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일 / 맑음
크라이코보-니즈바르크
폐쇄된 국경이 다시 열리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다. 폴란드를 일주하기 위해 천천히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하루 사이 눈은 다 녹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다.
비상식이 떨어진 상태이고 네트워크도 불안정한 곳이라 어디론가 이동을 해야 한다.
일단 남아있는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디로 향할지 검색을 한다.
"대형 슈퍼마켓이 어디에 있나?"
시골의 평야지대로 들어선 탓에 그다인스크로 향하는 도중 45km 정도 거리에 작은 타운이 있다.
12시가 되어 출발을 한다.
"오늘도 60km 정도만."
숲을 나와 햇볕을 받으니 쌀쌀함은 덜하다.
농로와 같은 시골길을 달리고, 사나운 개들과 눈싸움 한판을 벌인다.
서유럽과 달리 폴란드의 개들은 사납게 짖어댄다. 마당의 울타리가 있어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시골에 오니 가끔씩 대문이 열려있는 집들에서 개들이 뛰쳐나온다.
잠시 앞을 가로막고 짖어대는 개와 눈싸움을 하고 있으니 젊은 농부가 나와 개의 목덜미를 잡아준다.
한가롭게 이어지던 시골길은 갈수록 수상한 길로 이어지더니.
이내 산으로 간다.
평야의 숲은 지면이 딱딱하지 않고 너무 소프트하다.
부드러운 흙바닥에 바퀴가 미끄러지며 자전거를 탈 수가 없어 끌고 가기를 반복한다.
"오늘 이런 느낌 아닌데."
폴란드의 잡목 숲이나 마을 주변의 숲에는 생활 쓰레기가 가득하다. 적당한 숲의 야영지를 찾기 쉽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다.
숲길은 생각보다 길지 않아 다행이다. 포장된 시골길로 들어서며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자동차 경로로 변경하여 재설정한다.
"쉬자."
적막한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고.
느긋한 페달링은 더 느려진다.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 Lidzbark가 가까워지며 평야는 소나무 숲의 언덕으로 변한다.
폴란드의 평야는 대부분 숲을 개간하여 만든 평야들이다.
작은 오르내리막의 숲길을 달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숲길은 자전거 도로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야영지 걱정은 없겠네."
5시가 조금 넘어 목적지였던 Lidzbark의 초입에 이른다. 천천히 달려온 한가로운 라이딩이라 피로감이 전혀 없다.
무당벌레 슈퍼마켓에는 그런대로 사람들이 모여있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코로나에 대해 도시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모양이다.
빵과 식료품을 평소보다 2배 정도 더 구매를 한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고, 주변에서 이틀 정도 야영을 할 생각이다.
아주 무거워진 자전거를 끌고 타운을 벗어난다.
마을을 바로 벗어나는 도로는 하천을 따라 숲이 이어진다.
"네트워크도 잡히고, 오늘은 여기서."
임도를 따라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숲의 새소리들만이 들려오는 밤, 편안하고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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