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와달리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에게 9,000원의 식사권이 저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생각했다. "단체객에게는 별도의 디스카운트가 있나?"
두번째 접시를 비운 후, 계산대에 다가가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음식을 조금 담아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자전거 여행중인데요. 죄송하지만 추가요금을 내고 조그마한 찬통에 음식을 싸갈수 있을까요?"
식권을 구매할 때 젊은 남자분이 아닌 식당의 주인장쯤으로 보이는 어르신께서는 바쁜듯 음식의 외부반출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한식 찬들이 기본인 음식에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식당의 규정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인심이 조금 박하네." 생각하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에 한 접시 더 먹고 나갈까 생각하다 충분히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식혜음료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어쨌든 잘 먹었다."
다시 평탄한 해안의 구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더워진 날씨에 져지와 바람막이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라이딩을 이어갔지만 동해의 햇볕을 바라보며 달리는 라이딩은 든든한 식후 나른함과 함께 게으른 페달링을 만들어냈다.
고래불해변을 지나 쭉뻗어있는 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기로 했다. 잠시 쉬며 한마음 대게수산에 전화를 걸었다. 대게를 주문해 놓으면서 생물로 보내달라는 메세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한두차례 전화 대기음이 울리고 "어머, ***님의 남편 사장님. 안녕하세요?"하며 여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야, 너, 이것, 저것 아무렇게나 불려왔지만 누구의 남편이라는 칭호는 처음이였다. 어색하고 낯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불리움에 잠시 먹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남편이라니."
여전히 친절한 목소리로 어제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부등을 전하고 나서야 대게 주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 웃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틀후에 배가 들어올 것 같아요. 그때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택배로 보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급한건 아니니 알아서 해달라 전하고 한번더 만나뵙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였다.
고래불대교를 넘어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았다. 항구와 마을을 지나치며 볼수있는 대게와 홍게를 판매하는 광고물들은 어느새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들고 바뀌어 있었다.
도로변을 따라 2미터정도의 봉들을 줄로 이어 세워놓거나 비슷한 구조의 신식 건조대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중 오징어를 말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 용도를 알게되었다.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나?" 생각하였다.
반건조 오징어 6마리 만원으로 시작된 길가의 직판장은 대게를 파는 영덕에 가까워졌을 때 4마리에 만원으로 바뀌었다. 한봉지 사서 맥주 한캔을 하고 싶었지만 잇몸과 치아가 좋지않아 씹는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나는 그저 마음뿐이다.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한마리만 사서 먹어볼 것을."
포항까지 이동하는 100Km가 안되는 거리에 조금 마음을 놓고 여유를 부린 것인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에 지친 것인지 좀처럼 라이딩 속도가 나지않았다.
축산항에서 잠시 쉬며 남은 거리를 보았다. "아, 겨우 1/3 온거야?"
축산항을 지나 마주한 20번 지방도로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오르막의 끝에 잠시 낚시를하는 사람들의 한가로움을 구경하였다.
무언가 취미가 있어야 한다면 낚시를 배워보고 싶었다. MTB를 타며 낚시에 대해 조금 잊고 살지만 언젠가는 꼭 저들처럼 바다낚시를 하며 하루쯤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물고기를 잡는 손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별관심은 없다. 잡거나 못잡거나 그만인 일일뿐이지만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과 파도소리에 묻혀 시간의 망중한을 사치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영덕의 해맞이 공원을 앞두고 예상했던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의 힘겨움보다 페달링에 힘이 가해지며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왼쪽 발목의 통증이 전기자극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부근의 풍력발전기의 날개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반대편을 향해 날개가 향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맞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꼭 힘든 곳에는 저 바람개비가 하나씩 있더라. 인제 용대리, 울릉도 현포령 이번엔 여기라니?"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이 없는 확트인 공간이였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해가뜨는 것을 보면 장관이긴 하겠다."
해맞이 공원으 내리막길 끝에 위치한 영덕 해양환경 체험관의 조형물이 갈길이 바쁜 자전거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