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8일 / 흐림 ・ 도
자보로벡-바르샤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들어간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서유럽의 팬데믹 상황이 심상치 않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더니 조금씩 강하게 불어온다. 정말 바람이 많은 나라인가 보다.
25km도 남지 않은 거리의 바르샤바, 요거트로 아침을 먹으며 아침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프라하를 떠나 폴란드 국경을 넘은 후 쉥겐기간의 압박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라이딩이었지만 10일 가까이 야영을 하다 보니 무엇보다 샤워가 그립다.
바르샤바에서 보낼 호스텔을 검색한다. 구시가지에 있는 호스텔에서 4박을 할 예정인데, 확실히 숙박료가 저렴하다. 7~8천원 정도의 1박 요금, 숙소 평가를 확인하고 예약을 하려니 자전거가 고민이다.
상담 메시지에 답이 없어, 숙소에 전화를 걸어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을 한다.
"슬슬 가 볼까."
"외곽에서 햄버거 하나 먹고, 올드타운으로 고고!"
작은 마을들, 조금씩 많아지는 차량들 하지만 폴란드의 풍경은 조용한 한국의 시골 읍내 정도의 모습이다. 독일스럽기도 하고, 러시아스럽기도 하다.
바르샤바의 경계에 들어선다.
"왔다!"
첫눈에 보이는 맥도널드로 들어간다. 폴란드의 햄버거는 저렴하고, 감자튀김은 조금 짜다.
자료들을 업로드하며 시간을 보내고, 시내 중심으로 들어간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이상하게 자전거 도로가 사라진다. 인도를 따라 산책을 하듯 길을 따라가고.
"뭐냐?"
현대식 빌딩들이 들어선 거리가 나온다.
"외곽이 신시가지인가 보네."
러시아의 소도시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바르샤바 인증!"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없이 텅 비어있다.
"왜 이렇게 황량해?"
바르샤바 궁전이 있는 광장으로 걸어간다.
지그문트 3세 바사 기둥을 중심으로 몇몇의 관광객들이의 모습이 보이지만 뭔가 텅 빈 느낌이다.
"코로나 때문인가?"
"조용해서 좋기는 한데."
폴란드의 집들도 자세히 보면 귀여운 면이 있다. 뭔가 어설픈게 유럽스럽고, 뭔가 이상하게 러시아스럽다.
광장에 앉아 체크인 시간까지 둘러볼 다른 장소를 검색해도 크게 흥미를 끄는 장소가 없다.
"그냥 숙소로 가자."
체크인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르지만 숙소로 들어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묘한 성곽 같은 곳을 지나고.
숙소가 바로 나온다.
체크인을 하자 중년의 여자 직원은 호스텔에서 마스크를 써 달라고 한다.
"그래, 알았어."
마스크가 없다고 하니 여자는 관광지도로 약국의 위치를 알려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조심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기엔 여자의 행동이 약간 이상하다.
자전거를 안쪽 테라스에 넣고, 짐을 옮기는 동안에도 중년 여자의 시선이 꽤 불편하다. 당연히 예상했던 것이라 서로 편한 것이 좋다고 간단히 생각하고 만다.
샤워도 미루고 먼저 약국을 찾아가 마스크를 산다.
34즈워티, 별 것도 없어 보이는 마스크가 쓸데없이 비싸다.
"이거 4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야."
중년의 약사는 마스크의 성능을 알려주며 방긋 웃는다.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힘들지만 마스크도 엄청 비싸다.
"폴란드에서 이 가격이면 서유럽에서는?"
숙소로 돌아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하니 중년의 여자가 질겁을 하며 마스크를 써달라 하고, 커피 주문을 받으려는 어린 직원의 손을 잡고 제재를 한다.
"적당히 해라. 선은 넘지 말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과민반응을 하는 여자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코로나만의 문제라면 폴란드의 의료체계나 바이러스에 대한 보건 개념이 부족한 유럽인들이 나는 더 무섭다.
"나도 니네들이 무섭다. 코로나 옮을까 봐."
숙소의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고, 이렇게 나만 마스크를 쓰게 됐다. 일반적이라면 항의를 했겠지만 차라리 나만 마스크를 하는 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생각하면 편한 현재의 유럽이다.
"월터, 나 코로나 됐다. 나한테만 마스크를 쓰란다. 재미있는 상황이네."
"코로나 걸렸어?"
"아니, 애들은 한국이 얼마나 안전한지 모르니. 잘못된 정보, 인종차별.. 뭐 이런 거 재미없어."
"아, 너 한국인. 그래서 코로나! 하하하."
아무래도 월터의 유머 감각은 좀 덜떨어진 느낌이다. 여행 일정 얘기로 넘어간 후에 뒤늦게 말의 뜻을 이해한다.
두바이에 있는 월터는 4월 초에 루마니아로 갈 생각이다.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여행 경로가 비슷하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막히는 일들이 발생하다 보니 월터도 정확한 계획을 세우기가 힘든 모양이다. 곧 중동에서 유럽인들의 입국을 막는다며, 일단 루마니아에서 4월에 만나는 것으로 하고 각자의 여행을 하기로 한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듯한 샤워를 하니 노곤한 피로와 함께 출출함이 시작된다. 지도를 검색해도 구시가지라 마땅한 식당이 없고, KFC는 너무 멀다. 800미터.
"그래도 할배네."
치킨으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8인실 도미토리가 여전히 텅 비어있다.
"숙소에 손님이 없는 거야 아니면 나 자가격리된 거야?"
어느 쪽이든 편하고 좋다. 침대에 누우니 바로 잠이 쏟아진다.
"4일 내내 차별해줘. 제발!"
Trak 정보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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