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0일 / 맑음
알레이스크-포스펠리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길, 러시아의 마지막 국경 도시 룹촙스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물 마셨나?"
신체 알람 8시에 자동으로 일어나.
"세 끼를 해결하고 290루블이면 정말 훌륭하다."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풍으로.
어제 라이딩으로 팔 부분이 탔는지 따갑고 간지럽다.
여전히 끝없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이 펼쳐지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수풀 사이로 정신없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몰려드는 날벌레가 적어 나름 괜찮은 장소이다.
닭고기를 넣어 푸짐하게 먹는다.
"닭고기가 신의 한 수인데."
1시 반, 룹촙스크까지 120km가 남았다.
"덥다. 룹촙스크까지는 못 간다."
두 개 정도의 마을을 지나면 룹촙스크까지 80km의 도로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마지막 마을인 40km 거리의 포스펠리카까지만 갈 생각이다.
길 건너편으로 한 대의 버스가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서 내린다. 휴게소 같은 것이 없으니 소변을 해결하려는 듯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들 숲을 향해 들어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러시아 정도면 대충 휴게소 정도는 만들어 놓지."
포스펠리카까지 15km, 도로를 달리는 동안 심심치 않게 도로변에서 정비를 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자동차 긴급 정비 같은 네트워크가 러시아 전체를 커버할 수 없으니 때때로 자가 정비를 해야 하는 것인데, 땅이 너무 넓어도 불편하겠구나 싶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전,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서 캠핑을 하고 싶지만 내일의 비상식을 사야 한다.
포스펠리카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6km, 마을로 들어가면 식당과 함께 저렴한 호텔도 검색되지만 왠지 들어가기가 귀찮다.
도로변에 있는 24시간을 알리는 식당과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주유소를 발견한다.
식당의 주변에는 주차장과 함께 넓은 공터가 있고, 주유소의 사무실로 사람들의 드나들며 손에 뭔가를 들고 나온다.
"일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 근처에 텐트를 치자. 그리고 저 주유소에 편의점이 있나 본데, 그러면 이곳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먼저 주유소로 넘어간다.
주유소에는 작은 슈퍼가 있다. 조금 비싼 편이지만 내일 아침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다.
주유소에서 시원한 물을 사고 건너편 식당으로 다시 넘어간다.
토마토 수프와 함께 숯불구이 고기를 340루블에 사 먹는다.
"에어컨 바람에 고기라, 천국이군."
식당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집어 들고 번역기를 보여준다.
"자전거 여행 중인데, 주차장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번역기를 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더니 그렇게 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뭐지? 이 애매함은. 하라는 건가?"
몽골의 500투그릭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먹은 후 계산대에 다시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며 음식점 주변을 가리키니 이번에도 뚱한 표정으로 반대편을 가리키며 무어라 말한다.
주차장 부근에 텐트를 치라는 제스처인데 웃지도 않고 표정이 뚱하다.
"러시아인들은 왜 잘 안 웃지?"
"사비, 나 고기도 먹고 러시아 여자도 많이 봤어."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월터는 어제 클럽 같은 곳을 갔는지 요란한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낸다.
"어, 세미온 집보다는 좋네."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고 싸이키 조명 같은 것을 켜놓았던 세미온 집의 이상한 분위기를 생각하며 함께 웃는다.
"사비, 카자흐스탄에 가면 세메이 부근에 좋은 캠핑 자리가 있으면 알려줘."
"알았어."
"에쉬, 편히 자기는 틀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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