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제일 먼저 숙소의 창문을 열게 된다. 매일처럼 비 예보가 있지만 하루하루 날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자 중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보는 화창한 햇살이 가득하다.
어제 사놓은 비상식과 간식들을 챙기고 출발을 준비한다. 여행을 떠나며 중국의 춘절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탓에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춘절이라는 말이지."
계속해서 흐리고 찌뿌둥하던 하늘이 활짝 열린 날, 황산으로 가기 위해 많은 산들을 넘어야 하는 오늘은 경로다. 광더시를 벗어나 S215 성도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서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명절의 풍경은 비슷하구나."
교차로를 지나는 지점에 간단한 음식을 파는 노점이 보인다. 순간 지나쳤던 길을 되돌아가 노점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대나무잎으로 싸놓은 밥과 옥수수, 계란 같은 것을 음식 중에 노란색 계란 지단에 덮여있는 음식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고기겠지?"
다진 고기와 야채들을 볶아 지단으로 감싼 음식은 약간의 향신료 냄새와 매콤한 맛이 좋다.
"일단 아침은 해결!"
흐리지 않은 날씨는 따듯한 늦봄의 날씨처럼 조금 덥게 느껴진다. 방풍과 겨울자켓을 벗고 S215 성도를 따라 중국의 산악지대로 들어간다.
도로변의 마을과 산들의 풍경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11시, 2시간 정도를 달리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에서 쉬어간다. 거리의 가게들은 모두 붉은 대련이 붙어있는 셔터가 내려져 있고, 간간이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 외에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뿌연 폭죽의 연기와 폭죽을 터트린 잔해들만이 가득하다. 도로변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라이터로 폭죽 박스에 불을 붙이고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의 소리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다.
"와. 이 정도면 거의 무기 수준인데."
마을을 지나고 길은 멀리 있는 산등성이를 향해서 이어지고.
천천히 오르막의 고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 전체가 대나무로 덮여있는 거대한 대나무 숲이다.
"정말 스케일이 남다르네. 깊은 대나무 숲의 느낌은 어떨까?"
대나무 숲 사이로 만들어진 오솔길 같은 것들을 구경하며 생경한 대나무 산들을 넘은 후 도로변의 식당 같은 곳에서 쉬어간다.
"뭔가 자전거의 컨셉이 중국의 춘절과 깔맞춤이네."
한낮의 더위는 20도 가까이 올라가며 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한 겨울의 날씨가 이렇게 이어진다면 여행하기에 최상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붉은 홍등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산과 고개가 이어지고 기온도 조금씩 더 올라가는 느낌이다.
대나무 산의 주변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며 집들의 마당에 쌓여있는 대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축 형장에서 사용하는 대나무로는 조금 얇고 짧은데."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대나무들이 이 지역의 특산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새로 지은듯한 중국의 시골집들의 구조는 조금 낯설다. 셔터가 내려진 1층과 창문이 달린 2층의 집들은 내부에 계단이 있는지 건물 외부에는 계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1층은 뭐야? 주차장이나 창고 같은 것인가?"
길거리에 가득하게 쌓여있는 폭죽의 잔해들이 예사롭지 않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하늘로 쏘아 올리는 로켓형과 중국의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바닥에서 요동을 치며 터지는 폭죽이 있는 것 같다.
마당 가득 손질이 된 대나무가 쌓여있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이 집은 우리랑 느낌이 비슷하네."
마을과 마을을 지나가며 대나무 산의 고개들을 넘어간다.
긴 나무 의자가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부지런히 모아둔 비상식으로 오후의 출출함을 달래고.
"은근히 맛이 좋네."
작은 카스테라 빵인데 달콤하게 고소한 맛이 좋다.
뭔가 답답해 보이는 집의 구조가 조금 다를 뿐 시골 마을들의 집들은 우리의 시골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색이 있다면 마당의 한편에 건조시키고 있는 굵은 돼지고기의 덩어리들이 이색적이다.
"왜 말리는 거야. 돼지고기는 구워야지!"
아마도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중국의 조리법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집집마다 걸려있는 고기의 양이 만만치 않다.
햇볕이 좋은 날, 신발이나 담요 그리고 두꺼운 옷들을 말리는 모습도 흔하게 보인다.
"아직도 옛날 펌프를 사용하네."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을 하는 예전 방식의 펌프들이 마당 한편에 놓여있는 집들이 자주 보인다.
"가자, 황산으로!"
"이 집은 옹기집인가?"
3시, 편하게 쉴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나 정자 같은 것이 없는 중국의 도로변이다. 마을마다 정자가 있고, 작은 버스 정류장들 그리고 편의점이나 슈퍼마다 놓여있는 테이블이나 평상 같은 것이 있는 한국의 도로변은 여행자들에게 천국일지도 모르겠다.
"의자 인심이 없네. 서 있는 것들을 좋아하나?"
"참 많이도 말린다."
고양이나 야생 동물들이 물어가지는 않는지 궁금해진다.
춘절을 맞아 중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자상들에도 붉은 천들이 묶여있다.
"명절 느낌 난다!"
산이 깊어질수록 산골 마을들의 풍경도 조금씩 허름해지고, 가축들은 조금씩 자유분방해지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붉은 폭죽의 잔해들은 여전하다.
거대한 대나무 산들이 조금씩 나무가 자라는 산들로 변하는 사이 시골집들의 마당에 쌓여있던 대나무들도 통나무 목재들로 바뀌어 간다.
"마을마다 컨셉이 확실한 중국이다."
"그나저나 어디로 올라가는 거야?"
오후가 지나며 길은 더욱 깊은 산속을 향하여 올라가고 조금씩 지쳐가던 페달링도 느려진다.
오르막의 끝에 들어서 있는 작은집 한 채와 경사가 진 언덕의 텃밭에서 무언가를 하는 노년의 부부가 보인다.
"뭔가 집의 구조가 이상해."
집의 측면에 들어선 묘한 공간이 보인다.
시골의 마을 초입과 집들의 주변에 놓여있는 작은 사당이다.
종교가 없는 공산국가지만 중국의 도교사상은 삶의 저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집의 내부를 살며시 들여다봐도 도무지 집의 구조를 이해할 수가 없고.
아주 오래된 중국의 낮은 나무 의자들이 세월의 흔적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오르막의 정상에 들어선 이상한 마을을 지난다.
"이상한 한글 간판은 뭐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한글의 안내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번역기를 돌린 것도 아니고 이상한 표기법은 뭐냐!"
"뭘 하는 집이지?"
한글 간판이 달려있는 집들이 어떤 용도인지 모르겠다.
오르막의 끝에 첫 번째 터널을 지나고.
주변의 풍경은 산등성이들과 눈높이가 맞춰져 간다.
"민박이구나."
"영어를 번역한 거니, 중국어를 번역한 거니?"
묘한 한글 안내판의 민박집이 들어선 산의 정상에는 생뚱맞게 커다란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청룡.. 뭐.."
인공의 저수지인지 자연적인 호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산의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호수의 풍경은 의아스럽다. 청룡이라는 멋진 단어를 지명으로 넣은 것을 보면 자연적인 호수가 아닐까 싶다.
"저 어설픈 한글은 어떻게 할 거야."
지역의 관광사업을 위해 계획적으로 진행한 간판 사업이라면 분명히 돈을 빼먹은 게으른 공무원이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어설픈 간판이다.
"그나저나 중국에도 민박집이 있구나."
터널을 지나며 산의 정상에 오른 길은 예상과 다르게 더 깊은 산속을 향해서 이어진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정말 첩첩산중이네."
산길에 들어서며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 똑같은 한자가 반복해서 보인다.
"뭐라고 읽는 거야.. 고원? 고완?"
오래된 술을 파는 것이라 생각하며 지나치다 길가에 놓여있는 계속되는 간판은 기어코 사전을 찾아보게 만들고 만다.
"아, 고환."
느리게 느리게 두 번째 터널을 지나가고.
명절을 맞이한 산골 동네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중국인들이 즐겨 하는 마작 같기도 하고 카드게임 같기도 하다.
"일단 뭐든 말리고 보는군."
화창한 봄날의 날씨처럼 따듯했던 하루도 어느새 뉘엿뉘엿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야영을 해야 하나?"
시골의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부탁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갈까 생각하다.
약간의 석양빛이 남아있는 시간이라 좀 더 길을 이어가 본다.
"괜한 욕심이었나."
세 번째 터널을 지나고.
네 번째 터널을 통과했지만.
고집스럽게 무거워진 페달을 밟아가는 노력과는 상관없이 길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어진다.
"야! 끝이 어디야.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석양빛도 사라지고 산속의 어둠은 빠르게 내려앉는다. 야영을 할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가도 조금은 난감한 도로변의 풍경이 이어진다.
도로변에 밝게 불이 켜진 집이 보이고, 뭔가 이상한 구조의 중국집들이지만 높은 담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다. 무작정 불이 켜진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슈퍼인가?"
사람들이 모여 마작을 하고 있는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가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물어본다.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조금 당황해하던 여주인은 한국인지를 묻더니 흔쾌하게 긍정의 제스처를 보내고, 시끄럽게 마작을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에게 집중된다.
"하하하. 마.. 마작하세요."
처마 밑에 공간을 마련하고 텐트 자리를 내어주어 빠르게 텐트를 설치한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듯 주변을 맴돌며 여러 가지 질문들과 함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슈퍼마켓의 젊은 여자는 아마도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기 위해 내려온 딸인 것 같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어색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산골의 작은 슈퍼라 저녁을 해결할 별다른 것이 없어 컵라면을 사서 출출한 허기를 채우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가게로 들어가 마작을 하는 모습을 구경한다.
신중한 듯 심각하지 않고, 조용한 듯 시끄러운 분위기는 우리의 화투판과 비슷하다. 네 명이서 게임을 하는 마작이라 게임이 끝나고 돈을 딴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면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한다.
예전의 오락실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했던 똑같은 그림 맞추기 게임으로 마작 패의 문양들은 익숙하지만 담배를 물고 마작을 하는 홍콩 영화의 고독한 따커들과 마작을 하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영화 속 장면들 그리고 정해진 족보를 구성한다는 것 외에 마작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마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분위기가 즐겁다는 것과 마작을 하는 기계가 전자동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게임이 끝난 마작패들을 테이블의 중앙에 있는 원에 몰아넣으면 뒤섞인 마작패가 자동으로 테이블에 세팅이 된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슈퍼에서 마작을 하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즐거운 소리는 계속된다. 슈퍼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계속되지만 특별히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전혀 없다.
아침 8시, 억지스레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여행을 하기위해 좀 더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 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지금의 8시도 감지덕지. 후저우로부터 300Km 정도 떨어져 있는 황산을 가기위해 길을 나선다. 국도변의 촌락을 지나쳐야 하기에 숙소를 잡는 것이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민가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서의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2년 안에 4번 이상 또는 10번이상 출입자 복수비자 발급, 복수비자 유효기간은 1∼5년이며, 1회 방문 시 30일
· 몽골 관광 성수기 6월 ~ 10월 초. 성수기 비자발급 시 발급 소요기간 7~8일정도 소요.
중국을 지나 두번째 여행지 몽골, 중국을 이어 몽골을 여행하기 위해서 양국의 사전 비자가 모두 필요하고 육로로 입출국 해야하며 양국의 비자 유효기간이 90일이라는 것이 어려웠다.
중국에 입국하여 90일을 여행하면 몽골 비자의 유효기간이 지나버리게 된다. 그래서 몽골비자는 출국일을 기준으로 최대한 가까운 날짜에 발급받고 중국 체류일+(출국일-몽골비자 발급일)이 90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국 체류일은 90일이 가능하지만 몽골의 비자 유효기간이 3개월로 겹치게 되어 중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은 70~80일이 되는 것이다.
몽골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여권, 비자 신청서, 여권사진, 왕복 항공권, 호텔 예약확인서 등 5가지를 준비하여야 한다. 여기서 입출국 확인을 위한 왕복항공권이 문제가 되었다. 육로를 통해 몽골로 입국하여 러시아로 육로 출국할 계획이므로 제출할 왕복 항공권이 없다.
우선 몽골 비자과에 전화를 하여 여행계획을 설명하고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문의하였다.
"중국으로 입국하는 항공권과 추가로 여행 계획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조금 망설이던 직원은 어눌한 한국말로 안내를 해주었다. 며칠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정해진 여행 계획서의 양식이 있는지 문의하자 특별한 양식이 없으니 자유롭게 작성하여 제출하라 안내하였다.
"90여일 후의 여행일정과 숙박 예약확인서라니... 난감하네!"
필요한 몽골비자는 여행용 J 비자, 단수 90일 비자이다.
1. 여권사진
일반적인 여권사진을 사용하면 된다.
2. 왕복 항공권
중국 상하이 푸동 공항으로 입국하는 항공권을 1부 출력하였다.
3. 호텔 예약확인서
부킹닷컴(booking.com)를 통해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호텔을 검색하고 1박을 예약하였다. 제법 큰 규모의 호텔이 65,000원이니 물가가 싸긴 싸다. 중국비자가 끝나는 90일 이후의 날짜로 좋은 호텔을 예약하고 예약확인서를 1부 출력하였다.
90일 이후의 숙박일정을 어떻게 예상하겠는가. 비자발급 후 무료취소하고 몽골 여행 중 울란바토르 도착 1일 전 다시 숙소를 예약할 것이다.
4. 여행 일정표
울란바토르의 호텔 예약일을 기준으로 일정표를 작성하였다. 중국에서 넘어가는 일정을 시작으로 울란바토르를 지나 울란곰의 러시아 국경까지 이동하는 일정표를 2~3일 간격의 날짜별, 주요 도시별로 나열하여 엑셀로 작성하였다.
5. 비자 신청서
주한 몽골대사관 비자과는 용산역에 위치한 신세기한덕 빌딩의 5층에 위치해 있다. 주차공간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세기한덕 빌딩의 5층의 작은 오피스텔 느낌의 몽골대사관 비자과. 출입구의 분위기가 남다르다.
비자 발급과는 접수, 발급 창구와 서류를 작성하고 대기할 수 있는 테이블 그리고 만남의 장소라는 작은 공간으로 되어 있었다. 여행 비수기라 그런지 비자 신청을 대행하는 듯한 여성 한명이 있을뿐이였다.
우선 2면으로 되어있는 비자 신청서를 1장 뽑아서 작성한다. 비자 신청서는 간단하였다. 영문명과 국적 그리고 몽골 내 체류지의 주소만을 영어로 작성하고 나머지는 한글로 작성한다.
오른쪽 부분은 작성하지 않고, 왼쪽 부분의 항목들만 작성하면 된다.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중국 비자센터에서 출력해온 항공권, 숙박확인서, 여행 일정표를 첨부하여 접수하였다. 난감한 상황은 이때부터 발생하였다.
중국행 항공권을 확인하고 출국 항공권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여행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다. 중국을 통해 육로로 입국하고 러시아로 출국하는 일정, 사전에 문의를 하여 여행계획표와 중국 항공권을 첨부하라 안내를 받았다 설명하였다.
한참을 옆에 직원과 상의를 하던 여직원은 "중국에 무슨 사업을 하세요?" 질문하였다.
"자전거로 세계여행을 하려고 한다." 말하자 흥미없는 표정으로 의아해 하며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이 있어야 한다며 짧게 대답했다.
다시 한번 러시아로 출국할 것이다 설명하자 "그러면 러시아에서 언제 한국으로 돌아오느냐?" 퉁명스레 물으며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이 있어야 한다며 답을 했다.
러시아에서 육로로 세계를 돌아다닐 계획이라 한국에 언제 올지 모르겠다 답하자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이 없으면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며 서류들을 창구 밖으로 밀어내었다.
조금 난감하면서 불쾌하게 느껴졌다. 한국말이 서툴러 커뮤니케이션이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무뚝뚝하게 짧은 답변만을 하는 직원의 모습이 할 말을 잃게 만든 것이다.
"사채업자에게 대출을 받으러 온 것도 아닌데"
4시가 넘어서는 시각이라 다시 확인하고 오겠다며 서류들을 챙겨 비자과를 빠져나왔다.
다음날, 추가로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비자과에 전화를 걸자 어제의 여직원이 특유의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면 몽골이 아니라 러시아나 이런 곳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이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아무곳에서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권만 첨부하면 된다는 것이죠?" 재차 확인하며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몽골에서 출국하는 서류도 아니고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확인 서류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해지지 말자!
중국 비자 신청시 여행 일정표를 있는 그대로 작성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무난하게 짜여진 일정표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몽골의 주요 관광지도를 펼쳐놓고 경로를 따라 일정표를 작성하고 울란바토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였다.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다 어차피 취소할 항공권이라 대한항공에서 항공권을 예약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에 전화하여 항공권의 예약취소와 환불에 대해 문의하였다.
"온라인 예약건은 예약시간으로부터 24시간내 취소하시면 결제취소가 됩니다."
24시간내 결제취소를 하던 아니면 91일전 예약취소 환불이던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몽골비자 신청일에 5월 20일짜 울란바토르발 인천행 비행기표를 할인없는 기본가격으로 예약하였다.
다시 작성하고 여권사진을 부착한 비자신청서와 여권, 중국행 항공권, 한국행 항공권, 숙박확인서, 여행 일정표를 가지고 몽골대사관 비자과에 다시 찾아갔다.
"이래도 발급이 안되면 몽골 안갈거야!"
여전히 한가한 몽골대사관 비자과,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자 알림음이 울렸다. 서류를 제출하자 여직원은 다시 혼자말을 중얼거리며 뚱한 표정으로 서류들을 확인한 후 입금증을 가져왔는지 물었다.
"알려주시면 입금하려구요." 답했자 일반으로 할 것인지 당일 급행으로 할 것인지 물었다. 언제쯤 발급되는지 묻자 일반으로 하면 3일 후, 당일로 하면 3시 40분에 찾을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
"당일로 해주세요. 30,000원 입금이죠? 내일 찾으러 와도 상관없죠?" 묻고 신세기한덕 빌딩의 바로 옆에 위치한 농협에 들렸다.
농협에 들어서 용무를 묻는 안내자에게 몽골대사관 수수료 입금을 말하자 바로 알았다는 듯 ATM 기기로 안내하였다.
"얼마 입금하세요?"
30,000원을 입금을 말하자 현금이 있는지를 묻고 ATM 기기를 이용하여 능숙하게 몽골대사관의 계좌번호를 눌러주었다.
· 비자 체류기간 : 단수비자-30일/90일, 더블비자-회차당 30일, 복수비자-회차당 30일
· 중국의 유명환승공항에서는 사전에 비자가 없더라도 공항에서 경유비자 면제 : 제3국으로 출국시에 한함(한국-중국-제3국 또는 제3국-중국-한국)
· 북경(베이징), 상해(상하이), 광저우, 난징 항저우, 청두 등 경유비자 면제 프로그램 시행 : 72시간에서 144기간 무비자 체류가능
단수/더블/복수 비자
1. 단수비자는 유효기간 3개월이내에 1회 입국하여 30일 또는 90일간 중국에 체류할 수 있다.
2. 더블비자는 유효기간 3개월에서 6개월이내에 2회 입국할 수 있고 1회 입국시 30일을 체류할 수 있다.
3. 복수비자는 유효기간 6개월과 1년의 비자가 있고, 유효기간동안 자유롭게 입출국 할 수 있으며 1회 입국시 30일을 체류할 수 있다.
4. 무사증 여행은 중국내 일부 유명공항에서 가능하므로 중국 경유하여 제3국으로 출국하는 항공권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좋은 여행 꿀팁이 될 것 같다.
첫번째 여행지 중국의 비자를 신청하였다. 중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사전비자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준비사항은 여권, 비자신청서, 여권사진, 왕복 항공권, 호텔예약 확인서, 여행계획서 등 총 6가지이다. 중국의 단기 여행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나는 육로를 통해 몽골로 출국할 것이기 때문에 왕복 항공권이 없다.
우선 중국 비자센터에 전화를 걸어 육로를 통해 몽골로 출국할 계획을 알려주고 추가 필요 서류가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추가로 요구한 사항은 없었으며 입국 항공권과 세부적인 여행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고 안내해 주었다.
중국 여행을 위해 발급 받아야 할 비자는 여행용 L 비자, 90일 단수 비자이다.
1.여권사진
중국 비자의 여권사진은 일반 여권사진의 사이즈 3.5*4.5Cm와 약간 차이가 있는 3.3*4.8Cm를 기본적으로 요구한다. 하지만 가로*세로 사이즈의 범위를 주고 있어 일반적인 여권사진도 사용 가능하다. (사진내 얼굴 크기 가로 1.5~2.2Cm, 세로 2.8~3.3Cm)
나라마다 비자용 여권사진 규격이나 요구사항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머리를 커트하고, 안경을 벗고 최대한 스탠다드하게 촬영을 하였고, E-비자(온라인 신청비자) 신청시 사용할 원본 JPG 파일도 받아두었다. 포토샵 편집이 가능하니 원본으로 필요에 따라 편집을 해서 사용하면 된다.
중국비자 신청은 일반 여권사진으로 가능하지만 중국 비자용 여권사진을 2장 더 출력을 해두었다.
중국비자 여권사진 요구사항
1. 정면, 얼굴 전체의 특징이 나타나야 하며, 눈을 뜨고, 입을 다문 상태로 귀가 보여야 합니다. 자연스런 표정으로 윤곽을 뚜렷하게 찍어야 하며, 뿔테안경이나 색안경을 착용해서는 안됩니다.
2. 모자나 두건을 착용할 수 없으며, 종교적인 이유로 착용할 경우, 신청인의 얼굴 전체가 노출 되어야 합니다.
3. 사진은 얼룩, 빛반사, 그림자가 없어야 하며, 적당한 밝기에 얼굴을 사진 중앙에 맞추고, 눈은 적목 현상이 없어야 합니다.
4. 뒷배경은 흰색으로 테두리가 없어야 합니다.
5. 최근 6개월이내 촬영한 사진이여야 합니다.
2. 항공권
칭다오에서 시작하려던 계획을 상하이로 변경하였다. 겨울의 날씨탓도 있지만 중국의 여행경로를 조금 줄여 90일의 기간을 조금 여유있게 사용하고 싶었고, 몽골 비자의 유효 기간이 3개월로 겹치기 때문에 실제 중국에서 여행할 수 있는 기간이 80여일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스카이캐너(skyscanner.co.kr)를 통해 인천발 상하이 푸동공항 최저가 항공권을 검색하였다.
짧은 거리의 항공권이라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여행사들의 수수료(10,000원 정도)를 고려하면 별반 차이가 없어 아시아나 항공에서 직접 구매를 했다.
91일 이전 예약취소는 환불 수수료가 없고, 이후부터는 기간별 환불 수수료가 차별적으로 부과되었다.
인천공항 출발 상하이 푸동공항 도착 항공권의 예약확인서를 1부 출력하여 준비하였다.
3. 호텔 예약확인서
부킹닷컴(booking.com)으로 상하이 시내의 호텔을 예약하였다. 상하이의 여행 중 꼭 들려보고 싶은 상해 임시정부와 예원, 그리고 동방명주 타워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거리의 호텔을 검색하여 예약을 하였다.
결제는 현지 직접 결제방식이고 무료 예약취소 기간이 당일까지 가능하여 부담이 없었다. 일정이 변경되거나 좀 더 저렴하고 좋은 위치의 숙박시설을 찾는다면 비자발급 후 예약을 취소하면 된다.
부킹닷컴의 호텔 예약확인서를 1부 출력하여 준비하였다.
우선 사전 준비할 수 있는 여권, 여권사진, 항공권, 숙소 바우쳐는 완료되었고 남은 사항은 비자 신청서와 여행계획서이다.
4. 비자 신청서
중국 비자 신청서는 2가지 방법으로 작성 가능하다. 중국 비자센터에 방문하여 2장으로 되어있는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과 중국 비자센터 홈페이지의 비자빠른창구를 통해 입력하는 것이다.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으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사전에 비자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하거나 온라인에 입력하여 출력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중국 비자센터의 홈페이지(visaforchina.org)에 접속하여 서울스퀘어, 남산스퀘어, 부산, 광주&제주 중 방문할 곳의 비자센터를 선택한다.
서울스퀘어나 남산스퀘어 사이트로 이동하고 상단 우측의 한국어 지원 버튼을 클릭하면 한국어로 사이트 서비스 된다. 중앙의 비자빠른 창구 클릭하여 온라인 작성을 시작한다.
비자빠른창구에서 온라인입력의 엔터 클릭하고 입력절차에 맞게 내용들을 입력한다. 정보입력 좌측에 각 사항에 따른 안내설명이 자세하게 되어있으므로 안내에 따라 작성하면 된다.
모든 정보의 입력이 끝나면 인쇄할 수 있으므로 직접 출력하거나 비자센터에 방문하여 출력할 수 있다. 또한 신청서 일련번호를 메모해 두면 싸이트에 저장된 정보를 불러와 수정 및 인쇄할 수 있다.
서울역에 위치한 서울스퀘어를 방문하기 위해 온라인 작성을 해두었지만 충무로에 위치한 남산스퀘어에 방문하게 되어 직접 신청서를 작성하여야 했다.
넓고 쾌적하게 구성되어 있는 중국 비자센터. 우선 4페이지로 구성된 비자신청서 2장과 여행 일정표 1장을 챙겨들었다.
작성 테이블마다 비자신청서의 작성 요령법이 안내되어 있어 그대로 참고하여 작성하면 된다. 이름만 영문으로 작성하고 나머지 항목은 한글로 작성한다. 해당사항이 없는 항목에 N/A나 없음을 꼭 적어준다.
모든 업무를 컴퓨터 워드로 사용하고, 핸드폰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다 보니 손글씨를 쓴지가 꽤 오랜만이였다. 필체도 이상해졌고, 어색하기까지 하다.
다음은 가장 문제가 되는 여행 일정표 작성.
짧은 관광일정은 유명 관광지별로 간략하게 적으면 되지만 80여일의 여행일정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난감했다. 또한 출국 항공권이 없는 관계로 좀 더 디테일하게 일정들을 적어 제출해야만 한다.
일정표에 나위어진 칸을 세고, 상하이를 시작으로 몽골의 국경인 얼렌하터우까지의 일정을 큰 도시별로 간추렸다. 평균 3일 정도의 간격으로 날짜들과 이동할 도시들의 이름들을 적어 내었다.
비자센터에 출력을 할 수 있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여러대 구비되어 있다. 온라인으로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바로 출력하여 서명만 하면 대기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예비분으로 항공권과 호텔 바우쳐를 한부씩 더 출력하였다. 중국비자를 신청한 후 몽골 비자과로 이동해서 몽골 비자를 신청할 계획인데 몽골 비자과에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없을 것 같았다.
필요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비자센터의 입구에 있는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서류들을 점검하였다. 출국 항공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묻자 자전거 여행이고 육로를 통해 몽골로 이동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조금 당황해하더니 다른 직원에게 내용을 상의하더니 여행 일정표를 더 자세하게 작성해 달라고 하였다.
"일정대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것과 도시명 옆에 광광지 등을 더 적어주세요"
80여일동안 자전거만으로 이동할 것인데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적으라는 것인지 난감하였다.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닐거에요." 할 수도 없고. 이동 도시명을 적고 "자전거로 이동" 그리고 도시 주변의 관광지를 검색하여 추가로 적어내었다.
3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유명 관광지가 아닌 도시들의 관광지를 찾느라 애를 먹었고 검색이 안되는 곳은 공란으로 비워두고 작성하였다. 다시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점검을 받고 접수 번호표를 받았다.
비자 접수를 해주는 직원은 굉장히 친철하였다. "3~4일 간격으로 여행 일정표가 되어 있는데, 조금더 관광지를 추가해야 할 것 같아요."
난감한 표정 짓자 "천천히 검색을 하셔서 적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께요?" 하였다. 큰 도시의 유명 관광지를 몇몇군데 불러주고, 관광지를 찾지 모사는 곳에는 "휴식"이라고 적으라 알려주었다.
10여분 이상을 창구에 앉아 일정표를 더 작성한 후 비자를 접수해 주었다. 비자 접수증을 발급해주고 15일에 수령하러 오라고 안내하였다.
"혹시 영사관에서 여행에 대한 추가내용을 묻기위해 전화를 할 수도 있어요. 전화를 받으시면 세부내용을 설명하시면 됩니다."
어찌됐든 비자신청이 접수되어 안도하였다. "일정을 너무 솔직하게 적었나? 좀 편하게 적었으면 쉬웠을텐데." 생각하였다.
장시간 여행시 비자신청을 위해 여행 일정표를 작성할 때 출국방법과 체류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이동할 경로에 따라 리얼하게 일정을 작성하다보니 주변의 관광지가 없거나 알려진 관광지가 부족하여 난감하였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체류 일정 내에서 여행을 하고 출국을 하면 되므로 3~4일의 간격의 일정으로 도시별 유명 관광지들을 세 곳 이상씩 검색하여 알아본 후, 그 도시들을 이어 일정표를 작성하면 쉬운 일이였다.
"자유 여행인데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중국비자의 발급은 업무일 기준으로 4~5일정도 걸리는 것 같다. 주말을 지나 영사관이나 비자센터에서 추가사항에 대한 전화는 없었고, 16일에 비자를 수령하기 위해 비자센터에 다시 들렸다.
비자센터의 입구에서 용무를 묻고 이번에는 왼쪽편의 대기표를 뽑아 안내해 주었다.
비자의 수령창구는 한산하였고 창구의 뒤편으로 여권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비자센터를 이용하기에 여러모로 편리하게 되어있구나 생각하였다.
비자 수수료 55,000원을 카드로 결재하고 중국비자가 부착된 여권을 다시 돌려 받았다. "됐네!"
중국 여행비자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고 3개월 기한내 1회 방문하여 90일동안 체류할 수 있는 비자이다. 비자센터가 잘 되어있고 업무처리도 빠르고 친절하여 비자를 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우리나라와 무사증 90일정도 상호 협약을 해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세계 여행을 준비하며 걱정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황열병, 콜레라, 말라리아 등의 해외 감염병이다. 주로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 남미 등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모기나 식수 그리고 음식물등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들이다.
우선 질병 관리본부의 홈페이지(http://www.cdc.go.kr)에서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질병 관리본부의 홈페이지 "해외질병" 메뉴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국가별 질병정보와 예방 접종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말라리아, 황열병, 콜레라 등의 주요 질병 정보 그리고 기타 예방 접종 대상 감염병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장기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을 여행하려는 나에게는 조금 난감한 문제인 것이다. 우선 질병 관리본부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을 확인해보자.
예방접종 일정조회 메뉴를 클릭하면 출국일 기준으로 해당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예방접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출국일을 선택하고 여행 국가들을 검색하거나 셀렉트박스에서 선택한 후 조회를 한다.
여행 국가별 필요 예방접종 정보와 출국일 기준 예방접종의 일정을 알려준다. 주요 질병 황열병, 말라리아, 콜레라의 예방 접종은 최소 출국 전 1개월 이전에 사전 준비를 해야한다.
각 나라별 예방접종 정보가 큰 의미가 없는 나는 주요 감염질병(말라리아, 황열병, 콜레라)과 모든 국가들에서 공통되게 권고하는 질병(장티푸스, A형간염, 파상풍에 대해 기본으로 예방접종을 하기로 했다.
황열병, 콜레라 예방 백신은 국제공인 예방접종 지정기관에서, 그 외 백신( A형간염, 장티푸스, 파상풍)은 가까운 의료기관 및 보건소에서 접종 가능하다고 한다.
* 보건소의 경우, 사전에 성인 예방접종 가능 여부 확인 후 방문
* 말라리아 예방약은 의료기관 방문 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처방받을 수 있다.
1. 황열병
"황열 바이러스(Yellow fever virus)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걸리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고열, 두통, 오한, 식욕부진, 황달, 구토, 출혈성 징후, 종종 서맥을 동반하는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이 질환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국가에서 발생합니다."
-접종백신 : 주사제, 생균형태의 약화 바이러스, 황열백신은 대다수의 다른 백신과 동일한 시점에 투여 가능
-접종대상 : 황열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지역으로 여행하거나 해당지역에 살고 있는 경우
-접종시기 : 예방접종은 최소 출국 10일 전에 접종, 황열 예방백신은 1회 접종으로 면역력이 평생 유지된다.
-접종기관 : 국립검역소,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의료기관)
-접종비용 : 백신비 : 31,460원, 국제공인예방접종증명서 : 1,000원
-아프리카 및 중남미 국가 입국 전 황열 예방접종 권고 및 황열예방접종증명서 요구
2. 콜레라
"원인은 “Vibrio Cholerae”라는 세균이며, 감염된 사람의 배설물이나 구토에 의해 감염된 물과 음식물(조리가 덜된 요리나 해산물 등)을 섭취하여 발생하는 세균성질환으로 복통, 구토와 함께 급성 설사가 시작되며, 탈수를 일으키는 감염병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및 남아메리카 지역의 풍토병입니다."
-접종백신 : 경구용 백신, 철저한 개인위생과 안전한 음식섭취로 예방이 가능
-접종대상 : 콜레라 유행지역 중 위생여건이 좋지 않은 곳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사람
-접종시기 : 기초접종 2회(1~6주 간격으로 접종)와 추가 접종(2년 간격으로 1회 접종) 권고
-접종기관 : 국립검역소, 국제공인예방접종지정기관(의료기관)
-접종비용 : 백신비 : 39,000원, 국제공인예방접종증명서 : 1,000원
-콜레라 예방접종을 요구하는 나라는 없음
3. 말라리아
"말라리아는 Plasmodium속 원충이 적혈구와 간 세포내에 기생함으로써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증입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 모기류(Anopheles species)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얼룩날개모기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킵니다."
-접종백신 : 복용약,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 처방 후 복용
-접종대상 : 말라리아 위험지역 여행 중 혹은 여행 후(1년까지) 열이 나거나 독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
-접종시기 : 말라리아 유행지역 여행 1~2주 전에 복용
4. 장티푸스
"장티푸스(Salmonella Typhi)는 감염에 의한 급성 전신성 열성질환으로 상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개발도상국에서 지속적으로 유행이 되는 질환. 환자나 보균자의 소변이나 분변으로 오염된 식수나 음식을 섭취 시 감염이 되며 오염된 하천에서 자란 갑각류나 어패류, 배설물이 묻은 과일 등을 통해 감염"
-접종백신 : 주사제, 1회 접종. 위험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시 3년마다 추가접종
-접종대상 : 장티푸스 유행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이나 체류자
5. A형 간염
"A형간염은 A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하는 간염으로 환경 및 위생개선과 적절한 예방조치로 예방이 가능. 대부분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적으로 전파되거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전파되기도 함."
-접종백신 : 주사제, 2회 접종.
-접종대상 : A형간염 환자 발생이 높은 국가(지역)으로 여행하는 경우
6. 파상풍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해 유발되는 급성질환으로 골격근의 경직과 근육수축이 발생하는 질병. 파상풍균은 토양 등의 환경에 존재하며 오염된 상처를 통해 유입됩니다."
-접종백신 : 주사제, 성인 : Td(혹은 Tdap) 예방접종을 통해 파상풍을 예방할 수 있다.
집주변의 국제공인 예방접종 의료기관을 알아보니 국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할 수 있었다. 일산병원에 전화를 하여 황열병 예방접종으로 진료예약을 하였다.
"오실 때, 은행에 가셔서 32,460원의 수입인지를 먼저 구매하고 여권을 가지고 병원의 9번 창구로 가서 접수를 하면됩니다. "
가정의학과에 들려 검진표를 작성하고 담당의사와 예방접종의 항목등을 점검하고 상의한다. 5년 정도 자전거로 해외여행을 할 것이라 말하니 조금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오늘은 황열병을 예방접종 하시고, 다음에 어떤 질병에 대해 예방접종 할 것인지 정해오시면 됩니다."
백신접종 후 약간의 미열과 감기증상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주사실로 내려갔다.
짧은 상담을 마치고 지하 1층 중앙주사실로 내려가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였다. "주사가 아픈가요?" 물으니 아프지 않다고 말씀하시고 어깨쪽을 살짝 꼬집어 주사제를 투여하였다. 주삿바늘의 따끔함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주사를 맞고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1층의 증명서 발급창구로 올라갔다. 대기표를 뽑고 백신 투여후 20여분 정도 이상징후가 없는지 확인하였다.
여권을 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색의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출력되었다. 이름과 여권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여권과 같은 사인을 증명서에 서명하였다.
일주일 후 장티푸스, 콜레라, A형간염, 파상풍의 예방 접종을 위해 일산병원에 진료예약을 했다. 9번 창구에 들린 후 가정의학과로 이동하였다. 검진표를 작성하고 담당의사와 상담하였다.
"왜 황열병 주사할 때 함께 접종하지 않으셨어요?" 물었다.
"주사가 무서워 나눠서 맞을려구요." 하였더니 싱겁게 웃으며 콜라라 접종은 되도록이면 출국 직전에 하는 것이 좋겠다며 일정을 잡아주고 장티푸스와 A형간염 그리고 파상풍 접종을 하라고 하셨다.
장기간, 여러나라의 여행 중 말라리아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물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여행일정을 물었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될 것 같다 답하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말라리아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생충에 의한 감염이라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약값도 문제지만 많은 양의 약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말라리아 발생국에서 최대한 긴팔을 입고 모기에 물리지 않게 조심하여야 하고, 1개월분의 약이라도 처방받아 가지고 갈 생각이다.
9번창구로 다시 이동하여 장티푸스와 A형간염, 파상풍의 접종비용을 결제하고, 콜라라의 접종은 출국 10일 전과 5일 전의 날짜에 두차례 접종하기로 하였다.
콜레라를 제외하고 장티푸스, 파상풍, A형간염을 예방접종하는데 비용은 134,430원.
왼쪽 어깨에 장티푸스와 파상풍, 오른쪽 어깨에 A형 간염 주사제를 투여하였다. 장티푸스 주사제가 조금 뻐근하게 느껴졌다.
금주와 간단한 샤워외 목욕을 하지말라 안내하고 감기와 같은 미열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였다.
조금 피곤하게 느껴졌고 편도선이 건조하게 느껴졌다. 약간의 미열과 함께 나른한 느낌이 들어 침대 속에 파묻혀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잠깐의 짧은 단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3방은 역시 무리였나?"
12시 전후로 몸살 감기처럼 온몸이 무거워졌고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방안의 온도를 조금 올리고 얇은 이불만을 덮은 채 몸의 열기가 내려앉기를 기대했다.
예방접종에 대한 이상징후라기 보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감기가 걸린 것 같았다. 몇일동안 감정기복이 있었고 그로인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피곤한 상태였다.
아침나절 겨우 잠이 들었다 이내 깨고 말았다. 큰 기침과 함께 커다란 가래를 내뱉으며 "감기가 와버렸네. 어쩌려구 이런다니." 온 몸이 망치로 얻어맞은 듯 무거웠고 여전히 열기가 남아있었다.
편의점에서 타이레롤을 사서 먹은 후 아무것도 하지않고 침대 속에서 가라앉는 마음의 무게를 토닥였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날이 좋아서, 그렇지 않아서, 기분이 좋아서... 검 뽑기를 미루던 도깨비씨가 생각났다. 할 수 있다면 하고싶지 않고, 미룰 수 있다면 핑계하고 싶고 그것마저 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
콜레라 예방접종을 위해 일산병원에 다시 들렸다. 출국일 30일을 앞두고 21일과 28일 두차례 접종하기로 하였었다. 9번창구에 들려 콜레라 접종비(39,000원)를 결제하고 바로 중앙 주사실로 내려갔다.
종이컵 크기의 투명한 용기에 물같은 액체를 가져와서 한번에 마시라고 했다. 비타민제처럼 약간 시큼한 맛이 났지만 거북하지는 않았다. 복용 후 1시간동안 물과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라고 안내해 주었다. 또한 일주일 후 내원 1시간 전후로 물과 음식물을 섭취하지 말것을 안내하였다.
별다른 사후증상은 없었지만 콧물과 함께 재채기가 가끔씩 나왔다. 28일 마지막으로 콜라레 예방약을 복용하면 여행을 위한 예방접종이 끝난다.
강릉항에서 울릉도에 들어간다. 굳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을 왜 가느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가보고 싶었다"고 말하겠다.
이동거리
416.55Km
누적거리
732.64Km
이동시간
9시간 46분
누적시간
31시간 55분
울릉 저동항
울릉 도동항
297Km/6시간 14분
120Km/3시간 32분
강릉항
독도
사동리
734Km
3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깨었다. 울릉도를 향하는 배편을 구하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이 이른 아침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시원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모래사장의 푹신함에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침낭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꽤 애를 먹었지만 붉게 피어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6시 반, 이른 시각 한산한 강릉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을 때 여행의 즐거움을 서두르는 한두 명의 여행객들이 빈 터미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터미널의 직원들이 출근하여 여행객들의 간단한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날씨가 좋아 독도까지 가려는 한 여행객의 독도행 여객선을 예매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였다. "독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시간의 소요에 대한 망설임이었다. "잠깐 내렸다 오는 건데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매표소 옆에 위치한 작은 터미널 매점에 들러 멀미약과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셔 두었다. 내가 뱃멀미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간간이 짧은 거리를 가는 여객선은 타봤지만 3시간 가까이 배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뱃멀미를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를 일이니 미리 마셔둔다. 감기약 드링크제처럼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들에 대해 게으른 나는 대부분 안 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해놓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적 확신에 대해서는 게으른 선택을 하지만, 미경험의 불확실에 대해서는 예상치 않은 상황의 돌발성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 같다.
7시가 되었을 때 터미널 안은 울릉도를 여행하는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한산했던 터미널이 5일 장날의 번잡스러움으로 바뀌면서 여객선의 잔여석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분의 표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여객터미널의 응대에 조금 불만이었고, 20분이 다가왔을 때 미리 대기줄의 첫 번째에 서서 기다렸다.
몇 석 정도의 잔여석이 남아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투덜거렸다.
첫 번째로 울릉도행 표를 사들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승선까지 20여 분의 자투리 시간, 작은 터미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사이 울릉도를 향할 씨스타 5호가 항으로 들어섰다.
"울릉도에 가는데, 독도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독도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없지만 상징성이라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매표소 옆 안내소 문틀에 기대어 독도행 배편의 잔여석이 있는지 문의하여 임시 예매를 해두었다.
"1시 출발입니다. 12시 반까지 도동항에 도착하셔서 수속 절차를 하셔야 합니다." 울릉도에 도착하는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안내에 1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늦어 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독도행 예약을 해두었다. 잔여석은 겨우 5석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밖에 묶어두었던 자전거를 미리 승선을 할 위치에 옮겨놓았을 때,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던 배낭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큰 배낭을 지고 전국을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8시 20분 울릉도행 여객선에 승선 시작, 자전거나 화물을 따라 싣는 이동로는 없었고 일반객과 함께 객실로 이동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배의 후미 쪽 화물칸에 자전거와 함께 패니어를 넣어두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사이, 커다란 겨울용 이불 백을 든 현지인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옆자리에 자리하였다. 좌석 통로에 놓아둔 이불 백을 치워달라는 여행객의 요청에 "자리가 텅텅 빌 텐데, 아무곳에나 앉으면 되는데.."하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여객선은 깔끔하였고 아주머니의 말처럼 많은 자리들이 공석으로 비어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매표를 하기까지 조바심을 내었던 마음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잔여석 정도만 알려주었어도 불필요한 걱정 따위는 안 했을텐데" 생각하였다.
강릉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 40여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와 함께 천천히 배는 출항하였다. 큰 출렁거림 없이 어느새 푸른빛의 바다만이 눈에 들어왔고 3일간의 여행의 사진들과 글을 정리하는 사이 11시가 조금 넘어 배는 울릉도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저동항에 입항하기 전, 옆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어왔다. 몸이 불편하여 이곳에서 요양을 하는 중이라 말하며 "이곳이 처음이냐? 생각보다 울릉도가 꽤 크죠?" 하였다. 관음도의 전망에 대해, 일주터널이 뚫려 곧 개통된다는 설명들과 함께 좋은 것들을 많이 구경하라 알려주었다.
"울릉도에는 세 가지가 없어요. 뱀이 없고, 멧돼지 등 산짐승도 없고, 공해도 없고, 도둑이 없어서 여자 혼자 살기에도 무섭지가 않아요."
저동항에 입항하여 다시 패니어를 장착한 후 더운 날씨에 옷가지들을 갖춰 입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다. 독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도동항까지 이동하기에 여유가 없었다.
순식간에 많은 여행객들이 빠져나간 저동항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은 이색적이었고 육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작은 어촌의 복잡한 길처럼 꼬여있는 저동항의 입구에서 도동항으로 가는 길을 묻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출발과 함께 시작되는 고갯길, 구불길로 이어진 저동재를 넘는 사이 뜨거운 땀방울이 고글을 타고 흘러내렸다.
울릉도의 저동항과 도동항 사이의 고갯길 저동재
시간에 쫓기듯 저동재를 넘어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한 좁을 길을 따라 내려오니 작은 항구가 보였다. 여행객들과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틈 사이를 지나 저동항의 안쪽 여객선 터미널에 12시 30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도착하였다.
2층에 위치한 터미널을 찾아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무거워진 허벅지의 근육이 "왜 하필 2층이냐"며 따져 묻는듯하였다.
예매한 표를 구매하고 독도행 여객선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승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전거를 묶어둘 곳을 찾아야 했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은 도동항의 안쪽 선착장의 2층에 위치해있다.
패니어들과 침구류들을 모두 제거하고 자전거는 여객터미널 주변에 묶어두었다. 그때서야 다시 한번 독도행 시간에 늦지 않았음을 안도하였고, 울릉도의 색다른 하늘과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내 눈 가까이 솜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떼들.
목과 어깨, 양손에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메고 들고 많은 사람들의 틈 사이에 끼어 독도행 배에 승선하였다. 배의 입구에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 갖춰져 있었다.
노트북만을 챙겨들고 짐들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매점에 들려 맥주 한 캔과 빵을 사들고 우등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일반석보다 조금 넓은 우등석은 그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울릉도행 여객선의 선내와 달리 독도행 선내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단체로 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들과 나이 지긋한 여행객들의 수다와 잡음 소리들.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하는 여학생과 지정석을 벗어나 직원들의 지적을 받는 어르신들의 실랑이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되었음에 대한 만족과 밀려오는 배고픔의 허기짐을 캔맥주의 시원함으로 달래였다.
독도로 항하는 길, 잠깐의 단잠에 빠져들었다. 독도 입항 30여 분을 남기고 잠에서 깨어났다. 깊고 고요한 단잠 속을 벗어나 여전히 시끄러운 소음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어르신들의 움직임들은 살짝 짜증스러웠다.
독도에 내려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30여 분 남짓이었다. 패니어에서 빼낸 노트북을 다시 넣어두기 위해 1층 입구로 내려갔다. 독도에 들어가는 흥분감에 이미 나와 하선을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패니어에 노트북을 집어넣는 사이 독도 정박을 앞둔 배의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들 독도에 가는 것이 흥분되는가 보다." 생각하는 사이, 배의 정박과 함께 문이 열렸다. 순간, 하선을 하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입구로 향하며 2초간 사람들이 문에 끼어 멈춤 상태가 되는 것을 보았다.
독도에 내려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좁은 공간에서 30여 분의 시간은 주변을 둘러보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사람들과 혹여 무슨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겠다" 생각하였다.
독도라고 해서 상징적인 의미 외에 특별한 감회 같은 것은 없었다. 360도 몸을 한바퀴 돌리면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작은 섬이었다.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섬답게 독특한 형질과 형상의 섬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탓에 차분하게 독도를 구경하기에는 무리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만세를 부르는 단체객들 사이를 분주하게 이동하며 최대한 방해받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30여 분의 짧지 않은 시간 독도를 둘러보고 남들보다 서둘러 승선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승선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여행객들이 하나, 둘 승선하여 선내는 다시 시끄러운 시장 바닥이 되었다.
독도 관람에 대한 자신들의 소회를 나름의 방식대로 떠드는 동안 다시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5시 30분.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 여객선은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배의 정박을 앞둔 여객선의 입구를 향해 서둘러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무엇이 저리도 바쁘고 급할까? 이 작은 섬에서 딱히 서둘러 할 무엇도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를 놓아두었던 곳에서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다시 장착하고, 붉게 떨어지고 있는 울릉도의 일몰을 감상하였다. 구름과 하늘이 참 인상적인 곳이다.
낚시객의 행위 하나하나에 민첩하게 반응하던 검은 냥이들. "너희들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어딘가로 이동하여야 했다. 좁은 도동항 주변에 마땅히 야영을 할 곳이 없었고, 복잡한 여행객들 사이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울릉도에 도착하기 전에 야영지로 생각해두었던 사동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며 도동항 주변이 울릉도의 군청 소재지가 있는 중심지라는 것에 조금 의아해했다. 생각보다 협소했다.
사동리로 가기 위해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고 울릉터미널을 지날 때쯤 해는 완전히 떨어져 육지보다 더 짙은 어둠이 찾아왔고, 울릉도의 도로의 상태는 좋지가 못했다. 시멘트 포장길은 여기저기 파여있었고 비가 내린 것처럼 젖어있었다.
조심스레 내리막길을 내려와 사동리해수욕장을 찾았다. 여러번 지도앱을 확인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변이나 해수욕장처럼 보이는 장소는 없었다. 다시 한번 좁은 마을길을 돌아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장소가 보였다.
해수욕장이라는 작은 안내간판이 없었다면 그저 작은 마을앞 해안가 정도라 생각했을 것이다. 몽돌들이 깔려있는 곳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작은 해안가 정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몽돌을 깔고 누워 잠을 잘 수는 없다.
마을을 돌아 나와 중국집과 홍합밥을 파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할까 생각하다 좀 더 이동을 해보기로 하였다. 식사보다 야영을 할 곳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식사를 하고 주변에 야영을 할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이동하였으나 오히려 도로 주변의 빛들은 더 어둡게 변하였다. "이게 아닌가 본데.. 돌아가야 하나?"
길 주변 어둠 속 환한 불빛의 음식점을 찾았다. "아, 돼지국밥.." 음식점 앞 낮은 곳에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좀 더 이동해보았다. 하루의 허기를 그것도 처음 찾은 울릉도의 첫 끼를 돼지국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좀 더 가보고 없으면 돌아와서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양해를 구해 주차장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사동항을 지나칠 때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사동항 앞 사동 관광호텔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다시 몽돌식당으로 돌아와 식당 문을 열었다.
몇몇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오리고기와 함께 반주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 7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의 외지 여행객이 만들어낸 공간의 이질감은 나마저도 어색하게 만들었다.
따듯한 방 안에서 마을의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그들 사이에서 저녁을 먹은 후, 주인에게 주차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보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갯길의 시작점에 위치한 식당의 주차장은 언덕의 아래쪽 도로와 식당의 가운데에 위치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끄럽다고 말하며, 사동항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공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워요. 저기 동네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하는 공원이 있는데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해서 여기보다 좋을 거예요."
사동 관광호텔 뒤편의 길을 오르니 마을길 사이로 농업센터 건물과 식물원 같은 곳이 나왔다. 정자를 찾았지만 어둠 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식물원 한구석 커다란 편백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식물원을 정비하는 것인지 곳곳에 땅을 고르는 작업의 흔적들이 있었다. 마을 안쪽에 위치하여 조용했고 바람 또한 없어 아늑하고 그만이었다.
내일 울릉도를 일주할 경로들을 확인하고, 후포항으로 나가는 여객선의 배편을 확인하였다. 후포항으로 나가는 배는 다행히 사동항에서 출발하였다. 저동항에서 출발하였다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넘어야할 사동리의 고개와 저동재가 끔찍하였다.
"내일 아침 사동항에 들려 배편을 예약하고 일주를 시작하면 되겠다. 하루종일 배편 때문에 시간에 쫓기였는데.. 나가는 것도 이렇구나.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어쨌든 다했네. 다행이야. 그거면 된 거지.."
7시 알람을 뒤로하고 따듯한 침대에 누워 늦잠을 청하였으나 8시가 조금넘어 깨고말았다. 화사한 햇살이 큰 유리창 너머로 넓은 방안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오늘은 천천히 동해해변길을 달리며 바다의 소리를 들어야지.
이동거리
71.55Km
누적거리
316.72Km
이동시간
5시간 29분
누적시간
22시간 09분
양양
주문진
42Km/3시간 05분
30Km/2시간 24분
속초
남애항
강릉항
317Km
물을 먹은 스펀지처럼 온몸이 무거웠고, 허벅지와 종아리의 뻐근함으로 묵직하였다. 상급 모텔의 따듯한 방과 적당히 내 몸을 덥히고 있는 전기장판의 온도, 바스락거리는 깨끗한 이불에 파묻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매일 이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지난 저녁 보지 못한 바다의 풍경을 보기 위해 속초해변으로 나갔다. 따듯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속초해변, 동해안의 여러 해변 중 나는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 언제 오든 마음속 무게를 순간의 가벼움으로 날려버리는 상쾌함이 좋다.
그 마법 같은 해답을 바라며 지난시절 이유 없이, 계획 없이, 동행 없이 이곳을 향하곤 했었다.
"언제나처럼 응어리진 나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겠니? 다음 너를 마주하면 네가 덜어내어준 지난 모든 것들이 지나갔음을 확인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 후에 다시 보자."
오늘 이동거리는 독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있는 강릉항까지 80Km 정도. 동해안 해안 자전거도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예전 해안도로가 주문진에서 끊기어 양양을 거쳐 속초로 향하는 7번 국도를 타고 이동해야 했었다. 최근의 해안도로는 자전거 도로로 정비되어 고성까지 연결이 되어있는 모양이다.
어제의 미시령을 넘는 조금 무리한 라이딩은 약간의 시간의 여유로움을 갖게 해주었다. 살며 수많은 선택을 하여야 한다. 어제의 미시령을 넘을지에 대한 선택또한 그러한 선택 중에 하나였다.
나는 어떠한 삶의 선택에도 잘못된 선택 또는 잘한 선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뒤따르는 과정에 충실하면 된다. 그것이 아무리 고단하고 아플지라도 삶에 있어 그때의 선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선택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만약이라는 가정이 담겨있는 나약한 현실 부정과 다를 바 없고, 공허한 후회라는 감정만을 남겨놓는다. 결국 어떤 선택에 의한 결과는 선택의 순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 이후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의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놓여진 현실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과정에 다시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제법 익숙하게 패니어의 무게들을 균등하게 만들고, 자전거의 장착에 시간이 줄어들었다. 겨울의 초입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따듯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동해의 여행을 시작한다.
속초해변에서 설악해변까지의 해안 자전거도로는 한적한 해안길과 국도변 나무 테크로 전용도로를 만들어 바다 가까이 풍경과 함께 달릴 수 있었다. 아름다운 동해의 바다와 파도소리가 그 어떤 잡념의 개입을 가로막았다.
7번 국도와 잠깐의 조우 후 낙산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양양의 도로는 해변 이면의 2차선 구도로로 이어지고 있었다. 몇 개의 업힐이 이어지고 아침해를 정면에 두고 달리는 라이딩은 약간의 지겨움을 느끼게 하였다.
하조대를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이동한다. 자전거를 타기에 넉넉한 갓길을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나 통행량이 많은 이 길이 유쾌하지는 않다. 동해해변의 풍경에 심취해서 그리고 양양을 넘은 구도로의 나른함에 시간을 지체한 것을 국도를 달리는 시간에 줄이고자 속도를 내었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어제부터 저리기 시작하더니 찌릿찌릿 신경을 건드린다.
남애항 삼거리에 이르러 다시 해안도로를 타기위해 7번 국도를 빠져나왔다. 이곳의 등대횟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오후 2시가 넘도록 밥을 먹지 않았다. 남애항의 안내판을 보는 순간 지난 오래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남애항 삼거리. 남애항에서부터 강릉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즐길수 있다.
오래전 짱구형과 함께 강릉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었다. 강릉 경포대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또다른 날 이곳 남애항까지 초등학교를 다니던 짱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와 점심을 먹었었다. 이모님이 운영하시는 음식점 등대횟집, 8년전 전국일주 때에도 잠시들려 식사를 하고 갔었다.
어딘가 낯선 곳이 이런 인연들이 하나, 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집앞 단골집에도 인연을 만들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으로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소박하고 조용한 남애항. 근처 조그마한 남애해수욕장이 있어 휴가철 북적이는 유명 해안보다 이런 곳이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에 좋은 것 같다.
방긋이 맞이하는 이모님, 나를 몰라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물회를 주문하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식당의 내부를 눈여겨본다. "어디 달라진 데가 없나?"
회가 따로 담겨 나오는 물회. 매콤 새콤한 그 맛있는 맛이 그대로였다. 늦은 점심의 허기로 순식간에 큰 그릇을 비우고 자리를 일어서자 믹스커피 한 잔을 내어 주셨다. "이모님, 건강하시네요. 저 예전에 윤기랑 자전거 타고 왔었잖아요." 하였다.
"윤기, 오윤기. 그래 오윤기" 하셨다. "네, 잘 먹었습니다. 이모님, 건강하세요!" 인사를 드리고, 남애항의 든든한 점심의 만족감과 함께 강릉으로 향하였다.
남애항 등대횟집. 맛있는 회따로 물회를 먹을 수 있다.
남애항에서 강릉까지는 여러 해수욕장을 따라 해안길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주문진의 비린 짠내음을 지나 해변가 해송의 솔향기가 은은하게 이어지는 연곡해변, 사천해변 그리고 강릉의 경포대로 이어지는 길. 지난 그때 체력이 지친 짱구가 투덜거리며 페달을 밟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하였다.
생각해보면 한가롭고 여유롭던 시절이었다. "언젠가는 꼭 한번 같이 갔으면 한다." 그의 마음을 받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함께 즐겁게 여행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해안길 촘촘히 자전거길의 안내가 도로에 프린트되어있고, 자전거 전용길이 도로변 옆으로 2미터 정도 넉넉히 확보되어 있었다.
다섯시가 넘어서야 경포대에 도착하였다. 속초 해변에서의 한가로움이 생각보다 늦은 라이딩 시간을 갖게 하였다. 충분히 아름다웠고, 마음속 시원함이 작은 행복감을 주었다.
속초해변과 경포해변을 보면 놀랍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의 규모와 너무나 경쾌한 파도의 소리와 바다 빛. 조금더 머물고 싶지만 마저 가야 할 길이 있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약간은 외져 보이는 도로 길을 달려 GPS는 강릉항을 가리켰다. 좁은 골목을 돌아서야 눈에 들어오는 등대. 넓은 주차장을 돌며 터미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향했을 때 생각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의아해하는 순간 해변과 도로길을 따라 커피숍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오, 카페거리..!"
일몰을 보기위해 방파제로 향하는 사람들 사이로 여객선 터미널을 찾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두어 번 제자리를 돌고서야 강릉항 여객터미널을 알리는 길 안내판을 발견하고 주차장과 해변 사이의 작은 소로를 따라 들어갔다. 등대의 방파제 밑 너무나 작은 여객터미널.
배의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 표를 예매하는 사람들, 시간과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터미널의 안은 사람 한 명 보이지않고 텅 비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어색한 상황에 잠시 멍하게 블라인드가 내려진 매표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릉항 여객터미널은 방파제와 주차장 사이의 길을 따라 안쪽에 위치해있다.
"독도행 8시 20분 정상 출항, 발권 7시 20분부터" 안내 문구를 보며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표가 없으면 난감한데."
내일 새벽 일찍 와서 대기할 생각으로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미미한 석양빛이 남아있는 해변에서 젊은 청춘들이 셀카봉과 삼각대 그리고 갖가지의 모양들로 그들의 시간을 남기고 있었다.
약간은 후미진 길가의 뒤편에 이런 화려한 거리와 생동감이 있을 줄 생각지 못하였다. 그들의 웃음이 경쾌하게 느껴졌고 강릉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플레이스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첫 번째 야영을 할 장소가 필요하였다. 첫날의 우중 라이딩으로, 둘째날의 찬바람을 맞은 피로로 핑계하며 야영을 하지 않았다. 생에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이라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했으면 하는 우려의 심정이었다.
어둠이 찾아오는 해변가에서 조급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카페거리의 끝자락, 해변가의 사람들이 오지 않는 모레 사장 위를 선택하였다. 바다와 가까이 위치해 있었지만 언덕처럼 높게 위치하여 파도가 밀려올 걱정도 없었다. "여기로 정했어!"
텐트를 칠 장소를 결정해 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급격한 허기가 밀려들었다. 남애항의 물회 한 그릇이 오늘 식사의 전부였다.
간단히 요기할 식당을 찾았지만 횟집 한두 곳을 제외하고 온통 커피숍뿐이였다. 해변가를 한 바퀴 돌고서 오늘은 편의점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해변이 참 좋네"
근처 GS 편의점에 들렸다. 머릿속에 짭조름한 스팸 한조각과 따듯한 햇반이 떠다녔다. 햇반과 컵라면, 스팸 작은 것 하나를 골라들고 가격을 보는 순간 "어. 이거 식당밥 한끼 보다 더 비싼데.."
8평 남짓의 작은 편의점을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진열된 상품을 집었다 넣어다를 반복하였다. 부스터를 켜고 음식을 조리하고 싶지 않은 게으름. 결국 삼겹살 도시락과 닭다리 하나를 사들고 전자렌즈에 데운 후 편의점을 나왔다.
여행을 위해 텐트를 구매하고 처음 설치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접하면 요리조리 제품의 설명서를 꼼꼼히 체크하고 때론 인터넷의 제품 사용기를 완전히 섭렵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이처럼 게으른다.
새로운 것을 구매하거나 생기더라도 그것을 사용하기 전까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별로 없고, 없던 물건처럼 내버려 둔다.
텐트는 설치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처음이라 조금 탐색의 시간이 필요한 정도였다. 텐트를 설치하고 약간의 설렘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텐트를 잘 설치해서가 아닌 첫 번째 와일드 캠핑에 대한 즐거움이었다.
"드디어,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구.."
텐트 안은 어릴 적 뛰어놀던 숲속의 비밀 아지트처럼 아늑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졌고, 오리털 침낭은 따듯했다. 군대 이후 이런 개인용 텐트에서 자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 발냄새는 어쩔 거야."
야영을 준비하느라 편의점에서 데워온 도시락과 치킨 한 조각은 식어있었다. 뭐 그런 것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니 식은대로 나름 잘 먹으면 그만인 것.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표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였고, 한 좌석 정도는 있을 테니 일찍 일어나 일순번으로 대기해야겠다 생각하였다.
바로 옆에서 밀려드는 것 같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땀을 씻어내지 못한 끈적임의 불편함,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의 인기척에 긴장하며 모르는 사이 잠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