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6일 / 맑음
상트 아쿨라-비보르크
폭우처럼 쏟아진 빗속의 라이딩으로 하루만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러시아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에서 쉬어가야겠다.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8,333Km
이동시간
6시간 23분
누적시간
1,320시간

 
E18도로
 
E18도로
 
 
 
 
 
 
 
40Km / 2시간 40분
 
52Km / 3시간 43분
 
아쿨라
 
킬릴로브
 
비보르크
 
 
4,458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텐트는 얼어붙고, 침낭은 물기를 머금어 축축하다. 콧물과 재채기가 연속되고, 으스스한 한기가 느껴진다.

"감기는 아니겠지?"

습도가 90%가 넘어가는 날씨에 침낭은 엉망이 된다.

"싼 게 비지떡인 거야? 이곳 기후가 이상한 거야?"

라면과 오트밀로 아침을 하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려 보지만 의미가 없다. 젖은 바닥에 설치한 텐트의 풋프린트와 비에 젖은 외피 그리고 습기로 축축해진 내피까지 총체적 난국이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물기가 묻은 손이 찌르 듯 시리다.

"겨우 -2도인데, 북유럽은 어쩐다니."

체감적으로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습도? 바람? 기온? 피곤함? 뭐지?"

국경까지 130km 정도가 남아있다. 쉥겐 기간을 아끼기 위해 러시아에서 이틀을 보내고 아침 일찍 국경을 넘을 생각이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비보르크까지 이동하고, 이후에 다음 결정을 해야겠다.

젖은 장갑들을 패니어에 넣고, 라트비아에서 새로 장만한 방한 장갑을 개시한다. 따듯한 것이 아주 좋다.

출발과 함께 눈보라가 시작되며 라이딩을 어렵게 만들고, 도로마저 확장공사 구간이 이어진다.

이글이 챙겨준 양말를 덧신었지만 신발이 얇은 탓에 발이 시리다.

"여름 양말을 하나 더 덧신어야 하는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시리던 발의 문제는 사라졌지만 조만간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렸지만 겨우 20km 남짓 이동하고, 공사 구간을 벗어나 잠시 쉬어간다.

"비보다는 낫긴 한데, 이 바람은 어쩔 거냐!"

차량들이 흩날리는 흙먼지의 물보라에 옷과 패니어가 시커멓게 얼룩이 진다.

산길의 업힐도 아닌데 페달링이 쉽지가 않다. 일주일간의 휴식으로 생기는 힘겨움이라 딱히 방법이 없다.

"항상 이틀째가 제일 힘드네."

좀처럼 비보르크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고 페달링의 속도는 쳐져간다.

"배가 고픈 거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삶아 온 계란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샌드위치와 함께 수프를 주문했는데, 그릇의 크기를 보고 헛웃음이 나온다.

"90루블인데, 왜 커피잔에 수프를 주는 거야!"

역시나 주유소 카페는 쓸데없이 비싸다. 양이 적지만 따듯한 닭고기 국물이 들어가니 좋다.

문제는 따듯한 실내에 앉아 있으니 쌀쌀한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진다는 것이고, 더 문제는 마지못해 밖으로 나오니 이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근육과 삐거덕거리는 관절들의 뻣뻣함을 느끼며 억지스레 페달을 밟아간다.

라이딩이 힘들어지면 마치 여행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처럼 멍한 공백의 시간이 찾아든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3시 50분, 비보르크에 다가서고 부킹닷컴으로 시내의 숙소를 검색하니 기대하지 않았던 호스텔이 검색된다.

"500루블, 괜찮은데. 오늘은 숙소로 갈까?"

"좋은 캠핑 자리인데, 아쉽네."

비보르크로 향하며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로를 생각한다. 북유럽 세 나라의 경로를 줄이면 유럽에서 아이슬란드를 들어갈 시간이 충분할 것도 같다.

"아이슬란드로 가는 경로와 비행기를 알아보고 결정하자. 월터한테 물어봐야지."

비보르크의 초입에 도착했지만 시내 중심까지는 길을 더 가야 한다.

"오, 맥도날드가 있다!"

비보르크에 들어섰지만 5시가 가까워지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에쉬, 내 맥도날드!"

초입의 슈파에 들러 맥커피와 라면을 사서 나오니 밖이 캄캄하다. 검색해 두었던 숙소를 예약하고 서둘러 출발한다.

아주 복잡하고 이상한, 러시아의 구도시들의 길은 대체적으로 미로처럼 복잡하다.

구시가지로 들어서며 멀쩡했던 도로는 옛날의 돌바닥으로 바뀐다.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자전거를 타고 숙소를 찾아간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인도에 놓인 한 량의 기차칸을 보며 사진을 찍는다.

"노점 카페 아닌가? 기념물인가 보네."

숙소 근처에 비보르크캐슬이 있어 잠시 들렸더니 성의 야경은 어둡기만 하고, 성의 건너편에 묘한 동상과 옛 건물만이 보인다.

"오늘은 너무 늦었네. 내일 보자."

숙소를 찾고.

샤워를 하고 나니 배가 너무 고프다.

젖은 침낭과 텐트를 꺼내어 말려두고.

주변 식당을 검색해도 모두 레스토랑들뿐이다.

"관광지는 너무 배고파."

근처에 있는 빵과 잼류를 파는 가게로 가서 빵을 사서 돌아온다.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비보르크의 모습은 중세 시대의 골목과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같다.

"내일 오전에 산책 겸 둘러봐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꽤 맛이 좋다.

숙소 여기저기에 젖은 것들을 말린다.

복도의 벽면 인테리어가 참 좋다.

그림 벽지인 줄 알았는데, 타일도 아니고 벽면에 직접 그리고, 붙인 인테리어다.

"금손이네. 금손!"

"정말, 힘든 하루였어. 오늘만은 수고했다!"

국경까지 50km 정도의 거리다. 오전에 잠시 비보르크를 둘러보고 시간을 보낸 뒤 국경으로 갈 생각이다.

"국경 근처에서 마지막 야영을 하고 핀란드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5일 / 흐림
상트 페테르부르크-상트 아라쿨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간을 뒤로하고 핀란드의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유럽으로 가자!"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241Km
이동시간
3시간 53분
누적시간
1,314시간

 
E18도로
 
E18도로
 
 
 
 
 
 
 
38Km / 2시간 40분
 
18Km / 1시간 13분
 
페테르
 
세스트로
 
아라쿨
 
 
4,366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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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어김없이 불면증 증세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불편한 것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어렵게 잠든 새벽, 더 어렵게 깨어난 아침이다.

"가야지!"

"왜 진작에 계란을 삶을 생각을 못 했을까?"

예쁘게 삶아진 계란을 보니 괜스레 든든해진다.

샤워를 하고 짐정리를 하니 12시가 되어간다. 타이어에 오랜만에 펌프질도 하고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길 건너 엄마네로 간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가자!"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로 배를 채우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잔뜩 흐린 날씨가 곧 눈이 쏟아질 것 같다.

"정말이지 햇볕이 귀한 동네다."

네바강을 따라 메인 도로로 진입하는 가장 심플한 코스를 선택하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차량 통행이 정말 많고 복잡한 도시다. 두 배가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이 신기할 정도다.

1시 40분,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고 네바강을 따라 이어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 외곽을 지난다.

높은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현장을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몇 층이지? 꽤 높네."

60층은 훌쩍 넘을 것 같은 빌딩의 상층 부분이 비구름에 가려져있다.

눈이 내린 숲길이 이어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넘어간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비보르크 90, 헬싱키 340km."

역시나 오랜 휴식 탓에 페달링이 어색하고 뻣뻣하다.

"쉬었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주를 벗어나기 전의 마지막 타운인 세스트로레츠크에 들어서고 도로변의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시원한 콜라가 먹고 싶다.

햄버거와 함께 리필 콜라로 배를 채운다.

"아, 좋다."

이글과 잠시 통화를 하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마을 안쪽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빵과 물을 사고, 맥커피를 찾았지만 20개가 든 상품이 보이질 않는다. 낱개로 2개를 사들고 나오니 4시가 넘어간다.

하루 종일 어두운 하늘, 5시가 가까워오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해가 정말 짧아지네."

몇 개의 인터체인지를 지나며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이어가고.

"야, 이정표! 너 왜 숫자가 네 맘대로야!"

5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주의 경계를 벗어난다.

도로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 또 비야. 차라리 눈을 내려라."

몇 개 남은 인터체인지를 지나 야영을 할 생각인데, 내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도로변 숲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도 없다.

"난감 모드네."

지도를 확인하고 몇 킬로미터 후에 주차장 휴게소가 보인다.

"주차장 주변에서 텐트를 치자."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거니?"

소나기처럼 빗줄기가 강하게 뿌려댄다.

"젠장. 다 젖어버렸네."

주차장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주차장 측면에 공간에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비와 눈이 섞여 떨어진다.

비에 젖은 몸에서 모락모락 김들이 올라오고, 한기가 시작된다. 커피를 끓여 따듯하게 몸을 녹여도 그때뿐이다.

"차라리 눈을 내려라."

겨울비는 정말 난감하고, 라이딩을 너무 어렵게 만든다. 흐린 하늘도, 축축한 느낌도, 비와 함께 불어대는 바람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하게 휴식 후에 라이딩은 여러 가지로 힘들단 말이야."

하루 또는 이틀이면 길었던 러시아의 여행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도 유럽의 경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핀란드로 가서.. 휘바! 그런데 러시아 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귀여운 러시아 할머니들은 많이 봤는데 말이지."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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