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가 넘어 잠에서 깬다.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피곤함과 여전히 남아있는 감기 기운으로 몸이 무겁다.
"하루를 쉴까? 작은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얼롄하오터까지 가서 쉬는 게 낫겠어."
패니어와 짐들을 챙겨들고 자전거가 놓은 주차장으로 내려가 패니어들을 하나씩 장착한다.
"한국인이냐?"
자전거 복장을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으나 너무나 피곤한 탓에 짧은 대답만을 하고 짐들을 정리한다.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모두 장착하고 남자의 얼굴을 보며 자전거 여행과 일정들에 대해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여기에서 사람들과 자전거를 탄다. 어디로 가느냐?"
"나는 오늘 얼롄하오터에 가야 한다."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보여주는 남자에게 멋있다며 말을 건네니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자전거 가게에 잠시 들렀다 가라고 한다.
"쯔싱쳐 띠엔? 여기에 자전거샵이 있어?"
"요!"
늦은 출발 시간과 피곤함이 트러블을 일으키던 스프라켓을 교환하고 하루를 쉬라며 유혹의 손길을 던진다.
"하오 취!"
10여 분 정도 남자를 따라 시내를 이동하여 자전거 가게로 이동한다. 후지 브랜드를 단 작은 자전거샵이다.
몇몇의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왔다며 소개를 하고, 그들과 인사를 나눈다.
우선 패니어들을 모두 떼어내고 자전거 가게의 주인에게 스프라켓이 마모되어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한 후 사람들이 건네주는 차와 담배를 하며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답을 한다.
"나의 큰 딸이 시집을 가 대구에 산다. 10년이 됐다."
큰 딸이 대구에 산다며 사진들을 보여주는 아저씨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니 동호회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씩 가게로 모여든다.
모두들 자전거를 살펴보고 나를 보며 담배를 건네고 차를 따라주고 질문들을 한다. 모두들 호기심 가득한 재미있는 표정을 하며 반갑게 대해주며 이야기를 한다.
"오늘 얼롄하오터에 언제 갈 거냐?"
"오늘은 못 갈 것 같다. 얼롄하오터로 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를 자전거샵으로 안내한 남자에게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고 하니 오후에 함께 식사를 하자며 초대를 한다.
"너의 오늘 호텔비는 무료다."
"응?"
"호텔비는 무료!"
호텔비가 무료라는 말에 뜻을 알지 못해 의아해하며 '왜'라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모두들 크게 웃는다.
"너 주점을 하는 거야?"
한 번 더 사람들이 크게 웃어댄다. 젊은 남자는 내가 묵었던 루저우쌍우주띠엔(绿洲商务酒店, 녹주상무주점)의 사장이다.
자전거의 스프라켓을 교환하고 자전거샵의 남자는 교환상태를 체크하라고 말한다. 밖으로 나가 변속을 하며 주행을 하니 트러블 없이 잘 변속이 이루어진다.
크랭크 2단을 가리키며 마저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자전거 가게를 구경한다.
스프라켓을 교환하는 남자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손이 꼼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가지런히 놓여있는 정비 공구들에서 그의 성격을 알 것도 같다.
32T 체인링를 들고 34T가 없다고 하여 2단 크랭크는 교체하지 않고 그냥 놔둔다. 32T 체인링을 교체해도 상관없지만 32T는 나에게 가벼운 체인비라 2단이 마모되기 전에 교환하면 될 것 같고, 크랭크를 분해하느라 소요될 시간이 부담스럽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와 자전거를 세차해 주겠다는 자전거샵의 남자에게 괜찮다고 했지만 물걸레를 들고 열심히 닦아낸다.
아저씨들과 담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중국을 여행하며 엉망진창 흙먼지가 묻었던 자전거는 중국의 마지막 여행을 앞두고 깨끗해졌다.
생글생글 웃으며 조용하게 말하는 자전거샵 남자의 성격은 내 성격의 대척점 정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친절하고 부지런하다.
12시 되어 식사를 하자며 대구에 사는 큰 딸을 둔 아저씨가 식당으로 안내한다. 가게 주인에게 스프라켓의 가격을 물으니 식당으로 가자며 옷을 챙겨 입는다.
흙벽돌의 담길들을 돌아 빈관의 식당으로 들어가고.
동그란 식탁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자리는 잡고 있으니 자전거샵에서 보았던 아저씨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모여든다.
"중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뿐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주점의 젊은 남자가 농담을 하며 유쾌하게 웃는다.
"하하하, 맞다! 한국에서는 식당에서 담배를 못 피운다."
가장 나이가 많은 회원이 65세인 쑤니터우이치의 자전거 회원들, 주점의 남자와 자전거샵의 남자가 막내들이라고 소개를 한다.
차가 나오더니 두 병의 중국 술이 먼저 나온다.
테이블을 빙빙 돌려 나에게 한 잔을 집으라 알려주고.
두유를 먹는 자전거샵 남자의 아들에게 젓가락으로 술을 찍어 먹이며 장난을 치는 아저씨와 몇 입 받아먹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 아이,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하나둘 음식들이 나오고.
말린 쇠고기와 국수.
고기와 야채를 넣은 볶음면.
냉채처럼 시원한 맛이 나고 고수와 파, 오이와 양파들을 넣어 먹는 요리.
고소한 맛이 일품인 콩요리.
아이가 마시는 것은 요쿠르트 같은 것이다.
하나하나 음식들을 먹어가는 동안 담배들도 하나씩 테이블에 쌓여만 가고.
자전거샵의 남자는 지아오강강(叫刚刚, 규강강) 35세, 차분한 성격으로 항상 웃으면서 나긋나긋하게 말을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일을 했었다는 지아오강강은 몽골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들을 해준다. 몽골의 치안이 좋지 않아 여행 시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과 몽골의 서북부를 여행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여행의 루트를 변경할 것이 좋겠다고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다르항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몽골을 여행할 때는 귀중품을 잘 챙겨야 합니다."
쇠고기 완자가 들어간 탕과 함께 양의 내장 무침 요리도 나오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가 나온다.
"이게 뭐야?"
"양의 지지!"
"지지? 설마 그거야?"
오번역이 된 핸드폰을 보며 손사래를 치며 지아오강강이 다시 천천히 핸드폰에 발음을 한다.
"양의 꼬리!"
"하하하하. 그렇지!"
모든 음식은 맛이 좋고 풍미가 넘치며, 특히 양꼬리의 맛은 그 맛이 정말 예술이다.
"넌 이름이 뭐야?"
"卞且燮"
번역기에 한자로 이름을 적어서 보여주니 섭(燮)자가 중국에서 흔하지 않은지, 아니면 정자로 써서 익숙하지 않은지 잘 읽지를 못한다.
"비엔치에씨에!"
중국어로 이름을 발음해 주니 따라서 내 이름을 부르며 크게 웃던 사람들은 돌아가며 내 이름을 부르고 건배를 권한다.
재미있는 것은 술을 마신 후 탁자를 두드리고 건배를 한 사람에게 빈 잔을 보여준다. 우리가 소주를 마시고 잔을 머리 위로 거꾸로 들어 올리는 것이 '나는 다 마셨다. 너도 다 마셔라.'하는 느낌이라면 이곳의 느낌은 '너를 위해 술잔을 비웠다.'라는 느낌 같은 것이다.
조금 후 지아오강강의 아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아저씨들과 즐거운 대화와 함께 술잔을 주고받는다. 그녀의 성격은 지아오강강과 달리 호쾌하고 대범해 보인다.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며 술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지아오강강. 그의 말처럼 나에게도 잔을 들어 원샷을 보여주며 여행을 잘하라며 건배를 권한다.
즐거운 식사 자리가 끝나갈 때쯤 색깔이 예쁜 마늘 한 접을 건네주며 먹으라고 한다.
"이걸 먹으라고?"
모두들 웃으며 마늘이 피부에 좋다느니, 중국인들은 열정이 많다느니 농담들을 주고받는다.
옆에 있던 지아오강강이 마늘 하나를 떼어내어 먹으며 '그냥 먹으라'며 웃는다.
마늘 하나를 떼어내어 껍질을 벗기려고 하니 지아오강강이 그냥 먹으라고 한다.
"아니 생마늘을 왜 먹어?"
처음엔 단맛이 약간 나던 마늘은 그냥 맵다.
"매워!"
다시 한번 테이블이 웃음바다가 되고 점심 식사가 끝이 난다.
대구 아저씨와 함께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서 쉴 것이냐 아니면 우리와 함께 초원으로 자전거를 탈래?"
"자전거를 타러 가자!"
아저씨는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자고 한다.
"패니어를 떼고 자전거를 타야지요!"
어려운 말은 번역기가 전혀 번역을 하지 못한다. 아저씨와 자전거를 두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으니 주점의 남자가 나타난다.
주점의 남자는 자전거를 주점 안으로 끌고 들어가 1층에 있는 넓은 방에 자전거를 넣어두고 방 키를 건네준다. 그리고 도로변에 나가 지나가던 승합차를 잡아 나를 자전거샵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사라진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지만 뭐가 이리 친밀도가 높지? 서로 집집마다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는 거야?"
승합차는 자전거샵에 나를 내려주고 아무렇지 않게 사라진다.
"형님, 안 자는 거 다 알아요. 일어나세요. 초원에 가야지요!"
하루 종일 각양각색의 담배가 쏟아진다. 정말 중국의 담배 인심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지아오강강이 자신이 타는 자전거를 내놓고 자전거 회원들은 초원 라이딩을 위해 열심히 준비들을 한다.
70여 일 만에 타는 가벼운 핸들의 자전거,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에 이내 적응을 하고 후미에 쳐져 있는 아저씨들을 따라 달린다.
70kg이 넘는 자전거를 끌다가 15kg이 안 되는 MTB를 타니 자전거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난 여기서도 후미야?"
천천히 아저씨들을 따라가고 있으니 선두로 가는 대구 아저씨를 따라가라며 손짓을 한다.
멀리 앞서가던 대구 아저씨도 빠르게 따라잡고 뒤를 따라 천천히 라이딩을 즐긴다.
"300km 넘게 초원을 달려왔는데 쉬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다니."
15km 정도 초원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게르 같은 것이 놓여있고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공연장 같은 곳이다.
사람들과 있으니 개도 무섭지 않고.
구름이 가득한 하늘은 참 좋다.
중간 지점에 조금 있으니 어느새 라이딩 복장을 갈아입은 주점의 남자가 사이클을 타고 나타난다.
"언제 또 나타난 거야!"
돌아가며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초원길을 달려 돌아온다.
대구 아저씨의 인증샷도 찍어주고.
자전거샵에 도착하여 후미에 쳐진 아저씨들을 기다리며 잠시 쉰다.
"아직 건강하시네요!"
술을 많이 마셔서 걱정이라는 딸의 말과는 달리 아저씨는 건강하게 잘 달렸다.
아무래도 오늘 쑤니터우이치에서 중국의 모든 담배를 하나씩 건네받을 모양이다.
"저녁으로 백주를 마시고 싶어? 맥주를 마시고 싶어?"
"바이주!"
주점의 남자가 저녁 반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와 맥주는 한국에도 많다며 바이주를 먹고 싶다고 대답한다.
언제나 유쾌한 주점의 남자는 집에서 바이주를 가져오겠다며 자전거샵을 떠나고, 자전거샵에서 휴식을 취한 후 대구 아저씨, 지아오강강 그리고 말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남자와 함께 저녁을 먹을 음식점으로 이동한다.
양고기 요리를 하는 식당의 2층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주점의 남자는 다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정체가 뭐야?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우창정(吴长征, 오장정), 녹주상무주점을 운영하며 언제나 유쾌하고 위트가 있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남자다.
집에서 가져온 예쁜 포장의 바이주 2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차갑게 보관이 된 바이주는 병도 예쁘다.
"이건 김치인데?"
"파오차이, 泡菜"
"한국의 김치와 맛이 약간 다르다."
젓갈을 사용하지 않아 중국의 향신료 냄새가 조금 있지만 우리의 김치와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
"이 동네에 한국 사람이 3명이 살고 있다."
"정말? 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 사람들은 오래전에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
아마도 이곳에 김치와 비슷한 것이 있는 이유가 한국 사람이 정착을 하며 이곳에 김치를 알려주고 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양고기를 하는 음식점이다. 한국의 불고기와 비슷하다."
우창정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을 하여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들을 한다. 가벼운 농담을 섞으며 위트 있게 말하고 언제나 겸손하게 표현을 하는 젠틀한 남자다.
우창정이 가져온 바이주는 차가운 물에 넣어 냉기를 유지시키고.
양파를 넣고 볶는 양고기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질 때쯤, 시원한 바이주 한 잔을 건배와 함께 마셨다.
"중국 술은 강하지만 향과 풍미가 정말 좋다!"
술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중국 술은커녕 값비싼 양주까지도 향이 진한 술은 전혀 먹지를 않는다. 도수가 높아 숙취가 조금 덜하다는 정도 이외에 특별히 맛이 좋다거나 향이 좋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먹는 주량이 많다 보니 숙취가 덜하다는 장점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중국 여행을 하는 70일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여행이 끝나갈 때쯤 중국 술의 맛과 향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중국의 바이주, 참 괜찮은 술이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양고기를 맛본다.
냄새 같은 것은 전혀 나질 않는 부드럽고 기름진 양고기의 맛이다.
달짝지근한 소스와 양파, 버섯, 상추 등과 함께 쌈을 하여도 그 맛이 제격이다.
"초원은 6월에 풀이 나서 아름답다."
우창정은 풀이 자란 초원의 언덕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 4륜 바이크 등을 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정말 멋지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노는구나!"
푸른 초원에서 마음껏 달리며 즐기는 모습들이 멋지고 부럽다.
"초원에서 캠핑을 하며 하룻밤 보내고 싶은데, 중국에서는 그것을 못 하게 하니 아쉽다."
푸른 초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곳을 지나 유라시아 횡단을 준비하는 위너님이 생각난다.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사진과 여행 경로들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부탁을 한다.
"아마도 6월이나 7월에 이 녀석이 이곳을 지나갈 것이다. 이 녀석이 오면 아름다운 초원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알았다!"
"나는 이 여행이 끝나면, 이곳에 다시 놀러 오겠다. 그때 푸른 초원에서 건배를 하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번째 메뉴로 소고기가 나온다. 야채들과 함께 구워진 소고기를 밀가루 전병 같은 곳에 넣은 후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위는 힘들겠다. 이곳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하하하. 사위는 이곳에 두 번이나 다녀갔다."
"손녀들이 많이 보고 싶겠다?"
"그렇다."
대구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저씨는 딸과 손녀가 보고 싶어졌는지 대구에 사는 딸과 영상 통화를 한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대구에 가서 딸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게요."
밀쌈을 하는데 이것저것 젓가락으로 집어넣어 주는 우창정. 그리고 하루 종일 조용하게 말을 하던 중년의 남자는 핸드폰으로 자신이 타는 오토바이 사진들을 보여준다.
"와, 멋진데요. 그런데 여기에 사막이 있나요?"
"얼롄하오터로 가는 길의 중간에도 있고, 이곳에서 조금 가면 사막이 있다."
"사막도 보고 싶어요!"
"너를 데려가 줄 수 있어!"
사막에서 오토바이와 4륜 바이크를 타는 영상과 사진을 보며 사막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 얼롄하오터로 떠날 거니?"
"하루나 이틀쯤 더 머물고 싶네요. 몽골에 21일까지 가면 되거든요."
복잡한 이야기가 오가니 번역기는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가 된다.
"딸의 번역!"
대구 아저씨에게 딸과 영상통화를 하여 내 의견을 전달해 달라 부탁하니 이해하고 전화 통화를 한다. 그사이 세 번째 메뉴로 양고기가 추가되고.
대구의 큰 딸에게 시간의 여유가 있어 하루나 이틀쯤 쑤니터우이치에 머물며 사막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한다. 딸의 통역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모두들 내일 사막으로 가자며 건배를 나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갈 때쯤 오이와 야채를 넣은 수제비처럼 생긴 죽이 나온다.
향긋하게 퍼지는 오이 향이 정말 일품이고 부드럽게 속을 감싸주는 듯 맛이 좋다.
"아, 나 정말 쑤니터우이치가 너무 좋아!"
자신들의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타지의 이방인에게 관심을 놓지 않고 배려하는 우창정, 한국으로 시집간 딸을 생각하며 여행 온 한국인이 불편하지 않을까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대구 아저씨,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이것저것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하는 지아오강강 그리고 말 수는 적지만 은근하게 관심을 써주는 남자까지.
"오늘 아침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고 환대를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말한다.
"숙소에 가서 편하게 쉬고 내일 보자!"
우창정은 숙소의 방까지 안내를 해주고 화장실과 침대, 커튼 등을 한 번 더 점검한 후 편하게 쉬라며 인사를 하고 떠난다.
"내일 8시에 아침을 먹자. 8시에 올게!"
"아 쓸데없이 너무 넓고 좋은 방이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뜻하지 않은 환대와 고마운 배려들을 받는다. 너무나 즐겁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 거칠고 야박할 것 같았던 초원의 사람들은 중국의 어느 지역의 사람들보다 여유롭고 웃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곳은 위험해. 다른 곳을 가. 동남아 좋잖아!"
"그 사람들이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위험한 사람은 너야!"
여행을 하기 전 사람들은 중국의 내몽골을 경유하는 중국 북서부 지역의 여행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들을 보였다.
"네가 사는 집은 위험하지 않니?"
고개를 끄덕이며 싱거운 농담처럼 사람들의 말을 흘려보낸다.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며 도움도 되질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삶의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라 놓여있는 또 다른 선택들은 항상 두렵고 두렵다. 하지만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타인의 추측이나 판단 같은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두렵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는 더 두렵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함 그리고 불안함. 그 이유 모를 감정의 불온함들로 언제나 삶은 투박하고 실수투성이지만 스스로 경험하고 싶은 두려움들은 강한 삶의 욕구로 나를 지탱한다.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삶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장기를 빼내갈지 모른다던 이곳의 사람들은 언제나 웃으며 대화를 하고 그들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뚜이'.
"对! 对!"
방긋 웃으며 말을 하고, 상대의 말에 '맞아, 맞아'를 먼저 말하며 상대의 말을 끊는 법도 모른다.
언제나 부정적인 표정으로 온갖 세상의 걱정과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가식의 웃음으로 자신의 말만을 들어달라 악다구니를 쳐가며 살아가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 우리들의 현재다.
"잘 모르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잘 웃고 여유롭다. 양과 소의 장기는 좋아하는 것 같다만 나의 장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늘도 엉망이 되어버린 손바닥. 깔끔하게 30분의 시간을 잡아먹고 다시 출발하기 위해 도로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자전거를 출발시키며 페달을 밟는 순간 체인이 철컹거리며 돌아가지 않는다. 펑크 수리를 하기 위해 자전거를 눕혀놓으며 체인링에서 체인이 벗겨진 것을 모르고 페달을 밟은 것이다.
자전거에서 내려 무거운 자전거를 지탱하고 낑낑거리며 앞 체인링에 체인을 체결하려 하는데 잘 되질 않는다. 마땅히 자전거를 기대어 놓을 곳도 없고, 검은 흙먼지가 쌓인 도로변에 자전거를 눕힐 수도 없는 상황의 난감함이 밀려든다.
이리저리 힘들게 체인을 걸어보려 해도 스프라켓에 걸려있는 체인이 돌아가질 않는다.
"아, 진짜 왜 이래!"
순간 이상하게 굴절이 된 뒷드레일러가 눈에 들어온다.
"망했다!"
도로변에서 자전거를 끌고 마을의 입구로 들어가는 공터에서 뒷드레일러를 살펴본다. 행어 체결 나사가 조금 느슨해져있고 드레일러 안쪽의 패널이 엉망으로 비틀어져 휘어있다.
"하다 하다 이젠 드레일러까지."
드레일러를 분해하고 뒤틀어져 있는 안쪽 패널을 이리저리 반듯하게 펴본다.
얼추 모양이 잡힌 패널을 드레일러에 부착하려는데 뒤틀린 각도가 안 맞는지 풀리를 결합하고 나사가 물리지를 않고, 여러 번 체결을 시도하다 포기하고 체인링크를 풀어 드레일러를 떼어낸다.
걸리적거리는 체인이 없는데도 풀리 나사는 쉽게 들어가질 않는다. 드레일러의 안쪽 패널을 이리저리 펴가며 겨우 풀리를 체결하고 드레일러를 조립한다.
변속 와이어를 당겨가며 드레일러의 수평을 확인하고 페달을 돌려 트러블 없이 체인이 돌아가는지 확인하는데, 한 부분에서 체인이 뒤틀리며 튕긴다.
"뭐지?"
체인이 튕기는 부분을 살펴보니 체인의 한마디가 뒤틀려져 있다.
"정말 가지가지다."
일단 뒤틀린 체인의 한 마디를 잘라내고 패니어 어딘가에 깊숙이 들어있을 체인링크를 찾기가 귀찮아 그냥 그대로 체결을 한다.
"체인도 많이 늘어나 있을 텐데, 한마디 잘라내면 장력도 괜찮아지고 좋겠네."
뒤틀린 체인을 떼어내니 드레일러는 트러블 없이 잘 돌아간다. 변속 트러블이 조금씩 일어나지만 가까운 시내까지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타이어 정비할 때는 양반이었네."
생수 한 통으로 씻어냈지만 기름때는 빠지질 않는다.
11시 펑크를 시작으로 2시간이 지나버리고 만다.
"오늘 장베이현까지 가기는 틀렸네. 일단 장자커우시까지만 가보자."
"너는 왜 자꾸 떨어지니?"
이 바람이면 며칠 내에 힐링요는 한국으로 날아갈 것이다.
변속 트러블로 1단과 9단을 사용할 수 없지만 자전거샵이 있을 도시까지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1시, 외곽의 도로를 따라 지나쳐 가려던 장자커우시로 가기 위해 고덕지도를 재설정하고 출발한다.
오전에 없던 강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흙먼지가 미친 듯이 불어온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엔 뭉실뭉실 거리는 비현실적인 구름들이 떠다니고, 마치 지옥에서 천국을 올려다보면 이런 풍경이겠지 싶다.
가로수에서는 노란색의 마른 열매들과 가지들이 우박이 내리듯 우수수 떨어지고.
따듯한 기온과 푸른 하늘의 하얀 구름떼,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흙먼지와 드센 강풍 그리고 정신없이 뒤섞여 움직이는 차량들.
"정말 뭐야? 이건 지옥이야!"
절규 같은 짧은 탄식들이 절로 새어 나온다.
찢어질 것처럼 펄럭이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어 다니듯 휘청이며 쉬안화현에 도착한다.
곧 전쟁터라도 나갈 것 같은 폭죽 차량들과 폭죽 대포들이 놓은 주점, 대형 주점들이 들어선 시내에 들어서며 여러 가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숙소, 자이언트 매장, 장자커우. 이 빌어먹을 바람!"
자전거에서 내려 인도로 자전거를 끌고 가며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강풍으로 몸이 휘청거리며 자전거를 끌기도 힘들다.
장자커우시로 향하는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주변 숙소들의 요금을 확인하고 자이언트 매장을 검색한다. 30Km 정도의 장자커우시까지 갈 수 있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 불편함을 안고 계속 라이딩을 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이 징그러운 바람이 싫다."
멀지 않은 곳에 자이언트 매장 하나가 검색되고, 쉬안화현에는 주점들이 제법 많아 숙소를 잡느라 고생할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미친 **************"
숙소와 자이언트 매장을 검색하는 사이 도로변에서 1분 넘게 울려대는 크락션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사거리 전체가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과 오토바이 차량들로 정신이 없다.
"아, 대륙아!"
오후 2시, 하교 시간도 아닌 것 같은데 색색의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메뚜기떼처럼 도로를 점령해 버린다.
"소학교 아이들도 아니고 다 큰 애들을 왜 저렇게 태우고 다니지."
자전거 도로까지 3차선의 도로가 오토바이, 자전거, 승용차와 버스로 완전히 아수라장이다. 중국의 도로는 각종 바퀴 달린 것들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는 난장판 그 자체다.
오토바이를 탄 체육복의 학생들은 어른들과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다. 약간 소극적이고 융통성 없이 자기 갈 길만 가는 성인들과는 달리 거침이 없고 센스 있게 흐름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차량들 사이를 오토바이를 타고 떼를 지어 움직이는 체육복의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괜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대륙아! 너도 여러모로 참 고생이겠다."
자이언트 매장을 가기 위해 체육복 학생들에 섞여 도로를 따라가던 중 싸이클을 타고 있는 젊은 남자애가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하는 중국어 질문들은 이제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 복잡한 도로를 따라가면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왔어. 장자커우로 가고 있어. 그리고 지금은 자이언트 매장에 가고 있어."
어린 남자의 질문에 차례대로 대답을 하고 신호등에 걸려 자이언트 매장을 확인하고 있으니 사진을 찍자며 핸드폰을 들이민다.
어린 남자의 길 안내로 자이언트 매장을 쉽게 찾아 들어간다.
친절하게 매장 안으로 들어가 자전거 거치대를 들고 나오는 남자에게 손사래를 치고, 매장 안에서 쳐다보는 여자를 향해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되는지 제스처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제대로 갖춰진 자이언트 매장이다.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니 자전거 거치대를 가져와 자전거를 세워주는 어린 남자.
"자전거 매장에서는 내가 전문이지!"
거침없이 매장으로 들어가 패니어들을 다 떼어내고 큰 숨을 내쉬니 매장 안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들이 모두 나에게로 집중된다. 프런트에 앉아있는 중년의 여자, 매장 안에 서있던 여직원, 정비를 하는 직원, 손님 2명 그리고 정비실 앞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차를 마시던 뚱뚱한 할아버지까지 모두 말없이 나만을 응시한다.
나를 안내해 준 어린 남자만이 나의 행동들을 핸드폰으로 찍어대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시커먼 손을 보여주며 물을 찾자 정비실 안쪽의 세면대를 안내해 준다. 비누로 손을 씻어냈지만 기름때는 쉽게 벗겨지지 않고.
매장으로 나와 길 안내를 해준 남자에게 명함을 주며 여행에 대해 설명해 주니 핸드폰으로 모든 것들을 찍는 남자아이다.
이름을 물어보며 번역기에 이름을 써달라 부탁하려니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끊겨있다. 4월 10일까지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모두 소진된 모양이다.
"꼭 필요할 때 데이터가 나가더라."
"와이파이 요?"
네트워크가 끊겨 당황하기커녕 마치 친구 집에 놀러 온 것처럼 와이파이 비번을 달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VIP 손님의 요청을 받는 듯이 어린 남자가 핸드폰을 건네받고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설정해 준다.
"여기 직원인가?"
리위안. 자이언트 매장의 아들이다.
리위안은 나에게 따듯한 녹차와 생수를 가져다주더니 자꾸만 세수를 하라며 세면대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얼굴을 씻을 정도로 땀을 흘린 것도 아니고 손은 씻었는데."
두세 번 더 세수를 하라는 리위안의 말에 마지못해 손을 한 번 더 씻고 간단하게 세수를 한다.
매장에 들어와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하며 돌아다니는데도 아무도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지 않는다. 정비실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만이 중국 담배를 연신 건네주며 피우라고 권할 뿐이다.
정비실 뒤편에 걸려있는 알리비오와 아세라 드레일러를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놓고 어떤 것으로 교체할지 고민한다. 188위안 아세라, 228원 알리비오 드레일러.
"하루 조식 포함 숙박비가 날아가는구나. 알리비오로 하자."
바닥에 쪼그려 앉아 펑크를 수리하는 정비 직원이 힘들어 보여 자전거 정비 스탠드의 사진을 보여주며 없냐고 물어보니 지하에 있다고 말한다.
"스탠드를 놓고 쓰면 편할 텐데. 왜 쪼그려 앉아서."
펑크 수리를 마치고 주변 정리를 한 정비 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하질 않는다. 드레일러를 들어 교체해달라는 제스처를 하니 그제서야 자전거를 살피더니 변속선을 푼다.
"아저씨 변속기 교체하고 변속 세팅하려면 거치대를 뒤쪽에 걸어야지."
변속선을 풀어 놓더니 펑크가 난 자전거가 한 대 들어오니 드레일러 교체는 안 하고 펑크 수리를 하느라 내 자전거는 뒷전이다. 조금 기다리려니 아마도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프런트로 가서 튜브 사진을 보여주고 핸드폰 메모장에 700*27C를 적어 보여주며 튜브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다고 한다.
"리위안, 장갑 있어?"
리위안에게 작업용 장갑이 있는지 물으니 라이딩용 장갑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아니, 내가 자전거 고칠게. 장갑을 줘."
작업용 면장갑을 가져다주는 리위안에게 한 번 더 직접 고쳐도 되는지 물어보니 흔쾌하게 그렇게 하라고 한다.
고장 난 드레일러를 제거하고 새 드레일러를 장착하고 있는데 리위안은 타이어를 들고 와서 뭔가를 말하고, 여직원이 튜브를 들고 와서 뭔가를 말하고. 세명이 번갈아가며 와서 묻고 또 묻는다.
28C, 32C 타이어를 가져오는 리위안에게는 펑크가 난 튜브를 보여주며 타이어가 아니라 튜브가 필요하다 알려주고, 23C, 25C, 28C 튜브를 가져오는 여직원에게는 27C가 없으면 25C도 괜찮다고 알려준다.
지하에 있는 창고에서 계속 튜브를 가져오는 여직원에게 웃으며 내려가자고 하니 지하의 창고로 안내를 한다. 매장 전체가 별 볼일 없는 나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어간다.
지하 창고에서는 다른 여직원이 커다란 박스를 뒤적이며 27C 튜브를 찾고 있다.
"메이콴시. 아무거나 줘요."
리위안은 지하로 내려와 자전거 정비 스탠드를 가지고 올라가자며 스탠드를 들고 올라간다.
4년 만에 만져보는 자전거 정비 스탠드를 능숙하게 다루어 드레일러를 장착을 하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변속기 세팅과 브레이크 유격조절을 한다.
"육각렌치 3개와 십자드라이버 그리고 정비 스탠드만 있으면 이렇게 편한데."
매장 내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자전거를 정비하는 나를 구경하고, 리위안은 여전히 사진을 찍어대느라 바쁘다.
자전거 세팅이 끝날 때쯤 정비실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할아버지가 정비실에 있던 물 호스와 커다란 욕조를 가리키며 뭔가를 말한다. 리위안이 중간에서 말을 전달하는 것은 세차도 하라는 말이었다.
"보스!"
뭔가를 말하고 가게를 나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리위안은 보스라며 소개한다. 아마도 매장의 주인인 리위안의 할아버지가 아닌가 싶다.
정비를 마치고 난 후, 심박스의 고객센터를 통해 소진된 데이터의 1G가를 5,000원으로 충전하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해 숙소예약을 한다.
"오늘은 이것으로 됐다. 일찍 쉬고 내일 열심히 달리자."
매장의 벽에 결려있는 동호회의 사진을 보며 여직원에게 동호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지만 소통이 되질 않아 굉장히 어렵다.
한동안 이것저것 애를 쓰다 보니 조금씩 눈치가 생겨 서로의 생각이 조금씩 소통이 되고.
여직원 오른쪽 끝에 서있는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를 보스라고 불렀다. 아마도 리위안의 아빠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클럽이 아니고 매장의 동호회 같은 것인가 보다. 보스에게 허락을 받으면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온라인으로 클럽의 소식을 볼 수가 있어."
자타고의 카페를 보여주며 그들의 라이딩 기념사진과 비슷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비슷하다고 알려준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중국에 와서 함께 라이딩을 하면 좋고, 중국 사람들이 한국에 가서 함께 라이딩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연결을 해보려 해도 중국의 동호회는 온라인 홈페이지가 없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고, 중국에서는 네이버를 볼 수가 없으니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다.
"아쉽네. 서로 교류라도 하면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 것 같은데."
여직원의 매장에 진열된 우수 동호회 트로피들을 보여준다.
"선화? 선화네! 쉬안화 자이언트지점"
정비실 직원에게 공구를 빌려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정중하게 하고.
드레일러와 튜브 263위안을 결제한 후 여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숙소로 이동한다. 리위안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질 않아 여직원에게 위챗 아이디를 알려주고 리위안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한다.
숙소로 가는 길의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 성문이 보인다.
"멋있네."
좀 더 도로를 따라가니 오래된 성벽의 흔적들도 보이고.
오른쪽은 예전의 토성이, 왼쪽은 현대식으로 표현한 벽돌의 성모양이 묘한 느낌을 준다.
넓은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물으니 숙소에서 근무하는 중년의 남자가 나타난다. 이번에도 쾌활한 중년의 남자의 도움으로 숙소 주차장에 자전거를 묶어둔다.
"안전해?"
"걱정 마. 안전하다!"
남자의 도움으로 패니어들을 쉽게 옮기고, 샤워를 하기 위해 들어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콧볼 주위의 얼굴에 기름때가 잔뜩 묻어있어 시커멓게 얼룩덜룩하다. 드레일러를 고치며 때가 묻은 손으로 심하게 불어오는 강풍 속에서 버프와 고글을 올리다 보니 얼굴에 기름때가 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