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5일 / 맑음 ・ 23도
베이징 팡산구-천안문
중국의 랜드마크, 베이징의 중심으로 이동하여 천안문을 지날 것이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4,302Km
이동시간
5시간 17분
누적시간
320시간 20분

S317
전문서대로
35Km / 2시간 58분
16Km / 2시간 19분
팡산구
천안문
화평촌F구
 
 
4,30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천안문 광장까지 30km 거리가 남아있어 게으름을 피운다. 천안문까지 얼마 되지 않은 거리와 제공되지 않는 조식으로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다.

"조식이 없어. 조식이."

9시가 넘도록 애정 결핍자처럼 침대 시트만을 칭칭 둘러감고 일어나기를 뭉그적거린다.

패니어에 넣어둔 면도기를 꺼내어 수염들을 정리하고 나니 뭔가 더 늙어 보이고.

"너무 귀티 나면 중국 사람들이 다가오기 어려울 텐데."

바람이 조금씩 빠지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10시가 넘어 체크아웃을 한다.

"정비를 하면 될 텐데, 천성의 귀차니즘이란."

따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리의 풍경과 달리 제법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백 년만의 남동풍은 사라지고 언제나처럼 맞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라이딩이 힘들고, 바람이 없으면 뿌연 공기가 힘들어."

바쁠 것 없는 일정 탓에 천천히 길을 따라가는데 심한 허기가 밀려온다.

페달링도 귀찮아지고 힘이 없다.

쓸데없이 예쁘기만 한 길도 눈에 안 들어 오고.

마땅한 식당은커녕 아무것도 없는 길만 계속되고.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먹었던 저렴하고 맛있던 면요리들이 생각난다.

먹지 못한 조식으로 인한 의욕 부진, 1시간 반 동안 겨우 15km 정도만을 이동한다.

본격적으로 베이징 시내에 들어서기 전 도로 건너편의 할배네 치킨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들의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간다.

"Just, set No.1!"

세트의 가격이 올랐는지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가 메뉴판의 36을 가리키며 '치, 치'를 반복한다.

"알아요. 37위안."

맛나게 햄버거를 해치우고 그대로 두어도 되는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통째로 쓰레기통에 쏟아버린 후, 문을 나오며 파이와 치킨을 담았던 플라스틱 접시가 따로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미안. 난 도와주려고 했지."

햄버거를 먹고 나니 어제의 예약 실수를 잊을 만큼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용띵허(永定河)를 넘어 시작되는 베이징의 시내, 용띵허 근처의 완핑성(宛平城)에 잠시 들린다.

바깥 성곽을 지나 안쪽으로 2층의 누각이 올라가 있는 성의 정문이 보인다.

성의 안쪽으로 상가들이 늘어선 길이 이어지고.

옛 성들과 거리를 보면 지금 중국의 도로나 거리의 형태들이 유사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예전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복원을 한 것인지, 현재의 모습이 예전의 형태를 유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완핑성의 모습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색한 한국말이 들린다.

중년의 중국인이 나를 보며 한국 사람인지 물으며 한국말을 한다.

"워 쓰 한궈렌."

어디서 배웠는지 짧은 한국말을 하며 자신이 더 즐거워한다.

"일본 사람한테 한국말을 배웠나?"

중국어는 사성이 있어서 인지 중국인들의 한국 발음은 일본 사람의 발음과 차이가 나는데, 아저씨는 일본인처럼 한국말을 한다.

'시에 시에' 인사를 하니 '감사합니다'하며 이웃집 아저씨 같은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인사를 한다.

베이징 시내로 접어들어 도로를 따라 한참을 이동하는데도 거리는 허름하고 낡은 풍경의 연속이다.

천안문까지 거리가 15km도 안되어 도시의 외곽이라 보기에도 그렇고, 중국의 모든 도시가 그렇듯 수도인 베이징도 느닷없이 나타날 모양이다.

가끔은 어떻게 짐을 싣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쾌적하고 깨끗한 도로가 갑자기 나타나고.

풍성한 가로수가 이어진 후.

거대한 건물군이 나타난다.

코너를 돌아 5km를 직진하면 천안문이 나온다. 잠시 쉬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난 준비됐어. 네 모습을 보여줘."

한적하고 넓은 도로가 이어지더니.

비현실적으로 넓고 깨끗한 도로가 직선으로 이어진다.

"직선 성애의 끝판왕인가?"

차도보다 두 배는 넓은 자전거 도로를 혼자 달려간다.

왕복 10차선, 넓은 자전거 도로가 양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어떤 건물도 보이질 않는다.

"넓다 아니 광활하다."

사거리마다 교통 공안들이 신호를 따라 안전하게 통제를 하고.

남해 공원이 시작되며 사거리마저 사라진다.

도로변 곳곳에 공안들과 특수차량들이 배치되어 있고.

천안문과 천안문 광장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데 워낙 모든 것이 넓다 보니 한적해 보인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다가와 빨리 진행 방향으로 가라며 강경하게 안내를 한다.

"알았어. 몇 장만 찍고."

자꾸 재촉을 하는 바람에 자전거 인증샷도, 빙글빙글 동영상도 못 찍고 광장을 지나친다.

먼 길을 돌아 신호등으로 길을 건너고 천안문으로 되돌아간다.

천안문으로 가는 관광객들이 검문대 같은 곳을 줄을 서서 통과한다.

천안문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 자전거를 세우자 어디선가 검은 제복의 사내가 나타나 어서 지나가라며 손가락으로 지시를 한다.

"뭐가 이리도 부자유스럽고 딱딱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자유를 누리며 사는구나."

경직된 분위기 탓에 천안문과 베이징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천안문과 남해 공원을 다시 지나치고 넓은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사거리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

보통 4~6만원 정도의 숙소들이 서울의 중하급 모텔 정도의 수준으로 보이니 꽤 비싼 편이다.

15,000원 정도 하는 도미토리에 가볼까 생각하다 중국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니 썩 내키지도 않고, 외국의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패쓰.

어렵게 천안문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평점이 좋은 숙소가 있어 트립닷컴에 문의를 한다.

"외국인 투숙 가능 여부와 자전거 보관 유무를 알고 싶어요."

첫 번째 상담자는 빠르게 2성급 숙소라 외국인 투숙이 불가하니 3성급 이상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숙소에 확인하고 답변한 건가요?"

지금까지 상담을 해주던 Bebe 상담원을 보면 호텔과 통화 후 안내를 하느라 4~5분 정도 응답 시간이 걸렸는데 너무 빠르고 쉽게 대답이 온 것이다.

바로 상담창을 닫고 평점 1점을 날려준다.

두 번째 상담자에게 외국인 숙박은 가능하지만 자전거를 룸에 넣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숙소를 예약한다.

숙소의 외부 사진으로 직원들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놓아두는 별도의 공간이 있음을 확인한 터라 그곳에 보관하면 될 것 같다.

"2박 3일을 보내야 하는데, 하루 머물고 괜찮으면 연장하자."

천안문 광장의 뒤편으로 이어진 도로를 선택하고 숙소로 향한다.


천안문 광장 뒤편의 웅장한 쩡앙먼(正阳门)과 치엔먼(前门)이 보인다. 공안이나 경비대가 없어 여유 있게 구경을 하고.

중국 철도 박물관(中国铁道博物馆)을 지나 허물어진 성곽이 길게 이어지는 밍청공원(北京明城墙遗址公园)을 지나친다.

따듯한 햇살에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고가도로나 큰 다리들은 자전거로 진입할 수가 없고 그 밑으로 복잡하게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고가도로 밑의 회전도로에서 차량들과 오토바이를 신경 쓰다 보면 방향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하고. 리모델링을 했는지 외관과 달리 비교적 깨끗하다.

베이징 시내는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서 지붕이 있는 실내에서는 금연을 하게 했다. 물론 담배 냄새가 조금씩 풍기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중국인의 담배 사랑이란 참."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에 자전거를 잘 묶어두고.

프런트 로비에 놓인 커피 자판기에서 블랙커피 한 잔, 역시나 맛이 별로다.

아파트 지역이라 마땅한 식당이 없고 숙소 근처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들어간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다.

양고기 덮밥과 야채볶음을 주문하고 조리실에 표를 주니 먹고 갈 것인지, 포장할 것인지 묻는다.

"비주얼은 그럴듯한데."

주문한 양고기 덮밥과 숙주나물을 볶은 요리가 나온다. 덮밥 22위안, 야채볶음 18위안.

양고기 덮밥은 약간의 잡내가 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하고, 숙주나물을 계란과 야채를 섞어 볶은 요리가 맛이 좋다.

거리에 의자가 놓인 것은 처음 본다.

벤치에 앉아 선선하게 불어오면 바람을 느끼며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가로움, 시간을 흘려보낸다."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의식, 공허한 일상의 억지스러운 감정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동떨어진 느낌. 쓸데없는 감정의 포만감이 찾아든다.

"좋네."

숙소에 들어가다 슈퍼에서 수박을 조금 산다. 냉장고가 없어 시원한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달달한 과일즙이면 충분하다.

숙소의 유자차 같은 것과 커피 쿠키고 챙겨들고.

당도가 높진 않지만 맛이 괜찮고 양도 제법 많다.

"12위안이면 비싼 건가?"

중국여행도 몽골로 가는 700km의 여정만이 남아있다.

90일의 체류기간과 몽골의 비자 만료일이 한정되어 있어, 조금 더 넓게 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생각 같아선 다시 S자로 턴을 해서 시안과 청도, 쿤밍시로 향하고 싶다.

"뭐, 또 다른 기회가 있겠지."

"반짝이는 거 무지 좋아해요."

중국의 밤은 어두워서 그런지 조명이나 불빛들이 유독 멋지게 보인다. 골목들은 불빛 하나 없이 죄다 컴컴한데.

"그나저나 내일은 무엇을 할까?"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4일 / 맑음 ・ 23도
바오딩시-가오베이뎬시-줘저우시-베이징 팡산구
150km가 남은 베이징, 어디까지 갈까 고민하다 85km 거리의 줘저우시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가지 뭐."


이동거리
117Km
누적거리
7000,Km
이동시간
6시간 0분
누적시간
48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오딩시
 
줘저우시
 
팡산구
 
 
4,21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5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조식이 7시 반인데, 잠자다 놓치는 거 아냐."

세 개의 알람을 거르고 7시 반의 알람에 겨우 잠에서 깨어난다. 샤워를 하고 날씨를 확인한다.

"24도까지 올라가네. 찬바람이 물러갔나 보다."

기온만을 확인하고 어플을 닫으려는 순간 어색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동풍 바람 8m/s. 남동풍? 남동풍이면 뒷바람인데."

바오딩시에서 베이징까지 북쪽으로 사선을 그으며 올라가는데 남동풍이면 뒷바람이 확실하다.

"몰라, 밥이나 먹자."

조식권을 들고 2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간밤에 튀김 빵을 네 개나 먹은 터라 허기짐이 없어서 인지 큰 기대 없이 놓인 메뉴들을 둘러본다.

돼지고기와 버섯.

이것도 버섯.

"소시지다!"

커피 자판기가 있지만 3.3.3 법칙의 우리네 커피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

간단하게 시작, 소시지는 겉이 질기고 중국향이 나서 맛이 없다. 반 조각만 먹고 그대로 방치.

입맛이 별로 없어서 눈치 안 보고 크게 두 접시만 비워내고 과일 약간으로 디저트를 한다.

방으로 돌아와 홍차를 마시며 리즈훼이와 잠시 메시지를 교환한다.

"리, 너는 3년 후에 무엇을 할 거야?"

"我现在都不知道要做什么. 很迷茫."

"Don't worry. Something good's gonna happenings!"

"一起加油!"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23살의 여자아이.

알 수 없는 삶의 막연함이 두렵고,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시간처럼 마냥 소모되어 가는 시절이 있다.

고민의 무게와 깊이, 아픔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는 동안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싱거운 농담처럼 지나쳐 가버린다는 것을 그녀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체크인을 하기 전 핸드폰을 재시작 했더니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지? 데이터 충전한지 얼마 안 됐는데."

2기가 충전 후, 숙소의 와이파이만으로 사진을 업로드하고 데이터는 인터넷 검색만 사용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모두 소진될 일은 없다.

숙소의 와이파이로 심박스에 카톡 문의를 남겼지만 하필 일요일이다.

"난감하지만 다음 숙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일단 고덕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고 줘저우시를 목적지로 설정한다. 네트워크가 끊겨도 실행된 내비게이션은 정상작동된다는 것을 지난번에 확인한 터라 걱정은 없다.

"일단 목적지에 가서 숙소는 비번이 걸리지 않은 와이파이나 식당에서 검색하면 되겠지."

이미 한차례 겪은 일이라 조금 답답할 뿐 걱정 같은 것은 없다.

어제 일찍 쉬고 아침까지 든든히 먹었는데, 날씨도 좋고 바람까지 뒤에서 불어 등을 밀어준다.

"좋아, 신나게 달려 주겠어!"

경쾌한 페달링으로 깨끗하게 잘 뻗어있는 도로를 즐겁게 달려간다.

중국 사람들의 못된 운전습관에 욕이 착착 달라붙는 것이 컨디션도 너무나 좋은 것 같다.

대나무를 싣고 가는 것인지,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포터 같은 1톤 화물차를 못 본 것 같다. 대개 개인들은 승용차나 승합차 그리고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고, 화물은 특대형이나 대형 화물차 그리고 3륜차와 경운기 엔진이나 육공트럭 같은 것을 타고 다닌다.

이곳도 강바닥이 완전히 말라있어 흉흉하기 그지없다.

완벽하게 뒷바람이 불어온다. 주유소의 풍선이 거북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오니 코끼리다.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승합차가 한 대 정차하여 길을 막고 있다. 살짝 피해서 돌아가는데 운전자가 돈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워?"

차량을 지나쳐 멈춘 나에게 차를 몰고 다가와 선뜻 10위안을 건네준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인이라 말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니 뭐라 중국어로 말을 한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음성 인식을 사용할 수 없다.

"하필, 이런 날!"

내비게이션을 끄고 여행을 설명할 수도 없어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즐겁게 사진만을 찍는다.

정저우시부터 가끔씩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전자들에게 엄지척을 받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은 처음이다.

"이것은 베이징 입성 때 마실 축하의 콜라를 사야겠다."

피로연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마을 입구에 홍등과 붉은 리본을 가득 매달고, 사회자의 진행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의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무대의 옆 간의 천막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식의 진행을 지켜본다.

"너희들 이렇게 하는구나."

여전히 잘 생긴 도로는 밀밭을 풍경으로 이어지고.

큰 강들조차 건조하게 말라가고.

삶은 고단하다.

13시, 베이징까지 80km 정도가 남아있다. 그냥 내달리면 6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줘저우시는 그냥 지나쳐 줘저!"

곰돌이 푸우가 생각나는 뒷모습이다.

1시 20분, 처음 목적지인 줘저우시의 초입에 도착하여 도로변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며 어렵지 않게 주변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베이징시의 경계에 위치한 팡산구를 목적지로 재설정하고 출발한다.


사람이 많고 가게가 많으니 떠돌아다니는 와이파이도 많고, 비밀번호 88888888이나 12345678을 누르다 보면 하나쯤 네트워크가 잡힌다.

"미안, 좀만 빌려 쓰자."

세 명의 장수의 동상이 서있으니 자연스레 유비, 관우, 장비가 떠오른다.

줘저우시는 유비의 고향이고, 도원결의가 맺어진 장소이다.

삼국지를 보던 어린 시절에는 유비를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조조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관우가 왜 공자 정도로 신격화되어 모셔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관우(關羽)
도교에서는 관우를 신격화하여 전쟁의 신인 관성제군(關聖帝君)이라 부른다. 공자의 사당을 문묘(文廟)라고 하듯이, 관우의 사당을 무묘(武廟)라 하여 관우는 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다. 관우가 황제(관성대제)를 넘어서 신으로 추대된 이후에 중국 후대 왕조의 황제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관우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피휘(避諱)를 하였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차라리 운장이라고 부르거나 굳이 굳이 관공(關公)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키백과)

작은 소도시처럼 느껴지는 줘저우시를 스치듯 지나치고.

베이징의 시계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도로변의 슈퍼에서 콜라와 빵 하나를 사들고 출발한다.

중국의 수도답게 검문소의 모습도 남다르게 좋다.

2시 30분, 베이징의 시계에 도착한다. 뒷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콜라로 축하주를 대신하고.

빵과 콜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원형의 외곽 도로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베이징시, 사각형에 가까운 정중앙의 위치에 천안문이 있다.

도시의 크기만 다를 뿐 중국의 모든 도시들은 원형의 외곽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남북으로 도시를 관통하는 길들이 이어진다.

마치 과거의 성곽의 형태로 길들이 이어지고 성문으로 연결되는 길의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위치, 베이징시 남동쪽 끝자락 여기. 이곳에서 천안문까지 50km 정도이니 대략 베이징시의 지름이 100km가 훨씬 넘을 것 같다.

고양시에서 한강을 타고 송파 가락시장까지 가면 대략 40km 정도이니 서울시 면적의 열 배쯤 되는가 보다.

(중국 베이징시 면적은 약 1만 6,410 제곱km로 서울 면적의 약 27배이며, 수도권 면적(약 1만 1,750제곱km)의 1.5배 정도.)

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으니 다혼 미니벨로를 타고 있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번역기를 쓸 수 없어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며 베이징에 간다고 하니 'Go together' 하며 같이 가자는 듯 웃는다.

"아저씨 동네니, 아저씨가 앞장을 서야지."

팔자로 페달링을 하며 의욕적으로 힘차게 달려가던 아저씨.

영어를 하는지 물어보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니 베이징 어디라고 말하는데 어딘지는 알 수가 없다.

"베이징이 서울 종로구도 아니고."

아마도 근처에 있는 외곽 지역에 사는듯싶다.

아저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재미있게 도로를 달려간다.

얼마를 못 가고 조금씩 속도가 느려지는 아저씨를 끌어주려고 앞으로 나가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

아저씨 앞으로 10분쯤 달려다 삼거리의 신호등에 걸려서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따라오질 않는다.

"너무 달렸나?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시지."

4시쯤 팡산구 시내에 도착, 천안문까지 30km의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면 6시 정도면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도로변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천안문으로 설정을 하고, 숙소들을 검색하는데 베이징의 숙박비가 제법 비싸다.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다.

"그냥 여기까지만 타고, 내일 점심때 여유 있게 베이징 도심으로 들어가자."

팡산구의 숙소를 검색하고 조식이 포함된 평점이 좋은 곳을 골라 트립닷컴에 주숙등록 여부를 문의한다.

트립닷컴의 친절한 Bebe 상담원이 외국인 투숙 가능을 확인해 주어 바로 예약을 한다.

"Bebe 닉네임을 사용하는 상담원만 친절하다."

베이징으로 들어오니 외곽 지역의 숙박비도 40,000원이 넘어간다.

결제를 하고 바우처를 확인하는데 조식이 불포함이다.

"엉, 뭐지?"

조식이 포함된 룸과 불포함된 룸이 있는데 무심결에 불포함된 방을 예약한 것이다.

"겨우 1,500원 차이였는데."

바로 트립닷컴에 예약변경을 문의했지만 취소나 변경이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안내한다.

"몹쓸 손가락, 어쩔 수 없지."

성급한 손가락을 째려보고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니 앉은 자리의 머리 위에 있다.

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조식을 물어보니 20위안이라고 한다.

조식 시간과 장소를 안내받고, 20위안을 꺼내어 조식권을 사려고 하는데 프런트 직원과 의사소통이 엇갈린다.

온라인으로 숙박비와 함께 지불하라는 안내를 받고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조식권을 현금으로 사던지, 체크아웃 시 추가요금을 내든지 하면 되겠지만 빨리 쉬고 싶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이곳저곳에서 장기판들이 벌어지고 훈수꾼들이 몰려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 덩치가 큰 사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주문하고, 계란국도 추가한다.

볶음밥인 줄 알았는데 볶음면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것이 제법 맛이 좋고 양이 많다.

"셜!"

밥값을 물었는데 못 알아듣겠다. 어리둥절 머뭇거리니 빌지 같은 곳에 12를 적어서 보여준다.

"아, 스얼콰이! 하하하."

발음을 짧고 빠르게 말하니 '셜'로 들린다.

"이 능력자 열매를 먹어봐야 하는데."

프런트에 들러 방에 있는 물과 콜라가 무료인지 묻고 능력자 열매의 이름을 물어본다.

"훠롱궈, 火龙果. 화룡과, 그럴싸하네."

누런 흙물이 배어 나오는 옷들을 샴푸로 주물럭거려 빨고.

콜라와 생수가 공짜니 조식의 아쉬움을 그런대로 달래보고.

"드디어 베이징에 들어왔구나. 열심히 달렸네."

베이징에서 둘러볼 곳과 숙소들을 검색하다 잠이 든다. 가볍고 즐겁게 달렸는데 기분과는 상관없이 피곤이 밀려온다.





경비내역
식비:12위안 / 식료품:6위안 / 숙박:36,548원 / 합계:18위안, 36,548원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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