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3일 / 흐림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안드레와 월터를 만나게 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떠나 바르나울을 향해서 떠난다. 바르나울까지 월터와 함께 여행하기로 한다.
"왜, 내 건 이렇게 무겁지?"
내 자전거를 들어보던 월터와 안드레는 10kg 정도 차이가 날 것 같다고 하지만 15kg 이상은 무거운 것 같다.
"안녕, 안드레!"
길을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강해져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를 입는다. 비를 맞아도 괜찮지만 중국에서의 경험이 지긋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P256 도로에 다시 들어선다.
바르나울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넘어갈지 아니면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 옴스크까지 60일의 비자 기간을 사용하며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을 길게 이어갈지 결정을 못 한 것이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의 겨울을 생각하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 시간을 달려 비가 멈추고 햇볕이 들자 월터는 자전거를 세운다.
핸들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브라켓인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
월터의 여행용 자전거는 내장기어를 장착한 고무벨트 체인의 자전거로 앞쪽에 라이트를 충전할 수 있는 장치까지 갖춰져 있다.
내장기어라 고장이 나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큰 문제만 없다면 효율적일 것 같다.
트러블이 일어날 경우의 수가 줄고, 잡소리도 없고, 오일도 필요 없고, 부품이 마모되어 교체할 필요도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많은 공구와 짐들이 줄어든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어떻게 내장 기어를 정비할 수 있겠는가.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부터 도로변의 풍경은 조금 지루할 만큼 단조롭다.
1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출발한지 2시간 30분 만에 45km를 달리고 도로변 작은 슈퍼 앞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슈퍼에서 시원한 콜라를 사 들고, 월터는 요거트 하나를 산다.
어제 안드레와 슈퍼에서 사놓은 빵으로 점심을 하고.
월터는 식빵에 땅콩잼과 초콜릿 잼을 발라 먹는다.
평상시 식빵을 잘 안 먹던 식습관 때문에 여행 도중 허기를 채우는 방법들이 궁금했는데, 월터를 관찰하면 좋은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며 월터는 비스크에 있는 호스트와 연락을 하고, 나는 비스크에서 보낼 숙소를 검색한다.
"비스크 숙소는 비싸네."
고르노 알타이스크보다 크지만 소도시에 불과한 비스크의 숙박료는 30,000원 정도다.
"월터, 카우치서핑은 어떻게 쓰는 거야?"
"음, 먼저 정보들을 입력해야 해."
"그래, 그럼 네가 써!"
"어. 고기, 술, 여자.. 알아서 적어주면 안 될까?"
"어. 안 돼! 아니, 내가 할게."
"하하하. 하여튼 이런 것을 발라 먹는다는 말이지."
월터의 먹거리들을 살펴보는 동안 월터가 갑자기 소리를 친다.
"사비, 바르나올의 내 호스트가 너도 함께 와도 된대!"
"정말!"
"응. 방금 메시지가 왔어. 굿 가이야!"
카우치서핑으로 비스크의 호스트 세미온에게 연락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꿀과 허브차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다.
"이상하지만 좋은 방법인데."
"먹고 싶어?"
"당연히, 하나만 먹자!"
"월터, 맥주 안 마실래?"
"노! 비싸잖아."
냉장고의 캔맥주는 200루블 정도니 슈퍼나 맥주가게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딱, 한 캔만?"
"좋아!"
"예!!!"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숯불구이가 나온다.
200루블짜리 맛있는 닭고기다.
"이길이 아닌데."
"나는 처음 본다고."
오래된 작은 시내길을 돌아 세미온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마이 프렌드, 웰 컴!"
1층 계단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짐들을 옮긴다. 화장실과 주방, 거실과 방이 하나 있는 세미온의 집이다.
세미온은 우리를 위해 저녁으로 바베큐를 준비한다. 숯불을 준비하고.
잘 구워진 돼지고기는 길게 세로로 자른 오이, 잘게 썬 양파와 함께 먹는다.
오이와 양파를 버무린 소스가 독특하고 맛이 좋다.
식사를 하는 동안 음악을 좋아하는 세미온은 유튜브의 오래된 팝송을 아주 크게 틀어놓는다.
"뭔가 아주 독특한 친구네."
"그 친구가 비스크에 살아?"
"응. 여자, 남자 친구 모두 있어."
"만나볼 수 있어?"
"아니, 그녀는 한국말을 못 한다."
세미온이 말하는 한국 친구는 까레이스키로 불리는 러시아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2세나 3세 정도 되는 사람들인가 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세미오온의 친구가 11시쯤 방문을 하여 월터와 긴 대화를 나누고 돌아간다.
군인이라 주둔지를 벗어나 여행을 갈 수 없다는 얘기, 돈이나 직업에 대한 얘기 등등이 이어지는 동안 피로가 몰려든다.
웜샤워나 카우치서핑은 현지의 사람들과 깊은 스킨쉽을 할 수 있지만 휴식의 시간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성향이나 취미 등등이 서로 맞아야 할 것 같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통의 언어도 필요하다.
"쉬고 싶은데.."
세미온의 친구가 떠나고, 거실에 놓인 커다란 침대(소파)에서 월터와 함께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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