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일 / 비 ・ 12도
징저우 먀오족 둥족 자치현-홍지앙현
겨우 하루뿐인 맑은 하늘, 다시 하늘이 우중충하다.
패니어를 떼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니 다시 장착하는 시간이 들지 않아 좋다. 9시가 조금 지나 홍지앙시를 향해 출발한다.
홍지앙시까지는 95km의 거리, 흐린 하늘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으니 이젠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도시를 빠져나와 첫 번째 지나친 마을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갈 길이 머니 틈틈이 챙겨 먹자."
다른 사람들이 먹은 걸 보니 면 요리다. 밥이 좋지만 시간 절약도 좋을 것 같다.
두어 번 먹어본 것이라 가격도 묻지 않고 주문을 하고, 주문과 함께 바로 나온 음식에 입맛이 돋는다.
고추기름 소스도 알맞게 넣고 맛있게 먹고 있으니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 맞는지 묻는다.
"그나저나 이것으로 해장을 해도 최고겠어!"
순식간에 국물까지 싹 비우고 얼마인지 물으니 6위안이라고 한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건가 싶다.
"만두도 하나 먹을 걸 아쉽네."
밥을 먹는 동안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해가 얼굴을 내비친다.
겨울용 방풍자켓를 벗어 랙 패니어 위에 얻어 고무밧줄로 고정시키고 바람막이도 필요 없을 것 같아 입지 않고 출발한다.
"오랜만에 아침도 챙겨 먹었으니 달려 볼까!"
다시 만난 빈강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강변도로를 달린다.
봄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밭에 나와 무언가를 하고 있다. 강의 건너편이라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 아쉽다.
산골의 작은 마을에서 차량들과 사람들이 뒤섞여 혼잡스럽다. 이런 곳은 100% 시장의 입구다.
비상식으로 빵을 사둘까 하다 복잡한 동네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차들과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가며 빠져나간다.
어수선한 마을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다 보니 점심때가 되었는지 길가에 나와 밥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흔하게 보는 풍경이지만 밥그릇 하나만을 들고 집 밖에 쭈그려 앉아 먹거나 길가에 서서 밥을 먹는 모습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어두운 거실보다 밖이 환해서 저러는 걸까?"
후이통현(会同县)의 초입에 도착한다. 빵을 사기 위해 슈퍼를 찾다가 수유공원(粟裕公园) 앞에서 사람들이 앉아 노점에서 파는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자전거를 세운다.
사람들은 밥이 가득 담긴 간의 용기를 들고 중국인 특유의 식사 모습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역시나 가격 같은 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중국의 노점이나 시장 길가의 가격들은 5~10위안이다.
밥이 가득 담긴 용기에 중국의 밑반찬들만이 올려져 나온다.
"풀밭이네! 고기는 일절 없는 거야?"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가정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에 계란 후라이나 두부 같은 것을 추가로 얹어먹지 않을까 싶다.
서서 먹을 수는 없고 노점 앞 명당자리인 나무의자에 자리를 잡고 밥과 풀들을 섞어 먹으니 밑반찬들의 맛이 아주 좋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밑반찬 통을 열어 더 담기도 하고, 밥을 더 달라고 청하기도 하고, 누룽지를 담아 먹기도 한다.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5위안을 내길래 식사를 하고 막걸리통 같은 것에서 물을 따라 마시며 5위안을 꺼내 준다.
"우콰이?"
능숙함이, 누가 보면 중국 사람인 줄 알겠다.
노점에서 밥을 먹는 동안 땀이 식어 바람막이를 챙겨 입는다.
"겨우 감기에서 벗어났는데, 이럴 때 조심해야지."
G209 국도는 후이통현의 중심부를 지나지 않아 쉽게 벗어난다.
당나귀인지 말인지 모르겠지만 흙을 짐낭에 퍼담는다.
"세상에 바퀴 달린 것들이 모두 나와 굴러다니는 중국인데, 아직도 이런 방법을 쓰는구나."
중국 어느 도시에나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는 아파트들이 있다. 저기에 누가 다 들어가 사나 싶기도 하고 때론 저것으로 수많은 중국인에게 감당이 다 될까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빈강을 따라 이어지던 강변길이 끝나고 길은 산을 향해 이어진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급기야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하루를 못 가는구나! 갈 길이 아직 먼데."
서둘러 우의만을 꺼내어 입고 출발하니 금세 쏟아질 것 같던 비가 오는 듯 마는 듯 오락가락한다.
비닐 우의 안쪽으로 땀들이 차오른다. 한 단, 한 단씩 단추를 풀다 보니 땡땡이 우의가 바람에 날리며 요란한 춤을 춘다.
순식간에 날씨가 변하니 어떻게 옷을 맞춰 입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을 지나며 빵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어간다. 카드게임을 하느라 아무 관심도 없다.
슈퍼에는 물건들이 별로 없다. 전에 먹었던 설탕 맛만 나는 빵밖에 없어 할 수 없이 그 빵과 콜라를 집어든다.
카드게임을 하느라 바쁜 사람들 옆에 앉아 빵을 먹으며 그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본다.
옆집 쌀가게 할아버지는 세상모르고 주무시고.
중국의 어두운 거실이나 가게 안에서 사람들이 자주 하던 게임인데 그것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 사진조차 찍지를 못하고 있었다.
함부로 사진을 찍다가 돈을 잃은 사람한테 혼날까 봐.
여자는 게임이 끝나면 옆에 둔 메모지에 돈을 표시하는 숫자들을 적는다.
한 게임은 비교적 빨리 끝나는 편인데 바로 패를 섞고 다시 게임이 시작되어 어떤 게임인지 물어볼 기회가 없다.
틈이 나기를 기다릴 때 가게에 물건을 갖다주는 사람이 들어와서 여자가 잠시 자리를 뜬다.
그 사이 남자에게 게임의 이름을 묻고 번역기에 써달라 부탁을 한다.
"字牌, 즈파이"
남자는 시큰둥하게 게임명을 적어주고 바로 게임에 몰두한다.
다시 산길을 오른다. 저 멀리 회색 비구름이 내려앉은 모습이 보이고, 그 빗속을 향해 내리막을 달려간다.
지나던 길에 이번에는 100% 확실한 말이다. 곱슬거리는 갈기가 한쪽 눈을 가리고 있는 잘 생긴 말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가 한국 사람이라 하니 잘 못 알아듣는 아저씨. 태극기를 가리키며 한국 사람이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시내까지 20km를 남기고 홍지앙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시내를 4km 정도를 남기고 첫 번째 홍강을 넘는 다리를 건너고.
멀리 홍지앙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두 번째 홍강을 넘고 홍지앙시의 시내로 들어선다.
큼지막하고 육중한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는 홍지앙시.
그 무섭다는 공안, 홍지앙시 공안 본청의 사진도 찍어보고. 공안이 뭐가 무서운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내 눈엔 제복 입은 동네 아저씨들 같다.
흔한 오토바이조차 지나가질 않고 도로는 한적할 정도로 한가하다.
숙소를 검색하고 내일 다시 이어가야 할 G209 국도변의 빈관으로 결정한다.
빈관에는 5~6살 정도 남자아이 손주를 보고 있는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앉아있다.
80위안 빈관, 자전거를 프런트 뒤편 공간에 넣을 수 있는지 물으니 빈관 옆의 창고에 넣으라 하며 셔터를 내리는 제스처를 한다.
"응, 이따가 셔터를 내릴 거라는 거지? 알았어. 하오! 하오!"
자전거를 씻을 수 없는지 '쑤이, 쑤이'하며 호수로 물 뿌리는 흉내를 내니 '메이요' 한다.
"내일 또 엉망이 될 텐데, 그냥 놔두자. 모르겠다."
패니어에서 안경과 만코 어댑터만 빼내고 패니어를 달아 놓은 채 자물쇠만 잠가놓는다.
아이와 함께 그릇을 들고 밥을 먹던 아주머니는 밥을 먹어야 하는지 묻더니 근처에 있는 식당을 밥풀을 튀겨가며 설명을 한다.
정말 중국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순수한 것인지 아니면 체면 같은 것에 무신경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귀엽게 보일 때가 있다.
옷을 빨아야 해서 씻지도 않고 먼저 밥을 먹기 위해 아주머니가 알려준 식당으로 간다.
불이 피워진 타이어 화로에 젖은 바지와 신발을 말리고.
메뉴에 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게, 어제 퉁다오에서 만난 남자들이 알려준 코우로우얀차이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다고 한다.
언제나 난감한 재료가 든 냉장고에서 돼지고기를 가리키니 여주인이 두부를 가리킨다.
"돼지고기에 두부를 넣는다고, 좋아. 하오!"
얼마인지 물으니 25위안이라며 손가락 숫자까지 하며 알려준다.
뚸샤오첸을 하도 많이 했더니 가격 숫자들이 귀에 들어온다.
돼지고기, 두부, 고추, 마늘줄기 등으로 볶은 요리가 고봉으로 담은 밥과 함께 나온다.
맛있고 하자 여기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왜 중국어가 귀에 들리는 걸까?"
고개도 들지 않고 밥을 먹으며 한국 사람이라 대답한다. 한 달 넘게 중국에 있다 보니 반복되는 말들과 질문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옷을 씻어 말린다.
"네가 제일 고생이구나."
8시부터 천둥이 치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린다. 겨울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보다.
"그래, 차라리 밤새 왕창 내려버리고 아침에는 제발 그쳐다오."
경비내역
식비:36위안 / 식료품:21위안 / 숙소:80위안 / 합계:137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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