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8일 / 흐림
그다인스크-그드니아-푸츠크
폴란드 모든 숙박업체의 영업중지 조치, 발트해변을 여행한 후 알렉스의 집으로 갈 생각이다.
몽롱하고 피곤하다. 도시에 들어오면 찾아드는 불면증은 익숙해진 습관처럼 불편하고 이해할 수 없다.
여전히 찬바람의 흐린 날씨, 솜털 같은 작은 눈발이 흩날린다.
"정말 움직이기 싫다."
조식을 먹기 위해 High5 호스텔로 건너간다. 몇몇의 폴란드 게스트들도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딱히 먹을 것이 없어 방으로 되돌아와 요거트와 과자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맞춰 체크아웃을 한다.
"케밥을 포장하고, 비상식을 보충한 다음 Hel로 가 볼까."
케밥집에 들러 포장을 하고.
그다인스크를 벗어난다. 발트해의 헬까지 70km 정도의 거리, 그드니아를 지나 해변을 따라 이동할 생각이다.
도로를 벗어나 그드니아의 해변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이런 가든은 렌트를 안 하나?"
그드니아 해변이 가까워지자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하지만 해변의 입구는 모두 폐쇄되어 출입이 금지다.
"아니, 왜 해변을 막아버리는 거야."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는데, 넓은 해변만을 폐쇄시킨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발트해로 가도 의미가 없겠는데.
해변의 산책로에서 출입금지 테이핑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작은 공원들까지 출입을 통제하고.
"뭔가 분위기가 수상하다."
어제 폴란드 정부의 지침이 발표된 후 조금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많이 착용하고 있다.
해변의 산책로를 벗어나 도로를 따라간다. 출출함에 맥도널드와 버거킹에 들렀지만 모두 드라이브 쓰루 코너만을 운영하고 있다.
"에쉬, 이거 어떻게 이용하는 거야."
차량들이 햄버거를 구매하는 모습을 째려보다 햄버거를 포기하고,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로 대신한다.
그드니아의 외곽을 빠져나간다.
바다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뭔가 재미가 없는 라이딩이다.
"다리 밑에서 노숙이나 할까 보다."
복잡한 인터체인지를 벗어난 자전거 도로는 난데없이 커다란 공장 앞에서 막히고.
경로를 재설정한 내비게이션은 공장 옆으로 난 샛길로 길을 안내한다.
철로길을 따라 이어지는 흙길을 따라 도로를 찾아가고.
다행히 흙길은 끊기지 않고 도로로 이어진다.
"날씨도 구리고, 재미대 없고."
그드니아를 벗어나고 도로는 낡은 농로를 따라 이어지고.
차량이 없는 풍경 속으로 들어오니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속도를 내어 달려보기도 하고.
한가로운 풍경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라이딩을 즐긴다.
해안가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작은 소도시 푸츠크로 향한다.
"푸츠크 근처에서 야영을 하자. 지루해서 못 가겠다."
오는 동안 대형슈퍼마켓의 대기줄 때문에 비상식을 보충하지 못했다. 슈퍼마켓의 입장을 2~3명으로 제한하면서 안 그래도 대량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사람들과 느리게 계산하는 계산원의 슈퍼마켓 입구의 풍경은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간격을 두고 대기를 하고 있다.
해안가의 야영지를 검색하고 포츠크를 벗어나던 중 낯익은 치킨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건 할배네 냄새인데."
"할렐루야!"
조심스레 매장으로 들어가니 테이크아웃 주문을 받고 있다.
치킨세트를 포장하고, 건너편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사 들고 신이 나서 야영지로 찾아간다.
해안가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친다.
자전거를 타고 계속 움직여도 되는지 관공서에 문의를 했다는 알렉스에게서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아직까지 경찰의 제재가 없었어. 혹시 이동제한 걸리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너의 집으로 갈게."
"경찰들이 영어를 못해서 그럴 수도 있어."
"되도록 빨리 갈게. 4~5일 정도 걸릴 거야."
"상황이 나쁜데 밖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최대한 빨리 갈게."
"쓸데없이 의욕적인 경찰을 만나면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어."
"내일 기차타고 갈게."
알렉스와 대화가 길어지며 이상하게 설득되고 있다. 자가격리를 어긴 한국의 폴란드인처럼 폴란드 정부의 제한명령을 어긴 한국인으로 매스컴을 타고 싶지가 않다.
푸츠크에서 포즈나뉴까지의 기차편 정보를 보내주고, 필요하면 온라인으로 티켓을 끊어주겠다고 한다.
"아냐. 직접 해 볼게."
푸츠크에서 EC를 타고 그드니아로 이동한 후 그드니아에서 기차를 타고 포즈나뉴까지 가야 한다. 250km 정도의 거리인데 5시간이나 걸린다.
폐쇄된 공항과 국경의 상황이 변할 때까지 포즈나뉴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폴란드 정부의 제한 조치가 어떻게 급변할지 예상할 수 없고, 해안가와 공원들마저 출입금지되어 라이딩이나 캠핑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자료들이나 정리하면서 푹 쉬자. 잘 쉬는 것도 여행이지 뭐."
맥주와 치킨으로 저녁을 하고, 쉬 저녁 잠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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