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0일 / 흐림
쇠데르텔리에-에스킬스투나
어젯밤부터 시작된 안개는 온세상을 뿌옇게 만들어 놓는다. "와, 지독한 안개다."


이동거리
80Km
누적거리
18,947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380시간

 
지독한안개
 
안개숲
 
 
 
 
 
 
 
35Km / 2시간 30분
 
45Km / 3시간 21분
 
쇠데르텔
 
오커스
 
에스킬스
 
 
15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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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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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어, 코로나(1크로나=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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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4시의 저녁보다 자정이 되면 더 밝아지는 하늘이다.

비는 그쳤지만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는다.

"해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지?"

하루가 너무나 짧은 탓에 시간에 대한 압박이 느껴진다.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해가 떨어지니 정말 난감한 계절이다.

"안개, 대단한 안개네."

가시거리가 짧은 안갯속으로 들어간다.

"비가 안 내리는 것으로 감지덕지다."

스웨덴의 시골 풍경은 참 예쁘다.

기회가 있다면 북유럽의 방식으로 집을 짓고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보지 못한 작은 호수들이 스웨덴도 많다.

"갈수록 사진들이 삐딱하네."

작은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갈림길에서 나누어진다.

"음, 더 작은 길을 가 볼까?"

차량들의 소음을 피해 작은 소로를 따라가니 길은 숲을 향해 비포장도로로 변한다.

"비포장.. 안개숲이 유혹을 하는구나."

안개가 내려앉은 숲은 더 고요하고 비밀스러움을 품고 있다.

숲의 갈림길들이 난감하기는 하지만.

싱그러운 소나무 숲은 너무나 깨끗하고 좋다.

조용한 숲속 마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숲 가운데 들어선 예쁜 시골집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간다.

오래된 창고와.

작은 집들.

"정말 멋지다."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작고 예쁜 집의 정원에는 소박한 조명들이 켜지고.

지난 할로윈의 호박들도 놓여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숲속 여행은 아스팔트 도로와 함께 끝이 난다.

"딱, 적당했어!"

숲을 벗어나자 안개는 더 자욱하다.

"무슨 안개가 하루 종일 피어있냐!"

영국이나 유럽이 배경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짙은 안개숲의 풍경이 이해가 된다.

깔끔한 집들이 이어지는 조용한 마을을 지나고, 오늘의 도착지 에스킬스투나까지 17km 정도가 남았다.

"아고, 힘드네."

조금 속도를 내어 도로를 따라가던 중, 내비게이션은 다시 숲으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안내한다.

일몰까지 한 시간의 여유밖에 남지 않아 숲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리저리 구불구불 젖은 흙길을 따라간다.

이상하게 왼쪽 종아리가 불편한 느낌이다. 연일 비를 맞은 컨디션 때문인지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다.

"정말 좋다."

"엠티비를 타고 라이딩을 해도 정말 좋겠다."

러시아 그리고 북유럽의 숲은 정말 보석 같다.

"완전 베스트 캠핑 자린데. 아쉽다."

에스킬스투나 초입의 대형 슈퍼로 들어간다.

슈퍼 입구에 빈 병과 페트병을 수거하고 환불해 주는 기기가 있다.

"굿! 아이디어."

"이건 뭐냐?"

슈퍼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휴대용 포스기로 바코드를 찍는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을 보니 스마트폰 앱과 연동이 된 간편결제 시스템 같다.

물건을 들고 무인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려니 뭔가 시스템이 다르다. 아마도 휴대용 포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결제를 하는 것인가 보다.

정말 편리한 시스템처럼 보이는데, 휴대용 포스기 없이 휴대폰에서 바로 바코드를 인식하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앞으로 밭은 누가 멜까?"

슈퍼를 나오니 역시나 어두워졌다.

"아, 도시에서 저녁은 난감한데."

안전한 나라이지만 캠핑 자리를 정하지 못한 도시, 그리고 도시 어느 곳이든 캠핑을 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다.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슈퍼마켓 주변을 둘러보고, 축구장 갈대숲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오지 마라."

"근데 겨울에 잔디들이 이렇게 좋냐. 부럽네."

푹신푹신한 잔디, 밝은 조명시설이 갖춰진 체육시설이 참 좋다.

"8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각지도 못한 짧은 일조시간에 오슬로로 향하는 길이 길게 느껴진다.

"이 계절 이곳은 차가 아니면 여행이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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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9일 / 흐림
스톡홀름-봇쉬르카-쇠데르텔리에
비오는 스톡홀름은 그마저도 분위기가 있지만 여행자를 힘들게 한다. 스톡홀름을 떠나 노르웨이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생일에는 고기지!"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18,867Km
이동시간
4시간 24분
누적시간
1,374시간

 
생일축하
 
통닭!
 
 
 
 
 
 
 
23Km / 2시간 20분
 
22Km / 2시간 04분
 
스톡홀름
 
봇쉬르카
 
쇠데르텔
 
 
7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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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이다. 일찍 잠에서 깨었지만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에 움직이기가 싫다.

"생일이라.."

이상한 일이지만 생일에 대한 우울함이 있다. 특별히 기억하고 싶지 않고, 특별히 지내고 싶은 날도 아니다.

"막둥이, 맛있는 것 사 먹어라."

언제부터인지 어머니의 생일 안부 메시지마저 사라진 후로 더욱 그렇다. 그녀의 기억과 함께 사라진 나의 생일이다.

무심결에 확인한 카톡에 많은 축하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뭐지?"

짐들을 정리하고 스톡홀름을 떠난다. 더 머물고 싶지만 쉥겐기간의 압박이 느껴진다.

"생일엔 햄버거지."

치킨버거는 버거킹보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보다 KFC가 맛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도 않던 햄버거를 나라별 빅맥지수를 체크하듯 먹고 있다.

"중국의 맛이 가장 독특했고, 몽골의 맛이 최고였어."

핀란드도 그랬지만 스웨덴의 시내길도 너무 복잡하다.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있고, 도로 자체가 거미줄처럼 복잡하니 길을 찾기가 정말 힘들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며 길들을 따라가지만 비가 내리고, 손이 시려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리즈훼이가 짧은 화상통화로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헤이, 리!"

인사를 하자마자 통화가 끊겨버린다. 작은 케익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메시지를 말하다 케익이 쓰러졌나 보다.

"귀여운 녀석!"

여행을 하다 보니 우울한 생일에 축하를 해주는 외국 친구도 생기고, 기분이 묘하다.

복잡한 자전거 도로를 따라간다. 교차로에 들어서면 방향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 오늘은 스톡홀름을 벗어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신발이 젖어든다. 고무장갑으로 해결을 한 손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발이 시려온다.

좌회전, 우회전을 번갈아 가며 외쳐대는 내비게이션은 복잡한 시내에 들어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길이 있어야 우회전을 하지!"

방향감만으로 보이는 길들을 따라가고, 이리저리 헤매지만 어쩔 수 없다.

스톡홀름의 근교 도시 보쉬르카시를 지나며 복잡한 도로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도로변의 버거킹에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축축하게 젖은 발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다.

"스웨덴에는 러시아처럼 값싼 카페가 없을까?"

보쉬르카를 빠져나오고 도로는 심플해졌다.

2시 반, 천천히 일몰이 시작되어 간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이다. 핀란드나 스웨덴의 겨울 풍경은 생각과 달리 짙푸르다. 숲에는 풍성한 침엽수와 소나무, 푸른 이끼류들이 깔려있고, 들녘에는 밀로 보이는 새싹들과 배추과의 작물들이 자라나 있어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쇠데르텔리에에 가까이 온 것 같은데."

핀란드 특히 스웨덴의 도시 지명들은 정말 어렵다. 초행길의 도로에서 내비게이션보다 도로의 이정표를 보며 따라가는 것이 확실한데 지명들이 눈에 안 들어오니 쉽지가 않다.

소도시의 초입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우울해도 생일인데 고기는 먹어야지!"

스웨덴의 우편 시스템은 약간 독특한 것 같다.

큰 슈퍼마켓이지만 음식 코너가 닫혀있어 딱히 살만한 것이 없다.

간식용 빵을 사 들고, 이리저리 매장을 둘러보다 치킨을 발견한다.

"와, 50크로나!"

하나 남은 치킨을 먼저 집어 들려는 남자의 망설임에 간절한 기도의 염원을 보낸다.

"제발, 아저씨!"

남자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집어 든 치킨을 내려놓는다. 싱긋 웃으며 재빠르게 치킨을 집어 든다.

슈퍼를 나오니 어둠이 내려앉았다.

"시내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어두워진 하늘, 어두운 조명의 시내를 빠져나간다.

다행히 시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길은 복잡하지 않다. 물론 여러 차례 헤매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스톡홀름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고, 자전거 도로가 있어 안전한 편이다.

시내를 벗어나 도로변 숲에 자리를 잡는다. 4시 반,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4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비는 멈추고, 짙은 안개가 내려앉기 시작한 조용한 밤이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Happy birthday to me."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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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7일 / 흐림
스톡홀름
조용한 스톡홀름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스톡홀름을 걸으며 시내를 둘러볼 생각이다. "뷔페도 먹자!"


이동거리
9Km
누적거리
18,822Km
이동시간
2시간 41분
누적시간
1,370시간

 
산팩
 
고기뷔페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톡홀름
 
스톡홀름
 
스톡홀름
 
 
29Km
 
 

・국가정보 
스웨덴, 스톡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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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잠들었다. 피곤함이 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날이다.

"9시인데, 이렇게 어둡냐?"

아침을 먹을까 생각하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을 생각으로 밖으로 나간다. 어제보다는 포근한 날씨다.

"일단, 유심카드를 사러 가자."

헬싱키의 올드타운의 골목은 폭이 좁은 편이다.

"돌바닥이 얼면 어떻게 될까?"

스웨덴 궁전의 후면 광장에는 스톡홀름 대성당과 노벨 박물관 등이 모여있다. 이곳의 박물관이나 관광 시설들은 오픈 시간이 모두 11시나 12시 정도다.

숙소로 돌아올 때 다시 둘러볼 생각으로 외부 모습만을 구경하며 지나친다.

"어제부터 시간이 이상한데."

스톡홀름에 도착하여 추위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변경된 느낌이었지만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1시간이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성당의 시계탑은 1시간이 느리다.

"그래서 더 피곤한 것인가?"

스웨덴에서 사용할 크로나 현금을 찾고, 대략 10크로나가 1유로 정도 하는 것 같다.

의회 건물을 지나 스톡홀름의 중심 시가지로 걸어간다.

대형 쇼핑몰들이 몰려있는 거리를 구경하고.

쇼핑몰 지하로 내려간다.

"되게 깔끔하고 조용하네."

이 도시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딜 가든 쾌적한 느낌이다.

핀란드에서 사용했던 텔리아 매장으로 갔지만 이상하게 유심 카드가 보이질 않는다. 다른 손님의 상담이 길어져 그냥 검색을 해두었던 Tele2 매장을 찾아간다.

텔레2 매장에서 유심카드를 사고 싶다고 하니 여직원의 영어가 너무 빠르다.

"천천히, 쉽게 말해줘요."

여행자인지를 묻고는 뒤편에 있는 노란 간판의 편의점으로 가서 유심카드를 사라고 알려준다.

"프레스뷔란? 런?"

편의점의 남자는 영어가 더 빠르고, 너무나 친절한 나머지 설명이 너무 길다. Comviq 유심을 보여주고, 데이터를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뭐라는 거야? 이거 말고 3심은 없어?"

유럽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영국의 쓰리심을 사고 싶은데, 편의점에는 재고가 없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인터넷만 쓸 거야. 패키지 요금이 어떻게..?"

기가 단위의 요금표를 모니터로 보여주는데 엄청 비싸다. 노르웨이를 거쳐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와야 하는 경로이니 넉넉하게 15기가를 구매한다. 유심카드 45크로나, 데이터 255크로나다.

유심카드를 해결하면 뭔가가 뿌듯하다.

유심을 교체하고 *110*코드#를 누르고 활성화를 시킨다.

"아, 코드번호 엄청 길다."

인터넷을 개통하고 핸드폰의 시계를 보니 시간이 변경된 것이 맞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며칠 사이에 두 시간이 변경된 탓에 몸이 더 피곤했던 모양이다.

"헬싱키랑 한 시간, 영국이랑 한 시간."

한 시간이 생겼는데, 그로 인해 박물관들의 오픈 시간이 더 늦어진다.

"어, 한 시간 동안 어딜 가야 하나."

왕의 정원을 산책하며 걸어가고.

공원에 설치된 스케이트장, 스케이트를 못 타는 것이 아쉽다.

스톡홀름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들이 많다.

The Hallwyl Museum, 아주 오래된 저택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12시 오픈이네."

11시에 오픈을 하는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으로 걸어간다.

"스톡홀름은 이런 구조구나."

이틀 동안 시내를 돌아다니니 시내의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국립박물관 앞에는 개장을 기다리는 연세가 많은 스웨덴 어르신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박물관으로 들어간다. 3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에는 시대별 조각품들과 미술품들 그리고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편안하고 흥미로운 시간이다.

한 시간 정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온다.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갈까, 그냥 산책을 하고 고저택을 둘러볼까."

자연스레 항구의 모습에 이끌려 산책을 하고.

"스톡홀름의 대표 사진들의 구도가 여기군!"

항구 건너편으로 스톡홀름 궁전과 대성당의 모습이 보이는 올드타운의 전경이다.

핀란드의 헬싱키에 비해 좀 더 매력이 있는 항구 도시다.

"근데 이곳은 왜 바다 냄새가 안 나지?"

이상한 일이지만 바닷가나 항구에서 느낄 수 있는 짠냄새나 비릿한 냄새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마치 바다가 아닌 강변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다시, 고저택을 보기 위해 길을 되돌아간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익숙하고 좋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전거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달리 선진국이 아니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이 닫힌 고저택의 두꺼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에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로 맞이해주는 중년의 남성이 있고, 기념품을 파는 공간에서 노란 스티커를 건네준다.

"무료 관람이에요."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많은 초상화가 걸려있는 2층으로 올라간다.

"귀족의 저택이란 이런 느낌이란 말이지."

약간은 어두운 실내 분위기, 갈색의 목재로 구성된 인테리어들이다.

저택의 일부만이 공개되어 있지만 화려한 내부 모습은 사치스러울 정도다.

"양초를 켜던 시대의 조도 정도 되는가?"

편안하기도 하지만 묵직한 어둠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화려하니 더 어둡게 느껴진다."

벽에 걸린 많은 초상화의 주인공보다 그들을 위해 일을 하였을 하인이나 노예들의 모습과 삶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참 부질없다."

3층에는 침실과 대리석 욕조의 샤워실.

그리고 두 칸으로 나눠진 좌식 화장실도 있다.

지하실에 하인들이 머물던 공간이 있을까 싶어 내려갔지만 아무것도 없다.

커다란 석조 건물의 전체가 고저택이었을 테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방들과 공간이 있을 것이다.

"몇 사람의 사치스러운 삶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했을까?"

점심을 먹기 위해 뷔페식당으로 향한다. 빵 쪼가리만 집어도 쉽게 만원이 넘어가는 물가, 차라리 조금 더 비싸더라도 양껏 배를 채울 것이다.

카운터를 향해서 걸어가는 나를 직원이 부른다.

"점심 먹을 거야. 뷔페!"

120크로나의 점심 가격, 남자는 입구에 설치된 결제 스크린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좋고 편한데, 이러면 일은 누가 하냐고!"

쌀쌀맞은 계산원을 만날 때마다 불쾌하기는 하지만 인공지능 같은 시스템은 법을 가리는 판사나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 같은 곳에만 사용되면 좋겠다 싶다.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가감 없이 판단하는 시스템 정도, 특히나 우리나라의 법과 질서를 관리하는 공공 집단에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사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법전을 잘 외우고 해석하는 능력만이 필요하다면 컴퓨터가 훨씬 효율적이고 이성적이겠지 싶다.

"일을 누가 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노동을 나눠서 하고, 필요한 만큼의 댓가를 가져가면 행복하지."

중국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초밥은 가장 기본적인 구성만 되어있고.

"고기다!"

샐러드 코너에는 김치까지 있다.

"자, 시작!"

초밥은 밥, 중식요리는 고기반찬 그리고 김치까지, 한 시간 반 동안 느긋하게 배를 채워간다.

"너무 비이성적인가? 알게 뭐야! 배고픈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게 접시에 음식들을 담고, 대화와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침묵 속에서 바쁜 젓가락질만이 계속된다.

"으어, 잘 먹었다. 근데 아쉽다! 내일 한 번 더!"

점심을 먹고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다. 야경을 보려던 계획은 틀린 것 같다.

"이런 신발이 있으면 좋을 텐데. 얼마냐?"

2,000크로나가 넘는 어그 부츠다.

"참 의미 없네! 많이 양보해서 2만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엽서를 사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다.

노벨 박물관을 보기 위해 다시 스톡홀름 대성당으로 간다.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스톡홀름 궁전의 후문 출구로 들어가니 내부가 웅장하다.

"오, 궁전!"

"지적 호기심을.."

무료인 줄 알았던 노벨 박물관은 160크로나의 입장료가 있다.

"그럼, 됐고!"

노벨 박물관의 광장 주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에서 보면 예쁘기는 한데."

"왜 건물들을 다닥다닥 붙여서 지었을까?"

"햇볕도 귀한 동네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단한 자연을 갖은 북유럽의 풍경을 생각하면 중세 시대에도, 근대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도시의 삶은 똑같이 각박했을 것 같다.

"이 빛이 없었을 땐 정말 어둡고 차가운 골목이었겠다."

엽서를 사기 위해 골목의 선물가게들을 다 들어가 보고.

커다란 관광엽서 두 장을 사 들고.

삐삐의 노란 엽서를 어렵게 찾아냈다.

"스웨덴은 바이킹보다 삐삐지!"

나른하고 피곤하다.

"하루 더 쉴까?"

내일 아침 날씨를 보고 결정해야겠다. 비를 맞으며 라이딩을 시작하고 싶지가 않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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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6일 / 흐림
스톡홀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입국하자마자 나라의 수도에 도착한 기분은 공짜로 무언가를 얻은 것처럼 생소하다. "스톡홀름, 너를 보여줘!"


이동거리
20Km
누적거리
18,822Km
이동시간
5시간 00분
누적시간
1,370시간

 
도착!
 
칼요한스거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톡홀름
 
스톡홀름
 
스톡홀름
 
 
2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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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가 되기 전, 세 개의 알람을 모두 패스하고 겨우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샤워를 하는 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간다.

"뭐지? 모닝콜도 아니고. 설마 스톡홀름에 도착한 지 꽤 지난 건가?"

부랴부랴 물건들을 정리하고 화물칸으로 내려간다. 어수선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걱정을 덜고, 화물칸의 차량들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뭐지? 정말 모닝콜인가?"

자전거에 짐들을 장착하고 배가 정박하기를 기다린다. 화물차들의 운전자들도 하나둘 시동을 켜고 입항 준비를 한다.

어두운 새벽으로 스웨덴의 모습이 천천히 나타난다.

출항을 할 때처럼 흰색 승합차를 따라 첫 번째로 배를 빠져나온다.

몸을 파고드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느껴진다.

"으, 여기도 추워!"

우선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여객선 터미널로 되돌아간다. 하얀 새벽 눈이 스웨덴의 입국을 맞아준다.

터미널의 와이파이로 스톡홀름 중심지와 경로를 파악하고, 숙소를 검색하니 헬싱키보다는 인간적이다. 다인실 게스트하우스의 가격은 대략 2만원 정도다.

"일단 맥도날드로 가서 와이파이도 쓰고, 아침도 해결하자."

구글맵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스톡홀름의 시내로 출발한다.

뭔가 복잡한 도로의 구조, 경로를 벗어났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새로운 경로를 잡지 못하는 구글맵 때문에 잠시 헤맨다.

"아, 인터넷이 없지. 맵스미로 가자."

맵스미는 쓸데없이 언덕 공원길들을 가로지르고, 미끄러운 언덕길에 자전거를 끌고 가며 애를 먹는다.

"아주 너, 진짜! 멀쩡한 길 놔두고 이럴 거야."

스톡홀름의 자전거 도로는 인도와 함께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고 길을 헤매는 수고스러움은 사라진다.

"진짜 춥네!"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으며 몸을 녹이고, 부킹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한다. 스톡홀름의 올드타운에 위치한 호스텔이다.

숙소를 찾을 때 저렴한 가격보다 자전거 보관과 젖은 텐트를 말릴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유럽의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좁은 편이라 늘 걱정이다.

"스톡홀름에 유명한 곳이 어딘가?"

3시에 체크인이 되는 숙소, 오후까지 시간을 보내며 시내를 구경할 생각이다.

"일단 구시가지로 가기 전, 노르딕 박물관으로 가 볼까."

대략적인 이동 경로를 결정하고 시내로 들어간다.

예쁜 항구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스톡홀름을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한다던데 베네치아를 아직 안 가봐서 모르겠다.

"다 베네치아래. 한국에 베네치아 엄청 많지. 통영, 여수!"

내년 베네치아에 가면 꼭 그런지 확인을 해볼 것이다.

웅장한 석조 건물의 노르딕 박물관이 나타나고, 때맞춰 눈도 함께 내린다.

이른 아침도 아닌데, 개장 시간이 너무 늦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10크로나면 몇 유로야?

길을 가는 남자에게 10크로나가 몇 유로인지 물으니 환율 어플을 쓰더니 1유로라고 말해준다.

"바사 박물관에 왔니?"

"바사? 모르는데!"

잔돈을 털어 1유로를 넣으니 문이 열린다. 유로 화장실은 생각보다 너무 지저분하다.

"의외네."

자전거 조향이 많이 흔들린다 싶어 패니어를 떼고 확인하니 렉의 측면을 고정시키는 볼트가 사라졌다.

"뭔가 어설픈 트렉이다."

하단의 볼트를 풀어 렉을 고정하고, 아무래도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어디 한 군데가 말썽이 나지 싶다.

멋진 배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를 구경하고.

젊은 남자가 말했던 바사 박물관에 들렀지만 입장료가 비싸서 그냥 포기한다. 배와 관련된 박물관이지 싶다.

노르딕 박물관의 외부를 둘러보고.

"멋진데, 오픈 시간 기다리다가 얼어 죽겠다."

"패쓰!"

스톡홀름은 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인데, 마치 큰 강변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저기가 구시가지인가?"

눈이 멈추고 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되게 조용하네."

거리에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 관광객의 모습이 많지만 조용한 느낌이다.

"확실히 세련된 느낌인데."

고풍스러운 러시아의 도시보다 세련된 느낌이고 소란스럽지가 않다.

"여기가 어디쯤이냐."

펼쳐진 도시의 풍경과 구글맵을 번갈아 보느라 바쁘고, 장갑을 벗을 때마다 손이 시려서 싫다.

"여기는 바다가 정원이네."

명품샵들이 들어선 거리는 연말의 시즌이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다.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어떻게 견디지?"

왕의 정원 한가운데 스케이트장이 설치되어 있다.

"영화 속 낭만적인 장면이라도 연출하라는 건가?"

멋진 분수대는 개점휴업 중이고, 신기한 것은 버드나무처럼 나뭇가지가 길게 늘어진 무성하고 푸른 나무다.

"아니 겨울철에도 싱싱한 나무가 있나?"

공원 측면의 오래된 교회에서 조용한 종소리를 울려 퍼진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대부분 청동상이다.

"왕이었소?"

오래된 교회는 큰 인기가 없나 보다.

교회 측면 입구의 대리석 장식과 두꺼운 문이 인상적이다.

스웨덴 궁전 앞의 교차로에서 핸드폰 매장을 먼저 찾아갔지만 대형 쇼핑몰 내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를 두고 내일 와야겠다.

다리를 넘어 스웨덴 궁전이 있는 올드타운으로 건너간다. 강이나 작은 수로의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바닷물이 흘러드는 스톡홀름의 수로는 역동적이어서 시원한 느낌이다.

스웨덴 의회를 지나.

의회 건물의 뒤편을 돌아 올드타운의 측면으로 돌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을 하면 도시의 여러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숙소가 있는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멋진 석조건물들은 아니지만 파스텔톤의 건물들과 좁은 돌바닥의 골목길이 인상적이다.

리가나 탈린에 비하면 골목길은 제법 고른 편이고.

골목길의 구조도 복잡하지는 않다.

숙소 옆의 교회가 보인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숙소의 골목길.

"이 동네는 사진을 세로로 찍어야 하네."

"아, 이제 1시인데 두 시간을 어디서 보내냐?"

새벽부터 찬바람과 눈을 맞은 탓에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커피숍? 맥도날드?"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지만 이왕이면 출출함도 달랠 생각으로 맥도날드를 찾아간다. 한국 식당을 찾아가려 했지만 너무 멀다.

"맥도날드 없었으면 어쩔 뻔."

시내의 번화가의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3시 정도에 숙소로 되돌아온다.

"이 길 참 마음에 든다."

"자전거 보관이 힘들겠네."

숙소로 들어간다.

"오, 엘리베이터!"

영화에서나 봤던 예전 방식의 엘리베이터 다.

깨끗하고, 친절한 미소의 호스텔이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슈퍼마켓을 찾아간다.

자전거는 기둥에 묶어두고 잘 쓰지 않던 U자형 자물쇠까지 채워놨다.

올드타운의 거리는 작은 카페들과 선물가게들이 전부라 특별한 것은 없다. 촛불이 놓인 작은 테이블의 식당들이 너무나 분위가 좋다.

"혼자 있으니 이런 건 그렇네."

유럽의 도시들은 혼자서 걷기엔 충분히 좋지만, 혼자서 밥을 먹기엔 너무나 가혹한 분위기다.

검색했던 슈퍼마켓의 건너편에 버거킹이 있고, 눈에 띄게 좁은 골목길이 나온다.

일단 지하철 부근의 큰 슈퍼마켓으로 가서 빵과 잼을 사 들었다. 이곳에는 계란도 비싸다.

다시 비가 내리고, 돌아오는 길에 버거킹에 들러 햄버거로 출출함을 채운다.

"하루에 삼 버거라니."

선물 가게에 들러서 구경을 하지만 특별한 아이템은 발견하지 못했다.

"스웨덴에 누가 유명하지?"

스웨덴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일단 노벨, 사랑스러운 잉그리드 버그만, 신념의 팔메 총리, 박세리보다는 소렌스탐, 상남자 즐라탄, 매력적인 레베카 퍼거슨.. 그레타 툰베리? 뭐니 뭐니 해도 스웨덴에는 아바가 있지."

그리고 어린 시절 너무나 사랑했던 말괄량이 소녀.

"스웨덴에는 삐삐가 있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3일 / 흐림
에푸스-사우콜라
당황스러운 폴란드의 겨울 날씨, 3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날씨는 하루의 이동 거리를 짧게 만들어 놓는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676Km
이동시간
4시간 05분
누적시간
1,352시간

 
110도로
 
110도로
 
 
 
 
 
 
 
20Km / 1시간 50분
 
36Km / 2시간 15분
 
에푸스
 
베이콜라
 
사우콜라
 
 
286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정말 기나긴 밤이다."

8시가 되었지만 아침 하늘은 아직 어둡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세상은 더 하얗게 변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추운 것은 좀 덜하다. 짧아진 하루를 생각하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을 해야 하지만 침낭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다.

아희가 챙겨준 빵과 호스텔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아침을 한다. 어제 배불리 먹은 초밥 덕분인가 보다.

9시 반, 투르쿠를 향해 출발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데, 그 모습이 궁금하다.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에푸스 초입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굿모닝을 알리지 못한 아침이라 화장실도 급하고, 일찍 배를 채워야겠다.

비싼 김치버거 대신 저렴한 치킨버거를 주문한다.

"역시 치킨버거가 최고야!"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눈길을 따라간다. 에푸스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도 사라지고, 투르쿠로 향하는 110번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조심스레 나를 피해 가거나 속도를 줄여 지나치지만 가끔씩 화물차량들이 눈이 녹은 흙탕물을 끼얹으며 지나쳐간다.

"멋지게 꽃무늬를 그려주셨군!"

다시 마을을 지나치며 자전거 도로를 찾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자전거 도로는 끝이 난다.

작은 오르 내리막이 반복되는 110번 도로, 녹은 눈이 쌓여있는 갓길은 미끄러울 것 같아 지나가기가 어렵다. 매너가 좋은 핀란드 운전자들을 믿고 차선의 반을 차지하고 도로를 이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가끔씩 흙탕물이 날아들지만 어쩔 수 없는 도로의 환경이고, 대부분 너무나 매너가 좋은 운전자들이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핀란드도 피할 수 없는 그래피티 낙서들이다.

1시, 작은 교차로에서 마주친 차량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커피가 필요한지를 묻는다.

"예!"

따라오라며 앞장을 서던 승용차는 도로변 사잇길로 들어간다. 안전한 공간에서 커피를 건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도로변 숲속에 있는 집으로 오르는 낮은 오르막에서 미끄러운 신발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갈 수가 없다.

남자의 도움으로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올라가고.

숲의 안쪽에 위치한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은 숲속의 집이다. 아내의 부모님을 모시고, 두 명의 남자아이를 둔 태요(Teijo)의 가족이다.

숲의 곳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들이 놓여있고, 집의 내부에도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어수선하지만 정감 있는 풍경이다.

두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준다. 거실의 벽에는 많은 아이들의 사진들이 차례대로 붙어있다.

"사촌들의 아이들, 어머니는 일곱 명의 자식이 있어."

"와, 다복하시네."

어머니께서 빵과 커피를 준비하시는 동안 태요의 부부와 여행에 대해 대화를 하고, 인스타그램의 여행 사진들도 보여준다.

집에서 만든 수제 빵인데 쫀득한 것이 독특하고 맛이 좋다. 이름을 알려줘도 핀란드의 지명과 단어들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다.

세 살의 둘째, 수줍음이 많은 여섯 살의 첫째는 엄마를 닮았고, 개구진 둘째는 태요를 닮았다.

파란 눈, 너무나 예쁜 눈이다. 파란 핀란드가 아이의 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하하하, 아이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다.

"핀란드의 삶은 이렇구나. 참 편안한 나라다."

태요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며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버린다. 다음에 와서 사우나를 해보라는 어머니의 농담과 함께 가족들과 헤어진다.

숲과 같은 마당의 한켠에는 채소나 야채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고.

채소를 기르는 작은 온실 하우스도 있다.

태요는 그래픽디자인 같은 것을 하는 작가인데, 틈틈이 무언가를 만드나 보다.

"그림만 그리는 금손이 아니네. 정말 재미있게 사는구나."

북유럽 국가 중 첫 번째 나라 핀란드에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여유롭다."

"3시가 넘었네. 곧 해가 지겠다."

태요의 가족과 함께한 시간 때문인지 이유 모를 여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하다.

"천천히 가지 뭐."

야영을 생각했던 호숫가에 도착하고 GPS를 확인하니 겨우 40km를 이동했다.

"부지런히 달렸는데, 너무 적네."

조금 더 길을 이어간다.

투르쿠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4시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온다. 야영지를 찾는 사이 마을이 나오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마을을 지나쳐야겠다."

슈퍼에 잠시 들린다.

핀란드의 자동문은 옆으로 열리지 않고 바깥쪽으로 열린다.

"바나나도 비싸네."

조리된 고기도 없고, 맥주는 3천원이 넘어 살 수가 없다. 빵과 바나나를 집어 들고.

"이걸 어떻게 쓰나? 숫자가 있나?"

과일을 올려놓고 과일의 번호를 누르니 가격표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에 텐트를 펼친다. 5시, 완전히 어두워진 저녁이다.

저녁 시간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어져 괜찮지만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조금 추운 것이 더 낫겠다 싶다.

100km의 투르쿠까지 이틀에 나눠서 갈 생각이다.

"눈 때문에 하루가 딜레이 됐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2일 / 눈
헬싱키-에푸스
헬싱키의 휴식을 끝내고 스웨덴으로 향한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키 라이딩이 시작되는가?"


이동거리
20Km
누적거리
18,620Km
이동시간
5시간 19분
누적시간
1,347시간

 
스시뷔페
 
유심카드
 
 
 
 
 
 
 
15Km / 4시간 10분
 
05Km / 1시간 09분
 
헬싱키
 
레파바라
 
에푸스
 
 
230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여행경보 
-
・언어/통화 
핀란드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텔레2, 1기가/2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58-40-903-1021

 
자정이 넘도록 아희와 대화를 하고, 유럽의 경로를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피곤하게 잠이 깬 8시,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다.

"올 것이 오는구나."

눈이 내리는 날에도 핀란드의 사람들은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하루의 일정을 생각한다.

"일단 짐들을 정리하고, 조식으로 나오는 샌드위치를 포장하고,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아희가 추천한 스시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유심카드를 산 다음 투르쿠로 떠난다."

여전히 눈은 계속해서 내린다.

어제보다 한산한 조식 타임이다. 아마도 10시가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몰려나올 것 같다.

일단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커피와 함께 하나는 아침의 출출함을 달래고, 두 개는 포장을 한다.

비싼 숙박료에 대한 반항으로 마음껏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가 마무리되는 사이 로비에서 아희를 마주친다.

"이제 가시는 거예요?"

아희는 감기약 세 정을 건네준다.

체크아웃을 하고 저녁에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아희는 짐을 숙소에 보관하고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보다. 그녀의 두 손에는 빈 캔과 물병이 들려있다.

"뭔데 어제부터 계속 마시는 거야?"

"아니요. 이거 반납하면 15센트 환불해 줘요."

"오, 큰 봉지 하나 달고 빈 캔들 모으면서 다녀야겠다."

체크아웃을 하고 지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을 장착하는 동안 키가 큰 남자가 자전거를 보더니 말을 걸어온다.

어제 보았던 자전거 여행자인데, 자전거를 슈퍼 앞 가로등에 묶어둔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자전거 보관 추가요금이 싫어서 밖에 두었나 싶었고, 슈퍼 옆에 놓인 자전거 거치대에 앞바퀴만 남은 것들이 보여 핀란드도 자전거 도난이 많은가 싶기도 했었다.

폴란드 자전거 여행자 라이언, 발트해 3국을 거쳐 페리를 타고 헬싱키로 왔다고 한다. 영어가 유창한 아희가 있으니 편하다.

"패니어에 담아 가고 싶네."

폴란드에 가면 라이언에게 연락을 하겠다며 왓츠앱을 연결하고, 아희는 라이언에게 스시 뷔페를 소개한다.

"알 럽 스시."

라이안과 만남으로 출발 시간이 늦어지고, 아희와 라이언과 인사를 전하고 출발을 한다.

"씨유 베를린, 씨유 폴란드."

숙소 근처의 우체국에 들러 엽서를 보내고.

어제 만난 여직원이 친절하게 엽서를 보내준다.

눈이 내린 도로는 미끄러워 조심조심 페달을 밟아간다.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던 라이언이 작은 언덕 아래에 서있다.

"내리막에서 넘어졌어."

허리가 아픈지 라이언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라이언의 타이어를 보니 트레드가 없는 민무늬 타이어이다.

"조심하지. 천천히, 천천히."

스시 뷔페로 가기 위해 앞장을 섰지만 라이언은 따라오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는 건가?"

수줍은 페달링으로 천천히 시내로 들어서고, 길을 지나치던 할아버지는 스파이크 타이어가 필요하다며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마지막 여행지 캐나다나 알래스카라면 모를까 이곳에서 스파이크 타이어는 그냥 짐이다.

"대충 여기 어딘데?"

"찾았다!"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 처음 봐요?"

작은 식당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작!"

잠시 후 라이언이 식당으로 들어온다.

"괜찮아?"

라이언은 여전히 허리가 좋지 않은가 보다.

"키가 커도 문제군."

197cm라는 라이언은 건장한 몸이라 더욱 커 보인다. 라이언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이어가고, 복잡한 대화에 커뮤니케이션 안되니 조금 당황한다.

"괜찮아. 너도 월터처럼 곧 익숙해질 거야."

두 시간 정도 초밥을 먹고 든든해진 배를 두드린다.

"벌써 2시네."

"응, 곧 해가질 거야."

라이언과 폴란드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럼, 가 볼까!"

눈이 쌓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유심카드를 사기 위해 헬싱키 근교의 대형 쇼핑몰을 찾아간다.

작은 공원을 지나고 복잡해진 자전거 도로를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고,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었을 뿐인데 어두워지냐?"

공원에서 만난 남자는 쇼핑몰의 위치를 보더니 길을 안내해 준다.

복잡한 시내길을 그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지날 수 있었다.

"앤틱, 고마워!"

기차역과 연결되는 대형 쇼핑몰의 텔리아 매장으로 들어간다.

아주 친절하고 유쾌한 남자 직원의 도움으로 즐겁게 데이터 상품을 안내받는다.

핀란드의 ID 카드가 있는지 묻더니 없다고 하자 두 종류의 상품을 알려준다. 1달과 1주일 사용할 수 유심카드는 호스텔에서 판매하던 유심카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핀란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3~4일 정도밖에 못쓰지만 어쩔 수 없다.

"인터넷 언리밋?"

"예."

인터넷을 개통하고 슈퍼에 들러 빵과 음료수를 사고.

대형 쇼핑몰 지하로 연결되는 공간에 잘 갖춰진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다.

4시가 되어가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갈수록 해가 짧아지는 이상한 나라다.

자전거 도로는 흙길로 변하더니.

공사 구간으로 바뀐다.

"겨우 4신데."

눈이 쌓인 길이라 라이딩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도로변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펼친다.

"든든하게 초밥을 먹었는데, 힘쓸 일이 없네."

"그나저나 이 기나긴 밤을 어쩌란 말이냐!"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조용하게 눈이 내린다.

텐트에 쌓인 눈들을 털어내고.

"밤 하늘이 참 오묘하다. 오로라가 펼쳐지면 정말 좋을 텐데."

140km 투르쿠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짧아지는 일조시간과 날씨, 쉥겐기간을 생각하면 투르크에서 스톡홀름으로 건너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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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81일 / 맑음
헬싱키
헬싱키의 중심에서 특별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루를 편히 쉬며 비와 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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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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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0Km
이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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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정비
 
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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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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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늦게 뜨니 잠이 깨는 시간도 느려진다. 해가 정말 짧은 이상한 나라 핀란드다.

"오늘도 추워!"

"이게 아침 식사군."

샌드위치 하나를 만들어 먹는 사이 어젯밤 잠깐 보았던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여자는 진학에 대한 상담을 위해 헬싱키로 건너온 모양이다. 아주 밝은 느낌을 갖은 여자 아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만나게 되는 웃는 얼굴의 사람들, 나의 삶과 성격의 대착점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미소를 보면 생경함과 함께 강한 호기심이 일어난다. 온갖 고민과 상처의 시간들이 비껴나간 듯한 웃는 얼굴의 사람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고, 그 웃음을 사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눈물보다 나로 인해 사라져가는 그녀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 힘든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깔끔한데, 좀 더 지저분하게 써야지."

두 개의 손잡이가 모두 부러지고 지퍼가 열린 텐트를 어렵게 정비하고.

여자아이는 신라면과 누룽지를 선물해 주었다.

기능을 하지 않는 브레이크를 정비하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간다.

"잘 있군!"

앞뒤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고.

"완전히 마모됐군."

뒷쪽 브레이크의 속선이 녹이 슬어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면 겉선과 속선을 교체해야겠다.

앞 바퀴의 허브도 유격이 발생했고, 크랭크와 저단 스프라켓의 마모도 심하고, 앞뒤 렉들은 부러졌고, 변속기들의 케이블과 드레일러들도 텐션이 떨어져 변속이 원활하지 않다.

"비비도 흔들리는데, 전체적으로 상태가 엉망이네."

자전거 브레이크를 정비하고 유심 카드와 엽서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근처에 우체국에서 엽서를 사고.

"관광 엽서보다 이번에는 북유럽의 동화 같은 컨셉으로."

역시나 엽서도 비싸고, 우표도 비싸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하다.

핀란드의 통신사 Telia 매장은 찾지 못하고 맥도날드로 간다.

"고기가 없으면 아쉬운 대로 너라도."

김치버거 세트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온다. 일일 교통카드를 사서 시내를 둘러볼까 고민도 했지만 춥다.

"추워서 싫다!"

"유럽에 가면 모두 것에 가격표가 붙어있다더니."

저녁으로 남은 계란을 모두 해치우고.

"빵! 빵! 빵!"

자료를 정리하고 유럽의 경로를 다시 계획하며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월터를 만나려니 시간과 경로가 모두 어려워진다.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보내고 싶지 않은데."

밖으로 나오니 체크아웃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여자아이가 컵라면의 나무젓가락을 건네준다.

"사우나 했어요?"

핀란드의 사우나와 함께 멋진 하루를 보낸 듯한 웃는 얼굴의 김아희,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대화들을 오랫동안 이어간다.

"20대, 왜 보석처럼 빛나는 그 시간들은 모두가 혼란스럽고 알 수 없는 삶의 고민들로 힘이 들까."

현재의 결론은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 해답이 없는 문제에 몰두하느라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현재의 삶이 나의 것이 되도록 진심을 다하면 그만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요!"

이토록 쉬운 대답이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혹은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타인의 시선을 투영시키는 것은 자기모순이나 자기부정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러니까..."


우리는 단지 살아갈 뿐이다. 자신의 현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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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80일 / 맑음
쿨로-헬싱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향한다. 북유럽의 도시들은 어떤 분위기와 느낌일지 궁금하다.


이동거리
47Km
누적거리
18,600Km
이동시간
4시간 43분
누적시간
1,342시간

 
170도로
 
170도로
 
 
 
 
 
 
 
20Km / 1시간 20분
 
27Km / 2시간 23분
 
쿨로
 
오스터
 
헬싱키
 
 
2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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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서리와 함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이른 저녁 잠든 탓에 11시가 되기 전 잠이 깨고,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하는 빈 공백의 시간을 마주한다.

간간이 지나치던 차량의 소음마저 사라지고 차가운 바람 소리만이 들려오는 밤이다.

"이런 시간에 깨어날 줄 알았다."

노트북을 꺼내어 다운로드해 놓았던 영화들을 뒤적거린다.

"어벤져스나 마저 볼까."

무례한 무언가가 파고들 시간의 공백을 지워낸다. 영화를 보고 텐트 밖으로 나가려니 역시나 지퍼가 얼어붙어 꼼짝을 하지 않는다.

두어 차례 지퍼를 올리려 시도하다 툭하고 지퍼의 손잡이가 끊어지고 만다.

"아니, 별로 힘도 안 줬는데."

기어나가듯 텐트 밖으로 나가 소변을 보고, 다시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 온다.

"에쉬, 텐트도 망가지기 시작하네."

새벽이 되어 다시 여분의 단잠에 빠져든다.

40km 정도가 남은 헬싱키, 아침을 거르고 바로 출발을 준비한다.

짐들을 정리하고 바깥쪽의 손잡이를 당겨 지퍼를 올려보려 하니 이번에는 손잡이 고리가 끊겨나간다.

"명품과 짝퉁의 차이랄까. 사소한 것부터 차이가 나는가 보다."

어쨌든 난감해진 텐트의 문제지만 지금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텐트와 씨름을 하느라 10시가 되어서야 헬싱키로 향한다. 찬바람에 손과 발이 시려온다.

"신발을 바꾸던가, 경로를 바꾸던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천천히 속도를 높여가고.

헬싱키의 경계를 지나친다.

"헬싱키는 어떤 모습이려나?"

역시 기름값도 콧대가 세다."

겨울철의 추위 때문인지, 도난의 문제인지 공공건물처럼 보이는 곳의 자전거 보관대가 건물 안쪽에 잘 마련되어 있다. 어느 쪽이든 자전거 관련 인프라는 너무나 좋은 핀란드이다.

헬싱키의 시 외곽에 이르러 반가운 맥도날드의 로고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침도 먹을 겸 와이파이도 필요해서 고민 없이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김치세트?"

햄버거 세트 상품의 이름에 왜 김치가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반가운 마음에 '김치버거'를 외쳤더니 종업원이 버거만을 주문받는다.

"저기 프렌치프라이, 코크도!"

"뭔데, 8.95유로나 하냐?"

제법 맛이 좋은 햄버거지만 아침을 거른 탓에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

"콜라 리필도 안 되고, 아! 이러다 죽겠다."

와이파이로 숙소를 검색하니 어제 보아두었던 숙소의 가격이 64유로로 올라있다.

"뭐냐. 이 금액이면 중국의 좋은 주점의 맛있는 조식포함 가격이잖아!"

오후가 되면 가격이 떨어질까 싶어 예약을 하지 않고 시내로 출발을 한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헬싱키의 풍경 그리고 인도와 함께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계속된다.

여러 방향으로 나누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찾는 생소하지만 차량들의 양보와 운전 스타일도 좋고 꽤나 편하다.

핀란드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헬싱키의 첫인상은 핀란드라는 나라의 느낌처럼 깔끔하다.

마치 정리정돈이 잘 된 친구의 방처럼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이다.

"난 러시아 타입인가 보네."

헬싱키 대학을 지나 헬싱키 대성당 앞에서 헬싱키 입성을 외친다.

"아, 춥다."

"성당이 박물관처럼 생겼네. 근데 첨탑이 없냐?"

"여기가 아니잖아!"

한 블럭을 더 들어가니 작은 광장이 나오고 높은 계단 위로 헬싱키 대성당의 모습이 나타난다.

소수의 중국 관광객들이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성당의 모습도 핀란드스럽다."

"하여튼 왔다!"

"알렉산더 2세? 내가 러시아의 알렉산더들을 좀 알지! 푸시킨의 알렉산더!"

구시가지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다.

헬싱키 항구가 보이고.

"저기 건너편에 탈린이 있을 텐데. 참 멀리 돌아왔네."

종소리를 울리며 트램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헬싱키의 중심 시가지.

선물가게에 들러 냉장고 자석을 하나 산다. 수제 귀걸이 같은 것을 열심히 설명하는 주인에게 작은 냉장고 자석만을 흔들어 보이니 김이 빠진 목소리로 6유로를 말한다.

"라트비아 물가의 3배는 넘겠다."

머릿속에 추운 날씨와 높은 물가 생각뿐이다.

이상한 생각이지만 너무나 깔끔한 핀란드 시내를 보니 괜스레 불량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뭔가 흩트려 놓고 싶다."

산책을 하듯 걸으면 좋을 것 같은 도시지만 너무 추워서 귀찮아진다.

시내의 청동 조각상들이 인상적이다.

유명 패션 브랜드 샵들이 들어선 시가지를 지나며 프리 와이파이를 잡아보지만 쉽지가 않고.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숙소를 찾아간다.

추운 날씨에도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숙소의 방향을 따라 사람들을 따라간다.

"겨울의 핀란드라니, 계절이 아쉽다."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비롯해서 핀란드까지 건널목에서의 운전 매너들은 정말 부럽고 좋다. 신호등의 유무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정차를 해서 기다려주는 문화는 본받을만하다.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았다. 호스텔의 와이파이로 예약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전혀 저렴하지 않은 저렴한 호스텔이군!"

이틀을 보내는데 42유로의 호스텔 숙박료는 너무나 가혹하다.

꽤나 넓은 호스텔에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의 보관을 물어보니 매뉴얼북 같은 것을 꺼내어 살피고 일일 4유로의 추가요금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어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추가 요금을 내고, 지하 주차장에 자전거를 보관한다. 특별한 보관 장소도 아닌데 추가 요금을 받는다는 것이 조금은 야박하게 느껴진다.

가장 안쪽의 아늑한 침대라 편하고 좋다.

"어떻게 하면 비싼 숙박료가 아쉽지 않을까?"

왠지 샤워를 열 번 정도 하거나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무한으로 해치우고 싶다.

일단 슈퍼로 내려가 이틀 동안 먹을 음식을 구매한다.

빵, 계란, 석류잼을 사는데 만원의 금액이다.

"가늘게 떨리는 손떨림은 추위 탓이겠지."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얼어붙은 텐트와 젖은 것들을 모두 말린다.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도 추위처럼 얼어붙고.

"그냥 푹 쉬자! 아무것도 안 할 거야!"

특별한 매력이나 관광지가 없는 곳처럼 느껴지는 도시 헬싱키, 편하게 쉬는 것이 특별한 것 같다.

유럽의 경로를 결정하느라 밤늦게까지 구글맵과 씨름을 한다. 쉥겐기간을 아껴서 유럽의 도시들에서 보낼 시간의 여유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슬란드, 오로라... 아!"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기표는 저렴하지만 수화물 비용이 너무나 비싸다. 자전거를 놓고 아이슬란드로 가려니 쉥겐기간의 압박이 느껴지고, 경로를 잡기가 너무 힘들다.

"몰라. 내일 생각하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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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9일 / 맑음
코트카-쿨로
비와 추위, 핀란드의 겨울이 시작된 느낌이다. "북유럽의 겨울을 얼마나 추우려나?"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553Km
이동시간
7시간 00분
누적시간
1,337시간

 
E18도로
 
E18도로
 
 
 
 
 
 
 
48Km / 3시간 00분
 
49Km / 4시간 00분
 
코트카
 
로비사
 
쿨로
 
 
163Km
 
 

・국가정보 
핀란드, 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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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추위, 러시아를 지나며 비에 젖었던 모든 것들이 얼어붙었다.

"콤비네이션을 맞았네."

얼어붙은 텐트의 지퍼가 열리지 않는다. 새벽에 깨어 먹었던 빵과 라면 때문에 아침은 생략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닌데 찬공기의 바람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추위다.

"벌써 이러면 어쩌라는 거냐?"

가까운 대형 쇼핑몰에 들러 문화인답게 굿모닝을 알리고, 핸드폰 매장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신발을 파는 매장을 둘러보지만 10만원대의 가격에 흠칫 놀라고.

"유로가 아니고 핀란드 화폐가 따로 있는가?"

아침부터 사람들이 카드게임 같은 게임 한다.

"핀란드 로또나 사 볼까?"

필요한 것을 아무것도 구하지 못했지만 따듯한 실내에 들어와 있으니 나가기가 싫어진다.

맵스미를 켜고 경로를 확인한 후 초겨울 핀란드의 차가움 속으로 들어간다.

"헬싱키 130km, 추운데 한 번에 가버릴까."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교차로에서 길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늦지 않게 도로를 확인하여 되돌아오는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30분 넘게 시간을 소비했다.

"안 되겠다. 거리를 좀 줄이자."

E18 메인도로를 이용해서 빠르게 거리를 줄여놓을 생각이다. 170번 도로도 헬싱키까지 거리는 비슷하지만 작은 언덕들이 이어져서 속도가 느리고 힘들다.

E18 메인 도로는 고속도로처럼 보이지만 혹시나 재제를 당하면 그때 빠져나오면 될 것 같다.

넓은 갓길을 타고 빠르게 달려간다.

"정말 너 보기가 힘들었다."

30km를 줄이고.

도로변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핀란드의 주차장 휴게소는 도로변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아늑하게 마련되어 있다.

"남다르네."

30km를 더 줄이고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다.

헬싱키까지 70km의 거리, 조금 천천히 소도로를 따라 여유롭게 이동할 생각이다.

"1시니까, 3시간 정도 달릴 수 있겠네."

헬싱키 30km 부근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조용한 소도를 따라간다.

"자전거가 엉망이 돼가는구나."

작은 시골의 집들도 마당의 잔디를 예쁘게도 깎아놓았다.

요란한 잡소리를 울려대는 자전거 체인에 오일링을 하고.

작은 마을과 숲길들을 지나치며 달려간다.

"정말 공기가 좋다. 깨끗해지는 느낌이야."

헬싱키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소도시 포르보에 도착하여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아니, 왜 고기가 없는 거야!"

대형 슈퍼마켓에 먹을만한 고기도 없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에 먹을 수도 없다. 조촐한 식료품 몇 개에 만원의 가격이 나온다.

"당분간 고기 구경은 못하겠네. 슬프다."

유럽의 높은 물가는 예상했지만 북유럽의 핀란드에서 입이 쩍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햄버거 가게의 와이파이로 헬싱키의 호스텔을 검색하다 쩍 벌어진 입에서 비명소리가 난다.

"뭐야? 이 숫자들은. 50, 60유로!"

이틀 숙박을 하는데 다인실 게스트하우스의 비용이 중국의 주점보다 비싸다.

"와, 하룻밤에 50만원짜리 방도 있네."

유로의 화폐단위가 맞는지 다시 확인을 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해보고 부킹닷컴을 닫았다.

"고기도, 저렴한 숙소도 없다. 미인도, 귀여운 러시아 할머니도 없다. 최악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친절하고, 조용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자연과 환상의 오로라가 있더라도 이곳은 나에게 지옥과 다를 바 없다.

갑자기 마음이 시려온다. 춥다.

도로변에 핸드폰 매장은 보이질 않고, 추운 날씨와 천천히 저물어가는 저녁 시간이 모든 것을 귀찮게 만든다.

"3시만 넘으면 저녁이구나."

작은 강변을 따라 들어선 주택들의 풍경이 너무나 예쁘다.

헬싱키에 조금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도시를 빠져나오는 도로의 건너편에 맥도날드가 보인다.

"왜? 그쪽에 있는 거냐! 왜!"

"하루 종일 빵만 먹었다고."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놓인 길을 따라가는 동안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겨우 4시인데, 춥고 배고프고, 인터넷도 안되는 기나긴 밤에 무엇을 해야 하나?"

헬싱키 40km의 이정표를 지나고.

석양빛이 남아있는 시간,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내외피를 분리해 놓은 텐트의 외피는 오래된 미라처럼 그대로 얼어있다.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한기가 밀려오기 전에 침낭을 끌어당겨 몸을 파묻는다.

축축한 느낌의 침낭이지만 이내 온기가 느껴지니 좋다.

"대체 12월의 북유럽은 어떻다는 거지?"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이럴 땐 자는 것이 최고지만 6시도 안 된 시간의 취침은 왠지 불안하다.

"하지만 딱히 그것밖에.. 아, 두툼한 샤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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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8일 / 맑음
러시아 토르패노브카-핀란드 코트카
길었던 러시아의 여행이 끝나고 북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로 이어지는 북유럽의 여행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18,456Km
이동시간
5시간 51분
누적시간
1,330시간

 
가자!핀란드
 
170도로
 
 
 
 
 
 
 
46Km / 3시간 40분
 
20Km / 2시간 11분
 
패트로노
 
히미나
 
코트카
 
 
6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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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하지만 좋은 아침이다. 차가운 바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된 피곤함이 푹 잠든 덕에 조금씩 가벼워진다.

"좋아, 핀란드로 가자."

어제 안네가 싸준 음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국경 검문소로 향한다. 9시가 넘어가며 국경을 넘어가려는 차량들이 길게 정차되어 있다.

"자전거는 그냥 일 순위."

90일간의 러시아 여행이 끝났다.

"고맙다. 러시아."

검문소에서 간단히 여권만을 검사하고, 심사 사무실로 들어간다.

"오늘은 제발 쿨하게 넘어가자."

이곳에서도 사증 추가 페이지로 인해 10분 정도 대기해야 했지만 문제없이 출국 스템프가 찍혔다. 러시아 국경에서는 유독 사증 추가 페이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면세점을 잠시 구경했지만 온통 주류들뿐이다.

심사 사무실을 나와 길게 도로가 이어지고.

러시아의 구경을 넘는다.

여행의 일곱 번째 나라 핀란드의 국경을 넘는다.

"SUOMI? 핀란드어인가?"

핀란드의 첫 번째 문장들이 보이고, 왠지 라트비아의 멋진 문장들과는 달리 유아스럽다.

국경 사무실로 향하는 차량들의 긴 대기줄을 지나.

심사 사무실로 들어간다. 러시아와 달리 깔끔한 내부 심사실이지만 뭔가 분위기가 딱딱하다.

생각해 보면 라트비아의 국경만큼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

"맑고 깨끗한 핀란드 맞어? 뭐가 이렇게 딱딱해!"

러시아 사람들을 심사할 때보다 부드러워진 심사관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바로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며 인사를 한다.

간단하게 짐 검사를 하던 중년의 남자는 자신도 자전거를 탄다며 핀란드에 대해 짧은 설명을 해주며 짐 검사를 패스한다.

"핀란드는 추워서 도로가 얼어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춥긴 춥네."

이상한 일이지만 핀란드를 넘어오자 맑은 하늘로 바뀐다. 계속되던 비와 회색 구름이 사라지고 겨울날의 맑은 하늘이 펼쳐진다.

"러시아가 이상한 거야?"

어쨌든 핀란드의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그리고 한층 차가워진 공기가 느껴진다.

국경 사무실을 빠져나와 헬싱키로 향한다. 회전 교차로의 이정표는 180km 정도의 거리를 알리며 길이 갈라진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E18 도로는 고속도로인 것처럼 보인다.

"고속도로인가?"

잠시 E18 메인 도로를 따라갈지 고민을 하다 거리상 별 차이가 없는 작은 국도를 따라가기로 결정한다.

"천천히 가자. 마을들도 구경하고."

핀란드로 넘어오자 버스 정류장도 아담하니 좋다. 뭔가 세련되고 깔끔하다.

도로변으로 펼쳐지는 핀란드의 시골 풍경은 라트비아와 비슷하다.

도로는 조용하고 편하다. 핀란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하다.

작은 도로는 E18 도로와 다시 만나지만, 작은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시끄러운 메인 도로보다 조용한 도로가 마음에 든다.

첫 번째 소도시 히미나가 가까워지며 도로 측면으로 자전거 도로가 도로와 완전히 분리되어 이어진다.

"오, 핀란드!"

자전거 도로를 따라 히미나로 들어선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조용하다.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교차로와 다리를 넘는 동안에도 자전거 도로는 도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갈래로 나뉘며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도로변의 숲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도로를 따라 이어지기도 하며 계속된다.

"어디까지 이어질까?"

가끔씩 교차로를 지나며 자전거 도로의 방향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번갈아 가며 길을 따라가고, 오늘의 목적지인 코트카에 다가선다.

"길 참 좋다."

4시가 가까워지며 붉은 석양이 내려앉는다.

"아, 시간?"

역시나 핀란드를 넘어서며 한 시간이 늦어졌다.

"4시가 넘어가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구나."

"색이 곱다."

사람들은 그 나라의 자연과 환경을 닮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느낌의 석양을 감상하며 핀란드의 첫 번째 도시 코트카로 향한다.

핀란드의 운전자들은 너무나 편안하게 운전을 한다. 차가 없는 도로에서도 과속을 하지 않고 아주 적당한 속도로 운전을 하고, 추월을 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도 볼 수가 없다.

"유심 카드를 사야 하는데."

도로변의 와이파이를 잡아 핸드폰 매장을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고, 비슷한 간판도 찾기가 어렵다.

"일단 포기, 저녁부터 해결하자."

대형 슈퍼마켓을 검색하고 찾아간다.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구성의 슈퍼마켓이다.

"라트비아가 유독 먹거리가 좋았구나."

빵과 맥주를 고르는데 가격이 이상하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숫자의 가격표들이다.

"뭐냐?"

아주 조촐한 장을 보고 나오니 푸른빛 저녁의 하늘이다.

"난감하네. 시내에서 야영지도 결정 안 했는데."

5시도 안돼서 해가 떨어지고 어두워지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부실한 저녁거리에 햄버거라도 사 먹을까 생각했지만 가격표의 숫자들이 너무나 도도하다.

"뭐야? 이 동네!"

테이블에 앉아 와이파이만을 이용하며 야영을 할 장소를 찾는다.

근처 공원에서 캠핑을 할 생각으로 이동을 한다.

사이클을 타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남자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캠핑을 할 수 있는지 묻자 핀란드는 어디서나 캠핑을 할 수 있고, 조용하고 안전하다고 한다.

"그래, 핀린드네."

가려고 했던 공원은 조명 시설이 없어 깊숙이 들어갈 수 없다. 추워서 패니어에 들어있는 라이트를 꺼내는 것도 귀찮고, 대형 쇼핑몰의 주변 잔디밭에 텐트를 펼친다.

"여긴 핀란드잖아! 숨을 필요가 있나?"

핀란드, 참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나라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참 좋네. 근데 춥긴 춥네!"

이제 핀란드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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