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8일 / 맑음 ・ 36도
창녕-대구-고령
지루한 낙동강 자전거길을 벗어나 내륙의 도로를 따라 여행한다. "덥다. 계곡으로 가자!"


이동거리
78Km
누적거리
27,567Km
이동시간
5시간 43분
누적시간
2,101시간

 
도로
 
도로
 
 
 
 
 
 
 
40Km / 3시간 00분
 
38Km / 2시간 43분
 
창녕
 
달성
 
고령
 
 
1,168Km
 

 

뿌연 물안개가 내려앉은 새벽, 차량들의 소음 소리에 잠시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잠이 들고 만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고 이러니?"

텐트를 말리고.

"어디로 가지?"

낙동강을 따라가는 낙동강 자전거길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힘들어도 낙동강을 벗어나 산으로 가자."

고령을 지나 성주에 있는 무흘구곡으로 목적지를 바꾸고, 김천의 마루바람에 들러 바람을 만날 생각이다.

"창녕에 있는데, 지나가는 길에 잠시 얼굴이라도 볼까요?"

바람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보조 배터리 충전을 맡겼던 식당으로 간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식당 부부의 웃는 얼굴이 친근하다.

돼지국밥과 함께 육수를 만들며 함께 삶는 족발을 담아준다.

그리고 아침에 삶은 수육을 썰어 담아주고, 편의점에서 얻어온 빵들을 건네준다.

"어디로 가세요?"

"글쎄요. 계곡으로 가려고요."

이틀 동안 친절과 미소를 보여준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넘어 창녕읍으로 향한다.

무더위 속에서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5번 국도를 따라간다.

국도 라이딩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마을길로 벗어나도 보고.

창녕읍의 경계를 지난다.

다른 지방에 비해 인구수가 많아서 그런지 창녕읍의 규모도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언덕길을 올라 읍내로 들어서고 첫 번째로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간다.

"와, 덥다 더워!"

다시 국도를 따라 현풍읍으로 향한다.

가야산이 있는 소백산맥의 자락으로 들어서기까지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하는 지루한 코스다. 무더위 속에서의 라이딩은 짧고 굵게 라이딩을 하고 길게 휴식을 갖은것이 좋은 것 같다.

"대구다, 대구! 빨리 벗어나자!"

대구시 달성군에 속한 현풍읍의 모습도 꽤나 크고 발전이 된 모습이다. 7~80년대 계발의 혜택을 먼저 누린 이곳 지역들의 모습은 전라, 충청도 지방 도시들의 모습에 비해 규모가 크고 발전된 모습이다.

첫 번째로 보이는 카페로 들어간다. 창녕읍의 편의점에서 산 얼음 커피의 얼음이 녹기 전에 도착했지만 흘러내리는 땀과 갈증으로 지쳐간다.

"카시아처럼 나도 빙하가 줄어드는 것이 슬프지만 지금은 네가 제일 필요해!"

커피와 함께 얼음을 가득 얻어 냉수를 들이켠다.

한 시간이 넘도록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폭염 속으로 들어간다.

그늘 한 점 없는 강변길을 달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땡볕의 자전거길을 벗어나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로 벗어났지만 그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고령으로 가는 팔만대장경의 자전거길, 호숫가에 세워진 오래된 정자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데, 득달같이 달려 붙는 날파리들의 습격에 포기한다.

"에쉬, 저리 가!"

그늘이 있는 편한 정자를 앞에 두고.

날파리들에게 벗어나기 위해 뙤약볕에서 얼음물로 갈증을 달랜다.

"정자에서 낮잠을 자고 가면 좋겠는데."

고개를 넘어가고 다시 이어지는 고개를 피해 강을 따라 멀리 돌아간다.

땀으로 미끌거리는 신발에 물을 적시느라 바쁜 하루다.

지루한 농공단지를 돌아 고령의 초입에 도착한다.

"괜히 돌아왔나? 지친다."

대가야읍의 중심으로 들어가 대형 슈퍼마켓으로 좀비처럼 찾아간다.

"있다!"

폴라포 두 개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와.

"저 통닭이 먹고 싶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폴라포 두 개.

무흘구곡이 시작되는 대가천까지 2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터널을 통과하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국도의 오르내리막이 뜨거운 날씨와 함께 힘들게 한다. 대가야읍에서 얼음과 커피를 사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폴라포는 하나만 먹고, 얼음 커피를 샀어야 했는데."

도로를 달리던 중 고무신발이 미끌리며 벗겨져 나간다. 신발이 벗겨지며 헛페달링에 돌아간 페달이 정강이를 찧는다.

"에쉬!"

"이 짓을 오늘만 몇 번을 하는지."

길게 이어지던 1 터널의 이름을 보고서도 2 터널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니 꽤나 지쳤나 싶다.

밀려드는 갈증과 더위에 지친 몸이 납돌처럼 무거워진다.

낮은 업다운이 이어지는 도로를 벗어나 슈퍼마켓이 있는 수륜면으로 들어간다. 한적한 시골의 풍경, 조금 어두운 오래된 상점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앉아있다.

탄산이 들어간 아주 옛날의 그 음료수, '사랑해요 밀키스'를 골라 든다. 이름만 들어도 그 맛이 느껴지는 추억의 음료수다.

"주윤발 따거가 멋지긴 했어."

"할매, 이 부채는 파는 거예요? 그냥 주는 거예요?"

"하나 가져가!"

"감사합니다."

작천정 계곡에서 아이들이 버리고 간 날개가 부러진 아이언맨 손선풍기를 그냥 버린 것이 가끔은 아쉽게 느껴졌는데 할머니에게 부채 하나를 득템 한다.

열대야가 있어도 이제 조금은 괜찮을 것 같고, 텐트 안으로 들어온 모기를 잡을 때도 유용할 것 같다.

"할매, 여기 계곡에 텐트 치고 잠잘 곳이 멀어요?"

"계곡?"

"네."

"계곡은 멀데이. 자전거 타고 못 간다. 여기 조금 올라가 내려가만 보물섬이라 카는데 나온다. 거 뒤로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물도 나오고.. 거가 좋다."

할머니가 말하는 곳은 무흘구곡의 1곡 회연서원이 있는 비봉암이다.

"할매, 거 멀어요?"

"아이다. 조금 올라가 내려가다 오른쪽에 보물섬이라고 있다."

할머니가 말하는 보물섬이 뭔지 검색하니 회연서원 앞에 있는 음식점이다. 슈퍼마켓이 있는지 물으니 술을 파는 곳이 있다며 조금 비싸다고 알려준다.

할머니에게 밀키스 하나를 더 사고,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전한 뒤 보물섬을 찾아 회연서원으로 간다.

산세가 높은 가야산으로 저녁해가 사라진다.

 

할머니가 말하던 보물섬은 삼겹살과 된장찌개 같은 메뉴가 있다. 먼저 텐트를 치고 보물섬에서 삼겹살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더위에 지친 하루,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회연서원의 외관을 살짝 살펴보고.

"조선 양반들의 삶이란 정말 한가롭다."

"그런데 비봉암이라는 기암 바위는 어딨어?"

기암 바위의 비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회연서원의 강변 쪽 모습은 꽤나 허탈하다.

"무흘구곡, 이런 느낌이야?"

폭우로 인해 범람했던 강변이 조금 더 황량하게 보이는 탓이겠지만 무흘구곡이라는 멋들어진 명칭이 혹시 과장된 미화가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

할머니가 알려준 공원의 정자에 자전거를 세우고.

"오, 일단 식수대 완벽."

"먼저 씻자."

화장실 앞에 있는 수돗가에서 샤워를 하니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정자 위에 텐트를 펼친다. 강바람이 불어와 오늘 저녁은 덥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피곤함에 입맛이 사라져 삼겹살도, 소주도 귀찮게 느껴진다. 아침에 식당의 남자가 챙겨준 빵들은 더운 날씨의 열기 속에서 모두 상했을 것 같아 버리기로 한다.

"먹을만한 것이 하나도 없네. 그냥 자자."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7일 / 맑음 ・ 34도
밀양-김해-창원-창녕
밀양으로 갈지 아니면 김해로 갈지를 고민하다 대통령님을 만나러 김해 봉하로 간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27,489Km
이동시간
4시간 39분
누적시간
2,096시간

 
낙동강길
 
낙동강길
 
 
 
 
 
 
 
13Km / 1시간 10분
 
41Km / 3시간 39분
 
밀양
 
봉하
 
창녕
 
 
1,090Km
 

 

아침 햇볕을 막을 그늘을 예상한 텐트 자리는 적중했다. 교각이 만든 그늘로 다른 날에 비해 조금은 아침 더위가 덜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공원의 주차장에 차들이 몰려들어 어수선하다.

"오늘은 이렇게 잠을 깨우는구나."

요즘 들어 평균적으로 4~5시간 정도 잠들기가 힘들다. 내 안 어딘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피로의 저금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른 8시부터 주차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침수로 인해 망가진 공원을 청소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더운 날씨에 고생들이 많다.

수돗가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어디로 향할지 고민을 한다.

"속리산, 속리산으로 갈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밀양이 궁금하지만 봉하마을의 김해로 결정한다.

"밀양에 전도현은 없잖아."

텐트를 말린다. 아침 이슬과 바닥의 물기, 머지않아 이 계절도 바뀌려나 보다.

자원봉사자들의 밥차인 줄 알았는데 푸드트럭이다.

패니어에 무게를 더하던 동전들을 꺼내어 밀크커피를 사고.

"비율이 어떻게 되는 거지? 맛있단 말이야."

뽀송하게 텐트가 마르는 동안 봉화마을을 지나 어디로 향할지 결정한다.

"일단 창녕까지."

짐들을 챙겨 아침을 먹기 위해 삼랑진읍으로 돌아간다.

"이 집은 휴가인가?"

시장 근처에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간다.

"경상도에 왔는데, 한 끼 정도는 괜찮지 뭐."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 볼까!"

레일바이크가 운영되는 철로를 지나고.

김해로 넘어가는 철교를 건너간다. 지난 여행에서 멋진 저녁노을을 만들어줬던 철교이다.

철교를 넘으면 바로 김해시.

짧은 거리지만 곧 넘어가야 할 고개를 생각하니 숨이 답답하다.

그 고개를 앞두고 잠시 큰 한숨을 내쉰 후 페달을 밟는다. 짧은 고개지만 올 때마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고개를 넘은 후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한림면으로 향한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봉화를 빠져나가는 길은 농공단지 같은 공장들이 즐비하고, 큰 화물트럭들의 통행이 잦아 꽤 힘든 코스였다.

한림역을 지나 봉화마을로 향하는 천변길을 따라간다. 국궁장으로 잘못 들어선 길에서 잠시 헤매고.

"설마 차량 도로가 끝이라는 거겠지?"

산책로는 봉화의 습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폭우의 침수로 조금 황량해진 풍경이 주인을 잃은 아버지의 헛간처럼 쓸쓸한 느낌이다.

습지공원의 끝에 봉화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알 수 없는 헛헛함이 찾아든다.

한적할 것으로 생각했던 봉화마을은 습지공원의 모습과 달리 활기가 느껴져서 좋다.

생가터 건너편으로 체험센터가 새로 지어지고.

마을을 찾은 몇몇 사람들과 마을을 둘러본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헌화를 하는 사람들이 조용하게 마을을 둘러본다.

"잘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둘러보지 못한 공간들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고.

"마을이 더 아담하고 예뻐졌네."

"계셨으면 마을을 가꾸며 즐거워하셨을 텐데."

두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묘역을 둘러보는 순간 노란 바람개비들이 돌아간다.

"그래요.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김해의 농로길을 따라 달린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이지만 들녘의 풍요로움은 여유롭다.

가끔씩 보이는 연꽃밭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개화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이른 꽃들이 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홍빛 은은한 꽃들이 만발하면 예쁠 것 같다.

샤워기의 꼭지처럼 생긴 꽃이 진 봉오리들이 귀엽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농촌의 풍경들이 좋다.

농로와 마을길을 따라가던 길은 낙동강 자전거 길로 이어진다.

강변의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지 않고 시골길을 따라가다.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 도로로 들어선다.

강을 따라 길게 뻗은 지루한 자전거 도로다.

"이 길을 따라가다 정신이상이 생길 것 같다."

아무런 특색도 없이 강을 따라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 도로, 이 길을 따라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궁금해진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부산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타고 강 보러 가냐'던 카일라스 형님의 말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런 의미 없는 길을 계속 갈 수는 없어!"

"겹겹이 쌓여있는 우리나라의 산들과 풍경들도 참 곱다."

 

지루했던 창원시의 구간보다 창녕군의 자전거 도로는 그늘이 있고.

 

오르내리막의 도로가 있고.

 

반대편으로 펼쳐진 풍경이 있어 조금은 지루함이 덜하지만 라이딩의 즐거움을 찾기에는 부족하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길게 뻗는 도로를 타고 빠르게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를 내어 달려가다 보니 

 

"이런 것에 적응하는 거 아닌데."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창녕의 함안보가 나온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함안보를 건너야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래다.

 

"아, 잊을 뻔했네. @%@#%$^%$%$%$&^, 쥐새끼!"

 

함안보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였던 송진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야영을 한 후 낙동강 자전거길이 아닌 도로를 따라 창녕읍으로 향할 생각이다.

 

고민의 여지없이 곧장 시원한 편의점에 들어간다.

 

"저기 나무 밑에서 야영을 할까?"

 

"몰라, 일단 폴라포!"

 

비싼 편의점의 폴라포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편의점의 마케팅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뭐야? 아이스크림을 킵해주는 거야?"

 

폴라포 3개를 한꺼번에 먹을 수 없어 비싼 1,200원의 가격으로 하나씩 사 먹었는데, 증정품이나 남은 상품 등을 모바일 앱에 보관할 수 있나 보다. 

 

"이러는 거 아니다. 왜 이제서야 보이는 거냐!"

 

만만한 데미소다 1+1을 사 들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나온다.

 

삼거리에는 편의점 옆에 있는 짬뽕집, 그리고 길 건너편의 돼지국밥집이 있다. 

 

"하루에 투 국밥을 할 수는 없잖아."

 

매콤한 짬뽕국물이 생각나 중국집의 아저씨에게 영업시간을 물으니 8시라며 시큰둥하게 대답을 한다.

 

"투 국밥을 할지언정 친절한 집으로 갈 테다!"

 

돼지국밥집으로 들어서자 중년의 부부가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영업시간을 묻자 8시까지 영업을 한다며 안내를 한다. 1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텐트를 펼치고 오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일단 먹자."

 

돼지국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 보조 배터리를 충전하며 남자 주인에게 밖에 있는 수돗가에서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럼요. 거기 비누랑 샴푸도 있으니 사용하세요."

 

아침에 삼랑진에서 먹은 돼지국밥과는 국물 맛부터 다르다. 진하고 부드러운 육수와 넉넉한 내용물들이 제대로다.

 

평상시 같으면 두 공기 정도 거뜬하게 비웠을 저녁 식사인데 지루한 낙동강길에서 더위를 먹었는지 식욕도, 술맛도 그저 그렇다.

 

"저희가 내일 아침 8시에 문을 열거든요. 필요한 것들을 충전하고 아침에 찾아가세요."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보조 배터리의 충전을 부탁하니 식당의 부부는 부족한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내일 찾아가도 된다고 말한다. 참 친절하고 웃는 얼굴이 부드러운 부부이다.

 

오래된 나무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충전해놓은 배터리를 찾으러 오니 테이블에 시원한 음료수와 빵이 놓여있다. 밝게 웃는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대용량 배터리의 충전을 부탁하고 나온다.

 

식당 옆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텐트에 누웠지만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부채가 필요한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얼음 커피를 마시며 열대야의 열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린다.

 

새벽 1시가 넘어가며 조금씩 더위가 사그라든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어디로 가야 하지?"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6일 / 맑음 ・ 36도
언양-양산-밀양
시원한 작천정 계곡을 떠나 양산으로 향한다. "밀양으로 갈까 아니면 김해로 갈까?"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7,435Km
이동시간
6시간 36분
누적시간
2,091시간

 
35번국도
 
낙동강길
 
 
 
 
 
 
 
36Km / 3시간 00분
 
30Km / 3시간 36분
 
언양
 
양산
 
밀양
 
 
1,036Km
 

 

7시, 작천정 계곡은 아침 햇볕으로 더워진다. 아침의 달콤한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는 아주 매정하고 지독한 날씨다.

짐들을 정리하며 젖은 옷들을 햇볕에 말리고.

사람들이 사라진 계곡에는 놓고 간 물건들과 버려진 쓰레기들이 많다. 신발, 물안경, 안경, 모자, 휴대용 선풍기, 머리띠 그리고 아이들의 고무튜브까지 잃어버리고 버려진 물건들이 놓여있다.

"애들은 안 잃고 데려갔으니 다행이네."

주인을 잃은 고무튜브와 잠시 놀아주고.

사람들로 뿌옇게 변했던 물은 다시 깨끗하게 변해있다.

텐트가 마르는 동안.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조금이나마 주워 담는다. 커다란 비닐봉지가 금세 가득해진다.

"너희들은 어쩐다니?"

바위 위에 올려놓으면 물놀이를 온 사람들이 사용할 것 같기도 하다.

텐트가 마르고,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한두 가족이 계곡으로 찾아든다. 주말이 지나서인지 어제와는 달리 한산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8명 정도가 한가득 짐을 들고 온다. 산책로를 그늘막 텐트로 모두 막고서 자리를 잡더니 바위 위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저씨, 여기 써도 돼요?"

"응, 놀아요."

예쁘장한 여자아이는 함께 온 친구들에게 자리를 옮기라며 말한다.

"어린애들이 뭘 이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왔지?"

물속으로 들간 아이들의 대화에 비속어가 난무한다.

"아 씨발, 존나 차가워. 개새끼야!"

누군가 물을 뿌린 것도 아니고, 혼자서 물속으로 들어가 발을 담근 여자 아이가 소리를 친다.

"..."

욕이라는 것도 앞뒤 맥락이 있는 것인데, 아이들의 비속어들은 찰진 맛도 없거니와 문장의 앞뒤에 난데없이 붙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어 보인다.

바위 위에 놓아둔 고무튜브는 욕만 하는 아이들의 차지가 된다.

"내 조카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로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산책로를 막고 텐트를 친 사람들 때문에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응, 좋아요?"

서너 살 정도의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며 대화를 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대화의 70%가 욕설인 아이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씁쓸한 생각이 든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있다.

"9시 연다고 했는데."

아침을 먹으며 배터리를 충전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진다.

넓적 바위가 좋았던 청암사 앞의 계곡으로 내려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몸이나 담가보고 가자."

버프를 벗지 않고 바위를 타고 쏟아지는 계곡 물속으로 들어간다.

평일의 오전 시간이라 그런대로 덜 붐비는 자리다.

"우리 점프하자."

세 명의 아이들은 끊임없이 점프를 한 뒤 물속에서 첨벙 댄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

"이건 자연 미끄럼틀!"

바위틈 사이에 앉아보고 싶은데 물살이 제법 거칠다.

"청암사 주변이 제일 좋네."

아이들을 피해 바위 위쪽의 계곡에 몸을 뉘인다.

"시원하다."

"하루 더 있을까?"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청암사 주변에서 야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바로 포기한다.

양산으로 가기 위해 헬멧과 버프를 고쳐 쓰고 있는데 로드바이크를 끌고 온 남녀가 인사를 한다.

선화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인지 밝게 인사하며 여행에 대해 묻는다. 남녀 커플과 사진을 찍고, 양산으로 간다는 말에 분홍색 라이딩 복장이 잘 어울리는 여자는 자신들도 양산의 내원사 계곡에 간다고 한다.

"내원사요?"

"네. 거기도 좋아요. 여기랑 비슷해요."

지도를 검색하니 통도사를 지나 가까운 거리에 내원사 계곡이 있다. 통도사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원사 계곡에서 야영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가자, 내원사로!"

"허걱!"

양산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들어서기 바로 직전 자전거가 막혀있다. 길을 돌아가 국도로 접어든다.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언양 주변의 높은 산들 위로 구름 안개가 내려앉아 있다.

"운치 있네. 근데 알프스까지는."

한국의 베네치아, 한국의 몽마르뜨와 같은 '한국의 무엇'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알프스라면 외국인들이 언양의 풍경을 보며 알프스를 떠올려야 하는 몫일 뿐이지, 굳이 머나먼 남의 나라 풍경을 빗대어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쉽게 알프스를 못 가봤지만 적어도 프랑스의 간월재라는 표현은 프랑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잊혀지고, 간혹 예전의 명칭이 생각나면 헛웃음이 먼저 새어 나오는 '부곡 하와이'의 느낌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명칭이 많을 건데."

양산의 양산천 자전거 도로를 만나기 전까지 국도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한국의 운전자들과 함께 달려야 하는 국도 라이딩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코스다.

갓뚜기의 연구시설에서 통영사가 있는 하북면으로 들어간다.

"덥다. 가을아, 어서 와줘."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통도사의 매표소가 보인다.

"시원한 커피 아니 밥부터 아니 냉면이 좋을까? 그래 밀면 좋다."

연탄구이 고기가 맛보기로 함께 나온다는 밀면을 주문한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한적한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던 어르신이 서빙을 하는 남자에게 질문을 한다.

"섬머 타임인가 봐?"

"네?"

쌍시옷 발음이 안 되는 경상도 사투리도 귀엽지만 썸머타임이냐며 묻는 할아버지의 질문이 난데없다.

서빙을 하는 남자가 어리둥절 쳐다보자 할아버지는 가게에 왜 손님이 없냐며 말하고는 시계를 쳐다보신다.

"12시네. 12시부터 1시까지 서머타임이야?"

친구분들 앞에서 외국물을 드셔 본 경험을 자랑삼으려 그러신 것인지 브레이크 타임을 서머타임이라고 착각하신 듯하다.

"할아버지, 귀여우신데요. 식당에서 말 수 좀 줄이시면."

식사를 하시는 내내 하노이 회담이며 김정일,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거짓 뉴스 수준으로 지인들에게 떠드신다.

"할아버지 마음대로 믿으셔도 좋은데요. 제발 말 수 좀."

고기와 함께 먹는 밀면은 생각보다 맛이 좋다. 내원사 계곡으로 가기 전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통도사로 간다.

보행자용 매표소로 향하던 중 매표소에서 차량들을 안내하던 남자가 급하게 나에게 달려온다.

"자전거는 못 들어갑니다."

"왜 자전거가 못 들어가요?"

"원래 오토바이하고 자전거는 못 들어가게 되어있어요!"

"네?"

매표소의 안내판에는 자전서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 있으니 자전거를 매표소에 놓고 걸어가라며 안내하는 남자에게 사찰까지 거리를 물으니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바로 사찰의 경내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차량들이 들어가는 주차장까지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다.

수많은 해외의 여행지를 다녔지만 차량이 들어가는 곳에 자전거가 통제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도보 이외에 다른 교통수단이 통제된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도보처럼 자전거를 통제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된 거 아니야? 어이없어서 안 간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찰을 둘러보려는 계획을 포기한다.

"이유 없는 삥발이까지는 어찌 이해하겠는데, 땡중들 너무 편하게 장사한다."

분이 나서 씩씩거리며 내원사 계곡으로 달려간다. 통도사보다는 규모가 작은 사찰이니 경내를 구경하고 계곡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차량들로 길게 정체가 되고, 도로변 인도에는 음식을 파는 테이블들과 사람들이 가득하다.

주차난으로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나 생각하며 반대편 차선을 이용해 꽉 막힌 차량들을 지나쳐 가니.

내원사의 매표소가 나오고 출입통제 안내판이 커다랗게 세워져 있다.

"자전거가 잡상인 취급을 당하다니. 젠장!"

다시 길을 내려온다. 정체된 차량들의 줄은 더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내원사 계곡에서 캠핑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잠깐만 놀다 양산으로 가자."

울퉁불퉁한 바위 주변으로 몸을 담글 수 있는 괜찮은 장소가 있다.

"역시 나이를 떠나서."

"단순한 것은 브로맨스다."

시원한 계곡물에 앉아있으니.

사찰의 입구에서 출입금지를 당한 화도 함께 식어간다.

작천정 계곡이 넓적 바위와 계곡물의 풍부함이 좋다면 내원사 계곡은 계곡이 길고 주변에 음식점들이 많아 편할 것 같다. 차량들과 음식점들로 조금 혼잡하지만 예전처럼 계곡까지 내려와 평상을 놓고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물놀이와 휴식이 필요하면 작천정 계곡이, 식도락을 함께 즐기려면 내원사 계곡이 좋을 것 같다.

흠뻑 젖은 옷과 몸은 뜨거운 오후의 더위에 금세 말라버린다.

큰 어려움 없이 양산시의 초입에 들어서고 양산천의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문제는 땡볕이야."

천변을 가로 넘는 다리의 밑을 제외하면 그늘이 거의 없는 양산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아마도 낙동강 자전거 도로의 상황도 비슷했던 기억이다.

"오늘은 양산천 하구 뚝방길은 싫다. 죽어도!"

양산천을 따라 낙동강까지 이어지며 멀리 돌아가는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시내를 가로질러 물금역으로 간다.

더위는 어쩔 수 없지만 낙동강 자전거길로 진입하는 거리는 많이 줄일 수 있다.

시원하게 냉방이 잘 되는 물금역 안으로 들어가 열기를 식힌다. 한국의 공공시설들은 정말 최고다.

"기차 타고 서울로 가고 싶네."

물금역에서 낙동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한다.

항상 감탄이 나오는 한국의 나무테크 길을 달리고.

지루한 자전거 도로만큼 더 지루하게 흘러가는 낙동강이다. 한강과 달리 낙동강은 물살의 흐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고여있는 호수처럼 느껴지고 물의 색감도 왠지 탁하게 보인다.

갈증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쯤 공원의 푸드트럭이 보인다. 양산을 벗어나가 전 음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이다.

식혜와 믹스커피를 고민하다. 믹스커피를 선택하고.

쉼터 의자에 드러눕는다. 하루 종일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다 보니 목구멍이 칼칼하다.

김해로 넘어가기 전 삼량진 생태 공원에서 야영을 할 생각을 출발한다.

지루한 섬진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뒤에서 따라오시던 어르신은 어느 순간 보이질 않는다.

밀양시의 경계를 넘고.

가끔씩 토사가 쌓여있던 자전거 도로는 폭우로 인해 침수되어 엉망으로 망가진 도로로 변한다.

"돌아가는 길이 있어 다행인데, 저 경사는 어떻게 할 거야?"

땀으로 미끌거리던 고무신발이 시멘트 경사길에서 벗겨진다. 햇볕에 달궈진 길의 뜨거움에 폴짝거리며 자전거를 옮긴 후 가출한 신발들을 되찾는다.

"아놔, 고무 신발!"

우회 도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자전거 도로에는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치우는 것도 일이겠다."

침수된 구간은 짧게 끝났지만 삼랑진 습지공원으로 이어지는 길과 풍경은 엉망이다.

"캠핑할 수 있는 거야?"

오늘의 야영지로 생각했던 곳에서 캠핑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길을 따라가는 동안 길은 다시 출입이 통제된다.

기찻길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삼랑진읍으로 돌아간다.

"이 벚꽃길 예쁘네. 자전거 도로를 이 길로 이어지게 설계했으면 더 좋았겠네."

여름날의 무더위가 느껴지는 풍경의 삼량진에 들어선다. 바쁘게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엔진 소리와 매캐하게 뿜어대는 매연의 열기가 숨이 막힌다.

돼지국밥과 꼼장어구이를 놓고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비싼 꼼장어구이를 선택했지만 휴업일인지 문이 닫혀있다.

"이러면 곤란한데."

돼지국밥집은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도로변으로 되돌아 나와 삼량진 시장에 음식점이 있을까 싶어 찾아가던 중 슈퍼마켓 입구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냉풍기 자람이 자전거를 세운다.

잠시 문 앞에 서서 바람을 쐬고 있으니 처음처럼 시원한 느낌은 떨어진다.

"몰라, 안으로 들어가자."

구매 목적 없이 들어간 슈퍼마켓에서 넋이 나간 좀비처럼 매장을 돌아다니다 냉동고에 쌓여있는 폴라포를 발견한다.

눈으로만 봐도 그 맛과 시원함이 느껴지는 보랏빛 얼음 알갱이들이다.

폴라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다시 슈퍼마켓에 들어가 폴라포 하나를 더 사고, 저녁으로 삼계탕 팩을 사서 먹을까 생각했지만 더운 날씨에 텐트 안에서 삼계탕은 무리인 것 같다.

삼랑진 거리를 배회하다 시장으로 들어간다. 작고 썰렁한 시장 골목에는 몇 군데의 음식점들이 있고, 고민 끝에 도토리묵밥을 파는 허름한 가게에 들어갔지만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아,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은데."

길 건너 돼지국밥집을 외면하고, 마을을 벗어나는 길에 위치한 순두부집으로 찾아갔지만 '금일 휴업'의 안내판이 붙어있다.

"오늘 이 동네 왜 이래?"

식당을 포기하고 마을 끝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는 도중 보이던 중국집도 휴일이다.

"젠장,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거절만 당하네."

작천정 계곡의 식당에서부터 통도사, 내원사 그리고 삼랑진의 식당들까지 아주 운이 괴팍한 날이다.

중국집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으니 텅 빈 식당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여주인은 심드렁한 말투로 그렇다고 한다.

솔직하게 식당의 음식 맛보다는 밖에 설치된 수돗가를 사용하고 싶었다.

다슬기탕을 주문하고, 한참 후 나온 음식들은 나쁘지 않다. 음식 쟁반을 내려놓으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여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세상 귀찮다는 표정의 여자에게 작은 접시에 담긴 노란색 가루를 가리키며 콩가루를 넣어먹는지 물어본다.

"콩가루가 아니고요, 들깨가루라예."

"네에."

먹고 나면 녹색의 슈렉이 되어버릴 것 같은 담백하고 시원한 다슬기탕이다.

반찬으로 나온 콩잎 무침과 매운 고추튀각이 인상적이고 괜찮은 음식 솜씨다. 세상 귀찮은 표정의 주인에게 세상 귀찮은 손님은 떨어진 밑반찬과 추가의 밥을 더 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귀찮은 게으름은 내가 전문입니다."

말을 건네기가 미안한 여주인에게 수돗가에서 씻어도 되는지를 묻지 않고 그냥 가려고 하니 여주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여관에서 자고 갑니까, 그냥 갑니까?"

아마도 길 건너편의 오래된 여관을 함께 운영하거나 식당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 보다.

여주인에게 세상 귀찮은 표정과 말투로 들릴 듯 말 듯 '그냥 간다'라고 속삭이며 웃어주었다.

뜻하지 않게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편의점에서 살 것이 없다. 환타 한 병을 사서 나와 생태공원의 주차장으로 간다.

침수의 흔적은 보이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생태공원의 상태가 좋다. 이곳 사람들이 노지 캠핑을 한다는 주차장으로 간다.

캠핑을 하는 서너 대의 차량들이 보인다.

자전거 도로로 올라가서.

화장실의 상태도 확인하니 꽤나 깨끗하다.

무엇보다 화장실 옆에 설치되어 있는 수도시설이 마음에 든다. 아마도 화장실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수도시설인 것 같은데 시원한 물도 잘 나온다.

"와, 씻을 수 있다!"

일단 세수를 하고 발과 팔의 땀을 씻어내고.

다리 밑으로 돌아와 교각 사이에 텐트를 펼친다. 아침해가 어느 방향에서 뜨던 교각이 그늘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캠핑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고 조용한 밤이다. 수돗가로 나가서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하고 좋다.

"내일은 어디로 가지? 밀양? 김해?"

오늘도 쉽게 잠들디 못하고 새벽까지 뒤척인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5일 / 맑음 ・ 36도
언양
언양의 작천정 계곡에서 하루를 쉬어간다. 작천정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369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84시간

 
그늘을찾아
 
풍덩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작천정
 
작천정
 
작천정
 
 
970Km
 

 

푹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림이 계속된다. 아무래도 몹쓸 불면증이 다시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새벽 5시, 4시간 정도의 불편한 잠에 깨어 텐트 밖을 내다보니 아침 일출의 붉은빛이 예쁘다.

"더 자야 하는데."

"이러면 반칙이지!"

어쩔 수 없이 텐트 밖으로 나가 해가 떠오르는 아침을 맞이한다.

"감미롭다."

조용한 작천정 계곡의 아침이 시작된다.

1.5km 떨어진 공중 화장실에서 굿모닝을 알리고, 그늘이 없는 지금의 캠핑 자리를 옮기기 위해 청암사 주변을 살펴본다.

넓적 바위와 풍부한 계곡물 그리고 그늘이 진 시원한 자리가 많지만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너무 시끄럽겠다."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한 계곡, 멀리 그늘이 있는 자리로 의자를 옮기고 여행 자료들을 정리한다.

한 가족이 파라솔을 펴고 텐트 주변에 자리를 잡는다.

"파라솔도 챙겨 다녀야 하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작은 그늘도 사라져 버리고, 의자를 계곡 물속으로 옮기고 자리를 잡는다. 축축하게 젖어오는 엉덩이의 시원함이 생각보다 좋다.

"그냥 들어가자."

허리까지 차오르는 계곡 물속으로 들어가.

온몸을 계곡물에 담근다.

잠수와 허우적거림의 반복,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의 더위가 사라진다.

의자를 계곡물에 완전히 담그고 의자에 앉아 자료를 정리한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한가롭던 계곡물에 작은 꼬마 남매가 찾아와 물장구를 친다. 평온하던 나의 시간은 녀석들에 의해 순식간에 깨져나가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니 어느새 수많은 텐트와 그늘막이 세워져 있다.

"뭐야? 몽골족이 와서 울고 가겠네."

천국 같았던 계곡물 자리를 아이들에게 양보하고.

10시, 한없이 조용했던 계곡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피서객들로 가득 찬다.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 1인분 메뉴가 있는지 물어본다.

상냥함이 묻어있는 말투와 미소의 부부다. 거친 말투와 사투리, 외향적 제스처 그리고 외지인을 바라보는 의문의 시선, 가끔씩 마주하게 되는 이 지역의 낯섦에 정서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기대 없이 건네는 질문에 친근하고 부드럽게 대답하는 부부를 보며 깜짝 놀라고 만다.

정갈한 음식, 흠잡을 것이 없는 정성스러운 상차림이다.

저녁에 다시 찾아오기 위해 영업시간을 묻고, 두 공기의 밥으로 모든 접시를 깨끗하게 비운다.

의자를 들고 그늘을 찾아서, 사람들을 피해서 유목민처럼 계곡 주변을 돌아다닌다.

햇볕을 피할 곳이 더는 없어 계곡물이 흘러 들어오는 통로에 의자를 놓고 자리를 잡는다.

오후가 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계곡으로 찾아와 산책로까지 텐트와 그늘막이 세워진다. 대부분이 유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인데,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래도 괜찮은지 걱정이 된다.

친구들이나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이 시기의 아이들을 기르는 동안 답답할 정도로 맹목적인 행동들을 보인다. 아이로 인한 과잉된 자기애는 편협된 사고와 지독하게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저 유난스러운 별꼴일 뿐!"

이미 아이들로 가득 찬 작은 계곡물에 자신의 아이를 끌고 들어가 물놀이를 시켜주는 젊은 부부들을 보며 '만약에'라는 쓸데없는 질문을 해본다.

"만약에 그 물놀이에서 아이에게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어쩔 건데?"

나라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한가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해서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했을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도시 근교의 계곡,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 뻔한 주말의 오후, 어린아이를 사람들로 가득한 물속에 놓아두고 '아이, 예뻐라'를 반복하고 싶은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게 게으른 거야. 이기적인 거고 별꼴인 거지!"

글을 쓰는 동안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와 내 어깨가 제 집인 것처럼 편하게 내려앉는다.

"뉘신지요?"

그리고 이내 무릎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날아간다.

오후 3시, 계곡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각, 계곡물에 두어 번 잠수를 하고 돌아온다.

그늘을 찾아서, 사람을 피해서 이동하는 유목민의 생활은 계속되고.

물장구를 치던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그 자리에 20대 초반의 사내아이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특별한 무엇이 없는 무규칙의 제멋대로에 즐거움, 정말 일차원적인 단순한 즐거움은 역시 브로맨스다.

한없이 더울 것 같았던 하늘의 기운이 바뀌어 간다.

길냥이 한 마리가 주변을 배회하며 자꾸만 울어댄다.

"님은 또 뉘신지요?"

이리저리 자리를 이동하며 글을 정리하는 동안.

계곡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끝까지 '한 번만'을 외치며 물속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한적한 시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새로운 사람들은 짧게 남은 오후의 계곡을 아이에게 선물한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 들러 저녁 식사를 예약하며 보조 배터리를 충전한다. 여전히 친절하고 편안한 미소의 부부다.

"넉넉하게 준비해 둘게요."

7시,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계곡은 다시 혼자만의 독차지가 된다.

식당에 들러 예약한 메뉴를 받아온다. 2인분이 기본인 메뉴인데 1인분의 주문을 밥과 반찬 그리고 야채까지 알뜰하게 담아 주신다.

"넉넉하게 담았어요. 맛있게 드세요."

텐트로 돌아와 정갈하게 담긴 반찬과 두루치기로 저녁을 먹고.

어둠이 내려앉은 계곡을 독차지하고, 모든 것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적당히 시원한 계곡물, 허우적거리며 수영을 하고 잠수를 하며 물장난을 친다.

"다시 돌아온 나만의 시간이다."

길고 긴, 너무나 길었던 하루가 흘러간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3일 / 맑음 ・ 36도
울산
울산에서 하루를 휴식한다. 뜨거운 한여름의 더위에 숨이 막힌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335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81시간

 
더워더워
 
덥다고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울산
 
바하
 
울산
 
 
936Km
 

 

12시에 선화와 점심을 먹기로 한 약속이 생각나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다.

"몇 시야?"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던 피곤함이 느껴진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폭염의 날씨다. 선화와 함께 시원한 콩국수로 점심을 하고.

내일 장흥으로 휴가를 가는 누나의 일정에 맞춰 버스를 타고 여수로 이동한 후 장흥으로 가려던 계획을 포기한다.

여수는 그냥 지나쳐 가기엔 너무 매력적인 도시다. 여수에서 하루를 보내고 장흥으로 이동하면 누나와의 일정이 맞질 않는다.

"차라리 안 간다면 모르겠지만."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원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전동 시스템으로 바뀌는 변속계와 싱글 시스템으로 바뀐 구동계의 부품들이 많다 보니 새로 배워야 할 정비 기술이 필요한 모양이다.

선화는 시마노 제품의 전동 드레일러와 허브의 분해정비 스킬을 교육받는다.

마모가 된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한다.

브레이크 패드 고정나사의 육각 헤드가 물러져 육각렌치가 헛바퀴를 돈다.

"선화야!"

선화에게 패드 교환을 떠넘기고.

"이건 아니야!"

패셔너블 한 고급진 고글이 나에게 적응을 거부한다.

"왜?"

"모두 다."

"이상한 거야!"

샵에 자전거를 놓아두고 예약해둔 숙소로 간다.

푹 잠들지 못한 피곤에 일찍 쉬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서울로 돌아갈까."

긴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어떤 선택들과 결정들을 하게 될지 나조차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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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12일 / 맑음 ・ 36도
감포-경주-울산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울산으로 향한다. "바다가 그리워질 거야."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7,335Km
이동시간
4시간 11분
누적시간
2,081시간

 
동해안길
 
무룡산길
 
 
 
 
 
 
 
25Km / 2시간 15분
 
20Km / 1시간 56분
 
감포
 
관성
 
울산
 
 
966Km
 

 

급작스레 더워지는 텐트, 뜨거운 아침 기온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뭐야? 겨우 8시인데."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자료를 정리하며 여유가 생긴 아침을 즐긴다.

울산까지 40km 정도의 거리, 넉넉한 시간의 여유다.

"맘껏 게을러져야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이런 아침이라면 피곤하게 깨어나도 좋을 것 같다.

나정 해변의 조약돌들은 유난히 둥글고 예쁘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발을 디디면 이상하게 아프다.

속초에서부터 많은 해변의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뭔가가 아쉽다.

"바다.. 시간.."

12시가 되어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울산으로 출발한다. 나정 해변의 근처, 어제 검색을 해두었던 뷔페식당으로 찾아간다.

넉넉하게 그릇을 채우고, 두 접시를 비운다.

"너무 비정상적인 식사인가?"

품위있는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일차원적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이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이 든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포만감으로 고개를 넘고 마주한 첫 번째 해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배가 너무 부르다. 미련한 것 같아!"

작은 고개들이 이어지고, 더운 날씨는 메마른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음료수가 필요해."

한적한 조약돌 해변을 지나고.

울산으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환타 한 병을 사든다.

"선화야, 여기 관성 솔밭 해변인데 어디로 가는 것이 편해? 중간에 산이 있는데!"

"산 없는데요."

울산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450미터의 무룡산을 넘어가야 한다.

"산 있는데!"

"아, 그냥 언덕이죠! 별거 아닙니다."

무룡산 고개를 피할 수 있는 길은 해안을 따라 멀리 돌아가는 길뿐이가 보다.

일단 마지막 동해안 바다인 해변에 발을 담근다. 뜨거운 한낮의 기온과 달리 어느새 무릎에 와 닿는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살결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거품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움직임이 좋다.

밀려가고.

부서진다.

"잘 있어라. 바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울산시 외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울산 북구를 지나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 31번 국도를 벗어나 무룡산을 넘어가는 옛길로 들어선다.

로드바이크와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의 경쾌한 질주를 부러워하며 무룡산 고개를 오른다. 높지 않은 경사로 길게 이어지는 고개 그리고 30도를 훌쩍 넘어간 한낮의 무더위가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느려진 페달링으로 1시간 정도의 업힐을 끝내자 고개의 정상에 작은 쉼터가 보인다.

"선화, 이놈의 촤식!"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서는 온몸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땀이 흘러내린다.

"밀크커피, 세상 맛있는 맛이다."

쉼터의 노점에서 파는 밀크커피의 맛이 꽤나 매력적이다. 밀크커피를 만드는 비율이 궁금해진다.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히고, 긴 내리막을 달려 울산 시내로 접어든다. 태화강의 잘 생긴 자전거 도로를 따라 바이크하우스 매장이 있는 삼산동으로 향한다.

태화강을 건너고.

"덥다. 더워."

선화가 운영하는 바이크하우스에 도착한다.

"형님, 오셨어요!"

"죽겠다. 시원한 것 아무거나 줘."

반갑게 맞이하는 선화와 시원한 매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땀과 피로를 식힌다.

손님을 응대하는 동안 한가롭게 매장을 어슬렁거린다.

"멋진가?"

자전거 샵을 오픈한 지 10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샵을 운영해온 선화가 대견하다.

최근에 스페셜라이즈드 취급점이 된 바이크하우스, 2년 사이 새롭게 변화된 자전거들을 시스템을 구경한다. 전동 시스템으로 바뀐 쉬프터와 변속기 그리고 싱글 크랭크와 함께 장착된 쟁반만 한 크기의 52T의 체인링들이 새롭다.

"자전거는 클래식한 맛이 있어야지. 너무 편해진다."

 

8시, 선화와 함께 저녁을 먹고.

"경상도의 소주도 먹어봐야지."

꽤나 입맛에 맞는 고깃집, 물론 고기라면 입맛에 안 맞는 것이 없다.

더위는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로 이어진다.

선화는 작은 호텔의 프런트에 무조건 좋은 방을 달라며 핸드폰으로 결제를 한다.

"이런 좋은 숙소는 필요 없는데."

"푹 쉬세요. 형님."

시원한 샤워를 하고, 넓고 쾌적한 침대에 쓰러진다. 아침 일찍 깨어난 날의 피곤함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이 찾아든다.

"쾌적한 방, 시원한 에어컨, 편안함 침대, 뽀송해진 몸인데, 뭐가 문제냐?"

새벽 6시가 가까워지며 겨우 기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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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1일 / 맑음 ・ 32도
포항-구룡포-감포
울산으로 가는 길, 습도 가득한 더위가 시작된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울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27,29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7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17Km / 1시간 30분
 
포항
 
신창
 
감포
 
 
921Km
 

 

꿈속의 시간,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꿈을 꾼다.

"무엇을 잃어버린 거야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한 거야?"

불쾌감에 놀라 깨어난 시각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남기고 깨어난다. 어지러운 꿈과 달리 며칠간 계속되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모텔의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같은 성씨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호의와 호감을 보여주는 남자다.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물로 건네준 남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감포까지만 가자."

울산까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안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부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울산을 지나면 더는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다.

포스코를 지나 지루한 포항 시내를 벗어난다.

호미곶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하고 동해면을 가로질러 모포항으로 간다.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면에서 모포항에 이르는 작은 고개들을 넘고 신창리의 간이해변에 도착한다.

작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적한 어촌의 해변이다.

 

"여기 좋다. 너무 조용하고."

조약돌의 해변으로 시원한 파도가 밀려든다.

"쉬었다 가자. 이런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출출함이 느껴져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변변한 편의시설이나 편의점도 없는 마을, 민박을 하는 작은집에 콩국수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중년의 부부,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민박집의 간의 식당의 저렴한 콩국수와 김치는 꽤나 맛이 좋다.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여주인이 내어준 믹스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야영을 하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울산까지 가야 할 내일의 일정이 있어 아쉽다.

작은 조약돌의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골라본다.

한 움큼 집어 든 작은 돌들 중 모가 나거나 뒤틀린 돌들을 골라내면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둥글둥글 다듬어진 작은 돌들만이 남는다.

"다른 이들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지금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다른 이에게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었겠지."

"내가 지금 모난 것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둥글어졌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려진 것일까?"

3시간 가까이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이 5시가 되어간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아나 감포로 향한다.

15km,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으로 고개를 넘고 작은 시골 읍내 감포항에 도착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다.

"마음에 드는 동네네."

저녁 낚시를 즐기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로 나오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항구의 주차장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는다.

오랜만에 메시지가 온 리즈훼이와 문자를 하고 감포항을 떠난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감포항을 떠나 작은 고개를 넘자 나정 해변이 나온다.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이름과 달리 조약돌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홀로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실루엣이 왠지 허전하다.

"어깨 톡톡, 머리 쓰담쓰담."

그저 말없이 곁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도 스스럼없이 마음과 시간을 필요한 만큼 내어줄 것만 같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군가."

차박 캠핑족이 길게 들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다.

"오늘은 여기네."

식수대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해안가 솔밭에 텐트를 펼친다.

선선한 바람이 시작되는 해변의 저녁이다.

"왜 하필 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시는지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간단히 몸을 씻고, 해변의 식당에서 저녁으로 물회를 포장해 온다.

오늘도 여지없이 밤이 되니 해변에는 폭죽이 터진다.

이곳저곳의 폭죽으로 해변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모기향이군."

 

맥주를 마시며 파도 소리에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전히 둥글지 못한 모난 나는 그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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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9~610일 / 비, 흐림 ・ 28도
포항
태풍 장미가 지나가고 긴 장마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244Km
이동시간
1시간 25분
누적시간
2,073시간

 
휴식
 
시내구경
 
 
 
 
 
 
 
0Km / 0시간 00분
 
6Km / 1시간 25분
 
포항
 
계류장
 
송정
 
 
875Km
 

 

태풍 장미가 북상하여 태풍의 영향권으로 들어간다는 예보다.

후덥지근한 폭염으로 시작된 하루는.

짙은 먹구름의 하늘로 바뀌고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어제의 피곤함으로 긴 낮잠에 빠져들고.

저녁으로 고등어를 굽기 위해 죽도 시장으로 간다.

다섯 마리에 5만원이던 고등가 이틀 사이에 6만원으로 올랐다.

뭔가 불친절한 시장의 할머니들과 흥정을 하고 고등어를 사서 돌아온다.

신선하고 두툼한 고등어를 구워 막걸리와 함께 저녁을 한다.

요란스럽게 태풍을 걱정하던 방송 뉴스와 달리 태풍은 적은 빗줄기만을 뿌리고 소멸한다.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이 없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는 중부지방과 달리 포항을 비롯한 남부지방은 태풍과 함께 장마가 끝났는지 폭염이 시작된다.

"아, 숨 막힌다. 비가 내리는 것이 차라리 좋겠어."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과 패니어를 정리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혀오는 날씨다.

영선 형님은 부산으로 가는 친구와 만나고, 형님과 헤어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근처의 편의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 쉬어야겠어! 몹시."

한국에 돌아와 편하게 쉬어본 기억이 없다. 편안한 침대와 쾌적한 공간 그리고 자고 싶다.

한참을 고민을 하다 주변의 저렴하고 평가가 좋은 모텔을 예약한다.

4시의 체크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송도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간은 편하네. 그저 흘려보낸다."

3시가 조금 넘어 모텔로 향하고, 다이소에 들러 세면 용품과 수건을 구매한다.

"이제 잃어버리지 말자."

에어컨을 틀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워 기절을 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편안하고 쾌적하다."

경주를 경유할까 생각하다 더운 날씨라 호미곶을 지나 해안을 따라 울산으로 가야겠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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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8일 / 맑음 ・ 32도
포항 영일만
비가 멈춘 하늘, 요트를 타고 영일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의 항해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영일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영일만
 
포항
 
 
869Km
 

 

어젯밤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날씨다.

하지만 밤새도록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편하게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묵직하다.

"너무 피곤하다. 잠이 떨어지지가 않아."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출항을 하기로 한다.

세일을 장착하고 요트 내부에 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 사이 영선 형님의 친구분 커플이 도착한다.

형님은 해경에 전화를 걸어 출항 정보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출항.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항구의 계류장을 빠져나간다.

항구의 등대를 빠져나가 모터를 정지한 후 요트의 세일을 올리자 바람을 맞는 세일이 힘차게 펴진다.

영일만으로 진입한 요트는 천천히 속도가 오르고.

요트가 파도를 가르며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집세일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요트.

메인 시트를 잡은 영선 형님의 손길이 바람에 따라 바빠진다.

좌우로 기울어진 채 바람에 밀려 나가는 요트.

바다 위의 내려앉은 백조와 같은 우화함은 없다.

"뭔가 분주하고 터프하다."

조용한 영일만의 앞바다, 해변 가까이 다가간 후.

크게 회전을 하여 포항 신항이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한다.

순조로운 바람을 따라 요트는 순항을 하고, 요트에 앉아 간식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다.

어느새 멀어지는 영일대 해변.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가 꽤나 빠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죠?"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대형 화물선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요트.

포항 신항의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간다.

요트가 역풍을 맞으며 되돌아 가는 방법은 45도의 각도를 유지하며 좌우로 지그재그로 운항을 하는 것이다.

역풍을 속에서 각도를 유지하며 영일대를 향해 가는 요트, 요트 뱃머리 부근에 앉아 기울어진 채 솟아오르는 요트의 중심을 몸으로 눌러주며 순조롭게 나가던 요트를 해경선이 다가와 멈추라며 확성기로 안내를 한다.

"왜?"

세일들을 내려 바람의 저항을 없애고, 모터를 이용해 해경선으로 다가간다.

"이 수역은 레저활동 지역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해경의 안내가 이어지고.

"위험하게 해상에서 요트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역풍 속에서 목적지로 돌아가는 요트의 항해법, 해경은 먼바다나 위험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지시와 같은 안내를 하는 모양새가 어정쩡하다.

해경선이 떠나고, 다시 세일을 올려 바람을 맞으려 하니 메인 세일의 하단 부위가 찢어져 있다.

영선 형님은 능숙하게 세일의 찢어지지 않은 부위까지만 메인 세일을 올리고 운항을 한다.

우측의 영일대를 향해 운항을 하고, 다시 방향을 바꿔 포스코를 향해 길게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지그재그 운항이 이어진다.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각도를 잡으며 좌우 왕복을 하던 요트는 항구의 입구에 도착한다.

"참 신기하네."

 

항구에 들어서 세일을 내리고.

작은 모터를 이용해 천천히 계류장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요트 항해, 정적으로 보이던 요트 항해는 생각과 달리 꽤나 거칠고 익스트림하다.

"나랑은 안 맞아요."

요트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게를 맞추는 일만 했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것 같다.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짧은 요트의 항해였지만 허벅지와 팔 그리고 얼굴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팬더 같아요."

따가운 바다 위의 햇볕에 벌겋게 익어버렸다.

"어쨌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여기저기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요트 여행은 어렵겠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장마와 난데없는 태풍 그리고 이어질 폭염으로 남해안 섬들의 요트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영선 형님은 제천으로 돌아간 뒤 가을에 다시 요트 여행을 할 생각인가 보다.

"어디로 갈까? 경주, 울산, 통영?"

일단 울산에 내려가 선화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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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7일 / 비 ・ 24도
포항
폭우와 계속되는 비, 하루 종일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요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포항
 
포항
 
 
869Km
 

 

비가 내리는 아침, 12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기로 한다.

요트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비예보가 없는 내일은 영일만 일대에서 첫 번째 항해를 하기로 한다.

"내일 11시에 항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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