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2일 / 맑음 ・ 36도
감포-경주-울산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울산으로 향한다. "바다가 그리워질 거야."
급작스레 더워지는 텐트, 뜨거운 아침 기온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뭐야? 겨우 8시인데."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자료를 정리하며 여유가 생긴 아침을 즐긴다.
울산까지 40km 정도의 거리, 넉넉한 시간의 여유다.
"맘껏 게을러져야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이런 아침이라면 피곤하게 깨어나도 좋을 것 같다.
나정 해변의 조약돌들은 유난히 둥글고 예쁘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발을 디디면 이상하게 아프다.
속초에서부터 많은 해변의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뭔가가 아쉽다.
"바다.. 시간.."
12시가 되어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울산으로 출발한다. 나정 해변의 근처, 어제 검색을 해두었던 뷔페식당으로 찾아간다.
넉넉하게 그릇을 채우고, 두 접시를 비운다.
"너무 비정상적인 식사인가?"
품위있는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일차원적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이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이 든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포만감으로 고개를 넘고 마주한 첫 번째 해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배가 너무 부르다. 미련한 것 같아!"
작은 고개들이 이어지고, 더운 날씨는 메마른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음료수가 필요해."
한적한 조약돌 해변을 지나고.
울산으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환타 한 병을 사든다.
"선화야, 여기 관성 솔밭 해변인데 어디로 가는 것이 편해? 중간에 산이 있는데!"
"산 없는데요."
울산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450미터의 무룡산을 넘어가야 한다.
"산 있는데!"
"아, 그냥 언덕이죠! 별거 아닙니다."
무룡산 고개를 피할 수 있는 길은 해안을 따라 멀리 돌아가는 길뿐이가 보다.
일단 마지막 동해안 바다인 해변에 발을 담근다. 뜨거운 한낮의 기온과 달리 어느새 무릎에 와 닿는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살결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거품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움직임이 좋다.
밀려가고.
부서진다.
"잘 있어라. 바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울산시 외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울산 북구를 지나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 31번 국도를 벗어나 무룡산을 넘어가는 옛길로 들어선다.
로드바이크와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의 경쾌한 질주를 부러워하며 무룡산 고개를 오른다. 높지 않은 경사로 길게 이어지는 고개 그리고 30도를 훌쩍 넘어간 한낮의 무더위가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느려진 페달링으로 1시간 정도의 업힐을 끝내자 고개의 정상에 작은 쉼터가 보인다.
"선화, 이놈의 촤식!"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서는 온몸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땀이 흘러내린다.
"밀크커피, 세상 맛있는 맛이다."
쉼터의 노점에서 파는 밀크커피의 맛이 꽤나 매력적이다. 밀크커피를 만드는 비율이 궁금해진다.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히고, 긴 내리막을 달려 울산 시내로 접어든다. 태화강의 잘 생긴 자전거 도로를 따라 바이크하우스 매장이 있는 삼산동으로 향한다.
태화강을 건너고.
"덥다. 더워."
선화가 운영하는 바이크하우스에 도착한다.
"형님, 오셨어요!"
"죽겠다. 시원한 것 아무거나 줘."
반갑게 맞이하는 선화와 시원한 매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땀과 피로를 식힌다.
손님을 응대하는 동안 한가롭게 매장을 어슬렁거린다.
"멋진가?"
자전거 샵을 오픈한 지 10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샵을 운영해온 선화가 대견하다.
최근에 스페셜라이즈드 취급점이 된 바이크하우스, 2년 사이 새롭게 변화된 자전거들을 시스템을 구경한다. 전동 시스템으로 바뀐 쉬프터와 변속기 그리고 싱글 크랭크와 함께 장착된 쟁반만 한 크기의 52T의 체인링들이 새롭다.
"자전거는 클래식한 맛이 있어야지. 너무 편해진다."
8시, 선화와 함께 저녁을 먹고.
"경상도의 소주도 먹어봐야지."
꽤나 입맛에 맞는 고깃집, 물론 고기라면 입맛에 안 맞는 것이 없다.
더위는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로 이어진다.
선화는 작은 호텔의 프런트에 무조건 좋은 방을 달라며 핸드폰으로 결제를 한다.
"이런 좋은 숙소는 필요 없는데."
"푹 쉬세요. 형님."
시원한 샤워를 하고, 넓고 쾌적한 침대에 쓰러진다. 아침 일찍 깨어난 날의 피곤함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이 찾아든다.
"쾌적한 방, 시원한 에어컨, 편안함 침대, 뽀송해진 몸인데, 뭐가 문제냐?"
새벽 6시가 가까워지며 겨우 기절을 한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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