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82일 / 눈
헬싱키-에푸스
헬싱키의 휴식을 끝내고 스웨덴으로 향한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키 라이딩이 시작되는가?"


이동거리
20Km
누적거리
18,620Km
이동시간
5시간 19분
누적시간
1,347시간

 
스시뷔페
 
유심카드
 
 
 
 
 
 
 
15Km / 4시간 10분
 
05Km / 1시간 09분
 
헬싱키
 
레파바라
 
에푸스
 
 
23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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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도록 아희와 대화를 하고, 유럽의 경로를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피곤하게 잠이 깬 8시,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올 것이 오는구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핀란드의 사람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짐들을 정리하고, 조식으로 나오는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아희가 추천한 스시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유심카드를 산 다음 투르쿠로 떠난다."

여전히 눈은 계속해서 내린다.

어제보다 한산한 조식 타임이다. 아마도 10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몰려나올 것 같다.

일단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 하나는 아침의 출출함을 달래고, 두 개는 포장을 한다.

비싼 숙박료에 대한 반항으로 마음껏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가 마무리되는 사이 로비에서 아희를 마주친다.

"이제 가시는 거예요?"

아희는 감기약 세 정을 건네준다.

체크아웃을 하고 저녁에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아희는 짐을 숙소에 보관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보다. 그녀의 두 손에는 빈 캔과 물병이 들려있다.

"뭔데 어제부터 계속 마시는 거야?"

"아니요. 이거 반납하면 15센트 환불해 줘요."

"오, 큰 봉지 하나 달고 빈 캔들 모으면서 다녀야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동안 키가 큰 남자가 자전거를 보더니 말을 걸어온다.

어제 보았던 자전거 여행자인데, 자전거를 슈퍼 앞 가로등에 묶어둔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자전거 보관 추가요금이 싫어서 밖에 두었나 싶었고, 슈퍼 옆에 놓인 자전거 거치대에 앞바퀴만 남은 것들이 보여 핀란드도 자전거 도난이 많은가 싶기도 했었다.

폴란드 자전거 여행자 라이언, 발트해 3국을 거쳐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왔다고 한다. 영어가 유창한 아희가 있으니 편하다.

"패니어에 담아 가고 싶네."

폴란드에 가면 라이언에게 연락을 하겠다며 왓츠앱을 연결하고, 아희는 라이언에게 스시 뷔페를 소개한다.

"알 럽 스시."

라이안과 만남으로 출발 시간이 늦어지고, 아희와 라이언과 인사를 전하고 출발을 한다.

"씨유 베를린, 씨유 폴란드."

숙소 근처의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어제 만난 여직원이 친절하게 엽서를 보내준다.

눈이 내린 도로는 미끄러워 조심조심 페달을 밟아간다.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라이언이 작은 언덕 아래에 서있다.

"내리막에서 넘어졌어."

허리가 아픈지 라이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라이언의 타이어를 보니 트레드가 없는 민무늬 타이어이다.

"조심하지. 천천히, 천천히."

스시 뷔페로 가기 위해 앞장을 섰지만 라이언은 따라오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는 건가?"

수줍은 페달링으로 천천히 시내로 들어서고, 길을 지나치던 할아버지는 스파이크 타이어가 필요하다며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마지막 여행지 캐나다나 알래스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스파이크 타이어는 그냥 짐이다.

"대충 여기 어딘데?"

"찾았다!"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 처음 봐요?"

작은 식당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

잠시 후 라이언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괜찮아?"

라이언은 여전히 허리가 좋지 않은가 보다.

"키가 커도 문제군."

197cm라는 라이언은 건장한 몸이라 더욱 커 보인다. 라이언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복잡한 대화에 커뮤니케이션 안되니 조금 당황한다.

"괜찮아. 너도 월터처럼 곧 익숙해질 거야."

두 시간 정도 초밥을 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린다.

"벌써 2시네."

"응, 곧 해가질 거야."

라이언과 폴란드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럼, 가 볼까!"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유심카드를 사기 위해 헬싱키 근교의 대형 쇼핑몰을 찾아간다.

작은 공원을 지나고 복잡해진 자전거 도로를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고,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었을 뿐인데 어두워지냐?"

공원에서 만난 남자는 쇼핑몰의 위치를 보더니 길을 안내해 준다.

복잡한 시내길을 그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지날 수 있었다.

"앤틱, 고마워!"

기차역과 연결되는 대형 쇼핑몰의 텔리아 매장으로 들어간다.

아주 친절하고 유쾌한 남자 직원의 도움으로 즐겁게 데이터 상품을 안내받는다.

핀란드의 ID 카드가 있는지 묻더니 없다고 하자 두 종류의 상품을 알려준다. 1달과 1주일 사용할 수 유심카드는 호스텔에서 판매하던 유심카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핀란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3~4일 정도밖에 못쓰지만 어쩔 수 없다.

"인터넷 언리밋?"

"예."

인터넷을 개통하고 슈퍼에 들러 빵과 음료수를 사고.

대형 쇼핑몰 지하로 연결되는 공간에 잘 갖춰진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4시가 되어가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갈수록 해가 짧아지는 이상한 나라다.

자전거 도로는 흙길로 변하더니.

공사 구간으로 바뀐다.

"겨우 4신데."

눈이 쌓인 길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도로변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초밥을 먹었는데, 힘쓸 일이 없네."

"그나저나 이 기나긴 밤을 어쩌란 말이냐!"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조용하게 눈이 내린다.

텐트에 쌓인 눈들을 털어내고.

"밤 하늘이 참 오묘하다. 오로라가 펼쳐지면 정말 좋을 텐데."

140km 투르쿠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짧아지는 일조시간과 날씨, 쉥겐기간을 생각하면 투르크에서 스톡홀름으로 건너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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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1일 / 맑음
헬싱키
헬싱키의 중심에서 특별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루를 편히 쉬며 비와 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60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42시간

 
자전거정비
 
아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헬싱키
 
헬싱키
 
헬싱키
 
 
2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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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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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늦게 뜨니 잠이 깨는 시간도 느려진다. 해가 정말 짧은 이상한 나라 핀란드다.

"오늘도 추워!"

"이게 아침 식사군."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어 먹는 사이 어젯밤 잠깐 보았던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여자는 진학에 대한 상담을 위해 헬싱키로 건너온 모양이다. 아주 밝은 느낌을 갖은 여자 아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만나게 되는 웃는 얼굴의 사람들, 나의 삶과 성격의 대착점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미소를 보면 생경함과 함께 강한 호기심이 일어난다. 온갖 고민과 상처의 시간들이 비껴나간 듯한 웃는 얼굴의 사람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고, 그 웃음을 사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눈물보다 나로 인해 사라져가는 그녀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 힘든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깔끔한데, 좀 더 지저분하게 써야지."

두 개의 손잡이가 모두 부러지고 지퍼가 열린 텐트를 어렵게 정비하고.

여자아이는 신라면과 누룽지를 선물해 주었다.

기능을 하지 않는 브레이크를 정비하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간다.

"잘 있군!"

앞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고.

"완전히 마모됐군."

뒷쪽 브레이크의 속선이 녹이 슬어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면 겉선과 속선을 교체해야겠다.

앞 바퀴의 허브도 유격이 발생했고, 크랭크와 저단 스프라켓의 마모도 심하고, 앞뒤 렉들은 부러졌고, 변속기들의 케이블과 드레일러들도 텐션이 떨어져 변속이 원활하지 않다.

"비비도 흔들리는데, 전체적으로 상태가 엉망이네."

자전거 브레이크를 정비하고 유심 카드와 엽서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근처에 우체국에서 엽서를 사고.

"관광 엽서보다 이번에는 북유럽의 동화 같은 컨셉으로."

역시나 엽서도 비싸고, 우표도 비싸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핀란드의 통신사 Telia 매장은 찾지 못하고 맥도날드로 간다.

"고기가 없으면 아쉬운 대로 너라도."

김치버거 세트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일일 교통카드를 사서 시내를 둘러볼까 고민도 했지만 춥다.

"추워서 싫다!"

"유럽에 가면 모두 것에 가격표가 붙어있다더니."

저녁으로 남은 계란을 모두 해치우고.

"빵! 빵! 빵!"

자료를 정리하고 유럽의 경로를 다시 계획하며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월터를 만나려니 시간과 경로가 모두 어려워진다.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보내고 싶지 않은데."

밖으로 나오니 체크아웃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여자아이가 컵라면의 나무젓가락을 건네준다.

"사우나 했어요?"

핀란드의 사우나와 함께 멋진 하루를 보낸 듯한 웃는 얼굴의 김아희,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대화들을 오랫동안 이어간다.

"20대, 왜 보석처럼 빛나는 그 시간들은 모두가 혼란스럽고 알 수 없는 삶의 고민들로 힘이 들까."

현재의 결론은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해답이 없는 문제에 몰두하느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현재의 삶이 나의 것이 되도록 진심을 다하면 그만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요!"

이토록 쉬운 대답이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혹은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타인의 시선을 투영시키는 것은 자기모순이나 자기부정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러니까..."


우리는 단지 살아갈 뿐이다. 자신의 현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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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0일 / 맑음
쿨로-헬싱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향한다. 북유럽의 도시들은 어떤 분위기와 느낌일지 궁금하다.


이동거리
47Km
누적거리
18,600Km
이동시간
4시간 43분
누적시간
1,342시간

 
170도로
 
170도로
 
 
 
 
 
 
 
20Km / 1시간 20분
 
27Km / 2시간 23분
 
쿨로
 
오스터
 
헬싱키
 
 
210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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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서리와 함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이른 저녁 잠든 탓에 11시가 되기 전 잠이 깨고,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하는 빈 공백의 시간을 마주한다.

간간이 지나치던 차량의 소음마저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 소리만이 들려오는 밤이다.

"이런 시간에 깨어날 줄 알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다운로드해 놓았던 영화들을 뒤적거린다.

"어벤져스나 마저 볼까."

무례한 무언가가 파고들 시간의 공백을 지워낸다. 영화를 보고 텐트 밖으로 나가려니 역시나 지퍼가 얼어붙어 꼼짝을 하지 않는다.

두어 차례 지퍼를 올리려 시도하다 툭하고 지퍼의 손잡이가 끊어지고 만다.

"아니, 별로 힘도 안 줬는데."

기어나가듯 텐트 밖으로 나가 소변을 보고, 다시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 온다.

"에쉬, 텐트도 망가지기 시작하네."

새벽이 되어 다시 여분의 단잠에 빠져든다.

40km 정도가 남은 헬싱키, 아침을 거르고 바로 출발을 준비한다.

짐들을 정리하고 바깥쪽의 손잡이를 당겨 지퍼를 올려보려 하니 이번에는 손잡이 고리가 끊겨나간다.

"명품과 짝퉁의 차이랄까. 사소한 것부터 차이가 나는가 보다."

어쨌든 난감해진 텐트의 문제지만 지금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텐트와 씨름을 하느라 10시가 되어서야 헬싱키로 향한다. 찬바람에 손과 발이 시려온다.

"신발을 바꾸던가, 경로를 바꾸던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천천히 속도를 높여가고.

헬싱키의 경계를 지나친다.

"헬싱키는 어떤 모습이려나?"

역시 기름값도 콧대가 세다."

겨울철의 추위 때문인지, 도난의 문제인지 공공건물처럼 보이는 곳의 자전거 보관대가 건물 안쪽에 잘 마련되어 있다. 어느 쪽이든 자전거 관련 인프라는 너무나 좋은 핀란드이다.

헬싱키의 시 외곽에 이르러 반가운 맥도날드의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침도 먹을 겸 와이파이도 필요해서 고민 없이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김치세트?"

햄버거 세트 상품의 이름에 왜 김치가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반가운 마음에 '김치버거'를 외쳤더니 종업원이 버거만을 주문받는다.

"저기 프렌치프라이, 코크도!"

"뭔데, 8.95유로나 하냐?"

제법 맛이 좋은 햄버거지만 아침을 거른 탓에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

"콜라 리필도 안 되고, 아! 이러다 죽겠다."

와이파이로 숙소를 검색하니 어제 보아두었던 숙소의 가격이 64유로로 올라있다.

"뭐냐. 이 금액이면 중국의 좋은 주점의 맛있는 조식포함 가격이잖아!"

오후가 되면 가격이 떨어질까 싶어 예약을 하지 않고 시내로 출발을 한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헬싱키의 풍경 그리고 인도와 함께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계속된다.

여러 방향으로 나누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찾는 생소하지만 차량들의 양보와 운전 스타일도 좋고 꽤나 편하다.

핀란드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헬싱키의 첫인상은 핀란드라는 나라의 느낌처럼 깔끔하다.

마치 정리정돈이 잘 된 친구의 방처럼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난 러시아 타입인가 보네."

헬싱키 대학을 지나 헬싱키 대성당 앞에서 헬싱키 입성을 외친다.

"아, 춥다."

"성당이 박물관처럼 생겼네. 근데 첨탑이 없냐?"

"여기가 아니잖아!"

한 블럭을 더 들어가니 작은 광장이 나오고 높은 계단 위로 헬싱키 대성당의 모습이 나타난다.

소수의 중국 관광객들이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성당의 모습도 핀란드스럽다."

"하여튼 왔다!"

"알렉산더 2세? 내가 러시아의 알렉산더들을 좀 알지! 푸시킨의 알렉산더!"

구시가지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헬싱키 항구가 보이고.

"저기 건너편에 탈린이 있을 텐데. 참 멀리 돌아왔네."

종소리를 울리며 트램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헬싱키의 중심 시가지.

선물가게에 들러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산다. 수제 귀걸이 같은 것을 열심히 설명하는 주인에게 작은 냉장고 자석만을 흔들어 보이니 김이 빠진 목소리로 6유로를 말한다.

"라트비아 물가의 3배는 넘겠다."

머릿속에 추운 날씨와 높은 물가 생각뿐이다.

이상한 생각이지만 너무나 깔끔한 핀란드 시내를 보니 괜스레 불량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뭔가 흩트려 놓고 싶다."

산책을 하듯 걸으면 좋을 것 같은 도시지만 너무 추워서 귀찮아진다.

시내의 청동 조각상들이 인상적이다.

유명 패션 브랜드 샵들이 들어선 시가지를 지나며 프리 와이파이를 잡아보지만 쉽지가 않고.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숙소를 찾아간다.

추운 날씨에도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숙소의 방향을 따라 사람들을 따라간다.

"겨울의 핀란드라니, 계절이 아쉽다."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비롯해서 핀란드까지 건널목에서의 운전 매너들은 정말 부럽고 좋다. 신호등의 유무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정차를 해서 기다려주는 문화는 본받을만하다.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았다. 호스텔의 와이파이로 예약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전혀 저렴하지 않은 저렴한 호스텔이군!"

이틀을 보내는데 42유로의 호스텔 숙박료는 너무나 가혹하다.

꽤나 넓은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의 보관을 물어보니 매뉴얼북 같은 것을 꺼내어 살피고 일일 4유로의 추가요금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어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추가 요금을 내고, 지하 주차장에 자전거를 보관한다. 특별한 보관 장소도 아닌데 추가 요금을 받는다는 것이 조금은 야박하게 느껴진다.

가장 안쪽의 아늑한 침대라 편하고 좋다.

"어떻게 하면 비싼 숙박료가 아쉽지 않을까?"

왠지 샤워를 열 번 정도 하거나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무한으로 해치우고 싶다.

일단 슈퍼로 내려가 이틀 동안 먹을 음식을 구매한다.

빵, 계란, 석류잼을 사는데 만원의 금액이다.

"가늘게 떨리는 손떨림은 추위 탓이겠지."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얼어붙은 텐트와 젖은 것들을 모두 말린다.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도 추위처럼 얼어붙고.

"그냥 푹 쉬자! 아무것도 안 할 거야!"

특별한 매력이나 관광지가 없는 곳처럼 느껴지는 도시 헬싱키, 편하게 쉬는 것이 특별한 것 같다.

유럽의 경로를 결정하느라 밤늦게까지 구글맵과 씨름을 한다. 쉥겐기간을 아껴서 유럽의 도시들에서 보낼 시간의 여유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슬란드, 오로라... 아!"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표는 저렴하지만 수화물 비용이 너무나 비싸다. 자전거를 놓고 아이슬란드로 가려니 쉥겐기간의 압박이 느껴지고, 경로를 잡기가 너무 힘들다.

"몰라. 내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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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9일 / 맑음
코트카-쿨로
비와 추위, 핀란드의 겨울이 시작된 느낌이다. "북유럽의 겨울을 얼마나 추우려나?"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553Km
이동시간
7시간 00분
누적시간
1,337시간

 
E18도로
 
E18도로
 
 
 
 
 
 
 
48Km / 3시간 00분
 
49Km / 4시간 00분
 
코트카
 
로비사
 
쿨로
 
 
16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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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추위, 러시아를 지나며 비에 젖었던 모든 것들이 얼어붙었다.

"콤비네이션을 맞았네."

얼어붙은 텐트의 지퍼가 열리지 않는다. 새벽에 깨어 먹었던 빵과 라면 때문에 아침은 생략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닌데 찬공기의 바람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추위다.

"벌써 이러면 어쩌라는 거냐?"

가까운 대형 쇼핑몰에 들러 문화인답게 굿모닝을 알리고, 핸드폰 매장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신발을 파는 매장을 둘러보지만 10만원대의 가격에 흠칫 놀라고.

"유로가 아니고 핀란드 화폐가 따로 있는가?"

아침부터 사람들이 카드게임 같은 게임 한다.

"핀란드 로또나 사 볼까?"

필요한 것을 아무것도 구하지 못했지만 따듯한 실내에 들어와 있으니 나가기가 싫어진다.

맵스미를 켜고 경로를 확인한 후 초겨울 핀란드의 차가움 속으로 들어간다.

"헬싱키 130km, 추운데 한 번에 가버릴까."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교차로에서 길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늦지 않게 도로를 확인하여 되돌아오는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30분 넘게 시간을 소비했다.

"안 되겠다. 거리를 좀 줄이자."

E18 메인도로를 이용해서 빠르게 거리를 줄여놓을 생각이다. 170번 도로도 헬싱키까지 거리는 비슷하지만 작은 언덕들이 이어져서 속도가 느리고 힘들다.

E18 메인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보이지만 혹시나 재제를 당하면 그때 빠져나오면 될 것 같다.

넓은 갓길을 타고 빠르게 달려간다.

"정말 너 보기가 힘들었다."

30km를 줄이고.

도로변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핀란드의 주차장 휴게소는 도로변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아늑하게 마련되어 있다.

"남다르네."

30km를 더 줄이고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다.

헬싱키까지 70km의 거리, 조금 천천히 소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이동할 생각이다.

"1시니까, 3시간 정도 달릴 수 있겠네."

헬싱키 30km 부근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조용한 소도를 따라간다.

"자전거가 엉망이 돼가는구나."

작은 시골의 집들도 마당의 잔디를 예쁘게도 깎아놓았다.

요란한 잡소리를 울려대는 자전거 체인에 오일링을 하고.

작은 마을과 숲길들을 지나치며 달려간다.

"정말 공기가 좋다. 깨끗해지는 느낌이야."

헬싱키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소도시 포르보에 도착하여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아니, 왜 고기가 없는 거야!"

대형 슈퍼마켓에 먹을만한 고기도 없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에 먹을 수도 없다. 조촐한 식료품 몇 개에 만원의 가격이 나온다.

"당분간 고기 구경은 못하겠네. 슬프다."

유럽의 높은 물가는 예상했지만 북유럽의 핀란드에서 입이 쩍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햄버거 가게의 와이파이로 헬싱키의 호스텔을 검색하다 쩍 벌어진 입에서 비명소리가 난다.

"뭐야? 이 숫자들은. 50, 60유로!"

이틀 숙박을 하는데 다인실 게스트하우스의 비용이 중국의 주점보다 비싸다.

"와, 하룻밤에 50만원짜리 방도 있네."

유로의 화폐단위가 맞는지 다시 확인을 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해보고 부킹닷컴을 닫았다.

"고기도, 저렴한 숙소도 없다. 미인도, 귀여운 러시아 할머니도 없다. 최악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친절하고, 조용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자연과 환상의 오로라가 있더라도 이곳은 나에게 지옥과 다를 바 없다.

갑자기 마음이 시려온다. 춥다.

도로변에 핸드폰 매장은 보이질 않고, 추운 날씨와 천천히 저물어가는 저녁 시간이 모든 것을 귀찮게 만든다.

"3시만 넘으면 저녁이구나."

작은 강변을 따라 들어선 주택들의 풍경이 너무나 예쁘다.

헬싱키에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도시를 빠져나오는 도로의 건너편에 맥도날드가 보인다.

"왜? 그쪽에 있는 거냐! 왜!"

"하루 종일 빵만 먹었다고."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놓인 길을 따라가는 동안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겨우 4시인데, 춥고 배고프고, 인터넷도 안되는 기나긴 밤에 무엇을 해야 하나?"

헬싱키 40km의 이정표를 지나고.

석양빛이 남아있는 시간,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내외피를 분리해 놓은 텐트의 외피는 오래된 미라처럼 그대로 얼어있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한기가 밀려오기 전에 침낭을 끌어당겨 몸을 파묻는다.

축축한 느낌의 침낭이지만 이내 온기가 느껴지니 좋다.

"대체 12월의 북유럽은 어떻다는 거지?"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이럴 땐 자는 것이 최고지만 6시도 안 된 시간의 취침은 왠지 불안하다.

"하지만 딱히 그것밖에.. 아, 두툼한 샤슬릭!"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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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8일 / 맑음
러시아 토르패노브카-핀란드 코트카
길었던 러시아의 여행이 끝나고 북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로 이어지는 북유럽의 여행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18,456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330시간

 
가자!핀란드
 
170도로
 
 
 
 
 
 
 
46Km / 3시간 40분
 
20Km / 2시간 11분
 
패트로노
 
히미나
 
코트카
 
 
66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쌀쌀하지만 좋은 아침이다. 차가운 바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된 피곤함이 푹 잠든 덕에 조금씩 가벼워진다.

"좋아, 핀란드로 가자."

어제 안네가 싸준 음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국경 검문소로 향한다. 9시가 넘어가며 국경을 넘어가려는 차량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다.

"자전거는 그냥 일 순위."

90일간의 러시아 여행이 끝났다.

"고맙다. 러시아."

검문소에서 간단히 여권만을 검사하고, 심사 사무실로 들어간다.

"오늘은 제발 쿨하게 넘어가자."

이곳에서도 사증 추가 페이지로 인해 10분 정도 대기해야 했지만 문제없이 출국 스템프가 찍혔다. 러시아 국경에서는 유독 사증 추가 페이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면세점을 잠시 구경했지만 온통 주류들뿐이다.

심사 사무실을 나와 길게 도로가 이어지고.

러시아의 구경을 넘는다.

여행의 일곱 번째 나라 핀란드의 국경을 넘는다.

"SUOMI? 핀란드어인가?"

핀란드의 첫 번째 문장들이 보이고, 왠지 라트비아의 멋진 문장들과는 달리 유아스럽다.

국경 사무실로 향하는 차량들의 긴 대기줄을 지나.

심사 사무실로 들어간다. 러시아와 달리 깔끔한 내부 심사실이지만 뭔가 분위기가 딱딱하다.

생각해 보면 라트비아의 국경만큼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

"맑고 깨끗한 핀란드 맞어? 뭐가 이렇게 딱딱해!"

러시아 사람들을 심사할 때보다 부드러워진 심사관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바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인사를 한다.

간단하게 짐 검사를 하던 중년의 남자는 자신도 자전거를 탄다며 핀란드에 대해 짧은 설명을 해주며 짐 검사를 패스한다.

"핀란드는 추워서 도로가 얼어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춥긴 춥네."

이상한 일이지만 핀란드를 넘어오자 맑은 하늘로 바뀐다. 계속되던 비와 회색 구름이 사라지고 겨울날의 맑은 하늘이 펼쳐진다.

"러시아가 이상한 거야?"

어쨌든 핀란드의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그리고 한층 차가워진 공기가 느껴진다.

국경 사무실을 빠져나와 헬싱키로 향한다. 회전 교차로의 이정표는 180km 정도의 거리를 알리며 길이 갈라진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E18 도로는 고속도로인 것처럼 보인다.

"고속도로인가?"

잠시 E18 메인 도로를 따라갈지 고민을 하다 거리상 별 차이가 없는 작은 국도를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천천히 가자. 마을들도 구경하고."

핀란드로 넘어오자 버스 정류장도 아담하니 좋다. 뭔가 세련되고 깔끔하다.

도로변으로 펼쳐지는 핀란드의 시골 풍경은 라트비아와 비슷하다.

도로는 조용하고 편하다. 핀란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하다.

작은 도로는 E18 도로와 다시 만나지만, 작은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시끄러운 메인 도로보다 조용한 도로가 마음에 든다.

첫 번째 소도시 히미나가 가까워지며 도로 측면으로 자전거 도로가 도로와 완전히 분리되어 이어진다.

"오, 핀란드!"

자전거 도로를 따라 히미나로 들어선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조용하다.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교차로와 다리를 넘는 동안에도 자전거 도로는 도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갈래로 나뉘며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도로를 따라 이어지기도 하며 계속된다.

"어디까지 이어질까?"

가끔씩 교차로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의 방향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번갈아 가며 길을 따라가고, 오늘의 목적지인 코트카에 다가선다.

"길 참 좋다."

4시가 가까워지며 붉은 석양이 내려앉는다.

"아, 시간?"

역시나 핀란드를 넘어서며 한 시간이 늦어졌다.

"4시가 넘어가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구나."

"색이 곱다."

사람들은 그 나라의 자연과 환경을 닮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느낌의 석양을 감상하며 핀란드의 첫 번째 도시 코트카로 향한다.

핀란드의 운전자들은 너무나 편안하게 운전을 한다. 차가 없는 도로에서도 과속을 하지 않고 아주 적당한 속도로 운전을 하고, 추월을 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도 볼 수가 없다.

"유심 카드를 사야 하는데."

도로변의 와이파이를 잡아 핸드폰 매장을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고, 비슷한 간판도 찾기가 어렵다.

"일단 포기, 저녁부터 해결하자."

대형 슈퍼마켓을 검색하고 찾아간다.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구성의 슈퍼마켓이다.

"라트비아가 유독 먹거리가 좋았구나."

빵과 맥주를 고르는데 가격이 이상하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숫자의 가격표들이다.

"뭐냐?"

아주 조촐한 장을 보고 나오니 푸른빛 저녁의 하늘이다.

"난감하네. 시내에서 야영지도 결정 안 했는데."

5시도 안돼서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부실한 저녁거리에 햄버거라도 사 먹을까 생각했지만 가격표의 숫자들이 너무나 도도하다.

"뭐야? 이 동네!"

테이블에 앉아 와이파이만을 이용하며 야영을 할 장소를 찾는다.

근처 공원에서 캠핑을 할 생각으로 이동을 한다.

사이클을 타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남자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캠핑을 할 수 있는지 묻자 핀란드는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조용하고 안전하다고 한다.

"그래, 핀린드네."

가려고 했던 공원은 조명 시설이 없어 깊숙이 들어갈 수 없다. 추워서 패니어에 들어있는 라이트를 꺼내는 것도 귀찮고, 대형 쇼핑몰의 주변 잔디밭에 텐트를 펼친다.

"여긴 핀란드잖아! 숨을 필요가 있나?"

핀란드, 참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나라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참 좋네. 근데 춥긴 춥네!"

이제 핀란드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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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7일 / 흐림
비보르크-트로패노브카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여정 핀란드의 국경으로 간다. 80여 일간의 러시아의 여행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굿바이, 러시아!"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18,390Km
이동시간
4시간 23분
누적시간
1,390시간

 
E18도로
 
E18도로
 
 
 
 
 
 
 
34Km / 2시간 20분
 
24Km / 2시간 03분
 
비보르크
 
팔티예츠
 
트로패노
 
 
4,51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망치로 몸을 얻어맞은 것처럼 쑤신다.

"어따 피곤하다."

8시에 잠이 깨어났지만 산책을 하기엔 피곤함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여분의 잠을 청한다. 11시가 넘어 다시 잠에서 깨고, 출발을 위해 짐들을 정리한다.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침낭과 텐트를 접고.

"벌써 12시 반인데, 시내를 둘러보고 갈까?"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저렴한 러시아 카페를 검색하고, 카페로 가는 길에 있는 몇몇 건물들을 구경할 생각이다.

비보르크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중세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느낌이 약간 색다르네."

검색했던 카페에 도착했지만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하여 은행을 찾아간다.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가서.

"내부도 독특하네."

우체국의 ATM 기기는 영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난감하네."

구글 번역기로 카메라 번역을 해서 500루블을 겨우 찾는데 성공했다.

다시 카페로 되돌아가서 주문을 하고, 동양인 여행자가 신기한지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다.

"역시 저렴하고 맛있어."

점심을 먹고 비보르크 캐슬을 구경하고 국경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비보르크 캐슬은 작은 섬에 세워져 있고, 주변에 관광객들이 많다.

비보르크는 오래전 핀란드인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인지 핀란드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색다른 느낌인데, 저 작은 섬에 성을 쌓아서 어쩐다는 말이지?"

성의 많은 부분은 복원을 하느라 바쁘다.

비보르크는 호기심이 생기는 도시고, 산책을 하며 걷기에 좋은 도시인 것 같다.

비보르크를 벗어나고 메인 도로에 접어든다.

"가자. 핀란드로."

"3일이면 도착하겠다."

비보르크를 벗어나자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비가 내린다.

"오늘도 젖어버렸네."

"제발 저녁에만 오지 말아 줘."

오전까지 푹 쉰 덕에 컨디션과 몸의 상태가 되돌아와 편하다. 오랜 휴식 후 이틀이 지나면 라이딩의 힘든 기간이 끝나는 것 같다.

"그래도 비 내리는 날은 참 어렵다."

4시가 넘으며 비는 그쳤지만 어둠이 내려앉는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일몰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느껴진다.

국경을 5km 남기고 검문소가 나온다. 여권을 확인하고 국경 부근에 있는 카페 겸 슈퍼마켓으로 이동한다.

가로등과 불빛들이 환한 국경 검문소가 눈에 들어오고.

"왔다!"

도로변에 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핀란드로 넘어가기 전 필요한 것들을 저렴한 러시아에서 구매할 생각이다.

카페에는 단체 손님들이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고, 카페의 메뉴를 확인하고 슈퍼로 먼저 들어간다.

빵과 사탕, 초콜릿 등을 사고, 저울을 사용할 줄 모르니 계산대의 직원이 도와준다.

물건들을 패니어에 담는 동안 중년의 여성이 담배를 태우며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고는 짧은 질문들을 한다.

여행에 대한 질문들을 동행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호기심을 드러내며 관심을 갖는다.

카페로 들어가 주문을 하니 15분을 기다려 달라고 하고, 중년의 여성과 남자들이 자신들은 생일파티를 한다며 초대를 한다.

"나에게 사양이란 없지!"

핀란드인과 러시아인이 섞여있는 생일파티 저녁식사 자리다.

영어를 하던 중년의 여성 안네는 핀란드인이라며 먹을 것들을 챙겨준다. 모두들 약간의 음주로 분위기가 밝고 좋다.

앞자리에 앉은 러시아 세르게이 부부와 대화를 하며 음식을 먹는다. 비보르크에 사는 세르게이 부부는 비보르크의 집으로 가자며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아쉽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내일 핀란드로 가야 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러시아 아저씨는 보드카 한 잔을 마시라며 권해주고, 핀란드 아저씨는 핀란드 스타일이라며 보드카에 사이다를 따라준다.

"오호, 사이다 보드카!"

사이다로 희석은 됐지만 40도의 보드카는 강하다.

"크아!"

안네가 담아 준 음식을 받아들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밖으로 나온다. 러시아 마지막 날, 생각지 못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너무 어두워졌다."

길 건너편 화물차 주차장 근처 가로등 아래 풀밭에 대놓고 텐트를 친다.

밤이 되자 다시 비가 내린다. 늘 90%가 넘는 습도의 날씨다.

"2월 중국의 100%보다는 낫잖아! 멋진 눈이 내리면 더 좋았을 텐데."

90일간의 러시아 여행이 끝났다. 아쉬움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것이 좋았다.

"소치에서 다시 보자. 굿바이 러시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6일 / 맑음
상트 아쿨라-비보르크
폭우처럼 쏟아진 빗속의 라이딩으로 하루만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에서 쉬어가야겠다.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8,33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320시간

 
E18도로
 
E18도로
 
 
 
 
 
 
 
40Km / 2시간 40분
 
52Km / 3시간 43분
 
아쿨라
 
킬릴로브
 
비보르크
 
 
4,4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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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는 얼어붙고, 침낭은 물기를 머금어 축축하다. 콧물과 재채기가 연속되고,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진다.

"감기는 아니겠지?"

습도가 90%가 넘어가는 날씨에 침낭은 엉망이 된다.

"싼 게 비지떡인 거야? 이곳 기후가 이상한 거야?"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려 보지만 의미가 없다. 젖은 바닥에 설치한 텐트의 풋프린트와 비에 젖은 외피 그리고 습기로 축축해진 내피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물기가 묻은 손이 찌르 듯 시리다.

"겨우 -2도인데, 북유럽은 어쩐다니."

체감적으로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습도? 바람? 기온? 피곤함? 뭐지?"

국경까지 130km 정도가 남아있다. 쉥겐 기간을 아끼기 위해 러시아에서 이틀을 보내고 아침 일찍 국경을 넘을 생각이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비보르크까지 이동하고, 이후에 다음 결정을 해야겠다.

젖은 장갑들을 패니어에 넣고, 라트비아에서 새로 장만한 방한 장갑을 개시한다. 따듯한 것이 아주 좋다.

출발과 함께 눈보라가 시작되며 라이딩을 어렵게 만들고, 도로마저 확장공사 구간이 이어진다.

이글이 챙겨준 양말를 덧신었지만 신발이 얇은 탓에 발이 시리다.

"여름 양말을 하나 더 덧신어야 하는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시리던 발의 문제는 사라졌지만 조만간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렸지만 겨우 20km 남짓 이동하고, 공사 구간을 벗어나 잠시 쉬어간다.

"비보다는 낫긴 한데, 이 바람은 어쩔 거냐!"

차량들이 흩날리는 흙먼지의 물보라에 옷과 패니어가 시커멓게 얼룩이 진다.

산길의 업힐도 아닌데 페달링이 쉽지가 않다. 일주일간의 휴식으로 생기는 힘겨움이라 딱히 방법이 없다.

"항상 이틀째가 제일 힘드네."

좀처럼 비보르크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페달링의 속도는 쳐져간다.

"배가 고픈 거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삶아 온 계란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샌드위치와 함께 수프를 주문했는데, 그릇의 크기를 보고 헛웃음이 나온다.

"90루블인데, 왜 커피잔에 수프를 주는 거야!"

역시나 주유소 카페는 쓸데없이 비싸다. 양이 적지만 따듯한 닭고기 국물이 들어가니 좋다.

문제는 따듯한 실내에 앉아 있으니 쌀쌀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진다는 것이고, 더 문제는 마지못해 밖으로 나오니 이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근육과 삐거덕거리는 관절들의 뻣뻣함을 느끼며 억지스레 페달을 밟아간다.

라이딩이 힘들어지면 마치 여행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한 공백의 시간이 찾아든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3시 50분, 비보르크에 다가서고 부킹닷컴으로 시내의 숙소를 검색하니 기대하지 않았던 호스텔이 검색된다.

"500루블, 괜찮은데. 오늘은 숙소로 갈까?"

"좋은 캠핑 자리인데, 아쉽네."

비보르크로 향하며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로를 생각한다. 북유럽 세 나라의 경로를 줄이면 유럽에서 아이슬란드를 들어갈 시간이 충분할 것도 같다.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와 비행기를 알아보고 결정하자. 월터한테 물어봐야지."

비보르크의 초입에 도착했지만 시내 중심까지는 길을 더 가야 한다.

"오, 맥도날드가 있다!"

비보르크에 들어섰지만 5시가 가까워지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에쉬, 내 맥도날드!"

초입의 슈파에 들러 맥커피와 라면을 사서 나오니 밖이 캄캄하다. 검색해 두었던 숙소를 예약하고 서둘러 출발한다.

아주 복잡하고 이상한, 러시아의 구도시들의 길은 대체적으로 미로처럼 복잡하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며 멀쩡했던 도로는 옛날의 돌바닥으로 바뀐다.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자전거를 타고 숙소를 찾아간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인도에 놓인 한 량의 기차칸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노점 카페 아닌가? 기념물인가 보네."

숙소 근처에 비보르크캐슬이 있어 잠시 들렸더니 성의 야경은 어둡기만 하고, 성의 건너편에 묘한 동상과 옛 건물만이 보인다.

"오늘은 너무 늦었네. 내일 보자."

숙소를 찾고.

샤워를 하고 나니 배가 너무 고프다.

젖은 침낭과 텐트를 꺼내어 말려두고.

주변 식당을 검색해도 모두 레스토랑들뿐이다.

"관광지는 너무 배고파."

근처에 있는 빵과 잼류를 파는 가게로 가서 빵을 사서 돌아온다.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비보르크의 모습은 중세 시대의 골목과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같다.

"내일 오전에 산책 겸 둘러봐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꽤 맛이 좋다.

숙소 여기저기에 젖은 것들을 말린다.

복도의 벽면 인테리어가 참 좋다.

그림 벽지인 줄 알았는데, 타일도 아니고 벽면에 직접 그리고, 붙인 인테리어다.

"금손이네. 금손!"

"정말, 힘든 하루였어. 오늘만은 수고했다!"

국경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전에 잠시 비보르크를 둘러보고 시간을 보낸 뒤 국경으로 갈 생각이다.

"국경 근처에서 마지막 야영을 하고 핀란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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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5일 / 흐림
상트 페테르부르크-상트 아라쿨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간을 뒤로하고 핀란드의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유럽으로 가자!"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241Km
이동시간
3시간 53분
누적시간
1,314시간

 
E18도로
 
E18도로
 
 
 
 
 
 
 
38Km / 2시간 40분
 
18Km / 1시간 13분
 
페테르
 
세스트로
 
아라쿨
 
 
4,36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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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어김없이 불면증 증세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불편한 것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어렵게 잠든 새벽, 더 어렵게 깨어난 아침이다.

"가야지!"

"왜 진작에 계란을 삶을 생각을 못 했을까?"

예쁘게 삶아진 계란을 보니 괜스레 든든해진다.

샤워를 하고 짐정리를 하니 12시가 되어간다. 타이어에 오랜만에 펌프질도 하고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길 건너 엄마네로 간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가자!"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로 배를 채우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잔뜩 흐린 날씨가 곧 눈이 쏟아질 것 같다.

"정말이지 햇볕이 귀한 동네다."

네바강을 따라 메인 도로로 진입하는 가장 심플한 코스를 선택하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차량 통행이 정말 많고 복잡한 도시다. 두 배가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이 신기할 정도다.

1시 40분,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고 네바강을 따라 이어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 외곽을 지난다.

높은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현장을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몇 층이지? 꽤 높네."

60층은 훌쩍 넘을 것 같은 빌딩의 상층 부분이 비구름에 가려져있다.

눈이 내린 숲길이 이어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넘어간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비보르크 90, 헬싱키 340km."

역시나 오랜 휴식 탓에 페달링이 어색하고 뻣뻣하다.

"쉬었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주를 벗어나기 전의 마지막 타운인 세스트로레츠크에 들어서고 도로변의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시원한 콜라가 먹고 싶다.

햄버거와 함께 리필 콜라로 배를 채운다.

"아, 좋다."

이글과 잠시 통화를 하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마을 안쪽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빵과 물을 사고, 맥커피를 찾았지만 20개가 든 상품이 보이질 않는다. 낱개로 2개를 사들고 나오니 4시가 넘어간다.

하루 종일 어두운 하늘, 5시가 가까워오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해가 정말 짧아지네."

몇 개의 인터체인지를 지나며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이어가고.

"야, 이정표! 너 왜 숫자가 네 맘대로야!"

5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주의 경계를 벗어난다.

도로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 또 비야. 차라리 눈을 내려라."

몇 개 남은 인터체인지를 지나 야영을 할 생각인데, 내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도로변 숲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도 없다.

"난감 모드네."

지도를 확인하고 몇 킬로미터 후에 주차장 휴게소가 보인다.

"주차장 주변에서 텐트를 치자."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거니?"

소나기처럼 빗줄기가 강하게 뿌려댄다.

"젠장. 다 젖어버렸네."

주차장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주차장 측면에 공간에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비와 눈이 섞여 떨어진다.

비에 젖은 몸에서 모락모락 김들이 올라오고, 한기가 시작된다. 커피를 끓여 따듯하게 몸을 녹여도 그때뿐이다.

"차라리 눈을 내려라."

겨울비는 정말 난감하고, 라이딩을 너무 어렵게 만든다. 흐린 하늘도, 축축한 느낌도, 비와 함께 불어대는 바람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하게 휴식 후에 라이딩은 여러 가지로 힘들단 말이야."

하루 또는 이틀이면 길었던 러시아의 여행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도 유럽의 경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핀란드로 가서.. 휘바! 그런데 러시아 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귀여운 러시아 할머니들은 많이 봤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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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4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43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42시간 11분

우체국
출발준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카잔성당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겨우 잠에서 깨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보바, 알렉산드르와 보낸 시간 이외에 특별히 한 것이 없는데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도 추워, 방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 역시나 게으름이 최고다. 복잡해진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쓴다. 중국의 리즈훼이는 어제서야 첫 번째 엽서를 받았다고 한다.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보낸 엽서가 이제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한자를 못 쓴 건지, 중국의 우편 시스템이 이상한 건지."

시끄러운 가족 일행이 점심시간이 되자 숙소로 몰려 들어온다.

"시끄러운 것은 정말 질색이야."

일주일 동안 방학을 해서 핸드폰을 받았다는 이사벨은 가족들과 볼링을 치러 간다며 메세지를 보낸다.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다.

"이사벨, 스트라이크를 치면 메세지를 보내줘."

구글맵으로 우체국을 검색하고 거리로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을 지나.

"왠지 겨울과 어울리는 도시야."

성 이사악 성당 주변의 우체국은 찾을 수가 없다. 구글의 후기를 확인하니 존재하지 않는 우체국이라고 한다.

카잔 성당 방향으로 강을 따라 걷고 찾아간 두 번째 우체국은 나를 보더니 무언가 러시아어로 안내를 한다.

"이곳은 우편을 취급 안 하는가?"

구글맵을 보여주며 세 번째 우체국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카잔 성당 옆에 있는 우체국으로 찾아간다.

"여기서는 보낼 수 있겠다."

아무것이나 눌러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의 여직원이 손짓을 한다. 엽서를 가리키며 계산기에 150을 찍어서 보여준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이번에도 잘 도착해줘!"

바로 옆에 있는 카잔성당으로 간다. 보바와 함께 왔지만 내부 구경을 못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성당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너무나 조용하다.

내부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여행 일기도 작성한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성당의 내부를 구경하고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초도 하나 켜 볼까."

동전 지갑의 애물단지인 동전들을 모아 작은 초 하나를 사고.

사람들이 정성스레 촛불을 켜는 곳으로 간다.

초 하나를 켠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리고 그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몽골의 티벳사원, 러시아 정교회, 카자흐스탄의 모스크는 너무나 좋다. 각기 다른 느낌이지만 너무나 편안하다.

교회의 중앙 제단 왼쪽으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액자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기대어 기도를 하는 모습의 교회 내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유독 저곳에만 대기하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성 니콜라스?"

러시아 카페로 가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제처럼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깨어나, 사두고 먹지 못했던 계란을 처리한다.

"쿠킹 오일 있어요?"

숙소에서 식용유를 빌리고.

여섯 개는 삶아서 내일 가져갈 생각이고.

네 개는 후라이를 해서 허기를 채운다.

"하루에 한 알은 먹어야 하는데, 참 힘드네."

창고에 넣어둔 패니어들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보바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고, 내년 소치에서 만나기를 약속한다.

"굿 바이, 마이 프렌드."


날씨가 춥다. 가슴까지 시원한 북유럽의 추위를 맛보고 싶다.

 

경비내역

・식비
349루블
・식료품
358루블
・우편료
150루블
・비용합계
857루블
・누적경비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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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3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차워가워진 날씨, 겨울궁전의 예르미타시 미술관를 구경할 생각이다. 처음 보는 궁전의 모습이 궁금히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18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10시간

에르미타쥐 미술관
예르미타시 미술관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겨울궁전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젯밤 내리던 비에 눈송이가 하나둘 섞여있더니,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정말 겨울이네."

파박님과 잠시 통화를 하고 쉬고 있으니 숙소의 여직원이 찾아와 방을 바꿀 것인지 묻는다.

4인실이 없어 방을 옮기고, 8인실 방 이층 침대가 불편했는데 벌써 29일이 되었나 보다.

"뭔가 귀찮고 쉬고 싶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40km 정도 떨어진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을 구경 갈 생각이었지만 귀찮아졌다.

"겨울에 무슨 여름궁전이냐."

오가며 소요될 시간과 비싼 입장료, 추운 날씨 등등의 핑계로 게으름이 시작된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엄마네에서 점심특가 메뉴를 먹을까 생각하다 버거킹으로 간다. 시원한 콜라도 먹고 싶고, 점심특가의 양도 많을 것 같지 않다.

햄버거를 먹고 나니 조금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가 고팠던 거야?"

겨울궁전과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둘러볼 생각이다.

"겨울에는 겨울궁전이지!"

겨울궁전의 티켓 구매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건너편 에르미타쥐 박물관의 신관으로 들어간다.

검문대를 지나 현대식으로 넓고 쾌적하게 만들어진 신관의 매표소로 이동하고.

"오, 한적하다."

신관과 겨울궁전의 구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을 700루블에 구매한다.

한국어 오디오북도 렌트를 하고.

오디오 가이드는 350루블, 그리고 여권이나 2,000루블을 맡겨야 한다.

"오늘 제대로 지적 허기를 채워줄게."

지하에 있는 보관소에서 겉옷을 벗고, 보관소에 맡겨둔다. 딱히 덥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한 번 해본다.

"4층이 좋다던데."

바로 4층으로 이동해서 관람을 시작한다.

신관은 한산하고 쾌적해서 편하게 그림을 불러볼 수 있었다.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이런 취향이 아니야."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마음을 끄는 작품은 없고,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도 부족하다.

딱히 쓸 일이 없어진 오디오 가이드는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에, 내 햄버거 값!"

각 방마다 배치되어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안내원들의 나른한 겨울 정오의 단잠이 맛있게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실루엣이다.

넓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략 100년 전의 수많은 작품들.

"금손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거야?"

2층에 있는 러시아 미술의 초상화와 그림들을 보면 그 시대의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 사라진 사람들이네."

2시간이 넘도록 신관의 작품들을 구경하고.

겨울 궁전이 있는 구관으로 이동한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작품보다 궁전의 내부 모습이 궁금하다.

궁전의 안쪽 마당으로 들어가니 길게 대기줄이 서 있다.

"와, 길다."

대기줄에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니 춥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뭔가 이상한데, 앞으로 가볼까."

생각대로 대기줄은 티켓을 구매하는 이상한 대기줄이다.

"저기 뒤에 자동 티켓 구매기도 있는데?"

통합 입장권을 들고 겨울궁전의 내부로 들어간다.

한국어판 안내도를 챙겨 궁전 내부도를 보니 수많은 방들이 그저 아득하다.

"어디로 가야 하니?"

"일단 2층으로."

"오, 궁전!"

"화려하네."

"자, 들어가 볼까."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각기 다른 느낌의 궁전의 방과 복도들, 화려한 조각들과 장식품들을 걷는다.

지나쳐 간 방들을 체크하며 산책하듯 2층을 둘러보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작품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보다 궁전 내부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른 층도 궁금한데, 너무 힘들다."

한적하고 편안했던 신관에서 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겨울궁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구관의 관람이 좀 더 흥미롭다.

"그만 가자. 아쉬운 것은 다음 기회로."

겨울철 비수기라 성수기에 비해 사람이 적은 편이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피하는 동선을 터득한 터라 괜찮은 관람이었다.

"배고프다."

"이렇게 큰 궁전을 짓고 무엇을 바라며 산 거야?"

궁전이라는 생소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었지만 그저 호화스럽던 귀족들의 사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을 뿐, 큰 감흥은 얻지는 못했다.

저녁 무렵의 푸른 하늘은 정말 매력적이다.

어제 보아두었던 저렴한 러시아 카페로 들어간다.

"왠지 이글이 생각나네."

플롭과 샤슬릭을 주문하고 배부르게 저녁을 한다.

"저렴해서 너무 좋아!"

숙소로 돌아와 저녁 단잠에 빠져들고,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어제부터 들어온 대가족의 사람들과 많은 아이들, 어디를 가든 시끄러운 가족들이 있나 보다.


계속해서 추워지려는 모양이다.

"핀란드의 경로를 어떻게 잡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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