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08일 / 맑음 ・ 32도
포항 영일만
비가 멈춘 하늘, 요트를 타고 영일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의 항해가 궁금하다.
어젯밤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날씨다.
하지만 밤새도록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편하게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묵직하다.
"너무 피곤하다. 잠이 떨어지지가 않아."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출항을 하기로 한다.
세일을 장착하고 요트 내부에 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 사이 영선 형님의 친구분 커플이 도착한다.
형님은 해경에 전화를 걸어 출항 정보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출항.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항구의 계류장을 빠져나간다.
항구의 등대를 빠져나가 모터를 정지한 후 요트의 세일을 올리자 바람을 맞는 세일이 힘차게 펴진다.
영일만으로 진입한 요트는 천천히 속도가 오르고.
요트가 파도를 가르며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집세일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요트.
메인 시트를 잡은 영선 형님의 손길이 바람에 따라 바빠진다.
좌우로 기울어진 채 바람에 밀려 나가는 요트.
바다 위의 내려앉은 백조와 같은 우화함은 없다.
"뭔가 분주하고 터프하다."
조용한 영일만의 앞바다, 해변 가까이 다가간 후.
크게 회전을 하여 포항 신항이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한다.
순조로운 바람을 따라 요트는 순항을 하고, 요트에 앉아 간식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다.
어느새 멀어지는 영일대 해변.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가 꽤나 빠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죠?"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대형 화물선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요트.
포항 신항의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간다.
요트가 역풍을 맞으며 되돌아 가는 방법은 45도의 각도를 유지하며 좌우로 지그재그로 운항을 하는 것이다.
역풍을 속에서 각도를 유지하며 영일대를 향해 가는 요트, 요트 뱃머리 부근에 앉아 기울어진 채 솟아오르는 요트의 중심을 몸으로 눌러주며 순조롭게 나가던 요트를 해경선이 다가와 멈추라며 확성기로 안내를 한다.
"왜?"
세일들을 내려 바람의 저항을 없애고, 모터를 이용해 해경선으로 다가간다.
"이 수역은 레저활동 지역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해경의 안내가 이어지고.
"위험하게 해상에서 요트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역풍 속에서 목적지로 돌아가는 요트의 항해법, 해경은 먼바다나 위험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지시와 같은 안내를 하는 모양새가 어정쩡하다.
해경선이 떠나고, 다시 세일을 올려 바람을 맞으려 하니 메인 세일의 하단 부위가 찢어져 있다.
영선 형님은 능숙하게 세일의 찢어지지 않은 부위까지만 메인 세일을 올리고 운항을 한다.
우측의 영일대를 향해 운항을 하고, 다시 방향을 바꿔 포스코를 향해 길게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지그재그 운항이 이어진다.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각도를 잡으며 좌우 왕복을 하던 요트는 항구의 입구에 도착한다.
"참 신기하네."
항구에 들어서 세일을 내리고.
작은 모터를 이용해 천천히 계류장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요트 항해, 정적으로 보이던 요트 항해는 생각과 달리 꽤나 거칠고 익스트림하다.
"나랑은 안 맞아요."
요트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게를 맞추는 일만 했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것 같다.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짧은 요트의 항해였지만 허벅지와 팔 그리고 얼굴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팬더 같아요."
따가운 바다 위의 햇볕에 벌겋게 익어버렸다.
"어쨌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여기저기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요트 여행은 어렵겠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장마와 난데없는 태풍 그리고 이어질 폭염으로 남해안 섬들의 요트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영선 형님은 제천으로 돌아간 뒤 가을에 다시 요트 여행을 할 생각인가 보다.
"어디로 갈까? 경주, 울산, 통영?"
일단 울산에 내려가 선화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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