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82일 / 맑음 ・ 24도
춘천-화천
춘천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속초를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32Km
누적거리
26,758Km
이동시간
3시간 49분
누적시간
2,027시간

 
자전거길
 
배후령옛길
 
 
 
 
 
 
 
18Km / 1시간 55분
 
14Km / 1시간 54분
 
거두리
 
배후령
 
화천
 
 
389Km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난 게으른 아침이다. 일이 있다는 현기는 이미 나가고 없다.

 

"비 안 오나? 오늘은 떠나야겠지."

 

12시 50분.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즐거운 춘천의 시간을 만들어준 현기와 재희님께 메시지를 남기고 출발을 한다.

 

"오늘은 배후령만 넘자."

 

점심을 먹기 위해 시청으로 이동하면서 거리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들러본다. 두 군데의 편의점에 들렀지만 알뜰폰 유심칩을 구하지 못하고.

 

시청 근처의 자전거샵에서 고무밧줄을 구매한다.

 

"역시 우리나라 고무밧줄이 최고지. 깔맞춤 좋고!"

 

영업이 끝나서 가지못했던 시청앞 교동짬뽕집에서 점심을 한다.

 

부드러운 짬뽕 국물이 일품이지만 뭔가 내용물이 부실한 듯한 느낌의 교동짬뽕이다.

 

"교동짬뽕은 내 취향이 아니군."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가 너의 공간이었나 보다."

 

자전거 춘천에서 선물해준 귀한 6번의 번호판을 리어렉의 후미에 달아놓으니 그 자리가 딱이다. 영국에서 자전거를 받을 때 자전거샵의 미케닉이 반사판 자리에 반사판을 달아놓지 않아서 왠지 허전하게 비어있던 공간이었다.

 

소양2교를 넘어서 배후령으로 향하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간다.

 

소양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꽤 마음에 든다.

 

"작년 이맘때 러시아 평원의 끝없는 해바라기들을 보았는데."

 

배후령 옛길로 들어가는 초입의 편의점에 들러 알뜰폰의 유심칩을 구매하고, 배후령 넘어서 편의점이 있는지 물으니 여직원은 없다고 한다.

 

물과 햇반, 비상식을 채우고 나니 자전거가 꽤나 무거워진 느낌이다. 

 

함께 배후령을 넘어 배웅을 하겠다고 한 재희님이 메시지를 보낸다. 그저 편한 농담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배후령으로 배웅을 오겠다고 한다.

 

"아니, 벌써 배후령인데요."

 

"그럼 천천히 올라가고 있을게요. 따라오세요."

 

지금 시내에서 출발을 하더라도 로드바이크를 타는 재희님이 배후령을 넘는 동안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벼운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시작된 배후령 옛길은 일정한 경사로 구불구불 정상을 향해 이어진다.

 

큰 어려움 없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가고.

 

춘천 시내의 모습이 조그맣게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

 

1시간 반, 배후령의 정상에 도착한다.

 

"10km 정도인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지?"

 

천천히 배후령을 오르는 동안 따라잡을 것 같았던 재희님은 나타나지 않고, 40여 분 후 로드바이크를 타고 재희님이 정상에 도착한다.

 

"얼어죽을 뻔."

 

재희님은 함께 배후령을 오르지 못해 아쉬워 한다.

 

"오늘 어디까지 가요?"

 

"현기가 배후령을 넘어가면 편의점이 하나 있데요. 거기에서 예전에 누가 야영을 했다고 해서 거기로 가려고요."

 

재희님과 함께 배후령을 내려와 도로변의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편의점의 어린 여학생에게 주변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를 묻자 잘 모르겠다며 안된다고 한다.

 

편의점을 나오니 편의점 옆 작은 식당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보인다. 남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주변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묻자 차들이 드나드는 주차장은 위험해서 안되고 편의점 뒤편으로 있는 과수밭 안쪽에 텐트를 치라고 한다.

 

"여기 제법 추운데 괜찮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저녁이나 먹을까요?"

 

중년의 남자는 편의점과 식당을 동시에 운영하는 모양이다. 식당으로 들어가 두부전골을 주문하여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한다.

 

"내일 속초나 같이 가요."

 

"그럴까?"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 재희님과 함께 속초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픽업을 해서 돌아가려던 자전거는 놓아두고 재희님은 친구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내일 10시에 출발할 거예요."

 

속초까지 120km 정도의 거리, 광치령과 미시령을 넘어야 하고 많은 강원도의 작은 오르막들을 넘어가야 하는 길이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소양호 옛길은 포기하고 31번 국도를 타고 빠르게 가야겠는데."

 

수돗가에서 세안을 하고 과수밭의 텐트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현기가 빌려준 에어매트의 느낌이 제법 괜찮다.

 

2~3일 정도의 일정으로 천천히 속초로 향하려던 계획이 재희님의 동행으로 바뀌었다.

 

"꽤나 힘든 하루가 되겠어."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80일, 581일 / 흐림 ・ 24도
춘천 거두리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날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6,726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23시간

 
영선형님
 
임민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춘천
 
춘천
 
춘천
 
 
357Km
 

 

밤늦도록 이어진 자전거 춘천의 뒤풀이 자리, 현기의 흉악한 소주칵테일 마무리까지 아주 긴 하루였다.

 

찌뿌둥한 날씨는 이내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

 

이틀 전 영상 통화를 했던 이글의 메시지를 이제야 확인한다.

 

이글의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통화를 했는데.

 

메시지를 확인하니 안드레의 생일이었나 보다.

 

"안드레, 생일 축하해!"

 

"러시아 친구들, 보고싶네."

 

오후 들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현기와 함께 춘천에 있다는 메시지를 받은 제천의 영선 형님이 막걸리를 사 들고 춘천으로 온다.

 

같은 시기 자전거 여행을 하며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던 여행자들이 모였다. 막걸리 잔이 기울어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아 오늘도 마시고 말았어!"

 

 

 

 

숙취에서 깨어난 아침, 옆에서 잠을 자던 영선 형님은 일찍 집을 나섰는지 자리에 없다.

 

정오가 넘어 현기와 카페에 가서 컴퓨터 작업을 하기로 한다.

 

"정말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카페에 앉아 지난 여행기를 정리하며 사진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내몽골의 양고기가 생각나네."

 

여행 자료를 정리하던 중 쑤니터우이치의 양고기 사진이 난데없이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양고기요? 양고기집 있는데 가실래요?"

 

"좋지!"

 

 

카페 근처의 양꼬치집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하고 현기의 친구인 민재에게 연락하여 합석을 한다.

 

 

양고기와 칭다오 맥주로 출출함을 해결하고 쓸데없이 춘천 시내를 한 바퀴 헛걸음을 한 후 거두리의 수제 맥주집 트레비어로 돌아온다.

 

현기의 집 주변에 있는 트레비어는 맥주 맛도 좋지만 안주로 먹는 메뉴들이 모두 괜찮다. 마음에 드는 집이다.

 

 

쇼팽의 발라드 넘버 4,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던 계획은 민재의 합류로 의미 없는 다짐이 되어간다. 춘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민재는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특히 쇼팽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작품들의 기본적인 정보과 스토리까지 설명을 한다.

 

"헤이 구글, 쇼팽의 발라드 넘버 4를 틀어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구글 AI 스피커에 반복적으로 주문곡을 요청한다.

 

"고장 난 거야?" 

 

"영어 버전이야.. 영어로 말하던지, 한국어로 말하던지 하나를 확실하게 해."

 

"헤이 구글, 플레이 쇼팽 발라드 넘버 4."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곡들을 모두 들려주겠다는 민재, 자정이 넘도록 쇼팽의 피아노 작품의 연주곡을 한 곡도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 

 

"민재야, 이제 집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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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9일 / 맑음 ・ 26도
춘천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즐거운 만남이 기대된다.


이동거리
21Km
누적거리
26,726Km
이동시간
2시간 16분
누적시간
2,023시간

 
크리티컬매스
 
설명회
 
 
 
 
 
 
 
12Km / 1시간 10분
 
9Km / 1시간 06분
 
시청
 
설지
 
공지천
 
 
357Km
 

 

현기의 소주칵테일은 역시나 흉악하다. 적당한 양의 소주와 레몬 원액 그리고 탄산수를 조합한 칵테일은 소주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주 사악한 제조법이다.

 

널브러져 있는 술병들과 먹다 남은 안주의 잔해들이 어지럽다.

 

"아구 머리야."

 

2시에 시청에서 열리는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숙취로 인해 몸이 너무나 무겁다.

 

샤워를 하고 1시 반이 지나 시청으로 간다.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참여하려 생각도 했지만 짐들을 싣고 여러 곳을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적당히 좋은 날씨, 시청앞 광장에는 각양각색의 자전거들을 끌고 나온 사람들이 모여있다.

 

언제나 하이 텐션의 사람들이 환영인사로 맞이해준다.

 

자전거 춘천의 예쁜 뱃지는 핸들 패니어에 달아둔다.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여름 물놀이 복장이라고 한다.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는 세계 300여 개 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자전거 타기 행사이다. 보통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열리나, 대한민국에서는 토요일 오후에 열린다. - 위키백과 중에서

 

자전거 춘천은 매달 둘째 토요일 오후 2시 춘천시청 앞에 모여서 크리티컬 매스를 진행하는가 보다.

 

 

크리티컬 매스를 진행하는 재희님은 물놀이 튜브를 매고 나왔다.

 

각자 인사를 나누고 오늘의 코스 등을 공지한 후 출발을 한다.

 

시청에서 출발하여 춘천 시내를 한 바퀴 라이딩한 후.

 

시청으로 돌아온다.

 

참가자의 규모가 작고, 춘천 시내의 도로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으니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난다.

 

어쨌든 의미 있는 행사의 발전적 모습을 기대해 본다.

 

짧은 라이딩 구간이 아쉬웠는지 사람들은 다른 구간으로 한번 더 라이딩을 하자며 의견을 나누고.

 

다시 출발을 한다.

 

"현기야, 해장을 해야겠어."

 

사람들이 떠나고 현기와 빠져나와 시청 주변의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교동짬뽕집과 냉면집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들어가지 못하고 춘천의 맛집이라는 얼큰이 순댓국집으로 간다.

 

약간은 독특한 얼큰한 순댓국으로 해장을 하고 나오니 밖에 묶어두었던 자전거의 안장에 비둘기가 거하게 똥을 싸놨다.

 

"이 흉악한 놈들."

 

시청 앞 정자에서 느글거리는 속을 달래는 사이 사람들이 다시 시청으로 돌아온다.

 

크리티컬 매스 행사가 끝나고 챌린지 과제를 달성한 회원들에게 기념품들을 나눠준다.

 

일전에 식당에서 만났던 화가님이 디자인했다는 자전거 춘천의 로고가 정말 예쁘다.

 

선우와 재희님은 배지와 티 그리고 번호판까지 선물로 챙겨준다.

 

"006번!"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해산을 하고, 저녁에 있을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의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명회를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설명회 장소로 이동한다.

 

시청 근처 언덕 위에 위치한 카페 솔지에 도착한 준비위원들은 설명회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여러 직업들과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인지 재능들도 참 다양한다.

 

옷과 천에 프린팅을 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의 문구들이 마음에 든다.

 

현기는 음향관련 설비들을 설치하는 동안 사람들을 일손을 도와준다.

 

"사진 좋은데 누가 찍었어요?"

 

"춘천에 있는 젊은 작가가 재능 기부했어요."

 

인구 20만 명의 춘천, 작은 춘천의 다양한 사람들을 조합하는 일도 재미있겠구나 싶다.

 

7시에 맞춰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설명회가 시작된다. 여행 후 공동체나 도시재생과 관련 일에 관심이 있었기에 이들의 모습을 호기심 있게 바라본다.

 

자전거의 생활화를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주된 내용들이다. 짧지 않았던 5년 동안의 자전거샵을 운영하며 고민했던 많은 부분들이 사람들의 의견들로 내어진다. 사람들의 작은 바람들은 다양한 컨텐츠에 대한 갈증으로 나타난다.

 

10년 전 실패의 아픔과 고민들이 떠오른다.

 

 

2시간 가까이 설명회가 진행되고, 참여자들은 뒷풀이를 하기 위해 어디론가 이동한다.

 

도착한 곳에는 공지천 공원이다. 공원에는 시원한 여름 저녁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어, 춘천시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 공원이네."

 

공원에 자리를 깔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의 시간을 보낸다. 자정이 지나도록 뒤풀이 자리가 이어지고 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현기표 수비드 족발에 흉악한 소주칵테일로 마무리를 한다.

 

"소통, 사사로운 욕심이나 욕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려놓음. 작은 것들, 소소한 일상의 바람들을 함께 지켜나가려는 의식과 실천의 행동.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를 응원한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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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8일 / 맑음 ・ 27도
홍천-춘천
이틀 동안 조용한 시간을 보낸 도광터를 떠나 자전거 춘천의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하기 위해 춘천으로 돌아간다.


이동거리
62Km
누적거리
26,705Km
이동시간
6시간 02분
누적시간
2,021시간

 
56번국도
 
56번국도
 
 
 
 
 
 
 
33Km / 3시간 05분
 
29Km / 2시간 57분
 
도광터
 
가락재
 
춘천
 
 
336Km
 

 

"형님, 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아이고, 가려고?"

 

11시가 되어 짐들을 정리하고 춘천으로 떠나려고 하니 카일라스 형님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영역하다.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형님은 직접 담근 막장을 작은 용기에 챙겨준다.

 

"편하게 쉬다가 가는 거지?"

 

"네, 정말 편하게 쉬었다 갑니다."

 

"이렇게 누군가 왔다 가면 하루 종일 허전해서 멍해."

 

여행을 하며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수없이 마주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의 헛헛함이다. 내일 된장골님이 도광터로 오니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도광터를 떠난다.

 

산길을 내려와 큰 도로까지 배웅을 해주는 형님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을 한다.

 

"다음에 또 올게요."

 

공작산을 관통하는 406번 도로는 시원한 내리막으로 56번 국도까지 이어진다. 이틀 전 끔찍했던 반대편 공작산의 오르막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 방향에서 거꾸로 올라가는 것이 훨씬 편하겠다 싶다. 

 

형님의 안내처럼 작은 고개가 이어지고 56번 국도를 타고 가락재를 넘어갈 것인지, 이틀 전 넘어왔던 3개의 고개를 다시 넘어갈지를 고민한다.

 

"같은 길로 갈 수는 없잖아. 가락재로!"

 

작은 풍천을 따라 구불구불 평탄하게 길은 이어진다.

 

도로변 솟대가 가득 세워진 솟대마을 앞의 주유소에서 삶은 계란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은 10%의 경사도를 알리며 본격적인 오르막임을 알린다.

 

아무런 생각 없이 가락재의 정상을 향해 오르던 중 이글에게서 영상통화가 온다. 안드레와 함께 이글의 시골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오랜만에 안드레와 함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다.

 

데이터의 접속상태가 좋지 않아 오래 통화를 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춘천으로 돌아가면 현기가 사용하고 있는 알뜰폰으로 변경을 해야겠다.

 

가락재로 들어서는 교차로에 진입한 지 1시간 40분 만에 가락재의 정상에 오른다.

 

가락재 터널을 통과하자 춘천의 경계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틀 전보다는 편한데."

 

조금은 흐린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이틀 전의 고단했던 라이딩으로 근육이 풀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렵지 않게 가락재를 오른 기분이다.

 

시원한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고 느랏재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바로 이어진다.

 

"징하네. 강원도!"

 

40여 분의 오르막의 끝에서 느랏재의 터널을 마주한다.

 

"뭔가 해발이 잘못된 것 같은데."

 

지도 어플에도, GPS 기록에도 가락재보다 높게 기록이 되어있는데 느랏재의 해발이 340미터로 안내되어 있다.

 

터널을 통과하자 허름한 느랏재 전망대 쉼터가 눈에 들어온다.

 

"아, 시원한 열무국수 한 그릇 할까."

 

느랏재에서 바라보는 춘천 시내의 풍경이 좋다. 해가 지는 일몰을 느랏재에서 바라보면 석양빛이 꽤나 괜찮을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허름한 쉼터 식당에 들어가 열무 국수가 되는지 물으니 중년의 남성은 손을 가로저으며 안된다고 한다.

 

"..."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시려고 가격을 보니 터무니없이 비싸다.

 

"내려가서 얼음 커피 사 먹자."

 

느랏재의 내리막은 춘천까지 이어지고 작은 언덕을 오른 후 시내까지 이어진다. 갈증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허기가 진다.

 

현기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거두리로 향한다. 춘천 외곽 도로를 피해 오르막이 없는 경로를 찾아가고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얼음 커피로 갈증을 달랜다.

 

외부에 있다는 현기는 거두리에 도착하니 집에 들어와 있다.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고기로 메뉴를 정하고 현기가 추천하는 맛집 두 군데를 들렸지만 모두가 만석이라 그 맛을 보지 못하고 집 근처의 고깃집으로 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다.

 

맥주와 소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와 흉악한 소주 칵테일과 함께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지쳐 잠에 든다. 

 

"현기야, 지금 해가 뜬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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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6~577일 / 맑음 ・ 29도
춘천-홍천
이틀간 춘천 여행, 크리티컬 매스가 진행되는 토요일에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카일라스 형님을 만나기 위해 홍천으로 간다.


이동거리
52Km
누적거리
26,643Km
이동시간
6시간 44분
누적시간
2,001시간

 
5번국도
 
444번도로
 
 
 
 
 
 
 
30Km / 2시간 35분
 
22Km / 4시간 11분
 
춘천
 
홍천
 
도광터
 
 
244Km
 

 

 

"아, 소주 칵테일!"

 

현기가 만든 소주 칵테일과 함께 끊이지 않는 대화의 시간은 즐거움이 충만하지만 다음날의 무거운 피로감과 숙취를 남겨놓는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카일라스 형님을 만나기 위해 홍천으로 떠난다. 현기가 추천했던 순대국집에서 해장과 함께 점심을 해결한다.

 

"5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거지. 든든하게 먹고!"

 

홍천으로 가기 위해 5번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화창한 여름날의 무더위가 느껴지는 날씨다.

도로는 이내 350미터의 원창고개로 향하는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페달링, 거칠어지는 호흡 그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고무 신발은 자꾸만 미끈거리며 페달링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아쿠아 신발을 샀어야 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원창 고개지만 경사도가 가파른 것인지 아니면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고개를 오르는 길이 꽤나 힘이 든다.

"신발이 아니고 체중이 문제인가?"

 

귀국 후 자가격리를 거치고 여행 중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다 보니 20Kg이나 증가한 체중이 부담스럽다.

 

원창고개를 넘고 다시 두 번째 고개인 모래재를 오른다. 원창고개를 넘으며 숨이 트이고 근육이 풀렸는지 조금은 수월한 기분이다.

"아, 진짜 강원도!"

세 번째 부사원 고개를 넘기 전 도로변 그늘에 의자를 펴고 다시 쉬어간다.

"지친다. 지쳐!"

350미터 3개의 고개를 넘고 홍천강을 건너 홍천의 경계에 들어선다.

"조용한 동네네."

도광터로 가는 444번 국도로 가기 위해 홍천강을 따라가는 동안 갈증이 밀려온다. 작은 슈퍼에서 얼음 커피를 마셔보지만 한낮의 뜨거운 더위는 사그라들지를 않는다.

"도광터까지 아직도 고개가 2개나 남았는데."

홍천읍을 벗어나는 오룡산의 첫 번째 고개를 넘고 아래로 내려가는 달콤함도 잠시 뿐이다. 홍천읍 동면을 지나쳐 가는 길은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형님, 한 10km 정도 남았어요. 막걸리 한 통 받아 갈까요?"

"좋지요!"

도광터가 자리 잡은 공작산을 오르기 전 마을의 슈퍼에서 막걸리 두 통을 산다.

"갈수록 수납 능력이 다양해진다."

커다란 두 통의 막걸리 때문에 무거운 자전거가 더 무거워진다. 700미터가 넘는 공작산을 오르기 전 초입에서 큰 숨을 쉬어보고.

오늘의 마지막 고개를 오른다.

"오늘 몇 미터를 오른 거야?"

500미터가 조금 넘는 공작산 도로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경사도로 구불구불 휘어진다. 흘러내리는 땀과 미끌거리는 신발 작은 날벌레들이 정신없이 달라붙는다.

손뼉을 치며 시야를 가리는 날벌레들을 잡아보지만 수없이 잡아도 그 수는 줄지 않는 느낌이다. 채 열 걸음을 떼기도 힘든 경사도의 도로다.

"아놔, 이 길은 대체 뭐야!"

그렇게 30여 분을 오르고 공작산의 정상에 이른다. 소나기와 같은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진다.

다시 급경사로 떨어지는 고개를 잠시 내려오자 도광터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도로가 나타난다.

"얼추 여기인 것 같은데."

"형님, 저 왔어요?"

"갈가에 있는 우편함, 그 길로 올라와요."

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제멋대로의 자갈들로 더욱 가팔라진다. 오는 길에 5개의 고개를 넘는 동안 이미 근육들이 풀려버린 다리는 땀으로 미끌리는 신발을 이겨내지 못한다.

"형님, 도와주세요!"

인가의 실루엣이 나뭇잎 사이로 보일 때쯤 뒤로 밀려가는 자전거를 부여잡고 소리를 친다.

 

"형님!"

카일라스 형님은 친근한 목소리와 함께 반갑게 웃으며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자전거를 밀어준 덕에 겨우 도광터의 집으로 들어온다.

자전거는 콩을 쑤는 가마솥이 놓인 곳에 넣어두고.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을 온몸에 끼얹는다.

"아, 살 것 같다."

10년 전 자전거 샵을 처음 오픈했을 무렵 기어 속선을 사러 온 낯선 자전거 여행자의 모습으로 처음 마주한 형님은 홍천의 도광터에 자리를 잡고 일산과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다 정년 퇴임과 함께 교편을 내려놓은 후 이곳에 정착을 한 모양이다.

전국을 여행하던 중 시골의 노인에게 막장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도광터에서 막장을 담그며 자전거를 타고 글을 쓰며 생활을 한다.

"여기가 화장실."

쇠똥구리 같은 작은 딱정벌레들이 꼼지락거리며 돌아다니는 화장실이 이상하게 친숙하다.

직접 담근 막장으로 만든 된장국과 물김치 하나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풍족한 저녁이다.

막걸리 한 잔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와 함께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산속의 밤이 깊어간다.

따듯하게 불을 넣어둔 작은 방에서 피로가 쌓인 몸을 뉘인다.

"산골 냄새, 좋다!"



11시, 정오 가까이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맑고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지만 산속의 바람은 시원하다.

"마음에 들면 신고 가요."

정말 오랜만에 신어보는 검정 고무신의 매끈함이 좋다.

막장이 익어가는 장독대와 굵은 자갈과 돌들을 고르고 정성스레 일궈놓은 텃밭,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연못들을 둘러보는 사이 형님은 예초기를 들고 집 주변의 풀들을 제거하고, 새로 지을 가마터에 사용할 커다란 기둥들을 끌고 내려온다.

느릿한 산골의 삶이지만 부지런해야 즐길 수 있는 모양이다.

"이곳의 산속의 삶이 좋아."

"형님, 저는 바다가 있어야 해요."

"숲 속의 적막함 보다는 바다의 쓸쓸함이 좋아요."

공간의 숲과 시간의 바다,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품고 간직한 공간의 숲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스쳐가는 시간의 바다다.

"간직해야 할 것들은 기억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는 평온함보다 지나치고, 버려지고, 완전하지 못할 시간들에 아파하는 것이 어울리나 봐요."

"이제는 모두 버려버려서 간직해야 할, 지켜야 할 무언가가 더는 없어요. 텅 비어버린 껍데기 같아요."

조용한, 아주 조용한 산골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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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5일 / 맑음 ・ 28도
춘천
춘천에서의 하루, 자전거 춘천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31Km
누적거리
26,591Km
이동시간
2시간 25분
누적시간
1,994시간

 
중도길
 
뒷풀이
 
 
 
 
 
 
 
9Km / 35분
 
22Km / 1시간 50분
 
거두리
 
중도
 
거두리
 
 
192Km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의 숙취가 무겁다. 점심 냉면으로 속을 달래고 다시 침대에서 누워 낮잠을 잔다.

 

"재희 누나가 막국수를 사 준다고 하는데요. 자전거 타러 가실래요?"

 

바람이 시원한 늦은 오후의 춘천, 공지천을 따라 춘천 시내를 가로지르고 의암호를 넘어 중도로 간다. 

 

도착한 중도의 공원에는 5명 정도의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유쾌함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흥이 넘치는 사람들이네."

사람들과 함께 시원한 풍경과 바람의 중도를 달린다.

"자전거면 충분하다."

생활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는 자전거 춘천의 회원들은 편안한 복장과 마인드로 자전거를 즐긴다.

먹기로 한 막국수는 없다. 현기를 따라 카페 소락재에서 열리는 회의 미팅에 얼떨결에 참석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나 자전거를 주제로 지역 사회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모양이다.

지역 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의견 나눔의 모습을 구경하고, 회의가 끝난 후 뒤풀이 자리까지 함께 한다. 정말 다양한 직업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토요일에 열리는 춘천 크리티컬 매스에 함께해요?"

"제가요?"

"크리티컬 매스에 참여하고, 떠나실 때 저희가 배웅해 줄게요."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뒤풀이 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현기가 준 새 태극기를 달고, 헌 태극기는 기념으로 챙겨놓는다.

"그동안 수고했다."

다시 춘천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 현기와 사진을 찍고.

현기를 만나러 온 춘천에서 생각지 못했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땡큐, 현기."

이제 홍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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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4일 / 맑음 ・ 28도
춘천
같은 시기 자전거 세계여행을 했던 현기님을 만난다. 생각해 보니 춘천을 처음 여행하는 것 같다.


이동거리
24Km
누적거리
26,560Km
이동시간
2시간 47분
누적시간
1,992시간

 
의암물레길
 
춘천순환로
 
 
 
 
 
 
 
16Km / 1시간 45분
 
8Km / 1시간 02분
 
의암호
 
고릴라
 
거두리
 
 
161Km
 

 

평온한 의암호의 아침, 잔잔한 의암호에 나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잠을 떨쳐낸다.

 

"여기에 곧 헬리콥터가 옵니다. 바람이 강하니까 텐트가 날아가지 않게 해 주세요."

 

"헬리콥터요? 언제 오는데요?"

 

공사장의 관리자가 다가와 9시에 헬리콥터가 공터에 착륙한다고 안내를 한다. 많은 작업자들이 공터에 물을 뿌리며 헬리콥터 창륙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아니, 이른 시간에 누가 오는 거야?"

 

9시까지 30여 분이 남은 시간, 한가롭던 아침의 여유는 난데없는 헬리콥터의 착륙으로 어수선하니 바빠진다. 서둘러 텐트를 정리하고 춘천 시내 방향으로 이동한다.

 

강변의 나무테크 자전거길에서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동안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현기님은 왜 답이 없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집의 주소를 물어보는 메시지에 답이 없다.

춘천시의 초입에 들어서자 강변에 시원한 공원이 있다. 아마도 어제저녁 만났던 아저씨가 말한 좋은 캠핑자리가 있다는 공원이 아닐까 싶다.

공원의 편의점으로 가서 얼음 커피를 사 마시고, 낡아서 찢어진 은박매트를 버린다.

"고무 밧줄을 샀으면 좋겠는데."

주변의 삼천리 매장을 검색하다 양평 해장국집이 있어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간다.

수변에 그늘이 없는 공지천의 자전거 도로가 뜨겁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는데 현기님은 아직 메시지가 없다.

"캠핑 의자나 사러 가자."

점심을 먹는 동안 캠핑 매장을 검색하니 춘천시 외곽에 고릴라 캠핑 용품점이 있다.

의암호 주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소양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소양강 처녀?"

자전거를 타고 춘천은 처음 방문하는 곳인데 이상하게 의암호 가운데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이 눈에 익는다.

"버스를 타고 지나쳤나? 예전 전국일주 중에 지나쳤나?"

카시아에게 사진을 보내니 동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뭔가 답변이 난감하다.

"그냥 노래에 나오는 소녀야. 별 의미는 없어."

카시아에게 답장을 하고 나니 별 의미 없는 처녀상을 저리도 크게 세워놓았는지 의문이다.

시의 외곽에 있는 골릴라 캠핑 용품점에 도착한다. 시원한 매장으로 들어가니 땀을 식혀주는 에어컨의 냉기보다 각종 캠핑 장비들을 보는 행복감이 더 하다.

이것저것 욕심나는 아이템들이 많지만 모두를 자전거에 싣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외부에 전시된 캠핑 의자 중 가장 가볍고 저렴한 의자를 선택한다. 보랏빛 밋밋한 색상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벼운 무게와 저렴한 가격이 꽤 마음에 든다.

의자를 사서 조립을 하며 테스트를 하고 있으니 현기님에게 메시지가 온다. 현기님의 집은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가까운 거두리, 춘천의 정반대 편이다.

춘천 외곽도로를 따라가다 빙돌아가는 길을 벗어나 시내를 가로지르는 길을 선택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내 가운데 언덕들이 페달링을 괴롭힌다.

"쪼매한 시내에 뭔 고개들이 이렇게 높아?"

더운 날씨 때문인지 쉽게 지쳐가는 기분이다. 현기님이 알려준 주소의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고 마중 나온 현기님을 만난다.

곱게 기른 머리를 묶은 모습이 낯설지 않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여행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월터와 알렉스라는 여행자 친구들을 각기 만나고 함께 공유한 인연이 친숙한 느낌을 갖게 한다.

시원한 샤워를 하고, 현기님의 사진을 카시아에게 보내준다. 10년 전 유럽을 자전거 여행하며 카시아의 집에서 웜샤워를 했던 현기의 모습을 몰라본다.

"친구의 집에 갔어?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야?"

"..."

현기님은 컴퓨터에서 아주 오래된 사진을 찾아 메시지를 보내주고, 카시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니 카시아 그제야 현기님의 모습을 알아본다.

"역변한 것도 아닌데, 몰라보네."

"아 춘천에 춘자가 있지!"

함께 자전거 이야기를 하던 중 현기님의 지인들 중 춘자에서 활동하는 화원이 있다고 하여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다.

집 근처의 닭갈비 집으로 간다. 이제는 워낙 유명한 전국구 음식이라 특별히 서울의 닭갈비와 다르지 않지만 현지의 맛이니 그냥 기분이다.

춘자에서 활동한다는 두 명의 지인들이 차례로 도착하고 인사를 한다.

"춘자가 아니고 자전거 춘천이야."

닭갈비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온 재희님과 선우는 생활자전거 타기 캠페인 같은 것을 하는 자전거 춘천의 회원이다.

현기의 착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이지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닭갈비로 저녁을 먹고, 맥주집에서 자전거 이야기를 나눈 후 현기의 집에서 맥주와 소주 칵테일과 함께 대화를 이어간다.

크리티컬 매스, 사회적 협동조합 등등의 춘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전거 관련 일들에 대해 긴 대화가 이어진다.

즐거운 술자리가 끝나고, 카시아는 알렉스의 집에 찾아온 게스트의 소식을 전해준다.

"아, 어지러워."

즐거운 만남과 대화의 술자리에 취기가 몰려온다.

뭔가 즐거운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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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73일 / 맑음 ・ 28도
청평-강촌-춘천
어쨌든 여행을 떠나오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이동거리
42Km
누적거리
26,537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1,989시간

 
북한강자전거길
 
의암물레길
 
 
 
 
 
 
 
18Km / 1시간 30분
 
24Km / 2시간 30분
 
청평
 
강촌
 
춘천
 
 
137Km
 

 

햇볕과 바람, 날이 밝아오는 아침의 느낌이 좋다. 춘천까지 멀지 않은 거리, 청평에서 하루를 더 있어도 괜찮고 춘천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디까지 가 볼까?"

 

강으로 나가 세수와 양치를 하고, 물이 참 맑다. 여행을 출발하며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다.

빠르게 올라가는 기온의 텁텁함이 느껴진다. 이내 뙤약볕으로 변할 캠핑 자리를 정리하고 청평 시장을 아침을 먹으러 간다.

5일 장의 청평 시장은 장날리 아니라 아쉽다. 썰렁한 시장 골목에 아침 식사가 되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시골 재래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특별함은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것으로 만족한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자전거 도로는 가평에 이르기까지 꽤나 지루한 느낌이다.

지방 도로와 농로, 하천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평에 들어서고.

가평 대교를 넘으며 넓은 경기도의 경계를 벗어난다.

강촌을 향해서 간다. 여전히 지루한 풍경과 더 지루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으로 이어지는 대학 MT의 장소들, 봄과 가을이면 이곳으로 MT를 왔지만 이제는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없다.

강변을 따라 스상 스키나 바나나보트 같은 레저 펜션만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요즘 대학생들도 MT를 가나?"

그 때에 비하면 교통수단이나 도로의 환경이 좋아져 속초나 강릉, 제주도 같은 바다로 갈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구석기시대의 문화처럼 사라졌을 것도 같기도 하고 그렇다.

생각해보면 청량리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낡은 새마을호와 버스를 갈아타며 사람, 시간, 교통체증에 녹초가 되도록 지쳐가며 이곳까지 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고작 밤새 술을 마시고, 널부러진 빈 병들과 담배꽁초 사이에 제멋대로 뒤엉켜 잠들고, 쓰린 속을 달래려 남은 음식들을 섞어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 전부인 하루였는데 말이다.

오래전 추억의 아련함보다 20대 시절의 알 수 없는 눅눅함이 먼저 떠오른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스무 살, 그때인가 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강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B급 분위기의 거북한 이질감 같은 것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메뉴들을 고르다 즐비하게 들어선 막국수집 대신 짬뽕집을 선택한다. 꽤나 만족스러운 맛이지만 수북하게 쌓아 올린 홍합 껍데기를 고르는 것이 귀찮다.

현기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내일 춘천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춘천까지 멀지않은 거리, 더운 날씨에 강촌에서 캠핑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해 두었던 다리 밑 강변의 공터는 뙤약볕이 쏟아지는 장소다. 그늘막을 치고 쉬고있는 바이크족과 차박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는 조용할 것 같지가 않다.

다리를 건너 춘천으로 향하며 적당한 장소를 찾기로 하고, 두 번째로 검색해둔 장소는 시원하지만 너무 외지고 음산하다.

"몰라, 쉬었다 가자."

다리밑 그늘에 슬립핑 매트를 깔고 자리에 누워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의암댐을 건너고 춘천으로 간다.

청평이나 강촌의 강변을 생각하며 적당한 야영지가 많을 것으로 여겼는데, 의암댐으로 막혀있는 춘천은 강변이 아니고 커다란 호수다.

"망했어!"

생뚱맞게 세워진 인어공주 조각상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른다.

언덕 정상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도로의 내리막길 반대편 호수 방향으로 묘한 나무테크길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지도앱을 실행시켜 길의 경로를 검색하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부녀가 나무테크 길로 들어간다.

"오, 호수 둘레길!"

의암호의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둘레길인 의암호의 물레길, '타닥타닥' 밟아가는 소리가 좋은 나무테크 길을 따라가니 대규모의 체육 시설들이 들어선 공원이 나온다.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의 잔디밭과 정자들 그리고 깨끗한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공원에서 그늘막을 치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아, 오늘도 삼겹살 냄새. 그런데 공원에 캠핑이 가능한가?"

일단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다리와 팔을 씻고 넓은 정자에 누워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공원은 한적한 편이지만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 자동차들이 지나다닌다.

"캠핑이 가능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공원 시설 내에서 취사와 야영을 금한다는 현수막들이 보인다.

"좋긴 한데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싶지 않네."

해는 떨어졌지만 공원에서 야영을 할 계획을 바꾸고 다시 야영 장소를 찾아 춘천 방향으로 들어간다.

다시 의암호의 물레길을 따라가고, 한 중년의 남자가 자전거를 타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남자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남자는 조금만 더 가면 괜찮은 공원이 있다고 한다.

"캠핑해도 돼요?"

"아마도, 화장실도 있고 괜찮아요."

남자와 대화를 하던 중 캠핑카들과 대형텐트가 설치된 커다란 공터가 나타난다.

"여기 캠핑장인가요? 무료예요?"

"아니요. 케이블카 공사장인데 공터에 캠핑을 하는 거예요."

"여기서 캠핑할게요."

"조금만 더 가면 좋은 곳이 있는데. 화장실도 있고."

"괜찮아요."

남자가 말하는 공원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고, 어둠이 내려앉았고,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를 발견한 터라 그냥 공사장의 공터에서 캠핑을 하기로 한다.

주변의 캠핑카에서 통기타 소리와 함께 오래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가요와 올드 팝송을 연이어 부르는 중저음의 목소리, 남자의 연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공터의 풀밭에 텐트를 펼치고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다.

"끈적해. 샤워가 하고싶다."

내일 일찍 현기님 집으로 찾아가야겠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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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2일 / 맑음 ・ 27도
양평-청평
춘천으로 향한다. 웜샤워의 호스트 현기님의 일정에 맞춰 천천히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간다.


이동거리
29Km
누적거리
26,494Km
이동시간
2시간 23분
누적시간
1,985시간

 
북한강자전거길
 
북한강자전거길
 
 
 
 
 
 
 
20Km / 1시간 33분
 
9Km / 50분
 
양평
 
대성리
 
청평
 
 
95Km
 

 

빠르게 올라가는 텐트의 온도, 여름을 알리는 화창한 날씨다.

 

월요일에 집이 비는 현기님의 일정, 아주 천천히 춘천으로 가야 한다.

"뭔가 흥도 안 나고, 청평까지만 가자."

그동안 비가 내리며 선선했던 날씨는 여름날의 무더위를 향해 가파르게 기온이 올라간다.

쉼터 이외에 딱히 그늘이 없는 자전거 도로의 라이딩이 뜨겁다.

"얼음 커피가 최고네."

뜨끈하게 달궈진 안장에 오르는 기분은 정말 최악이다. 그럼에도 햇볕을 피해 그늘에 자전거를 놓아두지 않는 게으름은 바뀌지가 않는다.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페달을 밟는 사이 대성리에 도착한다.

대성리 초입, 낚시꾼들이 만들어 놓은 강변의 야영지에서 캠핑을 할까 고민을 한다.

"물이 깊어서 마음에 안 든다. 가자!"

강변으로 힘들게 끌고 내려간 자전거를 다시 끌고 올라온다.

생각없이 다시 페달을 밟고 청평읍에 가까워지며 강은 작은 하천처럼 낮아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는 라이딩은 편하지만 특별한 재미가 없다.

다리 밑 그늘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는 중년의 여자들이 보인다.

"흠, 삼겹살 냄새."

사람들을 지나치고, 청평대교 밑에도 여러 개의 텐트와 함께 강변에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여기는 뭔가 복잡해서 싫다."

슈퍼에 들러 맥주와 쥐포, 음료수 등을 사서 사람들이 삼겹살을 굽고 있던 다리 밑으로 되돌아 온다.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아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여자들의 끝없는 수다가 이어진다.

식욕을 돋우는 삼겹살 냄새가 조금은 고통스럽지만 모임 자리가 끝나면 다리 밑의 공간을 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으니 참아야 한다.

해의 기울어짐에 따라 그늘이 움직이는 시각, 자리를 옮겨가며 그늘에 슬립핑 매트만을 깔고 누워 해가 지기를 그리고 삼겹살 모임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멀리 강가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고.

"다슬기를 잡나?"

슈퍼마켓에서 사 온 맥주와 음료수는 물속에 넣어둔다.

"아저씨 뭐하세요?"

줄낚시를 이용해 작은 물고기를 잡고 있는 남자는 오전에 잡아 말려둔 물고기를 고양이들이 모두 물고 갔다며 투덜거린다. 

"물이 참 맑다."

삼겹살 모임이 끝나고 이쁜이라 불리던 막내 아줌마를 비롯하여 모두가 다리 밑을 떠나고 평온한 평화가 찾아든다.

다리가 만든 그늘은 어느새 주변의 산들이 만드는 넓은 그늘로 바뀐다.

텐트를 펼치고 자리에 누워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오늘 저녁은 감자라면!"

라이딩 거리가 짧아 오는 동안 점심을 거른 탓인지 감자라면 두 개와 햇반 하나를 비우고서 저녁식사가 끝이 난다.

뜨락 누나가 챙겨준 오이소박이가 있어서 제법 맛있는 저녁이다.

"내일 여기서 하루 더 있을까, 강촌까지 갈까?"

춘천까지 가까운 거리라 라이딩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좋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1일 / 맑음 ・ 28도
고양-서울-구리-양평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중단된 여행, 귀국과 자가격리 그리고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파고들던 알 수 없는 힘겨움이었다. 다시 떠나야 한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6,465Km
이동시간
5시간 13분
누적시간
1,982시간

 
한강자전거길
 
한강자전거길
 
 
 
 
 
 
 
45Km / 3시간 30분
 
21Km / 1시간 43분
 
고양
 
구리
 
양평
 
 
66Km
 

 

게으른 아침이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지만 마음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귀국 후 조금씩 쌓여가던 무력감과 텅 비어있는 공허한 감정들을 덜어내고 싶다.

 

"가야 해! 무언가를 채워야 해!"

 

점심으로 능곡시장의 장터국밥을 먹고.

시장에 들러 에릭스형이 추천한 고무 신발을 산다.

버너의 휘발유를 사기 위해 능곡 SK 주유소에 찾아간다.

"휘발유 주세요."

"통이 작아서 못 넣어요."

"전에도 여기서 넣었는데, 저예요!"

1년 반 만에 만난 아저씨는 자세히 얼굴을 살핀 후에야 나를 알아본다.

"어, 잘 다녀오셨어요?"

"네, 그러니까 휘발유 주세요."

"대충 준비가 끝난 거지!"

늦은 출발이지만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편하기도 하고,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 뭔가 기운 빠지는 느낌도 든다.

"가자, 어디든 가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넉넉하게 발이 편했던 고무신발은 페달링이 계속되자 땀이 차서 미끌거린다.

"아놔, 이거 하자네."

고무신발을 사고 그동안 신던 낡은 운동화를 버린 뒤라 다른 대안이 없다. 당분간 적응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여름용 아쿠아 신발을 사야겠다.

"근데 정말 덥다."

"멀리 가기도 귀찮고 양평까지만 가자."

경쾌함이 없는 페달링이 이어진다.

"어디로 가지?"

뭔가 답답하고 지루한 여행의 시작이다.

구리의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일단, 현기님을 만나러 춘천으로 가자."

함께 동행을 할 기회는 없었지만 같은 시기에 자전거 여행을 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던 현기님을 만나러 간다.

비슷한 경험을 한 여행자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대화들을 하다 보면 이유모를 답답함도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팔당에 들어서며 허기가 밀려온다.

현기님에게 메시를 보내며 춘천을 향하는 것을 알린다.

"저 서울에 있는데 내일 춘천으로 가요. 그런데 동생이 주말에 집으로 와서 다음 주 초에 오시면 집에서 쉬실 수 있어요."

"그럼 오늘은 양평까지만."

"벌써 출발하신 거예요?"

미리 연락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상관없다.

"알아서 잘 갈게요."

팔당면에 도착하고 첫 번째로 보이는 초계 국수집으로 들어간다. 여행하는 동안 현지에서 유명한 음식들을 많이 먹어볼 생각이다.

차가운 얼음 육수가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뭐, 소문대로 꽤 괜찮네!"

국수집의 주차관리를 하는 남자에게 자전거 도로변에 캠핑을 할만한 곳이 있는지 물으니 시골이라 딱히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그냥 가게 옆에 텐트를 치세요."

국수집의 측면에 있는 휴식 공간에 텐트를 치라며 흥쾌한 제안을 한다.

"화장실도 있고, 아침 8시에 영업을 시작하니까 그때까지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가다가 야영장소를 못 찾으면 돌아올게요."

"네, 그러세요."

마땅한 야영지를 찾으며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고, 남한강길과 북한강길이 나뉘는 양평의 갈림길에 야영지가 있을까 싶었지만 별다른 장소를 찾지 못하고 북한강길로 들어선다.

계속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변에는 마음에 드는 장소가 없다.

"이대로 계속 도로만 이어지는 거냐?"

계속 길을 이어가는 것도 마땅치 않고, 자전거 도로변에는 특별하게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천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각, 자전거 도로변에 있는 넓은 쉼터의 공간에 자전거를 세운다.

"됐다. 여기까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정자 밑에 텐트를 펼치고.

"한국까지 와서 비를 맞기는 싫다."

지긋지긋하게 겨울비를 맞으며 여행한 탓에 비를 맞으며 라이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저녁 무렵 끝이 나고, 주말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야간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조용한 밤이다.

"나오니 좋기는 하네."

지금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떠나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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