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2일 / 맑음 ・ 16도
위안스현-스자좡시-신러시-딩저우시
편안하고 좋은 아침이다. 핸드폰으로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것도 곧 해결될 터.
"조식 중독이야!"
이렇게 저렇게 패쓰하다 보니 접시가 휑하다. 김치는 중국식인지 더는 못 먹을 맛이다.
"계란국이 있어서 봐준다."
본격적으로 계란 후라이를 추가하여 세 접시를 비워낸다. 돼지고기 편육에 오이를 곁들여 볶은 반찬이 마음에 든다.
"입맛이 떨어진 건가."
수박으로 디저트를 하며 느긋하게 먹다 보니 식당에 나만 남아 있다.
"간만에 펑크네."
새로 펑크가 난 것은 아니고 이전에 정비했던 패치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돼지표 펑크패치로 다시 붙여 정비를 하고 타이어를 탈착한 김에 가이드 풀리도 교체한다.
변속선의 장력이 느슨해졌고 뒷바퀴 허브의 유격이 생겨 약간 흔들거리지만 급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 패쓰.
"지금은 귀찮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녹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편하게 잘 쉬었다'며 프런트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밝은 햇살과 달리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여전히 바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밀어냈던 어제의 맞바람 정도는 아니라 조금은 다행이다. 바람이 잦아드니 하늘은 중국 특유의 뿌연 느낌이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것이 허용된다면 아마도 끔찍할 것 같다.
스자좡시를 직선으로 관통하고 중국의 복잡한 고가 밑의 길들을 지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1시간 동안 겨우 10km 이동하고.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행마가 시원시원하며 여유가 있고.
경사, S자, T자 주행 및 주차 연습은 우리와 같지만 아마도 실내 수업으로 크락션 신호 소통법 과목이 따로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태워가기 위해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교문 앞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전거를 한 대씩 사주면 편할 것 같은데."
완전히 말라버린 강, 북동부를 지나며 중국의 사막화 실태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것 같다.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쪽 편은 사막화의 황사와 미세먼지, 반대편은 자연재해로 인한 방사능 오염."
천천히 저물기 시작하는 햇살이 등 뒤로 떨어지며 따듯하니 좋다.
"햇볕 너무 좋다. 쉬었다 가자."
"한가롭네. 좋다!"
대책 없이 길을 막아버리는 중국 사람들의 운전 방식은 정말 어이가 없다.
도로가 좁아지고 노면이 평탄하지 않다. 이상한 일이지만 중국은 시내로 들어가기 전 도로들의 상태가 가장 나쁜 것 같다.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도로, 언제나 선을 그은 듯 좋은 도로가 시작된다.
시내의 학교도 하교 시간이 다가오는지 교문 앞으로 오토바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세로 입간판이 없는 중국에서 미국 햄버거 브랜드 간판만이 높이 세워진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거리에 앉아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근처에 있는 평점이 좋은 빈관을 선택하고 이동한다.
"제발, 한 번에 끝내자."
"얼마나 좋냐! 안전하고 서로 편하잖아."
한 번에 체크인을 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빈관으로 들어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숙박이 가능 한지를 묻고 또 묻는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커이?"
애가 왜 이러나 싶은 얼굴로 숙박 가능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숙박비가 얼마인지 묻자 방의 종류가 많은지 보고 결정하라며 따라오라 손짓을 한다.
"방에 자신이 있는 거야?"
2층 계단을 올라 첫 번째 방은 창문이 있고 깨끗한 편, 두 번째 방은 창문이 없이 작은방이다. 각각 108위안과 80위안.
"아줌마, 장사할 줄 아네. 깨끗한 방으로 할게."
그제서야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프런트 앞에 놓아두고 체크인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사천 음식을 하는 듯한 식당에 들어간다.
주방 앞 테이블에 앉아 말을 하니 유쾌하게 수다스러운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다.
오빠라는 단어를 하는 아주머니와 장난치듯 대화를 하고 있으니 식당 안의 직원들과 식구들이 내 테이블로 모여든다.
식사를 할 적당한 메뉴를 찾지 못하고 매운 음식이라며 추천을 한 닭고기 요리를 주문한다.
"이건 밥반찬이 아니잖아!"
매콤하게 튀겨진 닭요리를 흰밥과 함께 먹고 있으니 카운터 뒤편으로 진열된 술병들 사이에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아주머니를 불러 술의 가격을 묻고 도수를 확인하고 있으니 다른 것들도 보여주며 맛이 좋다고 추천을 한다.
"됐어. 난 그녀를 따라갈 거야."
"에이, 속았어!"
향기가 좋지만 독한 중국 술은 반 병을 채 못 마시고 나머지는 패니어에 집어넣었다.
바람 속 라이딩의 피곤함과 약간의 반주로 열이 살짝 올라오며 노곤해졌다.
숙소에 돌아와 프런트를 지나치려는데 아주머니가 뭔가를 말하며 나를 붙잡는다.
"딩저우 타워 가봤어? 야경이 이쁘다."
"딩저우 타워, 여기서 가까워?"
어제 딩저우시의 관광명소를 검색하며 딩저우탑의 사진을 보았지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여 둘러볼 생각이 없었다.
"가까워. 저쪽에 바로 있다."
"그래, 이쁘다면 가봐야지."
고덕지도를 확인하니 숙소와 1km 정도의 거리에 딩저우탑이 있다. 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가 유혹을 한다.
방으로 돌아와 겉옷만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10여 분 정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환하게 빛나는 탑을 향해 걸어간다.
카이위안사탑(開元寺塔), 높이 솟은 탑에서 적의 동태를 살핀다 하여 일명 요적탑(料敵塔).
문이 닫혀있는 개원사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우뚝 솟아있은 딩저우탑을 구경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중에 일렬로 서서 허리를 세운 채 사각형을 그리며 돌고 있는 여자들의 무리가 관심을 끈다.
"뭐 하는 거야?"
"정말 알 수가 없다."
공원을 지나 넓은 대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하도를 건너간다.
오래된 성문의 모습과 함께 수많은 붉은 등을 단 옛 건물들의 상가에 현대의 유명 브랜드 샵들이 밀집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흥겨운 음악이 들려오는 곳으로 걸어간다.
징저우처럼 과거 중국의 주요 중심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의 전체가 과거와 잘 어우러져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생각할 때쯤 성문과 오래된 성터의 주변으로 화려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큰 스피커를 삼륜 오토바이에 올려놓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단체 군무를 하고 있다.
"이 삼륜 오토바이로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편에서는 왈츠 음악에 맞춰 고전틱한 사교댄스를 추고, 앞에서는 두 젊은이가 비트에 맞춰 배틀을 벌이듯이 스트릿댄스를 추고 있다.
"밤거리 문화의 폭발이네. 흥미로운 도시야."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중국의 작은 소도시.
"피아오량!"
숙소에 돌아와 나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엄지를 세우며 방으로 들어간다.
11시가 되어 출출해진 배를 사과로 달래보고 잠이 든다.
"좀 따듯하게 입고 나갈 걸 그랬나."
식비:65위안 / 식료품:24위안 / 숙박:108위안 / 합계:197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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