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4일 / 맑음
말보르크-그다인스크
폴란드에서 만난 모든이들이 추천한 도시, 폴란드 여행을 준비하며 가보고 싶었던 항구도시 그다인스크로 간다.
푹 잠들고 일어난 아침, 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다.
"끝이 어디냐?"
볼품없는 야영지인데 이상하게 마음에 든다. 마지막 배터리로 충전을 하며 아침을 해결하고.
"아, 움직이기 싫다."
그다인스크에는 호텔과 호스텔이 엄청나게 많지만 저렴한 호스텔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어 싫고, 호텔은 너무 비싸다.
아파트형 호스텔을 예약한다. 싱글룸이 1박에 15,000원 정도의 숙박료라 그럭저럭 괜찮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2시가 되어간다. 그다인스크까지는 50km 정도의 거리, 일몰이 되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량의 속도가 빠른 도로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자전거 경로로 내비게이션을 설정하고 출발한다.
"왜 강을 건너지?"
작은 농로길로 진입하지 않고 직진을 계속하는 내비게이션이 이상하여 살펴보니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지 않고 경로만을 검색한 후 출발을 한 것이다.
"에, 헛걸음했네."
한 시간을 부지런히 달렸는데 내비게이션을 실행하니 겨우 7km 정도만 줄어든 상태다. 그다인스크까지 작은 타운들과 마을이 이어지는 소도로를 타고 이동한다.
요거트와 빵으로 간단히 해결한 아침이 부실했던 것인지, 너무 푹 쉰 탓에 근육들이 풀어진 것인지 페달링이 느려져 간다.
"어제 너무 신바람을 냈나."
그다인스크에 가까워지자 그동안 밋밋했던 평야의 풍경은 하천과 갈대숲을 시작으로 이색적인 풍경으로 바뀌어 간다.
정원의 잔디를 깎는 사람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 햇볕을 즐기는 연인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작은 하천과 강변에 앉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날이 좋은 토요일 오후의 풍경이다.
"시간이 참 좋다."
도로를 벗어나 울퉁불퉁한 뚝방길을 따라 그다인스크로의 외곽으로 들어간다.
"봄이네."
봄날의 풀냄새와 꽃향기가 좋은 날이다.
그다인스크로 들어가는 쭉뻗은 가로수길을 따라간다.
"다 왔다."
지그재그 모양으로 생긴 묘한 수로를 건너고.
수로변의 공원에는 늦은 오후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로의 건너편으로 도시의 경계를 나타내듯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이상한 모양의 수로를 따라 그다인스크의 올드타운이 시작된다. 강변의 오래된 외부 성탑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온다. 아마도 그다인스크의 올드타운은 큰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가 아닐까 싶다.
수로를 따라 올드타운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오래된 성문을 지나자 시청 건물이 있는 올드타운의 롱마켓 거리가 이어진다. 너무나 한산한 거리, 생기를 잃어버린 롱마켓 거리는 토요일 오후의 여유롭던 시 외곽의 풍경과 달리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이게 시청 건물이구나."
광장의 중앙에 세워진 넵튠 분수대, 주변의 건물들이 예쁘다. 암스테르담 같기도 하고, 독일 소도시의 광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해가 지기 전 호스텔의 체크인을 하기 위해 강변의 호스텔을 찾아간다. 강변을 따라 들어선 카페들은 모두 문이 닫혀있고, 두 개의 성문으로 보이는 도시의 옛 거리들은 꽤나 매력적이다.
회전 관람차가 세워진 놀이공원의 건너편, 호스텔에 도착한다.
오래된 건물들의 호스텔과 현대식 호텔들이 들어선 거리, 도착한 아파트형 호스텔은 문이 닫혀있다.
현관에 붙어있는 연락처와 부킹닷컴의 연락처로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고, 안내 메시지에는 High5 호스텔에 리셉션이 있다는 정보만이 붙어있다.
"뭐야? 영업을 안하는 거야?"
조금 난감해진 상황, 부킹닷컴으로 주변의 다른 호스텔을 검색하니 건물 건너편에 High5 호스텔이 검색된다.
"어, 여기 있구나."
도미토리 호스텔인 High5 호스텔과 싱글룸의 호스텔 Happy7 호스텔을 함께 운영하는 모양이다.
High5 호스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한다. 호스텔의 1층 카페에는 몇몇 게스트들의 모습이 보인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Happy7 호스텔의 싱글룸을 안내받고, 내부에 자전서를 보관할 수 있는지 묻자 흔쾌히 답변을 한다.
짐들을 방으로 옮기고, 샤워를 미루고 근처의 편의점으로 간다.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겠지만 혹시나 싶어 빵과 식료품을 넉넉하게 사서 돌아온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도시를 구경하자."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여 폴란드 도시 중 가장 궁금했던 그다인스크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업제한과 이동제한으로 한산해진 도시의 풍경이 아쉽지만 그다인스크를 산책하고 바다로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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