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7일 / 맑음
예테보리-린도메
핸드폰을 잃어버린 대신 좋은 친구들을 만난 예테보리를 떠나 덴마크를 향해서 출발한다. "헬싱보리로 가자!"
"네. 당연하죠."
"핸드폰은 잃어버렸지만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오늘은 시내를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하자."
"더블 콤보냐?"
일단 유격이 심해진 체인을 두 마디 끊어내어 임시 조치를 하고, 펑크 패치로 튜브를 정비해 보지만 역시나 잘 붙지를 않는다. 스티커형 패치로 다시 정비를 했지만 정비가 되었는지 불확실하다.
"뭐야?"
여행을 위해 새 펌프로 챙겨 왔지만 펌프마저 고장이 나버리고, 펑크가 난 타이어는 공기압이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큰일 났다!"
펑크 정비가 안 된 튜브는 어떻게라도 해볼 수 있지만 바람을 넣을 수 없다면 정말 난감한 문제다.
천천히 말랑거리며 주저앉던 자전거는 쿵스바카를 10km 정도 남기고 더는 갈 수가 없다.
차가워지는 날씨와 함께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펌프를 만져봐도 도저히 답이 없다.
"아, 어떻게 하지?"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에 손을 흔들어도 그냥 지나쳐가고, 몸에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 위기 상황이다. 헬프미!"
"자전거가 고장 났어. 수리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여자는 쿵스바카까지 기차를 타고 가라며 알려주고, 먼저 따듯한 곳에서 몸을 녹이라며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9km 정도의 쿵스바카까지는 기차로 한 정거장이다.
여자는 기차역을 안내해 주고, 기차역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전후 사정을 설명해 준다.
"여기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기차를 타고 쿵스바카로 가면 돼."
"아니.."
나를 카페로 안내한 여자는 길 건너편 자동차 정비소로 가서 도움을 청하겠다며 카페를 나간다.
"와! 땡큐."
"괜찮아. 오늘 이 근처에서 캠핑을 하고 내일 기차를 타고 쿵스바카에 갈게."
여자는 날씨가 춥다며 예테보리 방향에 저렴한 모텔과 쇼핑몰이 있다고 알려준다.
"아, 그 쇼핑몰에 갔었어. 거기에 펌프나 튜브는 없어."
여자가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말하는 동안 카페에 손님들이 들어오고, 한 부부가 자신들의 휴대용 펌프를 주겠다며 말한다.
아이와 함께 나를 도와주던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간다.
"정말 고마워!"
식사를 마친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 펌프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전거 펌프가 아니지만 임시로 바람을 넣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부부는 여행에 대해 행운을 빌어주며 카페를 나간다.
"고마워요!"
중국에서 산 본드를 영혼까지 쥐어짜서 펑크 패치를 붙이고, 스티커형 패치로 보강을 한다.
"제발 끌고 갈 수만 있게 해줘."
튜브와 펌프를 들고 씨름을 하는 동안 카페의 여자는 저녁에 먹으라며 음식을 포장해 준다.
"우와!"
"아니. 하지만 끌고 갈 수는 있을 것 같아."
"굿!"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완전히 어두워졌다. 카페를 나서며 계산을 해야 하는지 묻자 여자는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고 답한다.
"너무너무 고마워!"
"오, 북유럽 추위!"
핀란드에 들어서면서 날씨 외에 여행의 어려움이 없었고, 북유럽의 사람들도 자전거 여행자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람들과 스킨십이 없었다.
가끔씩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기도 했지만 타인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삶은 다르지 않다."
300일이 넘어가는 여행 동안 가장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지만 힘든 느낌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얼어붙은 차가운 잔디 위에 텐트의 치고도 기분이 좋은 하루다.
-10도까지 떨어지는 날씨지만 보온에는 큰 문제가 없다.
언니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인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겨놨다.
"귀여운 녀석, 그렇게 항상 웃어라 이사벨."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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