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7일 / 맑음
크로체보-프원스크-크라이코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프원스크를 지나 그다인스크로 천천히 향한다.
난데없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하늘은 좋은데, 역풍인가?"
밤새 몇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리즈훼이, 유나 선생님, 라이언과 올리버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한다.
중국의 후베이성은 곧 이동제한이 풀리려는 모양이다.
게으름을 피우다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한다. 역풍이다.
"왜 300km지?"
200km 정도 생각했던 그다인스크의 거리가 이상하다.
2차선 고속주행의 도로를 벗어나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마을길을 따라간다. 도로의 넓은 갓길이 있지만 딱히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고,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이라 신경 쓰는 것 없이 편히 가고 싶다.
"야, 의자 어디 갔어?"
첫 번째 목적지는 KFC와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 30km 정도 떨어진 프원스크다.
느릿느릿한 페달링이 이어지고, 바람을 맞는 얼굴에서 콧물이 쭉 흘러내린다. 하지만 건조한 호스텔의 생활보다 가벼워진 몸상태다.
"왜 아직도 8km냐? 3이 아니고."
1시 반, 100km 정도로 느껴지던 거리가 끝나고 소도시 프원스크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의 읍내 정도 크기의 소도시는 폴란드의 코로나 조치 이후 더욱 한적해진 풍경이다.
KFC 드라이브 쓰루 코너에는 평상시보다 많은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매장이 닫혔을까? 차량들 사이에 줄 서야 하는가?"
자전거를 세우고 조명이 꺼진 매장으로 들어가니 문이 열린다. 자동 주문기로 치킨세트와 햄버거 하나를 포장하고 용무도 해결한다.
햄버거를 들고 나오니 중년의 남자가 매장이 오픈되어 있는지 묻는다.
"Yeah. Only take out!"
바로 옆에 있는 테스코 매장으로 간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고, 조명이 어두워 영업을 하는지 살펴보니 몇몇의 사람들이 보인다.
평소보다 너무나 한적한 모습이지만 물품들이 텅 비었거나 하는 모습은 없고, 화장지도 많다. 다른 국가에서 왜 화장지를 사재기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먹을 수도 없는 것을 말이다.
빵, 바나나, 물과 콜라, 요거트, 맥주, 커피 등등을 평소보다 넉넉하게 챙기고 결제를 하려니 무인결제 창구만이 열려있다. 대면 결제 창구는 모두 닫고 무인결제만을 하는가 싶다. 어쨌든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좋다.
스웨덴에서 사용해본 적이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빵과 바나나가 문제다. 여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니 몇 개의 버튼을 눌러 정리를 해준다.
"이틀은 문제가 없겠네."
작은 프원스크를 빠져나간다. 작은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제외하고 모든 가게들은 문이 닫혀있고, 거리는 적막할 정도로 한산하다.
프원스크를 지나 그단인스크의 근처 말보르크까지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도로를 이용해서 갈 생각이다.
E77번 국도는 편하지만 너무 돌아가는 경로이고, 도로를 따라가는 지루함이 있다. 프원스크를 벗어나 포장해 온 징거버거로 출출함을 달랜다. 폴란드의 음식이 전반적으로 짠 것인지 햄버거도 짜다.
"폴란드의 햄버거는 맛이 없군."
구불구불 이어지는 시골의 마을길을 따라간다. 평야의 거름냄새와 축사의 분료 냄새들, 폴란드를 여행하며 계속 느끼지만 폴란드의 시골 풍경은 이상할 정도로 우리와 비슷하다.
길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바람은 앞에서, 옆에서 불어온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벗어놓은 이너웨어가 아쉽다.
5시가 조금 넘어 평야와 마을이 끝나고 야영지로 생각했던 도로변 작은 숲이 보인다.
"오, 생각보다 좋은데."
어지러운 잡목 숲이 아닌 소나무 숲이다. 관리를 해놓아 공간도 넓고 풍성한 이끼류가 푹신한 숲이다.
도로에서 떨어진 곳까지 안쪽으로 들어가 텐트를 펼치고.
"아, 좋다."
맥주 한 캔과 치킨을 먹고 잠시 잠이 든다.
"다 좋은데, 네트워크 불안정이네."
핸드폰을 내던지고 다시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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