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45일 / 맑음 ・ 18도
포즈나뉴 체르보낙
토요일 주말, 카시아와 함께 교외에 위치한 가든에 함께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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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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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의 취침, 늦은 아침의 기상이 계속된다. 뭔가 피곤한 패턴의 사이클이다.

아침을 먹은 후 카시아는 가든에 가자고 한다.

"완전히 봄이네."

한 달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푸릇푸릇 모든 것들이 변해있다.

가든의 정원을 꾸밀 묘목을 사서 온 카시아, 유럽 사람들의 가든에 대한 애착은 정말 남다르다.

카시아는 캠핑카와 가든의 내부를 정리하고.

부러진 나무가지와 낙엽들을 쓸어 담는다.

"햇볕 좋다."

카시아가 기네스 맥주 두 캔을 내어준다.

"맥주값 해야지."

이상하게 긴 삽자루를 들고.

가든의 적당한 자리에 묘목을 심어놓는다.

"아, 햇살 어쩔 거야!"

LOT 항공사의 예약사이트는 여전히 열려있지 않다.

카시아는 샐러드와.

폴란드 슈파마켓에서 파는 라면과 즉석밥을 만들어 준다. 베트남에서 만든 라면인데 김치라는 제품명이 적혀있다.

카시아는 답답한 집보다 가든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넥과 사이가 좋지 않은 동네의 검은 개가 놀러 오고.

경계심이 많은 녀석인데 제법 애교가 많다.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는 카시아.

"맛있어?"

잠시 잉카를 데리고 가든으로 오겠다던 알렉스는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하고, 울라의 가족이 가든으로 온다고 한다.

숲길과 작은 호수를 산책하고.

울라의 딸 수잔나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울라의 가족들이 알렉스를 만나고 가든으로 도착한다. 울라의 가족이 기르는 개는 활동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2시간 동안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는 개다."

"그렇게 보여."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개, 물방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다가 뛰어다니는 동안 수산나와 이야기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개가 달려와 짖어대는 바람에 움직일 수가 없다.

가든에서 편안한 한나절을 보내고 체르보낙으로 돌아간다.

평평한 폴란드의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일몰의 석양빛이 매력적이다. 봄날의 따듯한 날, 황홀한 석양빛의 풍경 속을 여행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저녁 10시, 기다리던 예약사이트가 열려있다.

"아, 비싸다. 비싸!"

"뭐지? 왜 결제가 튕기는 거야?"

두 번의 결제가 실패하고, 카드 사용한도를 확인해 보니 일일 결제금이 10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한도를 조정하려니 휴일이라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에잇, 귀찮게 다시 입력해야 되네."

한국시간 8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체크카드 사용한도를 조정한 후 항공권 예매를 한다.

"이제 돌아가면 되네. 설마 결항은 없겠지."

새벽 3시, 항공권을 구매하고 아직 잠들지 않고 있는 프세모 아저씨에게 소식을 알린다.

"예약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은 구매했지만 준비하고,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자전거를 두고 갈지, 자가격리를 할 공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한국에서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야 한다.

"그냥 여행하는 것이 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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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44일 / 맑음 ・ 16도
포즈나뉴 체르보낙
한국으로 입국하는 LOT 항공의 항공권을 예매하는 사이트가 열리지 않는다. "열리기는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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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따듯하게 변한 날씨, 푸릇푸릇 돋아난 새싹들의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LOT 항공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지만 여전히 예약시스템은 열려있지 않다.

대사관에 문의 메일을 남기고, 항공사에 메시지를 보낸다. 한 시간 정도 후 돌아온 답변은 코로나 사태로 26일까지 국제선의 운행이 중지되었다는 일반적인 답변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문구인데."

출국과 관련된 문의를 할 때마다 주재 한국대사관들은 해당 국가의 이민국이나 관련기관에 문의를 하라고 하고, 각국의 담당기관은 주재 한국대사관에 문의를 하라는 일반적인 답변만을 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답변 문구는 LOT 항공의 공지사항을 그대로 복사한 문구이다.

"되게 성의 없네."

주폴란드 대사관의 공지사항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항공사의 예약사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린다. 며칠 전 폴란드 정부가 코로나 검진키트를 한국에 요청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아마도 검진키트를 가져오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특별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제 포기한 치킨 스테이크의 재료들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간다.

넓적다리 3개와 필요한 야채들을 사고.

넓적다리의 뼈를 발골하고.

"생각보다 쉽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놓는다.

오후 늦게까지 컴퓨터 작업을 한 후 6시가 되어 치킨 스테이크를 굽는다.

"잘 될까?"

컵데기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감자와 마늘, 양파, 버섯, 당근을 함께 굽고.

중불 정도의 화력으로 천천히 껍데기 부분이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버터를 녹여 달콤한 향을 입힌다.

잘 익은 감자와 마늘 등을 걷어내고, 치킨을 뒤집어 안쪽을 천천히 굽고.

남은 기름에 버터를 녹이고, 간장과 설탕, 마늘과 양파를 다져 넣고, 식초가 없어 레몬즙으로 대신한다.

달콤 시큼한 소스가 걸쭉해지면 마무리, 소스의 맛이 매력적이다.

넉넉하게 소스를 뿌리고.

"치킨 스테이크 완성!"

"맛이 없을 수가 없네."

프세모 아저씨가 준비한 시원한 흑맥주와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한다. 알렉스에게 성공적인 치킨 스테이크의 소식을 전한다.

"맛있어 보인다. 스마츠네고!"

"좋은 맥주, 좋은 치킨, 좋은 시간.. 그리고 슬픈 개. 고마워 알렉스."

"치킨 스테이크 접수!"

"자넥, 오늘도 미안해."

내일은 자넥을 위해 개 간식으로 소시지를 만들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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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43일 / 맑음 ・ 16도
포즈나뉴
예약했던 KML항공사의 비행 일정은 취소되었다. "망할!". 알렉스에게 찜닭을 해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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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닭만들기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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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관련 영상들을 보며 새벽 시간을 보내고, 카톡으로 문의한 KLM 항공의 환불 문의에 대한 답변이 들어와 환불을 요청한다.

즉각 환불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불만스럽지만 환불 절차가 진행된 것에 만족한다.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날씨가 아깝다. 코로나 너!"

카시아는 아침으로 먹기에 아까운 예쁜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치킨 스테이크와 알렉스에게 만들어줄 찜닭을 만들기 위해 카시아와 슈퍼마켓에 들린다.

치킨 스테이크에 사용할 넓적다리 부위를 2개 고르고, 찜닭을 만들기 위해 넓적다리 2개와 날개 5개를 더 산다고 말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내용물을 보니 넓적다리 2개와 날개 3개뿐이다.

"뭐지?"

치킨 스테이크를 포기하고 모두 찜닭을 만들기 위해 닭을 손질한다.

"양념장은 이제 기본이지."

닭과 야채들을 준비하고.

슈퍼마켓에서 산 쌀을 씻어 불려놓는다. 동남아 쌀인 것 같은데 좁쌀만 한 작은 크기의 낱알이 너무 딱딱한 느낌이다.

"밥이 잘 되려나?"

재료를 준비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렉스가 도착하고, 카시아는 알렉스의 음식을 준비하려고 한다.

"내가 할게요."

서둘러 찜닭을 끓이고, 불려놓은 쌀로 냄비밥을 한다. 찜닭은 그런대로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물에 불려놓은 쌀은 시간이 부족해서 조금 걱정이 된다.

역시나 밥이 문제다. 약불에 천천히 끓여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니 조금 설익은 느낌이다.

그런대로 안쪽에 있는 밥을 덜어내어 양파 볶음밥을 만들고.

달짝지근하게 잘 조리된 찜닭과 함께 알렉스의 식사를 만들어 준다.

"어때? 나쁘지 않지? 쌀이 한국 쌀보다 좋지가 않다."

"맛있어!"

알렉스에게 가족과 먹을 찜닭을 싸주고, 카시아와 산책을 간다. 오늘부터 야외에 나갈 때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을 산책하는데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정부지침이니 따라야 한다.

"잠깐만, 마스크는 어디가 바깥이야? 나, 거꾸로 쓴 거야?"

체르보낙의 마을 길을 따라 산책을 한다. 조용한 시 외곽의 마을에는 새로 짓고 있는 단독주택들이 많다.

"자넥, 새소리 너무 좋지?"

정말 마음에 드는 숲과 마을이다.

설익은 밥으로는 계란볶음밥을 만드니 제법 괜찮다. 찜닭으로 볶음밥과 함께 저녁을 하고.

카시아의 아이스림과 버찌주로 디저트를 한다.

"이 술은 정말 마음에 들어!"

KLM 항공에서 메일과 메시지가 온다.

"다시 정상 운행을 한다고? 장난해!"

어플과 홈페이지에 취소가 되었던 항공편이 다시 열리고 체크인 메뉴까지 활성화가 되어있다.

알렉스에게 소식을 알리고, 항공사에 카카오톡과 왓츠앱으로 문의 메시지를 남겨도 대답이 없다.

알렉스에게 KLM의 폴란드 사무실에 전화 문의 부탁을 하고, 여러 채널로 문의를 해도 여전히 답변이 너무 느리다.

"이 늦은 시간에 어쩌라는 거야!"

알렉스에게 내일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물어보니 역시나 불가능하다. 알렉스는 버스가 없으면 자신이 자동차로 데려가 주겠다고 말하지만 왕복 2,000km가 넘는 거리를 픽업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항공사가 너무 불확실하다. 포기하는 것이 좋겠어."

KLM 항공을 포기하고, 페이스북을 확인하니 폴란드 대사관의 공지에 특별기 운행에 대한 소식이 올라와 있다.

"4월 22일 바르샤바 출발!"

인천으로 가는 직항 특별기가 생긴 모양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겠지만 국경을 넘을 필요가 없으니 괜찮은 차선책 같다.

폴란드의 LOT 항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예약사항을 알아보고 있으니 KLM 항공에서 전화가 온다.

빠른 영어 그리고 잘 들리지 않는 전화음성이다. 본인 확인을 하고 재예약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 같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이다.

"I canceled my ticket yesterday. Bye!"

여전히 답이 없는 카카오톡 상담에 환불 일정에 대한 문의글을 남기고 KLM 항공사는 머릿속에서 지운다.

프세모 아저씨에게 바르샤바 비행기에 대한 소식을 전하자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편을 검색하느라 바쁘다.

"내일 기차표를 사러 포즈나뉴에 가자."

"아니요. 항공권을 예약하면 그때 가요."

대사관의 공지사항이니 특별기의 운행은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약 사이트가 열리면 항공권을 구매하고 한국으로 잠시 돌아갈 생각이다.

"4월 16일, 정말 뜻밖의 선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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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42일 / 맑음 ・ 14도
체르보낙
갑작스러운 항공사의 비행 취소. "너희들 정말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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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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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아침은 계속된다. 북풍이 불어오는 날에는 날씨가 춥다고 한다.

카시아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역시, 남자 둘 보다는 여자 한 명이 세상에 이로워."

"싸비, 집에 가니까 좋아?"

"아니, 별로 가고싶지 않아."

"오늘은 한국에 선거가 있어요. 한일전!"

선거 개표방송을 보며 늦은 아침을 함께 한다. 내가 11시까지 늦잠을 잔 탓에 프세모와 카시아의 식사까지 늦어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프세모 아저씨와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간다.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버스비를 현금으로 결제하기로 했다.

"어느새 꽃들이 다 졌네. 아쉽다."

체르보낙 근처의 타운에 있는 은행에 들러 현금을 찾는다.

"싸비, 담배값도 함께 찾아!"

"담배 사기 편하겠네."

폴란드 결제 시스템이 조금 다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드 결제를 할 때 단말기 사용이 서툰 담당자들을 만나면 결제하기가 쉽지가 않다.

"자넥, 내 발 좀.."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냐!"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선거 결과도 좋고, 상쾌한 마음으로 출국 준비를 하려는데 항공편이 취소되어 있다.

"뭐냐?"

KML 항공을 재차 검색해도 모든 서울발 노선이 취소되었는지 검색이 되질 않는다. 알렉스에게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알렉스가 집으로 들어온다.

"난감한데, 일단 환불을 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운행되고 있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계획이 틀어지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다.

카시아, 알렉스와 산책을 간다.

"날씨 좋네."

영화를 보며 저녁을 먹고.

프세모의 친구가 벚찌로 만든 수제 술인데, 달콤한 향이 좋고 맛이 좋은 술이다.

"내일은 치킨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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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KLM 항공권을 구매하고, 자전거와 짐을 함께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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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알렉스의 문자, 17일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예매해 놓았다고 한다.

"알.. 렉스, 나 귀국일자 아직 결정 안 했는데."

"그래, 어려운 문제인데 이번에도 네가 결정을 해주는구나. 고마워."

 

금요일과 토요일의 귀국일을 놓고 다시 고민을 한다.

 

자넥은 산책을 가자며 프세모 아저씨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졸라댄다.

 

고민 끝에 금요일 출발하여 토요일 한국에 도착하는 일정이 괜찮을 것 같아 17일 귀국 편 항공권을 예매한다.

 

"됐어."

 

항공권을 예매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 진다. 독일의 국경을 넘어 네덜란드로 무사히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나저나 자전거와 짐들을 어떻게 하지?"

 

자전거와 화물의 추가비용도 신경이 쓰이지만 무거운 짐들을 들고 이동을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한 기분이다. 한두 달 귀국 후 돌아올 수 있다면 자전거를 가지고 갈 필요는 없지만 팬데믹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으니 막막할 뿐이다.

 

팬데믹이 길어지면 국내에서 여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려면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텐데 말이다.

 

카시아는 병원에서 중국산 덴탈마스크를 충분하게 가져다 놓았다. 밖에 나갈 일은 없지만 덴탈 마스크라도 고민 없이 사용할 수 있으니 좋다.

 

"이건 뭐 악몽과도 같네."

 

전 세계가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되어 붉게 변해있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넘을 수 있는지 정보들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낸다.

 

카시아가 만들어 놓은 음식들로 늦은 점심을 하고.

 

프세모 아저씨와 내일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가기로 하고 뒤숭숭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정말 돌아가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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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검색해서 알려준다. "돌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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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알렉스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과 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을 검색해서 알려준다.

"암스테르담에 한국으로 가는 저렴한 직항노선이 있고,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버스가 포즈나뉴에 있어."

날이 흐리고 쌀쌀한 바람이 불러오는 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선택을 알렉스가 도와준다.

"잠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보다."

현재 한국으로 출국을 할 수 있는 공항은 체코의 프라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이 있다.

프라하와 독일의 직항편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가장 저렴한 노선은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KLM 항공이다.

일단, 알렉스가 알려준 KLM 항공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항공편을 검색하니 주 3회 정도의 운행표가 검색된다. 평상시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120만원 정도의 국내 항공사의 절반 가격이니 괜찮은 편이다.

"언제 갈까? 가야 하나?"

폴란드의 락다운은 26일까지 연장된 상태이고, 이동제한은 16일까지이지만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연장될 것이다.

주변 국가의 국경폐쇄는 4월 말까지 연장된 상태고,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태라 국경 폐쇄도 계속될 것 같다.

"17일? 19일? 아니면 26일까지 기다려 보고 결정할까?"

"암스테르담 너무 먼데. 14시간?"

암스테르담보다 가까운 프랑푸르트나 프라하의 교통편을 검색하고 있으니 프세모는 암스테르담이 편할 것이라고 한다. 포즈나뉴에서 가까운 프라하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9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아마도 다이렉트 노선이 아니고 여러 곳을 돌아가는 노선이고, 도로가 좋질 않다고 한다.

"암스테르담까지 1,000km, 한숨 나온다."

국제선 공항과 철도가 운행중지 된 폴란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이 되는지 알렉스에게 다시 확인을 하니 서유럽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장거리 버스 노선이 많다고 한다.

"개인 버스 렌트 같은 것인가?"

100유로 정도의 버스비 그리고 공항까지 다이렉트로 갈 수 있다는 정보로 보아 대중교통편은 아닌 것 같다.

네덜란드 대사관과 독일 대사관에 문의 메일을 보내고, 육로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지 그리고 쉥겐 기간의 문제는 없는지 확인을 한다.

월터에게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묻자 감기가 걸렸다고 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피해가 생각보다 큰 상황이라 조금 걱정이 되지만 아직 젊은 나이니 잘 쉬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글쎄, 사람들은 7월까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잠시 한국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유럽의 친구들은 대부분 7월, 8월 정도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최소 2~3달, 이동제한은 그보다 빨리 풀리겠지만 닫힌 국경들이 열리려면 꽤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알렉스, 일단 19일이 좋겠어. 정보를 더 알아볼게."

현재까지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항공편이 있지만 국경을 넘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른 여행객들이 독일의 국경을 육로로 넘어 프랑크푸르트에서 국내 항공기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국경을 넘는 것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돌아 가도 2주간 자가격리란 말이지."

귀국을 결정하지 못하고 인터넷을 닫는다. 폴란드에 머물든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든 여행을 할 수 없는 지금에는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다.

남은 음식들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떠나기 전에 치킨 스테이크를 도전해 볼까."

유튜브를 떠돌며 시간을 보내고, 새벽 무렵 미루고 미루었던 '그날, 바다'를 시청한다. 정지영 감독의 새 다큐멘터리 '유령선'이 개봉한다는 소식도 있고, 이틀 후면 세월호 6주기 이기도 하니 게으름을 떨쳐본다.

세월호에서 코로나까지, 어쩌면 지금의 한국은 그날의 바다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걱정 마, 여행은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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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9일 /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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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악화되는 유럽의 코로나 상황이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이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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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929시간

 
고민고민
 
해피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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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메시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알렉스와 월터의 메시지다.

 

월터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오고, 알렉스는 아이들을 위해 나무집을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폴란드적인 감성이랄까."

폴란드인들의 삶은 느리지만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다.

늦은 아침인데도 슈퍼마켓이 닫혀있다. 프세모에게 코로나 때문인지 물으니 부활절이라 쉰다고 한다.

"아, 부활절."

따듯한 아침 햇볕을 쬐고.

"너희들도 짝이 있는데. 그건 그렇고 염장질이냐!"

 

카시이가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점심을 하고.

러시아의 음식처럼 별 다른 거부감이 없는 편안한 폴란드의 가정식이다.

 

업데이트되는 코로나의 정보들을 검색하며 하루를 보낸다. 쉽게 지금의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혼돈의 유럽이네."

매운 라면과 순한 만두국으로 저녁을 먹고.

프세모와 보내는 체르보낙의 날들은 너무나 평온하고 편안하지만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렇게 돌아가야 하나?"

"Happy Easter, Xavi!"

폴란드의 정서와 삶의 방식은 정말 마음에 든다. 소박하고 느리지만 다정하고 친근하다.

"여행이 끝나더라도 폴란드에서 느낀 삶의 여유를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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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8일 / 맑음
체르보낙
조용하고 느린 삶, 폴란드의 시간이 흘러간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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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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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시간
1,929시간

 
강변산책
 
찜닭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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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보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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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까지 늦잠을 잔다. 피곤함이 없는 피곤함의 난해함이 있다.

카시아는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찜닭을 만들기 위해 카시아에게 생닭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슈퍼마켓에서 닭날개들을 사 온다.

 

"하하하. 어쩔 수 없지!"

 

날개들을 손질하고, 달달한 간장소스를 만든다.

 

야채들을 손질하고.

 

닭날개들을 간장소스에 넣어둔다.

 

카시아는 울라의 가족을 만나러 산책을 가자고 한다. 카시아의 첫째 딸인 울라는 수잔나와 잉카라는 두 명의 딸이 있다고 한다.

 

봄의 햇볕과 바람이 좋은 날, 바르타 강의 입구에서 울라의 가족을 만난다. 카시아와 많이 닮은 울라 그리고 울라를 닮은 수잔나, 금발의 귀여운 꼬마 잉카와 울라의 남편이 검은 개와 함께 차에서 내린다.

 

울라의 가족과 함께 알렉스와 함께 걸었던 바르타 강변을 산책한다. 울라의 검은 개는 자넥과 달리 힘이 넘치는 천방지축이다. 늙은 자넥과 사이가 안 좋은 검은 개, 사실은 자넥이 울라의 개를 싫어한다고 한다.

 

"잉카, 재밌어?"

 

금발의 곱슬머리 잉카는 정말 귀엽다.

 

역시나 산책이 길어지면 힘들어하는 자넥은 집으로 돌아가자며 목줄을 끌어당긴다.

 

"자넥, 힘들지?"

 

식사와 술자리가 우선인 우리와 달리 유럽의 가족들이 만나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문화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울라의 가족과 헤어지고, 카시아는 울라가 선물한다며 양말을 건네준다.

 

"와, 땡큐. 울라!"

 

간장 양념이 잘 스며든 닭날개들을 끓이고.

 

당근과 감자 그리고 야채들을 순서대로 넣고.

 

"찜닭 완성!"

 

달콤하게 만들어진 찜닭은 매우 만족스럽고, 프세모와 카시아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당면만 있었으면 완전 대박이었는데."

 

오늘도 카시아에게 노트북에 저장된 영화를 보여준다.

 

카시아는 영화를 보고 프세모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농사와 전쟁을 반복하는 체르보낙의 오후다.

 

"느린 폴란드의 삶에 익숙해지는 느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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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7일 /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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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코로나 락다운 조치가 다시 연장되고, 제한조치가 더욱 강화된다. "아, 코로나 끝이없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5,66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929시간

 
락다운연장
 
산책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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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보낙
 
체르보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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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일어나 첫 번째로 하는 주폴란드 대사관의 페이스북 접속, 4월 11일까지 내려졌던 이동제한 및 락다운 조치는 2주 동안 더 연장되었다는 뉴스다.

기대했던 공항과 철도의 운행도 26일까지 운행정지가 계속되고, 16일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태리 등의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북유럽과 러시아까지 확진자가 증가되는 상태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조금 아쉽기는 하다.

프세모도 자고, 자넥도 자고, 나도 잔다. 달콤한 낮잠이다.

오후에 퇴근을 한 카시아와 함께 산책을 한다.

"자넥은 오늘도 힘들어."

 

잡지는커녕 종이신문조차 잘 보지 않는 한국과 달리 러시아나 유럽의 아날로그적인 모습은 정감이 있다.

 

카시아의 버섯수프는 부드럽고 맛이 좋다. 요리를 즐겨하지 않는다는 카시아의 말과 다르게 쉽게쉽게 음식을 잘 만드는 편이다.

 

나른한 봄날의 오후가 느리게 흘러간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코로나는 언제쯤 끝나는 거야?"

 

폴란드의 코로나 락다운 조치가 길어지고, 느린 시간의 흐름과 달리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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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36일 / 맑음
체르보낙
폴란드의 코로나 바이러스 락다운 결정 후 10일이 지나간다. 국경이 다시 열리는 것까지 바라지 않지만 이동제한과 숙박시설의 영업중지는 해제되었으면 좋겠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5,66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929시간

 
킹덤
 
맥주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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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보낙
 
체르보낙
 
체르보낙
 
 
1,32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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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쌀쌀한 바람이다.

폴란드 정부의 새로운 지침이 발표됐다. 비자 연장자와 무사증 체류자의 폴란드 체류기한을 별도의 서류 신청 없이 제한 조치 기간 동안 연장을 해준다고 한다. 제한 조치가 끝나는 날부터 30일 이내에 출국을 하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굿, 돈도 안들고 편하니 좋네."

아마도 서류를 주고받는 영사업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니 전체에 대한 임시조치를 해버린 것 같다.

오전의 슈퍼마켓에는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줄을 서 있고.

쌀쌀한 바람과 달리 햇볕은 좋은 날이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왕좌의 게임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게임을 하는 알렉스의 아버지, 왕좌의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정주행을 하려니 시즌8까지 방송이 된 시리즈의 수가 너무 많다.

"한국 좀비 드라마가 있다던데."

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는 킹덤을 다운받아 시청을 한다.

"뭔가 어설픈데."

궁전 왕실의 모습이나 한국의 풍경들이 담긴 영상은 꽤나 흥미로운데 디테일하지 못한 전개가 아쉽다. 자꾸 어디로 향하는 시나리오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패턴이고, 무엇보다 좀비에 대한 설정이 어설프다.

"역시 좀비 영화는 체질에 안맞아!"

몸을 꼬며 뛰어다니는 좀비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좀비 영화는 정말 지루하고 유치하다.

"왕좌의 게임이나 정주행 해야겠다."

"날씨는 이렇게 좋은데."

낮잠을 자고, 오늘도 시원한 기네스 한 잔을 하고.

조금 출출하여 계란볶음밥을 만들어.

간식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달이 참 밝다."

체르보낙의 편안한 날들이 지나간다. 

 

"이제 락다운이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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