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일 / 비 ・ 9도
장가계 천문산 트레킹
하루의 휴식, 관광할 명소가 많은 장가계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과 어려움. 원가계와 천문산 중 천문산을 트레킹하기로 결정한다.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빈관의 남자에게 천문산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 노점에서 음식을 파는 젊은 여자가 '할로우' 인사를 하고 흰 죽을 가리킨다.
"갔다 와서 먹을게요!"
천문산 관광 서비스센터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다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천문산 트레킹 소요 시간이 생각나 발걸음을 돌린다.
흰죽과 만두를 시킨다. 죽 3위안, 만두 8위안.
"빨라서 좋네."
밑반찬 통에 들어있는 잘게 썬 무김치를 흰죽에 올려먹고 있으니 감사하게도 깍두기 같은 김치를 따로 내어준다. 맛이 우리의 김치와 비슷하다.
입구 측면에 자동티켓 발매기가 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광 상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몰라 패쓰하고.
"둥이가 엽서 보내라고 했는데, 저게 가기는 하는 거야?"
심심한 의문과 함께 그냥 지나치고, 간의 칸막이로 막아놓은 매표소를 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관광센터의 오른쪽 측면에 천문산 매표소가 있고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 단체 관람을 하기 때문에 매표소가 조금은 한가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 한가한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싶다.
입장료를 보니 대략 300~400위안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주변에 은행을 검색하니 모두 관광센터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건물도 큰데 ATM 기계라도 몇 대 설치해 놓지."
대부분 현금보다 큐얼 코드로 결제들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관광센터 부근의 장가계 지역 상업은행의 자동화 센터에 걸어가 현금을 인출하려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패스워드 입력 오류가 난다.
세 번째 시도를 한 뒤 포기를 하고 1km 거리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비도 오는데, 여러 가지 힘들게 한다."
중국어 서비스만 되는 ATM 기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눈치껏 현금을 찾고, 오늘 사용할 400위안만을 따로 꺼내어 주머니에 넣는다.
매표소는 이전보다 더 한가해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판매원과 불통의 대화를 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일이 없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Shēnfèn zhèng, 身分證"
중국에서는 신분증을 신분증나 ID로 많이 부른다. OYO 주점에서 프런트 여직원이 신분증을 어설프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발음을 하기에 한국 관광객이 많아 자연스레 배웠나 생각했었는데 중국어 발음이 우리랑 비슷한 것뿐이었나 보다.
여권을 내어주니 아무런 말 없이 책상에서 안내판을 하나 꺼내어 보여주며 'A, B, C' 한다.
A. 케이블카로 올라간 뒤 그린 버스로 내려온다.
B. 그린 버스로 올라간 뒤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C. 그린 버스로 올라가고 내려온다.
이번에도 아무런 말 없이 계산기에 258를 적어 보여준다.
"뭔가 무성의한데 굉장히 편하고 좋다."
케이블카와 그린 버스 이용료가 183위안, 입장료가 75위안 해서 258위안이다.
표를 끊고 천문산의 안내 지도를 확인한다. 케이블카가 닿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구경을 하고 천문동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된다.
천문동 광장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나?"
입구 양쪽에 라이터 수거함이 있고 많은 라이터들이 담겨있다. 당연스럽지만 조금 의아하다.
중국 사람들의 독특하고 집요한 담배 문화를 계속 보아왔는데 그들이 아무리 보호가 필요한 명산일지라도 담배를 포기할까 싶다.
"아마도 저 라이터들의 주인은 한국 사람이거나 비중국인들의 것일 거야! 아니면 계도를 위한 샘플이거나."
"비가 오지만 이게 무슨 행운이야? 조용히 천문산을 트레킹 할 수 있는 거야?"
개찰구에서 한 번 더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확인하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조난을 대비하는 것인지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지 알 수가 없다.
"비가 와서 다행인가?"
"케이블카로 1,400미터 이상을 올라오다니."
내리던 비는 눈으로 변하여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숙소를 나올 때 내 옷차림을 보고 더 따듯하게 입고 가라며 알려준 숙소의 남자가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승강장 앞 전망대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연이어 올라오는 케이블카의 모습 뒤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풍경이 자연스레 탄성을 터트리게 만든다.
"단지 사진을 찍다가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대 겁먹은 거 아냐!"
그런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한 걸음 옮기기가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며 펼쳐지는 아름답고 경외스러운 풍경들이 연속된다.
"아~!"
"핸드폰 떨어뜨릴까 봐."
절벽으로 이어진 산책로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궁금증이 생겨 사람들을 따라가니 서쪽 라인의 유리바닥이다.
"입장료가 따로 있나 보네."
기다린 보람도 없이 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뒤돌아와 유리바닥의 입장권을 구매한다.
단체로 표를 사는 사람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린다. 황산에서도 그랬지만 줄을 서면 더 빠를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무질서해진다.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 때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감당을 하나."
엄청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유리 바닥이 튼튼한지 불안감이 몰려든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어. 튼튼하겠지?"
그런데 내 발걸음은 왜 빨라지는 것일까. 축지법을 터득했는지 금세 유리바닥이 끝나버리고 만다.
아름다운 소리로 아리랑을 연주해 준 센스쟁이 아저씨께 박수를 보내주고 구름다리가 놓인 곳으로 간다.
"역시 사람은 땅을 밟고 있어야 든든해!"
사찰이 있는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오니 넓은 광장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봉우리의 전망대로 가면 천문산의 동쪽 면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다.
"이건 패쓰."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적한 천문산사(天門山寺)로 걸어간다.
금강역사를 지나.
천왕전의 모습이 보이고.
오래된 종루의 모습도 보이고.
위엄 있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정교하다.
"어 죄다 한글이네."
마지막으로 대웅보전이 나온다.
온화한 얼굴의 부처상이 평온해 보인다.
유난히 천문선사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없어 한적하고 너무나 좋다.
삼존불상의 주변으로 다양한 모습들의 나한상들이 세워져있다.
"혹시 관우님?"
손가락 부분이 부러져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뉘신지요?"
천문산사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관음각이다.
역시나 온화한 얼굴의 관세음보살님도 계시고.
"역시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어."
한적하게 천문산사의 경내를 구경할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시간이다.
의문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천문동 방향으로 가기 전, 광장의 매점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관광지의 바가지란 만고불변의 법칙이야"
맛있어 보이는 비싼 만두를 주문하고.
"오호 맛이 좋네."
천문동을 향해서 걸어간다.
황산과 마찬가지로 천문산도 가볍게 산책을 하듯 걷기에 너무나 편하다.
서편의 산책로와 달리 동편의 산책로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지 않다.
그래서 너무 좋다.
"아직도 반이 남은 거야?"
제법 긴 천문산의 트레킹 코스지만 절벽 아래로 펼쳐진 풍경에 지루함은 없다.
그저 흐린 날씨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인데. 튼튼한 거지?"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 산책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수 천만 명이 지나갔을 산책로가 튼튼한 지가 의문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이 절벽 아래로 천문동의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아, 어지러워!"
동 쪽 맨의 유리바닥은 문제가 있는지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의문의 엘리베이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저건 뭐지?"
"유후봉. 옥호봉."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옥호봉으로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사람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은 절대 힘든 곳은 올라가지 않는다.
천문선사처럼 한적한 옥호봉의 정상에서 시간을 보낸다.
"셀카 타임인가?"
"옥"
"호"
"봉"
"짜릿하네."
아찔한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천문로의 모습이 보인다.
"저기가 옥호봉."
자전거를 타고 한 번쯤 올라오고 싶은 천문로의 모습이다.
천문동으로 가기 위해 의문의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입장권 검수를 하고.
중국인답게 바위산을 뚫어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바꿔타고 끝없이 내려간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간다.
천문동의 뻥 뚫린 구멍에서 다 내려왔나 싶었더니.
주차장이 있는 광장은 저 밑에 있다.
그렇다면.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아."
"중국은 상상을 하면 안 돼!"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는 천문동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멀미할 뻔."
중국 관광 정보의 사진으로 흔하게 본 천문동의 모습보다 천문로를 내려가는 버스가 더 궁금하다.
"나 준비됐어요!"
마치 180도로 구부러지며 내려가는 버스는 따로 놀이기구를 탈 필요가 없는 것처럼 좌우 요동을 치며 빠르게 내려간다.
"롤러코스터다!"
20여 분 정도 요동을 치며 내려가던 버스는 넓은 주차장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린다.
"환승인가?"
질서정연한 중국인들은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근본적 이유는 그저 많은 인구 때문인가 보다.
"중국인들이라서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이 아니고, 그냥 인구가 많은 것뿐이야."
환승한 버스는 관광센터의 주차장으로 도착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이 빈관의 컨셉은 뭘까?"
"아휴, 생각을 말자."
식비:78위안 / 식료품:13위안 / 관람료:263위안 / 합계:354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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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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