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5일 / 맑음 ・ 도
보로츠와프-브르제지니
코로나 팬데믹,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다.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서유럽과 달리 폴란드의 상황은 차분한 편이다.
코로나, 불편한 생각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여 피곤한 아침이다.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유럽 사람들이나 국가들의 인식을 보면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고 있는 한국이 가장 안전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도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사망자수가 한국을 추월한다.
이글과 리즈훼이는 마스크를 꼭 쓰고 조심하라며 안부를 걱정한다. 정보가 제한적인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한국의 상황이 심각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더 걱정이다.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때 러시아의 의료시스템이 어떨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레오니에게 안부를 묻고 출발한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15km 정도 떨어진 고속도로 옆 맥도널드로 간다. 제법 차량 통행이 많던 도로를 벗어나 소도로를 따라간다.
맥도널드에서 오늘의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작은 소도로를 따라 도시 우쯔로 향할 것이다.
평평하게 이어지는 도로, 넓은 갓길이 있어 편안한 라이딩이다.
작은 소도로도 차량 통행량이 적지는 않고, 불편함이 없는 차량들의 흐름이지만 가끔씩 추월을 하며 차선을 넘어오는 차량들이 보인다.
작은 타운을 지나치다 슈퍼마켓에서 비상식을 보충한다.
무당벌레 캐릭터는 폴란드의 프랜차이즈 슈퍼마켓인 모양이다. 요거트와 빵을 사고 계산을 하려니 대기줄이 길고 느리다. 러시아와 비슷한 느낌의 풍경이다.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 직원이 기침을 한다. 감기가 걸린 것인지 기침을 참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버프를 올려 쓰고 움찔거리게 된다.
"아놔. 코로나 잡것!"
슈퍼마켓 앞 케밥을 파는 노점의 전기구이 통닭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을 하다 시간이 너무 이른 탓에 입맛만 다시고 포기한다.
"오늘은 통닭 한 마리 먹었으면 좋겠다."
큰 풍경의 변화가 없는 평야를 달리고 작은 타운에 들어선다.
그냥 지나쳐가려던 길에 편의점이 보여 담배 하나를 산다. 계산이 끝나고 작은 편의점의 내부를 둘러보는데 계산을 했던 중년의 여성이 나를 부른다.
결제가 취소되었다는 제스처 같은데 폴란드어로 말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여자의 표정과 행동이 무례한데 그 모습이 재미있게 보인다.
잠시 기다려 달라는 부탁에도 정신없이 뭔가를 말하는 여자, 통장의 내역을 보니 정상적인 승인이 되고 출금이 된 상태다.
출금 내역을 보여주고 말을 해도, 여자는 막무가내의 행동을 한다. 편의점의 사람들에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지 도움을 요청해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서유럽과 달리 폴란드의 지방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호들갑을 떠는 여자, 결제가 취소되는지 잠시 기다려 본다.
10여 분이 지나고 편의점으로 젊은 경찰 두 명이 들어와 영어를 하는지 묻더니 경찰 승합차로 가자고 한다.
"그럽시다!"
젊은 경찰도 영어를 사용이 서툴다. 구글 번역기로 통장의 잔액이 없다고 안내한다. 영수증과 통장 출금 내역의 시간을 알려주며 설명을 하니 알아듣는 눈치지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엄중해 보이려 하던 경찰들의 표정이 난처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그냥 다시 결제해 볼게. 큰돈은 아니니 문제는 없다."
편의점에 들어가 다른 손님들의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 영수증을 한번 더 확인하니 취소가 되었다는 영수증의 시간은 14시 39분, 결제승인이 된 내 영수증은 14시 42분이다.
경찰에게 두 시간이 다른 것, 취소 시간이 승인시간보다 빠르다는 것을 설명하니 경찰도 이상하다고 이해한다.
편의점의 직원들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며 뭔가를 설명하고, 모든 직원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지만 중년의 여자는 계속해서 부정을 하는 제스처다.
"아냐. 그냥 다시 결제할게."
4,400원 때문에 시간도 너무 지났고, 매너 없는 여자의 모습도 꼴불견이다. 결제를 한번 더 하고, 경찰들과 차로 돌아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한다.
"통장에 변화가 없니?"
"어."
"취소가 느릴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입금이 될지도 몰라."
"뭐, 됐어."
카드 사용 시스템의 차이로 약간의 장애가 발생하거나 승인이 안 되는 경우는 가끔씩 있지만 아무리 시스템이 나쁘다 해도 결제 승인보다 취소가 먼저 발생하는 시스템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큰 금액이라면 문제를 해결했겠지만 소액의 금액이니 일단은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
경찰들과 손을 흔들며 헤어지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며칠 후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편의점의 구글 정보에 댓글을 달아놓을 것이다.
다음 마을을 지나며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거리를 살펴보지만 마땅한 것이 없다. 소시지와 맥주 한 캔을 사서 나온다.
야영지을 확인하고.
5시가 가까워져 선물 받은 후미등을 달고 숲으로 이동한다.
소나무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라이딩을 마무리 한다. 풍성한 소나무숲이 아늑하다.
며칠 괜찮았던 감기 기운인데, 목이 깔깔하니 간지럽다. 어젯밤 잠을 자지 못한 피곤함 때문인지, 아직 감기가 떨어지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피곤하고, 웃기고, 배고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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