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5일 / 눈 ・ 4도
아브갈대-이흐울
밤새 눈이 내리고 다시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다.


이동거리
94Km
누적거리
9,686Km
이동시간
8시간 08분
누적시간
682시간

A0603
A0603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아브갈대
타르바가
이흐울
 
 
1,504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경사가 진 간이침대에서 이리저리 뒹굴었지만 크게 불편함이 없는 잠자리다.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다행히 작은 처마가 있어 자전거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지 않았지만 날이 밝으며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젖어있다.

자전거를 집 앞으로 옮기고 쌓여있는 눈을 털어내고, 여자 주인에게 어제 먹은 음식을 달라고 요청한다.

조용한 하늘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집 앞으로 나가 바람의 방향을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맞바람이다. 오늘도 꽤나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하루가 지났지만 잔여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몽골의 미사용 데이터는 그대로 이월이 되는 모양이다.

"힝, 5,000원짜리만 충전해도 됐는데."


양고기밥으로 아침을 먹지만 정말 몽골의 먹거리들은 빈약하다는 생각이다. 겨울철에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이는 시골의 몽골 사람들에게는 충분할 것 같지만 초원에 돌아다니는 많은 양과 소들은 어디서 소비가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고, 이거라도 감지덕지지!"

"힘들면 다시 돌아올 거야."

바람이 불어 라이딩이 가능할지 알 수가 없어, 식당의 여자에게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며 말하고 길을 출발한다.

해가 뜨며 도로변에 쌓인 눈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고, 라이딩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강한 맞바람이 차갑게 불어온다.

"이흐울까지 90km가 넘는데 큰일이네."

"그나저나 이 풍경은 뭐냐!"

하얀 눈이 쌓인 지면과 산등성이들 그리고 하늘을 덮고 있는 흰 구름의 풍경이 거친 바람 속 라이딩의 힘겨움과는 상관없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든다.

해발 2,000미터가 넘은 고도에서도 길은 계속 산을 향해 올라가고.

차가운 바람에 못 이겨 방풍자켓과 겨울용 버프를 착용하기 위해 잠시 자전거를 세운다.

강한 바람으로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며 고개를 돌리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정말 너를 어떻게 눈에 담아야 하는 거니?"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함께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깝고 아깝게 느껴진다. 고글을 벗고 올려다보는 하늘과 카메라에 담기는 하늘의 풍경마저 달리 보이는 찬란하기 그지없는 하늘.

"춥다. 가자!"

연이어 산길을 넘어가며 조금씩 지쳐간다.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 탓에 바닥에 고개를 숙이고 길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페달링이 너무나 힘들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거대한 눈보라가 나를 향해 빠르게 휘몰아치며 다가온다.

"뭐야 또!"

20여 분을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바람 속을 자전거를 끌며 기어나가니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구름의 이동에 따라 순간순간 변해버리는 몽골의 날씨.

계속 이어지는 산길, 아무래도 멀리 눈앞으로 보이는 눈이 쌓인 산을 넘어야 오늘의 라이딩이 끝날 모양이다.

멀리 게르에서 뛰쳐나온 검은 개 두 마리가 길을 막고 짖어댄다. 자전거를 세우고 3분 정도 개와 길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정말 생각 같아서는 자전거를 팽개치고 걷어 차버리고 싶지만 맞바람이 불어오는 오르막길을 개들과 단거리 경주를 하듯이 내달리고 사납게 짖어대는 개는 떨어졌지만 기진맥진 힘이 떨어진다.

산으로 가로막혀 잠시 바람이 잠잠해진 산길의 코너를 돌아가자 구불구불 휘어지면 산을 향해 이어지는 비포장 흙길이 나온다. 왜 몽골의 산길들은 포장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바람을 피해 잠시 쉬며 구글맵을 확인하니 타르바가테(Tarvagatai, Тарвагатай) 산을 넘어가는 초입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끊겨있어 산을 넘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는 없다.

"3시간 동안 겨우 20km 왔는데, 이 길은 또 뭐냐?"

자리를 털고 일어나 흙길을 따라 산을 오르고.

갑자기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길을 자전거를 끌며 기어가고.

눈 구름이 사라지면 그림 같은 하늘이 나타난다.

1시간 동안 겨우 4km 남짓을 오르고 계곡을 건너는 작은 다리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람을 피해 계곡으로 내려가 잠시 쉰다.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빵 두개로 점심을 대신한다.

흙길을 기어가듯 오르내리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오르막의 끝을 가늠해 보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쉬는 동안 맑았던 하늘은 다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산길을 고개를 숙이고 자전거를 끌며 오른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팔과 고글에 눈이 쌓이고 차가워진 손이 찌릿찌릿하다.

"개가 짖던 게르까지 5km 정도니까, 어려우면 다시 내려가자."

맑은 하늘과 눈보라가 반복되지만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생각하며 자전거를 끌고 30여 분을 올라간다. 갖춰 입은 방한 웨어로 추위를 막고 텐트와 침낭이 있어 야영을 한다 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나 핀란드 그리고 캐나다의 북쪽 끝까지 갈 수도 있어, 여행을 준비하며 겨울용 침낭과 외피, 그리고 여름용 내피를 준비해 두었다. 극한의 추위가 아니라면 캠핑을 해도 추위를 버틸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을 즐기고 싶지는 않다.

30여 분을 끌고 오르니 멀리 산의 정상을 알리는 어붜가 보이고, 어붜를 돌며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발 2,500미터 타르바가테를 넘는 도로의 정상에 도착한다.

천천히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차량에서 내린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어디서 왔어?"

영어를 하는 중년의 남자가 인사를 하며 춥지는 않은지 묻고 보드카를 마시겠냐고 물어본다. 독한 보드카 한 잔이 생각났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어떤지 알 수 없어 사양을 한다.

"여기서부터 45km 정도 가면 마을이 있어.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야!"

여러 번 반복해서 내리막길이라고 알려주는 남자는 울란바토르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처럼 여유가 있고 매너가 좋은 사람이다.

"배고프지는 않아?"

"괜찮아요!"

작은 빵으로 점심을 대신하여 약간의 허기가 있었지만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오면 산에서 빨리 내려가고 싶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남자와 차량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릴 것이다.

"3일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정말 대단하다!"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는 남자와 서로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몽골 국회의 부의장이다.

어붜를 돌며 소원을 빌어보고.

"제발 이제는 바람 좀 그만 불게 해주세요. 많이 맞았잖아요!"

남자의 말대로 길은 흙길의 내리막이 계속된다. 여전히 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동안 한기가 느껴진다.

길은 다시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눈보라가 치는 예쁜 숲길을 멀리 화창한 구름이 떠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이내 눈 구름을 벗어나 믿을 수없이 아름다운 풍경의 도로를 달린다.

"몽골의 숲을 달리면 이런 기분이구나."

숲길의 도로와 눈 높이에 맞춰진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며 자전거의 속도를 내어본다.

바람이 잦아든 아름다운 길을 내달리고, 다시 산악 초원의 풍경이 이어졌지만 길은 여전히 내리막이 길게 이어진다. 산의 정상에서 찬바람을 맞은 탓에 몸에 한기가 들어 춥다.

몸을 덥히기 위해 열심히 페달링을 하여 질주하는 동안 하늘에서는 콩알만한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도로와 헬멧을 때리는 우박 소리와 정신없이 튕기며 도로에 흩날리는 우박을 맞으며 달린다.

"정말 어려가지 다양하다. 한 가지만 해. 한 가지만!"

우박과 눈보라 그리고 맑은 하늘이 번갈아가며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간다.

"다시 올라가야 할 텐데 너무 내려가는 거 아냐?"

멀리 장벽처럼 높은 산들이 가로막은 곳에서 길은 사라지듯 보이질 않고,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쉬었다. 한참을 달려 내려온 길과 이흐울까지의 남은 거리를 확인하니 2,500미터의 정상에서 무려 1,000미터나 순식간에 내려와 있다.

"어렵게 쌓은 마일리지인데 너무 많이 내려왔네."

이흐울로 향하는 길은 유수량이 풍부한 강을 따라 서쪽으로 휘어지며 이어지고 편안했던 내리막길은 그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정면에서 불어오는 서풍의 괴롭힘도 다시 시작된다.

"아! 진짜. 아직 30km나 더 남았다고!!!!"

타르바가테를 넘으며 주변의 풍경은 완전히 변하여 넓은 초원의 모습보다는 산악지대의 풍경에 가깝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작은 언덕들을 넘는 동안 페달링은 천천히 느려져만 간다.

높은 언덕 위로 이흐울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오고, 언덕 너머로 이흐울의 모습이 나타난다.

"왔다! 젠장할."

언덕으로 휘몰아치는 바람을 피하며 이흐울의 숙소를 검색해 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어제와 같은 작은 식당에 들어가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5km 정도가 남은 이흐울로 출발을 한다.

이흐울의 초입에서 다시 미친 듯이 불어대는 눈보라를 맞으며 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간다. 첫 번째 주유소에 자전거를 세우고 주유소 직원에게 식당과 숙소를 물어보려고 생각하던 중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울린다.

호르고에서부터 누군지 모를 몽골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서동고'와 '울란바토르'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을 하여 가끔 전화를 안 받았었다.

"여보세요?"

"변차섭씨, 저 김병남입니다."

무료 통화가 가능한 핸드폰 상품을 변경하여 전화번호가 바뀐 김병남 선교사님의 전화다.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한 선교사님은 주변에 작은 식당에서 식사와 잠을 잘 수 있다고 알려준다.

"거기 마을 초입 주유소 뒤편에 작은 식당이 있어요. 찾아가 보세요."

"식당 이름이 뭐예요?"

"이름은 모르고, 식당같이 작은 창문이 있는 곳이에요."

도로변으로 주유소가 3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있는 곳에서 어느 집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선교사님은 언제나 김서방 찾기 놀이를 하게 만드네."

첫 번째 주유소를 시작으로 유리창이 달린 집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지나치고, 식당의 테이블이 놓인 곳으로 들어간다.

어제 잠을 잤던 다코라의 식당과 비슷하지만 꽤나 깨끗하고 사람들의 인상이 좋다.

"간이 침대도 평평하네!"

식당에 들어가 인사를 하고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식당의 여주인과 통화를 하게 한다.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알아보고 잠을 자고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선교사님, 저 배가 많이 고파요. 두 개를 시켜주세요."

네 가지 정도의 메뉴 중 만두국과 초이완을 주문하니 식당의 여주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밥 먹고, 잠자는데 얼마야? 히뜨웨?"

제스처를 해가며 핸드폰을 건네주니 22,000을 적어서 보여준다. 다코라의 집에 비하면 조금 비싼 금액이지만 나쁘지는 않고 선택의 여지도 없다.

자전거를 가게 안으로 들여놓고, 흐려서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며 마사지를 하는 동안 음식은 나오지를 않는다. 화로에서 조리를 하고 만두를 빚어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가 보다.

따듯한 우유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동안 진한 양고기 국물의 만두국이 나온다. 양이 제법 많은 만두국은 깔끔하고 맛이 좋다.

"음식을 좀 하는 집인데!"

만두국과 푸짐하게 담긴 초이완을 먹으며 창밖을 내다보니 하루 종일 난리법석이었던 하늘이 고요하다.

넓고 깨끗한 간이 침대에 침낭을 꺼내어 잠자리를 마련하고.

한 줌의 바람조차 불지 않는 얄궂은 저녁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원하게 오줌을 싸준다.

"정말 몽골 날씨에 할 말이 없다. 너 너무한다 몽골!"

다코라의 집과 달리 이흐울의 식당에서는 술을 팔지 않고, 술에 취한 사람들도 들어오지 않는다. 조용한 가게에서 혼자 넓은 침대를 독차지하고 이내 꿈속으로 빠져든다.


"정말 길고 긴 하루다.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갈까?"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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