 시선은 자꾸만 밖을 향한다.

케이블카는 중간 지점을 지나친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천문산의 관경에 사람들의 들뜬 동요가 일어나고.

어지럽게 계속 올라가는 케이블카.

하늘 높이 치솟은 기묘한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봉우리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타난다.

핸드폰을 하며 애써 무서움을 참더니 정상으로 향하는 도중 마음을 들켜버린 아주머니다.

하늘을 뚫고 올라온 듯 20분이 조금 넘어 케이블카는 천문산 정상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로 1,400미터 이상을 올라오다니."

케이블카에서 내려 사람들로 붐비는 승강장 밖으로 나간다.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하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나올 때 내 옷차림을 보고 더 따듯하게 입고 가라며 알려준 숙소의 남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승강장 앞 전망대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연이어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모습 뒤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 자연스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든다.

난간 가까이 가지 못하고 쫄고 있다.

"단지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대 겁먹은 거 아냐!"

그런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가이드를 따라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린 후 서쪽 라인으로 트레킹 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경외스러운 풍경들이 연속된다.

"아~!"

절벽 위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시선은 아래의 풍경 속에 빠져있는데 발걸음은 자꾸만 왼쪽으로 기울어져 걷게 된다.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벽으로 이어진 산책로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궁금증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가니 서쪽 라인의 유리바닥이다.

줄을 따라 유리 바닥의 입구에 왔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있다.

"입장료가 따로 있나 보네."

기다린 보람도 없이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뒤돌아와 유리바닥의 입장권을 구매한다.

"여러 가지로 돈을 번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네."

단체로 표를 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린다. 황산에서도 그랬지만 줄을 서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무질서해진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감당을 하나."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유리 바닥이 튼튼한지 불안감이 몰려든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 튼튼하겠지?"

5위안짜리 유리바닥 입장권을 사들고 다시 대기줄에 서서.

"엄청난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텐데, 엄청난..."

입장을 하니 빨간 덧신이 있고.

야무지게 착용하고.

사람들을 따라 유리바닥을 걷기 위해 걸어간다.

"아놔, 비가 와서 다행이네."

유리면을 밟지 못하고 벽에 붙어 길을 막고 서있는 여자들을 피해 가며 '워워'하며 놀려준다.

그런데 내 발걸음은 왜 빨라지는 것일까. 축지법을 터득했는지 금세 유리바닥이 끝나버리고 만다.

빨간 덧신은 반납하고.

축지법을 알려준 유리바닥을 벗어난다.

붉은 리본이 온 산을 뒤덮은 길을 지나가고.

지나가야 할 절벽길과 지나왔던 절벽길이 보인다.

아름다운 소리로 아리랑을 연주해 준 센스쟁이 아저씨께 박수를 보내주고 구름다리가 놓인 곳으로 간다.

구름다리 위에서 방방 뛰어대는 어린 남자의 뒤통수를 휘갈겨 주고 싶은 심정을 꾹꾹 참으며 구름다리를 건너고.

열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곳을 지난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있어야 든든해!"

사찰이 있는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봉우리의 전망대로 가면 천문산의 동쪽 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패쓰."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적한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걸어간다.

금강역사를 지나.

천왕전의 모습이 보이고.

오래된 종루의 모습도 보이고.

위엄 있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정교하다.

"어 죄다 한글이네."

마지막으로 대웅보전이 나온다.

온화한 얼굴의 부처상이 평온해 보인다.

유난히 천문선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없어 한적하고 너무나 좋다.

삼존불상의 주변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나한상들이 세워져있다.

"혹시 관우님?"

손가락 부분이 부러져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뉘신지요?"

천문산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관음각이다.

역시나 온화한 얼굴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시고.

"역시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어."

한적하게 천문산사의 경내를 구경할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의문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천문동 방향으로 가기 전, 광장의 매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관광지의 바가지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맛있어 보이는 비싼 만두를 주문하고.

"오호 맛이 좋네."

천문동을 향해서 걸어간다.

황산과 마찬가지로 천문산도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걷기에 너무나 편하다.

서편의 산책로와 달리 동편의 산책로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직도 반이 남은 거야?"

제법 긴 천문산의 트레킹 코스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지루함은 없다.

그저 흐린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튼튼한 거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 산책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수 천만 명이 지나갔을 산책로가 튼튼한 지가 의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이 절벽 아래로 천문동의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아, 어지러워!"

동 쪽 맨의 유리바닥은 문제가 있는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의문의 엘리베이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저건 뭐지?"

"유후봉. 옥호봉."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옥호봉으로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은 절대 힘든 곳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문선사처럼 한적한 옥호봉의 정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셀카 타임인가?"

"옥"

"호"

"봉"

"짜릿하네."

아찔한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천문로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가 옥호봉."

자전거를 타고 한 번쯤 올라오고 싶은 천문로의 모습이다.

천문동으로 가기 위해 의문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입장권 검수를 하고.

중국인답게 바위산을 뚫어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바꿔타고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간다.

천문동의 뻥 뚫린 구멍에서 다 내려왔나 싶었더니.

주차장이 있는 광장은 저 밑에 있다.

그렇다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중국은 상상을 하면 안 돼!"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멀미할 뻔."

중국 관광 정보의 사진으로 흔하게 본 천문동의 모습보다 천문로를 내려가는 버스가 더 궁금하다.

"나 준비됐어요!"

마치 180도로 구부러지며 내려가는 버스는 따로 놀이기구를 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좌우 요동을 치며 빠르게 내려간다.

"롤러코스터다!"

20여 분 정도 요동을 치며 내려가던 버스는 넓은 주차장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승인가?"

질서정연한 중국인들은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본적 이유는 그저 많은 인구 때문인가 보다.

"중국인들이라서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인구가 많은 것뿐이야."

환승한 버스는 관광센터의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이 빈관의 컨셉은 뭘까?"

"아휴, 생각을 말자."

하루를 더 머물며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원가계의 천자산을 구경할지를 고민한다.

"원가계, 아바타, 숙소, 비, 날씨, 베이징, 체류기간, 몽골국경.."

베이징을 지나 몽골 국경이 있는 얼롄하오터까지 3,000km 정도의 거리가 부담스럽다.

"남은 체류기간 50일에서 여유 기간 5일을 빼고, 베이징에서 보낼 7일 정도를 빼면 38일. 38일에 3,00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충분하고 넉넉한 시간이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지는 여행, 그것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만만치 않는 거리다.

"쓸데없이 중국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베이징으로 향하는 경로를 시안으로 할지 아니면 징저우로 할지 고민을 하다 좀 더 여유로운 징저우를 선택하고, 내일 원가계가 있는 천자산 주변을 지나는 경로를 선택한다.

"원가계는 다음 기회로 킵! 이번엔 지나가는 것으로 만족!"





경비내역

식비:78위안 / 식료품:13위안 / 관람료:263위안 / 합계:354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8일 / 비 ・ 8도
푸롱진-장자제시
계림을 출발하여 장가계로 가는 700km의 마지막 여정, 드디어 오늘 장가계에 도착한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5,357Km
이동시간
6시간 18분
누적시간
375시간

 
S306도로
 
S306도로
 
 
 
 
 
 
 
50Km / 4시간 00분
 
33Km / 2시간 18분
 
푸롱전
 
칭핑전
 
장자제
 
 
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하늘이 뿌옇다. 출발 전 체크아웃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숙소의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눈다.

"시아 위. 시에 시에. 짜이지엔."

8시 30분, 출발을 앞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의 식당을 찾아갔지만 아침 영업은 하지 않는다.

음식 재료를 다듬던 주인은 옆집에서 면을 먹으라 손짓을 한다.

"중국에서 아침밥 먹기 참 힘들다."

터미널 옆이라 아침부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6위안과 8위안 면 메뉴 중에서 8위안 메뉴를 달라 하니 흰색 면과 약간 누르스름한 면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한다.

"쌀면과 밀면인가? 모르겠다 흰색은 많이 먹어 봤으니 이번엔 노란 거!"

잠시 후 음식이 나왔는지 식당 여주인이 나를 부른다.

"셀프야?"

주문한 면이 나와있고 그 옆에 놓인 양념들과 다진 양념들을 선택해서 넣으라 가리킨다.

파, 매운소스, 고추, 토마토 소스, 작은 깍두기 김치를 추가로 넣는다.

만두 대신 함께 먹을 빵을 3위안에 주문한다. OYO 주점에서 조식으로 먹었던 빵인데 쫄깃한 게 기름맛이 돌면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봉지에 담아주길래 먹고 간다니 쟁반에 먹기 좋게 잘려 나온다.

테이블마다 올려져 있는 통에 깍두기 김치 같은 것이 있어 먹었더니 양파다.

"깍두기인 줄."

"역시 나는 면보다는 밥인가 보다."

어쨌든 따듯한 국물과 함께 아침을 먹었으니 됐고, 남은 빵은 비닐봉지에 담아 패니어에 넣어 두고, 땡땡이 우의와 레인 팬츠를 입고 장가계를 향해서 출발한다.

출발과 동시에 시작되는 오르막, 채 3분도 안되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산 위의 마을인데 뭐가 더 있다고 계속 올라간다니."

30분을 오르고 작은 슈퍼에 들러 콜라를 사며 레인 팬츠를 벗어 버린다. 이미 레인 팬츠의 안쪽은 땀이 차 물기가 가득하고.

여전히 어둡고 흐리지만 오늘도 이러다 말겠지 싶다.

"세차를 이렇게 쓰는구나. 洗车(씨처)"

1시간 20분을 달렸지만 겨우 10km를 이동했고, 땡땡이 우의도 마저 벗어 버리고 서둘러 출발한다.

이 지역은 키위를 많이 재배하는 동네인가 보다.

두 시간을 힘겹게 오른 해발 613m에서 겨우 만난 내리막길.

"3km가 어디야! 감사 감사."

뾰족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아있는 길을 따라 신나게 내려오고.

아주 작은 도로변 마을에 도착한다. 동네의 시장에서 따듯한 물을 데우며 이발을 하는 사람들.

병아리를 파는 말이 빠르고 소리가 큰 아주머니.

이제는 시골에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지 조금 황량하게 보이는 동네 시장이다.

지장 주변을 배회하며 먹을 것을 찾은 개, 중국 산속의 개들은 이렇게 생겨먹어서 정말 무섭다.

결국 개님은 정육을 파는 아저씨에게 쫓겨나고 만다.

대나무 바구니를 파는 할아버지들과 튀김을 파는 아주머니.

사람이 없으니 장사에는 관심이 없고 카드놀이를 하는 여자 상인들과 대바구니를 메고 장을 보는 사람들은 한가해 보인다.

옥수수 전분 같은 것을 파는 차량에 여자들이 모여든다.

바구니 용도가 정말 다양하다. 온갖 물건들과 아이들을 넣고 때로는 의자처럼 앉기도 한다.

작은 마을의 시장 모습을 구경하며 잠시 쉬었지만 길은 쉽사리 내려가지를 않는다.

12시, 터널을 지나 내려갈 것 같던 길은 다시 올라간다.

"그래, 오르막 마일리지 적립한다 생각할게."

아침으로 먹다 남은 빵을 핸들 패니어에 옮겨 넣고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며 하나씩 꺼내어 먹는다. 묘하게 맛있다.

40여 분을 더 오르고 4.5km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바람을 가르며 멋진 풍경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장가계가 해발 300m에 있는 도시가 아니라면 어제부터 쌓은 마일리지가 상당하다.

"쭉쭉 내려가자!"

정확하게 4.5km를 내려오고 바로 이어 3km를 다시 정립하라는 안내판과 함께 페달링은 다시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려왔네. 그럼 됐다!"

산들의 모양새가 더 높아지고 기이해져 간다.

다시 정확하게 3km를 오르고 터널을 마주한다.

터널을 지나면 내려가겠지 생각하며 터널을 들어서려는니 내부 조명도 없고 끝도 보이질 않는다.

"아우, 그냥!"

뒤쪽 멀리서 화물트럭의 힘겨운 엔진 소리가 들려와 재빨리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페달을 밟는다.

점점 어두워지던 터널은 살짝 좌회전을 하듯 휘어지고 길은 희미한 형태의 실루엣으로 페이드아웃 그리고 페이드인하며 사라졌다 나타난다.

다행히 터널은 길지 않았고 오가는 차량도 없다.

"나이스 타이밍!"

터널을 지나 큰 숨을 한번 내쉬고, 바로 보이는 내리막 안내판에 껴안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 살짝 쫄았다! 너 알지?"

두 번째 마일리지 찬스. 빗방울이 조금씩 툭툭 떨어지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내려오는 길, 간만에 부처의 석상을 본다. 중국은 불교보다 도교의 풍습과 문화가 실생활에 자리 잡고 있어 불상을 보기가 힘들다.

지금껏 지나왔던 산들을 아주 아담하게 만들어 버리는 거대한 천문산(天门山)의 모습이 안개 사이로 비밀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리막의 길들이 나빠지더니 골재공장이 나오고 화물트럭과 버스들이 정신없이 오가며 크락션을 울려댄다.

또 한 번 도착지를 근거리에 두고 지옥을 맛봐야 하는지 내심 걱정이 생겨난다.

미친 듯 울려대는 크락션과 뿌옇게 휘날리는 흙먼지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져 있는 도로는 한참 동안 이어진다.

저렇게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자연이 하필이면 중국에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중국에는 너무 과분한 자연이다."

중국은 분명 발전했고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저 의미 없는 변화에 불과할 뿐, 지금의 중국 전체가 공사판으로 흙먼지를 날리듯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집과 건물을 짓기 위해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을 것 같다.

중국의 가정을 보면 한 가정에 보통 2~4명의 아이들이 있고, 앞으로 그 세대들에게는 더 많은 집과 자원이 필요로 할 것이다.

"애들이 크면 지금 이 난리를 치며 짓는 집들은 모두 낡은 것이 되고 또다시 새집을 짓느라 난리들을 피우겠지."

중국에 필요한 것은 좋은 인프라보다 변화된 의식인 듯싶다. 전통을 이을 것인지 아니면 시대에 맞게 의식을 바꿀 것인지 말이다.


시내를 1km 앞두고도 길은 엉망이다. 늘 그렇듯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갑자기 도시의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너희들은 그냥 돌로 깎으면 더 정교할 것 같아."

마치 여기서부터 시가지의 시작이라는 듯 변하는 사거리 도로가 나온다.

우회전 차로를 막고 정차하고 있는 차량을 거대한 화물 차량이 스멀스멀 다가가더니 밀어 젖힌다.

운전석이 막혀 조수석 문으로 내리는 젊은 남자와 머리를 긁적이는 중년의 남자는 큰 고성도 없이 얘기를 나눈다.

정말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을 만큼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내일 천문산을 트레킹하기 위해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곳에 숙소를 잡을 생각이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따라 이동한다.

천문산의 케이블카는 세계에서 가장 길며, 장가계 시내에서 다이렉트로 올라간다.

"찾았다. 요놈!"

3시, 예상했던 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한다. 

"여행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주변에 있는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고 위치를 찾았지만 30여 분이 넘도록 골목을 방황하고 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고덕지도에 있는 근처 빈관에 들어간다.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프런트가 있는 공간에 세워둔다.

숙소의 남자에게 주변에 맛있는 집을 소개해 달라 요청하니 어떤 메뉴를 원하는지 묻는다.

돼지고기와 고추가 들어간 사진을 보여주니 숙소 건너편 음식점을 안내하며 함께 들어가 메뉴를 주문해 준다.

네 그릇쯤 비우고 나니 음식이 떨어진다. 작은 밥통에 아직 한 그릇쯤 더 나올 것 같은데 내일은 라이딩이 없어 꾹 참는다.

밥을 다 먹으니 식당 주인이 자몽을 건네준다. 과즙은 풍부한데 굵은 씨가 많고 조금 질겨 먹기가 불편하다.

아저씨가 유쾌하고 상냥하다. 음식값을 물으니 32위안인데 30위안만 달라고 한다.

관광지라 조금 비싼가 싶지만 친절한 아저씨가 마음에 든다.

슈퍼에 들러 콜라와 작은 빵들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저녁에 혹시 배고플까 봐."

오전의 2시간이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라이딩이었다. 천문산의 둘레를 돌아오며 중국에 대해 크게 실망했지만 내일을 기대해 본다.

"장가계, 믿어볼게!"



경비내역
식비:41위안 / 식료품:21위안 / 숙박:80위안 /합계:142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일 / 구름 ・ 14도
샹시 투자족 먀오족 자치현-구장현-푸롱전
산길들을 넘어 장가계로 간다. 150km 거리, 70km를 오늘 이동하면 내일 드디어 장가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5,274Km
이동시간
7시간 30분
누적시간
368시간

 
S229도로
 
S229도로
 
 
 
 
 
 
 
45Km / 4시간 20분
 
34Km / 3시간 10분
 
샹시
 
구장현
 
푸롱전
 
 
2,489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똑똑똑 창문 밖으로 들리는 낙수 소리에 비가 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짐들을 정리하며 빗속 라이딩의 피곤함이 먼저 밀려든다.

"또 하루를 빗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하겠네."

오늘 가야 할 푸롱전은 69km에 있다. 150km가 남은 장가계, 푸롱전에서 장계가까지는 변변한 숙소가 보이질 않아, 이틀을 두고 장가계로 갈 것이다.

"일단 푸롱전에 가서 푹 쉴 것인지, 더 갈 것인지 결정하자."

자전거를 가지러 옥상으로 나가보니 비도 오지 않고 바닥에 물기도 없다.

"굿!"

난방기 실외기의 낙수 소리거나 다른 것의 낙수 소리였나 보다.

친절한 여자 주인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와 우선 주변에 식당부터 찾는다.

터미널 부근이라 아침에 문을 열고 분주한 식당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식당에 들어가 면을 주문한다.

만두 같은 것이 없나 식당을 둘러봐도 삶은 계란과 빵처럼 보이는 것만 추가 메뉴로 있다.

바로 나온 음식은 면발이 그저 그랬지만 시원한 국물은 괜찮다.

간단히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와서 비상식을 사기 위해 근처 슈퍼를 찾는다.

바로 옆으로 식당들이 이어지고 뷔페처럼 밥에 밑반찬들을 골라 담는 곳들이 많다.

"꼭 먹고 나면 이렇다니까."

잠시 밥으로 한 그릇 더 먹고 출발할까 생각하다 오늘 라이딩할 거리가 짧으니 참기로 한다.

슈퍼에 들러 3.5위안 하는 빵 두 개와 콜라를 10위안에 사들고 계산을 하려고 10위안을 주니 두꺼비상을 갖은 남자가 나를 쳐다본다.

"뭐? 10위안 맞잖아!"

슈퍼의 포스기를 보니 10.5위안이 찍혀있다. 남자를 한번 째려보고 빵과 콜라를 들고 가니 남자는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중얼거리며 다시 넣는다.

아마도 비닐봉지 값을 0.5위안 받나 보다. 중국은 대부분 주황색 얇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주는데, 남자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는 제법 비닐봉지스럽다.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은 늦가을의 아침처럼 조금 쌀쌀하게 느껴진다. 시내를 벗어나자 초반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늘은 또 얼마나 올라가려고 이러나?"

한 고개를 넘는 동안 쌀쌀하게 느껴졌던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숨을 헉헉거리며 온몸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오늘 예보된 강우량이 얼마 되지 않아 이러다 말겠지 싶다.

짧은 내리막, 밭에 여자들이 나와 곡갱이질을 한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여 다가간다.

집을 새로 짓다 보니 집 근처나 집 밖에 있던 것이 마당 한구석 뭔가 어색한 위치에 놓여있고.

마당에 그네와 탁구대가 바닥에 고정되어 놓여있다.

여자들은 묘목 같은 것을 밭에 옮겨심고 있다. 낯선 사람이 마당에 들어와 구경을 하는데도 별 관심도 없고.

부업으로 가정수를 파는가 보다.

마당 한편에 남녀가 구분되어 있는 화장실이 있어 소변을 보려다 상태를 보고 참기로 한다.

"논두렁이 차라리 낫겠어."

마을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은 장가계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열심히 달리면 한달음인데, 무리겠지? 일찍 쉬면서 밀린 자료나 쓰자."

가끔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으려면 무표정하게 인상들을 짓는다.

"서로 모습이 신기할 텐데. 웃으면서 서로 구경하면 좋잖아요!"

길가에 잘 정비된 하천 사이로 목조 건물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보인다.

마을의 풍경이 예쁘다 생각하며 마을 가까이 도착하자 버스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내리고 연이어 가이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마을 쪽으로 걸어간다.

"뭐지? 전통 마을인가?"

멋진 마을의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쁘고 마이크를 단 가이드가 높은 하이톤으로 무언가를 설명한다.

마을 입구에 여러 명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서있고, 강 건너편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궁금해서 자전거를 끌고 입구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니 나를 주시하던 남자가 다가와 자전거를 다른 곳에 세우라며 주변의 여러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응, 알았어."

마을의 안내석 뒤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구경을 하기로 한다.

"오늘 시간도 많은데, 구경이나 하고 가자."

"저기가 매표소인가?"

마을 입구에 매표소처럼 보이는 곳에 가봤지만 사람도 없고 표를 파는 어떤 흔적도 없다.


다른 중국 관광객들도 가이드를 따라 그냥 들어간다.

"무료입장인가?"

사진을 찍으며 중국 관관객들을 따라 들어가는데, 뒤에서 제복 입은 남자가 큰소리로 나를 부르며 '매표'를 외친다.

조금 전 자전거를 다른 곳에 두라고 말한 남자다.

"날 계속 지켜본 거야? 매표 나리?"

남자는 길 건너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을 가리킨다.

길 건너편 주차장 안쪽에 매표소가 있다.

이 동네에는 이상하게 한글 안내가 잘되어 있다. 알고 보니 단체 관람객들은 번호표를 받아 목에 걸고 입장을 하는 것이었다.

입장료는 30위안, 다른 곳의 터무니없는 입장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입장권을 들고 마을 입구로 돌아가 나에게 관심을 준 남자를 향해 방긋 웃으며 표를 흔들어 보인다.

"됐지!"

청푸르게 맑은 강을 건너 북과 대포가 늘어선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

초입에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 여자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금 전 노래를 부르며 관광객을 맞이했는데 혼자 들어가니 아무것도 안 해준다.

"나한테도 불러줘! 보고 싶다고."

다른 관광객 무리가 들어 오기를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오질 않고.

어린 여자들이 서로 사진을 찍으며 쉬길래 같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사진을 찍는다.

생뚱맞게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여자가 와서 말을 건다.

"우리들 쉬면서 놀고 있는데, 다른 곳을 다녀라."

"나 한국에서 왔어. 한국! 같이 사진 찍어주라!"


마을 곳곳에 대나무 모자와 바구니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놨다. 멋진 아이디어다.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집들이다. 집안으로 무작정 들어가 볼 수도 없고 해서 망설이는데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들어간다.

박물관 공간으로 묘족의 전통의상이나 생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길가에 청소부가 입고 있었던 우의.

묘족의 전통의상, 원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이다.

옷감을 짜는 물레 같은 것도 있고.

전시 공간을 나오니 붉은 의상을 입은 남자가 의식 같은 것을 하고.

곧이어 양쪽에 선 남자와 여자에게 대나무를 잡고 있으라 하더니.

종을 흔들면서 왼손을 대나무 밑으로 계속 돌린다.

"붙어라! 붙어라!"

그리고 대나무 가운데 부분이 모아지며 붙는다.

"것 봐. 붙었지!"

어떤 의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풀이 마술은 아닌 것 같고, 남녀 간의 애정운 같은 것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혼 전에 점을 치는 것일까?"

마을 골목 곳곳에 기념품이나 음식 재료들을 파는 곳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파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협동조합 형태는 아닌 것 같고 개별적은 판매인듯싶다.

담에는 묘족의 생활상이 벽화로 그려져 있고.

어쩌다 보니 중국 관광객들과 한무리가 되어 가이드를 따라다니게 됐다.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있을 건 다 있다. 음식을 파는 곳에서 나뭇잎으로 싼 2위안의 떡을 하나만 달라고 하니 여자가 웃는다.

"우리나라 떡하고 맛이 똑같은데, 낙원떡집 거야?"

은제품을 세공하는 공방.

세련되고 정교하지는 않은데 열심히 한다. 선조들의 기술력을 못 따라가나 싶다.

"딱 보면 알아! 좀 어설픈 거 너희들도 알지? 티 많이 나!"

다음으로 가이드는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데려간다. 차를 내리는 모습을 찍으려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다.

작은 의자에 앉아 전통차를 마시며 차를 팔려나 싶다.

그냥 혼자 나와 골목 곳곳을 구경한다.

전통의상을 입은 동네 여자들을 찍으려 했는데 실패.

마을을 내려오니 길게 음식점과 상가들이 모여있다.

목조 주택들이 참 예쁘다.

이상하게 생긴 녀석, 감자나 고구마 같은 것인데 잘 모르겠다.

환영행사를 보기 위해 마을의 초입으로 돌아간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앞에 앉아 사진을 찍으니 조금 전 함께 사진을 찍었던 어린 여자들이 '한궈렌'하며 손을 흔들고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웃는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화기애애 분위기가 좋다.

관광객들이 다가오자 웃음기 가득하던 얼굴들이 사라지고.

관광객들에게 환영의 노래를 불러준다. 부드럽고 맑은 소리다.

짧은 행사가 끝나면 다시 밝게 웃으며 떠들고 논다.

하루 종일 이것을 반복하고 있으면 피곤해서 가식적인 웃음을 팔법도 한데 웃고 떠드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관광객 온다. 그만 웃고 조용!"

미니버스를 타고 한무리씩의 관광객들이 연이어 찾아드는 묘족마을이다.

12시 30분, 묘족마을을 구경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남은 거리는 여전히 45km.

2시쯤 푸롱전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자료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4시 정도에나 도착할 것 같다.

묘족마을을 출발하며 계속되는 내리막을 기대했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끝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잘 쓰지 않던 앞기어의 1단을 걸고 힘겹게 페달링을 이어간다.

"다 좋은데, 올라간 만큼 꼭 그 만큼만 내려가라."

찌그덕 거리는 체인에 윤활을 하며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오전에도 충분히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올라야 내려갈 거니?"

엉덩이 골반이 틀어진 듯 아파온다.

오르고 오르더니 그제서야 터널이 나오고, 터널의 길이조차 안내가 없다.

첫 번째 터널을 지나 바로 이어진 두 번째 터널, 역시나 길이 안내가 없고 터널의 끝도 안 보인다.

꽤나 길게 뚫린 터널 두 개를 조심스레 통과한다. 이상하게도 중국 운전자들은 터널 안에서는 매너가 좋다. 크락션을 잘 울리지도 않고 속도를 줄여 지나쳐 준다.

터널을 지나자 드디어 내리막길이 보인다.

"아, 겨우 끝났구나."

도로 옆 정자에 쉬며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1시 40분, 한 시간 동안 업힐을 하느라 겨우 8km 정도 이동했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산들샘 GPS를 보니 539미터.

"최소 10분 안에 10km 이상 내리막이어야 한다. 단 1미터도 빼먹지 마라!"

시원하게 그렇지만 조심스럽게 내리막을 내려간다.

중국의 도로는 갑자기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역주행해오는 차량들이 있어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황산, 계림에서 그랬듯이 장가계에 가까워질수록 산들의 모양이 높고 기묘해진다.

빠르게 10km가 사라지고 계속해서 내리막이 이어져 구장현에 도착한다.

길 건너 차 문화 거리가 있어 잠시 쉬어간다.

"당신은 뉘신지요?"

중국에서 이런 모양새은 100% 마작이나 카드게임이다.

중국 사람들은 마작을 많이도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참 즐거워 보인다.

얘기들을 업는 도구도 참 다양하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구장현의 기묘한 터널들을 골재를 실은 화물차량, 흙먼지 가득한 버스, 오토바이 그리고 터널을 걸어 지나가는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다.

내리막길에 만난 풍탄저수지.

"이게 저수지야? 호수지!"

중국에서 이 정도 사이즈는 쑤이쿠(水库), 저수지라고 하나 보다.

"타이호에 비하면 좁쌀만 한 크기니, 할 말은 없다."

계속 이어지던 내리막은 산들의 풍세가 높아지더니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산들이 멋지다 생각하던 즈음 앞서가던 차량이 유턴을 해서 돌아온다. 설마 하며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서니 교통 공안이 나와 팔을 가로젓는다.

"취부러!"

"헐, 못 가? 못 간다고?"

교통 공안은 앞으로 보이는 도로를 가리키며 통행금지라 알려주고 임시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황당 난감 모드, 고덕지도를 들고 공안을 부른다.

"워 취 저리."

푸롱전을 가리키자 공안은 내가 온 방향을 가리키며 길게 설명을 하고, 번역기를 주었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오번역이다.

다행히 공안의 말 중에 1km를 말하는 '이공리'와 좌회전을 말하는 '샹주어츠완'이 들린다.

고덕양이 매일 수차례씩 떠들어 대는 단어들이다.

"이공리, 샹주어츠완?"

공안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고덕지도를 확대하니 풍탄저수지를 따라 뱀처럼 휘어지는 작은 산길이 보인다.

공안에게 길을 보여주며 맞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다른 길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그 길의 모양새가 절망적이다.

할 수 없이 힘들게 올라간 오르막을 뒤돌아 내려와 문제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오던 길에 차로 중앙에 놓인 안내판을 보았지만 다른 차량들도 지나가고 한자도 모르니 그냥 지나쳐 간 것이다. 자세히 보니 교통 중단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고덕지도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며 유턴을 계속 외치고.

고덕양의 안내를 무시하고 동네길로 들어간다. 다시 경로를 잡은 고덕지도에는 푸롱전까지 14.7km가 찍혀있다.

조금 전까지 9km가 남았었는데 6km 가까이 돌아가는 것이다.

"흐규!"

"이 길을 내려가면 다시 죽도록 올라가야 할 텐데."

길은 흙투성이 길로 변하고 화물차들과 차량들이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간다.

"하루라도 무난히 가면 재미가 없을까 봐 이러는 걸까?"

흙길과 다름없는 좁을 산길을 돌고 돌아 오르고 오른다.

급기야 시커먼 골재들로 도로를 덮어버린 채석장을 지나고.

크락션을 울려대며 수풀 사이로 빠르게 내려오는 차들을 피해 또 오르고.

오르다 보니 정상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이며 땀을 식혀주니 속도 없이 쓸데없는 성취감이 찾아든다.

"또 이렇게 올라오니 좋기는 하네."

썩 좋지만은 않은 도로지만 올라온 만큼 털털거리며 내려가니 기분은 난다.

그런데 가끔씩 보이는 산채에서 개들이 짝을 지어 달려든다. 다행히 내리막이라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속도를 내어 달아날 수 있지만 짜증나는 개도, 길도 위험하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집까지 개들을 피해 달리다 보니 기운이 다 빠진다.

그리고 엉망으로 망가진 도로 가운데 네 번째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개를 피해 달아날 수도 없는 난감함이 밀려온다.

잠시 자리에 서서 뒤에서 들려오던 배기음의 차량이 오기를 기다린다. 차량과 함께 지나가면 달려들지 못할 것 같다.

잠시 후 RV 차량이 내려와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간다. 그런데 걱정했던 개는 없고 오래된 채석장에서 작업을 하느라 길을 완전히 막고있다.

"개 소리는 환청이었나?"

그 사이 두어 대의 차가 더 내려와 줄을 서고.

보통 이런 상황이면 작업을 멈추고 지나갈 자리를 마련해 줄 법도 한데 그런 건 일체 없다.

"정말 양보나 배려라는 것은 쥐똥만큼도 없어."

한참을 기다려 내려온 끝에 국도에 다시 접어든다. 그곳에도 통행금지의 같은 안내판이 조그맣게 놓여있다.

풍탄저수지의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넓은 저수지와 산들의 풍경이 수려하다.

산 위로 기이한 철근 기둥이 박혀있는 공사장이 보인다. 아마도 높은 교각의 다리를 만드는 것인가 싶다.

멀리 넘어가야 할 푸롱전대교가 보이고.

푸롱전대교를 건너며 풍탄저수지 주변을 내려다본다.

홍석림(红石林)의 풍경을 볼 수 있는 푸롱전경구(芙蓉镇景区)의 모습이 하루의 피곤함을 잊게 해준다.

흐린 날씨가 조금은 아쉽다.

푸롱전대교를 넘어 푸롱전까지 남은 거리 3km.

푸롱대교에서 푸롱전의 중심까지 3km의 거리 중 2km가 오르막길이다.

"정말 끝까지 오르는구나."

주변 관광지들이 유명한지 도로의 양옆으로 주점들이 즐비하고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

도시의 위쪽에 있는 버스터미널, 이곳에서 장가계나 구장현으로 버스를 타고 관광을 하는 것 같다.

터미널 건너편 도로 이면의 빈관에 숙소를 잡고 나니 피곤함에 다리가 풀린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숙소 아주머니의 옆에 털썩 주저앉아 힘들고 배고프다 하니 애잔하게 쳐다본다.

"워 헌어. 츠판 나리?"

식당을 물어보니 어떤 음식이 필요하냐며, 매운 음식을 먹을 것인지 단백한 음식을 먹을 것인지 묻는다.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하며 매운 음식을 원한다 제스처를 하고, 번역기에 짧은 한자를 써서 아주머니에게 보여준다.

"肉!"

크게 웃더니 버스터미널 옆에 식당이 있고 15위안에서 20위안 정도 한다며 알려준다. 식당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니.

"내가 식당에 데려다줄게."

재미있게 웃으면서 보던 드라마를 끄고 일어나 가자고 한다.

식당에 들어가 숙소 아주머니가 알아서 주문을 해주고, 밖으로 나오라 하더니 두 가지 배추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겠고 들밭에 노랗게 꽃이 피는 향이 진한 배추를 선택하니 알았다며 15위안이라고 알려주고 아주머니는 돌아간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볶음과 배추데침.

고기양이 적었지만 배추데침이 있어 너무 좋다. 향이 진하고 짭조름 한 것이 느끼함도 잡아주고 좋다.

이제 식당에 가면 알아서 밥솥에 밥을 퍼먹는다. 세 그릇을 고봉으로 비우고 불룩해진 배를 튕기며 나온다.

숙소 아주머니께 잘 먹었다 인사를 하니 웃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궈"

짧은 거리의 일정에 마음을 놓다 길고 힘든 라이딩이 돼버린 하루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여행이지 싶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시간과 순간들을 마주하자."





경비내역
식비:23위안 / 식료품:15위안 / 관람료:30위안 / 숙박:70위안 / 합계:138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