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6일 / 맑음
바르샤바-노부 드보르 마조비에스키-크로체보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들이 엉망이다. 바르샤바를 떠나 폴란드 북부의 그다인스크로 향한다. "답답한데 바다나 보러 가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5~6명의 호스텔 게스트들은 밤새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며 떠들어댄다.
"한국이었으면 너네 신천지 소리 듣는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코로나의 심각성에 대한 정보가 공유돼도 어쩔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는 모두 존중받아야 하지만 재난과 같은 사회적, 공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규범이 작동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다.
고작 별 내용도 없는 대화를 하며 쉼없이 떠드는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허기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야, 너희들 보다는 깨알 자랑질의 월터가 성인군자다."
식료품점들을 제외한 가게들의 영업을 중지하다 보니 포장판매를 하던 작은 식당들도 모두 문을 닫고, 호스텔도 문을 닫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니 분리수거함과 싱크대 등이 모두 엉망진창이다.
요거트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체크아웃 시간 11시를 기다린다.
짐들을 정리하고 나니 묵직한 피곤함이 밀려온다.
"다른 호스텔로 갈까?"
11시가 넘어서야 호스텔을 운영하는 중년의 여자가 나와 엉망이 된 식당을 정리한다.
"오늘 어때? 숙소는 구했어?"
"아니. 자전거 여행 중이라 그다인스크로 갈려고."
"멋진 곳이지. 여행한지 얼마나 됐어?"
"400일 정도, 작년 1월에 시작했어."
"와우."
열쇠키 보증금 5유로를 환불받고, 체크아웃을 한다.
"잘 쉬었어. 2주 후에 다시 올게."
"굿럭!"
"어떻게 할까?"
조금 흐린 날씨지만 비는 내릴 것 같지 않다. 한식당에 들러 음식을 포장하고 그다인스크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천천히 30km만 가 볼까."
"어, 여기 있었구나."
올드타운의 골목으로만 걷다보니 성벽 외곽에 있는 소년상을 처음 본다.
러시아의 마을마다 들어선 전쟁공원과 기념물들을 보면 숙연한 느낌이 들었는데, 폴란드의 전쟁 관련 기념물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애잔하고 짠하기까지 하다.
힘없던 민족과 국가의 아픈 역사가 비슷해서 그런가 싶다.
바르샤바 궁전 광장은 여전히 한적하고.
음식을 포장해 가기 위해 한식당에 들린다. 사장님은 손소독제들을 매장 입구에 비치해 놓고, 손님이 끊긴 매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정성이 느껴지는 식당의 인테리어와 구성이다. 사장님께 제육볶음을 패니어에 담을 수 있도록 간단하게 포장해 달라 부탁을 드리고, 사장님은 기다리는 동안 차를 내어준다.
잠시 대화를 하는 동안 넉넉하게 포장이 된 음식이나오고, 사장님은 돈이 있냐며 걱정을 하더니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아뇨. 밥값은 내야지요."
2주 후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그다인스크로 향한다. 편의점에 들러 물을 보충하고 출발한다. 빵과 요거트, 콜라를 사려고 하니 무게도 많지만 패니어에 들어갈 공간이 없다.
비스와 강변을 따라 바르샤바 시내를 벗어날 생각이다. 며칠 동안 산책과 휴식의 자리었던 강변 언덕의 자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돌아갈 수 있다면, 걷고,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투박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는 비스와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간다. 일주일만의 라이딩, 피곤함 아침의 무게가 페달링과 함께 사라져 간다.
이내 바르샤바의 경계를 벗어난다. 붉은 벽돌의 성으로 둘러싸인 올드타운, 비스와 강변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성곽의 형태는 바르샤바 전체가 성의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이 왔네. 봄이."
비스와강을 건너고.
시 외곽의 대형 슈퍼마켓의 입구에는 줄을 서서 입장을 대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대형 슈퍼마켓들은 5명 정도의 규모로 일정 간격을 두고 입장을 하는 모양이다.
동유럽의 국가인 폴란드의 분위기는 사뭇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자유분방한 서유럽의 모습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강변의 뚝방길을 따라간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 정말 보잘것없는 뚝방길이지만 이런 편안함이 좋다.
갈수록 좁아지는 뚝방길에 앉아 도시락에 포함된 미소 된장국으로 허기를 달래며 쉬어가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어색하게, 멋진 자전거 도로는 뭐야?"
오늘의 목적지인 노부 드보르 마조비에스키의 초입에 들어서며 멋진 자전거 도로는 사라진다.
"어디까지 가지?"
야영을 할 장소를 검색한다. 비스와강변과 공항 옆 숲을 야영지로 생각하고, 시 초입의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포장해서 갈 생각이다.
시내 초입의 교차로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은 드라이브 코너만이 운영되고 있고,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이 많아 그냥 지나친다.
시의 외곽을 따라 길을 이어가고, 오래된 성과 폐허로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이어지는 도시 외곽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폴란드의 풍경, 짠하다.
모들린 공항을 지나간다. 야영지로 생각했던 숲은 공항의 경계철책이 세워져 있고, 숲이라기보다는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진 공간이다.
고속도로 옆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세 번째로 생각했던 야영지를 찾아간다.
"아, 여기도 아닌가 봐."
"저기가 더 좋네."
숲의 건너편 목초지의 농로가 좋을 것 같다. 농로 주변의 수풀 속으로 들어갔지만 땅이 고르지 않아 텐트를 펼치기에 적당하지 않다.
농로로 나와 좀 더 도로변에서 멀리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적당한 곳에 텐트를 펼치고.
한식당에서 포장해 온 도시락으로 저녁을 한다. 제육볶음과 밥을 넉넉하게 담아준 도시락, 밑반찬의 맛도 꽤 좋다.
"한국 주방장이 따로 계신가?"
모든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좋다. 역시나 3개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잠이 부족했던 탓에 졸음이 쏟아져 잠시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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