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1일 / 흐림
트리어-라이븐-모르바흐
계속되는 축축한 날씨, 너무나 마음에 드는 독일의 소도시 트리어를 한 번 더 둘러보고 길을 떠난다.


이동거리
64Km
누적거리
22,968Km
이동시간
6시간 41분
누적시간
1,745시간

 
모젤강
 
그만올라가
 
 
 
 
 
 
 
35Km / 3시간 16분
 
29Km / 3시간 25분
 
트리어
 
라이븐
 
모르바흐
 
 
492Km
 
 

・국가정보 
독일, 베를린
・여행경보 
-
・언어/통화 
독일어, 유로(1즈워티=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9-173-407-6943

 

설마 아침까지 비가 내릴 줄은 몰랐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인기척과 개소리에 잠을 깬다.

"아, 축축해."

흐린 날씨가 게으른 사람을 더 게으르게 만든다.

"오늘은 삐뚤어질 거야. 농땡이다!"

베를린까지 빨리 가고 싶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한 오늘의 경로와 비 내리는 아침의 날씨, 축축하게 젖어 있는 무거운 몸이 게으름의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트리어의 구시가지로 갈까?"

아침을 해결하며 경로를 잡기 위해 트리어의 구시가지로 내려간다.

트리어 시내에서는 아침부터 젊은 친구들이 모여 밴드 공연을 하고 있다. 어떤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소한 볼거리가 좋다. 물론 러시아 작은 마을 소녀들의 댄스공연이 훨씬 재미있다.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하늘이 맑게 변한다. 따듯한 햇살이 내리는 시간의 여유가 좋다.

"아, 가기 싫다."

아무리 봐도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위해서는 산악지대를 넘어가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강과 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들의 모양이 구불구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수상하다.

"일단, 라이븐까지 가자."

모젤강을 따라 가는 경로의 마지막 마을까지 이동을 한 후 다음 경로를 결정하기로 한다.

"광장, 참 마음에 든다."

천천히 트리어의 시내를 벗어나고.

계속되는 갈림길에서 선택의 결정을 한다.

"어차피 복불복이야!"

모젤 강변을 만나며 선택의 번거로움은 사라진다.

한적한 강변의 풍경은 굽이진 강을 따라 작은 마을들과 산을 개간한 포도밭들이 이어진다.

"정말 좋다."

산을 깎아 만든 포도밭의 경사도가 상당히 가파른데 관리나 수확을 어떻게 할까 의구심이 생긴다.

포도밭에서 중년의 여성이 가지치기를 하던 중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 포도나무의 나뭇가지를 두 개만을 남기고 하트 모양으로 묶어놓은 모양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으니 여자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독일어와 함께 천천히 수화를 하듯이 제스처를 한다.

왜 찍는지는 모르겠지만 찍어 주겠다고 하니 사진 한 장을 찍는다.

강의 양쪽으로 모든 산이 포도밭이다.

"어떻게 수확을 하는 거지?"

모젤강에는 커다란 화물선이 가끔씩 느린 속도로 지나간다. 바지선처럼 높이가 낮은 화물선인데, 주변에 큰 도로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포도 수확물이나 와인의 수송과도 관련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강변을 따라가던 자전거 도로는 포도밭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월터네 와인 농장이네."

포도밭의 농로를 따라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간다.

강물이 굽이지며 휘어 돌아가는 물돌이 지형의 풍경으로 라이벤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아쉽다.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환상적일 텐데."

잠시 와인의 포도마을 라이벤의 풍경을 감상하고 고개를 넘어간다.

긴 내리막을 따라 내려가고, 계곡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오늘 쉽게 끝나지 않겠다."

작은 산골마을을 지나치고 도로는 산 정상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를 향해 올라간다.

묵직한 페달링과.

거치어지는 호흡.

그리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간다.

"쉬자!"

"어디가 끝인 거야?"

도로의 형태와 위성사진을 보며 짐짓 예상은 했지만 오랜만에 넘어가는 산악지형의 라이딩은 너무나 힘들다.

작은 마을을 지나고 도로의 경사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멀리 산 위로 보이던 바람개비들은 눈 앞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에쉬, 죽겠다!"

4시 10분, 산의 정상에 앉아 쉬는 사이 빠르게 식어가는 땀으로 한기가 찾아든다. 지도를 확인하고 오늘의 목적지를 20km 정도 떨어진 모르바흐로 정한다.

언덕 위와 아래로 들어선 산골 마을들의 풍경을 감상하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내리막을 내려온다.

뻐근해진 허벅지와 종아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속도는 느려져만 간다.

5시가 넘어 모르바흐의 초입에 들어선다.

"배고파, 힘들어, 죽겠어!"

마을을 관통하고 바로 슈퍼마켓으로 들어간다. 식품코너가 있는 슈퍼마켓에서 훈제로 된 고기를 사서 나온다.

그리고 건너편 다른 슈퍼마켓으로 가서 매장을 둘러보고 맥주 한 캔을 사 들었다.

패니어에 맥주를 집어넣고 출발을 하려는데 주차장 한편에 통닭을 파는 푸드트럭이 보인다.

"오예!"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허둥지둥 자전거를 끌고 가서 자전거를 내팽개친다.

"한 마리!!!!"

내 모습이 이상하고 웃겼는지 푸드트럭의 남자가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반?"

"한 마리!!!!!!!"

따듯한 통닭을 들고, 주변의 야영지를 찾는다. 멀리 가고 싶지 않다.

슈퍼마켓이 마을의 외곽에 위치해 있어, 바로 옆의 도로변 숲으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숲도 귀찮다. 나 바빠!"

질척거리는 숲의 주변, 쉼터의 잔디밭에 텐트를 펼친다. 힘든 하루의 라이딩이었지만 마음이 즐겁다.

따듯한 통닭과 올리브 조림 그리고 시원한 독일 맥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뭐, 이 정도면 최고지."

작은 마을의 도로변인데 통행량이 많은 것인지 밤늦도록 차소리가 요란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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