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일 / 비 ・ 2도

안후이성 치먼현

아침까지 멈추지 않는 비, 마음에 드는 빈관과 음식에 10여일간 연속되던 라이딩을 멈추고 하루를 휴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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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당을 찾아서
여행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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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먼현
신흥빈관
치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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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0-8531-0700/+86-186-1173-0089

 

여지없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아침이다. 


"매일처럼 비가 오나요?" 


빈관의 아주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다고 답을 한다.


"망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리고 싶지 않다. 황산에서 쌓인 피로를 핑계하며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하고 숙소를 연장한다.


"저게 다 이유가 있었어!"


해외토픽에서 보았던 중국의 웃기고 이상한 오토바이들이 왜 그런지 이해가 된다. 중국인들의 이상한 감각의 문제이겠지만 안개비처럼 추적추적 습하게 내리는 비가 우산을 쓰기에도, 우비를 입기에도 어정쩡한 면이 있다.


"자전거에 우산을 달아야 하는가."



밀린 자료들을 정리하며 오전의 시간을 보낸다.



출출함이 찾아드는 오후의 시간, 치먼현에 있는 한국 식당을 검색하고 산책 겸 찾아가 본다.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우산을 빌리고.



비가 내리는 거리를 걸어간다.



식당까지 2km 정도의 거리라 길을 걸으며 중국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보려 했지만 그냥 지나가 버린다.

 


두 개의 다리를 건너고.




도착한 한국 식당은 닫혀있다. 


"언제나 여지 없구나."



다시 빈관으로 되돌아 간다.


"볼수록 탐이 나네."



"춘절 연휴인데 은행은 근무를 하나?"



"따거. 전기 오토바이 



빈관 옆의 식당은 빈관에서 함께 운영을 하는 모양이다. 커다란 민물 생선 같은 것이 궁금하여 주문을 하고.



소스와 생선의 맛은 제법 좋았지만 잔가시들이 많은 물고기라 가시들을 고르느라 꽤나 귀찮다.



난방기 앞에 걸어둔 옷과 신발들은 뽀송하게 말라있다. 


"그나저나 이 비를 어쩐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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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일 / 비온 뒤 맑음 ・ 2도 

상하이 푸동 상위안 호텔

비가 내리는 상하이, 여행 출발의 긴장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과 어제 푸동 공항의 방황으로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내리는 비를 탓하며 핑계 삼아 하루를 더 상위안 호텔에서 스테이 하기로 하였다.

이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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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시간


자전거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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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간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불 밖이 위험하여 나가기 싫은 그런 날씨다. 


"비도 오고 하니 하루 더 머물러야겠다."


호텔 입구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는 어제의 그대로 자물쇠가 걸린 채 놓여있고 다행히 처마 밑이라 비에 젖지는 않았다. 


"It's raining. I'll stay one more day." 


어제의 친절한 직원이 알아듣고 방을 청소해줘야 하는지 묻는다. 


"부쓰"


숙박비를 결제하고 방으로 돌아와 정리해 둔 패니어들을 모두 들고 나오자 직원이 의아한 듯 쳐다본다. 1일의 숙박을 더 연장하고 갑자기 짐들을 챙겨 나오니 그럴 수밖에. 


"Test! Not check out."

 


우선 공항에서 정신없이 조립했던 자전거들을 정비한다. 헤드셋을 풀어 핸들의 각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 캘리퍼의 유격을 맞추고, 안장과 짐받이들의 볼트들을 다시 한 번 조인다. 휠셋의 큐알 레버들을 풀어 다시 조이고 뒷변속기에 무리가 가지 않았는지 변속을 해본다.


패니어를 걸지 않고 테스트 주행을 해보니 다행히 변속기는 이상이 없다. 짐을 분배하여 무게를 나눈 패니어들을 걸고 다시 호텔의 주차장과 호텔 앞 도로를 주행한다. 자전거의 흔들거림은 많이 줄어들었고 전체적으로 묵직함이 느껴지지만 주행을 하기에 문제없어 보인다.


"됐다. 짐을 조금 더 넣어도 되겠는데."  



"진작 알았으면 어제 그렇게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시험 주행을 마치고 주차장에 놓여있는 픽업용 콜밴을 바라보며 애꿎은 차량의 타이어를 발로 툭 찬다.


12시 무렵, 비는 멈췄지만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고 있다. 옷가지들을 챙겨 입고 주변의 근거리를 돌아보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동네의 길마다 갖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고 그 앞으로 사람 모양의 얼굴들이 그려진 돌들이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근처에 지질공원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 별 관심이 없다. 



차가운 바람에 못 이겨 20여 분의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다. 평균 기온이 서울보다 8~10도 정도 높다지만 꽤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호텔에 돌아와 휴대용 버너의 연료인 휘발유를 사기 위해 직원에게 요청을 한다. 빨간색 MSR 연료통을 보여주며 휘발류가 필요하다고 하니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汽油?"


"가솔린, 화이트 가솔린을 사고 싶어."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의 직원, 중국의 포털인 바이두에 접속하여 MSR 버너의 페이지를 보여주며 白汽油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92호, 95호 등의 숫자들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필요한지 묻는다.


"화이트 가솔린, 白汽油!"


답답해하던 직원은 중국에는 기름의 종류가 많다며 콜밴의 기사가 오면 물어보겠다고 한다. 


"중국은 기름에 숫자를 붙여서 부르는구나."


오후 3시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나를 직원이 부른다. 


"중국은 휘발유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못한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살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알았다고 답한다.


프런트 앞 의자에 앉아 휘발유를 살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하는 동안 한 노년의 남자가 나와 영어로 발 마사지를 하고 싶다며 택시를 불러달라 요청을 한다. 짧은 영어 이외에 대화가 되지 않는 직원과 한참을 실랑이를 하던 남자에게서는 취객의 모습들이 보인다.


중국인 특유의 몸짓으로 영어를 사용하던 남자는 답답했던지 경상도 억양이 들어간 한국말을 중간에 내뱉고, 직원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음을 보인다.


"한국인이세요?" 


남자는 깜짝 놀란듯 반가워하며 자기 방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한다. 


"오랜만에 한국어를 해서 좋다. 내 방에 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자신의 방으로 가자는 남자에게 점심을 먹지 않은 터라 식사를 하러 가야 하니 밥을 먹고 놀러 가겠다하며 일단 자리를 피한다. 



"워 커이 츠마?"


외진 동네라 변변한 식당은 없다. 어제의 슈퍼 옆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벽에 붙은 메뉴 사진 중 돼지고기가 들어간 것을 골라 달라고 한다.


어두운 가게, 여전히 물같은 것은 주지 않는다. 10분 정도 지나자 접시에 돼지고기와 고추를 볶은 메뉴가 나오고 대접에 주걱만한 숟가락과 함께 밥이 담겨 나온다. 


"젓가락도 없이 어떻게 먹으라는 거지."


테이블 위에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술잔, 밥그릇, 숟가락 그리고 젓가락을 가리키자 사용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포장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포장지를 뜯어 밥그릇과 숫가락을 꺼내어 사용한다. 비닐 포장만 되어있을 뿐 깨끗해 보이지도 새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요리는 제법 입맛에 맞았고 고추의 식감도 꽤 좋다. 단지 고추와 고기의 비율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은 얇은 마음. 


"역시, 고기가 진리지."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 하자 28원을 달라고 한다다. 왜?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식사 때 사용한 포장이 된 젓가락과 수저의 비용으로 4원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네. 어째 뜯을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어."


나름 입맛에 맞는 괜찮은 요리였으니 됐다 싶어 계산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발 마사지를 가겠다던 남자는 아직도 직원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를 바라보던 직원이 'Crazy'를 외치며 난감하다는 듯 구원의 손길을 바라며 웃는다.


"저랑 선생님 방에 놀러 가시지요." 


남자를 데리고 가니 직원은 고맙다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방에 들어가자 테이블 밑에 고량주로 보이는 술 한 병이 이미 비워진 상태고, 남자는 한국식으로 방바닥에 앉아 이야기하자며 캐리어에서 중국술 한 병을 더 꺼낸다. 컵에 한 모금 정도 술을 따라 마시고 중국에서 25년을 살았다는 남자와 20분 정도 대화를 한다.


"내일 자전거를 타야 해서 이제는 가봐야 할 것 같다요."


남자는 건강하게 여행하라며 300위안을 꺼내어 준다.



숙소의 매점에서 여행 중 사용할 라이터를 4개 구매해서 패니어 마다 하나씩 넣어둔다. 그리고 어제 버리려고 빼놓았던 책과 핫팩 등 조금 더 담을 수 있는 것들을 골라 리어 패니어에 채워 넣으니 버리는 짐들은 소소한 몇 가지뿐이다.



조금 출출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중국쌀은 배가 금방 꺼지나 보다. 어제 보아두었던 숙소 앞 노점상에서 무엇을 파는지 궁금하다.



부침개 같은 것과 소시지를 파는 노점상이다.



노란색 계란 부침처럼 보이는 것을 가리키며 얼마냐고 묻자 뒤쪽의 꼬치 같은 것을 가리키며 뭐라 중국어로 빠르게 말한다. 도저히 느낌으로도 알 수 없는 난해함이다.



어쩔 수 없이 만만한 소시지를 하나 달라고 하여 먹는 동안 중국 청년이 노점상으로 와서 주문을 한다. 


"모르면 따라 하면 되지."



유심히 노점상 아주머니와 중국 청년의 행동을 관찰하니, 부침개처럼 생긴 것을 고르고 소시지와 뒤쪽의 부속 내용물을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된 소시지를 잘게 자르고 부속물들에 3가지 정도의 소스를 첨가하여 볶은 뒤 부침개에 말아서 준다. 


"오호, 부침개 케밥!" 



중국 청년이 가고 난 뒤, 그와 똑같이 손가락으로 주문을 한다. 부속물들과 소스를 넣을 것인지의 질문에 모두 OK! 


부침개 케밥을 받고 얼마인지를 묻자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됐다는 듯 웃으며 두 검지로 열 십자를 그린다. 


"10위안!"  



부침개를 하나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어제부터 나를 시험에 들게 만들던 숙소의 방문이다. 


"신고 들어가라는 걸까 아니면 벗고 들어가라는 걸까." 


오후에 남자의 방에 놀러갔을 때 남자는 거침없이 방안으로 신발을 신고 들어갔었다.


"뭐, 진짜 어색하지만 벗고 들어가자."



부침개 케밥은 딱 우리의 부침개처럼 밀가루와 기름냄새가 난다. 문제는 부속물에 함께 첨가했던 소스들인데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감자와 야채 그리고 소시지가 잘게 썰어 들어간 부침개 맛이다. 속에 넣었던 소스는 뒤끝을 약간 매콤하게 만들어 입맛에 딱 좋다. 


"어호, 이거 맛있네!"



부침개를 먹으며 구글과 네이버 그리고 티스토리를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VPN을 알아본다.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 그리고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서비스들을 접속 차단하고 있다. 또 우리 역시 중국으로부터의 해킹 등을 막기 위해 중국 아이피의 접속을 일부 서비스에서 차단하고 있다.


네이버의 메인 서비스는 접속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 하였지만 블로그, 카페, 티스토리는 아예 접속이 돼질 않는다. 단기 여행이라면 며칠쯤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어쩌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로그의 제목들만 볼 수 있는 네이버를 검색하여 차단된 접속 아이피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본다. 가장 편한 것은 VPN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한국 서버에 접속하여 한국 아이피를 부여받은 뒤 해당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무료 VPN 앱들이 있지만 대부분 일정 기간(1~7일)에 한해 사용할 수 있고 무료 서버들은 접속량이 많은 것인지 속도가 느리거나 접속이 돼질 않는다.



중국 여행 전 VPN 앱들을 여러 개 다운받아 왔지만 결국은 돈을 내고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라는 말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무선인터넷의 DNA 서버 주소를 바꾸어 1.1.1.1로 고정시키는 방법이 있다. 쉽게 TCP/IPv4의 설정을 기본 설정 DNS 서버(P): 1.1.1.1 / 보조 DNS 서버(A): 1.0.0.1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좋은 방법이지만 접속이 안정적이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은 것 같다.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80일 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VPN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겠다 싶다. 


"중국, 여러 가지로 어려운 나라다." 


여러 업체 중 판다VPN(pandavpn.co.kr)을 선택하고 1일 무료체험 서비스를 신청한다.


위챗으로 아이디와 비번을 부여받고 어렵지 않게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VPN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팅들을 하고 테스트. 접속도 원활하고 막혀있던 구글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들로 오픈된다.


"됐어. 그냥 마음 편하게 이걸로 쓰자."


1개월 핸드폰과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14,000원, 무료체험이 끝나는 내일 정식 서비스를 결제해야겠다. 


온라인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소식을 전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으니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Tip1. 중국여행의 필수 어플 : 고덕지도 or 바이두지도, 맵스미, VPN, 구글번역기 되시겠다. 

Tip2. "님아! 그 비닐을 함부러 까지마오" 중국 식당에서 비닐 포장된 식기류는 요금이 별도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일 / 맑음 ・ 10도

인천공항-상하이 푸동

마지막 날까지 정리가 되지 않은 짐들과 감정들, 끝내 잠들지 못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감정과 감정의 뒤섞임들이 메스꺼운 울렁거림을 만들어 놓는다.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이제부터 모든 것들이 생소한 처음의 경험들일 것이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8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73시간


아시아나항공
콜밴택시
810Km / 2시간 10분
12Km / 15분
인천공항
푸동공항
샹위안
 
 
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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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


그저 의미 없는 온라인 서핑에서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20대 중반 여자아이의 홈페이지로 흘러들어 갔다. 검색했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멍한 손길로 링크와 링크를 타고 이어지던 무미한 일상의 킬링타임이었다.


여자아이의 바람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고대하다 : 몹시 기다리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대한 싱거움 또는 소멸될 상상의 부재가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함은 때론 상상의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람 하였다.


여행 : 떠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삶을 향해 홀로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와야 할 이유 같은 것이 있을까. 두렵고 슬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다. 두렵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긴 밤을 보낸다. 더는 잠이 오질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던 불확실성의 불쾌함 속으로 걸어들어 간다.



머릿속이 멍한 상태에서 약속한 7시가 가까워진다. 부랴부랴 짐들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한다. 무언가 대단히 중요한 무언가를 빠뜨리고 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마저 버리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남겨두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일까."



8시가 조금 넘어 공항에 도착한다. 쿵! 하고 마음속 깊이 박혀있던 무언가가 감정의 바닥을 내리친다. 8개월 전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끝내 말하지 못한는 것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다.


"이렇게 힘이 없는 여행자가 또 있을까."



항공사의 티켓팅 장소에서 4개의 패니어들을 커다란 하나의 가방에 담아 수화물 가방을 만들고, 전자기기들의 배터리와 중요 소지품 그리고 노트북을 작은 패니어에 담아 기내 휴대용 가방을 만든다.



너무나 무거운 짐들, 추가 요금이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짐을 덜어내야 한다면 최악일 것이다.



자전거 박스의 무게를 재던 직원이 놀라며 말한다. 


"박스에 자전거만 들어있는 것이 맞아요?" "아니요. 몇 가지 더 집어넣었어요."


23Kg 무게 제한을 채우고 추가요금이 부과될 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그리고 자전거의 완충제 대용으로 은박 돗자리와 침낭 깔판 같은 것을 넣어 두었다.


여행용 자전거를 기본적으로 무겁게 만들어진다. 크로몰리 바디와 무거운 휠셋 그리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하고 일반적인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형 트렉 5100 자전거는 기계식 브레이크 버전으로 생산되어 스펙상에는 15Kg 정도로 나와있지만 18Kg 정도 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23Kg을 훌쩍 넘어 버린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 항공사는 아시아나 그러므로 우리에겐 만능 치트키 같은 '유도리'라는 융통성이 있다.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 이번에는 23Kg으로 처리해 드릴게요."


처음부터 이렇게 해 줄 것이라 능글맞게 예상했지만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든다.



다음은 패니어 4개를 한 묶음으로 만든 수화물 가방을 올려놓으니 미안함마저 들게 만드는 민망한 무게 43Kg이 딱! 


"어. 잠시만. 23+43에 기내용 가방이 노트북까지 8Kg은 족히 나갈 건데. 왜 이렇게 무거워졌지?"


80,000원의 추가 요금이 나온다. 아마도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면 짐을 덜어내야 했을 것이다.



자전거 박스의 별도의 대형 수화물로 맡겨야 한다. 대형 수화물 창구에 가서 검사를 맡기고 환전을 하기 위해 옆쪽에 위치한 신한은행 창구에 들린다.


환전을 위해 체크카드를 건네자 이체한도가 부족하다고 안내한다. 해외에서 카드 분실을 대비해 일일 사용한도를 책정해 놓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계좌이체로 환전을 마치고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환전을 하는 동안 수화물 창구의 직원이 수화물 중 본드가 있어 빼내야 한다고 안내한다. 펑크패치의 절대 강자 돼지표 오공본드를 버려야 한다니 난감한다. 휴대용 펑크패치에 들어있는 튜브식 작은 본드가 2개 정도 더 있지만 그것으로 얼마를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여행 중 본드를 구매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다.



일단 본드만을 빼내는 작은 출혈만으로 무사히 수화물은 통과한다. 수화물과 환전을 마치고 중국에서 사용할 유심칩을 찾기 위해 미리 구매해둔 심박스의 공항 배포처를 찾아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유심을 바로 구매하여 사용하려 했지만 한 가지라도 번거로운 일을 줄이고 싶어, 여러 유심 중 30일 4G 제공 후 기간과 사용량을 충전할 수 있는 차이나 유니콤 유심칩을 공항수령의 방식으로 미리 주문해 두었다.


심박스에서 주문한 유심칩은 공항에서 수령하면 되고, 수령처는 공항 지하 1층에 위치한 KTX 일반열차 게이트 옆 트레블스토어다.


"지하 1층이면 한 칸만 내려가면 되네?" 


"여기 3층이야!"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탄 기억이 없는데 3층이라니 당황스럽다.



1층에 내려가 공항 밖으로 나간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트레블스토어 박스,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었으나 지하 1층 KTX 게이트로 오라는 답변을 계속한다.


"공항을 등지고 KTX 게이트가 어디에 있는데요?" 


여전히 지하 1층 KTX 게이트로 오라는 답변만을 한다. KTX 게이트가 어디 있는지 묻는데 KTX 게이트로 오라는 답변이 정상적인 것인지 약간 짜증이 난다.


어렵게 KTX 출구를 찾아 지하 1층의 게이트 옆 트레블 스토어에서 유심침을 받아들고 공항으로 서둘러 되돌아간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급하고 정신이 없다.


11시 출발 여정에 왜 8시까지 공항에 가야 하는지 그제서야 알 것 같다. 


"그렇구나!"



공항 3층으로 돌아오니 9시 40여 분이 된다. 탑승시간이 10시 20분이니 조금 쉬었으면 했지만 해외여행을 해보지 못한 여행 초보자의 헛된 바람이다. 출국심사를 하는 시간 같은 것이 머릿속에 있을 리 없다.


"이제 탑승해야 해."


머릿속이 컴컴해진다. 시간이 정지된 듯 무언가를 생각해 내야 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말도 떠오르질 않는다. 그저 '이건 아닌데. 아니잖아.'만을 반복적으로 되뇔 뿐이다.


아프다. 어떤 것인지 모르겠고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아리고 아프다.



공항에서 분주했던 정신에 주머니 속 두 개의 라이터를 버리는 것을 깜박한 것 외에 기내 휴대품으로 가져간 가방은 아무런 문제 없이 출국심사를 통과한다. 라이터 한 개는 휴대 가방에 들어있으니 두 개는 버려야 한다.


출국심사 바로 직전 휴대전화가 울린다. 


"신한은행인데요. 고객님 환전 시 계좌이체하셨는데 제가 카드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출국 게이트 알려주시면 제가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깊은 한숨과 탄식이 절로 새어 나온다.


10시가 되어 출국심사를 끝내고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고 게이트 앞에서 체크카드를 건네받는다. 입맛이 없었지만 김밥 한 줄을 욱여넣고 길게 담배 한 모금을 태운다.


"멘탈을 정리해야 해. 정신 차리자."


탑승 시간까지 10여 분이 남아있어 해외 로밍을 신청한다. 한중일 패스 상품 5일/2G/25,000원. 유심칩이 불량일 경우를 대비해야 했고 5일 정도의 시간이면 그 기간에 발생할 돌발 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능력이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해외 로밍을 신청하고 SKT를 해지하기 위해 114에 전화를 건다. 


"해외에 장기여행을 가게 돼서 전화를 해지 하고 싶어요. 해외 로밍이 끝나는 4일 후에 해지를 해주세요."


대리점을 직접 방문하여야 해지를 해준다는 답변과 함께 불가피한 경우이니 필요서류를 보내주면 해지를 시켜주겠다 한다. 그런데 설 연휴에 업무를 하지 않아 7일이나 1일에 해지를 한다고 한다. 


"아.. 아까운 이틀의 로밍 비용."


비행기가 이륙하고 잠시 잠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다. 출입국 신고서를 받아 작성하다 보니 출국 신고서에 내용들을 적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피곤하다."


입국 신고서는 이름과 여권번호, 비자번호, 비자발급지, 입국항공기편, 숙소주소, 여행목적 등을 간단히 영문으로 적어내면 되는 간단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고기 덮밥과 빵이 기내식이 나온다. 너무나 맛있게 식사를 하는 옆 좌석의 여자를 보며 조금 우습다 생각한다. 입맛이 없어 손이 가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채워 넣고 빵은 비상식으로 패니어에 담아 놓는다.



한국과 상하이는 1시간의 시차가 있어 10시 5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12시 정도에 상하이 푸동공항에 착륙한다. 흐리고 비가 내리는 상하이 공항, 우중충한 날씨만큼 기분 또한 그러하다.


사람들을 따라 입국장으로 들어서자 외국인과 중국인을 분리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입국 심사대로 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같은 곳에 손가락들을 올려놓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지문 채취가 있다는 기내방송이 생각난다. 먼저 여권을 스캔하면 안내 언어가 한국어로 바뀌고 검지를 제외한 4개의 손가락을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그리고 양쪽의 엄지를 모아 한 번 이렇게 스캐너에 찍으면 된다.



지문 채취가 끝나면 OK 표시된 종이가 프린트된다. 


"끝인가? 되게 싱겁네."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따라 이동하니 검사대 같은 곳에 정체되어 대기하고 있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는 척, 심드렁한 표정으로 줄을 따라간다. 


"잡지도 부르지도 말아라. 제발 부르지 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는데 검사관이 나를 사이드로 불러낸다. 


"젠장, 부르지 말라니까"


여권을 요구하고 항공권을 달라 요구하더니 갑자기 꼬챙이를 들고 혓바닥 밑으로 넣으라고 한다. 그제서야 체온을 재는 검사대라는 것을 깨닫는다. 수하물의 무게를 줄이려고 동계 복장을 완벽하게 갖추고 검사대까지 오는 긴 거리를 무거운 패니어를 들고 걸어온 터라 땀이 나고 더웠다.


온도계를 확인한 검사원이 어디가 아프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하며 조성모의 노래 다짐 안무처럼 방풍 자켓의 앞섬을 시니컬하게 펄럭였더니 'OK!'를 한다. 상하이 날씨는 서울보다 8~10도 정도 높으니 비행기로 상하이에 갈 일이 있으면 옷차림을 조금 가볍게 하고 가는 것이 좋았겠다 싶다.


입국 검사대에 대기하고 심사를 받는다. 여권을 제출하고 조금 기다리니 다시 왼손의 4개 손가락을 스캔하라고 한다. 


"왼손, 참 좋아하네. 난 좌파니까 문제없을 거야." 


하지만 검지를 제외한 4개 손가락을 바들바들 거리며 스캔을 한다. 어쨌든 무사통과!


대형 화물로 보내진 자전거 박스는 담당자로 보이는 남자가 카트에 미리 실어 놓았고, 다음으로 수하물로 보낸 패니어 묶음들을 찾는다. 한쪽 측면이 이미 너덜하게 찢어져 버린 패니어 묶음 대형 백. 튼튼하다고 대답했던 남대문 시장의 아저씨가 야속하다. 


"중국에 세탁소 같은 곳이 있으면 꿰매야겠다."


중국 공항의 카트는 일반 슈퍼의 카트만큼 정도로 작다. 자전거 박스를 놓고 패니어 묶음 백을 올려놓으니 카트가 기우뚱거리며 굴러간다.


"명색이 대륙인데, 쫌!"


카트를 밀고 수하물을 검사하는 곳으로 이동하여 줄지어 서있으니 커다란 자전거 박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걸리적거리며 여간 민폐가 아니다. 기다리며 수한물들을 검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검사원에 의해 거의 투척과 다름없이 수하물 검색기에 집어 던져지고 있다.


"아, 이거 정말 곤란하게 생겼네."


짐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는 순간, 느리게 종종걸음으로 순서를 대기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다른 검사라인이 생겼나 생각하며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니 검사대를 무시하고 우르르 몰려 나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직원이 통로를 열어버린 것 같다. 


"빙고!"


혹시나 사람들이 몰려 나가는 것을 직원들이 다시 통제할지도 모르니 서둘러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여 빠르게 검사대를 지나친다. 


"역시, 중국이야!"


입국장을 빠져나오며 나도 모르는 긴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오고 어서 빨리 공항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자전거를 조립할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도로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간다.


현재의 위치는 2층,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넓은 공항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다 소형 엘리베이터들뿐이다. 


"중국은 무엇이든 다 크고 넓다고 하던데 아닌가 보다."


자전거 박스를 세로로 다시 세우고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에 너비를 대보니 겨우 몇 센티 차이로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다.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을 벗어나 조금 한가한 곳의 엘리베이터를 찾아 1터미널 가까이에서 1층으로 내려간다.


요리조리 낑낑거리며 겨우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온 1층은 여전히 도로 지면의 위층이다. 


"지하 1층이 도로면인가?"


어렵사리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이번엔 지면이 머리 높이 위로 있다. 


"도대체 무엇이냐? 이 이상한 구조물의 정체는."


어쩔 수 없이 다시 2터미널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독차지하기 위해 꽤 오래 기다리고. 


"1층도, 지하 1층도 아니면 지하 2층이겠지."


지하 2층에 내리니 넓은 주차장이 나오고 자전거를 조립하라는 듯 쓰레기통 옆에 넓은 공간이 있다. 시계를 보니 1시 30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도로로 내려오느라 조금 시간을 소비했지만 30여 분 정도 자전거를 조립하면 35Km 거리의 상하이 숙소까지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괜찮겠다 싶다.


하지만 머지않아 끔찍하고 눈물겨운 푸동 공항의 표류기가 펼쳐질 줄은 꿈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분해된 자전거를 펼쳐놓고 차분하게 재조립을 하는 동안 청소 직원이 다가와 박스를 가져가겠다 하여 'Yes!'라고 하니 이번에는 나의 고급진 레어템 슬리핑 매트리스도 가져가겠다며 자꾸 집어 드는 것이다. 


"No!"


박스를 어딘가에 두고 돌아온 청소 직원이 다시 한번 매트리스를 향해 중국어로 뭐라 말하며 집어 든다. 자전거를 잡고 육각렌치를 들고 있던 중이라 그 얄미운 손을 어찌 가로막을 수가 없다.


"No! No! No! No! Nooooooooo! 부쓰! 부쓰! 부쓰! 쩌거 쓰 워 더 깔..판!!!!!"


다급한 상황이 오니 고등학교 때 배웠던 중국어가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머릿속 어딘가에 지워지다 만 잔여 파일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젠장, 깔판. 깔판이라니..." 


어쨌든 청소 직원은 멋쩍은 웃음을 보이더니 다시는 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패니어를 장착하니 2시가 된다. 흐뭇한 만족감의 미소를 보이며 시험 삼아 주행을 해본 순간 균형이 맞지 않는 패니어의 무게 때문에 핸들이 미친 듯이 좌우로 출렁거린다.


"큰일인데. 일단 이 빌어먹을 공항을 먼저 벗어나고 균형을 맞춰보자."


자전거를 끌고 주차장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4-5살쯤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 장갑을 집어 들고 나에게 달려오고 있다.


"오~ 땡큐!" 


아이는 장갑만을 건네고 무표정하게 휙 돌아서 엄마에게 뛰어가 버렸다. 


"씨에, 씨에 할 걸 그랬나."


다시 휘청이는 자전거를 끌고 주차장의 출입구로 향하였으나 차단기가 내려져 있어 지나갈 수 없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도로의 상황을 보니 인도가 없고 차량들이 고속으로 주행을 하며 지나가고 있다.


고덕지도 어플을 실행시키고 안내하는 경로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런 길로 어떻게 가라는 거지? 헤이, 고덕양!"



여행을 위해 기본적인 지도 앱인 구글맵과 오프라인 지도 앱인 맵스미를 준비했다. 그리고 구글 서비스가 차단되어 있는 중국 여행을 위해 중국지도 어플인 고덕지도와 바이두지도를 추가로 준비해 두었다.


두어 차례 다른 길이 있는지 지하 2층 주차장을 방황하고 다시 차단기가 내려진 곳으로 돌아와 제복을 입은 안내자에게 길을 물어본다.


"하이웨이, 하이웨이!"


제복을 입은 직원은 고속도로라 자전거로 갈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인의 영어 발음은 우리의 된장 발음과는 또 다른 춘장 발음이다. 구글 번역기와 영어로 말을 해보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있는 맥도날드 로고를 보더니 맥도날드가 맛있다고 엉뚱한 말을 한다. 


"확, 그냥!"



깊은 빡침과 함께 처음 자전거를 조립했던 곳으로 돌아와 먼저 예원 근처의 숙소를 취소하고 트립닷컴(Trip.com)을 통해 공항 근처 5Km 정도에 있는 숙소를 다시 예약한다. 


"자전거를 못 타면 끌고서라도 간다. 두 시간 정도면 되겠지."


아무것도 못하고 한 시간이 지나버린다. 고덕지도를 다시 확인하고 하이웨이를 지나 일반 도로로 연결되는 지점으로 가기 위해 공항 터미널을 다시 올라간다. 자전거 전체를 다시 분해할 수는 없어 앞, 뒤 바퀴만을 제거하고 준비해 온 자전거 백에 구겨 넣는다. 자전거를 넣었다기보다는 자전거에 가방을 걸쳐놓은 모양이다.


"2/3는 가렸는데 뭐라 하지는 않겠지? 중국이잖아!"


카트 위에 패니어들을 깔고 그 위에 자전거를 올려놓고 카트 핸드바와 자전거 핸들바를 동시에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가 제1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한다. 다행히 그것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고덕지도를 따라 1공항의 끝 지점에 도착하여 공항 직원에게 도로가 보이는 아래층으로 어떻게 가는지 물었으나 기본적인 영어가 안되니 대화가 안된다. 자꾸만 다시 검사대를 지나 1층으로 내려가라며 검사대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공항 근무자라면 기본적인 영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냐. 더 나쁜 건 눈치도 없네. 젠장"


1터미널의 반대 방향으로 다시 카트를 끌고 이동하여 엘리베이터를 찾고 좁은 엘리베이터 속에서 중국인들과 부대끼며 지하 2층과 1층 사이를 온다 간다 방황을 한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공항의 구조에 고덕지도와 바이두지도를 번갈아 가며 확인했지만 두 지도 모두 현재의 위치가 틀려 도움은커녕 멘붕의 가속도에 불을 붙일 뿐이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그리고 주저앉아 지도를 확인하는 사이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저기 저 도로만 내려가면 될 것 같은데."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 영화 터미널의 톰 행크스가 되어야 하나 생각하다 마지막으로 지하 1층을 확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구겨 넣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여전히 머리 위쪽으로 도로가 있다. 


"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이놈들아!"



완전히 정신줄을 놓아버린 채 카트를 끌고 톰 행크스가 되기 위해 직진을 하다 보니 머리 높이의 도로로 올라가는 좁은 경사로가 보인다. 


"이런 거였어. 아... 이런 오렌지 십자군 새빨간 새우 젓깔!"


그제서야 푸동공항의 구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2층 출입국, 1층 지상주차장, 지하 1층 도로와 이어진 반지하 주차장, 지하 2층 지하주차장 구조다.


방황의 끝이 왔음을 예감하고 도로에 오르기 전 담배 한 대를 문다. 하지만 자전거를 끌고 도로에 올라서자 마지막 카운터펀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고덕지도가 가리키는 역방향으로 차들이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 


"고덕양, 너 지금 역주행으로 저기를 지나가라는 거야?"



5시 30분, 해는 떨어져 버리고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톰 아저씨가 되어야겠어." 


터미널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신호등을 건너는 순간 주차되어 있는 픽업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돈을 줘서라도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호텔로 가고 싶은 요량에 픽업트럭 주변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말을 건넨다.


"Is this your car?" 


위아래로 나를 훑어만 본다. 


픽업트럭을 가리키며 '쩌거 쓰 니더마?' 물으니 손을 좌우로 흔들더니 자리를 떠나버린다.


터미널의 입구와 픽업트럭을 번갈아 바라보며 트럭의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금 전의 여성이 다가온다. 


이제 회화따위는 필요 없다. 


구글 번역기를 키고 중국어로 번역한 뒤, 중국어가 맞는지 다시 한글로 역번역하며 사정을 설명하고, 할 수 있는 최대의 과장된 몸짓으로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


"공항에 4시간이나 갇혀있다. 저 길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자전거와 패니어를 가리키며 애원의 눈빛을 보낸다.


"뚜오, 뚜오, 타이 뚜~~~~오!"


여자는 짐들을 확인하더니 혼잣말을 한 후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 잠시 후 유니폼을 입은 남자를 데리고 온다. 


"I have to go, g~~~~~~~~~~o! this, this!!!"


고덕지도로 예약한 호텔을 가리키며 목적지를 말하니 여자와 남자는 한참 동안 서로 상의를 한다. 고맙게도 처음에 만난 여자가 남자에게 무언가 강한 어투로 도와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돌아와 '택시!'라고 답을 한다. 


"택시를 타라고?"


조금 어리둥절해서 다시 짐들을 가리키며 '뚜오!'라고 말하자 남자를 따라가라며 가리킨다. 남자 직원을 따라 신호등을 건너간 곳은 콜밴 택시를 부르는 안내소다. 


"콜밴이라는 것이 있었어?"


콜밴 택시를 타본 적이 없으니 머릿속에 그런 방법이 생각날 일이 없다. 친절한 여자 직원이 방긋 웃으며 호텔 주소와 짐들을 확인하더니 240위안을 달라고 한다. 생각할 것도 없이 택시비를 내니 기다렸다는 듯이 콜밴 한 대가 안내소 옆으로 멋지게 들어온다.


"뭐, 이렇게 될 것이라고 각본이라도 짜놨어?"


짐들을 실기 위해 여자 직원이 자전거를 든다. 


"No, No! It's Heavy!" 


"With together!"


자전거가 무겁다고 알려주고 자전거의 한쪽을 들어올리니 천사 같은 미소를 보이며 씩씩하게 자전거를 들어 올려 콜밴의 뒤쪽에 실어주고 나머지 패니어들도 하나둘씩 나누어 실어 준다.


"씨에 씨에, 쌩유 쌩유 쌩유"



넓은 콜밴에 호사스럽게 혼자 탑승하여 크고 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필 이리도 여행하기가 어려운 중국을 첫 번째 여행지로 선택했나. 어쨌든 액땜 한번 제대로 했어. 앞으로 잘 되겠지."


10여 분이 조금 넘어 콜밴은 목적지인 상위안 호텔이 도착한다. 공항 근처의 조금은 외진 지역에 위치한 호텔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가득한다.


체크인을 하는 동안 공항에서 있었던 일들을 구글 번역기로 설명을 하니 밝은 얼굴의 여직원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우리가 내일 너를 공항까지 픽업해 주어야 하니?"


"픽업?"


호텔 주차장에 콜밴 차량이 한 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이 호텔의 공항 픽업 서비스를 하는 차량인가 보다. 넋을 놓고 할 말이 없다. 


"No!"



주숙등록이 끝나고 룸키를 건네준다. 8101호, 이층 건물인데 8층 번호를 찍혀있어 8층 이냐며 묻자 일층에 있다며 방을 안내해 준다. 모든 방들에 8자가 앞에 붙어있어 8의 숫자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독특한 표시 방법이다.


간단히 샤워만을 하고 주변에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고 하였으나 역시나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내 발음도 이상하고, 네 발음도 이상하니 서로 힘들다. 그만하자."



밖으로 나오자 호텔의 옆으로 몇몇 음식점들과 슈퍼처럼 보이는 조금은 허름한 가게들이 보인다. 슈퍼처럼 보이는 곳에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가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니 빠른 중국어 속에 치킨이라는 단어가 들린다.


치킨인지 한 번 더 묻고 그것을 주문하고 얼마나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온다. 아마도 이 집에서 가장 빠르고 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메뉴인 듯하다.



닭다리, 계란, 청경채, 두부조림 같은 것 그리고 밥. 메뉴판에 나와있는 13위안짜리 음식과 젓가락 한 벌. 


"그런데 물은 안 주는가?"



그다지 먹기에 불편하지 않았지만 또한 그다지 맛있지도 않다. 허기를 채운 것으로 만족하고 무엇보다 물이 마시고 싶다. 


"초시, 이게 슈퍼라는 뜻인가 보다."




호텔로 돌아와 패니어에 담긴 짐들을 풀어헤친다. 짐들을 균형에 맞게 패니어에 옮겨 담고 불필요한 것들의 몇몇 가지들을 버릴 생각이다. 프런트에 가서 짐들을 버려야 하는데 어떻게 버리는지 묻자 왜 짐을 버리려고 하는지 묻는다.


"너무 무거워서 내가 죽을 거야" 


방긋 웃더니 프런트로 가져오면 버리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당장은 필요 없는 옷가지들과 무거운 핫팩, 양말 그리고 전혜린의 책등을 덜어내고 각각의 패니어에 무게를 맞춰 골고루 분산시킨다.


핸들바 패니어에는 중요한 물품들과 카메라, 프론트 패니어에는 자주 꺼내 쓰면서 무게가 가벼운 것들, 리어 패니어에는 옷가지들과 무거운 물품들 그리고 렉팩에는 텐트와 침구류, 라이딩 도중 환복할 수 있는 옷가지와 물품들을 넣는다. 라이딩 중 쉽게 오픈할 수 있는 것이 핸들바 패니어, 프론트 패니어, 렉팩 순서이고 리어 패니어는 물건을 꺼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현금들과 카드들을 나누어 넣고 비상금도 은밀한 곳에 나누어 숨겨둔다. 현금 인출용 카드, 구매용 카드, 예비 카드, 비상용 카드 그리고 사용할 현금과 예비 현금, 비상금을 가지고 다닐 것이다.



짐과 돈을 정리하고 전자기기들을 충전하기 위해 만코 어댑터를 꺼낸다. 중국의 콘센트는 주로 납작한 3구와 동그랗고 얇은 2구를 사용한다. 만코 어댑터의 3종류의 지원 콘센트 중 EU버전을 꺼내어 2구짜리 콘센트에 꼽으면 된다.




2구 콘센트에 EU버전 만코 어댑터를 꽂고 다시 멀리 어댑터를 꼽고 사용할 충전기의 어댑터를 꽂으면 충전 준비 끝.



노트북과 보조배터리, 카메라와 액션캠 그리고 두 개의 핸드폰에 충전을 걸고 침대에 누웠다. 정말 고단하고 정신없던 하루다.



조금은 쌀쌀한 중국의 주점에 누워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일들이 막연하다 생각한다. 


"어제 달리기만 하면 돼. 씩씩해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일 / 비 ・ 3도

황산-치먼현

저녁이 되면 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계림으로 가기 위한 여러 루트를 고민한다. 베이징까지 다시 올라가기 위한 시간들과 몽골의 국경까지 이동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비는 잠시 멈췄지만 오늘은 비와 눈까지 내리는 일기예보다. "가자.. 계림으로!"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3,437Km

이동시간

6시간 07분

누적시간

229시간


S103성도
S326성도
41Km / 2시간 27분
36Km / 2시간 40분
황산
이시안
치먼현
 
 
65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30분부터 30분 단위로 설정해 놓은 알람 4개의 알람 해지를 하지 못했다는 메시지가 떠있다. 수많은 인파의 행렬 속의 황산 트레킹은 오히려 몸을 더 묵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9시에 잠에서 깨어 바로 출발을 준비하고 패니어와 짐들을 정리하니 10시가 되어간다. 숙소의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선다.



어제 아침을 먹었던 식당은 아직 영업 전이다. 슈퍼에서 콜라 하나만을 집어 들고 길을 출발한다.



흐린 날씨, 따듯한 중국 남부의 날씨를 기대했지만 어쩐 일인지 남쪽으로 향할수록 날씨가 나빠지는 느낌이다. 영상의 기온이지만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자전거를 싣고 가고 싶네."


다음 목적지인 계림(桂林市)까지 1,200km가 넘는 긴 여정이다. 다양한 경로를 놓고 고민을 하다 난창시(南昌市)를 지나가는 패스를 선택한다.



황산으로 오기 위해 산들을 넘고 올라왔으니 오늘은 내리막의 길이 아닐까 싶지만 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출발부터 터널이야."



터널을 빠져나오고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의 주변은 온통 짙푸른 차밭들이다.



도로변의 오래된 목조 건물이 자전거를 세운다.



"녹광."



오래된 나무 현판에 쓰인 이름으로 보아 차를 파는 곳 같기도 하고, 음식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과거의 빈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아주 오래된 시간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보성의 녹차밭처럼 잘 정비되고 평탄한 모양은 아니지만 산등성이로 넓게 펼쳐진 불규칙적인 차밭의 모습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얼룩이의 점박이처럼 예쁘게 자리 잡은 차밭을 지나치며 길을 내려간다.



흐린 날씨에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있는 부부가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손을 흔들어 웃으며 무어라 말을 한다.



황산시로 향하는 G205 도로를 벗어나 S326 성도로 가기 위해 작을 마을 지나친다.



황산을 출발하며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주 작은 마을에는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철물점의 낡은 소파에 앉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뭔가 춥고 배고픈 하루가 될 것 같아. 불길해!"



S326 성도로 이어지는 작은 소도로에 들어선다. 14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소도의 상태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비포장의 흙길만 아니면 괜찮을 텐데.





도로에 대한 약간의 걱정과는 달리 길은 나쁘지 않게 이어지고.



작고 조용한 강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13시 반, S326 성도에 들어서고.



30km 정도가 남은 치먼현에서 오늘의 라이딩을 정리하기로 한다.



"날씨가 왜 이러는 걸까?"



"배고프다."



작은 면사무소처럼 생긴 건물의 벽보가 재미있다.



"그래 신시대인데 벽보는 왜 구시대의 스타일이야?"



"오늘도 너는 엉망이구나."



비에 젖고 약간의 허기짐으로 페달링의 속도가 느려져 가고, 중국 시골 동네의 한적한 풍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다.




2시, 치먼현의 경계에 들어서고.



길게 이어지는 멋진 가로수길을 달린다.



중국 도로의 가로수들은 정말 마음에 드는 포인트들 중에 하나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산골의 집들과는 다른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아직도 사지 못한 휘발유에 물어보기 위해 도로변의 주유소로 들어간다.



"일단 급한 것부터."




"..."


악명 높은 중국 화장실에 대해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고 그렇다. 소심하게 작은 것만 해결하고 바로 나온다.



빈관들이 모여있는 도로변의 목적지를 향하여 느린 속도로 길을 따라간다.



한 시간여를 달려 치먼현의 중심에 도착한다.


"완전히 젖었어."



첫 번째 커다란 주점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니 너무 비싸다. 지방에 있는 숙박 시설들이 도시보다 더 비싼 것처럼 중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작은 빈관들을 찾아 나선다. 한국이라면 숙박비에 맞춰 알맞은 숙소에 들어가면 그만이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의 숙박에 대해 주숙등록이라는 신고를 해야 한다.


어려움은 숙박업소마다 주숙등록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숙소에 들어가면 우선 '얼마예요?'가 아닌 '한국인인데, 잠을 잘 수 있나요?'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작은 빈관에 들어가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물으니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도시의 주점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빈관의 요금이지만 이 지역의 시세라고 생각하고 만다.


"자전거를 보관할 곳이 없어요?"


아주머니는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빙긋 웃고는 아저씨를 부르더니 빈관 옆에 있는 창고를 열어준다.



"일단 너부터 좀 씻자."



관절락으로 잠가두려고 하니 모래 같은 것들이 열쇠구멍으로 들어갔는지 키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둥이가 선물 한 아이템인데. 문제네."


열쇠를 들고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아저씨는 셔터를 내리는 동작을 하며 자물쇠를 잠그지 않아도 괜찮다며 웃는다.



아주머니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으니 빈관으로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찾아온다.


"잉?"


여권을 들고 한국인인지를 묻고는 빈관의 컴퓨터에 앉아 뭔가 토론을 하는 모양새다. 주숙등록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는 모양인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는 아주머니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밥 먹을 수 있어요?"


식당의 젊은 여자는 나를 데리고 입구에 있는 커다란 냉장고로 가서 재료들을 가리키며 중국어로 설명을 한다.


"어? 고르라고?"



식당에는 메뉴판이 없고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선택한 후 음식을 주문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눈으로 보니 편하기는 한데. 이것으로 어떤 요리가 되는지 알 수가 있나."



"뭐가 많기는 한데. 이 난감함은 뭐라지?"





"이게 더 끌리는데."




정확히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섯이라는 설명에 메뉴를 고르고.



테이블에 앉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테이블에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할머니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대답에 태우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건네준다.



한참 후에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커다란 냄비 가득 검은 버섯이 가득 들어가 있는 오묘한 색깔의 전골 요리다.



"닭고기 버섯전골이네."



말린 버섯의 식감이 좋고 국물은 부드럽다.




"버섯이 그냥 가득하네."



뻣뻣한 닭고기보다 쫄깃한 식감의 버섯이 너무나 맛이 좋다. 세 공기의 밥을 비우고.



식사가 끝나고 녹차로 입가심을 하고 빈관으로 돌아온다.



"안녕. 네가 처음 보는 한국인이야."



패니어들과 비에 젖은 옷들을 세탁하고 난방기 근처에 걸어놓는다.



겨울철의 추위를 걱정하며 결정한 중국 남부로의 여행은 생각지 못한 흐린 날씨의 연속이다.


"추울까봐 남쪽으로 내려왔더니 비가 내리는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일 / 흐림 ・ 8도

황산트레킹 : 황산대문-운곡사-백아령-북해호텔-비래석-배운정-연화봉-바이윈호텔-옥병루-자광각-황산대문

밤새 비가 내렸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날씨의 변화이다. 비가 내린 후 싸늘한 바람과 한기가 밀려든다. 어제의 우중 라이딩으로 인해 무거워진 몸, 8시가 되기전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황산을 트레킹할지 아니면 숙소에 하루를 머물며 지난 기록들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할지 고민하였다. "그래도 황산에 올라 콧바람이라도 쐬봐야겠지."

이동거리

28Km

누적거리

575Km

이동시간

7시간 41분

누적시간

49시간 49분


운곡사
옥병루
14Km / 53분
14Km / 6시간 48분
동린종점
황산
황산입구
 
 
57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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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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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밤새 제법되는 양의 비가 내렸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던 지난밤의 피로가 몸을 무겁게 만들어 놓았다. Update...

 






















































































 

숙박정보


・위치
중국 황산
・상호
동린호텔

・전화
+86 559 5561516
・가격
1박 150위안

 

경비내역


・식비
53위안
・교통비38위안
・케이블카
170위안
・입장료
190위안
・숙소
150위안
・비용합계601위안
・누적경비


 

GPS 정보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D+9일 / 비 ・ 8도

난닝시 하우촌-황산

밤새 내리던 빗줄기는 아침이 되어서야 뿌연 이슬비로 바뀌었다. 하루를 더 하우촌에서 머무를까 고민을 하다 잦아드는 비와 1mg 미만의 비예보를 믿고 출발하였다. 헤어짐의 안녕을 고하는 하우촌의 사람들과의 작별을 하고 안개빗속을 달려 황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3,332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215시간


S323성도
G205국도
33Km / 2시간 10분
63Km / 5시간 17분
하오촌
징더현
황산
 
 
54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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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긴급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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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그릇됨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그것은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고, 더 행하고 싶은 욕망 또는 그것을 얻지못한 상실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 욕심의 1그램만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삶의 평안은 더없이 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질없는 욕심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집착의 유혹을 떨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그 욕망의 1그램을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좀 더 공유하고, 더 나누며, 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Update...


 

 

 

 

 

 

 

 

 

 

 

 

 

 

 

 

 

 

 

 

 

 

 

 

 

 

 


 

 

 

 

 

 

 

 


 

 

 

 

 

 

 

 

 

 

 

 

 

 

 

 

 

 

 

 

 

 

 

 

 

 

 

 

 

 

 

 

 

 

 

 

 

 

 

 

 

 


 

 

 

 

 

 

 

 

 

 

 

 



 

Trak 정보

트랙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일 / 맑음 ・ 22도

광더현-닝궈시-하우촌

황산까지 200Km 정도가 남았다. 중국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맑은 하늘의 태양을 볼 수 있었던 아침, 춘절을 보낸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서 일상의 집으로 향하는 날 한적했던 도로는 많은 차들로 넘쳐난다. 황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3,236Km

이동시간

7시간 59분

누적시간

207시간


S215성도
S215성도
59Km / 4시간 00분
46Km / 3시간 59분
광더현
닝궈시
하우촌
 
 
45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일어나 제일 먼저 숙소의 창문을 열게 된다. 매일처럼 비 예보가 있지만 하루하루 날씨가 다르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자 중국에 들어와 처음으로 보는 화창한 햇살이 가득하다.



어제 사놓은 비상식과 간식들을 챙기고 출발을 준비한다. 여행을 떠나며 중국의 춘절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탓에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춘절이라는 말이지."



계속해서 흐리고 찌뿌둥하던 하늘이 활짝 열린 날, 황산으로 가기 위해 많은 산들을 넘어야 하는 오늘은 경로다. 광더시를 벗어나 S215 성도에 들어서자 길게 늘어서 정체되어 있는 차량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명절의 풍경은 비슷하구나."



교차로를 지나는 지점에 간단한 음식을 파는 노점이 보인다. 순간 지나쳤던 길을 되돌아가 노점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대나무잎으로 싸놓은 밥과 옥수수, 계란 같은 것을 음식 중에 노란색 계란 지단에 덮여있는 음식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고기겠지?"



다진 고기와 야채들을 볶아 지단으로 감싼 음식은 약간의 향신료 냄새와 매콤한 맛이 좋다.


"일단 아침은 해결!"



흐리지 않은 날씨는 따듯한 늦봄의 날씨처럼 조금 덥게 느껴진다. 방풍과 겨울자켓을 벗고 S215 성도를 따라 중국의 산악지대로 들어간다.



도로변의 마을과 산들의 풍경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11시, 2시간 정도를 달리고 도로변의 작은 마을에서 쉬어간다. 거리의 가게들은 모두 붉은 대련이 붙어있는 셔터가 내려져 있고, 간간이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 외에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뿌연 폭죽의 연기와 폭죽을 터트린 잔해들만이 가득하다. 도로변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라이터로 폭죽 박스에 불을 붙이고 자리를 피하는 사람들,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의 소리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다.


"와. 이 정도면 거의 무기 수준인데."



마을을 지나고 길은 멀리 있는 산등성이를 향해서 이어지고.



천천히 오르막의 고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 전체가 대나무로 덮여있는 거대한 대나무 숲이다.


"정말 스케일이 남다르네. 깊은 대나무 숲의 느낌은 어떨까?"




대나무 숲 사이로 만들어진 오솔길 같은 것들을 구경하며 생경한 대나무 산들을 넘은 후 도로변의 식당 같은 곳에서 쉬어간다.



"뭔가 자전거의 컨셉이 중국의 춘절과 깔맞춤이네."



한낮의 더위는 20도 가까이 올라가며 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한 겨울의 날씨가 이렇게 이어진다면 여행하기에 최상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붉은 홍등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산과 고개가 이어지고 기온도 조금씩 더 올라가는 느낌이다.



대나무 산의 주변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며 집들의 마당에 쌓여있는 대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축 형장에서 사용하는 대나무로는 조금 얇고 짧은데."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대나무들이 이 지역의 특산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새로 지은듯한 중국의 시골집들의 구조는 조금 낯설다. 셔터가 내려진 1층과 창문이 달린 2층의 집들은 내부에 계단이 있는지 건물 외부에는 계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1층은 뭐야? 주차장이나 창고 같은 것인가?"



길거리에 가득하게 쌓여있는 폭죽의 잔해들이 예사롭지 않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하늘로 쏘아 올리는 로켓형과 중국의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바닥에서 요동을 치며 터지는 폭죽이 있는 것 같다.



마당 가득 손질이 된 대나무가 쌓여있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이 집은 우리랑 느낌이 비슷하네."



마을과 마을을 지나가며 대나무 산의 고개들을 넘어간다.



긴 나무 의자가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부지런히 모아둔 비상식으로 오후의 출출함을 달래고.



"은근히 맛이 좋네."


작은 카스테라 빵인데 달콤하게 고소한 맛이 좋다.



뭔가 답답해 보이는 집의 구조가 조금 다를 뿐 시골 마을들의 집들은 우리의 시골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색이 있다면 마당의 한편에 건조시키고 있는 굵은 돼지고기의 덩어리들이 이색적이다.


"왜 말리는 거야. 돼지고기는 구워야지!"


아마도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중국의 조리법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집집마다 걸려있는 고기의 양이 만만치 않다.



햇볕이 좋은 날, 신발이나 담요 그리고 두꺼운 옷들을 말리는 모습도 흔하게 보인다.


"아직도 옛날 펌프를 사용하네."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을 하는 예전 방식의 펌프들이 마당 한편에 놓여있는 집들이 자주 보인다.



"가자, 황산으로!"



"이 집은 옹기집인가?"



3시, 편하게 쉴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나 정자 같은 것이 없는 중국의 도로변이다. 마을마다 정자가 있고, 작은 버스 정류장들 그리고 편의점이나 슈퍼마다 놓여있는 테이블이나 평상 같은 것이 있는 한국의 도로변은 여행자들에게 천국일지도 모르겠다.


"의자 인심이 없네. 서 있는 것들을 좋아하나?"



"참 많이도 말린다."


고양이나 야생 동물들이 물어가지는 않는지 궁금해진다.



춘절을 맞아 중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자상들에도 붉은 천들이 묶여있다.


"명절 느낌 난다!"




산이 깊어질수록 산골 마을들의 풍경도 조금씩 허름해지고, 가축들은 조금씩 자유분방해지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붉은 폭죽의 잔해들은 여전하다.



거대한 대나무 산들이 조금씩 나무가 자라는 산들로 변하는 사이 시골집들의 마당에 쌓여있던 대나무들도 통나무 목재들로 바뀌어 간다.


"마을마다 컨셉이 확실한 중국이다."



"그나저나 어디로 올라가는 거야?"



오후가 지나며 길은 더욱 깊은 산속을 향하여 올라가고 조금씩 지쳐가던 페달링도 느려진다.



오르막의 끝에 들어서 있는 작은집 한 채와 경사가 진 언덕의 텃밭에서 무언가를 하는 노년의 부부가 보인다.


"뭔가 집의 구조가 이상해."




집의 측면에 들어선 묘한 공간이 보인다.



시골의 마을 초입과 집들의 주변에 놓여있는 작은 사당이다.



종교가 없는 공산국가지만 중국의 도교사상은 삶의 저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집의 내부를 살며시 들여다봐도 도무지 집의 구조를 이해할 수가 없고.



아주 오래된 중국의 낮은 나무 의자들이 세월의 흔적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오르막의 정상에 들어선 이상한 마을을 지난다.


"이상한 한글 간판은 뭐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한글의 안내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번역기를 돌린 것도 아니고 이상한 표기법은 뭐냐!"



"뭘 하는 집이지?"


한글 간판이 달려있는 집들이 어떤 용도인지 모르겠다.



오르막의 끝에 첫 번째 터널을 지나고.



주변의 풍경은 산등성이들과 눈높이가 맞춰져 간다.



"민박이구나."




"영어를 번역한 거니, 중국어를 번역한 거니?"



묘한 한글 안내판의 민박집이 들어선 산의 정상에는 생뚱맞게 커다란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청룡.. 뭐.."





인공의 저수지인지 자연적인 호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산의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호수의 풍경은 의아스럽다. 청룡이라는 멋진 단어를 지명으로 넣은 것을 보면 자연적인 호수가 아닐까 싶다.





"저 어설픈 한글은 어떻게 할 거야."


지역의 관광사업을 위해 계획적으로 진행한 간판 사업이라면 분명히 돈을 빼먹은 게으른 공무원이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어설픈 간판이다.



"그나저나 중국에도 민박집이 있구나."



터널을 지나며 산의 정상에 오른 길은 예상과 다르게 더 깊은 산속을 향해서 이어진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정말 첩첩산중이네."



산길에 들어서며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 똑같은 한자가 반복해서 보인다.


"뭐라고 읽는 거야.. 고원? 고완?"


오래된 술을 파는 것이라 생각하며 지나치다 길가에 놓여있는 계속되는 간판은 기어코 사전을 찾아보게 만들고 만다.


"아, 고환."



느리게 느리게 두 번째 터널을 지나가고.



명절을 맞이한 산골 동네의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며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중국인들이 즐겨 하는 마작 같기도 하고 카드게임 같기도 하다.



"일단 뭐든 말리고 보는군."



화창한 봄날의 날씨처럼 따듯했던 하루도 어느새 뉘엿뉘엿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야영을 해야 하나?"


시골의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부탁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갈까 생각하다.



약간의 석양빛이 남아있는 시간이라 좀 더 길을 이어가 본다.



"괜한 욕심이었나."


세 번째 터널을 지나고.




네 번째 터널을 통과했지만.



고집스럽게 무거워진 페달을 밟아가는 노력과는 상관없이 길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어진다.


"야! 끝이 어디야.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석양빛도 사라지고 산속의 어둠은 빠르게 내려앉는다. 야영을 할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가도 조금은 난감한 도로변의 풍경이 이어진다.


도로변에 밝게 불이 켜진 집이 보이고, 뭔가 이상한 구조의 중국집들이지만 높은 담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다. 무작정 불이 켜진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슈퍼인가?"



사람들이 모여 마작을 하고 있는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가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물어본다.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조금 당황해하던 여주인은 한국인지를 묻더니 흔쾌하게 긍정의 제스처를 보내고, 시끄럽게 마작을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에게 집중된다.


"하하하. 마.. 마작하세요."


처마 밑에 공간을 마련하고 텐트 자리를 내어주어 빠르게 텐트를 설치한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듯 주변을 맴돌며 여러 가지 질문들과 함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슈퍼마켓의 젊은 여자는 아마도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기 위해 내려온 딸인 것 같다. 따듯한 차를 내어주며 어색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산골의 작은 슈퍼라 저녁을 해결할 별다른 것이 없어 컵라면을 사서 출출한 허기를 채우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가게로 들어가 마작을 하는 모습을 구경한다.



신중한 듯 심각하지 않고, 조용한 듯 시끄러운 분위기는 우리의 화투판과 비슷하다. 네 명이서 게임을 하는 마작이라 게임이 끝나고 돈을 딴 사람이 자리를 비켜주면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한다.



예전의 오락실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했던 똑같은 그림 맞추기 게임으로 마작 패의 문양들은 익숙하지만 담배를 물고 마작을 하는 홍콩 영화의 고독한 따커들과 마작을 하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영화 속 장면들 그리고 정해진 족보를 구성한다는 것 외에 마작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마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분위기가 즐겁다는 것과 마작을 하는 기계가 전자동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게임이 끝난 마작패들을 테이블의 중앙에 있는 원에 몰아넣으면 뒤섞인 마작패가 자동으로 테이블에 세팅이 된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슈퍼에서 마작을 하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즐거운 소리는 계속된다. 슈퍼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계속되지만 특별히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전혀 없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똑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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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7일 / 흐림 ・ 12도

후저우시-쉬안청시 광더현

아침 8시, 억지스레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여행을 하기위해 좀 더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 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지금의 8시도 감지덕지. 후저우로부터 300Km 정도 떨어져 있는 황산을 가기위해 길을 나선다. 국도변의 촌락을 지나쳐야 하기에 숙소를 잡는 것이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민가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서의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3,131Km

이동시간

5시간 21분

누적시간

199시간


104국도
G318국도
47Km / 2시간 43분
34Km / 2시간 38분
후저우시
소우자
광더현
 
 
346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매일처럼 비 예보가 되어있지만 막상 아침이 되면 하늘이 흐릴 뿐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평균적인 습도가 80~90% 정도이니 언제나 뿌옇게 흐린 날씨의 연속이다. 


주간의 날씨 예보를 보며 이것은 무엇인가 싶다. 1월부터 4월까지 겨울 기간 동안 여행을 해야 하는 중국, 추운 날씨를 생각하며 남쪽을 경유하는 루트를 계획했는데 날씨가 이상하다.


"에이, 설마 장마철도 아닌데."



중국은 자전거를 방안에 넣어둘 수 있으니 정말 편하다. 낯선 여행자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공간이나 생활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 일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상당히 마음에 든다. 


황산으로 가는 경로를 잡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많은 도로와 각각 다른 풍경들을 담고 있을 많은 도시들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열 두번씩 경로에 대한 욕심이 생겨난다.

 


광더시를 지나 황산으로 가는 경로를 결정하고 길을 출발한다. 타이호로 흘러가는 후안쳉강에 둘러쌓인 후저우시는 현대적 도시의 모습과 함께 옛 유적의 흔적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도시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아쉽다. 



광더시까지 70km의 거리, 오늘의 목적지는 광더시다.



춘절의 연휴기간인지 후저우시를 빠져나가는 도로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후저우시를 벗어나기 전 인증샷도 찍어보고.



G318 도로에 진입한다. 우리나라의 국도처럼 느껴지는데 G와 S의 차이는 여전히 모르겠다.


"어쨌든 첫 번째 G!"



한적하고 넓은 국도를 타라간다. 도로변에서 딸기를 팔고 있는 여자의 노점을 보고 자전거를 세운다.



"춘절인데."


정성스럽게 복장을 갖추고 딸기를 팔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가격을 묻고 바구니에 담긴 딸기를 달라고 한다.



저울에 무게를 달고 딸기를 담아준다. 역시나 신선한 딸기지만 당도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딸기가 유명한 동네인가?"



중국의 조형물들은 가끔 기괴하다. 석상이나 청동상 같은 조각상들은 표현의 디테일이 너무나 훌륭한 반면 현대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조형물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의미를 모르겠다. 



바다처럼 넓은 타이호의 크기라 그런지 호수에서 양식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너무나 조용하여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드는 도로를 달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다 좋은데 의자 인심이 없네."



어제 사 놓은 햄버거와 노점에서 사 온 딸기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다.



중국의 마을 입구마다 세워져있는 문에서 잠시 쉬어간다. 목조나 석조 등으로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세워져있는 마을의 대문은 중국의 풍경 중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물처럼 느껴진다.



조금은 지루했던 하루의 라이딩이 끝나간다. 첫 번째 중국의 국도 라이딩의 느낌은 편안하다. 차량의 통행이 줄어든 연휴기간의 조용함도 있겠지만 적당한 너비의 자전거 도로가 확보되어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며 라이딩을 할 필요가 없다.


"대륙아, 이것만은 인정해."



도로변의 주유소에서 간식거리를 집어든다.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유소를 들르기도 하지만 비상식에 대한 허전한 무언가를 자꾸 채우고 싶은 불안감이 있나 보다. 아직은 중국의 여행이 낯선 모양이다.



광더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도로에서 잠시 길을 지나친다. 도시의 방향으로 높게 세워져 있는 목탑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도를 확인한다.



짧은 길을 되돌아 다른 도시들처럼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광더시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높은 목조건물이 세워진 강변의 공원을 가로 질러 주점을 찾아간다.



춘절의 기간, 시내는 고요할 만큼 조용하다.


"한국 피부관리 센터?"


한국의 화장품이나 미용술이 중국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어쩌면 한식당 같은 아이템보다 미용관련 아이템들이 더 성공할 확률이 많겠다 싶기도 하다. 



재래시장 근처의 주점은 깨끗하고 밝은 얼굴의 여주인은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친절한 미소를 보인다. 너무나 쉽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 보관을 부탁하자 리셉션이 있는 1층에 놓아두라고 한다.


"메이 콴시, 메이 콴시."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자전거를 잠근 후 짐들을 방으로 옮긴다. 크기만큼은 넓직한 중국 주점들의 공간들이 자전거를 보관해야 하는 어려움을 갖은 여행자에게는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 난해한 컨셉은 뭐지?"


간단히 샤워만을 하고 우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춘절의 연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영업을 하지 않고, 주변의 식당들도 모두 문이 닫혀있다.


"연휴 기간에 밥 먹기가 힘들겠어. 큰일이야."



문이 열려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아쉬운 대로 컵라면과 간식거리들을 산다. 



중국의 슈퍼마켓의 가판에 쌓여있는 작은 과자들과 빵들은 어떻게 구매를 하는지 모르겠다. 종류마다 다른 가격들이 붙어있는 한데 무언가 어색한 시스템인 것만은 확실하다.



"너 정말 대륙에서도 히트 상품이구나."



"술독인가?"


오래된 중국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항아리와 작은 병들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문이 닫혀있어서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과일 가게에 들어가 귤 같은 것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 판매를 하는지 모르겠다. 대략 저울에 달아 1근 단위로 판매를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중국 돈의 단위에 익숙하지 않고 물가에 대한 감도 없어서 선뜻 집어들기가 어렵다.


"한 개나 두 개도 팔려나?" 


나의 난해한 고민과는 상관없이 중년의 여자 주인은 낯선 이방인 손님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건 뭐지? 원피스의 악마의 열매처럼 생겼네."



중국의 과일들은 조금씩 모양들이 생소하고 처음보는 과일들도 상당히 많다.



"이건 배인가?"



딱히 별 관심을 주지않는 과일가게의 여자주인의 소극적인 모습에 소심한 여행자는 과일 구매를 포기한다.



처음 먹어보는 중국의 컵라면은 그다지 맛이 없다.



"얘들이 되게 어색하네."



귀여운 키티들과 하룻밤을 보내게 생겼다.



"면도기 정도는 좀 주지."



중국의 숙박시설에는 면도기 대신 머리빗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국 주점들의 창문은 1/3만 열리는가 보다.



아무리 눌러봐도 작동이 되지않는 스위치와 반대로 작동하는 스위치도 많고.



리모컨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떻게 켜는지 알 수가 없는 TV들이 가끔씩 있다.


하루 종일 요란하게 터지는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광더시는 너무나 조용하다. 뭔가 어수선하지 않는 분위기가 편하기도 하지만 왠지 심심한 느낌이다.


"춘절을 보여줘. 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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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일 / 구름 ・ 12도

쑤저우 완핑전-타이호-후저우

비 예보와 달리 날이 좋다. 춘절을 앞두고 활기찬 거리의 풍경들과 중국 사람들의 밝은 표정에서 그들에게 춘절이 얼마나 중요한 명절인지 알 수가 있다. 오늘은 드디어 타이호를 마주하게 된다. 어떤 풍경일까 궁금하다. "제주도만 한 크기의 호수라니."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265Km

이동시간

5시간 03분

누적시간

21시간 21분


S230성도
항왕공원
15Km / 1시간 05분
48Km / 3시간 58분
완핑진
타이호
후저우
 
 
27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춘절을 앞두고 아침부터 요란한 폭죽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자전거를 방안에 들여놓으니 패니어를 장착하는 시간과 노력이 훨씬 수월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요란한 중국의 아침을 맞이하며 타이호로 향한다. 

 

 

보증금을 돌려받고 숙소 밖을 나오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이고 흥분되어 있는 것처럼 즐거워 보인다. 


 

숙소 앞 춘련을 파는 노점상에서 작은 홍등을 3위안을 주고 사서 자전거의 패니어에 걸어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저씨는 무어라 중얼거린다. 번역기를 들이대니 '집에 가라'라고 번역이 된다.


위압적이거나 부정적인 말투가 아니었기에 '명절이니 집에 가라'는 뜻이거나 '집에 가는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이해한다. 


"하오! 하오!"


그냥 웃으며 대답하고 고덕지도를 켜고 출발한다. 이틀간의 맵스미로 길을 헤매는 난감함을 겪은 터라 다시 한 번 고덕지도의 안내를 믿어보기로 한다.


"맵스양의 목소리가 그립겠지만 더는 이상한 길로 가고 싶지 않아."


 

마을을 벗어나는데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짐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건넌다. 자전거를 끄는 것인지 자전거에 끌려가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작은 수로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는 동안 곳곳에서 폭죽들이 터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요란하고 큰 소리가 난다. 마을을 벗어나 고덕지도는 넓은 길의 S230 성도로 안내한다. 중국의 도로명에 G나 S가 붙어있는데 그 뜻은 아직 모르겠다.


 

넓게 자전거 도로가 확보되어 있는 성도는 라이딩 하기에 편안하고,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차량이나 오토바이의 통행이 많지 않다.


 

 

타이호를 앞두고 공원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홍등을 렉팩에 매달기 위해 만지작거리니 밑부분이 쏙 빠져버린다.


"아, 중국제 정말!"


 

밑부분을 돌돌 말아서 다시 걸고


 

도로변에 가끔씩 노정상들이 보인다. 귤 같은데 사이즈가 작고 주황색 빛이 진한 과일을 딸기와 함께 많이 팔고 있다. 먹어보고 싶은데 사서 들고 다니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그냥 지나친다. 


 

타이호 변을 달리기 위해 S230 성도를 벗어나 작고 오래된 마을로 들어선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폭죽을 터트린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어느 집은 마당 전체가 붉은 화약의 잔해들로 가득 펼쳐져 있는 집도 있다.


 

마을을 빠져나와 첫 번째 보이는 한적한 주유소에서 콜라와 식료품을 보충하고 휘발유를 사보기 위해 들어간다.


 

우선 편리점에서 콜라와 쵸코바를 사고 밖으로 나와 주유소 아저씨에게 버너의 휘발유 통을 보여주며 말한다.


"치유! 치유!"


생뚱맞게 쳐다보는 아저씨는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주유소 기둥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가리킨다.


 

"용기에 휘발유를 담을 수 없다고?"


그제서야 첫 날 숙소에서 여자 직원이 말해주었던 '밖으로 가져갈 수 없다'라는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뭐야. 중국은 집에서 휘발유를 안 쓰는 거야? 아니면 휘발유를 파는 곳이 따로 있나?" 


 

어쨌든 92와 95, 숫자들의 의미를 묻기도 전에 휘발유 사는 것은 실패다. 달리는 동안 왜 휘발유를 안 파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정말 알 수가 없다. 중국은 이상한 나라다.


"화염병을 만들어서 시위를 할까 봐 그런가? 집에 기름보일러 같은 거 안 써?"


 

타이호에 근접한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수로와 나무들에 가려져 넓은 타이호는 보이지 않는다. 남해나 제주도의 해안 도로를 생각했던 바람과 달리 풍경이 막힌 도로를 달리려니 답답하다.


달리다 보니 도로와 타이호의 가운데 있는 작은 수로를 넘는 다리들이 간간이 보인다. 멈춰 서서 들어가도 될까 여러 번 고민을 하다 쫓겨나도 한 번 봐보고 쫓겨나자는 심정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들어간 곳은 타이호 주변 어부들의 민물 배가 놓여있는 선착장 같은 곳이다. 종기 종기 붙어있는 어선들의 모양이 너무나 낡고 허름하여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호수 길을 따라 라이딩 하고 싶었지만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금지 안내판들에 마음이 쪼그라들어 도로로 다시 나온다.


 

도로를 이어가다 도저히 답답해서 다시 호수의 산책로를 라이딩하기 위해 작은 다리를 통해 들어간다.


 

사람들이 어떤 용도에 사용되는지 모를 오래된 대나무를 잔뜩 수거하느라 바쁘다. 


 

 

호숫가를 달리다 보니 한 무더기의 대나무들이 호숫가로 밀려 들어 쌓여있다. 사람들은 그 대나무를 수거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호수변의 산책로 역시 나무들로 가려져 타이호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뭔가 싱겁고 아쉽다.


 

 

출출한 느낌에 빵과 콜라로 아침 겸 점심을 대신한다. 도로 건너편 마을에서 폭죽이 순서 없이 뻥뻥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진다. 중국의 빵은 맛이 좋고 가장 좋은 것은 콜라가 3위안 밖에 안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콜라가 1,500~2,000 정도 하는데 500원 정도이니 정말 싸다. 


 

 

타이호를 옆에 두고 그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하며 달리다 보니 도로변으로 조금은 큰 마을들이 연이어진다.  


 

생경한 수상 식당과 수상 가옥들이 보이는데 그 모습들이 너무나 허름하다.


 

 

뒤이어 나타난 작은 수산시장, 자전거를 끌고 도로보다 한층 아래에 있는 시장으로 들어간다.


 

역시나 민물 게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호객행위가 있지만 귀찮거나 집요하지는 않다.


 

가장 눈에 띠인 물고기와 오리를 건조 시키는 모습.


"오리 맞겠지? 설마 청둥오리 같은 철새들은 아니겠지?"


 

시장을 벗어나 조금 이동하니 고급 음식점처럼 보이는 곳을 시작으로 호숫가에 나무테크가 이어지고 타이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이 많은 희뿌연 날이라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그 크기를 알 수 없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파도 같은 것은 없고 어떤 일렁임도 없이 잔잔하다.


 

 

조심스레 자전거를 끌고 나무테크가 놓인 타이호의 전망대로 들어간다. 


"잡지 마. 잡아도 들어갈 거야!"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 남자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을 하고 왠지 양팔을 들어 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 


 

"니하오, 중궈!"


 

사진을 찍어준 잘 생긴 중국 청년과도 한 컷.


 

 

전망대 옆에 솟아있는 쌍둥이 건축물을 찍기 위해 바닥에 누워 한 컷.


 

그리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타이호를 바라보며 달리고 싶었던 나의 바람을 들어주듯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도 없이 도로가 이어진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참을 달리다 보니 직전 도로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타이호를 보지 못하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이전의 걱정과 달리 이번에는 이 도로는 끝이 있을까 싶은 걱정이 밀려든다. 


직선과 곡선이 이어지며 여러 가지 풍경과 소리의 변화가 이벤트처럼 느껴지는 제주도의 해안 도로와 달리 아무런 변화 없이 직선으로만 쭉 뻗어있는 타이호의 호수 도로. 


 

"넓어, 넓어도 너무 넓고 길어도 너무 길어!"


 

오후 2시 황산으로 가는 갈림길, 타이호를 타고 창싱현으로 향하려던 길을 후저우시로 변경한다. 잠시 도로변에 앉아 후저우시의 숙소들을 검색하며 고민하는 사이 땀들이 식어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늦기 전에 후저우시로 들어가자!"


 

15km 거리의 후저우시로 목적지를 변경하고 길을 출발한다.


작은 소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붉은 깃발들이 근대식 주택 위로 수없이 휘날리고, 강렬한 벽화들이 그려져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중국 혁명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이색적인 마을이다.


"자부심이 대단한 마을이네!"


 

이색적인 거리의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 붉은 깃발들이 휘날리는 강렬함이 낯설기도 하다.


 

타이호에서 이어지는 작은 하천을 따라 이동하며 공사 중으로 막혀있는 길을 안내하는 고덕지도. 


"오늘도 편히 갈 수는 없는 것인가?"


지도를 확대하여 하천의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빠르게 찾아 길을 이어간다.


 

후저우시도 쑤저우시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거대한 공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털털거리는 시멘트 포장의 소로를 따라 후저우시로 들어선다. 시내의 진입과 함께 도로는 고즈넉한 하천을 따라 쾌적하게 이어지고. 


 

수양버들이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천변에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결정하며 잠시 쉬어간다. 화려하고 거대했던 상하이와 쑤저우시를 지나와서 그런지 후저우시의 조용한 도시처럼 느껴진다.


 

 

가까운 곳에 숙소를 결정하고 이동하던 중 도로변에 3층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 보이고.


 

 

 

 

작은 성터를 중심으로 천변의 공원이 나온다. 항왕공원(项王公园).


 

성터의 성문만이 남아있는 봉승(奉胜)의 측면으로 멋진 조각들이 새겨져있다.

 

 

 

 

 

봉승문을 지나면 하천을 건너는 누각이 올려진 다리가 공원으로 이어져 있고.


 

 

봉승문의 정면에 장수의 석상이 세워져있다.


 

 

항우(項羽 , Xiang Yu)

중국 진(秦)나라 말기에 유방(劉邦)과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 무장. 진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봉기하여 진군을 도처에서 무찌르고 관중으로 들어갔다. 진을 멸망시킨 뒤 서초 패왕이라 칭했으나 해하에서 한왕 유방에게 패배하자 자살했다. (두산백과)


 

항우장사, 패왕, 항우와 유방, 초나라, 사면초가, 패왕별희 등등으로 널리 알려진 항우의 동상이다. 초나라의 수도가 쑤저우시 부근에 있어 그의 유적들이 많이 있는가 보다.


 

패왕별희, 황우가 사랑하는 연인 우희와 이별주를 나누며 부른 노래가 해하가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고도 남건만(力拔山氣蓋世)

때가 불리하고 추 또한 달리려 하지 않는구나!(時不利兮騶不逝)

추가 달리려 하지 않으니 어찌할까나(騶不逝兮可奈何)

우여, 우여! 그대는 또 어찌할까나!(虞兮憂兮奈若何)

-해하가(垓下歌)


 

 

 

 

도심의 높은 빌딩들과 하천이 어우러져 좋은 느낌을 주는 후저우시의 풍경이다.


 

숙소를 가기 위해 후저우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린다. 큰 도로 면에는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길게 이어지고.


 

작은 이면 도로에는 울창한 숲처럼 푸른 가로수가 길을 감싸고 있다.


 

"정말 너무나 예쁜 길들이다!"


 

고덕지도가 알려는 주는 길을 벗어나 작은 이면 도로의 풍경에 빠져 길을 따라가니 페잉공원의 비영탑(飞英塔)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목조 건물들은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참 예쁘다.


 

 

 

그에 비해 현대의 빌딩들은 너무나 거대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시내 중심에 있는 숙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숙소에 정문을 오르는 계단 위에 잘 묶어둔다.

 

 

이곳도 숙소의 방마다 호수 앞에 8자가 붙어있다. 


 

 

경로를 바꿔 조금 일찍 숙소에 도착한 덕분에 시내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온다.


"일단 맥도날드가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면했고, 중국 음식점을 찾아볼까."


 

아주 오래된 중국 식당을 돌아 숙소의 뒤편 붉은 홍등이 걸려있는 옛 건물들의 거리로 들어간다. 큰 빌딩들의 뒤편으로 2층 구조의 작은 상가들이 원을 그리며 이어진다. 


 

춘절이 다가와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지만 작은 골목으로 붉은 홍등이 걸려있는 예쁜 골목길이다.


 

 

 

립스틱 같은 화장품 자판기도 있고.


 

 

 

오리 고기를 파는 가게도 열려있다.


"기다란 목뼈와 머리, 그리고 물갈퀴가 있는 오리발을 어떻게 먹는 거지?"


 

오리 고깃집 건너편에 젊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연휴 기간이라 영업을 하는 가게를 찾는 것이 어려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조개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요리하는 가게 같은데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고, 메뉴들을 살펴보고 있으니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모르면 무조건 첫 번째 메뉴지!"


조개가 있는 메뉴를 고르고 달라고 하니 남자 직원이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알아듣지 못하니 핸드폰을 꺼내어 중국어로 글자를 적어 보여준다.


순간 가게 안에 있던 남녀 직원들과 함께 실소의 웃음이 동시에 터지고, 여직원이 핸드폰에 글자를 적은 남자 직원에게 한국인이라며 말한다.


매운맛이라는 것을 알려주려 했던 것인데 한국인이라 당황하여 중국어를 적어 보여준 것이다. 여직원이 웃으며 남자 직원에게 가벼운 핀잔을 건넨다.


 

조리를 하는 사이 식당밖에 놓여있던 소세지를 하나 집어 들고 먹어본다.


 

 

쫀득하니 부드럽고 무엇보다 중국 향신료 맛이 전혀 없어 좋다.


 

잠시 후 나온 메뉴는 조개를 소스에 넣어 끓인 음식인데,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조개만 담긴 음식이 조금 당황스럽다.


"아니 이걸 맨입에 무슨 맛으로 먹을까?"


조개의 양은 많은데 크기가 작아 젓가락으로 하나씩 먹는데 애를 먹는다.


매콤하면서 달달한 느낌이 나는 소스인데 썩 괜찮은 맛이 난다. 주방 앞에 놓인 야채나 떡, 라면 같은 사리들을 넣어 먹으면 좋을 것 같고 밥을 넣어 비벼 먹으면 정말 그만일듯싶다.


"아쉽네. 밥 한 공기만 있으면 완전 대박인데."


 

친절하게 웃는 여직원에게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알려주고 계산을 하고 나온다. 홍등이 걸려있는 길은 더 어두워진 밤의 깊이만큼 더욱 예쁘다.


산책을 하듯이 길을 따라 걷다 식당의 여직원이 소세지 값을 받지 않은 것 같아 식당으로 돌아가 소세지 값 4위안을 더 내고 숙소로 돌아온다.


잠시 문을 닫았던 숙소 앞의 꼬치집에는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양손 가득 한 움큼씩의 꼬치를 들고 걸어 다니며 먹는 중국 사람들, 그 맛이 궁금했지만 붐비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가격조차 모르는 많은 종류의 꼬치를 선택할 자신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숙소로 들어가 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세트에 감자 튀김을 추가하여 사들고. 설이나 추석 연휴 기간 김밥천국에 들어가 밥을 먹는 느낌이다.


파이와 치킨 그리고 감자 튀김으로 부족했던 저녁을 보충하고 음식점을 찾기 어려운 연휴 기간이라 내일의 아침이나 점심의 비상식으로 햄버거를 먹을 생각이다.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여직원에게 자전거를 방에 넣어도 되는지 묻자 그렇게 하라며 안내를 한다. 방으로 자전거를 넣어두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려는데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창이 뜬다.


"어, 이건 또 뭐야?"


노트북을 들고 프런트로 내려가 여직원에게 와이파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묻자 여직원도 핸드폰 번호가 있는지 묻는다.


"메이요!"


난감해하던 직원이 이것저것 설정을 해보더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요청을 하길래 노트북을 맡기고 시내의 야경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온다.


 

 

여기저기 알록달록 반짝반짝.


도시 전체가 어둡다 보니 가로수와 건물들에 설치되어 있는 조명들이 더욱 밝게 빛난다.


 

가로수의 하단에서 색색의 조명을 켜주면 정말 멋진 모습이 연출된다. 전국 일주를 하며 영산포의 천변에 조성되어 있던 가로수길을 잊을 수 없다.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순차적으로 변하며 가로수를 밝히던 멋진 산책로였다.


"홍어집을 찾아 30km가 넘게 남았던 어두운 영산강변을 귀신이 쫓아올까 봐 엄청나게 빨리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 둥이 너!"  


 

 

요란한 폭죽이 이어지던 작은 마을과 달리 도시 전체가 조용하다. 우리처럼 춘절의 기간이라 가족들을 보기 위해 모두들 시골에 내려간 것이 아닌가 싶다.


 

시내 야경을 둘러 보고 돌아오니 프런트의 여직원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노트북을 건네준다.


"됐어요!"


자신의 핸드폰으로 인증번호를 받고 와이파이를 연결해 준 것이다. 


멋진 타이호를 달리고 아직은 어색한 중국의 도로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내일부터 조금씩 거리를 늘려볼까. 이제 황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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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출국일을 한달여 앞두고 비자신청을 위해 여권을 만들었다. 10년짜리 기본 여권에 사증을 24면 더 추가하여 발급받을 생각이다. 고양시에서 여권발급 업무를 하는 곳은 일산 동구청의 여권민원실이다.


여권발급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준비물은 여권사진 3.5*4.5 1매와 신분증.


하루전 여권용 사진을 찍고 30장의 사진 출력을 요청하자 사진관의 사장님께서 의아해 하시더니 세계여행을 설명하자 여분으로 10여장을 더 뽑아주었다. 여권 사진이라 안경을 벗고 촬영하였다.



일산 동구청의 1층 여권민원실에서 여권을 신청 발급받을 수 있다.






일산 동구청의 정문으로 들어가면 우측으로 세무 여권 민원실의 입구가 보인다.




세무 여권 민원실로 들어가면 세무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곳의 좌측으로 여권 민원실이 보인다. (주차장쪽으로 여권 민원실의 입구가 별도로 있다.)



연말 방학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여권 민원실에는 여권 발급 대기중인 사람들이 가득하였다. 우선 안내 데스크에서 여권 분실 신고서를 받아 작성하였다.




다음으로 여권 발급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일반여권, 48면, 10년 여권 재발급 신청.





10년/48면 여권의 재발급 비용은 53,000원.



분실 신고서와 재발급 신청서를 작성 후, 다시 안내 데스크로 가면 기입한 내용을 확인해주고 접수 번호표를 뽑아서 준다.



번호표를 들고 접수창구에서 대기한다. 



분실 신고서와 재발급 신청서 그리고 신분증을 제출하고 분실 접수후 재발급 절차가 이루어졌다. 기존 여권의 유효기간이 남아있어 새로 10년의 기간을 설정할 것인지를 물었다.


"새로 10년으로 다시 재발급 해주세요." 기존 여권의 잔여 유효기간을 그대로 유지하면 발급 수수료는 25,000원이다.


사증을 추가하고 싶다고 요청하니 여권이 발급되면 그때 사증 추가신청을 하라 안내해주었다. 발급비용 53,000원을 결제하고 1월 2일에 찾으라 안내해주었다. 업무일 기준으로 2~3일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1월 2일 여권을 찾기 위해 일산 동구청에 다시 들렸다. 일단 접수증과 신분증을 제시하고 여권을 찾고나서 안내 데스크에 가 사증 추가 신청서를 받았다.


사증 추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안내 데스크에서 번호표를 발급받고 접수창구에서 대기한다.



여권 중간부에 24면의 사증을 추가하였다. 여권을 제출하고 사증을 추가하는데 15분정도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사증추가 수수료는 5,000원.



대기하는 사이 일산 동구청내 농협에 들려 황열병 예방접종에 필요한 수입인지를 구매하고 돌아오니 사증 추가가 완료되었다. 


24면이 추가되어 두툼해진 여권. "잘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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